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제안, 당신의 선택은?
Ugly Love (Paperback)
Colleen Hoover / Atria Books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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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에서 작가가 보이는 걸 싫어한다. 

인물을 만들고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가끔 작가가 끼어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떤 느낌을 강제하는 느낌을 갖게 되어서 나는 영 별로인데, 콜린 후버가 이 책에서 내가 싫어하는 그걸 했다. 작가는 끼어들어서 우리의 남자 주인공 마일스가 얼마나 괜찮은 남자인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비록 섹스파트너를 찾고 그녀에게 결코 사랑은 주려 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그녀를 상처입히지만, 그러나 그는 불쌍한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고 배려 있고 잘생기고 자신이 맡은 바 일도 잘하고 섹스 천재이고.. 내가 마일스란 이 책의 남자 주인공한테 그 자체로 반하게 되는게 아니라 작가가 '반할만하지?'를 묻는 것 같아서, 나는 반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혹은 소설은, 작가가 드러나지 않는 쪽이다. 그저 이야기속 인물들만이 거기 있는 소설, 그래서 나로 하여금 내가 그 시간을 보내고 내가 그 인물들에 이입하고 내가 사랑하고 내가 슬프게 하는 소설. 

콜린 후버는 이번에 처음 만난 작가이고 전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나는 콜린 후버를 좋아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는지는 잘 알겠다. 작위적인 설정이나 인물에 대한 매력을 드러내기 위한 끼어들기를 제외하면, 이 책 한 권만으로 평가해보건데, 작가는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고통에 대한 극복과 삶에 대한 희망. 인생은 완전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치명적으로 힘든 일도 일어나지만, 그러나 우리가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 고통이 없어지지는 않아도 잠시잠깐의 순간들로 존재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 그런 메세지라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실은, 이 책이 별로라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별을 넷 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데. 나도 읽다가 결국 눈물이 핑돌았다. 번역본에서는 냉소했는데.



'테이트'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오빠가 사는 집에 잠시 얹혀 살기로 한다. 그러다가 오빠의 앞집에서 오빠의 친구 '마일스'를 알게 되고 그에게 끌리게 된다. 마일스 역시 마찬가지, 그녀에게 강하게 끌리고 그녀랑 키스 한 번 해봤더니 와 완전 좋아 너무 좋아 짱좋아 계속 하고 싶다.. 이렇게 되어서 테이트에게 나 너랑 섹스하는 사이 되고 싶어 오케? 하게 되고 테이트 역시 오케이 한다. 대신 마일스는 조건을 내건다. 내 과거를 캐지말고 내 미래를 궁금해하지 말라는 거다. 즉, 우리는 연인이 되는게 아니라 단순히 섹스만 하는 사이가 되자는 것. 테이트는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그와의 섹스를 유지한다. 상처받기도 하고 모멸감에 젖기도 하고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가면서도 그러나 이 관계를 쫑내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원서에서는 fucked 라고 표현되고 번역본에서는 강간이라고 표현됐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같이 읽는 친구들과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것은,


1. 너무너무 극도의 쾌락을 주는 미친 섹스머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

2. 테이트는 그러나 자신을 보는 그의 눈빛에서 그에게도 나를 사랑하는 감정이 있고 우리의 관계는 변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라는 두 가지 이유였다. 나 역시 이 두 이유에 동의하고 공감하는바, 그렇다면, 어떤 섹스는, 그러니까 어떤 섹스가 주는 극도의 쾌락은, 저기 저 먼 곳 어딘가 저기 무지개 너머에 존재하는 극도의 쾌락은 내 자존감이 짓밟힌 것도 무시하게 하는 그 엄청난 것인가?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나는 내 인생에 가장 극도의 쾌락을 줬던 섹스를 떠올려봐도, 만약 그 섹스 상대가 나를 이렇게 대한다면 헤어질거야" 라고.


친구도 역시 그러겠다고 하지만, 이내 이런 물음이 꼬리를 물었다.


"그건 마일스의 섹스만큼은 아니기 때문일까?" 그러니까, "우리의 극도의 쾌락은 사실 별 거 아닌거였던 걸까?", 그러니까, "우리가 최상의 쾌락이라 여겼던, 엄청난 섹스라 생각했던 그것보다 더 이상의 것이 사실은 아주 많이 있는걸까?" .... 그것은,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조차 용납하게 하는 그 어떤것인가?



