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알라딘 중고샵에서 조르조 데 키리코와 후안 미로의 그림들을 볼 수 있는 책을 구입했다. 요즘 관심 있는 미술사조가 초현실주의다. 르네 마그리트의 미술에 관한 책을 읽다가 거기에 '조르조 데 키리코'라는 화가의 미술에 대해서 궁금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정말 운이 좋다. 키리코의 미술을 알 수 있는 책이 국내에 딱 한 권이 있었다니. 키리코도 초현실주의 미술사조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유명한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피카소, 마그리트, 달리에 비해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아쉽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키리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마그리트도 키리코의 영향을 받은 화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마그리트의 그림들 중에는 데 키리코의 화풍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도 있다.

 

 

 

 

 

조르조 데 키리코 「사랑의 노래」 1914년

 

 

 

 

 

 

르네 마그리트  「기억」 1938년

 

 

 

 

 

 

 

 

 

 

 

 

 

 

 

 

 

 

 

마그리트는 키리코를 열렬히 추종할 정도로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키리코는 형이상학파의 양식을 구축함으로써 몽상적인 화풍을 구사하였다. 연관성 없는 대상물을 주관적으로 끼워맞춰 몽환적인 고독적 세계를 재구성하였는데 마그리트를 포함한 초현실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키리코와 마그리트, 이 두 사람은 화풍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과정도 닮은 점이 많았다.

 

 

 

 

 

 

 

조르조 데 키리코  「어린 아이의 머리」 1914년

 

 

 

 

 

 

 

르네 마그리트  「연인」 1928년

 

 

 

 

둘 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에서 비롯된 정신적 고통이 우울증을 유발하였다.

 

 

키리코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우울증으로 고생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평생동안 괴롭히는 트라우마가 되었고다. 마그리트는 키리코보다 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마그리트의 어머니는 얼굴에 하얀 천으로 덮힌 채 익사한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오늘날 마그리트 관련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자살이라고 보고 있다) 원인 모를 어머니의 죽음이 지울 수가 없는 기억의 상흔으로 남게 되어 우울증을 유발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으며 그러한 상흔의 표상은 하얀 천으로 얼굴을 덮힌 인물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둘 다 서로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배척당했으며 스스로도 그들과 관계를 단절했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정작 키리코는 자신의 화풍과 유사한 마그리트의 작품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고 한다. 그러한 면모는 마그리트에 보낸 키리코의 편지에서 알 수 있다.  

 

 

 친애하는 동료이자 선생님,

 

 귀하의 12월 31일자 친절한 편지에 대한 답신이 늦어진 데 대하여 사과드립니다. 저는 귀하의 흥미 있는 전시회를 보았고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귀하의 그림들은 '초현실주의 회화'로 널리 알려진 많은 그림들이 그러하듯이 재치가 있고 보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귀하께서 곧 로마로 오실 거라고 드 코르테 씨가 알려 주셨습니다. 그때 귀하를 개인적으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다하여.     

 

 

 - 수지 개블릭『르네 마그리트』시공아트, pp 77~78 -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편지에 볼 수 있겠지만 그 당시 마그리트와 키리코 그리고 초현실주의와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마그리트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을 것이다. 키리코의 답신이 늦은 것도 기분 나쁜 마당에 자신의 화풍을 스스로 교류를 거부했던 '초현실주의 회화'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키리코는 의도치 않게 마그리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아마도 키리코는 마그리트의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이러한 잘못된 이해는 마그리트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 된다고 볼 수 있다.

 

 

글의 내용이 갑자기 마그리트와 키리코 이야기로 잠깐 옆으로 새고 말았는데 중고샵에서 구입한 키리코와 후안 미로에 관한 미술 관련 도서가 예경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에서 나온 것임을 알 게 되었다. 요즘에는 마로니에북스, 시공아트, 한길아트 등 예술 전문 도서 출판사에서 유명 화가들의 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개론서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데 예경역시 지금도 꾸준히 책을 내고 있는 미술 관련 도서를 소개하는 출판사이며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는 아주 오래 전에 나온 미술도서 시리즈다. 1995년에서 1996년에서 출간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6, 17년 전에 나온 것이다.

 

 

 

 

 

 

 

 

 

 

 

                              

                  

 

 

 

 

'예경'이라는 출판사의 이름이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예경에서 나온 잘 알려진 미술 관련 도서가 E.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다. 책을 구입할 때 출판사에 대한 정보도 알아보는 편인데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판형 크기는 큰 편인데 일반 화보집의 크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주황색 커버를 벗긴 상태

 

 

 

 

 

 

 

 

 

 

 

 

 

 

 

하지만 이 시리즈는 그림만 있는 화보집이 아니다.

책의 초반부에는 화가의 생애와 미술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다.

