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람의 눈물은 그저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단순한 액체가 아니다. 눈물의 성분은 과학적으로 98%가 수분이고 약간의 염분, 단백질, 지방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다지만, 순수하고 맑은 눈물 한 방울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이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감정의 순간들, 북받치는 서러움과 기쁨뿐만 아니라 잊지 못할 추억과 진한 그리움이 담겨 있는 것이 참된 눈물이다.

 아프리카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 톤즈, 그 마을 사람들이 쫄리 신부님이라고 불렀던 한 남자. 마흔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故 이태석 신부님의 죽음을 접하고 흘린 눈물에는 그런 것들이 담겨져 있었다. 남과 북으로 나뉜 수단의 오랜 내전 속에서 눈물샘이 말라버린 마을부족, 원래 강인하고 용맹했던 딩카족에게 눈물은 가장 큰 수치라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들이 먼 타국 한국에서 온 한 사람의 따뜻한 사랑 앞에 울고 말았다.

 필자도 그 영화를 보고 그의 아름다운 삶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운이 좋게도 이 영화를 학교 수업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그 수업을 듣는 학생이 여학생들을 포함한 20명 남짓 밖에 없었지 필자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부끄러워서 영화를 보는 내내 참아야 했다. 그러다가 오늘 그 우연히도 그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모 영화채널에서 생중계를 방영한 이종격투기 경기를 다 보고나서 리모컨을 돌리다가 다른 영화채널에서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영화를 본 것이다. 이미 본 영화 속 장면들이었지만 두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암 선고를 받은 직후 평온한 얼굴로 노래하는 신부님의 모습, 스승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오열하는 톤즈 아이들의 인터뷰 그리고 앞을 보지 못하는 딩카족의 노인이 신부님의 얼굴이 있는 사진에 입맞춤을 하면서 고인을 추억하는 장면 등은 언제나 봐도 가슴 찡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신부님의 헌신적인 삶은 객석에 눈물의 자기장을 형성시키고 자기 반성과 새 삶의 의지를 일깨운다. 의과대학 인턴을 마치고 군의관으로 제대한 이 신부님는 의사로서 평탄한 삶을 포기하고 뒤늦게 사제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사제서품을 받자마자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가장 가난한 땅 수단의 톤즈로 달려간다. 톤즈에서 그가 한 일은 한 사람이 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경이롭다. 적도의 태양아래 손수 모래를 퍼 나르며 병원을 짓고 학교를 세운 사람,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내전의 상처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선물한 사람, 아무도 찾지 않는 나병촌을 방문하고 병원을 제 발로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 사람, 이 모두가 수단의 슈바이처, 그곳에서는 ‘쫄리’라 불리는 이태석 신부님 한사람이었다.

 신부님은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꿈을 잃은 아이들에게는 꿈을 심어줬다. 그의 손에 톤즈 사람들의 상처는 치유되고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나 톤즈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톤즈에 한 움큼 사랑을 퍼나른 신부님은 올해 1월 14일 마흔 여덟의 불꽃 같은 생애를 마감했다. 2008년 10월 휴가차 한국에 들른 그는 덜컥 말기 대장암 판정을 받고 다시 톤즈 땅을 밟지 못했다. 암세포가 이미 온몸에 퍼진 상태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들과 같이 있겠다'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신부님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큰 감동의 울림을 주는 까닭은 그가 베푼 사랑과 헌신이 크고 숭고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세속의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부끄러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그는 종교를 뛰어넘어 인간이 아무 조건 없이 다른 인간에게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사람답게 더불어 산다는 것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순수한 가치가 많다는 평범한 진실을 조용하게 그러나 천둥처럼 큰 울림으로 일깨워주었다.

 그가 일찍이 작곡한 ‘묵상’이라는 성가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묻고 있다. 그는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라는 성경의 말씀에서 응답을 얻고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헐벗고 병든 사람들의 곁으로 갔다.

 

 

 

 

 

 

 

 신부님은 그들을 도우러 간 게 아니다.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해 갔고, 그들의 친구가 되었고, 그들의 사랑이 되었고, 그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의사로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불편하고 좁은 길을 선택했다.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수단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었고, 수많은 꿈을 이루어나갔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현실로 만들어주었다.

