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을 시작하는 첫 날 하루동안 전국의 대학생들의 뇌 속에는 '국가장학금' 생각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늘 2월 1일부터 4일까지 국가장학금 결과 발표일이기 때문이다. 2월 1일 0시, MBC게임이 MBC뮤직으로 채널명이 바뀌면서 역사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오랫동안 게임 채널을 시청해왔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을 느꼈다.  반대로 대학생들에게는 2월 1일은 앞으로의 대학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날이었다. 심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은 이 날을 잊지 않고 국가장학금 결과조회를 확인하기 위해서 기대 반 걱정 반 마음으로 한국장학재단 사이트를 접속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에 집중한 대학생들의 힘은 오늘 하룻동안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 '국가장학금'을 상위권에 랭크되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국가장학금' 순위는 여전히 10위권 밖으로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자신들의 장학수혜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사이트를 검색했을텐데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한국장학재단 사이트에 서버 폭주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아마도 대학생들의 방문 폭주를 대비해서 한국장학재단 측에서 서버량을 확실히 늘렸는가 보다.

 

 

 

 

 

 

 

그런데 장학금 수혜 발표 결과에 대해서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혼동했다. 자신이 정말 국가장학금을 받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국가장학재단 사이트에 접속하면 장학금 신청현황에 두 가지 유형(유형1, 유형2)의 승인결과 둘 다 '심사중'이라도 표시되어 있어서 일부 대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을 수혜받지 못할까봐 걱정, 근심부터 들었을 테다.

 

나 역시 그랬었다. 처음에 새벽 0시가 지난 후에 확인했을 때는 둘 다 '심사중'이라고 떠있길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 우리 집 경제적 형편과 소득으로 봐서는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아침,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심사중'이라는 글자만 남아 있었다. '국가장학금'과 관련된 실시간 트위터에서도 나처럼 국가장학금 결과에 초조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국가장학금을 받는다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자랑하고 있었고, 확인결과를 나타나지 않은 어떤 이는 '심사중'이라는 문구 때문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새벽 12시 반부터 처음 확인하기 시작한 지 무려 15시간 뒤에서야 내가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결과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유형 1'에 '선발완료'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국가장학금 유형 1를 선발 , 수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람들마다 발표 결과 확인차가 발생했던 것은 학교별 혹은 개인별로 선발결과가 나오는 시기가 달랐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오늘 2월 1일에만 일괄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2월 4일까지 순차적으로 결과를 발표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도 '심사중'으로 나온다고 해서 크게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오늘 하루종일 '국가장학금'이 검색 순위에 상위권에 랭크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국 대학교 등록금 인하에 대해서도 연관 검색어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지금도 '대학교 등록금 인하'라고 검색을 하게 되면 전국 109개 대학교 등록금 인하율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4년제 공, 사립 대학교들의 등록금 인하율은 최소 2~5%다. 아직까지 연세대, 포항공대 등은 여전히 등록금 인하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일부 언론들은 이번 대학교들의 대학금 인하율의 폭이 '반값 등록금'을 원했던 대학생들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고 평을 하고 있다. 사실 이번 국가장학금 제도 같은 경우에도 여당에서 거론한 '반쪽 등록금 정책' 실현이 불가능하게 되자(물론 야당 측에서도 '반값 등록금 정책' 도입에서 대한 논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 여론의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 만든 고육책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등록금 인하를 결정한 전국 대학교들 중에는 대부분 지방에 위치한 대학교들이 많은 편인데 이는 단순히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를 받아들인 결정이라기 보다는 '국가장학금'이라는 이름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지원을 한 푼이라도 받기 위해서 대학교가 제 살을 스스로 깎아내린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서울, 경기도와 같은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교들에 비해서 지방에 위치한 대학교들은 정부의 재정지원면에서 상대적으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낮추는 대신에 정부가 책정한 국가 장학금을 통해서 대학생들의 경제적 이중고(등록금 마련, 전세 부담)를 줄일 수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대학교들이 결정한 등록금 인하율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에 크게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과거 몇 년 동안 동록금을 인상했던 전력에 비하면 이번 109개의 대학교의 등록금 인하 결정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순차적인 단계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등록금이 몇 %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지 인하율이라는 수치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 작년 말에 쓴 등록금 관련 글에서도 재차 밝혔지만 예산을 올바르게 사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예산의 용도와 절차 부분에 있어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학교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내용이 아닌 이상 학생들에게 학교 재정 및 정부 예산의 이력이 공개해야 한다.

