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알라 - 뇌과학으로 다시 태어난 소크라테스의 지혜
스티븐 M. 플레밍 지음, 배명복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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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고대 그리스인들은 미래를 알고 싶으면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그리스인들은 무녀 퓌티아(Pythia)에게 미래에 관해 물어봤다. 신전 안에 틈이 있는데, 지하에 있는 증기가 이 틈으로 새어 나온다. 증기를 마신 퓌티아는 무아경에 빠진 채 신이 내린 답변을 읊조린다. 옆에 있는 보좌관은 무녀의 예언을 받아적어 의뢰인에게 전달한다. 그리스인들은 퓌티아의 예언이 신비스러운 증기와 관련이 있다고 믿었다. 현대 학자들은 증기의 정체가 유황 가스 또는 에틸렌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신전 밑의 단층에 있는 유황 가스가 발견되었다. 이 기체를 마시면 정신이 몽롱해지는 환각 증상이 나타난다.

 

아폴론 신전의 기둥에 너 자신을 알라라는 한 줄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이 문구는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가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답답해서 신전을 찾아간 그리스인들은 신전 기둥의 문구를 유심히 살펴봤을까. 인생의 해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앞선 그들의 눈에 문구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을 것이다

 

무녀가 무아경에 빠져 신탁을 내리는 방식은 과학적 현상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신탁의 내용은 추측에 가까운 예언일 뿐 정확하지 않다. 무녀의 예언은 정확한 정보를 분석해서 내리는 과학적 예측이라 할 수 없다. 잘 살기 위한 비결이나 인생의 해답은 무녀의 신탁에 없다. 빗나가기 쉬운 예언을 믿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곱씹어보는 게 최선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능력을 갖춘 동물이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탐색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고 싶어서 부단히 생각하는 능력을 심리학자들은 자기 인식(self-awareness)’ 또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부른다너 자신을 알라는 심오한 철학적 명언이 아니다. 나 자신을 알라(Know Thyself)는 뇌과학이 밝힌 연구 결과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자기 인식이 왜 중요한 일인지 알려준다. 인간의 뇌는 자기 자신을 알려고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낯선 세상과 타인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성장하는 내내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 행동을 스스로 관찰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마음 또는 나와 다른 생각을 이해하려고 한다. 인간의 뇌에 자기 인식 능력이 없었더라면, 협업과 연대가 불가능한 세상으로 발전되었을 것이다. 협업과 연대가 이루어지려면 이타심이 있어야겠지만, 이것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 인식은 내 생각이 항상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능력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게 많고, 언제나 오류를 범하기 쉬운 존재임을 알려주는 능력이다. 자기 인식의 진정한 용도는 내 잘못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내 생각과 행동을 바로잡아가면서 좀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분투한다. 내가 틀렸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게 하는 자기 인식 능력은 회의주의(Skeptic)와 비슷하다(나 자신을 알라를 펴낸 바다출판사과학 계간지 스켑틱한국판을 발행하고 있다). 회의주의자는 특정 신념과 지식에 갇혀 있지 않고, 항상 의심한다. 자신이 믿고 있는 지식이 오류로 판명되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인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은 순탄하지 않다. 왜냐하면 자기 인식은 늘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우 합리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간다고 믿지만, 대부분 이성보다 감성에 좌우되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 우리 뇌는 많은 시간을 들여서 꼼꼼하게 분석해서 판단하는 것보다 직관에 의존해 손쉽게 판단을 내리는 일을 선호한다. 이것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 한다. 나 자신을 알라는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비록 단점이 있어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통념이 꽤 오랫동안 남아 있는 이 세상에서 부족한 나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충 살자, ○○처럼이라는 인터넷 밈(meme)은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은 우리 뇌가 무척 좋아할 수 있겠다. 그렇게 우리는 대충하자는 뇌의 은밀한 주문에 이끌리는 대로 살아갈 것이고.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잘 살고 싶어 하며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혼자서 고민을 해결하기 버거운 사람들은 점집에 가거나 인터넷에 출몰하는 익명의 존재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문제는 전문가답지 않은 퓌티아들이 너무 많다알게 모르게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자기를 인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왔다. 이러한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 생각 없이 대충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바보 같은 짓인지 스스로 확인했다. 자신을 알아가는 자기 인식은 어렵지 않고, 힘들지도 않다. 우리 혼자 할 수 있으며 반드시 해야 하는 나만의 공부다.






정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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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세 무렵부터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가 정한 규칙이나 표준에 따라 자기 행동을 평가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못 미쳤을 때는 죄책감이나 당혹감을 나타내고, 성공했을 때는 자부심을 표시하는 등 자기 의식적 감정(self-concious[주] emotion)을 드러낸다.



[] ‘conscious(의식하는, 자각하는)’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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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02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자신을 아는 건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가능한거 같은데 긍정적으로 변화를 주는건 쉽지 않더라구요 😅 이론과 현실의 간격? ㅋ 대충살자 저런 밈이 유행인가 보네요. 왠지 찔립니다 ㅎㅎ

cyrus 2022-05-08 08:58   좋아요 3 | URL
‘대충 살자’ 밈이 저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서 살지 말자’라는 뜻으로 이해했어요. 생각이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아요. ^^;;

새파랑 2022-06-10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드려요~!! 리뷰도 절대 대충쓰지 않는 Cyrus님입니다~!!

mini74 2022-06-10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제목보며 막 웃었던 기억납니다. 축하드려요 ~~

얄라알라 2022-06-14 12:50   좋아요 0 | URL
mini74님, 저도 이달 당선작 제목 주르르 중에서 cyrus님 이 글 제목 보니, 바로 기억 소환^^되더라고요

이하라 2022-06-10 1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기쁘게 시작하시는 주말되세요~~

서니데이 2022-06-10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2-06-1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되심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