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조지 로메인스George Romanes는더 직설적이었다. 1887년에 그는, 여성은 두뇌가 작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미흡하다고 적었다. "이것은 창의성의 상대적 결여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특히 고차원의 지적 과제를수행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잘 알려진 19세기 독일 생물학자 테오도어 비쇼프Theodor Bischoff는, 여성들은 작은 두뇌때문에 학문적 연구에 필요한 지적 능력을 가지지 못했으며, 너무 많은 교육은 청소년기 소녀들의 생식기관 발달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P22



오해하지는 말라. 여전히 여성의 뇌는 남성의 뇌보다 평균적으로 작다. 변한 것은 뇌의 크기가 아니라, 예전에 여성의 학업을 막았던 사회적 규범이다.- P23



6월의 같이읽기 도서 《젠더 모자이크》를 오늘 출근길에 읽기 시작했다. 작은 책이고 여백도 엄청나서(이런거 싫어합니다 진짜..) 금세 읽힐 것 같다. 게다가 내용도 재미있다. 저자인 '다프나 조엘'과 '루바 비칸스키'는 이 책의 서문에서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인 천성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그들의 연구로써 증명할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뇌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편견을 가졌었는지 혹은 어떤식으로 주입해오고 또 어떤식으로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왔는지를 적어두고 있다. 위 인용문들은 그 사례들인데, 처음에는 뇌의 크기가 더 똑똑한 걸 드러낸다고 했다가 그러면 고래의 뇌 크기가 설명안되니까 단순히 크기가 아니라 몸과의 비율이다 라고 했다가 그러면 여자의 뇌의 비율이 더 크니까 무조건 큰 게 좋다는 건 아니다 이러고들 있었던 구시대 사람들이여... 뭐, 구시대 사람들만 그러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뇌의 크기나 모양이나 뭐가 됐든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지적으로 딸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대부분 남자)을 보노라니 너무 빡이 친다. 야, 남자랑 여자랑 똑같은 교육을 받게 한 뒤에 말을 해라... 그런 점에서 사회적 규범이 한 일이지 여성(혹은 남성)의 뇌가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이 책은 시작이 옳다 하겠다. 내가 이 부분 읽으면서 크- 했던게, 어제 이런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Anthony suddenly sat up straighter, determined to forcehis attention back to the matter at hand. After all, he had abride to choose, and that was surely serious business.
"Who is considered the diamond of this season?" heasked.
His brothers paused for a moment to think on this, andthen Colin said, "Edwina Sheffield. Surely you‘ve seenher. Rather petite, with blond hair and blue eyes. You canusually spot her by the sheeplike crowd of lovesick suitorsfollowing her about."
Anthony ignored his brother‘s attempts at sarcastichumor. "Has she a brain?"- P24

Colin blinked, as if the question of a woman with abrain were one that had never occurred to him. "Yes, Irather think she does. I once heard her discussing mythol-ogy with Middlethorpe, and it sounded as if she had theright of it."
"Good," Anthony said, letting his glass of scotch hit the table with a thunk. "Then I'll marry her." -p.24-25


"올 시즌 최고의 다이아몬드는 누구지?"

그가 물었다.

동생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콜린이 말했다.

"에드위나 셰필드. 아마 형님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몸집이 작고 금발에 푸른 눈. 평소에 상사병 걸린 구혼자 무리가 주위를 양떼처럼 에워싸고 있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쉬워요."

앤소니는 동생의 말에 배어 있는 신랄함을 무시하고 말했다.

"머리는 있나?"

콜린은 눈을 깜박였다. 마치 여자에게 머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다는 듯이.

"어, 그런 것 같아요. 듣자 하니 미들토프와 신화에 대해 토론을 했다지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잘됐군."

앤소니는 위스키 잔을 테이블 위에 쾅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녀와 결혼해야겠다." -책속에서



그러니까 상황은 이렇다. 8남매의 맏이인 안소니는 그동안 내내 방탕하게 살면서 쾌락을 좇다가 이제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자신과 엄청나게 교류했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일찍 돌아가신 걸 보고서는 나도 일찍 죽을것이다, 그러니까 장남인 내가 이 대를 잇기 위해서는 결혼하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 내가 죽어도 나의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아주 잘 돌보아 줄것이다, 그러니 대화가 되고 어느정도 매력이 있는 여자를 찾아 결혼을 하고 죽기전에 애를 낳아야겠다, 이것이 이 생애 나의 소명... 하는 것이다. 그렇게 결혼을 결심하고서는 '누가 핫하지?' 물어보고서는 '그 여자 뇌는 있니?' 물어보는 것이다. 아, '머리는 있니?' 하고 묻는 것이다. 어떤 여자를 지칭하며 '그 여자는 머리가 있냐' 라고 물어보는 것은 '다른 많은 여자들은 머리가 없다'는 걸 전제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본문에도 나오는데, 그는 런던 사교계에 데뷔해 신랑감 찾는 여자들이 딱히 뇌가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씨댕아. 그 여자들이라고 좋아서 나왔겠냐? 그 여자들이라고 남자들보다 모르고 싶었겠냐? 때는 1814년, 니네가 남자들은 명문대 보내면서 여자들은 대학에서 받아주지 않으니까 같은 교육을 못받았잖아. 그러면서 대화는 되냐, 머리는 있냐 물어보는 건 무슨 개수작이냐. 대학에서 교육받고 배운 거랑 가지 않고 내가 스스로 깨우치는 거랑은 지식의 양에서도 깊이에서도 다를 것이다. 물론 혼자서 더 깊이 더 넓게 보는 사람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으로 여성들에게 그것이 그렇게 자유롭게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니 남자는 아는데 여자는 모르는 것이 많았을 테다. 이 책의 1편에서도 남자..누구였더라 그래, 사이먼. 사이먼은 전 세계를 여행하고 오고 콜린도 전 세계를 여행하고 오는데, 우리의 주인공 다프네는 그 집에서만 살았다. 사이먼은 명문대에서 수학과목 제일 잘하는 학생이었지만 실제 재능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다프네는 그 명문대에서 받아주질 않았기 때문에(여자여서!) 수학 과목을 제일 잘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그래서 사이먼을 만났을 때도 사이먼의 경험을 듣는 걸로 대신해야 하는거다. 와 진짜 개똥같지 않냐. 세상은 똥이고 인간은 쓰레기다...


《젠더 모자이크》에서 지적했듯이, 여자들의 앎이 남자들의 앎보다 부족했다면, 그것은 사회적 규범 때문이었다. 지능의 차이가 아니었다. 뇌가 있냐고? 있다! 학교가지마~ 해놓고서는 너는 왜그렇게 몰라~ 해버리면 니네 스스로 모순을 못느끼냐? 그런점에서 보부아르는 이 점을 지적해줬다. 정말이지 두고두고 써먹을 말이다.






세상은 여자를 부엌이나 규방 속에 가두어 두면서도 그녀의 시야가 좁은 것에 놀란다. 그리고 여자에게서 날개를 잘라놓고 그녀가 날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만일 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준다면 그녀는 결코 현재 속에 갇혀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2의 성, 2권], 시몬 드 보부아르, p.776










그렇게 뇌 있다고 잘난척 하고 싶으면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아라 이븅딱아...




자, 우리의 앤소니 얘기를 좀 더 해볼까?


For as he well knew, life was short and certainlymeant to be enjoyed. Oh, he‘d had a certain code of honor.
He never dallied with well-bred young women. Anyone who might have any right to demand marriage was strictly off-limits.
With four younger sisters of his own, Anthony had a healthy degree of respect for the good reputations of gently bred women. He‘d already nearly fought a duel for oneof his sisters, all over a slight to her honor. And as for theother three . . . he freely admitted that he broke out in a cold sweat at the mere thought of their getting involved with a man who bore a reputation like his.
No, he certainly wasn‘t about to despoil some other gentleman‘s younger sister.
But as for the other sort of women—the widows andactresses who knew what they wanted and what they were getting into—he‘d enjoyed their company and enjoyed it well. Since the day he left Oxford and headed west to London, he‘d not been without a mistress.- P20


인생은 짧으니 최대한 즐겨 보자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도덕심이란 것이 있어, 적어도 귀족가의 영양들을 희롱한 적은 없었다. 결혼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여자들은 철저히 피해 왔다.

자신에게도 여동생이 넷이나 되다 보니, 귀족 가문의 여인들에게 있어서 평판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여동생 가운데 하나 때문에 결투를 벌일 뻔하기까지 않았던가. 나머지 세 여동생을 떠올려 본다면 …… 앤소니 역시 자기와 같은 악명을 떨치는 남자가 동생들과 어울릴 생각만 해도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절대 다른 귀족의 여동생을 유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부류의 여자들이라면, 미망인이나 여배우처럼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 것인지 똑똑히 알고 있는 여자들이라면 함께 있는 시간과 육체를 기꺼이 즐겼다.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런던으로 돌아온 이래, 정부가 한 명도 없었던 때가 없었다. -책속에서




자랑이다..

지랄도 가지가지.

난봉꾼으로 살았지만 자신에게 결혼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여자들을 건드리지는 않으려고 주의했다는 것이.. 자랑이다. 그러나 '다른 부류'의 여자들을 건드렸다는 것이 .. 자랑이다. 정부가 없었던 때는 한번도 없었지만 귀족의 여동생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어서 정말 잘나셨다. 자기 여동생의 명예가 실추될까 두려워 죽을 각오로 결투까지 하지만, 그러나 귀족의 여자가 아닌 '다른 부류'의 여자들이라면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인생 참 해피하시겠어요. 그렇게 다른 부류의 여자들과 마음껏 즐기고 쾌락쾌락 한 다음에 지금 이 시즌 최고의 다이아몬드는 누구? 하고 귀족의 여자와 결혼하려 한다니, 세상 잘나셨다. 그러면서 또 자기는 좋은 대학 나오고 대화 베리 임포르턴트 하니까 '그 여자 뇌는 있니?' 라고 묻는다니 진짜 가지가지 한다. 지랄도 풍년이다. 개새끼. 아주 잘나셨다.


나 앤소니 얘기 읽을거고 재미있게 사랑 이야기 지켜볼거지만 앤소니의 이 모든 생각과 행동이 역겹기 짝이 없다. 진짜 개놈의 새끼라고 밖에 생각이 안돼. 아주 잘났다. 물론 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아까도 언급했지만 1814년이고, 그러니 모든 귀족 남자들이 이런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왔을 것이다. 운좋게도 앤소니는 사랑하는 부부로부터 태어났고, 귀족이고, 형제 자매와도 사이가 좋았지만, 세상 난봉꾼으로 살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족 여성들이 탐내는 신랑감이라는 것이 진짜


왓 더 퍽..



에휴...