사실 테이트에겐 2번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나에게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고, 내가 너를 사랑할거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하는 남자때문에 속이 상하고,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나를 좋아하고.. 그러니 기대를 갖고 기다리려던 거겠지. 그러나 사람이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도 없고, 번번이 상처받으면서도 버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테이트는 그에게 이별을 말한다. 나를 사랑하면서 나를 그리워하면서 그러면서도 뒷걸음질치는 너따위!! 하고 세이 굿바이 하는 것이다. 굿바이 하는 순간까지도 그를 향한 기대를 품고서...



그런 한편 마일스에겐 상처가 있었다. 누나 마음 속에 삼천원 쯤은 있는 거잖아요...

커다란 상처였고 그것은 극복 불가해보였으며 그 상처가 지배하는 불행한 삶이 마일스의 삶이었다. 마일스는 다시는 삶에 사랑을 허락하지 않으려고 했고 그런데 테이트를 만났고, 나같은 놈에게 이 사랑이 허락되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밀어내기 와 기타등등으로 내적 갈등 오지게 겪으면서 섹스에 졸라 충실한다. 아, 남자여.. 



어쨌든 이 야한 소설에서 자고 자고 또 자고 계속 자고 여기저기서 자고 막 그러는 소설에서 사실 하고자 하는 말은, 위에도 썼지만, 이거다.



"The pain will never go away, Miles. Ever. But if you let yourself love her, you'll only feel it sometimes, instead of allowing it to consume your entire life." -p.302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마일스. 영원히. 그렇지만 네가 그녀를 사랑하도록 자신을 허락한다면, 그건 가끔만 느끼게 될거야, 네 삶 전체를 그것이 소모하게 두는 대신에 말이지.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선택으로 그것이 삶을 지배하는 대신, 가끔만 찾아들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그것을 허락할 수 있다. 이래서, 콜린 후버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 같다. 이런 당연한 말을 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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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18 1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용만으로 볼 때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 이런 소설에서 말하는 극도의 쾌락을 주는 섹스가 과연 현실에 존재할까는 의문입니다. 뭐 1년에 한번쯤 한다면 열과 성을 다해서 하고 장렬히 나가떨어질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매일 일에 치이고 생활에 치이는 보통 사람이 저 로맨스소설 남주인공처럼 하면 복상사라는 말이 현실이 될걸요. ㅎㅎ
그러니까 나의 자존감이 짓밟히는걸 감내할만한 섹스는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저의 생각! 어떤 여자나 남자가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자신의 다른 약점이나 약함을 감추기 위한 방패정도가 아닐까 뭐 그렇다고요. ㅎㅎ

다락방 2022-08-18 15:15   좋아요 3 | URL
책속 남자가 25세 밖에 안됐어요. 여자는 23세 구요. 그러니 눈만 마주치면 자는 그 열정과 젊음..은 있을 것이고, 하고 또 해도 또 늘 새롭기도 할것이지만, 저 역시 나를 함부로 대하는 걸 용납할만한 섹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남자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것이다 라는 기대와 희망이 테이트로 하여금 좀 더, 좀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기다리게 만든 것 같아요.
사랑을 인정한 덕분에 그리고 받아들인 덕분에 마일스도 이제 건강하게 사랑하게 됩니다. 로맨스 소설은 대부분 이렇게 해피엔딩이죠. 후훗.

독서괭 2022-08-18 15: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누신 대화의 흐름이 넘 공감가네요 ㅋㅋ 우리가 이만큼 좋은 섹스를 모르는 게 아닐까?? ㅋㅋ 육체의 힘이랄까.. 하지만 저도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는 지속을 못 할 것 같습니다. 내쪽도 그쪽에 원하는 게 딱 몸 뿐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희망” 때문이라는 2번 해석이 더 설득력 있는 듯요!

다락방 2022-08-18 15:27   좋아요 4 | URL
네, 맞아요 독서괭 님. 마일스도 그녀가 희망을 갖고 있다는 걸, 그래서 자신의 변화를 기다리는 걸 눈치채고 알아요. 그래서 자꾸 말합니다. 나한테 희망을 갖는건 아니지? 내가 변할거라 생각해 지속하는 건 아니지? 하고요. 희망, 그것은 참 힘이 세네요, 독서괭 님. 그러나 그녀의 희망은 헛된것은 아니었어요.

