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명리학 책이었던가. 어쩌면 고미숙의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였나. 약국을 운영하는 사람이 약국도 잘 되고 사람들도 다 좋은데 자기는 왜이렇게 우울하고 힘든지 모르겠다고 상담을 받으러 온 얘기를 읽었더랬다. 보니, 그 약사의 사주에 역마살이 있건만 그 약사는 동네에서 매일 약국을 하며 머물렀던 것. 이에 상담해준 선생님은 주말에 가까운 지방이라도 다녀오면 많은 것들이 나아질 것이다, 라는 애기를 했더랬다.


강헌의 <명리>를 읽으면서 내게는 전 세계적인 역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무무병존 사주인데 강헌의 말을 빌리자면, '그 범위는 스케일도 넓어서 해외를 드나드는 역마이다' 라고 한 것. 그런데 내 뜻과 아무 상관없이 최근 몇년간 아무곳도 가질 못하니 우울함이 차곡차곡 쌓이는거라. 국내 여행도 하면 안될것 같아 가급적 자제하고 있었는데 내가 또 집에만 못 있겠는거라. 그래서 나는 동네를 산책하거나 서점을 간다.


그렇다.

서점을 간다.

내가 살기 위해서,

서점을 간다.

내 사주에 있는 역마를 다스리기 위해

서점을 간다.

그래서?

책을 산다...

아니,

책을 샀다.

으르렁-



다른데를 가면 되는데, 그런데 나는 다른데 가는걸 별로 안좋아해. 일전에 한 친구는 올리브영에 가는게 좋다고 했더랬다. 재미있다고. 그런데 나는 올리브영 같은데가 재미가 1도 없어. 왜 가는지를 모르겠는거다. 내가 재미있으려면 서점엘 가야해. 그래서 서점엘 갔더니 무슨 일이 벌어지나? 책을 사는 것이다. 


네, 그러니까 책 샀다는 얘기 하려고 사주 얘기 가져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넘나 탁월한 거 아님?


자, 그래서 이런 책을 샀다.






자, 그렇다면 왜 이런 책을 샀는지, 내 얘기를 한 번 들어보자. (닥쳐!)
















그러니까, 나는 김진숙 님이 얼마전에 복직했다는 기사를 읽었고, 그리고 퇴직했다는 기사도 읽게 된다.


"37년 싸움을 마칩니다"... 김진숙, 퇴직하다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 기사를 읽는데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다. 그 눈물에는 아마 여러가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신의 신념대로 꿋꿋이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그런데 부당한 해고에 맞서 굴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누군가 때문에 앞으로 노동자의 삶은 달라질 수도 있는거 아닐까. 나 역시 노동자다. 나 역시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고 몇해전 회사가 어려웠을 때 내가 해고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허망했던 적도 있었다. 십년 이상 몸담은 회사인데 내 청춘을 내가 바치려고 한 건 아니지만 청춘의 한창때가 모두 여기 있었는데 내가 해고 당한다면, 내 삶은 그 다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거다. 다른 노동자의 얘기는 그래서 지금 노동자인 나에게 더 울림을 준다.


지금은 사망한 전 서울시장 의 성추행 관련 해서도 그래서 나는 피해자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상사로 모심으로써 받게 되는 성추행 이라면 아마 이 땅의 여성 직장인들이 다 겪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겪었다고 한 일중에 정확히 같은 것들을 나도 겪었던 적이 있고, 그 일로 모멸감에 울기도 했던 터라, 이 땅의 여성 노동자로서 연대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물론, 노동자가 아니었어도 공감과 연대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내가 노동자라는 정체성에 그렇게 진심인줄 몰랐는데, 김진숙 님의 기사를 읽으면서 우는 나를 보고, 아, 나는 내가 파악하는 것보다 내가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인지하고 있구나, 싶었다. 물론 그보다는 그렇게 끈질기게 싸워온 그 시간들, 그 신념에 대한 것이 더 마음을 웅장하게 만들었겠지만 말이다.


<소금꽃나무> 라면 몇해 전에 읽었던 적이 있다. 김진숙이 버스안내원으로 근무하면서 옷까지 다 벗겨진 채로 돈을 숨긴건 없는지 검사 받는 장면 같은 것들을 기억한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읽고 싶어 샀다. 내가 가진 책은 오래전에 처분한 것 같다. 서점으로 가 사실, 소금꽃나무를 살까 김진숙에 대한 글이 실려 있는 <여성노동자 반짝이다>를 살까, 두 권을 꺼내놓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냥 둘 다 샀다. 나는 부장이니까. 책 두 권 살 돈쯤은 있다. 엣헴- 나 이십년 이상 일한 노동자야. 이 직장에 올해로 만 이십년 근무했다. 책 두 권 사는데 뭘 그리 고민해? 여성 노동자로서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데 아낌이 없어야지. 흥!! 


(아 나는 진짜 자기합리화 대마왕이야..)















<에덴의 악녀>는 2월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인 나오미 울프의 책을 읽다 알게 되어서 샀다. 검색했더니 절판인게 아닌가. 중고로 나와있길래 잽싸게 주문했는데, 이게 그러니까 우주점 주문이었고, 그래서 이 책을 사기 위해 다른 책을 더 샀는데, 그것은 바로 이 책.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를 박스에서 꺼내면서, ...응? 이건 뭐야????????????? 했다. 내가 에덴의 악녀 사면서 두 권 다 샀다는 건 알았지만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산줄은 몰랐지? 나 이거 읽고 싶었어?















<샤프롱>도 그 박스에서 나왔다. 앗, 이거 서점에 갔을 때 살까말까 망설이면서 들었다놨다 한 책이긴 한데, 샀어?? 아무튼 이 책 있다. 이거 이렇게 적어놓지 않으면 까먹을듯.