자, 이젠 mistress 에 관해 얘기해보자. 며칠전 브리저튼의 이 시리즈 읽다가 mistress 단어를 보았고, 아, 그러고보니 내가 미스트리스 라는 제목의 프랑스 영화도 본적이 있었는데, 하고 아주 오래전의 과거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랬었지.. 영화속 표현에 의하면 '남자를 후리기엔 너무 늙었다'는 삼십대 중반(서른여섯이었나, 서른일곱이었나)의 여성에 대한 얘기였지.


여튼 나는 mistress 를 찾아본다. 번역본과 같이 읽으니 정부라는 뜻인줄은 알지만 그래도 부러 찾아본다.



mistress 명사 1. (보통 기혼 남자의) 정부 2 (특히 사립학교의) 여교사 3. (과거 하인을 부리던 집의) 여자 주인

















어제 영화 《아더 우먼》을 보았다. 넷플릭스에 있기에 재생해보았는데 내가 일전에 보다가 포기했던 영화더라. 그걸 모르고 다시 다운 받은 거였어... 여튼 줄거리만 봐도 흥미 떨어지는 영화인데 '케이트 업턴'을 보고 싶어서 봤다. 케이트 업턴 언제 나오나 기다리다가 속 뒤집어지는 장면이 한두번이 아니었어... 케이트 업턴을 그저 글래머로만 알고 있는데, 마침 영화에 나왔다길래 그녀가 글래머로만 알려진 거 말고 다른 걸 보자..라는 생각을 해서 고른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도 케이트 업턴은 모두가 감탄하는 비쥬얼의 뇌 없는 여자로 나온다. 뇌 없는 여자, 너무 식상하지 않냐?


여튼 줄거리는 개똥같다.

잘나가는 변호사 '칼리'(카메론 디아즈)는 자신이 사귀는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기로 한 날, 하필이면 수도가 터졌댔나 뭐 여튼 그래서 반드시 집에 들어가봐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 날 밤에 섹시한 배관공으로 차려입고 그 집에 찾아가 벨을 누른다. 그 때 문을 열고 나온 '케이트'(레슬리 만)를 보며 '나는 마크 찾아왔어, 너는 가정부니?' 하고 물었는데 그 때 케이트가 '아니 나는 마크의 아내인데?' 하는거다. 당황하고 놀라고 배신감에 치를 떨던 칼리는 그대로 돌아오고, 이를 수상히 여긴 케이트는 칼리의 직장을 알아내어 칼리를 찾아온다. 케이트는 칼리가 남편의 내연녀였다는 걸 알게되고 칼리는 마크가 유부남인걸 알게 됐다는 거다.


세상에 넘쳐나는 수많은 불륜 이야기들 중에 묻혀질 또 하나의 불륜 이야기쯤 될텐데,


그러니까 케이트는 남편이 자기를 속이고 바람피우는 줄 몰랐고, 칼리는 그가 유부남인줄 몰랐다. 세상에 넘쳐나는 수많은 불륜 이야기들 중에 그러니까 유부남인줄 모르고 만났는데 알고 보니 유부남이어서 그만 만나는 사연이 칼리에게 생긴 셈이다. 칼리는 그래도 내심 좋아했는데, 마음을 열었는데, 그래서 배신감을 느꼈지만 유부남인 이상 노! 하고 안만나려고 하고 뒤돌아서는데, 아아,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게 어디있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지라 케이트가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 계속 찾아온다. 이 얼마나 대환장... 난 빼줘, 너네 부부 일은 너네가 알아서 해, 나는 내연녀 아니야, 나는 그가 유부남인줄 모르고 만났다고!! 하는데, 이 때 나오는 단어가 바로 mistress 인거다.



자, 문제는 케이트다.

케이트는 마크를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리고 마크의 사업을 지원해주고 그를 밀어주기 위해 자신이 일도 포기한채로, 아이를 갖는 것도 미룬 채로 남편을 뒷바라지 한다. 그런 그녀에게 맙소사, 찾아오는 게 남편의 바람인거다. 케이트는 배신감을 느끼고 당연히 속상하지만, 그런데 그 다음 액션을 취할 수가 없는 거다. 왜? 그녀는 직장이 없으니까, 돈이 없으니까, 친구가 없으니까! 어디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고 혼자 설 수도 없다. 자기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서. 자기가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남편과 함께 만나는 사람이 전부이니,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할 데가 없다. 그런 참에 칼리의 직장과 칼리의 집에 가보니 칼리는 자신의 직업이 있는 독립적인 사람이고 엄청 크고 좋은 집에 사는 거다. 오, 여자들이여! 남자 뒷바라지만 하다 인생 허비하지 말지어다!!



이 부분이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 분명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배신감에 돌아서려 했을 때 어떤 액션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분명 최선을 다하고 마음을 주고 열심히 살았는데, 그런데 남편과 헤어지려고 하니 아무것도 자기에게 남은게, 자신의 소유라고 할 게 없었다. 변호사인 칼리는 그녀에게 '재산의 반은 네 것이다' 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케이트가 남편과 헤어지는 일은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칼리와 케이트는 친구가 되고(읭?) 마크가 또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여자가 '앰버', 케이트 업턴 이었다.


케이트와 칼리는 앰버에게도 이 상황을 알리고 이 셋은 친해지고 이 괘씸한 남자에게 복수를 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 복수가 칫솔 변기에 넣었다 빼는 거고 설사약 먹이는 거고.. 장난하냐? 이걸 복수로 하고 있는거야? 하아- 물론 영화의 끝에는 더 큰 복수가 기다리고 있기는 하다.



그러다 내가 진짜 치를 떠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 셋이 어떻게 하면 복수를 더 화끈하게 할 수 있을까 만나서 의논하다가 '우리가 다 섹스 안해주니까 안되겠다 한 명은 해줘야지 않겠냐' 이러면서 서로 '내가 할게, 내가 해줄게' 하는거다. 이건 무슨 미친상황? 게다가 아내는 의도했던 바가 아니지만 섹스를 하고 남편의 달콤한 말을 듣고서는 '남편이 이제 변한 것 같아' 라면서 복수를 포기하기도 한다. 칼리가 '네 남편 안변해, 아니라고!'하는데도 남편에게 쪼르르 달려갔다가 여전히 남편 개놈이라는 걸 확인한다. 나는, 나는... 진짜 잘 모르겠다.



왜, 왜!

자신을 깔아뭉개고 멸시하고 속이는 사람이라서 울고 속상하고 화냈으면서,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내 하소연을 들어줘, 해놓고서는 다시 그 남자에게로 돌아가는 걸까? 그것이 소위 말하는 트루 럽..인 것일까? 나는 여기서 진짜 너무 스트레스가 와서 미쳐버리겠는거다. 단순히 서로 의견이 안맞아 서운한 게 아니라 그가 너를 멸시했다며, 속였다며,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며, 미치겠다며! 그래놓고 왜 다시 돌아가는거야?


아이 돈 언더스탠드...


영화속 남자는 그저 개새끼이면 끝나는 문제인데 나는 이 여자들이 너무 답답한거다. 그렇게 그 남자한테 된통 당하고도 또다른 사랑을 찾는 여자들이여..또 다른 남자 만나서 막 전기 흐른대... 쩝..


영화는 2014년 영화인데, 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를 그렇게 대하는 사람, 나를 함부로 대하고, 나를 업신여기고,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사람한테, 그걸 다 알기 때문에 속상해서 울면서, 그런데 왜 다시 돌아가지??????????????????????????????????????????????







그래서, 이 책을 읽다가 포기했다.















어휴.. 일전에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잔소리하게 한다》였나, 읽다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중간도 못읽고 팔아버렸는데, 이 책 역시 중간까지도 못가겠다. 처음부터 내내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으로부터 벗어나있는 남편들의 사례에 대해 나온다. 그런데 '나 정도면 잘하잖아' 라고 하는 남자들에 대해서, '그래도 내 남편 정도면 다른 남자들보다는 낫지' 하는 그런 사례들. 진짜 환장하겠다고 미쳐 날뛰면서 그래도 어쩌겠어, 남자들이 다 그렇지, 그래도 내 남편은 다른 남자들보단 나아, 이러는 얘기가 수두룩해서 못읽겠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책 포기했으니 이번엔 다 읽자, 하고 억지로 넘기고 넘기다가 포기했다. 휴..




















자, 다시 처음의 뇌 이야기로 돌아가서,

뇌 없는 여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여자 뇌는 있니?'라고 묻는게 1814년의 일이었다면, 내가 요즘 듣는 말들은 '여자들이 너무 똑똑하면 안돼' 이다.

그러니까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는 '뇌가 없으면 안되는데 또 너무 똑똑하면 곤란하니까 그 중간 어디쯤' 인것 같다.

무엇을 원하느냐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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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6-11 1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첨부터 끝까지 공감가네요~ 저도 <젠더 모자이크> 막 시작해서 저 부분 읽었어요. 어떻게든 여자를 깎아내리려고 아둥바둥하는 꼴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브리저튼은 원서로 읽으시는 건가요? 왕 멋짐 뿜뿜~
그리고 영화는 - 아이 돈 언더스탠드 투... 정말 안 보고 싶은 내용이네요.

다락방 2021-06-14 08:42   좋아요 2 | URL
그동안의 영화에서는 남자를 만나는 것만이 답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이 영화가 2014년 영화인데 한 남자 때문에 속을 끓여놓고 바로 다음 남자를 만나서 어머 너무 섹시해! 하고 사랑을 할 수 있다니..참 사랑 탄력성 좋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게 진짜 가능한건지 모르겠어요. 어휴..

브리저튼은 원서로 친구들과 함께 읽고 있어요. 원서만 놓고 보면 제가 못읽겠더라고요. 맥락 파악도 힘들고 단어도 많이 모르는데다가, 단어를 안다고 또 해석이 되는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옆에 번역본 놓고 읽어요. 그래서 속도가 매우 더딥니다. 한 권 읽는데 두세달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읽는게 어딘가 싶습니다.

젠더 모자이크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이런 연구를 해주어 참 고맙지 뭡니까!

잠자냥 2021-06-11 1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씨댕이 같은 놈들이 아주 많네요. 이 페이퍼 읽는 것만으로 피꺼솟.........
근데 씨댕이 같은 여자들도 왜케 많아요. 뭔 그딴 씨댕이한테 섹스해주겠다고 난리들이여. 에휴... 노답.
아니 그리고 뭔 복수를 칫솔 변기에 빠뜨리고 설사약..휴... 칫솔 변기에 넣어봤자 엄연히 손가락 칫솔이 있는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6-11 17:59   좋아요 2 | URL
악! 손가락 칫솔이 여기서 나올 줄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14 08:45   좋아요 3 | URL
저는 이 영화를 보는데 결국은 이 영화속에 여주인공이 세 명이나 되고 그들이 연대해서 한 남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 여성들을 그려낸 것 자체가 남성의 관점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속에서 케이트 업톤은 마지막에 노인이랑 사랑에 빠집니다. 전기가 오는 느낌이었다고... 그리고 유부남한테 속아서 연애해놓고 이내 다른 남자랑 사랑에 빠지는 것도 좀 어리둥절할 일이고요. 어휴 답답하기 짝이 없었어요. 여자들아 왜그래 그러지마 정신차려 이천번 말하고 싶었어요.

