셜록 홈즈의 회상 동서 미스터리 북스 4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조용만.조영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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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화사 출판사의 책은 의혹투성이다. 고인이 된 지 오래된 번역가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도 모자라 실체가 불분명한 이름만 번역가를 내세우기도 한다.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번역문을 고집하며 사소한 오역을 고칠 생각을 안 한다.

 

동서미스터리북스 43번째 책 셜록 홈즈의 회상은 내용면에서는 완전히 수준 이하다. 문맥이 매끄럽지 않은 올드(old)한 중역은 동서문화사의 전매특허(?). 이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동서문화사의 셜록 홈즈의 회상정태원 씨가 번역한 셜록 홈즈의 회상(시간과 공간사, 2002) 문장 일부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정 씨의 번역본 초판 발행일은 20027월이고, 동서문화사 판본은 20031월에 중판된 것이다. 동서문화사는 70년대에 홈즈 시리즈를 펴낸 적이 있고, 1984년에 홈즈 시리즈와 아르센 뤼팽 시리즈로 구성된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를 펴냈다.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번역에 참여한 사람이 조용만 씨와 조민형 씨. 이 두 사람의 이름은 중판으로 나온 동서미스터리북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전집 일부를 가지고 있다. 전집 중에 조용만 씨와 조민형 씨가 번역한 것이 있다. 이 책의 번역문과 (조용만 씨와 조민형 씨가 번역한 것으로 알려진) 중판본의 번역문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까 출판사는 동서미스터리북스를 펴내기 위해 번역문을 전면 개정하고, 예전 번역가의 이름을 그대로 썼다. 조용만 씨가 번역을 새롭게 다듬었는지 의문이다. 조용만 씨는 1995년에 별세했다. 공동 번역자로 알려진 조민형 씨가 실존 인물인지 확인이 어렵다. 추측이지만 조민형 씨는 유령 번역가일 가능성이 있다.

 

정 씨의 번역을 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장이 상당히 많다. 한 두개가 아니다. 여기에 일일이 옮겨 적어 소개하기가 힘들 정도다. 무엇보다도 어이없는 것은 문제투성이, 오류투성이의 책을 전자책으로 유통한 동서문화사의 뻔뻔한 상술이다. 동서미스터리북스 전자책 가격이 종이책 가격보다 싸다. 여기에 혹해서 전자책, 특히 셜록 홈즈의 회상은 종이책으로든, 전자책으로든 절대로 사지 마시라. 필자는 이 책을 전자책으로 산 게 후회된다. 나를 화나게 하고, 전자책 구입을 후회하게 만든 문제의 번역문을 확인해보시라.

    

 

 

* 시간과 공간사 (구판, 79) :

  홈즈는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늦게, 내가 촛대를 들고 침실로 가려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왓슨, 내가 내 힘을 과신하거나 사건에 대해서 정당한 노력을 아끼는 것이 눈에 띄거든, 내 귓가에 대고 노벨리라고 속삭여 주게. 그렇게 해주면 대단히 고맙겠어.

    

 

* 동서문화사 :

  홈즈는 이 사건에 관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 밤 늦게 촛불을 가지고 침실로 갈 때 말했다.

  “왓슨, 내가 내 힘을 너무 믿거나 사건에 대해서 정당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눈에 띄거든, 내 귓가에 대고 노베리라고 속삭여 주게나. 그렇게 해준다면 대단히 고맙겠어.

    

 

 

* 시간과 공간사 (구판, 141~142) :

그 밖의 일에 관해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으리라. 우리들은 돈을 벌었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다가 부유한 개척자로 영국으로 돌아왔지. 우리들은 20년 남짓 평화롭고 유익한 생활을 보냈다. 그리하여 과거가 영원히 매장되기를 바랐지. 그러니 그 선원이 나를 찾아왔을 때 조난 당시 살려 준 남자인 것을 알고 나의 마음이 어떠했었는지 상상해 주기 바란다. 그는 우리들의 행방을 수소문했고 우리들의 두려움을 밥줄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내가 그하고 다투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너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이해할 수 있을 테지. 그가 내 집을 떠나면서 언제라도 무서운 일을 폭로하겠다는 듯이 또 한 사람의 먹이를 찾아간 지금, 너는 이 아버지의 가슴을 채우고 있는 공포에 조금쯤 동정을 해줄지…….

 

아래에 판독할 수 없을 만큼 떨린 필적으로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네. 베도즈는 암호로 허드슨이 모든 걸 폭로했다고 써 보냈다. 신이여, 우리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 동서문화사 :

그 밖의 일에 관해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거다. 우리들은 성공했고, 여기저기로 이동하여 한밑천 잡은 식민지 개척자로서 영국으로 돌아가 시골에 땅을 샀지. 우리들은 20년 남짓 평화롭고 유익한 생활을 보내 왔다. 그리하여 과거가 영원히 매장되기를 바랐지. 그러므로 찾아왔던 수부를 보고 즉각 그 조난시 살려 준 사나이임을 알았을 때 나의 가슴속이 어떠했었는지 상상해 주기 바란다. 그는 우리들의 행방을 끝까지 수소문해 찾아냈고 우리들의 두려움을 밥으로 삼고자 작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하고 다투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너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이해할 수 있을 테지. 그가 나의 집을 떠나면서 언제라도 무서운 일을 폭로하겠다는 듯이 또 한 사람의 먹이를 찾아간 지금, 너는 이 아버지의 가슴을 채우는 공포에 조금쯤은 동정해 줄 수 있을는지…….

