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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 대한민국 네티즌이 열광한 KBS 화제의 칼럼!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 주변에는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거시경제를 분석한다는 경제학자부터 증권투자 전문가는 물론 부동산 전문가라며 나서는 사람들이 넘치고 있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우리 살림은 왜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한숨만 나온다. 혹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물가, 환율, 주식, 부동산 등 경제가 다양하게 맞물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대부분 사람들의 판단력을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외환위기로 우리나라가 어두운 절망의 터널 속에서 헤매던 1997년, 이 암울한 상황을 오히려 축복이라고 주장하는 경제 전문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 외환위기가 스스로 치유능력을 상실한 한국 경제를 한꺼번에 뜯어고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봤다.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기 열풍에 휩싸여 폭등하는 땅값과 집값은 서민생존을 위협하고, 경제를 피폐화하는 원인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에 벗어난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국가적 재앙을 감내해서라도 고삐를 잡고자 했던 부동산은 어떻게 되었는가. 외환위기 탈출 이후 경제가 회복세로 들어서면서 국민의 실질 소득이 증가했고, 한때 급락했던 집값도 다시 상승했다. 강남권의 전셋값은 강북권보다 오름폭이 두 배 이상 커졌고, 전셋값이 폭등할수록 중산·서민층의 경제적 여건을 급속히 악화시킨다. 과도한 빚을 내면서까지 무리하게 부동산에 투자하고, 집값 상승을 낙관적으로 믿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선택이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 못 해 서울을 빠져나가는 인구가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 한다.
경제파탄의 비극이 점점 다가오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왜 부동산 투기와 폭등세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일까. 그 대답은 부동산이 경기를 띄우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기 때문이다. 건설경기의 미세한 변화도 즉각적으로 내수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버린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폐해 또한 막대하지만, 정책 당국자들에게는 당장 먹기에는 역시 단 곶감이 먼저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10년 장기불황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1990년대 초반 일본경제의 복사판이다. 지금의 위기는 일시적으로 경제성장률이 2~3%대로 추락하는 문제가 아니다. 성장잠재력이 소진되고 경제규율이 붕괴하는 경제 시스템이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경제 시스템의 위기를 경기순환상 문제로 안이하게 대처, 장기불황을 좌초했던 전철을 우리나라가 재현할 조짐을 보인다.
일본 정부는 1992년 부동산 버블붕괴 후유증으로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지만, 근본적인 구조조정보다 손쉬운 단기부양으로 일관, 부실을 오히려 키웠다. 일본 대장성은 공적자금 투입을 단념했고 대신 123조 엔이 넘는 경기부양책에 매달렸다. 우리나라 정부도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문제가 외환위기를 초래했지만, 환란극복의 샴페인을 생각보다 빨리 터뜨리면서 장기 계획 없이 정책을 수행했다.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했다는 업적에 대한집착이 1998년 말 이후 부동산 규제 장치들을 한꺼번에 무장 해제하면서 화를 불렀다. 한 달 사이에 몇 천만 원씩 뛰는 강남의 집값을 보면서 많은 사람은 “큰돈 벌기 쉬운 부동산”임을 절감한다. 부동산경기가 과열되어 투기가 발생해 사회문제로 번지면 역대 정부들은 그때마다 대증요법으로 화급하게 대책을 수립해서 밀어붙이는 식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부동산 경기는 과열 아니면 장기침체라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우리는 국민총생산(GNP)이 당연히 국민소득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경제원리가 함축되어 있다. 우리가 생산한 만큼이 바로 우리 소득이라는 것이다. 선진국 국민의 평균 소득이 우리의 2~3배가 되는 것은 바로 그 나라 국민이 같은 시간 일을 해도 우리보다 2~3배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국민이 잘살게 되는 것은 그 나라 국민이 얼마나 부지런하게 생산적으로 일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나라 국민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생산적인가는 그 나라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근로의식보다는 그 나라의 경제제도와 정책에 달려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장기침체되는 가운데 시중의 넘치는 돈이 부동산 쪽으로 몰려 거품이 커지고 있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성장을 주도해온 수출의 취업유발계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고, 일자리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투자가 부진해 투자의 고용창출력도 악화하고 있다. 성장잠재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소비나 건설투자, 부동산 경기 등에 의존해 경제를 지탱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옛날과 달리 성장을 해도 고용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 감세·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을 통해 고성장을 달성하면 고용은 자연스럽게 창출된다는, 이른바 ‘트리클다운 효과’(낙수효과)는 성장 우선주의가 만들어 낸 신기루에 불과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이 효과의 허위가 증명되기 시작했고,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그 효과는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 정부정책의 근본 마음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KBS 경제전문기자 박종훈은 기업 투자가 성장을 촉진할거라고 믿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절대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대담한 경제 전략을 제안한다. 정부가 돈을 풀어야 할 대상은 재벌이 아니라 일자리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 특히 청년들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법인세 감세, 투자세액공제 등을 통해 대기업에 대규모 지원을 해줬지만, 대기업들은 오히려 고용을 계속 줄이고 있다. 이제는 그 돈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주고, 구직자와 실업자를 위한 고용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성장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고용 중심주의’ 정책을 얼마나 힘 있게 추진해 나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 이 문제는 다음 대선 혹은 총선을 앞두고 우리 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치적 위기를 포퓰리즘으로 돌파하려는 의도로 내세우는 정책은 곤란하다. 경제문제는 하고 싶은 것 다 못 하고, 가지고 싶은 것 다 못 가진다는 물질적 제약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지와 구호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의지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는 생존기반을 확보하느냐 잃어버리느냐의 칼날 위에 서 있다. 국민은 투표권으로 한국경제의 생존기반을 확보하는 정책을 지지할 수 있다. 박 기자의 칼럼을 읽는 기성세대는 그의 제안들을 보면서 ‘맞다, 맞아!’라고 감탄만 하지 마시라. 만약에 박 기자의 제안이 공약으로 제대로 나온다면 지지하는 마음을 표심으로 보여주시라. 누가 정말 우리를 더 잘살게 해 줄 수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