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을 제외하면 등교를 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스쿨버스가 오는 정류장이랑 거리가 많이 멀지 않을 정도라서 10분만 걸어도 금방 갈 수 있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아침 8~9시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일찍 줄을 서지 않으면 버스 안에 탈 수 없게 된다. 앉을 자리가 없다. 좌석이 없으면 시내버스 타듯이 서서 가도 괜찮지만 학생들을 위한 안전운행을 위해서 몇 년 전부터 버스 안에 서서 갈 수 없게 되었다. 두 대의 버스가 오는데 앉을 자리가 없으면 스쿨버스에 탑승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앉으면서 편안하게 등교를 하기 위해서는 일찍 집에 나서는 것뿐이다.

 

내가 타야 할 스쿨버스는 8시에 출발한다. 버스가 정확하게 7시 55분에 정차데 아침 식사하고, 씻고, 학교 갈 준비를 다 하고 집을 나서게 되면 항상 7시 25분쯤에 정류장에 도착한다. 어찌 보면 너무 일찍 온 감은 있지만 날씨가 풀리고 있는 요즘, 상쾌한 아침 공기를 피부로 느끼는 것도 이제는 시원하기만 하다.

 

스쿨버스를 기다리게 되면 꼭 서서 기다려야 할 필요는 없다. 일단 정류장에 오면 먼저 자신의 소지품을 꺼낸다. 그리고 소지품을 길바닥에 놔둔다. 자신의 소지품을 길바닥에 놔두는 이유는 자신이 '버스를 타기 위해서 먼저 줄을 서서 기다린다'라는 무언의 표시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정류장 근처 벤치에 앉아서 여유롭게 버스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일찍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의 소지품을 길바닥에 놔두고 벤치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렸다. 원래 정류장에 오면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지 않는 편이다. 몸과 정신이 워낙에 아무 것도 안한 채 가만히 있는 것을 원초적으로 싫어해서 그냥 정류장 주변을 혼자서 걸어다닌다. 가끔 자판기에서 뽑은, 조금은 맛이 없는 싸구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하지만 오늘따라 벤치에 앉고 싶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냥 서 있는 것만 해도 뻘줌했다. 그래서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벤치에 골라 앉았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앉고 있는 벤치 양쪽에 역시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커플들이 앉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은 없었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이상하게도 내가 처하고 있는 상황이 무척 묘했다. 그저 벤치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양쪽 벤치의 커플들이 꺄르르 웃으면서 대화를 주고 받는 닭살 행위를 보고 있자니, 아침부터 속이 오글거리기 시작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문득 생각해보니 중, 고등학생 시절 동안 친구나 여자친구와 함께 등교를 해 본 적이 많이 없었다. 수업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는 집에 가는 방향이 비슷한 친구들과는 동행은 많이 했지만 정작 등교할 때는 친구 한 명이라도 같이 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은 그렇게 쌀쌀하지는 않았는데 막상 그런 생각이 들게 되자 옆구리가 시려오기 시작했다.

 

양쪽 커플들 사이에 떡 하니 혼자 앉아 있는 게 너무 뻘줌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시늉을 했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정말 뻘쭘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버릇처럼 대부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쓸쓸한 상황을 요즘 하는 재미에 푹 빠진 카카오스토리에 짤막한 글을 남겼다.

 

 

  스쿨버스 기다리는 중,,,

  아무도 앉지 않은 벤치에 앉았는데

  어느새 내 양쪽에 커플들 앉았음  (ㄱ-)

  양 사이드에 닭살 행위를 보고 있자니

  아침부터 속이 오글거리면서도 쪼금은 부럽네ㅜㅜ

  ...   부러우면 지는거다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남긴 지 10분이 지난 뒤에 누가 내 글에 답글을 남겼다. 답글을 남긴 사람이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 댓글을 확인했는데 알고 보니 보낸 사람이 평소에 내가 존경하고 있는 교수님(!)이었다. 교수님이 남긴 댓글은 간단명료했다.