바람핀 남편에 대한 복수가 칫솔을 변기에 빠뜨렸다 꺼내는 거라니,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그래서 싫었어요. 고작 그걸 복수라고.. 물론 마지막엔 어마어마한 복수가 있긴 합니다만, 그 복수 때문에 이 영화를 볼 필요는 1도 없습니다. 보다가 너무 답답해서... 휴.. 스트레스 대박이에요.

아 클났네 손가락 칫솔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6-15 17:12   좋아요 2 | URL
지랄에 개똥에 씨댕이 쓰리콤보!!!! ㅋㅋㅋㅋㅋㅋ 아놔ㅋㅋㅋㅋㅋ 우리에겐 저 치들을 욕할 수 있는 손가락이 있다! 야이 씨댕이들앜ㅋㅋㅋ~~

수이 2021-06-11 1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은밀하고도 달코한 성차별_은 아 진짜 읽으면서 욕 많이 했는데 역시 완독 안 하시기 잘 하셨어요. 책 아직 펼치기 전인데 안소니 이야기 들으니 얼굴이 시뻘개져서 어떻게 읽어야 하나 걱정됩니다. 인생은 짧으니 최대한 즐겨보자 -_- 악악악

다락방 2021-06-14 08:47   좋아요 1 | URL
인생은 짧으니 최대한 즐겨보자는 것 자체는 본인의 신념 혹은 인생관일 수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여자들을 어떤 급으로 나누는 것은 너무 한심해요. 물론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그런 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앞으로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 보긴 할테지만 앤소니 너무 싫어요 ㅋㅋ 드라마에서도 싫었지만 ㅋㅋㅋ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왜이렇게 스트레스 주는지 진짜 못읽겠더라고요. 어쩌면 저는 비혼인 상태라서, 앞으로도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대체 왜? 라는 물음을 자꾸만 던지게 되니까 읽다가 금세 늙어버리는 것 같아서 읽기를 포기했어요. 휴... 전 잔소리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ㅠㅠ

han22598 2021-06-12 0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는데 ㅎㅎ 뇌의 차이에 대한 연구한 사람들 보면 참 정성이다 싶지 않나요? 참..연구가 먼가 싶은 회의가 몰려들지만 또 그것을 뒤집기 위해서 저자같은 연구자들이 나오야 하기 때문에 또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때의 생물학자 같은 사람들이 지금도 많이 살아계신다는 것이..사실. (슬프네요)

다락방 2021-06-14 08:49   좋아요 2 | URL
너무 좋아요, 한님! 누군가는 뇌에 대해 연구하고 그동안의 연구가 잘못됐다는 걸 밝혀내고(혹은 그 연구들로 결론을 잘못 냈다는 것을 밝혀내고), 그걸 세상에 알리는 게 너무 좋아요. 여기 있는 저로서는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인데 말예요. 그래서 이런걸 책으로 내주는 게 감사합니다. 연구의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었을텐데 저는 여기에서 그 과정과 결과를 읽을 수 있다니 책이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한님도 읽고 계신다니,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들 종종 남겨주세요!

단발머리 2021-06-12 08: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근래에는 여자‘도‘ 뇌는 있지만, ‘이쪽 뇌는 아니야‘라는 주장이 대세인것 같아요. 그래, 여자도 뇌가 있지. 감정의 뇌, 공감의 뇌, 돌봄의 뇌.
수학은 아니야, 과학도 아니고. 정치쪽도 아니고. 법도 아니고. 아, 철학은 아예 안 되는 거 알지? 이런 거 말이에요.
젠더 모자이크,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런 잘못된 거대한 생각에 맞서기에 책이 너무 얇다는….
이 와중에 원서 인용 근사합니다. 따봉!!!

다락방 2021-06-14 08:50   좋아요 1 | URL
여자는 뇌가 없다거나 뇌가 있어도 이쪽 뇌는 아니다 라고 하는 주장들은 모두 남성의 것이잖아요.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사상가들이나 철학자들 과학자들까지도 대부분이 남자다 보니 자기들 좋을대로 해석하고 그걸 발표하고 지지하고... 그렇게 젠더롤을 강화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말씀대로 이 책 더 두꺼워도 좋을것 같은데 어째서 얇고 그리고 중간중간 쓸데없는 페이지 낭비 왜 많을까요? 그 점이 아주 유감입니다. 흥!

그래도 읽다가 쓸 거 많고 마리 루티 생각도 나고 그래서 좋아요! >.<

난티나무 2021-06-12 17: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환장하겠다고 미쳐 날뛰면서 그래도 어쩌겠어, 남자들이 다 그렇지, 그래도 내 남편은 다른 남자들보단 나아, 이러는 얘기˝ -> 살아야 하니까요.ㅠㅠ LOVING TO SURVIVE.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다시 꺼냈습니다.ㅠㅠ

다락방 2021-06-14 08:52   좋아요 1 | URL
제가 안그래도 어떻게 그 많은 여자들이 죄다 그러나 싶어서 그렇다면 그 환경 이라면 누구나 그러고 사는건가..생각해보게 되고, 내가 비혼이라 그런 삶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저런 식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라고 스스로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어쩌면 ‘회사 가면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하면서도 퇴사하지 않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걸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것과 또 다른 것 같아요. 흐음.

말씀하신 loving to survive 난티나무님은 원서로 읽으셨나요? 저 난티나무 님 댓글 읽고 이 책 원서 사서 번역본과 나란히 두고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난티나무 2021-06-14 15:38   좋아요 1 | URL
음 넓은 범위로 생각한다면, 아침마다 회사 가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만두면 당장 생계 걱정을 해야 하니까요. 실제로 이혼하면 당장 생계 걱정을 해야 돼서 이혼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ㅠㅠ 이런 면에서는 비슷. 회사가서 진상 상사나 고객들 상대하면서 참는 것...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허. 씁쓸.
그리고 그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맞고 사는 여자들이 집을 나오지 못하는 이유. 저도 예전에는 아니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되지, 왜 참고 살아? 아니 매맞으면서 어떻게 살아? 이혼하면 되지? 이렇게 아주 단순하게 부르르 했었는데요. 페미니즘 책들 읽으면서 그런 생각들이 와장창 깨어졌지요. 정말 답답하지만 답답하다고 하고 외면하기엔 너무나 만연한 문제라.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부딪히는 건 여전히 다른 문제로 다가오는 게 또 저의 한계... 하. 복잡하군요.

원서 아니고요.^^ 적당한 문구 찾느라 이것저것 뒤지다가 꺼내놨는데 다락방님 글을 보고 책상 위의 표지를 보니 영어 제목이 눈에 쏙 들어오더라고요. 저도 조만간 다시 읽으려고요.^^

다락방 2021-06-14 16:01   좋아요 2 | URL
당장의 생계 걱정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는 숱한 사례가 있다는 것도 알고 남편의 폭력에도 뛰쳐나오지 못할 수밖에 없는 것도 저 역시 난티나무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페미니즘 책 읽고 강연 들으면서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저는 생계 걱정 때문에 그런 케이스도 있지만 [여자는 인질이다] 다시 읽기로 생각하신 것처럼, 로맨스와 이성애에 세뇌당한 것도 분명히 크다고 보여져요. 남편 없이 생계가 막막해서 이혼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자식들 때문에 참고 사는 경우도 있죠. 이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만만찮고요. 아마 지금 황혼 이혼하는 분들은 대부분 이 케이스가 아닐까요.

그런데, 분명 아직 결혼 전이고 내 직업이 있는(혹은 집에 돈이 있는) 똑똑한 여성인데도 자존감 박살내면서 연애하는 경우가 왕왕 있잖아요. 그럴 때는 도대체 왜저러나, 자기 자존감 박살냈다면서 왜저러나 싶어지는데, 제가 페이퍼에 언급한 영화에서도 날 똥통으로 쳐넣은 남자의 달콤한 한마디 말에 또 받아들이는 거 보면서 와.. 이건 도대체 뭐가 문제냐 싶더라고요. 이것이 트루 럽일까요? 진실한 사랑? 진실한 사랑은 자존감 몇 번쯤은 박살내도 용서가 되는걸까요? 남자가 있어야 될 것 같고 남자가 너무 좋고 남자가 아니면 안될것 같고 그러니까 남자가 없는 것보다는 내 자존감 박살내는 남자라도 있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 이 사회가 만든 거대한 스톡홀름 신드롬이 맞는 것 같아요.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이번엔 차분하게 천천히 다시 읽을 수 있도록 역시 원서를 사야할 것 같아요. 결론은 역시 책을 사는 것으로.....

다락방 2021-06-14 16:17   좋아요 1 | URL
저 지금 원서 검색해보는데 왜이렇게 비싼가요? 페이퍼백은 3만원 대이고 하드커버는 10만원이 넘어요. 무슨 책이 10만원이 넘을까요? ㅜㅜ

난티나무 2021-06-14 16:25   좋아요 1 | URL
그르쵸 그르쵸~!!!! 이성애 세뇌! 완전 맞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일 수록 그런 세뇌가 더 심하고요. 요즘은 그래서 영화 드라마 볼 때 욕 밖에 안 나와요.ㅠㅠ 지금의 나도 세뇌의 결과... 흑. 슬퍼요. 진실한 사랑이란 게 있기나 한 걸까요?
원서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지만 저는 궁금해만 하기로.ㅎㅎㅎ 원서읽기 응원합니다. 책 사는 건 언제나 좋은 일!ㅋㅋㅋ (맞죠?^^;;;)


난티나무 2021-06-14 16:25   좋아요 1 | URL
헉! 10만..... 또르르.....
 