잠자냥 2022-08-18 1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런 댓글 와중에 또 언제 이런 훌륭한 글을 썼습니까? 이 글에서도 절절히 노스탤지어가 느껴지네요. ㅋㅋㅋㅋ 저도 다부장님처럼 소설에서 작가가 보이는 걸 참 싫어하는데요, 다부장님이 쓰실 그 위대한 웹소설에서는 작가가 개입하는 거 용서할게요. 오히려 더 좋을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아니, 여기다 이런 댓글 달지마 잠자냥아! 쟝쟝 방으로 가! ㅋㅋㅋㅋ)

- 2022-08-18 15:51   좋아요 3 | URL
아니 여기서 왜 또 내 방이 나와?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제 방으로 오십쇼 ㅋㅋㅋ 덩기덕쿵더러러 ㅋㅋㅋㅋ

다락방 2022-08-18 15:59   좋아요 4 | URL
저 이 소설 읽으면서 잠자냥 님 생각했거든요. 잠자냥 님도 작가가 보이는 걸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 책을 잠자냥 님은 안좋아하실 것 같다, 생각했어요. 느낌 아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전 뭔 글만 쓰면 길든 짧든 노스탤지어 어떡하죠? 큰일이네, 큰일이야.. 이것이 바로 연륜과 경력에서 오는것인가..... (먼 산)

잠자냥 2022-08-18 16:02   좋아요 2 | URL
부장님 목소리 언제 들어본 적 있는데(유튜브에 뭔가 읽어주는 거) 노스탤지어와 아주 잘 어울리는 목소리였습니다. 어여 쓰세요....... 웹소설 오디오북차트 1위 따 놓은 당상

다락방 2022-08-18 16:04   좋아요 2 | URL
노스탤지어랑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고요? 흐음..
전 제 목소리가 그냥 섹시하다고만 생각했는데................
=3=3=3=3=3

- 2022-08-18 17:35   좋아요 1 | URL
좋은 목소리와 예쁜 말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과거 흘리고 다녔었던 다부장은 의외의 예쁜 목소리와 상냥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를 가지고 있습니댜. 오디오북 가즈아!

다락방 2022-08-18 17:44   좋아요 1 | URL
아, 내 매력 그만 폭로해요. 가만 있어도 매력 터져서 미치는데 그렇게 더하면 어떡하란 말이야. 지금도 인기가 부담스러워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게 하지 말아줘요. 부탁할게요. 어휴.. 피곤해.....

- 2022-08-18 18:04   좋아요 0 | URL
그럼 그 매력은 나만 알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3만보의 범접 불가 매력이라 ㅋㅋㅋ 아무나 쉽게 접근 못함 ㅋㅋㅋ 최소 국토대장정 마니아 바람돌이님 정도만 빼고 ㅋㅋㅋ

건수하 2022-08-18 19:55   좋아요 1 | URL
멀지 않은 곳에 또 이런 댓글이 달리고 있었군요 ㅋㅋ

청아 2022-08-18 16: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리뷰 읽고 찾아보니 노트북과 그레이 사이라는 문구가 있네요? 최상의 섹스에 과연 사랑이 배제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됩니다. 콜린 후버 저도 읽어보고싶어요!! ^^*

다락방 2022-08-18 16:04   좋아요 3 | URL
우오오옷 미미님이 읽게 되신다면 어떤 리뷰를 써내실지 너무 궁금합니다. 한 권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콜린 후버 책이 전 세계에서 흥행이더라고요. 우리 책 읽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대체 왜그렇게 인기인가 보자, 하고 읽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한 권 읽고 더는 안읽을지라도... 하하

그런데 저는 원서 두 권 더 있고 번역본 한 권 더 있어요, 콜린 후버. 좀 더 읽어보려고요. 원서가 비교적 다른 원서들보다 쉬운 편이었어요.