아무튼 내가 서점에 자주 간다고 했으니 또 서점에 가서 산 책이 뭐가 있냐면, 이번에는 알라딘 중고책방 갔다가 이걸 샀다.















괜찮아, 잘했어. 아니, 깨끗하더라고요.. 이거 아주 오래전부터 장바구니에 있었던건데, 마침 중고책방에 있었고, 마침 깨끗했고... 샤라라랑~ <철학자와 마녀>

















<H마트에서 울다>도 교보 갔다가 사가지고 왔다. 처음부터 내가 이 책을 사려고 간 건 .. 아닌가? 맞나? 그런건 기억조차 희미하고, 여하튼 올 때는 가방에 이 책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을 사서 가방에 넣고 내가 한 일은, 이삭토스트에 가서 토스트를 먹은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껄껄. 아니 티비에서 유퀴즈 재방송 보다가 이삭토스트 회장님..의 이삭토스트 에 대한 이야길 듣게 됐고, 엄청나게 줄 서서 사먹게 됐다는 그 소스가 궁금한거여.. 마침 서점 빌딩에 이삭토스트가 뽝- 있어가지고 이삭토스트 가서 토스트 먹는데, 제일 기본을 먹자, 하고 햄치즈 토스트 시켰는데 양배추가 없는 것이다. 맛있게 다 먹고 나서 나갈 때 카운터에 가서 직원분께 여쭸다. 제가 먹은건 양배추가 없던데 사진처럼 양배추 먹고 싶으면 뭘 시켜야 하나요? 그러자 '햄스페셜 토스트'라고 알려주셨다. 다음에 그걸 다시 먹어봐야겠어. 불끈! 아이스아메리카노랑 먹으니 찰떡이었다.



주말에 또 서점에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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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3-03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디 보자~~코로나 시대의 다락방님의 무무병존 사주에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어디 보자~~앗!! 답이 나왔어요!!
세계 여행서, 국내 여행서를 읽으시면 되겠어요ㅋㅋㅋㅋ
그리고 앞으로 계속 밥벌이를 하면서 계속 책을 사실 사주이시군요?^^

다락방 2022-03-03 10:53   좋아요 3 | URL
제가 여행서 읽는 걸 좋아하진 않거든요. 저는 제가 나다녀야 좋아요 ㅋㅋ 지금도 집 근처 동네 한바퀴 돌고, 시장 가고, 서점 가고 그러는데, 아마도 당분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점 가서 책 사면 되죠, 뭐. 하하하하하.
돈 열심히 벌고, 열심히 책 사고,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고. 빠샤!

transient-guest 2022-03-03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걸어서 서점에 가고 책을 골라서 사들고 온다는 건 요즘 같은 시절엔 판타지 같습니다. 제가 아는 책이 보이네요. 요즘도 가끔 책을 찾아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던 중학교 때가 생각납니다. 그땐 한 칸 서점으로 시작해서 건물을 올린 곳도 많이 있었는데 이젠 서점을 한다는 건 그냥 망테크 같은 세상이라서. 역마살을 다스리기 위해 걸어서 서점에 다녀오신 다락방님은 맥주 한 잔의 시원함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일주일에 딱 하루만 마시는 life라서 랜덤하게 술 마실 친구도 술 마실 기회도 그립네요.

다락방 2022-03-03 10:54   좋아요 2 | URL
어디든 걷고 싶고 가고 싶은데 제가 집을 나서면 갈 곳이 서점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서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요. 가면 이렇게 어김없이 뭔가 사오게되지만, 뭐 그러려고 돈 버는 거 아니겠습니까. 후훗.
일주일에 딱 하루만 마시는 삶이라니, 으.. 저도 그래야 하는데 전 너무 내킬때마다 마시네요. 몸 관리라는 걸 저도 해야되는데 왜 이모양으로 살고싶은 대로 사는건지.. ㅠㅠ

거리의화가 2022-03-03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점 나들이 정말 좋죠^^ 저는 이사와서 이 동네서점이 제가 사는 위치에선 멀다는 걸 알게 되서 슬프더라구요. 더 가까운 위치에 서점이 생기면 좋겠어요ㅠㅜ 그리고 에덴의 악녀 말씀하신 책이 이것! 나중에 후기 들려주셔요ㅎㅎ 책사기 위해 돈을 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ㅋㅋ

다락방 2022-03-03 10:56   좋아요 1 | URL
저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도 서점이 있어요. 저녁 먹고 간단히 산책할 때는 거길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이즈가 작아 책이 많이 없어요. 그러면 또 답답해져서 마음 먹고 큰 서점에 나가기도 하고요.
에덴의 악녀 얼른 읽어야겠어요. 지금 다른책 들고 나왔는데, 아니 세상에 왜이렇게 당장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거죠? 좋으면서 싫으네요. 역시 책은 계속 살 수 밖에 없을것 같아요. 흑 ㅜㅜ

그레이스 2022-03-03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자와 하녀!👍

다락방 2022-03-03 10:56   좋아요 3 | URL
오 좋은 책인가요? ㅎㅎ

바람돌이 2022-03-03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진중공업앞에서 김진숙씨가 복직 겸 퇴임식을 하면서 연설장면이 유튜브로 나와 있습니다. 김진숙씨의 그 북받쳐오르는 눈물이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해주는 연설이었습니다.
저는 사주 안봐도 압니다. 제 사주에도 역마살이 있을 거라는걸..... 실제로 못나가니 책으로라도 다른 세상으로 갔다 와야지요. ^^

다락방 2022-03-03 10:58   좋아요 1 | URL
네 SNS보면 유튜브 올라와 있더라고요. 긴 시간 신념을 지키면서 사느라 그러는 틈틈이 다른 약자들에게 연대하느라 그 누구보다 강한 마음을 먹어야 했을것 같아요. 숭고함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고요. 존재 자체가 빛나며 또 감사한 분입니다.