남자의 경우는 평생 살면서 아내가 사망하거나 이혼하거나 별거하는 등의 변화가있는 경우에만 무임 가사노동이 늘어난다. - P52

여성의 외도는 지난 30년간 40퍼센트 증가했는데, 벨기에의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인 에스테르 페렐은 오랫동안 배우자 외도 이후의 부부 상담을 진행하면서 발견한 사실을 얘기했다. 여자들이 남편을 배신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돌보미 역할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페렐은 이를 두고 "사실 우리는 또 다른 사람을 찾는 게아니라, 또 다른 자아를 찾는 거예요"라고 표현했다. - P62

아내보다 더 많은 여가 시간을 누리는 남편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일구지 못했다.
이는 심지어 관계의 끝을 의미할 수 있다. - P65

이상은 당사자가 그 부담을 떠안기 전에만 좋은 것이다. 영국 작가인 레베카 애셔는 아이를 낳은후 변한 자신의 여성주의 이상에 관해 쓴 저서, 《충격받다 shattered》에서 이렇게 썼다. "아빠가 되자마자 [남자]는 결국 가부장제가 자기들에게 더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 P75

언뜻 보기에 포유류 계급과 구성원의 절반이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수컷이 부모 되기라는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타고나지 않았다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 같다. 임신은 변함없는 여자의 영역이다. 엄마는 출생 시 아이 옆을 지키며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헌신적인 수컷은 포유류가 아니라, 젖을 먹이거나 새끼를 품지 않는 물고기와 조류이다. 이어서 양서류와 곤충이 2위를 차지하지만, 인간은 이런 동물과는 결혼할 일이 없다.
물고기는 일부만 새끼를 돌보지만, 새끼를 보살피는 경우 이 일을수컷이 맡는 경우가 암컷 혼자 돌보는 경우보다 9배 많다. 이들 수컷은보통 지나가는 암컷을 유혹하고, 암컷은 사랑을 나눈 후 떠나버린다. - P109

인류학자 커미트 앤더슨과 피터 그레이는 《아버지의 탄생》에서 이렇게 밝힌다. "수컷의 육아참여는 원칙적으로(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사정으로 끝나버린다." - P110

오늘날은 신경 촬영법 같은 기술적으로 더 발달된 방법으로 남녀 뇌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종종 성 고정관념을 구체화하는 데 이용되기 때문에 파인은 이 분야를 신경 성차별‘ 이라 명명했다. 파인은 이렇게 쓴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가 보도되는 양상은 유사성이 아닌 차이를 찾는 쪽으로 나아간다. 남자와 여자의 뇌는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다. 일반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뇌 패턴이 중첩될 뿐 아니라 세상에 남자의 뇌만큼 여자의 뇌와비슷한 것도 없다. 신경과학자들은 심지어 낱장 이미지로 보면 남자와 여자의 뇌를 구분하지 못한다. 52나는 신경과학자인 엘리엇에게 전화해 내가 조사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당장 생각나는 불가피하거나 선천적인 요소가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만화 주인공처럼 귀에서 연기를 막 뿜어낼 듯이 말했다. "핵심만 얘기할게요. 인간 행동 중에서 타고난 건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의식적, 무의식적 경험으로 형성되죠. 성별 노동 분담이 ‘선천적‘ 이라는 주장은 권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편리한 방편이에요." - P122

샌디에이고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교사인 42세 디에나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많은 부분에서 너무 깊게 뿌리박혀 있어요. 문화적으로 여자를 보는 방식, 역사적으로 수천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여자를 대하던 방식 말이에요. 여자는 덜 중요한 존재죠."
디에나는 여자가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일이 본인 인생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고백했다. 남편의 전근을 위해 자신은 최고의 직장을 포기했다. 교사로 종일 일하면서 불안과 걱정으로 힘겨워했고, 아기를 키웠다. 그 와중에 둘째를 임신했을 때도 남편에게 매주 가는 출장을 줄이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다 제 책임이라고 느꼈어요." 디에나의 친부모님은 그녀가 2세 때 이혼했고, 홀로 디에나를 키운 엄마는살면서 남자를 찾는 데 주력했다. "엄마가 남자와 안 좋게 헤어졌을때 저에게 여자로 사는 게 뭔지 말해줬던 기억이 나요." 무엇보다 남편을 지키는 게 중요하며, 때문에 남편의 절대적인 안락을 위해 끊임없이 힘써야 한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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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만의 허기
레온 드 빈터 지음, 지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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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만은 1968년 9월 6일 이후로 줄곧 불면증에 시달려왔다. 그날 이후 그는 자신의 죄수가 되었다. -p.48



59세의 펠릭스 호프만 대사는 네덜란드에서 체코로 발령받았다. 젊은시절 서기관으로 일을 시작했던 호프만은 타고난 식탐이 있긴 했지만 사랑하는 '마리안'과 결혼하고 그토록 염원하던 딸들을 한꺼번에 둘이나 얻음으로써 그 식탐을 다스릴 수 있었다. 그는 행복했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딸중에 한 명이 어릴 때 백혈병을 앓고 사망하는 일이 일어나고 그는 그 이후로 불면증에 시달린다. 대사를 환영한다는 연회가 열린 자리에서도 그는 계속해서 먹고 마시고 혼자 있을 때도 밤이 새도록 먹는다. 그는 잠을 자기 위한 노력을 하는 대신 날이 밝아오는 걸 보면서 먹고 그렇게 한참을 먹다가는 위에 밀어넣었던 음식들을 손가락을 넣어 게워내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의 식탐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1968년 딸 하나를 잃어 그가 불행을 맞이하게 됐다면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 남은 딸은 성인이 되어 약물중독으로 죽었다. 그는 진작 승진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대사가 되어 발령받았고 그러나 사랑했던 딸 둘은 자기보다 일찍 죽었으며, 아내와는 그저 한 집에 살 뿐 더이상 다정하지도 않다. 다만 외교관들을 상대로 한 부부 모임에서 정확히 그 역할들만을 해낼 뿐. 그는 허기졌고, 그래서 먹는다. 의사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며 그만 먹으라고 말리는데도, 그는 콜레수테롤이 정말 건강에 안좋은건지 믿지 못하겠다며 자기 고집대로 한다. 사실 그는 딱히 살 의지도 없고 의욕도 없어 보인다. 그런 그에게 친한 친구이자 직장 동료는 말할까 말까 망설였다며, 최근에 극장에 가 본 포르노 영화에 네 죽은딸이 배우로 나왔다고 말해준다. 이에 호프만은 놀라서 그 영화를 보고, 그리고 은퇴후 자신의 비상금으로 마련해두었던 돈을 모두 쏟아부어 그 필름의 원본과 복사본을 사들인다. 내 딸이 사람들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는 이 필름을 사람들이 보게할 수 없다.



이렇게 삶에 있어 뭐하나 재미도 행복도 없는 것 같았던 호프만이 스피노자를 읽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에서 체코에 마련해준 관저에는 그간 머물렀던 대사들이 놓고 간 물건들이 쌓여있고, 그 다락방에서 우연히 스피노자의 『지성의 개선 및 지성을 사물의 참된 인식으로 인도하는 방법에 대한 논고』를 발견하게 된거다.

과거 한 때 철학에 대한 관심을 가졌고 인생에 대한 고민도 했던 그인만큼 비트겐슈타인도 읽었고 버트런트 러셀도 읽었으며 한나 아렌트도 읽었지만 또한 시오랑과 레비나스의 책을 읽어볼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스피노자는 감히 가까이해볼 생각이 없는 호프만이었다. 그런 호프만이 스피노자를 읽기 시작한다. 캐비아를 먹으면서, 샴페인을 마시면서, 거위간을 먹으면서, 와인을 마시면서, 햄을 먹으면서 스피노자를 읽는다. 구절 하나하나 읽으면서 그는 자신의 식대로 해석하고 또 자신이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예를 든다. 이건 이런 뜻이 아닐까, 이건 이렇게 예를 들면 될것이다, 하면서 스피노자가 말하는 진실과 지식과 지복에 대해서 알고자 하고 깨닫고자 한다. 그리고 계속 읽고자 한다. 그가 스피노자를 읽는 것은 그러므로 먹는 중에도 계속되고 그가 배설하는 중에도 계속 된다. 딸의 과거에 대해 알고 고통스러운 가운데에도 계속되고 그가 문제에 휩싸여 도망치는 와중에도 그는 스피노자를 들고 간다. 심지어 그의 죽음을 늦춰야 하는 이유도 스피노자에 있다. 끝까지 읽고 싶다는 그 열망에 그에게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심한 허기를 가진 호프만의 스피노자 책 읽기가 전부인 책이 아니다. 호프만 보다 먼저 등장하는 엄청난 비만인-세계에서 가장 비만한 백 명 가운데 한 명- '프레디 맨시니'라는 미국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프레디 맨시니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거라며 아내의 설득에 넘어가 유럽여행을 가게 되고 그렇게 체코에 도착했다. 때는 1989년. 저녁 식사때 패키지 여행객들의 스테이크까지 다 먹어치운 그였지만 새벽 두시에 허기가 져서 참을 수가 없다. 그러나 프라하의 호텔은 그 밤에 룸서비스가 불가능하고 그가 밖으로 밥 먹으러 나가겠다는데 호텔 보안요원들이 제지한다. 이 새벽에 나간다고? 안돼. 너 불량한 자들에게 잡혀가. 그러나 그는 기어코 바깥으로 나갔고, 택시를 잡아타고 이 새벽에 영업하는 식당을 향해 가려다가 가진 돈을 다 털리고, 그런 와중에 납치사건을 목격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그 납치된 자가 미국 정보부요원이었고 이에 그는 증인이 되어 '안가'로 불려가고 그런데 그 안가에서는 그를 극진히 대접하며 세상 최고 맛있는 칠면조 요리를 대접하고 그래서 그는 거기에서 집에 가기 싫어지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보면 이 책으로 '레온 드 빈터'는 밀란 쿤데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있는데, 책을 읽기 전의 나는 그 표현을 보고 '이런거 진짜 별로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장 읽지도 않고 오 맞네 맞네, 밀란 쿤데라 완전 딱이네, 하게 되었는데, 특히나 이 책의 끝부분 프레디 맨시니의 삶을 보노라면 '밀란 쿤데라'의 《농담》도 생각나는 것이다. 이중 스파이와 시대적 상황에 대한 갈등과 한 인간의 깊은 내면에 대해 드러내면서 그런데 스피노자까지 배치하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겉으로 보면 프레디 맨시니도 그리고 호프만도 그저 식탐에 차 건강을 챙길줄도 모르는 비만인이다. 그런데 프레디는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걸 먹는 걸로 채우고 있으며, 호프만 역시도 지독한 불면증과 고통을 갖고 있었다. 호프만은 자신의 딸들이 이른 나이에 둘다 사망한 것에 대해 '내가 벌을 받은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일찍이 나치에 의해 죽을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나를 쉬게 해줄 사람들은 내 부모님 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일에도 딱히 열심이지 않고 자기 몸 하나 챙길줄 모르는 호프만이지만 그 내면과 정신이 누구보다 치열했다. 내가 이러는 것은 이 나이에 해서는 안될짓이겠지 너무 수치스러워, 하면서 삶의 지복을 찾고자 하고 진실을 찾고자하는 그라는 인간을, 겉에서 호프만 대사로 만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들여다볼 수 있을까. 왜 어린 시절 부모의 상실감을 겪었던 그에게 청년시절 찾아왔던 행복은 오래 머물지 못하고 으스러졌을까. 그는 자꾸만 자꾸만 죽어갔던 어린 딸에 대해 생각하고 상황을 망치는줄 알면서도 연회에서 과음하다 쓰러진다. 어쩌면 이것이 상황을 망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지옥불에 뛰어들기도 한다. '어떤 연줄이 있어서 운좋게 저 자리에 있는 것 같은 저 뚱뚱한 인간' 인 호프만이 가지고 있는 그 자신만의 역사가 무엇인지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타인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알지 못하는 채로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은 과연 온당할까.



현재를 살고 있는 호프만이지만 늘 불행한 과거와 함께 가고 있었다. 불행환 과거는 당연하게도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미래까지 손을 뻗는다.



