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조지 로메인스George Romanes는더 직설적이었다. 1887년에 그는, 여성은 두뇌가 작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미흡하다고 적었다. "이것은 창의성의 상대적 결여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특히 고차원의 지적 과제를수행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잘 알려진 19세기 독일 생물학자 테오도어 비쇼프Theodor Bischoff는, 여성들은 작은 두뇌때문에 학문적 연구에 필요한 지적 능력을 가지지 못했으며, 너무 많은 교육은 청소년기 소녀들의 생식기관 발달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P22



오해하지는 말라. 여전히 여성의 뇌는 남성의 뇌보다 평균적으로 작다. 변한 것은 뇌의 크기가 아니라, 예전에 여성의 학업을 막았던 사회적 규범이다.- P23



6월의 같이읽기 도서 《젠더 모자이크》를 오늘 출근길에 읽기 시작했다. 작은 책이고 여백도 엄청나서(이런거 싫어합니다 진짜..) 금세 읽힐 것 같다. 게다가 내용도 재미있다. 저자인 '다프나 조엘'과 '루바 비칸스키'는 이 책의 서문에서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인 천성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그들의 연구로써 증명할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뇌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편견을 가졌었는지 혹은 어떤식으로 주입해오고 또 어떤식으로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왔는지를 적어두고 있다. 위 인용문들은 그 사례들인데, 처음에는 뇌의 크기가 더 똑똑한 걸 드러낸다고 했다가 그러면 고래의 뇌 크기가 설명안되니까 단순히 크기가 아니라 몸과의 비율이다 라고 했다가 그러면 여자의 뇌의 비율이 더 크니까 무조건 큰 게 좋다는 건 아니다 이러고들 있었던 구시대 사람들이여... 뭐, 구시대 사람들만 그러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뇌의 크기나 모양이나 뭐가 됐든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지적으로 딸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대부분 남자)을 보노라니 너무 빡이 친다. 야, 남자랑 여자랑 똑같은 교육을 받게 한 뒤에 말을 해라... 그런 점에서 사회적 규범이 한 일이지 여성(혹은 남성)의 뇌가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이 책은 시작이 옳다 하겠다. 내가 이 부분 읽으면서 크- 했던게, 어제 이런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Anthony suddenly sat up straighter, determined to forcehis attention back to the matter at hand. After all, he had abride to choose, and that was surely serious business.
"Who is considered the diamond of this season?" heasked.
His brothers paused for a moment to think on this, andthen Colin said, "Edwina Sheffield. Surely you‘ve seenher. Rather petite, with blond hair and blue eyes. You canusually spot her by the sheeplike crowd of lovesick suitorsfollowing her about."
Anthony ignored his brother‘s attempts at sarcastichumor. "Has she a brain?"- P24

Colin blinked, as if the question of a woman with abrain were one that had never occurred to him. "Yes, Irather think she does. I once heard her discussing mythol-ogy with Middlethorpe, and it sounded as if she had theright of it."
"Good," Anthony said, letting his glass of scotch hit the table with a thunk. "Then I'll marry her." -p.24-25


"올 시즌 최고의 다이아몬드는 누구지?"

그가 물었다.

동생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콜린이 말했다.

"에드위나 셰필드. 아마 형님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몸집이 작고 금발에 푸른 눈. 평소에 상사병 걸린 구혼자 무리가 주위를 양떼처럼 에워싸고 있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쉬워요."

앤소니는 동생의 말에 배어 있는 신랄함을 무시하고 말했다.

"머리는 있나?"

콜린은 눈을 깜박였다. 마치 여자에게 머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다는 듯이.

"어, 그런 것 같아요. 듣자 하니 미들토프와 신화에 대해 토론을 했다지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잘됐군."