저는 책으로 다른 세상 만나는 걸 너무 좋아해서 책을 읽지만, 실제로 제 육체로 나가는게 너무 필요해요 흑흑 ㅠㅠ

프레이야 2022-03-03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금꽃나무 오래된 책을 가지고 있어요
요즘 뉴스에 나온 은발이 된 그분 연설하는 거 보고 울컥 눈물이 나더군요.
저도 역마살이. ㅎㅎ 근데 현대의 역마살이란 게 또 좀 넓게 해석해서 온라인 상의 활발한 활동도 포함되더라구요.
서점여행은 언제 어디서나 넘넘 좋아요.
사고픈 책이 너무 많은 게 탈이지만요.
책디자인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업!
그나저나 다락방 님 1664 좋아하는군요.

다락방 2022-03-07 16:47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오랜시간 알라딘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역마살 때문이겠군요! 맙소사.. 이 역마살을 어쩌면 좋나요. ㅎㅎ
저 블랑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고 맥주도 취향이 아닌데요, 저 날은 되게 향이 있는 맥주를 마시고 싶더라고요. 호가든 마셔야겠다 싶어 마트를 갔는데 호가든은 없고 블랑만 있더라고요. 그래서 블랑 사가지고 와서 내리 두 캔을 마셨답니다? 후훗.

mini74 2022-03-03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마살과 책의 상관관계 !! 다락방님 ㅎㅎ 사막에서 패딩도 파실 분 입니다 ㅎㅎ 서점가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ㅎㅎ

다락방 2022-03-07 16:48   좋아요 1 | URL
ㅋㅋ 사막에서 패딩 ㅋㅋㅋㅋㅋㅋㅋ
서점 너무 좋지요. 가서 책 잔뜩 사고 싶은데 잔뜩 사면 들고 오는게 너무 무거워요. 지난번에는 잔뜩 사야지, 하고 백팩 메고 간적도 있답니다? 껄껄.
이제 책 그만 사야겠어요. 사놓고 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안되겠어요.
라고 늘 하던 말 그냥 한 번 또 해봅니다. ㅎㅎ

- 2022-03-0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소금꽃 나무 그 책 있어요. 20대에 본 아직도 가지고 있는 책 ^^ 20년 노동한 다락방님을 좋아해요..
우리 부장님… ㅠㅠ 책 많이 사요 ㅠㅠㅠ 에구구… 우리 그러자… ( 그렇게 저는 ..카드 할인 알람에 눈을 번뜩이며 알라딘에.. 접..속…했었지… 내 노동이 허무해질 때마다 역시 의미를 의미있게 해주는 나의 책구매….)

다락방 2022-03-07 16:50   좋아요 0 | URL
알라딘 신한카드 접속하면 할인해준대서 내가 이번달엔 신한카드로 파바바박 지를거구요, 롯데카드 이벤트 한대서 롯데카드도 만들었어요. 13만원 이상 쓰면 13만원 알라딘 적립금 준대. 나는 리뷰대회는 안되겠고 이런거 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우리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각하면서, 그렇게 번 돈으로 사고 싶은 거 다 사자. 집이라든가, 집이라든지, 집이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0시를 향하여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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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도 어차피 인생 한 번 살았을 뿐이고 자신으로만 살았을 뿐인데 어떻게 광기에 휩쓸린 인간과 모든걸 뒤집어쓰는게 편한 인간을 다 알고 이해하고 그릴 수 있을까? 백만번 산 애거서 크리스티 아닐까, 지금도 다른 인생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인생 통찰하신 분의 추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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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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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분류학자이다.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그를 기리고 있을만큼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을 새로 발견해내고 이름 붙인 사람이 그다. 어릴적부터 이름모를 작은 꽃에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다. 이 책의 저자 '룰루 밀러'는 혼돈에 대처하는 그의 자세를 우연히 알고 강한 인상을 받으면서 그가 궁금해진다. 그렇게 그의 회고록을 읽는다. 


데이비드가 자신의 커리어를 찬찬히 쌓아가는 일이 당연히 그 회고록에서 보여진다. 교수가 되고 학장이 되고 아내를 얻고 결혼을 하는 시간의 흐름과 삶.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물고기들을 잡고 이름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다. 첫 아이가 아직 열살도 되지 않았을 때 아내가 병으로 죽고 그러자 데이비드는 2년도 안되어 제자 한 명과 재혼한다. 새로운 아내는 아직 스무살이 되지 않았고, 열살이 된 데이비드의 큰 딸과 동생을 기숙학교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남편이 떠나는 모든 연구를 위한 여행에 동행할 것을 선언한다. 아내로서 남편의 여행에 동행하는 것이야 뭐 그리 대수겠냐마는, 나는 전아내로부터 낳은 이 어린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넣고는 새로운 젊은 아내와 세계를 돌아다니는 데이비드가 싫었다. 처음 룰루 밀러가 그의 혼돈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언급했을 때에는 오, 대단한 사람인데?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하는 사람이군, 좋아, 라고 생각해서 흐름을 좇아 읽다가 그가 어린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넣고 아내와 돌아다니는 걸 읽노라니 이 데이비드란 남자가 싫었다.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에게 매력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닌데? 나는 이 남자 싫은데? 