파괴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을 파괴하는 사람은 그 방법도 다양하지만 대상을 달리하기도 한다. 나를 파괴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파괴하고 다른 사람을 파괴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을 파괴하기도 한다. 프레디가 이혼을 통보한 아내를 죽여버리고 싶어하는 그 욕망과 원망은 자신을 망가뜨리면서 살아온 그가 그 대상을 달리한 게 아닐까.



아주 재미있고 똑똑한 소설이다.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는 이들과 밀란 쿤데라를 모르는 이들, 스피노자를 좋아하는 이들과 스피노자가 대체 뭔데 하는 이들 모두 읽으면 좋을 책이다.



무엇보다 호프만이 스피노자의 『지성의 개선 및 지성을 사물의 참된 인식으로 인도하는 방법에 대한 논고』를 완독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 안에 그 답이 있다.






그는 허기를 채우기 위한 여정에서 부딪히는 모든 난관을 무조건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였다. 그는 약자였다. 위장의 노예였다. - P21

모에 샹동 맛도 그리 나쁘지 않으나 호프만은 테탱제를 선호했다. 동 페리뇽이 최고라고들 하지만 호프만 생각으로는 값만 터무니없이 비싸며, 돈푼이나 있고 감식력은 전무한 졸부들을 위한 샴페인이었다. - P39

스피노자도 직장을 가진 한 가족의 가장이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부를 추구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의혹을 품기 시작했고, 결국 양자택일하는 도박을 감행하기로 했다. 즉 그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포기하고 지복을 찾아 나설 수도 있었고 아니면 소유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것으로 만족하며 살 수도 있었다. - P49

스피노자는 지성의 개선과 정화에 이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무엇보다 먼저 대중이 이해할 수준에서 말해야 한다는 것을 들었다. 이것은 학교 교사나 이미 개선된 지성을 갖춘 교양인에게 해당되는 규범이었다. 그래서 호프만 같은 초보자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이었다.
두 번째 규범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바로 그만큼만 쾌락을 즐길 것‘, 세 번째 규범은 ‘반드시 생계를 꾸리고 건강을 유지하며, 목적에 저해되지 않는다면 돈이나 다른 물질은 관습에 맞춰 살만큼만 소유하도록 할 것‘이었다. - P71

"프레디, 당신은 그냥 뚱뚱한 정도가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은 우리 미합중국에서, 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비만한 백 명 가운데에 들 겁니다. 우리 비서가 요즘 당신들이 애독하는 잡지의 편집부에 문의해봤는데 백 명의 가장 비만한 사람들 가운데 기혼자는 겨우 네 명에 지나지 않고 또 그 네 명 중 셋은 본인 못지않게 뚱뚱한 상대와 결혼해 누구랄 것 없이 부부가 모두 생활의 대부분을 끝없이 먹기만 하며 지낸다고들 합니다. 결론적으로 사랑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한 사례는 단 한 명뿐이었는데, 그 유일무이한 실례의 장본인이 다름 아닌 바로 프레디 당신이었다는 겁니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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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08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전 이 책 미국인 맨시니 나오고, 호프만 나온 부분까지 읽다가 지금 다시 다른 책 읽고 있는데, 걍 쭉 읽어야겠어요. 호프만 딸한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중얼중얼.

다부장님은 스피노자 안 읽으세요? 이 책 보니 읽으실 거 같은데. 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8 11:35   좋아요 3 | URL
잠자냥 님.. 저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계시네요?
마침 스피노자 입문서 친구가 추천해줬던 거 있어서 사려고 했는데 절판이에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중고도 판매자 중고밖에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피노자 읽으면서 호프만의 허기 같이 읽으면 좋을것 같아요. 저는 호프만의 허기를 재독할 예정입니다. 후훗.

Falstaff 2021-06-08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 돋습니다. 일단 보관.
그럼 이만.

다락방 2021-06-08 11:33   좋아요 3 | URL
제가 이 책 읽으면서 폴스타프 님과 잠자냥 님 두 분을 생각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 두 분은 좋아할 것이다!! 폴스타프님은 이 책 읽으시면 엄청 재미난 리뷰 적어주실 것 같아요!

syo 2021-06-08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피노자의 동물 우화>가 절판인 관계로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가 차선입니다. 심지어 얘는 더 쉬워!
그렇지만 가능하면 먼저 대출을 권합니다.....

다락방 2021-06-08 14:56   좋아요 1 | URL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메모메모.
오케바리. 땡큐!

그레이스 2021-06-08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것 같네요
똑똑한 소설,
일단 밀란 쿤데라 좋아하고, 스피노자에 관심있으므로 읽어봐야겠네요.

그레이스 2021-06-08 14:36   좋아요 2 | URL
빌려왔죠
제발 읽고 반납해야 하는데...^^;;

다락방 2021-06-08 14:56   좋아요 2 | URL
아니 댓글 쓰고 한시간만에 가서 빌려오셨네요? 행동력 천재십니다! ㅋㅋ

그레이스 2021-06-08 15:06   좋아요 2 | URL
마침 반납할 책이 있었어요^^
도서관이 집앞이라...

새파랑 2021-06-08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쿤데라라고 하니까 급 읽고 싶어지네요 ㅎㅎ 스피노자는...잘 모르지만 ^^

다락방 2021-06-08 14:57   좋아요 3 | URL
새파랑 님 정말 재밌게 잘 읽은 소설입니다. 크- 추천추천합니다!
저는 스피노자도 모르지만 이 책 펼치기 전에는 스피노자 나올 줄도 몰랐답니다? ㅋㅋ

북다이제스터 2021-06-08 1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스피노자를 읽었다. 에서 ‘그리고’가 긴 여운으로 맘에 와 닿습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다락방 2021-06-08 20:06   좋아요 2 | URL
여운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니 좋네요. 잘 읽어주셔서 기쁩니다. :)

붕붕툐툐 2021-06-08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결론은 모두 읽어도 좋다인거죠? 다부장님의 추천이라면 기꺼이~😉

다락방 2021-06-09 08:49   좋아요 2 | URL
네네 모두 읽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붕붕툐툐님은 항상 캐치가 빠르세요. 감 천재 이십니다! ㅋㅋ

새파랑 2021-07-07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옆에 있는 서재의 달인 메달이 장난 아니네요👍👍 당선 축하드려요 😄

다락방 2021-07-08 10:13   좋아요 2 | URL
아이쿠, 감사합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07-07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축하합니다

다락방 2021-07-08 10:1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초딩 2021-07-07 2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관왕 축하드려요~

다락방 2021-07-08 10:13   좋아요 3 | URL
아이참.. 감사합니다!!
 

나는 대부분의 책을 인터넷서점 알라딘을 통해 사지만 한달에 한 권 이상씩은 꼭 yes24 에서도 산다. 아주 가끔, 드물게 굿즈가 탐나 오만원 이상을 여러번 지를 때도 있지만(최근에 예스에서 파자마 두 벌 받아 조카 줬다), 한달에 한 번 꼭 예스에서 사는 이유는 새로운 달이 오면 상품권을 주기 때문이다. 명목이 뭐였더라, 쉽게 말하면 앱접속 상품권 그리고 하나는..여튼 그렇게 줘서 2천원의 상품권이 생기는데, 주말에는 천 원을 또 준다! 쉽게 정리하여 간략히 풀어쓰자면 새로운 달이 오면 주말에 3천원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여러분 놀라지마라, 3천원 상품권이면 13,000원짜리 책을 10,000원 주고 살 수 있다는 거다! 대단하지 않은가! ㅋㅋㅋ


그래서 새로운 달이 오면 주말 예스 지름은 잊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고, 그러니까 꼭 책을 산다는 말이다.


엊그제 일요일도 그랬다. 토욜에 사려다가 어떤책으로 할까 망설이며 일요일이 되었고, 일요일이 지나면 그 다음주 주말까지 기다리지 않는한 3천원 상품권은 2천원이 되어버려. 반드시! 기필코! 사야한다, 이 주말이 끝나기전에!

그렇게 나는 예스앱을 켜두고는 이 책을 살까 저 책을 살까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흐음 이걸 살까 저걸 살까 이건 알라딘에서 누구에게 땡투를 줄 수있지 않나, 이건 삼천원 할인받아도 너무 큰 금액을 쓰게 되는데, 하고 신중함에 신중함을 거듭하여 단 한 권을 선택하였고, 그렇게 선택한 책이 이 책이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후훗. 일요일 밤에 주문한 이 책은 월욜에 내게 도착한다고 했다. 후훗. 좋았어. 이 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잘했어. 사람이 신중해야 해.



그리고 월요일이 되었고, 나는 택배기사님이 토요일에 두고 간 알라딘 책박스를 발견한다. 일단 책상 뒤에 처박아 두고 그 날 일 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아침의 정해진 루틴, 커피를 내린다. 그러다 아 맞다, 택배 박스! 박스 분리수거 하게 내다둬야지, 하고는 박스를 열어 그 안의 책을 꺼냈고, 아 쉬바..


왓 더 뻑..




세게는 왜 싸우는가...가 왜 알라딘 박스에서 나와.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 이거 금욜에 주문한건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목요일이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침착하자. 예스를 들어가보자. 내가 다른책 샀을 수도 있어.

그런데 예스 앱을 열자마자 내 주문을 확인해보니 거기에도 세계는 왜 싸우는가..


왜 싸우냐.

왜 싸우냐 ㅠㅠ



잠시 고민을 한다. 갑자기 두 권이 생겼으니 한 권을 팔아? 선물해? 악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하다가, 침착하자, 침착해.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예스에서 주문한 책의 배송상황을 보는데, 오, 취소가 가능한 상황이다. 만세! 아직 배송 출발을 안했어. 나는 부랴부랴 취소버튼을 누르고 그렇게 취소가 되었고, 그러므로 세계는 왜 싸우는가는 결국 한 권만 내게 있게 되었다. 만세!! 만세!! 흑흑흑 ㅠㅠ


대체 왜 이러고 사는거야, 왜, 왜, 왜, 왜...


여튼 저 책들 전에는 이 책들이 왔고




그 책들 전에는 이 책들이 왔다.




나도 ㅈㅈㄴ 님처럼 이 책들 한꺼번에 쌓아두고 찍고 싶은데 이 책들이 지금 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못한다. 어떤건 회사 책상 밑에, 어떤건 집 화장대 위에 어떤건 집 책상 위... 어떤건 조카집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마살 홧팅! 내 일간이 무술이고 무무 병존하는데 이게 '해외를 넘나드는 역마'가 있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마살 홧팅!! 달려라 으랴으랴~~
















































































사진엔 없지만 살림지식총서인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도 샀다. 그런데 왜 샀는지 모르겠어. 저게 왜 내 보관함에 있었는지 모르겠고 왜때문에 사야겠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며칠전에 커피 사면서 저것도 샀다. 왜 저거 읽고 싶었을까? 흐음..