 

 

 마쉬멜로우를 떠올려라.

 

 

 

'마쉬멜로우...?  이게 무슨 뜻이지?'

 

나는 교수님의 댓글을 보자마자 댓글 내용이 궁금해졌다. 왜 마쉬멜로우를 떠올려라고 하는지 교수님의 댓글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버스 타는 내내 '마쉬멜로우'의 의미를 생각했다. 원래 버스를 타게 되면 단잠을 자는 편이다. 학교에 도착하는 데 35분 밖에 안 걸리지만 앉은 상태에서 버스를 타게 되면 잠이 온다. 그런데 나는 잠을 뒤로한 채 마쉬멜로우, 이 한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만 했다.

 

마쉬멜로우와 관련해서 떠오른 게, 예전에 '마쉬멜로우'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른 귀여운 여가수 아이유 그리고 초코파이 안에 있는 하얀 마쉬멜로우, 고작 이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교수님의 댓글의 의미가 너무나도 궁금했는데 정작 나의 상황에 어울리는 답이 떠올려지지 않았다.

 

그러자 교수님의 스토리에 답글을 남겼다.

 

 

 교수님, 제 스토리에 남긴 댓글에 '마쉬멜로우'가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얼마 안 되어 이 질문에 대한 답글이 달렸다. 마쉬멜로우의 의미를 알려주셨는데, 너무나도 기가 막힌 댓글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교수님이 말한 '마쉬멜로우'의 의미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쭉 써내려가고 싶었지만 지금 글을 길게 쓸 시간적 여유가 없다. 오늘 수업한 내용, 복습해야 한다.  

 

 

오랜만에 책 선물 이벤트를 해보려고 한다. 정답을 정확하게 맞추거나, 또는 내가 알고 있는 정답에 근접한 한 분에게 책 선물을 드리겠다. 본인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비밀댓글 안 됨!)로 남기면 된다. 사실 마음 같으면 두 세 분에게 책 선물 하고 싶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마일리지가 많지 않다. 두 분까지 책 선물을 하게 된다면 내가 쓸 수 있는 마일리지가 없다... ^^;;

 

퀴즈가 좀 어려울 수 있겠다. 창의적인 생각이 요구된다.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는 실마리를 언급하자면, 마쉬멜로우의 특성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마쉬멜로우는 달다.' 

 

댓글을 달 수 있는 마감시간은 밤 12시까지다. 머리가 아파오는 문제이지만 면접관이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이것도 나름 두뇌 트레이닝이다.

 

정답은 밤 12시 이후 이 글의 먼댓글 형식으로 올리겠다. 근접한 답이 없다거나 댓글이 없으면 그냥 책 선물은 없는 걸로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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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내 질문의 답글을 이렇게 다셨다. 답글 역시 참으로 간단명료하다.

 

 

 지금 단 것을 좋아하면 나중에 쓴 맛을 본다는 교훈!

 

 

 

결국 교수님은 나에게 재치 있는 위로를 해주신 것이었다. 마쉬멜로우가 저런 상황에서 비유를 할 수 있다니..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뭐,, 교수님 말씀도 옳다지만 한 번도 연애 경험이 전무한 나로써는 한 번쯤 단 것도 맛 봐야할텐데,,  이건 뭐,,, 교수님의 비유에만 감탄만 했을 뿐, 정작 큰 위로가 되지 못하고 말았다.