- 2022-08-18 1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태그까지 읽다가 빵빵 터졌어요. 아무리 최고의 섹스머신여도 대화가 안통하는 똥 멍충이가 나를 지 수준(?)취급한다면 저는 짜게 식을 거 같아요. 아닌가 안식나? 암튼 ㅋㅋㅋ 한참 집중할 땐 몰라도(?) 일단 식어지면(?) 사후 해석을 아주 똥 같이 만들어주면서 말로 비난해줄 테다. 그 고추 따위 지성이 빈약해서 다시는 아무 데나 못 세우 게 ㅋㅋㅋ 마음의 상처를 아주 물리적 상처로 재생시켜주겠어!!! 흥!!!(이렇게 쓰고 나니 너무 격렬한데? ㅋㅋㅋㅋ 내 대외적 이미지를 생각...하려했지만 오늘치 제 페이퍼 댓글로 다 덩기덕 쿵더러러해서 상관 없어졌다.)
근데 1번이 가능하긴 한지 궁금하긴 하네요. 이 쓸데없는 지적(?)호기심..
근데 나는 그래요. 섹스 머신 이런 게 아니고... 내가 나쁜 섹스를 했다는 것보다 더 견딜 수 없게 하는 건... 사실, 사랑 받지 못했다는 거? 근데 이젠 상관 없어요. 상관없어져야 하고요. 이에 대해서는 언젠가 길고긴 페이퍼를 쓸 수 있다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2-08-19 14:37   좋아요 2 | URL
책 속의 마일스는 전혀 똥멍충이가 아니고 초고속 승진까지 하는 똑똑이 남에 배려남에 핸섬남에.. 뭐 그런 남자이긴 합니다. 그러니 여주인공이 속절없이 빠져든거겠지요. 여자가 했던 말들 다 기억해서 여자를 기쁘게 해주는 남자이기도 하고요. 사랑하는 여자한테 최선을 다하는 남자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마!‘라고 하면서 나를 자신의 연인으로 공식화하지는 않죠.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저 역시나 극도의 쾌락을 주는 남자가 똥멍충이라면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칠 것 같습니다. 온갖 정이 다 떨어져서 토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게는 그런 편견도 있습니다. 똥멍충이가 극도의 쾌락을 주는 섹스 머신일 리는 없다, 고요. 섹스 머신으로서 상대에게 극도의 쾌락을 주기 위해서는 생각이란 걸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하면 얘는 더 좋아하지, 이렇게 하면 얘가 더 잘 느끼지, 라는 생각과 배려요. 그런게 없이 어떻게 극도의 쾌락이 제게 오겠습니까? 그러니 똥멍충이는 섹스를 잘할 수 없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 물론 역의 경우, 그러니까 똑똑한 남자가 섹스를 못할 수는 있다는 것은 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못할 수 있지요. 여러가지 경우의 수로. 뭐 사이즈나 기술이나 체력이나 기타등등.

그럼 이만.

건수하 2022-08-18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댓글 달았던 그 책 맞군요 (확인하고 옴)
저는 그때 하자고 하면 해보겠다고 댓글을 달았는데 ㅋㅋㅋ

25살.. 6년 전이면 19살.. 뭘 그리 큰 상처를 받았길래... @_@
얘들아, 인생은 길다 (뭐래...)

단발머리 2022-08-19 15:03   좋아요 2 | URL
수하님, 안녕?
걔네들 사건사고 많았어요. 고딩엄빠부터 시작해야혀 ㅋㅋㅋ 궁금하죠?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8-18 20:40   좋아요 0 | URL
찾아봤더니 (다행히도) 절판이네요 우후후후

단발머리 2022-08-18 20:52   좋아요 1 | URL
Ugly Love는 절판 안 됐다고 그래요 ㅋㅋㅋㅋㅋ 참고하세요 ㅋㅋㅋㅋ

건수하 2022-08-18 21:26   좋아요 0 | URL
저는 ‘어글리 러브’만 취급할 생각이었 ㅎㅎ <임신중지> 아직 시작 못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2-08-18 21:29   좋아요 1 | URL
임신중지로 가셔야겠네요. 어글리 러브가 피임과 어마어마한 연관성이 있지만요. 허허허.

다락방 2022-08-19 14:34   좋아요 0 | URL
수하 님, 큰 상처입니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큰 상처였어요. 그래서 그 지점에서 작가가 좀 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왜이렇게 사랑으로부터 달아나려 하는가 하고 짜증이 나는데, 과거를 알고 나면 ‘이래서 이랬구나‘ 하게 되는거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잘하지만 그게 너무 심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저는 읽으면서 여러차례 했습니다.

