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1898~1936) 

스페인 남자들 중에는 이목구비 뚜렷한 미남들이 많은데  

만약에 로르카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 세계적인 꽃미남 작가 ' 가 되었을지도 , , ,

  

한달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또 읽고 말았다. 펭귄클래식 리뷰 대회에서 받게 된 상품들 중에서 이 책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리뷰로 쓰기에는 딱히 쓸 거리가 없어서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 , ,  아무래도 페이퍼 형식이라도 써야할 거 같다.   

스페인의 시인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처녀작이라는 정보에 눈길을 간 것도 있었지만 표지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들리게 된다는 알함브라 궁전인 것도 있었다.    

알함브라 궁전 , , ,  정말 가보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  표지를 보는 순간, 표지 속의 알함브라 궁전으로 빨려 들어가 스페인을 여행을 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었다. 

하지만, 좁힐 수 없을만큼 크게 벌어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인가 보다. 

여행이라고 하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에 가게 된다는 기대감과 호기심에 한껏 부풀려야 갈 맛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서문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로르카는 나를 포함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기대감은 꺾어 놓고 있다.  

독자 제위(諸位).  여러분이 이 책을 덮는 순간 안개와도 같은 우수가 마음속을 뒤덮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어떻게 쓸쓸한 색채를 띠며 우울한 풍경으로 변해 가는지 보게 될 것이다. 이 책 속에서 지나가는 모든 장면들은 추억과 풍경, 그리고 인물들에 대한 나의 인상이다.  

 - [서문] p 9 -

이런  , , ,  서문이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 우울한 아우라가 감돌고 있다.  

로르카는 자신의 처녀작이 볼품없는 책이니 서문까지만 읽을 것은 독자들에게 충고(?)까지 하고 있다.   

독자들이여, 볼품없는 이 책이 지금 그대들의 손에 놓여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서문까지만 읽기를!  그런 뒤 쓴웃음이 나온다 해도 마찬가지다. 만일 그렇다면 딱히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을 테니까.  

 - [서문] p 11 - 

자괴감에 가까운 표현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될 처녀작을 비유하다니 , , ,  이 구절을 보는 순간, 벌써부터 책을 접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책은 1918년에 출간되었다.  로르카가 1898년에 태어났는데 1916~1917년동안 훗날 처녀작의 모태가 되는 스페인 남부 지방(안달루시아, 카스티야 등)에서 여행을 했다.  

그러면 그 당시 로르카의 나이는 18, 19세 정도인 것이다.    

세상에 , , , !!  벌써 그 나이에 여행을 하고 있었다니 , , ,  

(이 나이 때는 나는 뭐 했단 말인가,,-_-;;)

하긴, 그는 이미 피아니스트로써 이미 신동으로 부각되고 있었으니 여행쯤이야 조숙한 로르카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행기 같은 그의 산문집은 여행에 대한 즐거움 그리고 행복함이라고 찾아볼 수가 없다. 18세의 로르카의 눈에는 스페인 남부 지방은 이제 막 역사의 먼지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실루엣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스페인의 실루엣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영고의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변화되는 세상사의 진리를 20대도 채 안 된 로르카는 이미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읽고난 후 뭔가 남는게 없었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른 건 ' 허무함 ' 뿐이었다. 음악적 아름다움을 갖춘 시를 쓴 문학가답게 스페인 풍경에 대한 묘사는 훌륭했지만, 왜 로르카가 서문에서 독자에게 충고를 했는지 이제야 알거 같았다.  책으로나마 스페인을 즐겁게 여행할 줄 알았건만 읽고나니 오히려 맥 빠진 감이 있었다.   

대놓고 말한다면 , , ,  살짝 지루한 감도 있었다.  허무와 우울함이 감도는 로르카의 여행은 나에게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백석 (1912~1995) 

백석은 우리나라 문학가들 중에서 은근히 미남인거 같다.  

김혜수,  박해일이 출연한 영화 <모던 보이> 에서 박해일은  

경성의 ' 모던 보이' 라고 불리우는 조선총독부 관리로 등장하는데  

실제로 백석의 헤어스타일과 모던 보이풍 복장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저런 이목구비 뚜렷한 얼굴에 양복을 입고 화려한 경성 거리를 돌아다녔다면  

여자들의 시선을 한 몫에 받았을 것이다.  