앤소니는 위스키 잔을 테이블 위에 쾅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녀와 결혼해야겠다." -책속에서



그러니까 상황은 이렇다. 8남매의 맏이인 안소니는 그동안 내내 방탕하게 살면서 쾌락을 좇다가 이제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자신과 엄청나게 교류했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일찍 돌아가신 걸 보고서는 나도 일찍 죽을것이다, 그러니까 장남인 내가 이 대를 잇기 위해서는 결혼하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 내가 죽어도 나의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아주 잘 돌보아 줄것이다, 그러니 대화가 되고 어느정도 매력이 있는 여자를 찾아 결혼을 하고 죽기전에 애를 낳아야겠다, 이것이 이 생애 나의 소명... 하는 것이다. 그렇게 결혼을 결심하고서는 '누가 핫하지?' 물어보고서는 '그 여자 뇌는 있니?' 물어보는 것이다. 아, '머리는 있니?' 하고 묻는 것이다. 어떤 여자를 지칭하며 '그 여자는 머리가 있냐' 라고 물어보는 것은 '다른 많은 여자들은 머리가 없다'는 걸 전제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본문에도 나오는데, 그는 런던 사교계에 데뷔해 신랑감 찾는 여자들이 딱히 뇌가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씨댕아. 그 여자들이라고 좋아서 나왔겠냐? 그 여자들이라고 남자들보다 모르고 싶었겠냐? 때는 1814년, 니네가 남자들은 명문대 보내면서 여자들은 대학에서 받아주지 않으니까 같은 교육을 못받았잖아. 그러면서 대화는 되냐, 머리는 있냐 물어보는 건 무슨 개수작이냐. 대학에서 교육받고 배운 거랑 가지 않고 내가 스스로 깨우치는 거랑은 지식의 양에서도 깊이에서도 다를 것이다. 물론 혼자서 더 깊이 더 넓게 보는 사람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으로 여성들에게 그것이 그렇게 자유롭게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니 남자는 아는데 여자는 모르는 것이 많았을 테다. 이 책의 1편에서도 남자..누구였더라 그래, 사이먼. 사이먼은 전 세계를 여행하고 오고 콜린도 전 세계를 여행하고 오는데, 우리의 주인공 다프네는 그 집에서만 살았다. 사이먼은 명문대에서 수학과목 제일 잘하는 학생이었지만 실제 재능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다프네는 그 명문대에서 받아주질 않았기 때문에(여자여서!) 수학 과목을 제일 잘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그래서 사이먼을 만났을 때도 사이먼의 경험을 듣는 걸로 대신해야 하는거다. 와 진짜 개똥같지 않냐. 세상은 똥이고 인간은 쓰레기다...


《젠더 모자이크》에서 지적했듯이, 여자들의 앎이 남자들의 앎보다 부족했다면, 그것은 사회적 규범 때문이었다. 지능의 차이가 아니었다. 뇌가 있냐고? 있다! 학교가지마~ 해놓고서는 너는 왜그렇게 몰라~ 해버리면 니네 스스로 모순을 못느끼냐? 그런점에서 보부아르는 이 점을 지적해줬다. 정말이지 두고두고 써먹을 말이다.






세상은 여자를 부엌이나 규방 속에 가두어 두면서도 그녀의 시야가 좁은 것에 놀란다. 그리고 여자에게서 날개를 잘라놓고 그녀가 날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만일 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준다면 그녀는 결코 현재 속에 갇혀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2의 성, 2권], 시몬 드 보부아르, p.776










그렇게 뇌 있다고 잘난척 하고 싶으면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아라 이븅딱아...




자, 우리의 앤소니 얘기를 좀 더 해볼까?


For as he well knew, life was short and certainlymeant to be enjoyed. Oh, he‘d had a certain code of honor.
He never dallied with well-bred young women. Anyone who might have any right to demand marriage was strictly off-limits.
With four younger sisters of his own, Anthony had a healthy degree of respect for the good reputations of gently bred women. He‘d already nearly fought a duel for oneof his sisters, all over a slight to her honor. And as for theother three . . . he freely admitted that he broke out in a cold sweat at the mere thought of their getting involved with a man who bore a reputation like his.
No, he certainly wasn‘t about to despoil some other gentleman‘s younger sister.
But as for the other sort of women—the widows andactresses who knew what they wanted and what they were getting into—he‘d enjoyed their company and enjoyed it well. Since the day he left Oxford and headed west to London, he‘d not been without a mistress.- P20


인생은 짧으니 최대한 즐겨 보자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도덕심이란 것이 있어, 적어도 귀족가의 영양들을 희롱한 적은 없었다. 결혼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여자들은 철저히 피해 왔다.