얼마전에 본 데이비드 포스터의 다큐도 떠올랐다. 왜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기거나 천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생활이 이모양일까. 그래야만 업적을 남길수 있나? 왜 어린 자식들을 이렇게 방치하는거지? 나는 싫었다. 위대한 업적을 남겨 그 사람이 후대에 이름을 널리 알릴지언정, 이런식의 사생활로 주변의 약자들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것, 불행한 어린시절을 기억으로 남긴다는 것이 싫었다. 세상이란 그렇지만 결국은 약자와 사소한 일들에 신경쓰는 사람들 때문에 유지되는 건 아닐까. 나는 위대한 업적을 좇는 사람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버려두지 않는, 특히나 어린아이들을 버려두지 않는 사람들 쪽이 더 좋아. 나는 그들의 가치를 믿어.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이 책을 계속 더 읽어야 하는걸까 고민하게 됐다. 다른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 나의 관심의 대상과 일치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런데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진 사람이 영 내가 좋아할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것 역시 어쩔 수 없지 않나. 내가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룰루 밀러가 파고드는 사람이 영 내가 보기엔 별로인데, 그런데 읽어야 할까? 룰루 밀러는 이런 거는 개의치 않는건가? 룰루 밀러에게는 그가 얼마나 위대한 분류학자인지만 중요한건가? 나는 룰루 밀러까지 별로가 되려고 했다. 그렇게 책의 중간이 되기전까지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 책에 대한 호평을 숱하게 들어온터라 어쩌면 이 책을 안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할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도 했다. 그만 읽고 '나는 별로' 라고 평을 쓸까, 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읽기로 한다. 이 데이비드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아이들을 방치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선행을 한 사람인가? 나는 이 책의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서 계속 읽는다. 그리고 중간에 뭐야, 하고 소름끼치게 이 책이 미스테리 소설같아짐에 놀라고, 아니 그래서.. 이건 지금 뭐가 어떻게 되는거지..하는 가운데 룰루 밀러가 끌고가는 대로 이끌리고야 만다. 그리고 룰루 밀러가 말하는 결말에 이르게 되면, 눈물을 펑펑 쏟는다. 아이고야, 이런 얘기를 어떻게 이렇게 진행해요, 하고 울게 된다. 아침에 읽어도 울게 되고 다시 떠올려도 울게 된다. 아니, 룰루 밀러, 이 사람 진짜 뭐지. 글 쓰기 위해 태어난 천재인가. 이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내기 위해 머릿속에 큰 그림 그려둔건가, 아니면 펜에 몸을 맡겼더니 둠칫 두둠칫 이렇게 되었나. 



이 책의 중간 이후부터를 말하는 것은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된다.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을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어떤 결말에 대한 것인지를 말하지 않는 것같다. 나부터도 그렇다. 이 감동은, 모르는채로 룰루 밀러가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좇아가며 들었을 때 나를 집어던진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읽게 될 모든 사람들은, 그 누구도 예외없이, 이야기가 이렇게 흐를 줄은 몰랐을 것이다.



책의 앞부분, 룰루 밀러가 어린 시절 인생의 의미에 대해 아버지에게 물었을 때, 아버지가 아무 의미도 없다고, 그 어린 룰루 밀러에게 너는 개미 한마리보다 가치가 없다고 말해주었을 때, 그래서 어린 룰루 밀러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살고 있는거야? 고민하는 걸 보면서, 나는 보부아르의 책을 건네주고 싶었다. 아니야, 그런거 아니야, 우리가 살아가는 건 그대로의 의미가 있어. 보부아르는 말했지. 우리가 스키를 타고 내려오기 위해 저 위로 오르는 것은, 그걸 타고 내려오기 위한 목표가 있는 행동이라고, 내려올 걸 뭐하러 올라가, 라는 냉소는 필요치 않다고, 그런 냉소는 냉소가의 몫이지 스키를 타기로 한 사람이 결정한것이 아니라고.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보부아르의 [모든 사람은 혼자다]를 건네주고 싶었다. 아니, 의미가 없지 않아, 우리가 무얼 하고자 하고 그 결말에 이르기 위해 과정을 거쳐내는 것들은 그것 나름대로의 종합적 의미가 있어,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인생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고, 우리의 삶은 그렇게 공허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룰루 밀러는 스스로 깨닫는다. 이 책 한 권을 얘기하면서 의문을 갖고 의심을 하고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내가 괜히, 그런 룰루 밀러에게 오지랖을 부릴 뻔 했어. 나는 진짜 내 오지랖 고쳐야 돼 증말. 



책을 읽기 전에도 왜 제목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도대체 이 제목은 왜인가, 했다. 아마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러나 책을 다 읽어갈 쯤이면 이 책 제목이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인지 알게될 것이고, 그리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어질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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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3-01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오늘 출근하신 줄 알았어요. 다부장님을 휴일에도 컴터 켜고 글 쓰게 만드는 책이군요. 꼭 읽어보겠삼!

다락방 2022-03-01 15:30   좋아요 2 | URL
네네, 꼭 읽어보세요 잠자냥 님.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2-03-01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닛 정말 이렇게 쓰시면 너무 궁금해서 책을 안읽을수가 없잖아요. ㅎㅎ

다락방 2022-03-01 15:31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 님, 이 책 읽어보세요. 두껍지도 않아서 금세 읽으실 거예요. 그리고 분명 놀라워하실 겁니다!

새파랑 2022-03-01 1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고기는 없나요? 이 책 이작가님의 세번째 책에 소개되겠군요 ^^ 저도 갑자기 급 궁금해집니다~!!

다락방 2022-03-01 15:31   좋아요 2 | URL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파랑 님. ㅋㅋㅋㅋㅋ 그건 책을 읽어보면 아실겁니다. 후훗.

꼬마요정 2022-03-01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을… ㅠㅠ 읽을 책이 너무 많습니다ㅠㅠ 기뻐해야 할까요, 슬퍼해야 할까요.ㅠㅠ 이건 슬픔의 눈물이 아닙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2-03-03 09:02   좋아요 1 | URL
이제 눈물을 닦으시고 책을 사세요, 꼬마요정 님! 그리고 읽으시면 됩니다. 좋은 책을 읽으면 또 우리 마음이 참 좋아지지 않습니까. 가치있는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3-01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 리뷰 읽으니 너무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대체 왜 제목이 저리 지어졌으며 뒤집어질만한 결말까지의 모험은 왜인가^^ 이번달은 못 읽겠지만 나중에라도 꼭 경험해봐야겠네요. 스포는 안 알려주셔서 감사해요.ㅋㅋ

다락방 2022-03-03 09:03   좋아요 0 | URL
이 책에 대한 리뷰중에는 읽으면서 계속 장르가 바뀌는걸 경험한다는 것도 있던데, 거리의화가 님, 언제라도 읽으시기를 단호하게 추천합니다. 놀라운 책이었어요!