데비 텅의 책들은 모두 받자마자 읽었고 조카에게 보냈다. 예스에서 받았던 파자마들과 함께.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역시 읽고 조카에게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사면서 사던 당시 리뷰대회가 있다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읽고 리뷰대회나 참가해볼까? 했지만 여태 읽지 않았고 리뷰대회도 끝났다. 그런 책이 몇 권 있다. 그 피에 젖은 땅도 그렇고 그 무슨 파란 표지 책, 아 그거 사무실에 있으니까 제목 볼 수 있다. 그래, 《컨페션》!! 그것도 리뷰대회 있다네? 이러고 샀다가 사무실 책상 내 발 밑에 있다.


왜 굳이 발 밑에 있냐면,

이걸 책상 위나 이런데 보이는데에 쌓아두니까 임원 한 명이 볼 때마다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안된다느니 너무 잔소리를 해대는거다. 책 읽는 사람들은 혼자 노는거 너무 신나서 남편 신경도 안쓰고 너무 똑똑해지면 피곤하고... 하면서. 동료는 깔깔대고 웃으면서 그 얘기를 듣는데 나는 너무 역겹고 짜증이 나는거다. 그래서 여기저기 보이는데 있는 책 싹 다 쓸어서 발 밑에 박스 두고 그 위에 차곡차곡 쌓고 있다. 발 밑에 쌓아두면 장점이 밖에서 보이진 않지만 단점이 내가 무슨 책을 갖고 있는지 내가 모른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어제는 이 영화 《새콤 달콤》을 보았다. 장기용을 보고 싶어서 봤다. 일전에 드라마에서 본 적 있는데 사람들이 못생겼다고 그랬는데 나는 쫌 좋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잘생긴 남자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는가... 여튼, 오 그래? 하면서 이 영화 보는데, 영화는 별로였다.


아마 많은 여성들이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남자친구와 섹스한 후 임신을 하게 되고 그 임신이 당황스럽고 그 후가 걱정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낙태수술을 받으러 갔던 일. 산부인과에 같이 가는 남자친구들도 있지만 어떤 남자친구들은 쌩까버린다. 나도 몇몇 경우를 알고 있다. 임신을 시킨건 다른 남자인데 수술할 때 보호자는 내가 되어 따라간 적이 있고, 임신을 시킨건 다른 남자인데 수술을 끝마치고 나온 친구를 기다려 밥을 사준 것도 나였던 적이 있다. 그리고 몇 몇 여자들은 임신했다는 소식을 알리자마자 남자친구랑 연락이 되지 않기도 했다. 연락이 되는 경우, 수술하라고 돈을 주는 경우, 수술할 때 옆에 있어주기도 하고 내내 보살펴주는 경우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 어느것도 임신하고 실제로 산부인과에 들어가 낙태수술을 받은 경험을 한 여자만큼이나 할까.


영화속에서 '다은'은 '생리가 없다'고 남자친구 '혁이 오빠'에게 전화기 너머 말하는데, 그러고 나서 둘 사이엔 '이 일을 어쩌나'를 내포한 한숨만 오고간다.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싫지 않나. 너와 내가 좋아해서 섹스를 했는데 그렇게 생겨버린 아기에게 한숨을 쉬어야 하는 그 상황이.



다은과 혁은 연인이다. 다은은 3교대 간호사이고 혁은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서울의 대기업으로 파견되어 정규직으로 취직될지도 모르는 좋은 기회를 잡고 있다. 영화 예고에서는 '장거리 연인' 이라고 하길래 얼마나 먼가 했더니, 다은은 인천에 그리고 혁은 서울에 회사를 다니고 있는 거였다. 인천과 서울을 장거리라고 힘들다고 한거야, 지금? 코웃음을 쳤다. 내가 삼십대 이후에 했던 연애들중 그 어떤 것보다도 가까운 거리의 연애를 하고 있잖아! 그게 뭐가 장거리야!! 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이것은 대한민국의 나와 저기 오세아니아주에 사는 그와의 거리보다 더 먼 거리, 장거리가 틀림 없었다.


그러니까 나의 경우에는, 아니 그러니까 내가 이 나라 당신이 저 나라에 사는 경우라면 우리는 보고싶다고 말할 것이고 가끔은 다른 상대와 더 즐겁지 않을까 의심하게 될지언정, 매일매일 달려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지 않음에 서운하지 않을 수 있는데,

서울과 인천은 그게 아니었다. '피곤하지만' 오고갈 수 있는 거리, 그게 장거리였다. 그게 장거리여... 바로 그게 장거리다..

처음엔 당연한듯이 퇴근후 인천의 다은 집으로 향하는 혁이었지만, 퇴근길 도로는 정체되고 게다가 일도 많아서 늘 피곤하다. 매일 매일 가던 것이 하루 이틀 걸르게 되고 서로 '내일은 갈게', '토요일엔 올거지?' 라는 대화를 하게 되어버린다.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서 혁은 뽀송함을 잃고 꾸벅꾸벅 졸게 되며 그렇게 피곤하니 여자친구를 만나도 적극적으로 데이트에 임할 수 없게 된다.

다은 역시 3교대 간호사라 그 일이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고 가끔은 예정과 달리 나이트 근무가 되어버려서 남자친구와 약속을 깨야 한다. 그래도 데이트할 때 웃으며 다정하려고 해보지만 이 둘의 사이는 이제 너무 삐걱거린다. 서로 피곤하고 지쳐있다. 날선 말들이 나오고 예민한 감정 싸움이 이어진다. 아, 그리고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장면이 있었으니,


혁은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 '보영'과 친해졌는데, 어느 데이트에서 다은이 삐진걸 풀어준다고 다은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우리 예쁜 보영이' 라고 해버린 것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갑자기 나를 네 이름으로 불러줘 그 영화 생각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이름을 내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물론 실수일 수 있다. 아니, 실수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실수를 하게 되기까지에는 무시 못할 상황이란 게 있다.

일전에 나는 보쓰에게 전화를 연결해주면서 '정몽준 회장입니다' 한적이 있다. 보쓰가 '누구?' 라고 하는데 아차..하고는 *** 회장입니다, 하고 정정해 말해야 했다. 왜 그랬냐면, 내가 정몽준 에 대해 어떤 기사를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름이 잘못 나오기 위해서는 뭔가 그 전에 선행되어야 했던 거다.

다은에게 보영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보영이란 이름을 알고 불러왔던 행위가 먼저 있었을 것이다. 다은에게 보영이라 불렀다는 것은 그러므로 다은에게 '이 남자는 보영이를 불러왔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어쩔 수 없이 바로 이런 리액션이 튀어나온다.


"보영이가 누구야?"


그 일은 큰 싸움으로 번진다. 아 요즘 계속 같이 일하는 동료인데, 아니 그런데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 야 너 왜그렇게 예민해 내가 바람이라도 피웠냐?.............



사랑도 건강해야 하고 안피곤해야 한다.

건강할 때는 상대를 배려할 수 있지만 지금 일단 내 몸이 피곤하면 저절로 피곤해, 쉬고 싶어..가 먼저 나온다.

상대와 함께 있어도 좀 더 자고 싶고 얼른 집으로 들어가고 싶고 왜 이런데 돌아다녀야 하나 싶어진다.

데이트가 아니라 그저 타인에게 다정하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 역시도 내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세 차가운 말투가 나와버리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다정하게 오래 잘 지내기 위해서는 그러므로 애를 쓰는 게 필요하고 애를 쓰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는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너를 보고싶어하기 때문에 매일 보러 간다는 것은 취지가 좋다해도 내 육체를 좀먹는 일이다. 내 육체에 피로가 쌓이고 또 쌓이면 컨디션은 바닥을 치고 그 상황에서 상대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가능하지 않다. 그건 누구도 불가하다. 사랑이 답이 아니고 사랑만도 답이 아니다. 사랑이 유일한 답이 아니란 얘기다.


나 보고싶어서 온게 아니라 쉬러 왔니?

무슨 소리야 너 보고 싶어서 왔지. 힘들게 온 사람한테 왜그래.


왜 기어코 만나서는 이런 이야기들로 그 시간들을 아깝게 축내야 하는가. 오늘 야근했으면 쉬고, 내일 몸 컨디션 회복하게 쉬고, 그렇게 매일 만나면서 피곤을 쌓고 서로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대신, 내 몸의 상태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들고 컨디션을 더 낫게 만들어서 만나면 되는데, 아주 많은 경우 사랑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바로 그 길만을 향해 달려다가다 코피를 쏟곤 한다. 사랑한다면 매일 만나야지! 그러다 골병난다... 병나면 사랑도 못해요...





아무튼 나는 오늘 같은 책을 이틀에 걸쳐 두 번이나 사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상대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실수를 하지는 말자는 큰 교훈을 담은 페이퍼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양질의 페이퍼 되시겠다. 두둥-



아, 이제 호프만의 허기에 대해 쓰러 가야한다. 슝-




추가) 아니, 그런데 이런 책 나왔다고 친구, 왜 알려주죠? 또 사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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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08 09: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어마어마하게 사시는군요!
라고 써놓고 보니까, 저도 5월에 18권, 6월 들어 어제까지 14권. 에휴, 개미지옥이 맞나 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06-08 09:13   좋아요 3 | URL
진짜 책들에 치어 미치겠어요. 예전엔 그래도 다섯권 사면 두세권은 읽었는데 요즘엔 열다섯권 사면 한권 읽는 것 같아요. 아휴 ㅠㅠ

잠자냥 2021-06-08 09:42   좋아요 4 | URL
전 폴스타프 님마저 그러실 줄 몰랐어요. 워낙 년초에 1년 독서 계획 세우고 책 읽는 분이라, 연초에 파팍팍 사고, 일년 내내 흔들림 없이 계획 독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비루한 우리 개미들처럼 마구 사제낄 줄이야...정말 실망입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8 09:43   좋아요 6 | URL
폴스타프 님도 우리랑 다를 바 없는 그런 분이셨다니, 저는 실망보다는 동료애가 싹틉니다. 샤라라랑 ♡

Falstaff 2021-06-08 09:5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전 실망보다 동료애가 훠얼씬 좋습니다. 이거 우짜? ㅋㅋㅋㅋ

잠자냥 2021-06-08 09: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ㅋㅋㅋㅋ 진짜 왓 더 뻑..이잖아요! <세계는 왜 싸우는가> ㅋㅋㅋㅋㅋㅋㅋ 다행이네요. 취소 가능해서.
<코요테> 그거 빨랑 읽고 쓰시지 그랬어요. 응모자가 많지 않아서 그냥 술렁 썼어도 5만원 타셨을 거 같은데... 아깝다;

저, 저기요, 다 부장님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는 제게 50원 땡스 투 하고 사셨던데... 문득 이 책을 사게 된 계기는 몰리님 페이퍼?? (바슐라르 관련 페이퍼가 종종 보이더라고요)-