자신에게도 여동생이 넷이나 되다 보니, 귀족 가문의 여인들에게 있어서 평판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여동생 가운데 하나 때문에 결투를 벌일 뻔하기까지 않았던가. 나머지 세 여동생을 떠올려 본다면 …… 앤소니 역시 자기와 같은 악명을 떨치는 남자가 동생들과 어울릴 생각만 해도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절대 다른 귀족의 여동생을 유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부류의 여자들이라면, 미망인이나 여배우처럼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 것인지 똑똑히 알고 있는 여자들이라면 함께 있는 시간과 육체를 기꺼이 즐겼다.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런던으로 돌아온 이래, 정부가 한 명도 없었던 때가 없었다. -책속에서




자랑이다..

지랄도 가지가지.

난봉꾼으로 살았지만 자신에게 결혼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여자들을 건드리지는 않으려고 주의했다는 것이.. 자랑이다. 그러나 '다른 부류'의 여자들을 건드렸다는 것이 .. 자랑이다. 정부가 없었던 때는 한번도 없었지만 귀족의 여동생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어서 정말 잘나셨다. 자기 여동생의 명예가 실추될까 두려워 죽을 각오로 결투까지 하지만, 그러나 귀족의 여자가 아닌 '다른 부류'의 여자들이라면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인생 참 해피하시겠어요. 그렇게 다른 부류의 여자들과 마음껏 즐기고 쾌락쾌락 한 다음에 지금 이 시즌 최고의 다이아몬드는 누구? 하고 귀족의 여자와 결혼하려 한다니, 세상 잘나셨다. 그러면서 또 자기는 좋은 대학 나오고 대화 베리 임포르턴트 하니까 '그 여자 뇌는 있니?' 라고 묻는다니 진짜 가지가지 한다. 지랄도 풍년이다. 개새끼. 아주 잘나셨다.


나 앤소니 얘기 읽을거고 재미있게 사랑 이야기 지켜볼거지만 앤소니의 이 모든 생각과 행동이 역겹기 짝이 없다. 진짜 개놈의 새끼라고 밖에 생각이 안돼. 아주 잘났다. 물론 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아까도 언급했지만 1814년이고, 그러니 모든 귀족 남자들이 이런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왔을 것이다. 운좋게도 앤소니는 사랑하는 부부로부터 태어났고, 귀족이고, 형제 자매와도 사이가 좋았지만, 세상 난봉꾼으로 살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족 여성들이 탐내는 신랑감이라는 것이 진짜


왓 더 퍽..



에휴...



자, 이젠 mistress 에 관해 얘기해보자. 며칠전 브리저튼의 이 시리즈 읽다가 mistress 단어를 보았고, 아, 그러고보니 내가 미스트리스 라는 제목의 프랑스 영화도 본적이 있었는데, 하고 아주 오래전의 과거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랬었지.. 영화속 표현에 의하면 '남자를 후리기엔 너무 늙었다'는 삼십대 중반(서른여섯이었나, 서른일곱이었나)의 여성에 대한 얘기였지.


여튼 나는 mistress 를 찾아본다. 번역본과 같이 읽으니 정부라는 뜻인줄은 알지만 그래도 부러 찾아본다.



mistress 명사 1. (보통 기혼 남자의) 정부 2 (특히 사립학교의) 여교사 3. (과거 하인을 부리던 집의) 여자 주인

















어제 영화 《아더 우먼》을 보았다. 넷플릭스에 있기에 재생해보았는데 내가 일전에 보다가 포기했던 영화더라. 그걸 모르고 다시 다운 받은 거였어... 여튼 줄거리만 봐도 흥미 떨어지는 영화인데 '케이트 업턴'을 보고 싶어서 봤다. 케이트 업턴 언제 나오나 기다리다가 속 뒤집어지는 장면이 한두번이 아니었어... 케이트 업턴을 그저 글래머로만 알고 있는데, 마침 영화에 나왔다길래 그녀가 글래머로만 알려진 거 말고 다른 걸 보자..라는 생각을 해서 고른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도 케이트 업턴은 모두가 감탄하는 비쥬얼의 뇌 없는 여자로 나온다. 뇌 없는 여자, 너무 식상하지 않냐?


