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남자들이 생각하는 '그것'
예전에 인터넷 서핑 중 한 글자도 적혀 있지 않는, 완전히 백지로만 구성된 책이 영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그 책 제목은 바로 What Every Man Thinks About Apart From Sex, 직역하면 ' 섹스를 제외하고 모든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 ' 이다. 가격은 4.69파운드, 원화로는 약 8540원이다.
책 분량은 200페이지 정도인데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글자 한 자도 찾아볼 수 없는 백지뿐이다. 책이 아니라 일반 연습장이나 다름없는 형식의 틀을 깨뜨린 파격적인 형식의 책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셰리던 시무브의 집필 의도가 재미있다. 수 십 년의 연구 끝에 그가 얻은 결론은 남자들은 섹스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 목표는 남성과 똑같이 섹스를 제외하고 모든 여성들이 생각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것이란다.
이 책은 영국에서만 판매부수를 10만 권을 넘겼으며 특히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런 독특한 책이 국내에서 발간되었다는 사실은 카스피님의 서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제목은 ' 남자는 섹스 말고 무슨 생각을 하는가 ' . 제목이 노골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남성 독자들의 정곡을 제대로 찌르고 있다.
' 남자는 섹스 말고 무슨 생각을 하는가 ' 서지정보
카스피님 말씀대로 정말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몇 부 정도 팔리는지 기대되지만 무엇보다도 만약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된다면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궁금하다. 영국의 학생들은 연습장으로 사용한다고 하던데 한창 성적 호기심과 욕구가 충만한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이 책을 단순히 공부하거나 일반적인 낙서 용도의 연습장으로 사용했을까?
막가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성 문화
이 독특한 구성의 책을 쓴 저자가 괴짜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결혼을 내린 ' 남자가 항상 먼저 생각하는 것 = Sex ' 는 이미 그 전에 수많은 연구에서도 증명되어 온 발칙한(?) 진리다. 예전에 이성과의 첫 소개팅에서 남자의 머리 속에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섹스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기사를 본 적이 있었고 내 주위 동성 친구들의 모습을 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은 확실하다.
방금 백지로 된 책의 용도에 대해서 무척 궁금하다고 밝혔는데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영국 학생들, 특히 남학생들은 이 책을 단순한 연습장으로 사용하지 않을거 같다. 정말 책 제목대로 백지로 된 책에 자신들의 성경험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다거나 야한 그림을 그려 넣을 수도 있다.
좀 과장된 상상을 하자면 사드 후작에 견줄만한 노골적이면서도 포르노를 방불케하는 글도 쓰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섹스와 관련된 남성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의 성경험을 동성에게 거리낌없이 이야기할 줄 안다. 이성과의 하룻밤을 전쟁에 승리한마냥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여성들에게는 불쾌한 비유일 수도 있지만 이런 남자들에게 성 경험 상대 이성은 전쟁을 통해서 얻게 되는 전리품과 똑같은 것이다.
이런 남성의 사고방식은 여성보다 성에 관심이 많이 가지게되는 자연스러운 본능에 기인하고 있지만 이를 더욱 부채질하는 또 다른 부차적인 원인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고착화된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는 70%가 혼전 성관계를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성경험을 공공연하게 포털 사이트에 게시할 정도로 성에 대한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인식이 심각하다.
문제는 대한민국 남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성교육이다
우리나라도 성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화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방관적인 태도로 일돤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올바르고 제대로 된 성교육에 대한 제도가 체계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풍기문란한 행위에 불과하다.
'막장' 성 문화는 결국에는 '막장' 성 범죄를 일으키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잔악무도한 성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처음 만난 이성을 제대로 서 있지 모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로 만들어놓고 은밀한 신체 부위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포털 사이트에 올린다거나 한 때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성 범죄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가 개설되었고 화학적 거세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성 범죄를 줄이기 위한 정부가 내놓안 방안들은 현재 제도 도입의 효과에 대해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며 이미 발생한 행위를 이제와서 막아보려는듯한 사후약방문(死後藥訪問)의 뉘앙스를 지울 수가 없다.
깨진 독항아리에서 새는 물줄기를 막으려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독항아리가 또 다시 깨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법.
화학적 거세를 통해서 성 범죄자들의 지나친 성적 욕구들을 억제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성교육을 접해보지 못한 채 왜곡된 성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한꺼번에 바꾸기가 어렵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는 성교육이라고 하면 부담스럽고, 막막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성에 대한 인식이 건강하고 밝은 생각보다는 민망하고 부끄러운 생각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성교육이 필요한 줄 알면서도 방법을 잘 몰라서 제대로 교육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단순히 남들에게 떳덧히 자랑한다고해서 우리나라 성문화가 개방적이라고 할 수 없다. 몸을 소중하게 인식하는 것부터가 바른 성 가치관이 기본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