 

아래에는 읽을 수 없을 만큼 떨린 필적으로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네. 베도즈는 암호로 허드슨이 모든 걸 폭로시켰다고 써 보냈다. 신이여, 우리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 시간과 공간사 (구판, 142~143) :

뱃사람과 베도즈에 관한 소식은 그 경계의 편지가 날아온 다음부터 전혀 들을 수가 없었지. 두 사람 모두 아주 자취를 감추고 말았던 거야. 경찰에 보호 의뢰가 제출되지 않았던 것을 보면, 베도즈는 협박을 진짜로 받아들였는지도 몰라. 허드슨이 그 근방에 잠복하고 있는 것을 언뜻 본 사람이 있다고도 해서 경찰에서는 그가 베도즈를 해치운 뒤 도망쳤다고 믿고 있다네. 내 생각으로는 진상은 전혀 반대일 것 같네. 베도즈는 과거의 죄상이 폭로된 줄로만 알고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허드슨에게 복수를 하고, 긁어모을 수 있는 돈을 몽땅 챙겨서 해외로 달아났다고 하는 편이 아무래도 진상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네. 이상이 이 사건의 자초지종이네. 왓슨, 자네의 사건 수집에 도움이 된다면 좋을 대로 이용하게나.”

    

 

* 동서문화사 (중판) :

수부와 베도즈해서는 그 경계의 편지가 다음부터 전혀 소식이 없었네. 두 사람 모두 아주 모습을 감추고 말았던 거야. 경찰에 보호 의뢰가 제출되지 않았던 것을 보면, 베도즈는 협박을 진짜로 받아들였는지도 몰라. 허드슨이 그 근방에 잠복하고 있는 것을 흘긋 본 자가 있다고 하므로, 경찰에서는 그가 베도즈를 해치우고, 그리고 나서 도망친 것이라고 믿고 있다네. 내 생각으로는 진상은 전혀 반대라고 여겨지네. 베도즈는 자포자기가 될 만큼 궁지에 몰려 과거의 죄상이 폭로된 줄로만 알고서 허드슨에게 복수를 하고, 긁어모을 수 있는 돈을 몽땅 가지고서 나라 밖으로 달아났다고 하는 편이 아무래도 진상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네. 이상이 이 사건의 자초지종이라네. 왓슨, 자네의 콜렉션에 도움되는 거라면 좋을 대로 이용해도 좋아.”

 

 

 

* 시간과 공간사 (구판, 161) :

 그건 누구의 것인가?

 떠나가신 사람의 것입니다.

 누구의 것이 될 것인가?

 올 사람의 것입니다.

 몇 월이냐?

 처음부터 여섯 번째입니다.

 태양은 어디에 있느냐?

 떡갈나무 위에.

 그림자는 어디에 있느냐?

 느릅나무 아래에.

 몇 걸음이냐?

 북으로 열 걸음, 또 열 걸음, 동으로 다섯 걸음, 또 다섯 걸음. 남으로 두 걸음, 또 두 걸음, 서로 한 걸음, 한 걸음, 그리하여 아래로.

 우린 무엇을 바쳐야 하나?

 우리들의 모든 것을.

 무엇 때문에 바치느냐?

 신의를 위해서.

    

 

* 동서문화사 :

 그건 누구의 것인가?

 떠나가신 사람의 것입니다.

 그걸 얻는 건 누구인가?

 이윽고 찾아올 사람입니다.

 몇 월이냐?

 처음부터 여섯 번째입니다.

 태양은 어디에 있느냐?

 떡갈나무 위에.

 그림자는 어디에 있느냐?

 느릅나무 아래에.

 어떻게 재느냐?

 북으로 열 걸음, 또 열 걸음. 동으로 다섯 걸음, 또 다섯 걸음. 남으로 두 걸음, 또 두 걸음. 서로 한 걸음, 한 걸음. 그리하여 아래로.

 그러기 위해 우린 무엇을 바쳐야 하나?

 우리들의 것인 모든 것을.

 무엇 때문에 바치느냐?

 신의를 위해서.

 

    

 

* 시간과 공간사 (구판, 163~164) :

이 나무는 자네 가문에서 처음 의식을 지낼 때부터 여기에 있었겠군.’ 마차가 그 옆을 지나칠 때 내가 물었네.