여튼 줄거리는 개똥같다.

잘나가는 변호사 '칼리'(카메론 디아즈)는 자신이 사귀는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기로 한 날, 하필이면 수도가 터졌댔나 뭐 여튼 그래서 반드시 집에 들어가봐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 날 밤에 섹시한 배관공으로 차려입고 그 집에 찾아가 벨을 누른다. 그 때 문을 열고 나온 '케이트'(레슬리 만)를 보며 '나는 마크 찾아왔어, 너는 가정부니?' 하고 물었는데 그 때 케이트가 '아니 나는 마크의 아내인데?' 하는거다. 당황하고 놀라고 배신감에 치를 떨던 칼리는 그대로 돌아오고, 이를 수상히 여긴 케이트는 칼리의 직장을 알아내어 칼리를 찾아온다. 케이트는 칼리가 남편의 내연녀였다는 걸 알게되고 칼리는 마크가 유부남인걸 알게 됐다는 거다.


세상에 넘쳐나는 수많은 불륜 이야기들 중에 묻혀질 또 하나의 불륜 이야기쯤 될텐데,


그러니까 케이트는 남편이 자기를 속이고 바람피우는 줄 몰랐고, 칼리는 그가 유부남인줄 몰랐다. 세상에 넘쳐나는 수많은 불륜 이야기들 중에 그러니까 유부남인줄 모르고 만났는데 알고 보니 유부남이어서 그만 만나는 사연이 칼리에게 생긴 셈이다. 칼리는 그래도 내심 좋아했는데, 마음을 열었는데, 그래서 배신감을 느꼈지만 유부남인 이상 노! 하고 안만나려고 하고 뒤돌아서는데, 아아,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게 어디있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지라 케이트가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 계속 찾아온다. 이 얼마나 대환장... 난 빼줘, 너네 부부 일은 너네가 알아서 해, 나는 내연녀 아니야, 나는 그가 유부남인줄 모르고 만났다고!! 하는데, 이 때 나오는 단어가 바로 mistress 인거다.



자, 문제는 케이트다.

케이트는 마크를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리고 마크의 사업을 지원해주고 그를 밀어주기 위해 자신이 일도 포기한채로, 아이를 갖는 것도 미룬 채로 남편을 뒷바라지 한다. 그런 그녀에게 맙소사, 찾아오는 게 남편의 바람인거다. 케이트는 배신감을 느끼고 당연히 속상하지만, 그런데 그 다음 액션을 취할 수가 없는 거다. 왜? 그녀는 직장이 없으니까, 돈이 없으니까, 친구가 없으니까! 어디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고 혼자 설 수도 없다. 자기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서. 자기가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남편과 함께 만나는 사람이 전부이니,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할 데가 없다. 그런 참에 칼리의 직장과 칼리의 집에 가보니 칼리는 자신의 직업이 있는 독립적인 사람이고 엄청 크고 좋은 집에 사는 거다. 오, 여자들이여! 남자 뒷바라지만 하다 인생 허비하지 말지어다!!



이 부분이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 분명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배신감에 돌아서려 했을 때 어떤 액션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분명 최선을 다하고 마음을 주고 열심히 살았는데, 그런데 남편과 헤어지려고 하니 아무것도 자기에게 남은게, 자신의 소유라고 할 게 없었다. 변호사인 칼리는 그녀에게 '재산의 반은 네 것이다' 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케이트가 남편과 헤어지는 일은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칼리와 케이트는 친구가 되고(읭?) 마크가 또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여자가 '앰버', 케이트 업턴 이었다.


