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돈주앙 : 일만 일천 개의 채찍 - 밤의 문학 4 밤의 문학 4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 예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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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퀴한 쌈마이 냄새가 나는 괴작 도서를 소개하는 데 내용을 길게 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달 중순에 괴작 도서 두 번째로 아폴리네르의 포르노 소설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을 소개했다. 서평을 다시 읽어보니까 부끄러움이 내 얼굴에 밀려왔다. 책의 줄거리 설명에 치중하는 바람에 성적 표현이 많이 나오고 말았다. 알라딘에 검열 제도가 있었다면 내 글은 강제로 비공개로 설정되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괴작 도서를 독자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된다. 왜냐하면, 이 책도 포르노 소설이다. 글쓴이는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을 쓴 작가이다. 아폴리네르. 그의 대표 시 ‘미라보 다리’가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그의 포르노 소설들은 영원히 무명작가의 삼류 소설로 남았을 것이다. 아폴리네르의 명성 덕분에 포르노 소설들은 불쏘시개가 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아폴리네르는 무명 시절 익명으로 포르노 소설을 펴냈는데, 그 두 권의 작품이 바로 《소년 돈 주앙의 회상》과 《일만 일천 개의 채찍》이다. 이 두 작품은 1907년에서 1910년 사이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두 작품은 발표된 지 60여 년이 지나서야 아폴리네르의 이름으로 세상에 다시 공개되었다. 그리고 1993년 플레이야드판 아폴리네르 전집에 포함되었다. 두 작품의 플롯은 단조롭다. 하드코어 포르노비디오의 플롯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섹스에 환장한 남자 주인공이 엽기적인 방식으로 쾌락을 탐닉한다.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의 돈 주앙은 벌써 어린 나이에 성의 세계를 알아버려 몸으로 실천하는 귀족이다. 《일만 일천 개의 채찍》의 주인공 모니 비베스퀴는 터키 왕가의 피가 흐르는 왕족이다. 이 두 작품은 성귀수 씨가 처음 번역했다. (당시 제목은 ‘일만 일천 개의 채찍질’, ‘어린 동쥬앙의 무용담’으로 두 작품 모두 한 권의 책에 수록되었다) 아폴리네르 연구로 학위를 받은 황현산 교수도 하지 못한 일을 성 씨가 했다. 성 씨는 입에 담기 힘든 성적 표현을 아주 적나라하게 옮겼다. 성 씨의 번역본이 절판되어 한동안 구하기 힘든 책이 될 줄 알았건만 예문출판사의 ‘밤의 문학’ 시리즈로 부활했다. 그런데 출판사(혹은 번역자)는 악명 높은 두 작품을 단행본으로 공개하는 것에 부담이 있었던가 보다. 두 작품 모두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래서 ‘밤의 문학’ 시리즈로 나온 단행본은 에밀 졸라의 《나나》와 알퐁스 도데의 《사포》, 단 두 권뿐이다. 전자잭도 시리즈에 포함하면 총 네 권의 작품을 소개했다.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은 ‘밤의 문학’ 세 번째 작품, 《일만 일천 개의 채찍》는 ‘밤의 문학’ 네 번째 작품이다. 번역자는 이 두 작품을 돈 주앙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처럼 번역했다. 예문출판사의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을 읽어보면 원래 주인공 이름인 비베스퀴가 아닌 돈 주앙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만 일천 개의 채찍》도 《소년 돈 주앙의 회상》만큼이나 황당하면서도 정상적이지 않은 장면이 줄줄이 나온다. 모비 비베스퀴도 소년 돈 주앙처럼 이성의 족쇄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음란한 주인공이다. 《일만 일천 개의 채찍》의 명장면(이라 쓰고, ‘충격과 공포’라고 말한다)은 스너프 필름에 나올 법한 대단히 충격적인 묘사다. 비베스퀴는 자신의 하인을 대동하고 루마니아의 수도로 향하는 특급 열차에 탑승한다. 그들은 열차 안에서 유명 여배우와 하녀를 우연히 만난다. 야동도 남녀 주인공이 한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된다. 네 사람은 침대칸으로 모여 서로의 몸을 탐한다. 아폴리네르는 알퐁스 알레라는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여 이제 곧 펼쳐지게 될 광란의 축제를 암시한다.

 

 

기차는 기분 좋게 덜컹거리고 우리네 골수(骨髓)까지 욕망은 밀려오네.

 

(성귀수 번역, 《일만 일천 개의 채찍》 62쪽)

 

 

 

※ 성적 묘사, 잔인한 표현이 있습니다. (북플로 접속하면 글이 보입니다)

이 글을 보면, 시인이라고 생각했던 아폴리네르가 성인(性人)으로 보일 겁니다. 시인 아폴리네르를 기억하고 싶은 분은 이 글을 읽지 않았으면 합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베스퀴, 그의 하인 그리고 여배우의 하녀가 쓰리섬을 하면서 쾌락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하녀의 몸은 경직되어 꿈쩍하지 않는다. 하인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하녀의 목을 졸라 죽이고 만 것이다. 이들의 엽기적인 행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쾌락의 흥분을 억제하지 못해 하녀의 시체를 훼손한다. 하인은 죽은 하녀의 시체로 시간(屍姦)을 한다. 하인은 하녀의 음부에 손을 집어넣어 창자를 끄집어낸다. 선혈이 묻힌 창자를 보고 흥분한 하인은 토악질하는 동시에 사정을 한다. 아직도 정력이 남아 있는지 하인의 남근은 여배우의 몸을 노린다. 비베스퀴와 여배우의 성행위가 끝나자마자 하인은 인간이라면 해선 안 될 몹쓸 짓을 저지른다. 하인은 누워 있는 여배우의 얼굴 위에 배설하고 칼로 그녀의 배를 난도질한다. 이 장면을 목격한 비베스퀴는 경악하지만, 그 역시 쾌락에 미쳐 제정신이 아니다. 그 역시 숨통이 끊어진 여배우의 시체를 시간한다. 두 사람은 애액, 대변, 토사물 냄새로 가득한 침대칸을 얼른 떠난다.  