어글리 러브 보다는 ugly love 가 더 좋습니다. 저도 이제 임신중지로 갑니다. 슝-

단발머리 2022-08-18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번, 2번의 경우를 얼마나 설득력있게 썼느냐가 이 소설의 성공을 가늠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1번의 경우에 있어서는, 작가가 아주 잘 썼다고 생각하고요. 우아, 진짜? 하는 물음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요. 2번의 경우는 결말로서 해결이 되니까 또 그 나름대로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목도 표지도 컨셉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그 놈의 과거는 제발.... 좀 극복하자... 이런 맘이 들더라고요. 과거로 돌아갈 때마다 짜증이 밀려오고는 했습니다. 뒷부분에서는 현재도 짜증나고요.

그럼 지금까지 ‘같이 읽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락방 2022-08-19 14:32   좋아요 1 | URL
저도 1,2번을 놓고 보면 아주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1번에 대해서는 좀 뻥이 심하다..는 생각은 해요. 스물다섯의 남자가 게다가 6년간 노섹스였던 남자가 이렇게나 섹스머신일 일인가.. 이것은 구라가 심하다.. 라고 말이지요. ㅋㅋㅋㅋㅋ
저는 마일스의 과거가 극복할 수 있는 과거는 아닐 것 같거든요. 너무 커요. 심각하게 큽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심각하게 큰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 과거의 사연을 지나치게 꾸몄다는 생각을 해요. 너무 아름답게 포장했달까요. 그 지점에서 역시나 또 작가가 보입니다. 과거 이야기 읽는게 그래서 너무 싫었어요. 너무 과해요. ㅠㅠ

아무튼 덕분에 다 읽었습니다. 저의 여덜번째 원서 완독입니다. 우리가 어느 틈에 여기까지 왔어요. 만세!!

2022-08-19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9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2-08-20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달리 생각해요 락방님, 이건 바로 위 댓글 읽고 하는 말인데요 저런 상황을 만일 겪었다고 한다면 6년 아니라 20년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20년은 좀 심한가? 어쨌거나 읽는 동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워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던데요. 좀 오버긴 한데 과거의 마일스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각생도 완독했습니다.

다락방 2022-08-21 17:30   좋아요 1 | URL
비타 님, 저도 저 상처가 결코 잊혀지지 않을 상처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다시 사랑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다짐을 하지 않아도 어려울 거라고요. 저 상처는 당사자를 침몰 시킬 것 같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사랑하고 다시 아이를 낳는 삶을 살게 되는 마일스와 레이첼을 보는게 좋았고요. 저는 비타 님과 제가 달리 생각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다만, 저는 6년간 섹스하지 않았던 남자가 섹스 머신으로 컴백한다는 설정이 너무 과하다...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고작 스물다섯의 나자가 말입니다. 이 책에는 제가 생각할 때는 과한 설정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끄는대로 충실히 울어버렸습니다 ㅠㅠ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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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3 조카와 이 커피를 드립한 뒤에 이런 대화를 나눴다.

˝자두향 나?˝
˝아니.˝
˝자몽은?˝
˝아니.˝
˝쟈스민은?˝
˝쟈스민이 뭐야?˝
˝음..˝

그냥 뭔가 다른 향이 나는 커피향이었다.
난 잘 모르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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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Schatten 2022-08-1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신선한 산미가 있는 커피인가봐요 약간의 꽃향이랑 저도 이제 테이스팅 노트 안 써요 ㅋㅋㅋㅋ 자두 자몽으로까진 구별을 할 수 없으니 ㅋㅋㅋ 조카 귀여워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17 08:17   좋아요 1 | URL
여동생은 제가 내려준 거 마신 뒤에 ‘아 이거 뭔가 다른게 있는데.. ‘하더니 제가 쟈스민 얘기하니까 ‘이게 쟈스민이구나!‘ 하더라고요. ㅎㅎ 저는 커피맛은 안되겠어요... ㅋㅋㅋㅋㅋ