 병에 걸렸을 때 진통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그 병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톤즈 마을의 가난과 고통은 병의 증상일 뿐, 고질적 원인은 수단과 주변 나라들에 팽배했던 증오와 폭력과 이기심이었다. 故 이태석 신부가 세상을 떠난 후, 톤즈 마을이 다시 절망과 눈물 가운데 방치된 것처럼, 단지 구제 활동을 통해 병의 증상을 고치는 일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이태석 신부가 톤즈 마을에서 정말 고귀하고 멋진 씨앗을 뿌렸구나 싶었던 것은, 톤즈 마을의 어린이들에게서, 절망과 눈물 가운데 한 줄기 사랑이 싹터 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톤즈의 어린이들은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로써, 서툰 한국말로 '사랑해 당신을’이라는 곡을 흐느끼며 노래했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당신이 내 곁을 떠나간 뒤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오.”

 

 

 

 그들의 맑은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것은 절망이 아닌 사랑의 눈물이다. 톤즈의 어린이들은 원래 울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故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인 섬김을 통해서 그들 마음에 따뜻한 눈물과 함께 사랑이 싹튼 것이다. 지금까지도 이 신부가 몸소 보여준 인간에 대한 사랑은 사람과 사람들 마음속에 묻어나면서 더 진한 향기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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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1-01 18:07   좋아요 0 | URL
cyrus님 2011년 서재의 달인 등극을 축하드립니다.
2012년 흑룡의 해,좋은일만 계시길 바라며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그리고 신년 새해 용꿈 꾸시라고 용 한마리 선물로 보냅니다
\▲▲/
( ^^ )
<(..)>
<(▶◀)>
<( = )>
<( = )>

━┛┗━

cyrus 2012-01-02 22:03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작년 같은 경우에는 학교 생활하느라 서재 활동을 소홀히
했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해라는 의미에서 준거 같아요, 올해도
학교 생활하느라 더 바쁠거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카스피님이 보내주신 흑룡 한 마리 선물 받았으니
올해도 후회 없이 열심히 하는 2012년 됄 수 있도록 해야겠네요.
선물 감사합니다. ^^

2012-01-0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2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2-01-01 13:42   좋아요 0 | URL
봤구나. 난 TV 녹화된 거 봤어.
너무 감동이어서 책도 사 봤는데 영상필름만 못한 것 같더라.
급조됐다는 느낌이야.
그 노래 참 그렇지?ㅠ

cyrus 2012-01-02 22:06   좋아요 0 | URL
누님, 저 진짜 영화 보면서 눈물 나올뻔한게 <울지마 톤즈>인거 같아요.
물론 TV로 다시 보니깐 그 때 받은 감동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소년들이 부르는 노래 들을 때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맥거핀 2012-01-01 15:37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TV에서 이 영화를 본 것 같아요.
2011년의 마지막을 참 따뜻한 영화를 보면서 끝내셨네요.
새해 첫 날부터 좋은 글을 보니 마음이 좋네요.
새해에는 저도 이렇게 좋은 것만 봤으면 싶었는데, cyrus님 덕분에 시작이 좋네요.

cyrus 2012-01-02 22:07   좋아요 0 | URL
올해에도 맥거핀님에게 좋은 일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

루쉰P 2012-01-02 20:46   좋아요 0 | URL
아! 서재의 달인 정말 축하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사람의 눈을 피해 서재의 숲에 숨어 버린 저를 찾아와 새해 인사도 해 주시고 정말 시루스님은 너무 착해서 대학생 간지 작살!!
항상 쉴 샐 틈 없이 그리고 자신의 삶에 철저한 시루스님을 뵐 때마다 왜이리 뿌뜻한지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 올 한 해 시루스님의 인생에도 제 인생에도 뭔가 광명이 비추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낙관을 합니다. ㅋㅋㅋ 대구의 얼짱으로 거듭나실 수도 있어요. 인생은 모르니까요. ㅋㅋㅋ

cyrus 2012-01-02 22:10   좋아요 0 | URL
ㅎㅎ 루쉰님을 포함해서 서재 이웃분들 덕분에 2011년은 정말
좋은 일, 행복한 기억들이 많았어요. 오히려 제가 루쉰님께
고마워해야 될거 같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