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책]방
EP. 15
2021년 9월 20일 월요일
사이책방 7호점, 치우친취향
주말이 다가오면 꼭 가보고 싶은 책방이 있다. 그곳은 팔공산 근처에 있는 ‘사이책방 7호점’이다. 하지만 너무 멀어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버스를 타면 한 시간 반 남짓 걸리고, 내려서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사이책방 7호점’은 용진마을에 있다. 이곳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 용진마을로 가는 버스는 ‘팔공 3’이 유일하다. 이 버스는 평일에 운행하지 않는다. 3~11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만 운행한다. 팔공 3 운행 시간표가 있긴 한데, 시간표대로 운행하지 않는다. 배차 간격 시간이 45~50분이라서 버스가 올 때까지 정거장에서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러면 책방에 가는 데만 두 시간 걸릴 수 있다.
팔공 3은 12월과 다음해 1, 2월은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시내버스 ‘101’과 ‘101-1’을 타서 ‘한걸마을’ 입구에 내려도 된다. 그런데 한걸마을 입구에서 책방까지 이어진 시골길을 걸어야 한다. 적어도 20분 이상 소요된다.
자가용이 있는 사람은 팔공산 주변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책방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버스를 타는 사람은 점심을 일찍 먹고 출발해야 한다. 팔공 3번 버스를 타다가 허기가 지면 여러 식당이 모여 있는 정거장에 내리면 된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난 후에 팔공 3번 버스를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칠곡경북대병원 건너편 쪽 정거장 바로 근처에 ‘다은수제국수’라는 식당이 있다. 어제 날씨가 좋아서 시원한 김치말이국수를 먹었다. 국수를 주문하면 떡갈비가 같이 나온다.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칠곡경대병원역’ 정거장이 있다. 그곳이 팔공 3번 버스가 지나가는 첫 번째 정거장이다.
어제 공휴일이라서 팔공 3번 버스가 운행하고 있었다. 그날 버스에 탄 손님은 나를 포함해 두 명뿐이었다‥…. 팔공산에 자주 가는 등산객들만 아는 버스라서 팔공 3번 버스가 운행하고 있는지 모르는 대구 토박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그 대구 토박이 중의 한 사람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하얀 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이 바로 사이책방 7호점이다. 이 책방은 노 씨 부부(성의 한자가 다르다)가 운영하는데 공휴일이라서 그런지 젊은 직원 한 분이 책방을 운영하고 있었다.[주] 손님 한 분이 음료를 주문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작은 책방 간판에 ‘당신과 나의 북 아지트’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가장 먼 북 아지트가 ‘읽다 익다’였는데, ‘사이책방 7호점’이 그 기록(?)을 깼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009)
이 책방의 대표 음료는 ‘조르바 커피’다. ‘조르바’는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온 주인공 이름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월든》과 함께 책방지기의 추천 도서다. 사이책방 7호점 부부 책방지기는 ‘전작주의자’다. 경북 김천 출신인 김연수 작가의 소설책들이 책장에 따로 꽂혀 있다.
책장은 천장까지 이어져 있다. 책방에 불교 관련 책 몇 권이 꽂혀 있다. 불교가 책방지기의 관심 분야인 것일까? 부부 책방지기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다. ‘Elizabeth의 책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책장이 있는데, 그 책장에 꽂힌 책들은 판매용이 아니다. ‘Elizabeth’는 아내분의 이명일 것이다.[주]
사이책방에서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그곳에서 개인이 가져온 책을 읽어도 된다. 단, 책방에 있는 책을 그 자리에서 읽으려면 먼저 구입해야 한다.
돌아가기 위해 팔공 3번 버스를 탔다. 다행히 10분 정도 지나서야 버스가 왔다. 갓바위에서 출발한 팔공 3번 버스의 마지막 정거장인 ‘칠곡경대병원역’에 내린 다음, ‘칠곡 1-1’, ‘칠곡 2’, ‘칠곡 4’, ‘730’ 버스로 환승하여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 앞’ 정거장에 내리면 ‘치우친 취향’이라는 책방에 갈 수 있다. 버스로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 앞’ 정거장에 가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월요일은 ‘치우친 취향’의 쉬는 날이다. 특별히 추석 연휴를 맞아 어제 책방이 열려 있었다. 책방에 가보니 벌써 손님 네 명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개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손님이 많이 있는 책방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 다행히 내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다음에 오면 손님이 없을 때 책방 내부 사진을 더 찍어야겠다. 이곳에 자주 방문하기 위해 책과 음료를 주문할 때 쓸 수 있는 쿠폰을 만들었다. 책 구입 전용 쿠폰과 음료 구입 전용 쿠폰이 따로 있다. 이곳은 책과 음료뿐만 아니라 ‘비건 디저트’도 판매한다. 책방지기가 책방 공식 인스타그램에 비건 디저트 메뉴를 공지한다.
내일은 어디에 갈까? 북 아지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아직 안 가본 책방이 있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책방도 있다.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남은 연휴동안 사놓은 책들을 얼른 읽자.
* 2021년 9월 22일 업데이트
[주] 책방 방문 후기를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다. 어제 사이책방 대표님 한 분이 내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겼다. 그분은 ‘젊은 직원 한 분’이 본인이며 ‘엘리자베스’는 아내의 별칭이 아니라면서 다음에 오면 ‘엘리자베스’의 정체를 알려주신다고 했다. 주말에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