노르만 정복(1066, 노르망디공 윌리엄이 영국을 정복하여 노르만 왕조를 세움-역주) 때부터 있었던 모양이야. 나무 둘레가 23피트나 되니까.’ 그가 대답했지. 이것으로 나의 기준 측량의 하나가 확인되었네.

이 집에는 느릅나무 노목이 있나?’

저쪽에 아주 오래 된 것이 있었는데, 10년 전에 벼락을 맞아 베어 버렸지.’

    

 

* 동서문화사 :

저 나무는 의식서가 씌어졌을 무렵부터 저기에 있었겠군요.’ 마차가 그 앞을 지나칠 때 나는 물었네.

노르만 정복(1066년 노르만디 공 윌리엄이 영국을 정복하여 노르만 왕조를 세움)때부터 있었던 모양이에요라고 그는 대답했네. ‘나무 둘레가 7미터나 된답니다.’ 이것으로 나의 정점(定點)하나가 확보된 셈이었지.

느릅나무는 어디에 있습니까?’하고 나는 또 물었네.

저 편에 아주 오래된 고목이 있었는데, 20년쯤 전에 벼락을 맞아 버렸어요.’

    

 

역주의 문장이 비슷한 점에 표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머스그레이브 가의 의식(The Musgrave Ritual)의 사건 의뢰인 레지널드 머스그레이브(Reginald Musgrave)는 홈즈의 대학 동창생이다. 그런데 동서문화사 판본은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높임말로 썼다. 그리고 동서문화사 판본의 20년쯤 전에 벼락을 맞아 버렸어요라는 문장은 오역이다. 원문은 “It was struck by lightning ten years ago, and we cut down the stump.”이다.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79) :

왓슨, 나는 겸손을 미덕의 하나로 치는 사람들에게는 동의할 수 없네. 논리가는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보아야 되지. 자기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은 자기의 능력을 과장하는 것만큼 진실에서 벗어난 일일세. 그러므로 내가 마이크로프트 형이 나보다 뛰어난 관찰력을 갖고 있다고 내가 말했다면, 정확히 문자 그대로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거라고 해석해 주면 좋은 걸세.”

    

 

* 동서문화사 :

왓슨.” 그는 말했다. “나는 겸손을 미덕의 하나로 치는 사람들에게는 동의할 수 없네. 논리가는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보지 않으면 안 되지. 자기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은 자기의 능력을 과장하는 것과 같을 만큼 진실에서 벗어난 일일세. 그러므로 내가 마이크로프트가 나보다 뛰어난 관찰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면, 정확히 문자 그대로진실을 말하고 있는 거라고 해석해 주면 좋은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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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18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리뷰 쓰시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것 같네요.^^: 추리소설은 조금 가볍게 읽으셔도 ㅋ

cyrus 2017-06-18 20:46   좋아요 2 | URL
추리소설을 가볍게 읽으려면 번역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번역을 바라지 않습니다. 의역이든 직역이든 가독성이 좋아야 합니다. 동서문화사의 작품 초이스는 좋은데, 번역이 작품을 살리지 못해요. 그리고 번역에 성의가 느껴지지 않아요. 표절이 의심되는 동서문화사 번역본이 이번에 두 번째입니다. 동서미스터리북스가 추리소설 마니아들이 알아주는 책이라서 그런지 과대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syo 2017-06-18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노력글이 등장할 때 마다 제 알라딘 마일리지라도 기부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cyrus 2017-06-18 20:50   좋아요 1 | URL
땡스투 적립금을 많이 받는 편이 아니라서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저처럼 책을 잘못 사는 독자들이 나오지 않으려면 잘못된 건 널리 알려야합니다. ^^

보슬비 2017-06-18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목만 보고 웃음이 났어요.
cyrus님의 빡침이 확 다가왔거든요. ㅋㅋㅋ

cyrus 2017-06-18 20:51   좋아요 2 | URL
정말 화가 났어요. 원래는 도서관에 가서 빌려 읽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제가 주말 첫날이고, 날씨가 더워서 외출하기가 귀찮았어요. 그래서 전자책을 사고 말았습니다.. ㅠㅠ

2017-06-18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18 20:52   좋아요 2 | URL
류 감독 사진이 ‘돈 내놔라, 먹튀야!‘ 드립 때 같이 쓰는 웃긴 짤방입니다. ^^

dys1211 2017-06-1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진정성을 많이 느끼고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요즘 필요한 Grit인거 같습니다.

cyrus 2017-06-18 20:55   좋아요 1 | URL
제가 집념은 강한 편입니다. ^^;;

stella.K 2017-06-1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가 현재 작업중이란 게 이건가 보구나?
동서문화사 세계문학은 괜찮은 것 같던데...
미스터리는 표지도 올드해서 별로 읽을 생각이 안나다군
범우사도 그렇고.

cyrus 2017-06-18 20:58   좋아요 0 | URL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도 제대로 파헤쳐 읽으면 문제점이 있을 거예요. 예전에 동서문화사의 막심 고리키 번역본 보고 크게 실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