 

펼친 부분 접기 ▲

 

 

이 소설의 결말도 엽기적이다. 비베스퀴는 죽는다.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어떻게 죽게 되는지 설명은 생략한다. 주인공의 잔인한 최후를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까. 결말의 힌트는 소설 제목에 있다. 일만 일천 개의 채찍질. 결말이 궁금한 독자는 전자책을 읽어보시라. 단, 극악무도한 성행위와 가학 행위 묘사를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아폴리네르의 친구인 피카소는 《일만 일천 개의 채찍》이 자신이 읽은 문학작품 중 최고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여기서 괴작의 조건 하나. 비범한 천재의 눈에는 괴작이 명작으로 보인다) 그의 바람기를 생각하면 포르노 소설을 극찬하는 피카소가 이해된다. 그렇지만 여성을 포악스러운 남성의 성행위에 잔인하게 짓이겨진 존재로 묘사한 점은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 번역가 조은섭 씨는 아폴리네르의 변태적 성묘사가 남성의 무자비한 성욕에 희생당한 여성의 위치를 역설적으로 부각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조은섭 《포도주, 해시시 그리고 섹스》, 2003년). 그러나 필자는 후자의 해석에 반대한다. 궁핍한 생활을 했던 무명의 아폴리네르가 그런 해석을 의도하면서 포르노 소설을 썼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 당시에 자극적인 묘사로 가득한 삼류 포르노 소설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당장 먹고 살길이 급급했던 아폴리네르도 돈이 되는 포르노 소설을 써냈을 것이다. 아폴리네르는 제대로 된 시와 소설을 쓰면서 성공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어린 시절 귀족 문화에 익숙했던 아폴리네르는 돈과 명예를 가지게 되면서부터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생활에 취했다. 아폴리네르도 여러 명의 여자를 만났지만, 비베스퀴나 어린 돈 주앙처럼 괴랄한 성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폭식이 심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음식을 먹고 나서 배가 부르면 화장실로 향하는데, 무조건 최고급 호텔의 화장실을 이용했다. 게걸스럽게 먹고 고급스러운 배설의 반복. 아폴리네르는 삶의 즐거움을 남근이 아닌 입으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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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북플에는 드래그 부분이 나오는 것 같아요^^;;;

cyrus 2015-12-29 22:50   좋아요 1 | URL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원래 `펼치기` 기능으로 설정하여 작성했는데, 업로드하니까 `펼치기` 기능이 되지 않았어요. 전부터 글을 작성하면 `펼치기` 기능 설정이 되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드래그 설정을 했는데 북플에는 글자가 보이는군요... 허무하네요. ^^;;

akardo 2015-12-29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괴랄한데요. ㅎㅎ; 작가들의 무명시절 흑역사를 파보면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참 아폴리네르는 사드작품 선집도 냈었다는군요. 그런 거 보면 저 소설들도 그냥 돈 때문에 썼다기 보다 그런 쪽에 나름 관심이 많았던 거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

cyrus 2015-12-30 10:26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사드를 재평가한 사람이 아폴리네르입니다. 아폴리네르뿐만 아니라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초현실주의자들은 사드처럼 이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자유분방함을 선호했어요.

2015-12-29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다 2015-12-30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븅신.... 늬들이 문학을 알아 제정신이 있어?


cyrus 2015-12-30 10:30   좋아요 1 | URL
초면에, 그것도 비회원 계정으로 들어와서 반말하지 마. 븅신아, 너는 내 글을 제대로 읽어 봤냐? 눈은 있어?


2015-12-30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맥(漂麥) 2015-12-3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웃~ 므흣한 주제를 이렇게 다룰 수 있다는 것... 예사 내공이 아니면 어려운 일... cyrus님을 응원합니다.
새해, 항상 뜻한 바 이루는 한 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cyrus 2015-12-30 20:22   좋아요 0 | URL
과도한 표현이 나오지 않도록 자제하면서 썼을 뿐입니다. 저는 특별한 내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ㅎㅎㅎ 표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작 소개 코너가 제일 재미있습니다. 과랄한 괴작 자주 소개해주십시오....

cyrus 2015-12-30 20:22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괴작에 어울릴만한 책이 보이지 않네요.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겠습니다. ^^

서니데이 2015-12-30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 문학수첩에서 나온 책이네요. 문학수첩은 어쩐지 해리포터가 생각이 나서^^;
cyrus님, 추운 날이지만 좋은 저녁 되세요.^^

cyrus 2015-12-30 21:15   좋아요 1 | URL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이 나오고 거의 두 달 뒤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출간되었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