 

 

 

 

 

 

 

  

 

로르카의 산문집을 읽고 있을 때 동시에 백석의 시를 읽고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로르카에게는 미안하지만,  백석의 시가 더 재미있었고 자꾸만 읽고 싶어졌다.   

가르시아 로르카와 백석. 

재미있게도 이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향토적인 문화의 영향덕분에 자신만의 문학을 추구했었고, 백석의 시도 한 편의 여행기를 보는 듯한 향토적인 색채가 강하면서도 풍경에 대한 추억의 그리움 그리고 허무함이 배어나오고 있다.  

이들의 최후 역시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 앞에서 쓰러졌다는 점에서 같다.  로르카는 스페인 내전을 일으킨 프랑코 독재 정부에 의해 총살당했으며 북쪽에 체류중이었던 백석은 6.25 전쟁으로 인해서 영영 남쪽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문학은 북한에서 외면당했으며 남한에서는 친북 작가로 오인받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이 두 사람 , , , 은근히 잘 생겼다.     

그런데, 서로 같아 보이는 이 두 사람에게도 차이점은 있다.    

로르카의 산문은 좀 우울했다 치더라도, 백석의 시에는 직접 가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여행을 가고 있는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국권을 상실하여 우울한 사회 분위기에 활동했던 것을 감안하며 그의 시에도 그 당시 우리나라의 비참한 현실상을 반영하는 시를 썼지만 자신이 자랐던 고향이나 시골의 정겨운 모습이라는 주제는 자주 다루었다. 그는 유독 통영을 주제로 하는 연작 시를 쓸 정도로 백석의 통영 사랑 역시 유명하다.

무엇보다도 백석의 시가 더욱 재미있는 것은 평북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음식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명태창난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뷔벼 익힌 것
이 투박한 북관(北關)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女眞)의 살냄새를 맡는다.
얼큰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백성의 향수도 맛본다. 


 - 백석 <북관 - 함주시초> -

 

거리에는 모밀내가 났다.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노친내의 내음새 같은 모밀내가 났다.

어쩐지 향산 부처님이 가까웁다는 거린데
국수집에서는 농짝 같은 도야지를 잡아 걸고 국수에 치는 도야지 고기는 돗바늘
같은 털이 드문드문 박혔다.
나는 이 털도 안 뽑고 도야지 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털도 안 뽑은 고기를 시꺼먼 맨모밀국수에 얹어서 한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소수림왕을 생각한다 광개토대왕을 생각한다.  

- 백석 <북신 - 서행시초 2> -  

 

백석의 시는 읽어보면 좋은 시들이 많이 있지만, 이 두 편의 시는 읽게 되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음식이 떠올려 입에 군침이 흘리게 만든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게 음식이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책을 통해 가보지 않은 장소를 여행하는 것도 참 좋은 것이다. 특히, 여행기 같은 경우에는 비록 여행가는듯한 기분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지만 작가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들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읽는 독자들에게 여행의 즐거움과 감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금강산은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에도 즐거운 흥이 나야지 재미있는 것이다.

로르카의 스페인 여행은 폐허 속의 고대의 유적에서 볼 수 있는 고풍스로운 멋을 느낄 수 있다지만, 너무 지나치게 감상적이었다.  어쩌면 자연과 인간의 운명이 시간 앞에서 덧없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 젋은 로르카는 이미 벌써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예감했을지도 모르겠다. 암울했던 스페인의 역사 앞에서 이슬처럼 사라지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시인의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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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14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갈나는 페이퍼. 좋네요....
그런데 백석님의 시를 읽고 군침돈거 맞아요?
으으, 저는 도야지 털에서 절레절레. 알함브라의 궁전, 기타 곡 참 좋은데 말이죠.