 

이는 학교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는 총학생회가 직접 학교 재정 용도 공개에 대해서 학교 측의 입장과 조율하여 결정하는 것이 낫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도 그렇고 작년에는 정부가 언급한 '반값 등록금'의 여파는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펼치고 있는 캠퍼스에도 불어왔다. 총학생회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거론되었던 것이 단언 '반값 등록금'이었다. 수천 명의 재학생들에게는 정말 눈이 번쩍일만한 공약이었겠지만 사실 총학생회의 힘만으로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정부도 지금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못한 판인데 말이다.

 

학생회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학생들에게 공약으로 내건 '반값 등록금 도입'이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학생들이 크게 환영했고 간절히 요구했던 화제의 공약이 지켜지지 못하면 그에게 한 표를 행사했던 학생들은 학생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게 되고 그들로부터 학생회가 내세운 정책은 '포퓰리즘'이라는 오명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본다면 총학생회 선거도 우리나라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의 미니어쳐라고 볼 수 있다)

 

차라리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는 비현실적인 정책보다는 학교 측과의 논의와 조정을 통해서 재정 용도를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학교와 재학생들 그리고 일 년 간 학교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야 할 총학생회가 서로 상생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정책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교는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을 학생들의 복지에 걸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복지'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학교 시설을 증축하는 사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전국의 대학생들이 학교에게 원하는 '복지'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갖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마음은 비단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단순히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하는 것보다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예산안을 확충하는 식으로 여러가지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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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2-0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앞으로 걱정이 태산입니다.
저의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겁나서 잠도 안옵니다요 ㅠ.ㅠ

stella.K 2012-02-02 11:57   좋아요 0 | URL
헉, 차트랑공님 아이가 있으신가 봅니다. 몰랐네요.ㅋ

cyrus 2012-02-03 22:06   좋아요 0 | URL
앞으로 우리나라 사회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장학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대학생이 될 다음 세대들에게도 악순환이
되물림된다고 생각해요. 10년 후에 지금보다 경제가 좋아질거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할 수 없으니까요. 경제 상황이 좋지 않는다면
장학금 문제도 심각해질 수 밖에 없고요.

재는재로 2012-02-0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결혼도 않했는데 결혼하고 아이낳기가 무섭네요

cyrus 2012-02-03 22:08   좋아요 0 | URL
오죽했으면 88만원 세대들이 삼포 세대라는 또 하나의
별명이 있긴 하죠. 경기가 불황이니깐 집 마련하지도 못하도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게 되는,, 불행한 세대로 전략한 상태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2-0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앞으로 적금을 들고 있는데 1년 대학등록금이나 될까 모르겠어요.
진짜...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니 어쩝니까...

cyrus 2012-02-03 22: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등록금 문제가 확실히 부각된 지금 시점으로서는
현 대학생들에게는 숨통이 트일 수 있겠지만 향후 경기가 불황이라는
가정 하에 있다면 대학생이 될 다음 세대들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차트랑 2012-02-0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록났네요 스텔라님^^

stella.K 2012-02-02 18:18   좋아요 0 | URL
아이, 아깝당. 총각인 줄 알았는뎅.ㅠㅋㅋㅋ
그럼 가끔 아이 얘기도 들려주시지 않구요. 흥!

cyrus 2012-02-03 22:10   좋아요 0 | URL
(^^)

맥거핀 2012-02-0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장학금을 타게 되셨다는 얘기지요? 정책으로 보았을 때는 아쉬움이 남는 일이지만, cyrus님 개인으로 봤을 때는 축하할 일이네요.^^

cyrus 2012-02-03 22:11   좋아요 0 | URL
이번에 도입된 국가장학금 제도가 대학생들의 고충을 확실히 덜어주게 될
정책이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좋네요 ^^

순오기 2012-02-03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장학금 수혜대상자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축하축하~~~~~~^^
울 아들도 3월에 신청해야되는 거죠?

cyrus 2012-02-03 22:12   좋아요 0 | URL
아드님이 올해부터 대학생이라고 하셨죠?
신입생은 3월에 신청하는 거 맞습니다. 날짜 꼭 기억하시고
그 날에 신청하면 좋을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