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책 나누기 행복 더하기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어제 대구 낮 온도가 27도까지 오를 정도로 더웠습니다.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았습니다. 행사는 1시 30분부터 시작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서 10분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너무 일찍 와버렸습니다. 도서 교환전이 2시 40분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 동안 공원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기는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알라딘 서점에 가서 책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정말 책 구경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책이 보이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지갑을 엽니다. 

 

 

 

 

 

 


한 달 전 마립간님의 서재 블로그에서 봤던 책을 샀습니다. 폴 나먼의 《허수 이야기》라는 책입니다. 마립간님이 알라딘에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 책으로 이 《허수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입니다. 《허수 이야기》가 없는 책으로 나옵니다. 책 상태가 좋았고, 가격이 반값이라서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책 내용이 무척 어려워 보였습니다. 고등학생 때 배운 수학 내용을 다 잊은 상태라서 허수의 개념 자체를 몰랐습니다. 책을 펼치면 눈이 어질합니다. 화려하면서도 난해한 수학 공식이 많습니다. 목차를 보면서 《허수 이야기》가 쉬운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목차의 부제가 마치 수학 논문 제목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2시 40분에 맞춰서 다시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교환전 시작하기 10분 전에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천막이 세워진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일반도서, 아동도서, 원서, 과월호 잡지, 사전류 등의 책들이 기다란 탁자 위에 놓여있습니다. 책의 절반은 남산 다락골 작은 도서관에 보관되었던 책입니다. 책에 도서관 직인과 분류번호 스티커가 그대로 있습니다. 나머지 책은 사람들이 집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집에 있던 책(권수 무제한)을 가져오기만 하면 행사 관계자가 도서 교환권을 줍니다. 이 교환권만 있으면 3권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역시 일반도서가 있는 탁자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서 있었습니다. 저는 정신 바짝 차리고 눈에 힘을 주면서 책 제목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책 내부 상태도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교환권을 접수하는 곳에서 이미 불량 상태의 책이 있는지 확인했을 겁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파손되거나 낙서가 있는 책이 간혹 있습니다. 내년에 있을 도서 교환전에 가고 싶은 분이라면 이 점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책이 세 권이라는 점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가져가고 싶은 책이 일곱, 여덟 권 있었어요. 어떤 책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을 빨리했습니다. 너무 생각이 많아지면 마음속에 콕 찍어둔 책을 다른 사람이 가져갑니다. ‘뿌리깊은나무’에서 나온 《한국의 발견》 시리즈를 만났습니다. 어제 처음 봤습니다. 11권 모두 탁자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헌책방에 가면 낱권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질을 보는 기회가 잘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귀한 책을 다 가져갈 수 없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잠시 책 고르는 일을 멈추어 사진만 봤습니다. 출간연도가 오래된 도서관 장서치고는 보존 상태가 훌륭했습니다.

 

 

 

 

 

 

천막 아래서 책을 열심히 고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행사장 중앙에는 독서골든벨 같은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행사 진행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크고 우렁찬지 책 고르는 데 방해가 되었습니다. 눈으로 책을 고르고 있을 때 귀가 독서골든벨 문제를 들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부모와 자녀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행사도 있었습니다. 땡볕이 뜨거웠을 만한데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세 권의 책을 고르는 데 한 시간 남짓 소요했습니다. 조용한 헌책방에서 책 찾을 때보다 더 피로감이 몰렸습니다. 책을 다 고르면 행사 자원봉사자들에게 교환권을 주고 천막 밖으로 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교환권을 받는 일을 맡은 자원봉사자가 사람들이 가져가는 책 권수를 확인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못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 세 권 이상은 가져갔습니다. 솔직히 어제 저도 책 욕심이 생겨서 꼼수를 써볼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교환전에 책을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교환전에 갈 때 가족이나 친구를 동행하세요.

 

 

 

 

 

 

행사 참여를 위해 접수하면, 도서 교환권뿐만 아니라 상품과 기념품으로 교환하는 응모권도 받을 수 있습니다. ‘행운의 다트게임’이라는 소소한 이벤트도 열렸습니다. 다트판에 비누, 치약, 초콜릿, 여행용품 등 상품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갖고 싶은 상품이 적힌 곳에 다트를 던지면 됩니다. 저는 치약을 받았습니다.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던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품을 받으려고 행사에 온 것이 아니라서 결과를 번복하지 않았습니다.

 

 

 

 

 

김영하 작가 사인회가 4시부터 시작했습니다. 30여 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레크리에이션 행사를 구경하다가 김영하 씨가 사인회가 진행하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사인회가 곧 시작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저도 얼른 사인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는 2등으로 사인을 받았습니다. 행사 진행자가 작가 사인회 시작을 알리니까 아이들이 우르르 사인회 장소로 달려갔습니다. 한 줄로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제 뒤쪽에 인기척이 느껴 져서 살짝 뒤를 돌아봤습니다. 유치원생 혹은 초등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더군요. 이 아이들은 김영하 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을까요?