아....... 여행가고 싶다, 그져, 사이러스님도 여행가고 싶져. 아흐흑.

cyrus 2011-01-14 14:58   좋아요 0 | URL
저 그 기타곡 동영상 넣고 싶었는데,, 결국엔 못 올렸어요.
일단 동영상은 다운받았는데,, 제 컴 스피커가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제대로 올렸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더군요. ㅠ_ㅠ
좋은 노래는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직접 들어보셔요...^^;;
그리고, 저는 백석의 시 구절 중에 명태창난젓이 들어간 구절이 제일
좋아요. 젓갈 좋아하거든요 ㅎㅎ
어딘가로 낯선 곳으로 여행은 가고 싶은데 날씨는 계속 추워지고 있으니,,
씁쓸하네요. 이번 주 주말에 더 춥다네요.-_-;;

굿바이 2011-01-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시절, 백석이 길을 걸으면 후광이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은근히 멋있는게 아니라 굉장한 미남이었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나돌고 있습니다.
로르카와 백석, 제가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제 마음대로ㅋㅋ) 두 시인을 여기서, 오늘 또 만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1-01-14 20:1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최근에 <백석 평전>이 나왔던데 꼭 읽어보고 싶어요.
이 시인의 생애가 궁금하네요.
사실, 저는 아직 로르카의 시를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그의 시도
읽어봐야겠어요. 로르카를 좀 부정적으로 봤는데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1-1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 남부 특히 안달루시아 코르도바...이런 지역을 배경으로 한 가장 유명한 소설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중편 <카르멘>일 겁니다.비제가 각색한 오페라로 알려졌지만 오페라 관람은 비싸니까 소설이라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보십시오.

cyrus 2011-01-16 02:22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페라 음악으로 유명하고
특히 하네바라,,,(?, 정확한 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같은 경우에는 제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해서 원작은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비로그인 2011-01-1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늘 올리신 책들은 모두 갖고 있어서 좀 반갑고 그렇습니다.
읽으면서도 둘을 연관짓거나 하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cyrus님 글 읽으니 다시 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나저나 시대의 아픔으로 보다 더 긴 삶을 살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어쩌면 결과적이겠지만 그들의 생이 그러했기에 더 많은 동감을 얻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

오늘 엄청 춥던데.. 불어오는 칼바람 조심하시고요~

cyrus 2011-01-16 02:24   좋아요 0 | URL
어제 모임 차 서울에 가게 되었는데,,, 날씨가 장난이 아니더군요..-_-;;
우연히 두 책을 같이 읽다보니 저만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르카의 글도 아름다워서 좋긴 좋지만 역시 백석의 시도 좋았습니다.
내일은 더 춥다던데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2011-01-16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6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arover 2011-01-1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의 글이 맛깔나는 이유는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문단 나누기' 같습니다. 덕분에 각 문단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남방 우편기』 리뷰가 그 대표적인 예이죠).

cyrus 2011-01-16 19:27   좋아요 0 | URL
글 좋게 보셔서 감사합니다. (펭귄날다님,, 아닌, 엑소펭귄님 ^^)
제가 막 쓰다보면 글이 길어져서 혹시나 읽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쓰게 되었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1-01-1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던보이는 흥행에선 영 성적이 안 좋았죠.그러고 보면 김혜수 나오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연기를 잘한다는 평은 있습니다만...

cyrus 2011-01-16 19:30   좋아요 0 | URL
그렇죠, 김혜수 말고도 그런 우리나라에도 연기력에 비해
영화 성적이 좋지 않은 배우가 많은거 같아요. 김혜수의 <모던보이>
같은 경우에는 근대화가 들어서기 시작한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그리 재미있게 다가오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햇빛눈물 2011-01-1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러둘러 사이러스 님의 블로그까지 왔습니다. 몽고메리의 <훍> 페이퍼도 그렇고, 좋은 글이 많네요. 저도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을 작년에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펭귄클래식 시리즈의 고전적인 느낌의 표지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제목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인상'과 '풍경'. 그런데 읽고 난 후 큰 '울림'은 없었죠. ㅠ.ㅠ 그런데 님 글을 보다 예전부터 관심있었던 백석 시인 글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운 겨울 건강하시길!!
ps: 개인적으로 로르카의 외모가 잘생긴것 같지는 않지만, 백석은 정말 '모던보이' 같네요. 사진으로는 처음 봤는데, 느낌이 아주 좋은 사람같습니다.

cyrus 2011-01-16 19: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햇빛눈물님 ^^
부족한 글인데도 호의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로르카의 사진은 제가 잘못 고른거 같네요ㅎㅎ
마지막 주말 잘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2011-01-16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