 

 

 

 

책은 나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되면 대중들로부터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며 팔리지 않게 되면 품절 또는 절판을 맞게 된다. 예경의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도 그 중의 하나인데 지금까지도 많은 책을 쏟아내고 있는 출판사의 실정을 본다면 시리즈의 절판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알라딘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시리즈는 『조르조 데 키리코』와 『오스카 코코슈카』뿐이다. 나머지 프랜시스 베이컨,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바실리 칸딘스키, 살바도르 달리, 마그리트는 절판이다. 하필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읺은 화가 시리즈 두 권만 살아남았다. (오스카 코코슈카의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에 대해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정보는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의 아내와 교제했다는 사실이다. MBC '서프라이즈'에서 본 것 같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말러의 아내가 세기말 예술가들로부터 구혼을 받았을 정도로 예술가들의 '뮤즈'였다는데 자세한 내용은 따로 알아봐야겠다)

 

『호안 미로』같은 경우에는 정말 운이 좋게도 중고샵에서 건진 것이다. 회원 중고샵이 아닌 알라딘 중고샵에서.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절판된 책이 알라딘 중교샵에서 판매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리고 회원 중고가격이 좀 센 책도 있다. 그 책이 바로 『칸딘스키』와『마그리트』 인데 2만 원을 넘는 가격으로 책정되고 있다. 마그리트 관련 책을 모으고 싶은 나로써는 그저 군침만 흘리고 있다.

 

사실 절판된 화가의 시리즈들은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유명한 화가들이며 그들의 그림들을 함께 볼 수 있는 개론서는 다른 출판사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책이 절판되었다고 해서 굳이 실망할 필요는 없지만 이 시리즈를 구입한 나로써는 시리즈를 모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쉽게 느껴진다.

 

 

 

 

 

 

 

책 커버 뒷날개에 있는 시리즈 목록,

근간 예정인 시리즈가 11권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예술가 시리즈로써

장기적으로 꾸준히 출간할 계획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나온 시리즈들이 거의 절판, 품절 상태를 맞게 되다보니

근간 예정 도서들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아쉬운 점은 예경의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에는 원래 더 나올 수 있는 책이 있었다. 말 그대로 '근간' 예정인 책들인데 출판될뻔한 화가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파울 클레, 페르낭 레제, 마르셀 뒤샹, 카시미르 말레비치, 조르주 브라크,

막스 에른스트, 후안 그리스, 재스퍼 존스, 피에트 몬드리안, 에드바르트 뭉크,

안토니 타피에스.

 

총 11권이다. 적지 않은 권수이다. 지금도 책 커버 뒷날개에 보면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근간' 예정으로 나온 책들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이미 때 이른 '절판'을 맞게 되었다. 이 미술 도서 시리즈가 재출간하지 않는 이상 근간 예정 도서들의 출간 소식을 들을 수 없을거 같다. 근간 예정 도서의 화가들을 보면 안토니 타피에스를 제외하면 유명한 화가들이다. 그리고 몇 몇 화가들은 지금까지도 개론서 한 권이라도 소개되지 않은 것도 있다. 말레비치, 막스 에른스트, 후안 그리스, 재스퍼 존스 같은 경우에는 이들의 미술 세계를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소개한 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특히 에른스트 같은 경우에는 열화당에서 나온 개론서 딱 한 권이 있지만 이 책 또한 절판이다.  

 

지금도 미술가들을 소개한 개론서 시리즈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러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미술 분야 또는 화가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예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화가들의 전시회만 많이 열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실물로 직접 보고 감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그 하나의 그림 속에 담겨져 있는 예술가들이 추구했던 미적 양식과 가치 그리고 예술혼(魂)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술가들의 생애와 업적뿐만 아니라 그들의 미술 세계를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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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1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시루스! 훈늉해!
다시 구할 수 없다니 씁쓸하군. 잘 샀네.ㅠ

cyrus 2012-03-19 12:30   좋아요 0 | URL
아직은 많이 공부해야 할 수준이에요. ^^
시리즈 중 남은 한 권도 절판되기 전에 얼른 구입해야겠어요.

비로그인 2012-03-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프로필 사진을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이제 알았네요! ''
사람의 뒷모습을 자주 그린 화가라고 들었는데... 하여간 미술에 대해서는 극히 무지해서 이 페이퍼 읽는 동안 새롭고 또 재밌었어요. 평소에 이 사람 그림 참 좋다고 생각한 화가가 있는데, 한 번 그와 관련된 미술서적을 찾아봐야겠어요. 그나저나 예경시리즈가 절판되어서 안타깝네요.. 워낙 다른 시리즈가 많아서 그런가 ㅠ ㅠ

cyrus 2012-03-19 12:33   좋아요 0 | URL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일생과
미술 세계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그리고 그 화가에 대해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면도 알게 되는 것도
기분이 새롭기도 하답니다. ^^

아무래도 예경 이외에도 화가들을 소개하는 시리즈가 많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는가봐요. 그래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정말 좋은 시리즈가
될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무척 아쉽기도 합니다.

차트랑 2012-03-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틈틈히 읽고 있는 중인데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정말 듬직한 책입니다요..

cyrus 2012-03-19 12: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가격이 비싸지만 소장가치도 있어요.
책장에 꽂혀 있으면 집주인이 미술에 관심이 많구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

아이리시스 2012-03-1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리즈가 있었군요. 좋은 정보예요!!^^
저는 인상파 화가들을 좋아하는데 시리즈에 있는지 봐야겠어요.

cyrus 2012-03-19 12:35   좋아요 0 | URL
시중에 나오고 있는 화가 시리즈에는 인상파 화가들이 있을거에요.
문득 생각난건데 미술사조별로 화가들을 묶어서 소개하는 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한 눈에 특정 미술사조의 화가들을
파악할 수 있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