 

 

 

 

 

 

어제 제가 가져온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소피스트적 논박》, 앙리 마스페로의 《불사의 추구》, 아이작 아시모프의 《바이센테이널맨》입니다. 《소피스트적 논박》은 도서관에 있던 책입니다. 완전 새 책 같았습니다. 돈 한 푼 안 내고 정가 2만 원의 책을 얻었습니다. 앙리 마스페로는 프랑스의 동양사학자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이집트 고고학자입니다. 앙리 마스페로는 고대 중국사, 베트남사, 중국 도교 연구 등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에 《고대 중국》, 《도교》라는 제목의 저서도 소개되었으나 《불사의 추구》와 함께 모두 절판되었습니다. 《불사의 추구》는 다양한 중국 도교 수련법을 소개하고 정리한 책입니다. 무협소설에서 볼 법한 수련법이 언급됩니다. 신선술(神仙術), 장생술(長生術), 연단술(鍊丹術), 그리고 방중술(房中術)도 나옵니다. 《바이센테이널맨》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원제는 ‘이백 살을 산 사람’입니다. 1976년에 발표된 중편소설입니다. 이 소설로 그해 아시모프는 SF 작가의 노벨상 격인 휴고 상을 받았습니다. 1992년에 로버트 실버버그와 함께 중편소설을 개작하여 장편소설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장편소설 제목은 ‘양전자 인간’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아시모프의 유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이센테이널맨》은 1995년에 《양자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첫 선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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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4-2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보력이 만만치 않으시네요. 이게 다 책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할 테죠 ? 후후..

cyrus 2016-04-25 14:45   좋아요 0 | URL
저보다 책 좋아하는 분들이 남긴 서평이나 블로그 글을 읽는 일이 좋다 보니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

stella.K 2016-04-23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도 오늘 청계광장에서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하필 날씨가 안 도와주는 것 같다.
미세먼지에 황사라니. 왜 오늘 같은 날 그런 최악의...
물론 난 날씨가 좋았어도 안 갔겠지만...

김영하는 계속 한국에 있는가 보다. 몇년 간 독일인가 어디에 있을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ㅋ

cyrus 2016-04-25 14:50   좋아요 0 | URL
여기 행사장 바로 옆에 공공도서관이 있어요. 사인회가 끝난 뒤에 작가 강연이 도서관 강당에 열렸어요. 강연까지 듣고 싶었는데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사인 받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

yureka01 2016-04-2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기회가 와도 업무시간이니 못가니 아쉬웠어요..^^...

cyrus 2016-04-25 14:51   좋아요 0 | URL
행사장에 아이들이 많이 왔습니다. ^^

yamoo 2016-04-23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에서도 이런 행사를 하는군요! 작년에 서서울공원에서 비슷한 행사를 한 적이 있지요. 서울 쪽은 권수 제한이 없고, 있더라도 5권 정도가 책바꿔가기 장터의 제한 권수지요. 지난 주에는 제가 자주가는 도서관에서 도서관 책을 나눔하는 행사를 했습니다. 권당 5권씩 받아갈 수 있는 행사였죠. 알바생이 휴대폰에 정신줄을 놓고 있어 사람들이 6-7권씩 마구 가저가더이다. 저도 7권 가지고 왔지요..ㅋㅋ

근데, 소피스트 논박은 제대로 건지셨네요!ㅎㅎ

cyrus 2016-04-25 14:56   좋아요 0 | URL
그 날 책 욕심을 부렸어야했군요. 지금도 생각하면 몇 권 더 챙기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도서관에 오래된 책들을 따로 보관하는 장소가 있어요. 안 그래도 보관 공간도 마땅치 않을 텐데 시민들을 위해서 책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사는 곳에 거리가 가까운 도서관은 몇 년째 과월호 잡지만 주고 있습니다. ^^

페크pek0501 2016-04-2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세 권을 고르는 데 한 시간이나 걸리셨다니 신중하셨군요. 저도 구입할 책을 고를 때면 무척 신중해지더군요. 다 구입할 순 없는데, 몇 권만 사야 하는데 살 게 많을 때 정말 고민이 됩니다.

중고서점이나 도서 교환 행사를 활성화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저도 가까이에 그런 행사가 있다면 가 보고 싶군요. 책 구경은 늘 즐거우니까요...

cyrus 2016-04-25 14:59   좋아요 0 | URL
책값이 부담스러워서 중고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났어요. 도서 교환전이 많아지면 알뜰하게 책을 사려는 사람들이 매우 좋아할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