등롱 2022-03-01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아니 이 리뷰를 보니까 초반 몇 장 읽고 더 읽어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덮었는데 다시 펴봐야겠어요!!!! 다락방님의 리뷰를 보니 다른 사람들의 호평을 보고도 시큰둥했던 마음이 단숨에 바뀌었어요~~!

다락방 2022-03-03 09:05   좋아요 0 | URL
등롱 님, 중간까지 ‘이게 뭐여.. ‘하면서도 책장을 넘기다보면 그 다음부터는 ‘뭐라고?!‘ 하게 되고요 결말에 닿게 되면 ‘아 맙소사 이런 얘길 하려고 한거였어?‘ 하게 됩니다. 눈물도 동반하게 됩니다. 그러니 중간까지의 지루함이나 의문스러움, 갸웃함과 싸우시고 끝까지 가보세요!!

그레이스 2022-03-01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 더 궁금해지네요^^

다락방 2022-03-03 09:05   좋아요 2 | URL
좋은 책이에요, 그레이스 님. 후훗.

고양이라디오 2022-03-14 1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리뷰 보니깐 엄청 궁금하네요. 이 책 봐야겠어요!!ㅎㅎ

다락방 2022-03-14 14:17   좋아요 2 | URL
꼭 읽어보세요 고양이라디오 님!!

헤스티아 2022-04-12 2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사려고 리뷰보는데 첫번째에 다락방님 리뷰가...^^ 반가워서 댓글달아요. 여전히 많이 읽고 쓰시네요~ 잘 지내시죠? ^^

독서괭 2022-04-23 11: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물고기 책 다 읽어서, 드디어 리뷰들을 시원하게 읽으니 좋습니다😄

- 2022-07-0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말씀대로 의미없지 않아요! 하지만 (저같은) 의미주의자들에겐 의미없음에 대한 이야기가 꼭 필요합니다! 룰루 밀러가 냉소로 그자신을 공격하면서 스스로 몸부림 치는 시간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가 존경하려고 노력했던 인물 같은 자기 기만 환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다락방님이 눈물흘린 그 장면에서 (와, 연출자의 기획의도 넘나리 보여서) 못 울고 좀 울컥했습니다. 전 마지막 부분에 자신이 믿는 것을 용감하게 뒤집어 엎고 다른 것을 같은 마음으로 다시 준비하는 과학자들 보면서 주말에 이야기 나눴던 페미니즘 정치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다 내던지고 너무 멀리 와버린 제 자신이 기뻤습니다.
 
One Day in December : the uplifting Sunday Times bestseller that stole a million hearts (Paperback) - 『12월의 어느날』 원서
Josie Silver / Penguin Books Ltd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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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는 조연이 되기도 하고 엑스트라가 되기도 한다. 물론, 씬스틸러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 인생의 주연이 되고 싶기도 하지만 오디션을 보고 보기 좋게 탈락하기도 하고, 가까스로 캐스팅이 되었지만 금세 하차하기도 한다. 내가 주인공이 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발을 동동 구르거나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한들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이 있으므로 내 후회 따위 간단히 무시하고 다른 사람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등장했던 second best는, 나는 조연이라고 생각했다. 주연인줄 알고 갔는데 조연이었던, 다른 사람의 삶. 주인공이 되고 싶었지만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삶.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조연이 결코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는 걸, 재능이 없다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걸. 모든 드라마나 영화에는 그리고 내 인생에서도 주연이 필요하고 조연이 필요하다. 그래야 풍성한 한 편의 극이 완성된다.



로리는 그런면에서 볼 때 혼자 극을 이끌어가기 부족한 사람으로 보였다. 이미 극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사라를 향한 질투와 부러움을 가진 채로 저예산 영화를 찍어나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저기 주연 배우가 눈 앞에 있는데도 제대로 캐스팅하지도 못하고 다른 극에 넘겨준다. 어쩔 수 없지, 하는 체념이 로리에게 잇었다. 이미 다른 극에 출연중인 배우를 중간에 빼앗아 오는 건 도덕에 어긋나니까. 그런 로리가 오스카라는 어마어마한 주연 배우를 만난다.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고 찍었다하면 흥행하는 보장된 주연 배우. 그런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기뻐하고 이 극을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나 로리가 찍는 영화에는 이렇게나 화려한 배우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저기 저 잭, 저 배우가 필요했다.



사라가 자신이 잘할 수 있는게 뭔지 알고 적절한 배우가 누구인지 바로바로 캐스팅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로리는 느리게 가는 사람이다. 로리에게 모든 일들은 느리게 진행된다. 극을 구성하는 것도 그리고 주연을 캐스팅하는 것도. 로리가 한 편의 근사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도 필요했다. 천재적으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이른 나이에 전세계 동시개봉 영화를 찍어내기도 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한 편의 영화를 겨우겨우 상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흥행이라는 것이 그 극이 성공했다는 것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만든 사람에게는 흥행하지 못했더라도 딱 이정도의 영화가 후회없는, 바로 내가 생각한 그 영화일 수 있다.



나는 오스카라는 조연이 그리고 사라라는 조연이 아까웠다. 각자의 삶에서는 충분히 화려한 주인공이 되는 사람들인데, 어느 순간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다른 사람의 삶에 조연이 된다. 사라는, 씬 스틸러가 더 적절할 수도 있겠다. 로리의 인생, 그리고 잭의 인생에서 이들은 조연이고 씬 스틸러이다. 십년 이란 시간을 보내는 동안 로리와 잭은 처음 만난 순간 강렬함을 느꼈으나 서로를 찾지 못하던 시간이 있었고, 그렇게 친구의 애인, 애인의 친구로 만나 어쩔 수 없이 친구가 되었고, 그리고 각자의 사랑을 해나가고, 일을 찾고, 거주지를 옮긴다. 