암튼 다부장님이 모시는 보스는 무려 정몽준 회장이었군요! 놀라워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8 09:41   좋아요 5 | URL
그러니까 제가 잠자냥 님께 땡투하고 산건 알겠는데 애초에 왜 이걸 사려고 했었던가... 였어요. 장바구니에 있었고 자, 누구한테 땡투할까 하고 살펴보다 잠자냥 님의 명품 페이퍼를 본거였거든요. 그렇다면 애초에 장바구니엔 왜 있었던가.. 왜때문에.. 어째서..... 그걸 모르겠는 겁니다. 왜인지... 아마도 몰리님 일까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주로 몰리님과 잠자냥 님 뽐뿌를 받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몰리님 페이퍼 읽고는 출판사에 이메일 보낸 적도 있어요. 이 책 번역본 내달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름을 잘못부르는 실수는 하지 않도록 합시다. 이상입니다. 엣헴-

Falstaff 2021-06-08 10:03   좋아요 4 | URL
근데요, 전 바슐라르는 두 권 읽었거든요. 꿈꿀 권리하고 물과 꿈.
시인 이가림의 번역이었는데, 두 권 모두 읽다 던져버렸습니다. 이후 바슐라르는 기피 인물 명단의 꼭대기에 오르거든요. 이 현상이 바슐라르 때문인가요, 아니면 이가림 때문인가요?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ㅋㅋ

다락방 2021-06-08 13:09   좋아요 2 | URL
제가 안읽어봐서 누구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읽고 말씀드릴게요. 불끈!! 😤

잠자냥 2021-06-08 0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프만의 허기는 왠지 <다부장의 허기> 이런 제목으로 다부장님이 글 쓰셔도 굉장히 재미난 글 나올 거 같기도. ㅋㅋㅋㅋ 이참에 책 한 권 더 냅시다. <다부장의 허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8 09:42   좋아요 2 | URL
다부장의 허기라면 어쩐지 할 말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뭔가.. 음.. 문학적 가치는 전혀 없는 책이 나오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어제도 치킨에 와인을 먹고 잤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6-08 09:46   좋아요 2 | URL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처럼 의외로(?) 에로틱한(?) 글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다부장의 허기> 오... 제목하고도 잘 맞아.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8 14:58   좋아요 2 | URL
예전엔 에로틱한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쳤었는데 요즘엔 먼 기억속의 일이 되어서 상상력에만 의지해야 하므로 잘 될까... 모르겠습니다. (아련..)

blanca 2021-06-08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우, 그 임원...한 마디 쏘아주고 싶네요. 그나저나 예스 정보 참 알차네요. 예전에 다락방님이 신한카드 알라딘 할인도 알려주셔서 너무 잘 이용하고 있었거든요. 아, 근데 신기하다. 나도 장기용 좋아하는데 ㅋㅋㅋ 너무 비슷해요.
근데 장기용 너무 잘 생겼는데 --;;;

다락방 2021-06-08 10:51   좋아요 3 | URL
아오 진짜 그 임원 꼴도 보기가 싫어요. 너무 싫어요. 아오 ㅋㅋㅋ
예스 정보 참 알차고 이렇게 삼천원씩 할인 받아가며 책 살 수 있어 너무 좋지만, 이 페이퍼에 쓴것처럼 산 책을 또 살 수가 있답니다 ㅠㅠ 저처럼 기억력 엉망진창인 사람이라면 한 계정으로만 책을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사기 전에 뜨잖아요. 너 지난번에 이 책 샀는데 또 사니? 하고 말이지요. 이건 여기저기서 사니까 중복이 너무 잘돼요 ㅠㅠ 제가 바보랍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장기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정말 죄송한데 장기용 잘생겼다는 말에 저는 왜 웃음이 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보는데 키도 엄청 크더라고요? 하하하하하.

독서괭 2021-06-08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악 택배 뜯어봤을 때 얼마나 경악하셨을지 ㅋㅋㅋㅋ 결국 취소가 되어서 이렇게 마음껏 웃을 수 있지만 취소가 안 되었다면.. 그래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즐거우셨겠지요?ㅎㅎ
저 빻은 소리 하는 임원 아오 짜증나네요. 그러니까 넌 똑똑한 여자랑은 수준 딸려서 못 만난다는 거지?
근데 다락방님은 일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글도 많이 쓰고 요리도 하시는데 뭐죠..? 혹시 잠 안 자세요..?

잠자냥 2021-06-08 10:48   좋아요 3 | URL
심지어 술도 많이 먹어요. 요가도 하던데 저 사람.... 아 산에도 갑디다?

다락방 2021-06-08 10:53   좋아요 4 | URL
독서괭님, 네, 아마도 누군가에게 선물 했겠죠? ㅋㅋㅋㅋㅋ 선물할 때는 ‘너 주려고 샀어‘라고 말하면서 주는게 좋을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남자들을 간혹 보게 되는데, 그게 자기 얼굴에 침뱉기라는 걸 모르는걸까요? 너무 바보같아요.

저 책도 조금 읽고 요리..라고 할것 까지는 뭐가 없는데요.
요가도..가끔 해요. 산도 가끔..아주 가끔 가고요.....
잠 많이 자며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6-08 11:14   좋아요 2 | URL
요가랑 산, 음주까지... 이상하네.. 혹시 하루가 24시간이 아니예요..? 저만 잘못 알고 있어요?

다락방 2021-06-08 11:36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직딩에겐 주말이 있잖습니까. 저는 모든걸 주말에 합니다. 빵도 주말에, 딸기쨈도 주말에, 요가도 주말에, 산도 주말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6-08 11:54   좋아요 2 | URL
흠 여전히 이해는 안 갑니다만ㅋㅋ 일단은 그런 걸로. 암튼 저에게는 신비로운 다코타부장님이세요.

다락방 2021-06-08 12:00   좋아요 3 | URL
제가 예전에 읽었던 소설중에 그런게 있었어요. 주인공이 턱에 홈이 파져 있었는데, 주인공의 엄마가 주인공이 어릴 때 ‘너는 특히 내가 예뻐하는 천사야‘ 라고 신이 콕 찍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긴 거라고요.

저는 신이 특별히 많이 먹으라고 이 땅에 내려보내신 천사입니다.



죄송합니다. =3=3=3=3=3=3=3=3=3=3=3=3=3=3=3=3=3

잠자냥 2021-06-08 13:09   좋아요 3 | URL
아니 난 또 다부장님 턱에도 홈 파여 있다는 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8 13:15   좋아요 3 | URL
아뇨 저는 턱에 홈은 안파였지만 턱은 두 개에요. (방긋)

단발머리 2021-06-08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엄 그린 한 번도 안 읽어봤는데 저 책은 이뻐서 ㅠㅠㅠ 읽고 싶네요. 총균쇠 새 옷 입어서 이뻐요. 집에 있는 거 팔고 다시 살까요? 🙄

다락방 2021-06-08 13:06   좋아요 2 | URL
그레이엄 그린이 누구야? 검색해보고 왔습니다. 제가 산 책의 저자네요? 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ㅌㅌㅌㅌ

총균쇠는 구판 팔고 새옷 사시는 거 추천합니다. 그럼 이만.

잠자냥 2021-06-08 13:09   좋아요 1 | URL
책은 예쁘지만 예쁘지 않은 내용 ㅋㅋㅋ

단발머리 2021-06-08 13:11   좋아요 2 | URL
그것이 바로 제가 지금까지 그레이엄 그린을 미뤄온 이유지요. 현대문학 단편집도 얼매나 이쁘나요. 그러나/그러나/그러나/

syo 2021-06-08 1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탓이 아니에요, 이게 다 세계가 너무 많이 싸워서 그런거지.....

다락방 2021-06-08 13:08   좋아요 2 | URL
쇼님이 화해 좀 시켜봐요. 사이좋게 지내라고 어떻게 좀 해봐봐.. 🥺

그레이스 2021-06-08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총 균 쇠를 없애는 것보다는 더 가능성이 있겠죠? 화해시키는 게?

다락방 2021-06-08 15:00   좋아요 2 | URL
화해가 심지어 더 나은 방법이라고도 생각하지만 그러나 힘있는 자들이 화해를 원할까요? ㅠㅠ

새파랑 2021-06-08 1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너무 재미있네요 ㅋ 내가 무슨책 산지도 모를정도는 아직 아니어서 다행인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ㅎㅎ저도 몇권씩 사무실에 쌓아놓다보니까 컴터 옆에 15권의 책탑이 있네요 ㅋ 역시 이정도의 파워가 있어야 부장님이 되는군요^^

다락방 2021-06-08 15:01   좋아요 4 | URL
새파랑 님 요즘의 독서를 보노라면 조만간 무슨책 샀는지 모를정도가 되실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이럴 줄은 몰랐답니다? 예전엔 그 책이 내 책장 어느 줄 어느 칸에 있는지까지 다 기억했는데 이제는 저한테 이 책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 되었어요. 새파랑님, 그 때가 곧 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요리 24


딸기쨈.



토욜에 엄마가 시장에서 딸기를 사오셨는데 사오시고 식탁 위에 두시고는 바로 외할머니 댁에 가셨다. 대부분의 장녀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사랑 듬뿍 받고 자라온 나로서는, 사실 누가 씻어주지 않으면 과일 잘 안먹어버려 ㅋㅋㅋㅋㅋㅋㅋ 엄마가 외할머니 댁에 도착해서는 '딸기 금세 무를테니 씻어 먹거라' 문자 보내셨지만, '네' 하고는 씻지 않았다. 내일 엄마가 씻어주면 먹어야지... 이러면서. 아마도 과일 욕심은 크게 없어서 그런건지. 예전에 누가 깎아주지 않으면 과일도 안먹는다 그랬더니 한 알라디너가 본인의 큰언니도 그런다며 아주 얄밉다고 했더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낮잠 자고 일어나보니 아빠가 딸기를 다 씻어두셔서 맛있게 몇 알 먹었는데(역시 일은 남에게 미뤄야한다), 엄마 말대로 금세 무를 것 같았다. 윽, 무른 딸기 정말 싫은데.


일요일 아침 일어나보니 오호라, 건져먹을 만한 딸기가 별로 없다. 죄다 조금씩 물렀고, 먹어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딸기 무른 느낌 너무 싫지 않나. 나는 이럴 때 딱 안먹기를 선택하는데(과일 안먹어도 아쉬움 1도 없는 사람), 내가 물렀다고 안먹으면 이것이 어떻게 될까? 아마 아깝다고 아빠,엄마가 다 드시지 않을까. 나는 조금이라도 상한 과일 안먹으면서 아깝다며 부모님이 드시게 할 순 없다. 이거슨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정말 먹기 싫어!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되느냐? 조금 물렀다는 이유로 과일을 버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자. 그렇다. 세상 스마트한 나는(일전에 거래처 직원으로부터 상당히 스마트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이 세상 최고의 지적인 사람인 나는, 이 딸기로 딸기쨈을 만들어보기로 한것이다! 천재 천재 세상 천재 진짜 넘나 천재인 것..


