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는 그 면목은 호색본(好色本)이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풍자, 풍속소설의 성격을 띤다. 방탕무뢰한 사나이의 생활을 거침없이 표현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그를 둘러싼 자녀들의 음욕생활 속에 부각된 타산과 질투, 색과 욕(慾)의 발악을 그려 인간의 현실을 고발한 자연주의 문학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이병주, 《이병주의 에로스 문화 탐사 2》 20쪽)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금병매》가 내일부터 정식 출간된다. ‘금병매’는 등장인물인 반금련, 이병아, 춘매의 이름에서 한 자씩을 따서 지은 제목이다. 《금병매》는 에로틱한 표현 때문에 민간의 풍속을 해치는 ‘음서’로 낙인 찍혀 세 차례나 판금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중국의 나머지 기서인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와 달리 평범한 삶의 일상에서 소재를 취해 인간의 욕망과 현실에 천착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원래 《금병매》는 작가 미상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1933년에 『금병매사화(金甁梅詞話)』라는 책이 발견되어 이를 근거로 ‘난릉 소소생(蘭陵 笑笑生)’이라는 필명을 가진 작가로 밝혀졌다. ‘난릉’은 현재의 산동성 봉현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금병매》의 시대적 배경은 12세기 초의 송나라 휘종 시대이다. 작가가 16세기 말 명대의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시대상을 앞당겨서 설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작품의 전체적 줄거리는 반금련과 서문경의 음탕한 놀음, 거기에 얽힌 음모와 배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에는 노골적인 성 묘사를 이유로 유교 사상가들은 《금병매》를 ‘불량 서적’으로 규정했다. 루쉰(魯迅)은 자신의 책 《중국소설사략 : 루쉰 전집 11》(그린비, 2015)에서 《금병매》를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했다.
2002년 ‘술 출판사’에서 펴낸 《금병매》 완역본은 절판되었다. 10권의 책을 모두 구하려면 거금이 필요하다. 원작의 줄거리 일부를 손질한 요약본들이 출간되었지만, 원작의 묘미를 그대로 살려내지 못한 단점이 있다. 이로써 ‘사단법인 올재’의 《금병매》는 ‘가장 독보적인 번역본’이다. 다만, 이 책이 ‘한정판’이라서 며칠 만에 ‘절판’된다.
그동안 ‘사단법인 올재’는 《수호전》(2014년 11차, 도서명은 ‘수호지’), 《서유기》(2015년 15차), 그리고 ‘5대 기서’를 논할 때 언급되는 《홍루몽》(2016년 19차)을 출간했다. ‘사단법인 올재’가 번역하지 않은 4대 기서가 바로 《삼국지연의》다. 올재 관계자 측에 따르면 《삼국지연의》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2015에 《서유기》를 샀을 때만 해도 《금병매》와 《삼국지연의》도 나오길 바랐던 적이 있다. 상상했던 것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될 줄이야... 정말 지금도 생각하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 절판된 《이병주의 에로스 문화 탐사》 2권(생각의 나무, 2002)은 《금병매》에 대한 소개로 시작된다. 이 글을 작성할 때 참고한 책이다. 이 책에 서문경과 반금련이 섹스하는 장면을 묘사한 춘화도 실려 있다. 이병주는 루쉰이 《금병매》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중국소설사략》의 내용 일부를 인용했다. 그런데 그는 《금병매》의 작가 소소생을 ‘소소자(笑笑子)’로 잘못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