2022-08-18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8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8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도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1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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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재미있는 단편들.
작가의 삶이 궁금해진다.
어린시절 작가를 소홀히 한건 아빠 엄마 둘 다인데 왜 작가는 어머니만 미워하게 됐을까.
딸을 막대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복수하려는 딸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아프다.
그 미움은 왜 한쪽으로만 향한 걸까.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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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엄마 아빠 모시고 영화 <헌트>를 보고 와서 이정재가 이 영화를 왜 만들었나 궁금해졌다. 영화는 나에겐 별로였는데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의도가 뭘까. 그렇게 검색을 해보노라니 시나리오를 사게 됐고 그걸 자기가 직접 고치게 됐고... 뭐 이런 기사가 있더라. 특별히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어떤 생각이나 마음이 있는 건 아닌건가, 하고 있는데 엄마가 유퀴즈에 이정재가 나왔다는 거다. 오, 거기서 그 얘기를 풀어냈으려나? 하고 검색해보니 이정재가 유퀴즈에 출연한 건 1월이었다. 그러니 이 영화가 아니라 오징어게임으로 나온 것. 어쨌든 어제 실컷 먹고 배도 부른 터라 그거나 보면서 쉴까, 하고 다시보기로 유퀴즈를 재생했다. 이정재는 맨 마지막 순서였고, 덕분에 앞출연자들을 보게 됐는데, 거기에는 덕업을 일치시킨 한 남성이 나왔다. 신발을 너무 좋아해서 신발을 파는 곳에 취직했다는 남자였다. 남자는 나와서 신발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신발장으로도 모자라 신발만 넣는 룸이 있는데 이젠 거기도 모자라서 서재에까지 신발을 옮겨둔다고 했다. 이에 아내분은 그걸 받아들이시냐, 진행자들이 물었고 남자는 아내랑 취미가 같다고 했다. 신발은 엄청난 고가의 것들이었고, 한정판도 있고.. 여튼 이게 참 돈이 드는 취미일 것 같았다. 신발을 모은다는 건 돈이 많이드는군, 역시.. 책이 좋아. 책이 짱이다, 하다가, 그런데, 정말 그런가? 갸웃하게 됐다. 그러니까, 



나는 최근 <윌라>를 통해 토지를 듣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 한 번쯤 다시 읽어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21권이나 되는 책을 다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던 차에 오디오북으로 듣는다는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얘길 듣고 오오, 그런 방법이? 하고 윌라를 구독하면서 토지를 듣기 시작한거다. 

근 이십년만에 다시 듣는 토지는 너무 재미있었다. 성우들이 연기를 해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내가 변한 탓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인지 이제 고작 1권의 절반쯤인데도 막 불끈불끈 하고 싶어지는 얘기가 많은 거다. 

오디오북에 밑줄긋기가 되나 보았더니 내가 찾지 못하는건지 그건 없는 것 같다. 하는수없이 나는 종이책을 꺼내와야 했다. 토지라면 내가 버리지 않고 다 가지고 있지. 심지어 어디 있는지도 안다. 그러니까, 여기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어디? 나는 여기 있는 걸 '알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나나 알지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 것이다. 그러나 안다고 다 되느냐 하면, 보이질 않으니 꺼낼 수가 없어. 어디 있냐? 아아 나는 꺼낼것이냐. 이 앞에서 한참 망설인다. 뭔가 할 말이 있고 밑줄을 그으려면 종이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그 종이책을 내가 손에 쥐려면 저 책탑들을 치워야 해 ㅠㅠ 

치울까 말까, 들어낼까 말까, 토지 이야기 할까 하지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저 책들을 조금 치웠다. 1권만 꺼내면 되니까.

자, 보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만큼만 치워도 꺼낼 수 있어! 나는 그렇게 1권을 꺼냈다. 

이정도라면, 내가 고가의 물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괜찮은 것인가? 정말 고가의 신발을 모으는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가? 정말 그런가?



인생..


토지 1권을 펼쳤다. 하하하하. 정말 나는 내가 귀엽다. 그 당시엔 이거 읽은 날짜를 적어두었네?




귀요미.. 나는 정말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치수는 양반이고 부자이다. 그의 집에서 거느리는 하인만 해도 여럿이다. 이 커다란 집의 대장이며 우두머리이다. 모든 종들은 그의 눈치를 봐야 한다. 



해가 서산에 떨어지고부터 더욱 흐느끼는 듯 꽹과리 소리는 여전히 마을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밤을 지샐 모양이다. 하기는 마을 처녀들의 놀이는 이제부터, 달 뜨기를 기다려 강가 모래밭에서 호작거리는 물 소리를 들으며 시작될 것이다.

"진지상 올릴까요."

방문 앞에 계집종 귀녀가 와서 묻는다. 벌써 두 번이나 물어보는 말이다. 방안에서는 아무 기척이 없다.

"등잔에 불을 켜야겠습니다."

