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 뭔데왜 서평을 써야 하지?’ 매년 한 번쯤 나 자신에게 묻는다암만 물어봐도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그래도 맞든 틀리든 나는 서평의 정의와 서평을 쓰는 이유를 꼭 알아야 한다. 어느 날 아폴론 신전 앞을 지나가던 테스 형이 말했었지너 자신을 알라사람들은 이 말을 자신의 무지를 알라는 뜻으로 자신의 내면에 새긴다나는 이 말을 빌려 내 손 안에 있는 작은 거울에 새긴다. “서평을 쓰는 너 자신을 알라.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면 겸손해진다. 바보 같은 내 모습을 철저히 반성하려면 일단 써야 한다그래서 나는 올바른 생각을 한 저자와 그렇지 않은 내가 마주친 결정적 순간을 반드시 서평으로 기록한다.



















* 조지 오웰 책 대 담배(민음사, 2020)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는 한 편의 작은 자서전이다. 이 글은 오웰의 에세이 선집 책 대 담배에 실려 있다. 이 글에서 오웰은 나 자신에 관한 연재 서사를 창작하는 일을 십오 년 넘게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록 활동이 일기 같은 형식의 글을 쓰는 일이라고 했다. 오웰은 십 년 동안 글을 쓰면서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고 싶어 했다. 확실히 그는 자신이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나는 십 년째 서평을 쓰고 있다그렇다면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가장 쓰고 싶었던 서평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어리석은 나 자신에 관한 서사가 담긴 서평이다


누군가는 일기 형식의 서평을 독후감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서평과 독후감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으면서도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서평과 독후감 속에 독자의 생각이 있다. 책과 관련된 자잘한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하면 독후감이 된다. 서평의 주된 내용은 책에 대한 글쓴이의 객관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나는 서평과 독후감을 가깝지만 먼 친척’ 관계로 보고 싶다. 서평 전문가처럼 서평과 독후감을 정확히 반을 가르듯이 구분하고 싶지 않다.


오웰은 글쓰기의 네 가지 동기를 언급했는데, 그중 하나가 역사적 충동이다. 역사적 충동은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찾아내 그것을 보존해 두려는 욕망이다. 책의 내용을 잘 알려주면서, 책 앞에 고개 숙인 내 모습을 솔직하게 쓰고 싶은 욕망. 이 욕망이 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이다. 나는 왜 쓰는가는 서평을 쓰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해준, 내 손 안의 작은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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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16 14: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요~퍼가서 몇번 더 봐야겠어요! 안그래도 <서평 잘 쓰는법>꺼내놓은 참이었어요. 오늘도 제게 피가 되고 살이 될 내용👍

cyrus 2021-01-16 20:07   좋아요 3 | URL
늘 쓰던 글인데, 가끔 어떻게 쓸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저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글도 쓰지 않아요. 그냥 책만 계속 읽어요. ^^

DYDADDY 2021-01-16 15: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평과 독후감을 칼로 베듯이 정확하게 나눌 수 없는 것은 객관의 정도때문이겠지요. 인식을 통한 세계관으로 자아가 형성되기에 완벽한 객관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cyrus님처럼 주관과 객관의 줄타기가 서평일거라고 생각해요.

cyrus 2021-01-16 20:10   좋아요 3 | URL
저는 독후감과 서평의 특징을 혼합해서 쓰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아니면 어떤 날에는 독후감을 쓰고, 또 어떤 날에는 서평을 쓰는 식으로 해서 책의 주제와 내용에 따라 글의 형식에 변화를 주면서 써보려고 해요.

stella.K 2021-01-16 17: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서평이 대세지. 독후감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독서를 하고 난 느낌을 말하는데 말야.
그런데 알고 보면 서평 보다는 독후감은 여전히 많이 쓰는 것 같아.
그래놓고 서평이라고 해.
그렇다면 서평과 독후감을 나눌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은 나눌 필요는 있어 보이고
나는 개인적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런 점에서 독후감은 그것자체로 더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왜 독후감은 평가절하된 느낌을 받는지 모르겠어.
참고로 난 알라딘에서 적립금 준다기에 쓰기 시작했는데
그거로 책까지 냈잖니. 암튼 그런 게 없었으면 내가 지금까지
서평이든 독후감이든 썼을까 몰라.

오늘 글은 좀 짧은 느낌이다. 나만 그런가?ㅋ

cyrus 2021-01-16 20:16   좋아요 4 | URL
서평 쓰기를 알려주는 책들을 보면 내용이 이래요. 저자가 독후감과 서평의 정의를 알려줘서 두 용어의 차이점을 보여줘요. 그런 다음에 독후감보다는 서평을 쓰기를 권장해요. 항상 이런 식으로 전개돼요. 독후감을 서평보다 한 단계 평가 절하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독후감과 서평의 장점을 혼합해서 쓰면 안 되나?’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볼 땐 이런 혼합적인 특징의 서평을 쓴 작가는 정희진, 요네하라 마리, 쉼보르스카에요. 그래서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슬럼프가 찾아오면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을 봐요. ^^

요즘 문장을 짧게, 글의 분량을 적게 쓰려고 자가 훈련 중입니다. 매일 글 쓰는 것도 제겐 훈련이고 연습이에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21-01-16 1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객관적인 관점의 서평과 주관적인 관점의 독후감 사이의 경계를 구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마치 사람의 생각에서 이성과 감성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cyrus 2021-01-16 20:18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그래서 저는 객관적인 관점의 서평과 주관적인 관점의 독후감의 특징이 혼합된 글을 쓰려고 해요. 책 소개와 책과 관련된 개인적인 서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글이죠. ^^

syo 2021-01-16 2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객관적인 해석‘이라는 말이 형용모순이라고 생각하고, 객관적인 관점이라는 것이 증명되기 위해서는 세상 모든 사람의 관점을 다 살펴보고 판단할 수 있는 슈퍼관점이 존재해야 되므로 그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쓰는 글과 사이러스님이 쓰는 글을 보면 누구 글이 더 객관을 지향하는 글인지는 바로 알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또 객관이라는 게 완전히 없는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여튼 그렇게 혼란스럽습니다.

cyrus 2021-01-16 20:36   좋아요 3 | URL
맞아요. 객관적인 내용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그 내용이 주관적으로 보일 수 있죠. 그런데 서평 쓰기를 알려주는 책을 쓴 저자들의 견해를 보면 서평을 마치 ‘객관적으로 쓴 글’인 것처럼 소개해요. 그래서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syo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저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려고요. 서평과 독후감의 특징을 혼합한 글을 쓰려고 해요. 저는 기계가 아니니까 계속 서평을 쓸 수 없어요. 책의 주제나 내용에 따라 독후감을 쓰고 싶을 때가 있어요. 장르의 틀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