딸기쨈을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던 나는 레서피를 검색해본다. 잘 모르지만 그래도 딸기와 설탕이면 되겠지 했는데, 찾아보는 레서피들마다 자꾸 레몬즙을 준비물이라고 써놓은거다. 여기도 레몬즙 저기도 레몬즙. 대체 딸기쨈에 왜 레몬즙이 들어갈까? 이것이 필수적인 걸까? 이것이 쨈을 만드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걸까? 레몬즙이 없던 나는 이것을 생략해도 좋은건지, 이것이 쨈을 만들때 생략하면 쨈을 완성시키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일단 알아야 했다. 그래서 쨈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하니 전화를 안받는다. 너무 이른 아침이긴 했다. 하는수없이 다시 열심히 검색해보는데, 아아, 누군가가 써뒀다. 새콤한 맛을 위해 레몬즙을 넣어줘요~ 라고. 오, 새콤한 맛 때문에 필요한거였어? 그렇다면 생략 가능하다. 그게 이유라니. 후훗. 나는 새콤 따위 필요없다, 달콤으로 승부한다! 그렇게 딸기쨈 만들기에 도전한다.




군데군데 물렀쥬? 식초물에 금세 딸기를 씻어유~



사실 저울이 있다면 내가 넣은 딸기가 얼만큼인지 그리고 설탕은 얼만큼인지 알 수 있겠지만 나는 저울을 갖고 있지 않다. 도구를 늘리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것이 나의 이 생에서의 목표이거늘. 그런데 딸기쨈 레서피들을 살펴보니 오래 보관하려면 딸기와 설탕이 1:1 이어야 하고 금세 먹을거면 설탕양을 조절하라고 한다. 나는 딸기가 얼만큼이었는지, 그래서 설탕을 어떻게 넣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일단 딸기를 씻어 꼭지를 따고 냄비에 넣은 뒤에 설탕을 들이붓기 시작한다. 이크 너무 달지 않을까, 하고 멈췄다가, 내가 설탕 넣는데에는 지나치게 쫄보여서 항상 덜 달게 하고 그래서 맛없게 한다는 것이 생각나, 조금 더 넣는다. 그리고 끓여냈다.




마침 집에 삶은 계란 으깨기 위한 도구가 있어서 냄비 안의 딸기를 끓여가며 으깼고 이렇게 중불로 끓이면서 거품이 위에 올라오면 국자로 걷어냈다. 그리고 졸이기.




약불로 졸이면서는 이제 저어주는 일이 남아있다. 세상 힘들 줄 알았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가지자며 일요일 분의 성경을 한 손으로 읽어가며 딸기를 젓기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 생각만큼 힘들지도 않았다. 아마 양이 적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정도면 됐을까, 조금 더 하면 좋으려나 의 갈등을 오만번 거친뒤에 불을 끄고 식혔다.





으하하하 완성시켜 담아냈고 다른 그릇에 일부 덜었다. 이모가 오기 땜시롱 이모에게도 맛보라고 주려고.

그리고 어제 오후에 엄마가 딸기쨈 드셔보고 싶다셔서 식빵을 사다드렸고 엄마는 식빵에 딸기쨈을 바르셨다.




엄마는 맛있다고 좋아하셨고 내가 먹어보니 좀 덜달았다. 엄마 설탕을 더 넣을걸 그랬지? 했더니 엄마는 지금이 딱 좋다고 하셨다. 와... 빵을 만들다가 이제는 딸기쨈을 만들어..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내가 생각해도 나는 대단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것이 일요일 딸기쨈 스토리.



그나저나, 금욜 밤에 술 드시기로 하신 분들, 동쪽과 서쪽 보며 술드시기로 하신 분들, 드셨습니까? 약속은 지키셨어요?


그러니까 사연은 이렇다.

내가 고메중화짬뽕을 추천하고 나니 사람들이 그 짬뽕을 사기 시작한거다.




배틀 붙어서 7봉지, 8봉지, 9봉지... 나아갔고 어제 다른 친구도 사겠다고 알려온 바. 알라딘이여..고메중화짬뽕 팔도록 하세요. 내가 팔아드릴게. 그렇게 받은 땡스투로 나 집 좀 사자.. 아니면 빵과 쨈 파는 가게 좀 차리자. 알라딘이여, 듣고 있나?


아무튼 이분들과 금요일 밤에 술을 마시기로 하였는데 각자 술 마시면서 동쪽 보고 건배하기로 했는데 한 분이 서쪽 보고 하자는거다.




나는 금요일에 술을 마시다가 이 약속이 퍼뜩 생각나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하고는 핸드폰의 나침반을 두고 동쪽으로 맞췄다. 그리고 건배했다.




서쪽으로도 맞췄고, 역시 건배하고 술을 마셨다.




여러분, 동쪽과 서쪽을 보고 건배하고 술 마셨습니까? 전 그랬습니다.



이거슨 약속을 지켰다는 페이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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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근 산 책 - 5월 중순 6월 초
    from 지상의 다락방 2021-06-07 14:30 
    제프리 유제디니스, <불평꾼들>출간 전부터 알림 설정해 놓고 기다렸던 책. 2003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소설집으로, 그가 30여 년간 《뉴요커》 《게티스버그 리뷰》 등에 발표한 단편과 미공개 단편들 중 10편을 골라 엮었다.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 소설집>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 사후 4년 뒤인 1983년 출간된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 생전 매체들을 통해 발표했던 여섯 편과 미발표된
 
 
단발머리 2021-06-07 1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만든 딸기쨈 먹다보면 사 먹는거 맛없어서 못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너무 맛나게 생겼네요, 딸기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쪽 서쪽 나침판 건배 완전 웃겨요! 그 분들은 안 잊어버리셨나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8 09:14   좋아요 1 | URL
딸기쨈 되게 어려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이번에 설탕양이 좀 부족하게 느껴졌는데 다음엔 쫄지 말고 설탕을 더 넣어야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만든 딸기쨈 너무 리얼 쨈이라서 ㅋㅋㅋㅋ저도 사먹기 싫어졌어요. 어떡해요 저? 제가 저에게 자꾸 노동을 줍니다. 그러지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람이 말이죠, 뭔가 하고자 한다면, 치밀하게 해야 합니다. 치밀하게!!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6-07 12: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하하.... ㅋㅋㅋㅋㅋㅋ 아니 정말 철저한 다부장님.... 저는 그냥 대충 그 시간에 저희집 해뜨는 쪽이랑 해지는 쪽으로 건배했는뎈ㅋㅋㅋㅋㅋㅋ 다부장님은 저렇게 나침반까지 켜고... 역시 부장님은 다르십니다. 딸랑딸랑딸랑~

다락방 2021-06-08 09:15   좋아요 2 | URL
저는 정말이지 철저한 사람이라서 제가 너무 좋아 죽겠어요. 세상에 이런 캐릭터가 어딨답니까? 겁나 매력적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의 딸랑딸랑을 기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사실 누군가의 딸랑딸랑을 제가 좋아하진 않지만 신기하게 잠자냥 님의 딸랑딸랑은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6-08 09:31   좋아요 1 | URL
그...그..그것은 사...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8 09:39   좋아요 1 | URL
왜 말을 끝까지 맺지 못해요, 왜?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6-07 12: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칼이시네요..... 좋닷! 그깟 임원 때려 치우고, 가자 뉴욕대!!!! (자꾸 앞으로, 동쪽으로, 나가면 지구는 둥그니까 뉴욕!)

다락방 2021-06-08 09:15   좋아요 1 | URL
역시 뉴욕대로 가서 저는 박사학위 받아야 하는 겁니까? 크-
아무튼 가꾸 걸어나가서 뉴욕대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수이 2021-06-07 1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 댓글 넘 좋아요. 월요일 아침을 활기차게 만드는 최고의 댓글입니다.

마법의 손입니다. 이제는 잼까지….. 대체 그대의 경계는 어디인가요?! 🐥

다락방 2021-06-08 09:16   좋아요 1 | URL
마법의 손은.. 아니고요 ㅋㅋ 흉내는 내는 것 같은데 확실히 제가 이쪽으로 재능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손만 대면 예쁘고 깔끔하게 뚝딱 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모양도 별로고.. 여튼 그래요. 아, 재능은 없구나.. 하는 것만 깨닫습니다. ㅋㅋ 괜찮아요, 뭐.. 뭔가에는 재능이 있겠죠. 하하하하하.

아무튼 수연님 우리 해보고 싶은거 다 해보면서 삽시다!! 아쟈!!

붕붕툐툐 2021-06-07 2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딸기는 딸기쨈으로 변신시키시고, 사람들과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건배할 수 있는 능력자~~

다락방 2021-06-08 09:17   좋아요 1 | URL
저는 진짜 살면서 제가 제 손으로 딸기쨈 만들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요.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정말이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딸기쨈 만드는 제가 싫지 않아요. 하하.
건배!

Conan 2021-06-07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꼼꼼하게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네요^^

다락방 2021-06-08 09:17   좋아요 1 | URL
아니, 코난님. 왜 오랜만에 꼼꼼하게 읽으셨나요. 늘 꼼꼼하게 읽어보셔요. 늘 재미있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스피 2021-06-08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우 딸기쨈을 직접 만들으셨네요.예전에는 딸기쨈을 식빵에 발라먹는 것이 좋았는데 요즘은 카야쨈이 더 맛있는거 같아요

다락방 2021-06-08 09:19   좋아요 1 | URL
저는 딸기쨈이 쨈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그 어느 쨈도 딸기쨈을 이길 수 없어요. 딸기쨈이 쨈의 챔피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6-08 0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그런게 큰딸 들 특징이었어요? ㅎㅎㅎㅎㅎ 어쩌면 저도 결혼 전엔 그랬겠죠?
지금은 참외, 키위 같은 과일은 아예 잘 깎아서 통에 담아 놔요. 애들이 꺼내 먹게요.
그나저나 딸기가 아직도 나오네요. 저도 먹고 싶어서 검색해보니 냉동만 보여요. 산딸기가 나오고 있고요, 참 시간은 빨리도 가네요. 화요일 잘 지내요, 다코타 부장님!

다락방 2021-06-08 09:22   좋아요 1 | URL
사실 큰 딸 특징인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저렇다고 했더니 친구가 ‘우리 큰언니가 그래‘ 해서 아 .. 첫째딸의 특징인가? 한겁니다. 하하하.
이런 저지만 저도 조카들 오면 오렌지 까주고 그래요. 아가들 입에 뭐 들어가는 거 보는게 너무 큰 행복이고 기쁨이라서요. 샤라라랑~ 역시 사랑은 내리사랑인가봅니다..

저희 집 근처에 시장 있어서 딸기 살 수 있었어요. 이 시장 너무 좋아요! 여동생 부부도 저희 이모도 우리집에만 오면 꼭 이 시장에 들러 잔뜩 장봐가지고 가요. 으하하하하. 저는 딸기보다 딸기쨈이 더 맛있어요. 아마도 설탕.. 때문이겠죠?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