 

 

 

P.S> 그런데 막상 글로 써보니깐, 임팩트가 없어 보인다. 처음에 교수님 댓글이 엄청 멋있어 보였는데 내가 글로 옮겨 써서 그런지 그 때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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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03-28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마쉬멜로우라..마쉬멜로우가 먹을 때는 달아서 좋긴하지만, 칼로리가 꽤 세죠. 그러니 마쉬멜로우를 많이 먹으면, 그만큼 살찔 각오도 해야할거고, 많이먹으면 다이어트도 필요할거고..뭐 그러니 연애가 할 때는 달달하고 좋지만, 그만큼 책임져야할, 귀찮은 일도 많다, 그러니 부러워하지 말아라..뭐 그런 얘기 아닌가요? (하하..아님 말구요.)

cyrus 2012-03-29 00:20   좋아요 0 | URL
거의 정답에 가까운데요. 문제가 너무 쉬웠나요? ^^
전 마쉬멜로우 엄청 좋아하는데 저런 상황에 비유할 줄은 꿈에 몰랐어요.

일단 맥거핀님이 일등이시고 정답에 가까우니 책 선물 드릴께요,
제가 아는 서재 이웃분에게 책 선물을 줄 수 있어서 무처 기쁘네요 ^^

주소, 성함, 전화번호를 비밀답글로 남겨주세요 ^^


2012-03-29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30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1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3-28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건 지금 당장 하기보다 제일 나중으로 아껴두고 힘든 것부터 하는 것.
책 "마쉬멜로우 이야기"에서 말하는 것에 충실하게 해석하자면 그런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떤 뜻이었을까, 저도 궁금하네요.

cyrus 2012-03-29 00:25   좋아요 0 | URL
나인님 생각처럼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봐요. 연애도 하면 좋지만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 나중에는 큰 코 다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원래 한 분만 책 선물 드릴려고 했는데, 댓글을 맥거핀님과 나인님
딱 두 분만 다셨으니 나인님께서 안 받으시면 섭섭하실꺼 같아서
책 선물 드릴께요 ^^

성함, 주소, 전화번호를 비밀답글에 달아주세요 ^^

노이에자이트 2012-03-2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아이유 노래 중에서 마시멜로가 있는데...'달콤해서 나는 좋아 마시멜로 마시멜로' 하는 가사입니다.이 노래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cyrus 2012-03-29 00:2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마쉬멜로우 보자마자 제일 먼저 아이유가 떠올랐어요.
마지막에 아이유 마쉬멜로우 뮤직비디오를 올렸어야 했는데 생각을 못 했네요 ^^;;

다락방 2012-03-2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딱 아이유의 노래와 초코파이를 생각했는데, 그래서 아마도 지금 달게 먹어도 나중에 엄청 고생한다(왜 마쉬멜로우 먹고 찐 살은 지구를 일곱바퀴 반을 돌아도 안 빠진다는 말이 있잖습니까!)가 아닐까, 하고 댓글을 달 생각이었는데 하하, 끝났네요. 게다가 이미 정답자도 나왔구요! ㅎㅎ

cyrus 2012-03-29 20:06   좋아요 0 | URL
아쉽네요. 제가 마감시간을 적게 정하지 않았으면 다락방님도 행운이
찾아올 수 있었는데 말이죠 ^^;;

생각보다 마쉬멜로우가 은근히 칼로리가 많군요. 예전에 대형마트에 가면
봉지에 담은 마쉬멜로우를 사서 먹곤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좀 줄여야겠어요
ㅎㅎ

stella.K 2012-03-2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끝났잖아! 괜히 열심히 읽었네. 우이쉬!ㅋ
근데 저 사진은 뭐니?

cyrus 2012-03-29 20:08   좋아요 0 | URL
막상 써보니 이건 뭐,, 재미와 감동, 교훈이 없는 시시콜콜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

사진 속 남자 상황이 제가 어제 겪은 경험과 비슷해서 한 번
올려봤어요 ㅎㅎ

blanca 2012-03-2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남자가 cyrus님인 줄 알았어요. 교수님이 멋지시네요. 운치 있는 페이퍼예요.

cyrus 2012-03-29 23:33   좋아요 0 | URL
아쉽게도(?) 아니에요, 그런데 그 당시 상황이 사진이랑 비슷했어요 ^^;;


2012-03-30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