로리의 인생을 놓고 보면 그리고 잭의 인생을 놓고 보면, 그 십년 이란 시간은 그들에게 필요했다. 천천히 자리잡아 가는 동안 상대를 알아나가는 일이 필요했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필요했다. 시행착오도 필요했다. 내가 사랑하는 너라는 사람을 더 잘 알아가는 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 정착하려고 하는 일, 사랑을 느끼고자 했던 일들을 시도하는 것들은 그들의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들이 그동안 만난 사람들에게 딱히 악의를 가지고 사랑을 한 것도 섹스를 한 것도 아니었다. 순간순간에는 그 감정에 이끌려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하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잘 살아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맞지 않는 배우를 캐스팅한 느낌이 내내 그들에게 있었다. 그러니 그것은 잘 될 수 없었다. 미안해, 여기까지 촬영해왔지만 너는 나의 극에 어울리지 않아. 그들은 그렇게 만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라는 말은 잘못됐다. 멈춘 순간, 여기까지 걸어왔던 내가 있으니까.



사라는 잭을 주연으로 삼았다가 잭이 주연이 아님을 알고 다른 배우를 캐스팅한다. 이번에야말로 자기 인생에 맞춤한 배우를 캐스팅했다. 게다가 무대도 옮겼다. 그랬더니 그전보다 훨씬 극이 나온다. 잘된 일이다. 그래서 사라는 로리에게 말한다. 여기, 이 아름다운 곳으로 옮겨서 너도 살면 어떻겠니, 매일 바다를 보는 삶 좋지 않니, 게다가 내가 너의 이웃이 되잖니. 휴가를 맞이해 사라가 있는 호주에 와서 매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사라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러나 로리는 여기가 자기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긴 너의 장소이지, 내 것은 아니야. 그러자 사라가 말한다.


'Where's yours?' she says, 'Because I'll tell you what I think. Your place isn't somewhere. It's someone. I'm here because it's where Luke is. You'd have gone to Brussels if Oscar was your place.' -p.401



너의 세상은 어딘데? 내가 생각하는 걸 말해줄게. 너의 장소는 어딘가가 아니야, 누군가야. 내가 여기에 온건 여기가 루크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야. 만약 오스카가 너의 장소였다면 너는 브뤼셀에 갔을거야. 

그렇다. 사라는 호주에 왔다. 영국에 살다가 호주로 왔다. 루크가 호주로 와 살지 않겠냐고 했고, 사라는 여기냐 루크냐 선택하라 하면 루크를 선택하겠다고 이 먼 다른 나라로 와 살고 있다. 

오스카도 로리에게 브뤼셀에 가 살자고 말했다. 승진을 했고 이것은 본인의 커리어에 좋은 일이고 그러나 브뤼셀 풀타임 잡이니, 우리 브뤼셀에 가 살지 않을래? 그러나 사라는 거절했다. 아니 갈 수 없어. 나는 엄마가 사는 이 나라에 있고 싶고, 여기에 내 직업이 있어. 오스카가 자신의 벌이로도 먹고 살기 충분하니 너는 일을 안해도 되지 않냐고 한 것도 로리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사라에게도 엄마가 사는 나라가 있고, 사라에게도 그곳에서의 직업이 있었다는 것을. 사라가 가진 게 없어서 호주로 간 게 아니라 호주에 더 갖고 싶은게 있어서 갔다. 로리는 브뤼셀에 있는게 더 탐나지 않았다. 그보다는 머무르는 쪽을 택했다.



나는 사랑을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한다면 움직인다. 조카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처럼, 친구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처럼, 거기에 네가 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 그것이야 말로 사랑의 큰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한다면 반드시 움직이는 것일까? 당신이 나의 장소이므로 나는 그곳으로 가는것, 그래야만 당신이 내 장소로 인정받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참일까? 아주 큰 확률로 여기보다 당신이 좋다면 움직이는 거야 사실이겠지만, 그러나 여기에서 거기로 움직이는 데에는 그 커다란 마음 외에도 다른 것들이 더 필요한 건 아닐까. 이를테면 그 시간, 그 당시의 자신에게 있는 상황과 환경 같은 것. 어떤 것들은 어쩔 수 없이 내 발을 묶어놓는 게 아닌가. 만약 브뤼셀로 오라는 사람이 오스카가 아니라 잭이었다면, 그랬다면 로리가 그 때 바로 오케바리 하고 움직였을까? 나는 그 때의 로리에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로리에게는 결단을 내릴 용기와, 사랑이 무엇인지 배울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함께 만나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나는 당신에게로 갈 수 있는 건 아닐까.



어제 친구와 저 문장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가 머무르는 장소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우리가 머무르는 정착지가 될까. 종착역이 될까. 친구는 자신이 읽는 로맨스 소설에서도 연인이 끌어안으면서 You're my home  이라 말하면서 끝이 난다고 했다. 현실에서 우리가 어떻게든 퇴근후 돌아갈 공간이 필요해 집을 마련하고 싶은 것처럼, 정서적으로도 고단함을 쉬기 위해 그리고 더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당신이란 집을 찾게 되는걸까? 


