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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미션 -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찾아 떠난 무인우주탐사선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크리스 임피.홀리 헨리 지음, 김학영 옮김 / 플루토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칼 세이건은 외계 생명체를 주제로 한 논문만 약 300편을 남겼다. 그는 외계 생명체를 찾는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1976년 바이킹 1호가 화성에 착륙했을 때 세이건이 집중했던 것도 외계 생명체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이건은 그곳에서 최초의 사진들이 전송된 직후 “생명의 흔적은 없다”고 인정했다. 두 대의 무인 화성 탐사 로버(Mars Exploration Rover)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우리에게 과거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등의 새로운 사실을 알려줬다. 화성인이 허구였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화성인이 존재할 것이란 믿음은 팽배했다.
‘기회를 놓치지 마라.’ 미국의 명문가 출신인 퍼시벌 로웰은 이 집안 가훈을 믿으며 평생의 목표인 화성인 문제에 매달렸다. 화성 연구를 위해 미국 애리조나 주의 사막에 천문대를 세웠다. 화성인에 대한 발상은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의 화성관찰 논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는 화성 표면에서 ‘계곡(canalis)’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프랑스 천문학자가 ‘운하’로 번역했고, 로웰은 ‘인공 운하’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결국, 화성에는 그 운하를 파놓을 수 있는 지적 존재가 있다는 믿음을 주게 됐다.
왜 인류는 많은 돈을 투자해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가? 그 이유는 화성이 미래에 이용가치가 가장 크고 연구할 것이 많은 행성이기 때문이다. 비록 생명체가 없어 황량하지만, 지평선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화성의 정경은 인류에게 감동과 함께 기대감을 안겨준다. 탐사 로버가 보내온 화성의 모습을 보며 우주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인간이 화성표면에 무인탐사선을 보내기 시작한 지는 40년이 넘었고 숱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왔다.
오퍼튜니티는 현재 6개의 바퀴 중 1개가 고장 나 있고, 2개의 탐사 장비도 작동을 멈춘 상태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며 탐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약 3개월 활동을 목표로 발사된 오퍼튜니티는 나사(NASA)의 예상보다 훨씬 긴 생존력을 보인다. 나사 과학자들은 오퍼튜니티가 십 년 넘게 작동하리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그간 숱한 잔 고장과 모래바람을 이겨내면서 고독한 주행을 하는 화성의 방랑자다. 앞으로 남은 오퍼튜니티의 생존 기간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오퍼튜니티의 주행은 화상탐사의 새로운 역사를 쓸 소중한 기회(Precious opportunity)이기 때문이다. 지구와 화성까지의 거리는 평균 2억 2,500만km에 달한다. 화성 현지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 지구에서 오퍼튜니티를 조종하는 연구진은 지구-화성 간의 시차를 고려한 교신 업무를 해야 한다. 연구진은 밤낮의 생체 리듬을 잃어버려 수면 부족으로 고생한다. 그렇지만, 광활한 우주 공간을 날고 싶은 꿈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오퍼튜니티 조종은 화성의 드넓은 지평선을 누빌 특별한 기회(Special opportunity)다.
세이건은 외계 생명체를 만나지 못했지만, 그보다 절호의 기회(a window of opportunity)를 맞닥뜨리는 데 성공했다. 세이건이 보이저 1호의 영상 팀에게 우주의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을 때, 나사 과학자들의 태도는 냉담했다. 하지만 세이건은 반대를 무릅쓰고, 보이저 1호를 통해 우주의 어둠을 촬영했다. 보이저 1호의 사진 한 장은 과학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도 감동할 만한 위대한 순간을 포착했다. 세이건은 지구를 우주의 어둠에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에 불과하다고 했다. 26년 전에 찍은 지구 사진이 아직도 우리 시선을 거듭 잡아끄는 이유는 깊은 성찰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창백한 푸른 점’은 인간 존재와 인류 역사 그리고 지구가 얼마나 작은지 깨닫게 한다. 한 장의 사진은 사소한 욕망, 분노 따위가 덧없는 것임을 절실히 느끼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스페이션 미션》에 소개된 우주 탐사 이야기들은 과거에만 머무르는 기록이 아니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말을 빌리자면, 성공과 실패의 기록들 모두 우주의 경이와 비밀을 풀기 위한 ‘커다란 도약’이다. 우리나라의 우주 탐사 기술력은 여전히 선진국의 계획에 의존해야 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몇몇 우주 과학자들은 우리나라도 국가 우주개발의 자주성을 확보해야한다고 촉구한다. 우주개발이 선택이 아닌 필요조건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안보의 차원을 넘어 산업과 국가발전의 성장 동력으로서 우주를 접근하는 어른들의 생각이 성급하게 느껴진다. 우리 아이들이 우주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화성의 방랑자에게 붙여진 이름을 가장 먼저 생각한 사람은 우주개발로 이익을 꿈꾸는 어른들이 아니라 고아원 출신의 9세 소녀였다. 소녀는 가슴 벅찬 심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전 고아원에서 살았습니다. 그곳은 어둡고 춥고, 또 외로웠어요.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꿨죠. 미국에서 저는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정신(Spirit)과 기회(opportunity)에 감사합니다." (《스페이션 미션》 83쪽)
로웰, 세이건, 오퍼튜니티 조종사, 그리고 무인 화성 탐사 로버에게 멋진 이름을 붙여준 소녀. 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원대한 꿈을 펼칠 가능성의 기회(Potential opportunities)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나라 어른들이 우주개발을 돈벌이 기회(Money Making Opportunities)로 여기고 있을까 봐 조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