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태어난 김에 서울 구경
첫 번째 이야기
8월 말에 써야 할 휴가가 불행하게도 2주나 밀려나고 말았다. 지난주인 9월 첫째 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드디어 쉬게 되었다. 금요일(9월 6일)에 서울에 갔다. 종로 삼청동에 가면 무조건 <과학책방 갈다>에 간다. 당연히 책을 사기 위해 방문한다. 하지만 <갈다>에 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갈다>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맥주다.
올여름에 <갈다>에서 새로운 맥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벨기에에서 제조된 ‘오메가’와 ‘시그마’다. 두 병 모두 마셔보고 싶었지만, 빈속에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것은 애주가인 내가 생각해도 너무 나간 행동이라서‥… 자제했다. 그래서 ‘오메가’만 마셨다. 신맛이 강했다. 신맛을 좋아한 나로서는 마실만했지만, 신맛을 매우 싫어하는 분은 입에 맥주 한 모금도 대지 마시길.
* 이정모 《찬란한 멸종: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다산북스, 2024년)
* 마이클 J. 벤턴, 김미선 옮김 《대멸종의 지구사: 생명은 어떻게 살아남고 적응하고 진화했는가》(뿌리와이파리, 2024년)
<갈다>에서 산 책은 한 권이다. ‘털보 과학 관장’으로 유명한 이정모의 《찬란한 멸종》이다. 이 책은 한 달 전에 나온 신간 도서이며 현재 과학 도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다. 최근에 이 책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고, 주제도 비슷한 《대멸종의 지구사》를 읽었던 터라 내용이 어떤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과학 전문 인플루언서와 과학자들이 대중을 위해 쓴 책은 과학 비전공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하지만 복잡하고 방대한 과학 지식을 축약하면서 글을 쓰게 되면 상세한 내용은 생략된다. 이러면 글쓴이의 의도와 달리 과학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올 수 있다. 과학자들도 인간인지라 과학적으로 검증이 안 된 내용을 언급할 수 있다. 따라서 대중 친화적인 과학 도서 또한 비평의 칼날을 맞아야 한다. 특히 앞장서서 비평의 칼날을 내세워야 하는 사람은 과학자들이다.
* 도널드 프로세로, 류운 옮김 《화석은 말한다: 화석이 말하는 진화와 창조론의 진실》(류운 옮김, 바다출판사, 2024년)
고생물학자 도널드 프로세로(Donald R. Prothero)는 자신의 책 《화석은 말한다》에 과학을 올바르게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언급한다.
* 209쪽
많은 진화론자는 주요 문제들은 다 해결되었고 이제 자잘한 것들만 풀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학의 어느 분야가 되었든 모든 답을 가진 듯이 보여 더는 그 가정들을 물음에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쉼 없는 비판적 태도, 새로 불거진 미해결 문제들, 의심을 품고 입씨름을 벌이는 것은 좋은 과학의 건강에 필수적인 것들이다. 만일 과학이 생각을 시험하기를 멈추고는 본질적인 문제가 모두 풀렸다고 본다면, 과학은 금방 활기를 잃고 죽고 말 것이다.
과학자들이 쓴 책은 학술 논문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학계에서 늘 하던 논쟁을 잠시 멈추고, 책을 낸 동료 과학자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책이 너무 좋다는 식으로 찬사를 보내고, 꼭 읽어야 할 책이라면서 호평만 늘어 늘어놓기만 하는 과학 출판계의 상황은 과학의 건강 유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