나 역시 당신은 나의 집인것 같아, 라고 생각한 적이 있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집이라면 그러니 평생 살면 좋았을텐데, 집이라고 느끼면서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의 집이었는데. 그런데 헤어졌다. 왜냐하면, 내게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역마살이 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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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3-01 1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을 때 로리에 집중해서 읽었는데요, 정확히는 로리와 오스카요. 근데 오늘 다락방님 글 읽는데 사라가 다르게 읽히고 보이고 그러네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람‘ 안에서 찾는다는 것,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서도요.
오스카가 로리에게 브뤼셀로 떠나가고 했을 때, 전 엄마 핑계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직장 문제는 좀 그랬거든요. 니 직장을 옮기면 어떠겠니, 오스카? 이렇게 속으로 물어보기도 했구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떠날 수 있는데 왜 로리가 떠나야하니, 뭐 그런 생각에 좀 복잡했어요.
참고로 제가 읽은 책에서는 남주가 떠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홈에 오는 거죠. 홈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01 15:35   좋아요 2 | URL
사라는 매사가 분명한 사람인 것 같았어요. 저는 그런 지점이 좋아요. 로리에게 서운했으면서도 나중엔 그걸 풀고 잭과 로리를 이어주려고 하잖아요. 사실 나랑 연인으로 지냈던 남자가 내 친구의 연인이 되는 것.. 을 저라면 받아들이기 힘들것 같은데(라고 쓰고보니 받아들일 수도 있겠네요. 어떤 남자들에 대해서는), 자기 자신의 길을 자기가 닦아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루크를 만난 것도 루크를 따라 호주로 간것도 그리고 호주에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것도, 저는 사라가 좋습니다, 단발머리 님. 후훗.

저는 오스카가 로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딱히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오스카는 자신이 하는 일이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나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좀 가진 것 같아요. 로리가 일을 하고 로리가 로리의 일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응 축하해 잘했어 라고는 하지만 그 일을 자신의 일만큼 여기지는 않는달까요. 저는 엄마 때문에 떠나지 못하겠다는 것도 이해했어요. 저도 사실 떠나야 한다면 제일 걸리는 게 늙으신 엄마거든요. 으.. 이 구속감 어쩔까요 ㅠㅠ

전 그냥.. 각자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멀리 산다면, 굳이 합쳐야 하나요. 걍 가끔 만나고 살면 되지.. 이래서 저는 그냥 이모양인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3-01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아니 “당신은 나의 집인 것 같아” 이렇게 로맨틱한 말을 한 다음에 “근데 난 하루에 여섯 끼 먹는 역마살 있는 여자야. 안녕~”하는 모습 떠올라 아침부터 빵 터지고 갑니다.

근데 오늘 이분 출근하셨나. 휴일에 글 두 개라니 무슨 일이야!

다락방 2022-03-01 15:37   좋아요 3 | URL
아오 어제 술을 안마시고 잤더니 오늘 평소 패턴대로 눈이 떠져가지고... 안돼 나는 늦잠을 잘것이다, 자라, 자라! 했는데 배가 넘나 고파서 여섯시반에 걍 밥을 먹어 버렸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밥을 먹고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리뷰를 써버린거죠. 치아바타도 굽고, 브라우니도 굽고. 그렇지만 브라우니 망치고! ㅋㅋㅋㅋㅋ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하루에 여섯 끼 먹는 역마살 있는 여자는... 사랑하기 힘든 여자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3-01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저도 떠올려보니 옛날 애인에게 당신이 나의 집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정확히는 당신이 내 집이면 좋겠다는 바람이었구요, 하지만 그는 제 집이 되어주지 못하겠다싶은 순간들이 왔고 그러면서 아 이건 아닌가 갈등할 때 내가 당신의 집이 되어주겠다 하는 남자가 갑자기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갈등하는 남자를 뒤로 하고 제 집이 되어주겠다는 사람을 택했어요. 여건과 상황이 사랑과 맞물려야 집을_ 집과 같은 존재를 만날 수 있는건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오스카가 로리에게 브뤼셀로 함께 가자 할때 엄마와 직장일 이야기할때 충분히 납득이 된다 여겼는데 만일 오스카 말고 잭이 브뤼셀 아니 대한민국에서 살아야해 해외 파견이야 했다면 당근 따라갔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엄마 곁에 있고싶다는 로리 마음은 진심이었을 거 같아요. 아빠를 갑자기 잃고 엄마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단 마음 아니었을까요. 아빠를 잃고난 후에 엄마마저 곧 잃을까봐 너무 두렵고 공포스러웠던 순간들이 있어서 그런지 저는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돌고돌아 결국 만나 함께 한 그들이 내내 행복하기를. 서로가 서로의 집이 되어주고 서로의 비행기, 기차, 자동차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함께 하는 이들도 홀로 존재하는 이들도 모두 만족스러운 나날들이요. 저는 락방님 역마살 이야기는 좀 슬프면서도 대단하게 다가와요. 제가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서 더 멋져보이구요. 태그 좀 슬프다.

다락방 2022-03-01 15:41   좋아요 1 | URL
저는 상대를 저의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그 순간 누군가의 집이 되길 원하지 않았던걸까, 생각합니다. 집으로까지 생각했는데 헤어졌다면 거기엔 또 그만한 이유가 있을테니까요. 당신이 나의 집이 되고 내가 당신의 집이 되어주는 게 같은 순간 찾아들어야 하는데 타이밍이 어긋나도 그들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런점에서 보면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함께 다정하게 오래 지낸다는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임에 틀림없어요.

저도 엄마와 직장 모두 납득이 됐어요. 엄마는, 저한테는 뭐랄까요, 로리가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저는 그냥 엄마를 내내 품고 가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대한민국 장녀라서 그런걸 수도 있고 어쩌면 제 팔자일 수도 있고 뭐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여길 떠나게 된다면, 엄마 살아생전에는 안될것 같아요. 짧은 여행후에 다시 돌아오는 건 엄마가 있어서라는 생각도 해요.