케이트와 칼리는 앰버에게도 이 상황을 알리고 이 셋은 친해지고 이 괘씸한 남자에게 복수를 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 복수가 칫솔 변기에 넣었다 빼는 거고 설사약 먹이는 거고.. 장난하냐? 이걸 복수로 하고 있는거야? 하아- 물론 영화의 끝에는 더 큰 복수가 기다리고 있기는 하다.



그러다 내가 진짜 치를 떠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 셋이 어떻게 하면 복수를 더 화끈하게 할 수 있을까 만나서 의논하다가 '우리가 다 섹스 안해주니까 안되겠다 한 명은 해줘야지 않겠냐' 이러면서 서로 '내가 할게, 내가 해줄게' 하는거다. 이건 무슨 미친상황? 게다가 아내는 의도했던 바가 아니지만 섹스를 하고 남편의 달콤한 말을 듣고서는 '남편이 이제 변한 것 같아' 라면서 복수를 포기하기도 한다. 칼리가 '네 남편 안변해, 아니라고!'하는데도 남편에게 쪼르르 달려갔다가 여전히 남편 개놈이라는 걸 확인한다. 나는, 나는... 진짜 잘 모르겠다.



왜, 왜!

자신을 깔아뭉개고 멸시하고 속이는 사람이라서 울고 속상하고 화냈으면서,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내 하소연을 들어줘, 해놓고서는 다시 그 남자에게로 돌아가는 걸까? 그것이 소위 말하는 트루 럽..인 것일까? 나는 여기서 진짜 너무 스트레스가 와서 미쳐버리겠는거다. 단순히 서로 의견이 안맞아 서운한 게 아니라 그가 너를 멸시했다며, 속였다며,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며, 미치겠다며! 그래놓고 왜 다시 돌아가는거야?


아이 돈 언더스탠드...


영화속 남자는 그저 개새끼이면 끝나는 문제인데 나는 이 여자들이 너무 답답한거다. 그렇게 그 남자한테 된통 당하고도 또다른 사랑을 찾는 여자들이여..또 다른 남자 만나서 막 전기 흐른대... 쩝..


영화는 2014년 영화인데, 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를 그렇게 대하는 사람, 나를 함부로 대하고, 나를 업신여기고,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사람한테, 그걸 다 알기 때문에 속상해서 울면서, 그런데 왜 다시 돌아가지??????????????????????????????????????????????







그래서, 이 책을 읽다가 포기했다.















어휴.. 일전에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잔소리하게 한다》였나, 읽다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중간도 못읽고 팔아버렸는데, 이 책 역시 중간까지도 못가겠다. 처음부터 내내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으로부터 벗어나있는 남편들의 사례에 대해 나온다. 그런데 '나 정도면 잘하잖아' 라고 하는 남자들에 대해서, '그래도 내 남편 정도면 다른 남자들보다는 낫지' 하는 그런 사례들. 진짜 환장하겠다고 미쳐 날뛰면서 그래도 어쩌겠어, 남자들이 다 그렇지, 그래도 내 남편은 다른 남자들보단 나아, 이러는 얘기가 수두룩해서 못읽겠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책 포기했으니 이번엔 다 읽자, 하고 억지로 넘기고 넘기다가 포기했다. 휴..




















자, 다시 처음의 뇌 이야기로 돌아가서,

뇌 없는 여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여자 뇌는 있니?'라고 묻는게 1814년의 일이었다면, 내가 요즘 듣는 말들은 '여자들이 너무 똑똑하면 안돼' 이다.

그러니까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는 '뇌가 없으면 안되는데 또 너무 똑똑하면 곤란하니까 그 중간 어디쯤' 인것 같다.

무엇을 원하느냐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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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6-11 1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첨부터 끝까지 공감가네요~ 저도 <젠더 모자이크> 막 시작해서 저 부분 읽었어요. 어떻게든 여자를 깎아내리려고 아둥바둥하는 꼴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브리저튼은 원서로 읽으시는 건가요? 왕 멋짐 뿜뿜~
그리고 영화는 - 아이 돈 언더스탠드 투... 정말 안 보고 싶은 내용이네요.

