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정치 - 좌·우파를 넘어 서민파를 위한 발칙한 통찰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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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 먹자!” 아기가 징징대고 떼를 쓰다가도 과자 하나만 주면 만사 오케이다. 정치를 잘 모르는 어른들도 까까를 참 좋아한다. 까까는 과자가 아니다. 어른들의 까까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들을 까는 행위를 의미한다.나는 깔 거야. 빨갱이 정치인을 깔 거야.” 박사모는 까까를 엄청 좋아한다. 그들은 ‘좌파 까기 인형이다. 좌파 까기 인형은 진보 정치인들을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여 빨갱이딱지를 붙인다. 박사모의 집단행동은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인형의 모습과 같다. 여전히 수인번호 503’을 잊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다. 정치가 비난과 혐오의 대상으로 변질될수록 까까를 찾는 어른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정치 잘 모릅니다. 까는 것만 잘할 뿐이죠.” (5)

 

서민적 정치의 머리말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이 말은 서민적 정치의 저자 서민 교수가 밝힌 솔직한 고백이다. 이 사회에 정치에 무지한 사람들이 엄청 많다. 나도 그렇다. 정치뿐만 아니라 정치인도 모른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내버려 두면 무식(無識)으로 직결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정치가 뭔지 전혀 모르고 정치인을 까기만 한다. 정치인을 까면 정치 무식자 소리를 듣지 않는다. 정치를 더 모를수록 여론 주도층의 분위기에 쉽게 빠져든다. 내 주변 사람들이 공통으로 한 명의 정치인을 까기 시작하면, 눈치껏 따라 한다. 정치인을 까는 것을 정치적 식견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정치를 몰라서 근거도 없이 정치인을 까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정치권력을 올바르게 감시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공정한 감시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야구에서도 정치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망가지고 있다면, 그때는 누가 감시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관중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치판의 관중, 즉 유권자들은 야구경기의 관중들과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직 승패만이 중요하다 보니 자기 팀이 부정한 방법을 쓰고, 그들과 결탁한 심판이 눈감아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7~8)

 

정치판은 정치인들만 짜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이 내 손으로 권력을 선택해서 바꿀 수 있어야 민주적 정치가 정착된다. 그러나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은 권력의 들러리로 전락한다. 박사모처럼 일편단심 응원부대가 되기도 한다. 정치는 게임이 아니다.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성숙한 시민의 노력이다.올바른 사회에서는 강자만이 아니라 약자도 번영할 수 있고, 어려운 사회 문제를 만나면 이념을 초월해서 협력할 수 있다. 반면 정치를 게임으로 보는 사람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선거를 자신의 앞날뿐만 아니라 국가의 운명이 달린 중대한 도박으로 생각한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 생명을 걸고 선거 운동에 임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에게 낙선이란 굴욕적 패배를 의미한다. 그래서 선거 구도에 불리한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반전을 꾀하려고 극언(極言)을 서슴지 않는다. 어떤 대통령 후보는 대선에 이기지 못하면 보수 우파들이 한강에 투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로서 그의 극언은 불쾌하다. 왜 내가 한강에 빠져야 하는가. ‘내가 죽으면 너도 죽어야 한다라는 사고방식은 이념 하나로 똘똘 뭉친 집단에서 나타나는 심리이다. 낙선 후보 정치인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한강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정치인의 극언은 그저 웃고 지나갈 말이 아니다. 다음 선거에도 이념 세력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도하게 어필하는 정치인들이 등장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정치인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선거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는 국민의 소중한 선택이 아닌 세력의 운명이 결정되는 게임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치를 게임으로 보는 정치인과 지지 세력들은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 다음 대선에 이기려고 여당을 까기 시작한다. 근거 없는 소문을 동원해서 비난을 일삼고,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탄핵하자는 소리까지 한다. 우리의 정치권은 정치 게임을 원하는 정치꾼에 의해 심각히 오염되었다. 정치꾼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의무는 팽개쳐 놓고 권한만을 행사하기 위하여 아전인수 격으로 행동한다. 본래 염불에는 보다는 잿밥에만 마음이 있으니 인간적인 기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공정한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할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서 교수는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가 진행되는 광장에서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과거를 반추하는 동시에 뼈아픈 교훈을 확인한다.

 

우리는 촛불집회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촛불로 상징되는 거리의 정치는 우리나라에서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130)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갔다고 해서 정치 보는 눈이 한층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Karl Manheim)은 대중이 민주주의 발달에 기여했지만, 유권자인 대중은 이성적이지 못하고, 비합리적으로 현실을 오판한다고 지적했다. 무지를 먹고 사는 국민이 무섭다. 이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최악의 결과가 나타나면 책임을 회피한다.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이 높아지면 그들의 마음은 미움과 증오를 넘어 무관심과 냉소로 가득 차게 된다. “정치판이 가장 썩었다며 모든 정치인을 싸잡아 욕한 뒤 정치판과 선거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나이든 기성세대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무관심이 제2의 일베, 박사모를 만들어낸다. 서 교수는 서민적 정치를 하기 위한 제안으로 독서와 토론을 강조한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일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인터넷에서 찾고,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다. 불행하게도 인터넷에서 정치인을 욕하고 비난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서민(庶民)’이다. 인터넷에서 불평을 늘어도 세상은 절대로 나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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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3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14 10:24   좋아요 0 | URL
비난과 비판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비난은 흑색선전의 논리에 가깝습니다. 비판은 근거가 충분해야하고,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transient-guest 2017-06-14 0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컨텐츠가 있어야 논쟁도 가능하죠. 그런데 극으로 달리게 되면 사실 좌나 우나 비슷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상대방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어야 하죠. 다만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문제를 보면 우로 워낙 기울어진 탓에 논객을 자처하는 수준 낮은 자들이 너무 많았고 이들과 논쟁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오로지 비난하고 욕할 수 밖에 없었던 점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독서와 토론은 아주 중요해요. 요즘 저희 아버님이 박노자 교수의 책을 읽고 세월호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으시면서 조금씩 비전이 바뀌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은 오스기 사가에 자서전을 읽으면서 받으신 것 같지만요.ㅎㅎㅎ 꾸준한 독서와 토론이 중요하다는 예라고 봅니다.

cyrus 2017-06-14 10:30   좋아요 1 | URL
책이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편견과 아집에 둘러싼 사람은 책을 읽어도 소용없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책을 오독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불리해지는 입장을 외면하고, 모르는 척합니다.

레삭매냐 2017-06-14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지난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다른 책 빌리러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어서 빌렸네요.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정독
하면 바로 다 읽을 수도 있지만 쉬엄
쉬엄 읽고 있답니다.

cyrus 2017-06-14 15:16   좋아요 1 | URL
글의 장르가 정치 칼럼이다 보니 교수님 특유의 유머러스한 면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전에 나온 책들과 비교하면 글의 분위기가 진지했어요.

yamoo 2017-06-1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을 거 같아요.. 마태우스 님이 전방위적으로 책을 내고 계신 듯합니다..ㅎㅎ

cyrus 2017-06-14 20:06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이 《소설 마태우스》 같은 소설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생충 문학의 부활을 고대합니다. ^^

자강 2017-06-15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고 진지하게 봤습니다 역시 서민 작가님~

cyrus 2017-06-15 18:47   좋아요 0 | URL
다음 신작은 재미있고, 웃긴 내용이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