저는 제 역마살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기 때문에 슬프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아 임 오케이 입니다. 후훗.오늘 그 뭣이냐, 채널 돌리다가, 그 옷소매... 그거 잠깐 봤는데 16회차 인가 .. 아무튼 키스 무진장 하더라고요.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우리 타미 사극 좋아하는데 이거 보면 안되겠다‘ 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꼰대입니다) , 어휴, 무슨 저렇게 키스를 많이 한담? .. 좋냐? 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맥주나 한 잔 해야겠어요. 껄껄.

새파랑 2022-03-01 1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Yore‘re my home 표현 멋지네요 ㅋ 이작가님의 결말은 더 마음에 와닿네요 어마어마한 역마살이라니 ㅋ 역시 멋진 이작가님 답습니다. 아 이번달에는 이책 꼭 읽어야 겠습니다 ^^

다락방 2022-03-01 15:43   좋아요 3 | URL
첫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진 뒤 바로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들도 있지만 처음 만나 반했어도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십년이 걸려서야 서로 만나게 되는 커플도 있는 것 같아요. 왜,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엔 또 거기의 이유가 있겠지요.
새파랑 님이 이 책을 읽으시면 어떤 감상을 적어주실지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2-03-01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원서의 리뷰를 쓰는 사람이 되었다니. 졸 멋지네..

수이 2022-03-01 16:01   좋아요 2 | URL
제 친구입니다 그 멋진 사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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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까지는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유일한 독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뜻밖의 전개에 놀라고 결국 눈물바람 되어버렸다. 에필로그와 감사의 말까지, 범주를 벗어난 사람의 차분한 글쓰기가 독자를 들었다놨다 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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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2-28 09: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아 진짜요? 이 첵에 급흥미가 생깁니다!

다락방 2022-02-28 10:03   좋아요 5 | URL
잠자냥 님도 이 책을 좋아하실거라고 확신합니다. 놀라운 작품이에요.

mini74 2022-02-28 16: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들 후반이 좋다는, 처음엔 포기하려 했다는 글이네요 아 궁금합니다 전 기다리는 중이에요 ~~

다락방 2022-03-01 09:01   좋아요 2 | URL
미니 님, 이건 읽은 사람들이라면 자진해서 스포일러 하지 않을 그런 책입니다. 모르는채로 만나는 것이 감동이 어마어마해서요. 저도 리뷰를 쓸 예정인데, 초반에 대해서만 쓰게 될 것 같아요. 뒷부분을 읽고 느끼는 건 이 책을 새로이 만날 독자들의 몫인것 같아요. 후..

2022-02-28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1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2-02-28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 정말요??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2-03-01 08:59   좋아요 3 | URL
독서괭 님, 절 믿고 읽어보세요! ㅎㅎㅎㅎㅎ

라로 2022-03-01 0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다락방님. 중간 넘어까지 집어 던질까? 말까? 하다가 마리아 포포바 믿고 계속 읽었어요. 정말 굉장하죠!!!

다락방 2022-03-01 08:59   좋아요 4 | URL
와 엄청난 책이었어요. 중간까지는 사람들이 이거 좋다는데 난 아니겠네, 했거든요. 그러다 중간 넘어가면서 이것이 미스테리 소설 같아지더니 아니, 마지막에 그런식으로.. 정말 놀라운 책이었어요. 저는 이 책을 읽고 글을 잘 쓰게 태어나는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ahskswoddl 2022-03-14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건가요? 지금 4분의1지점 왔는데 너무 안 읽혀서 이번엔 나랑은 안맞는가부다 하고 그냥 오늘부터 다른책 읽으려고 했거든요 ㅜㅜ 중간까지 한번가보고 다시 생각해야겠어요~~

다락방 2022-03-14 09:0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중간 넘어가면서부터 진짜 좋아져요. 조금만 기운내세요!!!

잠자냥 2022-03-31 1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딱.... 하,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락방님 서재 한번 더 왔었습니다. ㅎㅎㅎ
전 8장 읽을 차례인데..... 주인공 두 사람이 다 너무 비호감이라서............ ㅠㅠ

데이비드 스타 조단 뭔가 급 반전이 있을 놈 같은데..... 그렇지만 저는 지금(7장)까지도 그 사람 싫어요. -_-
글쓴이 룰루 밀러도..... 곱슬머리한테 그러면 안 되지 싶고... 바람 피우고 자기 연민 쩌는 캐릭터 생각나고요.... -_-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보겠습니다......(하, 다른 책 읽고 싶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4-01 05:43   좋아요 1 | URL
저도 ‘모두가 좋아해도 나는 아니겠군’, ‘아 다 비호감..’ 이러다가 끝까지 읽고 감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잠자냥 님도 참고 완독하시라 말씀드리겠지만,
요즘 이 책 리뷰 올라오는 거 보면 또 별로라는 감상도 있어서 좀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네요? 그렇지만 제 분석과 촉에 의하면 잠자냥 님은 좋아하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틀렸………. 나? 🤔🤔

정윤미 2022-12-1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느시점에서 눈물바다가 된건지 궁금하던데.. 메리이야기일까요? 그냥 다양성을 획일화 하지말라는 내용인 듯해요.

다락방 2022-12-11 09:20   좋아요 0 | URL
저는 인간이 인간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그런 인간을 구하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라는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selimyo 2022-12-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고 중간에 접소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나같은 사람들이 있을까 찾아보려고 왔어요. 그래도 참고 읽어 봐야겠네요.

다락방 2022-12-12 13:55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중간까지는 포기할까 고민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끝까지 꾹 참고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아일린 2023-01-1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있는데, 과연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싶어 검색해봤더니 다락방님의 강추 글이 보이네요. 참고 읽어야 하는 거죠?

다락방 2023-01-16 18:19   좋아요 0 | URL
아일린 님, 꾹 참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유들이 2024-03-30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끝까지 읽고도 아무 느낌이 없다면 조던처럼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에요. 저 역시 “그저 수많은 베스트셀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하고 오히려 비판하기 위해 손에 들었으니까요.하지만 결론은…이건 아주 좋은 책입니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