하며 귀녀는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최 참판댁 당주(當主)인 최치수(崔致修)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오래 묵은 한지(韓紙)같은 저녁 빛깔이 방안에 밀려들고 있다. 등잔불이 흔들리면서 밝아온다. 어둑어둑한 방에서 정말 글을 읽고 있었는지, 최치수 콧날에 금실 같은 한줄기 불빛이 미끄러진다. 수그러진 그의 콧날이 날카롭다. 이 세상 온갖 신경질과 우수(憂愁)가 감도는 옆모습, 당장에라도 벌떡 일어서서 눈을 부릅뜨고 고함을 칠 것 같은 위태위태한 분위기가 방안 가득히 맴돈다.

"자리나 깔아."

"예."

거들떠보는 것도 아니었건만 귀녀는 눈웃음치며 도토롬한 입술을 오므린다.

병약한 치수로서는 번거로웠던 명절날 집안 행상에 어지간히 시달리어 피곤했던 것 같다.

"저녁은 안 드시겠습니까?"

아랫목에 자리를 깔아놓고 다시 확인하려 했으나 귀녀는 대답을 듣지 못하고 방에서 물러난다. (토지, 제1부 1권 p.43-44)



아 진짜 최치수 답답이.. 정말 너무 싫다. 저 장면 듣는데 너무 화딱지가 나서. 야 이 자식아, 먹으면 먹겠다 안먹으면 안먹겠다, 말을 해라! 종인 여자아이가 도대체 거기서 뭘 어쩌라는거냐. 니가 대답을 해줘야 밥을 차리던지 아니면 오늘 밥을 안차려도 되는구나 하고 그 다음 자기 볼일을 보러 가지 왜 사람 전전긍긍 만들어, 만들기를? 아주 너무 고약한거다. 그래, 사람이 피곤하고 우울하고 그러면 말하기 싫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저기서 한 마디 말이라면 '오늘 저녁 안먹을래' 라고 한마디만 해줬다면 귀녀도 자꾸 묻는 일이 없었을 거 아닌가. 확실한 대답을 알지 못해 도대체 밥을 먹겠다는건지 아니겠다는건지 몰라서 재차 물어야 하는 마음, 그렇게 재차 물으면 또 상대가 그만좀 하라고 화낼 수도 있잖아?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론 최치수의 입장이라는 것은 그런 것을 알아도 그만이요 몰라도 그만이요 이겠지만, 너무 괘씸한거다. 괘씸한 새끼.. 

그러나 최치수의 이 괘씸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단 방에 들어온 뒤에는 나가도 좋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서희는 일어설 수 없다. 숨소리를 죽이며, 그래서 가냘픈 가슴이 더 뛰고 양 어깨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는데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어린것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가.

이따금 책장 넘기는 소리가 났다.

"길상아!"

별안간 귀청을 찢는 것 같은 고함에 서희는 용수철같이 앉은 자리에서 튀었다.

"길상아!"

"예에!"

대답과 함께 급히 뛰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뜰 아래서

"나으리마님 부르셨습니까."

앳된 소년의 목소리였다.

"방이 왜 이리 차냐!"

"곧 불을 지피겠습니다."

"내가 지금, 방이 왜 이리 차냐고 묻지 않았느냐!"

푸른 정맥이 이마빼기에서 부풀어올랐다. 서희의 얼굴이 질린다.

"예, 지금 곧, 곧 불 지피겠습니다."

"이놈! 방이 왜 이리 차냐고 물었겠다! 고얀 놈!"

"잘못했습니다, 나으리마님."

소년은 겁을 먹은 소리를 냈으나 매양 당하기 때문인지 길들은 사냥개처럼 뒤쪽으로 달려가서 장작 한아름을 안고 뛰어온다. (토지, 제1부 1권 p.54-55)



'방이 왜 이리 차냐'는 물음에 정확한 답은 '아직 불을 지피지 않았다' 라든가, '불을 지피는 걸 깜빡했어' 등등이 올 수 있겠다. 원인을 묻는 질문에 해결을 답하는 것은 정확히 오고가는 대화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친구와 하는 대화였다면 '방이 왜 이리 차?' 라고 물었을 때 '아 그래? 불 지펴줄게' 라든가 '아이쿠 이런 불 지피는 걸 까먹었네' 등의 대화로 마무리 될 수 있을 테지만, 최치수와 길상의 처지는 다르다. 밥을 먹겠냐는 종의 물음에 자신은 이렇다저렇다 답을 한 마디도 해주지 않고 '자리나 깔아!' 해놓고서는, 그러나 자기가 묻는 물음에 정확히 대답하지 않았다고 고얀 놈~ 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최치수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양반이고 이 집의 주인인 어른 남자이다, 나는 너네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아도 되고, 그러나 너네의 대답을 강제할 수 있다, 는 자세, 태도, 생활 습관은 그에게 어릴 때부터 새겨져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되니까, 그래도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까. 만약 친구들 사이라면, 그러니까 평등한 사이라면, 저녁 먹을래? 재차 물어도 대답 없는 상대에게 '야 먹겠다는거야 아니라는거야 대답을 해!'라고 나도 같이 쏘아붙일 수 있었을 것이다. 혹은 '야, 나는 배고프니까 혼자 먹을게 애새끼 대답을 안해..' 하고 돌아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귀녀는 종이었으므로 재차 묻고 대답을 기다리는 것 밖에 도리가 없었다.


