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일요일은 달의 궁전(약칭 달궁’)비대면 독서 모임이 있는 날이다‘zoom’ 프로그램을 이용하며 오후 2시부터 화상 채팅이 시작된다. 나는 독서 모임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서 책방 읽다 익다에 갔다. 읽다 익다는 건물을 확장 이전하여 올해 21일에 문을 열었다. 책방에 갈 땐 버스를 타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하지만 그 한 시간도 소중하다. 버스 안에서 책 50쪽 분량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책방에 자주 못 가지만, 생각날 때마다 그곳에 간다














 

새로 문을 연 읽다 익다는 넓고 쾌적하다. 과거의 읽다 익다의 내부 공간이 아주 좁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이 책방지기가 운영하는 여러 모임 장소로 이용되다 보니 나 같이 혼자 오는 손님은 책방 내부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새로운 읽다 익다에 방음문이 있는 다인용 회의실이 생겼다. 이제 이곳에서 모임과 강연을 진행할 수 있다. 차와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탁자도 마련되어 있다. 읽다 익다는 책방에 처음 오는 손님과 책방 모임 참석자 모두를 위한 슈필라움(Spielraum: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새로운 읽다 익다를 열기 위해 책방지기는 커피 만드는 법을 다시 배웠다. 읽다 익다의 시그니처(signature) 음료는 아인슈페너(Einspänner).


















[달의 궁전 2월의 책]

*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문학동네, 2019)


3.5점  ★★★☆  B+




 

책방 소개는 이 정도까지만 하고, 본격적으로 달궁이야기를 시작하겠다. 2월의 달궁 도서는 앤드루 포터(Andrew Porter)의 단편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약칭 빛과 물질’)이다십 년 전에 21세기북스 출판사빛과 물질을 출간했지만, 책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절판되었다. 김영하 작가가 이 책을 언급하면서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문학동네 출판사가 재출간했다.


빛과 물질총 열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었다. 달궁인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작품은 당연히 표제작 빛과 물질이었고, 그 다음으로 구멍강가의 개였다빛과 물질은 물리학과 종신 교수와 서른 살 연하인 제자의 만남을 그린 이야기다. 소설의 화자인 헤더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약혼자가 있지만, 로버트 교수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교수와 제자 간의 만남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주제이다. 로버트와 헤더의 모습은 한 쌍의 연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설에 묘사된 두 사람의 행동과 대화 장면만 가지고 연인 관계로 단정할 수 없다. 달궁인은 소설 문장을 톺아보면서 두 사람의 관계(‘로버트는 정말 헤더를 사랑했을까?’, 로버트와 헤더를 무조건 섹슈얼한 연인 관계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나눴다달궁인 한 분은 빛과 물질이 인상적이어서 열 번이나 읽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본인이 갱년기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빛과 물질결말이 슬프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달궁의 터줏대감 헤르메스님(알라딘 서재에 활동한 분이다. 여러 리뷰 대회에 수상한 이력이 있는 서평의 고수이다)은 앤드루 포터의 글에서 간결한 문체로 작중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제임스 설터(James Salter)와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의 작문 스타일이 느껴졌다고 했다.
















[달의 궁전 3월의 책]

* 디노 부차티 타타르인의 사막(문학동네, 2021)




이번 달의 달궁 도서는 이탈리아의 작가 디노 부차티(Dino Buzzati)타타르인의 사막이다. 최근에 레삭매냐님이 샀던 그 책이다. 내가 이 사실을 언급하자 달궁인들이 레삭매냐님을 보고 싶어 했다. 레삭매냐님, 달궁은 당신을 잊지 않았다. 달궁은 당신을 위해 판을 깔아 놨다.

 

이번 달 모임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방역 조치가 풀리고 ‘5인 이상 모임 금지도 해제되면 대면 모임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1-03-01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 키루스 통신원을 통해 달궁 소식
을 전해 듣게 되네요 :>

달궁인들은 키루스 통신원을 통해 저
의 소식을 전해 듣고요~

<타타르인의 사막>은 결국 못 참고
미리보기로 보면서 리뷰도 조금 써
두었습니다. 너무 만나 보고 싶은 책
이 아닐 수 없습니다.

cyrus 2021-03-01 12:27   좋아요 1 | URL
어제 삽하나님, 헤르메스님, 마욤님이 참석했어요. 세 분 모두 달궁 베테랑들이죠. <타타르인의 사막>을 추천한 분이 마욤님 아니면 헤르메스님이였어요. ^^

청아 2021-03-0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하철에서는 잘 읽는데 버스에선 책을 읽음 멀미가 나요.ㅋ ‘읽다 익다‘ 내부가 참 아늑하고 당장 달려가 책 읽으면서 아인슈페너 마셔보고 싶네요!
( ⁎ ᵕᴗᵕ ⁎ )

cyrus 2021-03-01 12:28   좋아요 1 | URL
진동이 일어나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습관은 시력을 떨어지게 만들어요. 눈이 금방 피곤해져요. 확실히 버스 안에서 책을 펴면 잠이 잘 옵니다. ^^

바람돌이 2021-03-01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점도 예뻐서 당장 가보고싶고 독서모임 이름도 제가 좋아하는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이네요. 빨리 코로나가 물러가고 저 예쁜 서점에서 달궁모임 하실수 있기를요

cyrus 2021-03-01 12:3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달궁인들이 폴 오스터의 소설을 좋아해요. ^^

얄라알라 2021-03-01 1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서재 대문사진의 모습과 느낌까지 비슷하시네요.
cyrus님은 활자 밖에서 사람들 만나 살아있는 에너지로 책의 여백, 채워가시는 게 넘 멋지십니다!
헤르메스님을 찾아봐야겠어요. 못 뵌거 같아요^^ 서재에서

레삭매냐 2021-03-01 12:46   좋아요 2 | URL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헤르메스님은 자신을 홀대하는
램프의 요정 생태계를 떠나
그래24로 바꿔 타셨다는 전언이...

뭐 그랬다고 합니다.

cyrus 2021-03-01 16:30   좋아요 2 | URL
레삭매냐님이 저 대신 답변을 해주셨군요. 헤르메스님이 알라딘 활동을 안 하는 이유를 한 번 묻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쳤어요. 헤르메스님의 속사정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북플은 헤르메스님의 글을 돋보이게 해주는 시스템이 아니거든요. 북플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사진이 많고, 분량이 짧은 글을 선호하기 시작했어요.

얄라알라 2021-03-01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요새 별로 웃을 일이 없는데 ˝그래 24˝에 혼자 킥킥거리는 저는 ㅋㅋ레삭매냐님 덕분입니다^^

stella.K 2021-03-01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궁 모임하는구나.
카페가 변함이 없어서 하나 싶었는데...ㅋ

와, 버스에서 50페이지...! 난 차 안에서 책 못 읽는데
토할 것 같아서. 지하철을 가능한데.
넌 역시 책방 마니아야.인정!!

cyrus 2021-03-02 07:58   좋아요 0 | URL
컨디션이 정말 좋으면 책이 눈에 확 들어와요.. ㅎㅎㅎ 그런데 버스 탈 땐 사진과 도판이 많은 책을 읽는 편이에요. 글자만 있는 책을 읽으면 눈이 금방 피로해져요. 손에 든 수면제나 다름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