다락방 2021-06-14 08:42   좋아요 2 | URL
그동안의 영화에서는 남자를 만나는 것만이 답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이 영화가 2014년 영화인데 한 남자 때문에 속을 끓여놓고 바로 다음 남자를 만나서 어머 너무 섹시해! 하고 사랑을 할 수 있다니..참 사랑 탄력성 좋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게 진짜 가능한건지 모르겠어요. 어휴..

브리저튼은 원서로 친구들과 함께 읽고 있어요. 원서만 놓고 보면 제가 못읽겠더라고요. 맥락 파악도 힘들고 단어도 많이 모르는데다가, 단어를 안다고 또 해석이 되는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옆에 번역본 놓고 읽어요. 그래서 속도가 매우 더딥니다. 한 권 읽는데 두세달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읽는게 어딘가 싶습니다.

젠더 모자이크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이런 연구를 해주어 참 고맙지 뭡니까!

잠자냥 2021-06-11 1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씨댕이 같은 놈들이 아주 많네요. 이 페이퍼 읽는 것만으로 피꺼솟.........
근데 씨댕이 같은 여자들도 왜케 많아요. 뭔 그딴 씨댕이한테 섹스해주겠다고 난리들이여. 에휴... 노답.
아니 그리고 뭔 복수를 칫솔 변기에 빠뜨리고 설사약..휴... 칫솔 변기에 넣어봤자 엄연히 손가락 칫솔이 있는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6-11 17:59   좋아요 2 | URL
악! 손가락 칫솔이 여기서 나올 줄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14 08:45   좋아요 3 | URL
저는 이 영화를 보는데 결국은 이 영화속에 여주인공이 세 명이나 되고 그들이 연대해서 한 남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 여성들을 그려낸 것 자체가 남성의 관점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속에서 케이트 업톤은 마지막에 노인이랑 사랑에 빠집니다. 전기가 오는 느낌이었다고... 그리고 유부남한테 속아서 연애해놓고 이내 다른 남자랑 사랑에 빠지는 것도 좀 어리둥절할 일이고요. 어휴 답답하기 짝이 없었어요. 여자들아 왜그래 그러지마 정신차려 이천번 말하고 싶었어요.

바람핀 남편에 대한 복수가 칫솔을 변기에 빠뜨렸다 꺼내는 거라니,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그래서 싫었어요. 고작 그걸 복수라고.. 물론 마지막엔 어마어마한 복수가 있긴 합니다만, 그 복수 때문에 이 영화를 볼 필요는 1도 없습니다. 보다가 너무 답답해서... 휴.. 스트레스 대박이에요.

아 클났네 손가락 칫솔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6-15 17:12   좋아요 2 | URL
지랄에 개똥에 씨댕이 쓰리콤보!!!! ㅋㅋㅋㅋㅋㅋ 아놔ㅋㅋㅋㅋㅋ 우리에겐 저 치들을 욕할 수 있는 손가락이 있다! 야이 씨댕이들앜ㅋㅋㅋ~~

수이 2021-06-11 1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은밀하고도 달코한 성차별_은 아 진짜 읽으면서 욕 많이 했는데 역시 완독 안 하시기 잘 하셨어요. 책 아직 펼치기 전인데 안소니 이야기 들으니 얼굴이 시뻘개져서 어떻게 읽어야 하나 걱정됩니다. 인생은 짧으니 최대한 즐겨보자 -_- 악악악

