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사랑한 정원 - 화가이자 정원사, 클로드 모네의 그림과 정원에 관한 에세이
데브라 N. 맨코프 지음, 김잔디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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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화가는 시간에 쓰러져가는 존재의 풍경을 날카롭게 포착한 사람들이다. ‘인상이란 단어는 중요하지 않다. 클로드 모네가 주목한 것은 모든 존재는 허물어진다는 사실이었다. 보이는 모든 것은 사라져 곧 안 보이게 된다. 그가 순간적으로 잡아낸 것은 아름다움의 진실이다. 모네는 생애 말년에 수련 연작을 발표하면서 화가의 열정을 불태웠다. 파리에 멀리 떨어진 지베르니에 정착한 모네는 센 강 물을 끌어들여 연못을 만들고 손수 수련을 키우며 그것을 즐겨 그렸다.

 

 

 

 

모네의 정원을 보기 전에는 모네를 이해할 수 없다. 모네의 걸작들은 모두 그가 살던 지베르니 정원에서 그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네는 자신의 그림을 보려는 손님들이 아틀리에를 찾으러 오면 가장 먼저 정원을 구경시켰다. 걸작을 눈앞에서 직접 보고 싶었던 손님들은 정원을 자랑하는 화가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그렇지만 정원을 둘러보는 일은 모네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다. 수련은 여름에 피는 꽃이다. 모네의 수련 그림에서 넘실거리는 아련한 물너울은 여름의 열기를 닮았다. 어쩌면 모네는 일반 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단번에 사로잡을 수 없는 눈부신 빛의 아우라를 그림으로 완벽히 재현했음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모네는 자신의 삶에 따사하게 비춰주는 빛이 간절한 사람이었다. 모네는 부질없이 사라지고 마는, 끊임없이 달아나는 빛을 붙잡고 싶어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말년의 모네는 절망적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두 명이나 먼저 떠나보냈고, 유일한 혈육인 아들의 건강마저 좋지 않았다. 아폴론 신은 빛과 태양의 약동을 관장하고, 시와 음악을 사랑했다. 아마도 신은 빛을 모조리 그림에 담는 비범한 능력을 갖춘 지상의 화가에 질투심을 느꼈을 것이다. 폴 세잔이 격찬했다는 모네의 위대한 눈은 백내장에 손상되고 말았다. 그러나 모네는 정원에게서 위로와 희망을 찾으려고 했다. 그는 하얀 캔버스에 옮긴 빛의 아우라에 영원성을 부여했다. 시력이 많이 약해진 이후로 색채에 대한 감각도 변했다. 모네의 수련 그림은 점점 더 추상으로 다가갔다. 이 시기에 그린 지베르니의 연못 풍경은 형상이 거의 사라진 채 색채와 터치만 남아 불꽃이 일렁이는 듯한 에너지로 꽉 차 있다.

 

 

 

     

수련은 모네가 평생 추구한 빛과 색채의 철학을 집약한 마지막 정화다. 그는 하늘과 주변 풍경이 잠긴 거울 같은 물 위에 무리 지어 뜬 채 빛과 대기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수련에 매혹됐다. 그것은 빛과 물, 대기의 흐름을 끈질기게 탐구해온 그에게 최상의 소재가 됐다. 지베르니 정원은 깊은 슬픔에 빠지지 않기 위한 수단이자 예술가로서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모네의 유일한 안식처다. 말년에 그려진 모네의 그림에서는 사람보다 정원 풍경이 더 많다. 자연을 향한 애정과 빛을 향한 열정이 모네를 거장의 반열에 올렸다. “날씨가 참 좋군요. 먼저 정원을 둘러보겠소?” 정원을 찾아오는 손님에게 하는 모네의 첫인사말이다. 이제는 빛의 안내자의 부드러운 인사도, 화초를 심는 늙은 화가의 애틋한 모습은 없다. 그가 일평생 화폭에 옮기려고 애쓴 빛의 마술이 찡하게 느껴진다. 지금도 정원의 빛은 먼지가 되어 공중 분해된다. 그렇지만 모네의 그림 속에 있는 빛은 푸른 불꽃이 되어 내뿜고 있다.

 

 

초판 1쇄의 230쪽에 모네의 딸 마르테 오슈데 버틀러의 생몰 연도가 잘못 나왔다. 버틀러의 출생연도가 ‘864’로 되어 있다. 숫자 1이 빠졌다.

 

그림 이미지는 위키아트(http://www.wikiart.org/)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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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7-1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네가 소실점과 입체감을 무시한 평면적 그림의 선구자라고 하던데요. 그림을 봐선 당최 모르겠습니다. ㅠㅠ

syo 2016-07-18 21:15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화가는 아마 마네일거에요^^

북다이제스터 2016-07-18 22:1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마네입니다. 제가 좀... ㅠㅠ

syo 2016-07-18 22:20   좋아요 2 | URL
마네의 ˝올랭피아˝하고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비교하면 궁금하신 부분에 대한 답을 얻으실수 있으실거같아요. 그 두개 비교해주는 책이 많더라구요ㅎㅎ

북다이제스터 2016-07-18 22:28   좋아요 0 | URL
정말 진짜 감사합니다. 티치아노 그림은 퍼득 떠오르지 않네요. 꼭 찾아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yureka01 2016-07-18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진 찍기 전엔 모네 그림을 이해 못했죠..
그런데 빛에 따라 변하는 그의 그림스타일이
놀랍더군요.

cyrus 2016-07-19 16:51   좋아요 0 | URL
예전에 서울에 열린 인상파 그림 전시회에 가서 직접 그림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책으로 보는 것과 완전히 느낌이 달랐습니다. ^^

표맥(漂麥) 2016-07-1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베르니 정원길을 보니 문득 <검은 수련>이 떠 오릅니다. 아무 것도 읽기 싫을 때 한번 읽어 보시길... 모네의 지베르니 마을이 무대입니다...^^

cyrus 2016-07-19 16:52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 ^^

프레이야 2016-07-19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었던 지베르니 수련이 핀 정원과 연못을 보고 와서 더욱 감회가 ^^
책 담아갑니다. 무더위도 즐거이 누리시길요 ^^

cyrus 2016-07-19 16:54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프레이야님. 잘 지내시죠? 프레이야님도 건강 조심하시고, 7월 마지막 여름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