다락방 2021-06-14 08:47   좋아요 1 | URL
인생은 짧으니 최대한 즐겨보자는 것 자체는 본인의 신념 혹은 인생관일 수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여자들을 어떤 급으로 나누는 것은 너무 한심해요. 물론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그런 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앞으로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 보긴 할테지만 앤소니 너무 싫어요 ㅋㅋ 드라마에서도 싫었지만 ㅋㅋㅋ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왜이렇게 스트레스 주는지 진짜 못읽겠더라고요. 어쩌면 저는 비혼인 상태라서, 앞으로도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대체 왜? 라는 물음을 자꾸만 던지게 되니까 읽다가 금세 늙어버리는 것 같아서 읽기를 포기했어요. 휴... 전 잔소리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ㅠㅠ

han22598 2021-06-12 0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는데 ㅎㅎ 뇌의 차이에 대한 연구한 사람들 보면 참 정성이다 싶지 않나요? 참..연구가 먼가 싶은 회의가 몰려들지만 또 그것을 뒤집기 위해서 저자같은 연구자들이 나오야 하기 때문에 또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때의 생물학자 같은 사람들이 지금도 많이 살아계신다는 것이..사실. (슬프네요)

다락방 2021-06-14 08:49   좋아요 2 | URL
너무 좋아요, 한님! 누군가는 뇌에 대해 연구하고 그동안의 연구가 잘못됐다는 걸 밝혀내고(혹은 그 연구들로 결론을 잘못 냈다는 것을 밝혀내고), 그걸 세상에 알리는 게 너무 좋아요. 여기 있는 저로서는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인데 말예요. 그래서 이런걸 책으로 내주는 게 감사합니다. 연구의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었을텐데 저는 여기에서 그 과정과 결과를 읽을 수 있다니 책이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한님도 읽고 계신다니,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들 종종 남겨주세요!

단발머리 2021-06-12 08: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근래에는 여자‘도‘ 뇌는 있지만, ‘이쪽 뇌는 아니야‘라는 주장이 대세인것 같아요. 그래, 여자도 뇌가 있지. 감정의 뇌, 공감의 뇌, 돌봄의 뇌.
수학은 아니야, 과학도 아니고. 정치쪽도 아니고. 법도 아니고. 아, 철학은 아예 안 되는 거 알지? 이런 거 말이에요.
젠더 모자이크,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런 잘못된 거대한 생각에 맞서기에 책이 너무 얇다는….
이 와중에 원서 인용 근사합니다. 따봉!!!

다락방 2021-06-14 08:50   좋아요 1 | URL
여자는 뇌가 없다거나 뇌가 있어도 이쪽 뇌는 아니다 라고 하는 주장들은 모두 남성의 것이잖아요.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사상가들이나 철학자들 과학자들까지도 대부분이 남자다 보니 자기들 좋을대로 해석하고 그걸 발표하고 지지하고... 그렇게 젠더롤을 강화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말씀대로 이 책 더 두꺼워도 좋을것 같은데 어째서 얇고 그리고 중간중간 쓸데없는 페이지 낭비 왜 많을까요? 그 점이 아주 유감입니다. 흥!

그래도 읽다가 쓸 거 많고 마리 루티 생각도 나고 그래서 좋아요! >.<

난티나무 2021-06-12 17: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환장하겠다고 미쳐 날뛰면서 그래도 어쩌겠어, 남자들이 다 그렇지, 그래도 내 남편은 다른 남자들보단 나아, 이러는 얘기˝ -> 살아야 하니까요.ㅠㅠ LOVING TO SURVIVE.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다시 꺼냈습니다.ㅠㅠ

다락방 2021-06-14 08:52   좋아요 1 | URL
제가 안그래도 어떻게 그 많은 여자들이 죄다 그러나 싶어서 그렇다면 그 환경 이라면 누구나 그러고 사는건가..생각해보게 되고, 내가 비혼이라 그런 삶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저런 식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라고 스스로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어쩌면 ‘회사 가면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하면서도 퇴사하지 않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걸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것과 또 다른 것 같아요. 흐음.

말씀하신 loving to survive 난티나무님은 원서로 읽으셨나요? 저 난티나무 님 댓글 읽고 이 책 원서 사서 번역본과 나란히 두고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난티나무 2021-06-14 15:38   좋아요 1 | URL
음 넓은 범위로 생각한다면, 아침마다 회사 가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만두면 당장 생계 걱정을 해야 하니까요. 실제로 이혼하면 당장 생계 걱정을 해야 돼서 이혼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ㅠㅠ 이런 면에서는 비슷. 회사가서 진상 상사나 고객들 상대하면서 참는 것...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허. 씁쓸.
그리고 그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맞고 사는 여자들이 집을 나오지 못하는 이유. 저도 예전에는 아니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되지, 왜 참고 살아? 아니 매맞으면서 어떻게 살아? 이혼하면 되지? 이렇게 아주 단순하게 부르르 했었는데요. 페미니즘 책들 읽으면서 그런 생각들이 와장창 깨어졌지요. 정말 답답하지만 답답하다고 하고 외면하기엔 너무나 만연한 문제라.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부딪히는 건 여전히 다른 문제로 다가오는 게 또 저의 한계... 하. 복잡하군요.

원서 아니고요.^^ 적당한 문구 찾느라 이것저것 뒤지다가 꺼내놨는데 다락방님 글을 보고 책상 위의 표지를 보니 영어 제목이 눈에 쏙 들어오더라고요. 저도 조만간 다시 읽으려고요.^^

다락방 2021-06-14 16:01   좋아요 2 | URL
당장의 생계 걱정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는 숱한 사례가 있다는 것도 알고 남편의 폭력에도 뛰쳐나오지 못할 수밖에 없는 것도 저 역시 난티나무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페미니즘 책 읽고 강연 들으면서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저는 생계 걱정 때문에 그런 케이스도 있지만 [여자는 인질이다] 다시 읽기로 생각하신 것처럼, 로맨스와 이성애에 세뇌당한 것도 분명히 크다고 보여져요. 남편 없이 생계가 막막해서 이혼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자식들 때문에 참고 사는 경우도 있죠. 이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만만찮고요. 아마 지금 황혼 이혼하는 분들은 대부분 이 케이스가 아닐까요.

그런데, 분명 아직 결혼 전이고 내 직업이 있는(혹은 집에 돈이 있는) 똑똑한 여성인데도 자존감 박살내면서 연애하는 경우가 왕왕 있잖아요. 그럴 때는 도대체 왜저러나, 자기 자존감 박살냈다면서 왜저러나 싶어지는데, 제가 페이퍼에 언급한 영화에서도 날 똥통으로 쳐넣은 남자의 달콤한 한마디 말에 또 받아들이는 거 보면서 와.. 이건 도대체 뭐가 문제냐 싶더라고요. 이것이 트루 럽일까요? 진실한 사랑? 진실한 사랑은 자존감 몇 번쯤은 박살내도 용서가 되는걸까요? 남자가 있어야 될 것 같고 남자가 너무 좋고 남자가 아니면 안될것 같고 그러니까 남자가 없는 것보다는 내 자존감 박살내는 남자라도 있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 이 사회가 만든 거대한 스톡홀름 신드롬이 맞는 것 같아요.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이번엔 차분하게 천천히 다시 읽을 수 있도록 역시 원서를 사야할 것 같아요. 결론은 역시 책을 사는 것으로.....

다락방 2021-06-14 16:17   좋아요 1 | URL
저 지금 원서 검색해보는데 왜이렇게 비싼가요? 페이퍼백은 3만원 대이고 하드커버는 10만원이 넘어요. 무슨 책이 10만원이 넘을까요? ㅜㅜ

난티나무 2021-06-14 16:25   좋아요 1 | URL
그르쵸 그르쵸~!!!! 이성애 세뇌! 완전 맞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일 수록 그런 세뇌가 더 심하고요. 요즘은 그래서 영화 드라마 볼 때 욕 밖에 안 나와요.ㅠㅠ 지금의 나도 세뇌의 결과... 흑. 슬퍼요. 진실한 사랑이란 게 있기나 한 걸까요?
원서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지만 저는 궁금해만 하기로.ㅎㅎㅎ 원서읽기 응원합니다. 책 사는 건 언제나 좋은 일!ㅋㅋㅋ (맞죠?^^;;;)


난티나무 2021-06-14 16:25   좋아요 1 | URL
헉! 10만..... 또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