묻는 말에 대답을 안하는 것, 대답을 기다릴 상대의 초조함이나 답답함을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

자신이 기대하는 답이 아니기에 윽박 지르고 고얀 놈이라고 욕하는 것.

이것은 최치수의 화법이다, 최치수에게만 가능한 화법이다. 토지 속 다른 인물들에겐 허락되지 않는 화법. 저 혼자 잘난 화법. 최치수에게는 모든 것이 허락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모든걸 허락할 수 있는 사람이 최치수였다. 그래서,


최치수의 화법이 싫다.

저런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사람과는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

묻는 말에 대답 안하는 사람,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면 윽박지르는 사람.

최치수 같은 사람.



한편 길상이에겐 손재주가 있다. 눈대중으로도 근사한 탈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림도 그린다. 그걸 알게된 구천은 어린 길상에게 너 혹시 글공부도 했냐 묻는다.



"자비상이구나."

"야."

길상이 기뻐서 얼른 대답했다.

"어디서 배웠노."

"절에서 맨날 그렸소."

"절에?"

"연곡사 혜관 스님이."

구천이의 눈빛은 더 얘기할 것을 바라는 것 같았다.

"장차 저도 금어가 될 기라 하심서 맨날 초화를 그리게 했심다."

"글공부를 했느냐?"

말씨가 달라져 있었다.

"예, 조금."

저도 모르게 길상이 역시 '야'에서 '예'로 말이 달라져 있었다.

"안 하면 잊어버린다."

"노스님께서도 그리 말씀하싰습니다."

구천이 눈이 순간 흔들렸다.

"세상이 달라질 거라 하시믄서."

흔들리고 있던 눈에 조소가 지나갔다. 그후 구천이는 틈이 날 때마다 길상을 손짓하여 불러다가 남몰래 글을 가르쳐 주었다. 혜관 스님은 성미가 급하고 변덕이 심해서 꾸짖기를 곧잘 했으며 잘못도 없는데 쥐어박곤 했는데, 그러나 길상은 글을 가르칠적에 말이 적고 엄격해 보이는 구천이가 혜관 스님보다 더 두려웠다. (토지, 제1부 1권 p.143)




어릴 적에 당연하게 주어졌던 공부는 '공부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되었을 수도 있다. 왜 글자를 알아야 하는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자신이 모른다면, 공부가 재미있을 수 없다. 그게 뭐가 됐든,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이유, 목적을 알아야 한다. 그 목적이 거창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이걸 '왜'하는지 안다면, 그걸 할 의미도 생기고 재미도 생긴다. 공부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던 학창시절이 나는 그래서 너무 후회된다. 어릴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이라는 후회는 아무리 하고 또 해도 끝나지를 않는다. 세상에 알아야할게 이렇게나 많은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정말이지, 잘도 살았네.. 하아- 혜관스님도 그리고 구천이도 글공부가 중요하다는 것,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어른이었고, 그래서 어린 길상이에게 글을 알려주려 했을 것이다. 양반집에 소속된 종이지만, 그러니 종의 신분으로 살아갈테지만, 글을 모르는 종도 많을 것이고, 자신의 신분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보이질 않는다면 딱히 글을 배우려는 생각이나 의지도 없을테지만,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들에게 모두 글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물론, 당시에 내가 태어나 어느 큰 양반집의 종이었다면, 그 때에도 내가 '나는 글자를 깨우칠테야!' 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현실에 안주하며 이것이 내 삶이다, 하고 살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렇지만 내가 그 때에 태어났다 해도 내가 글을 알고 싶어햇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글자를 알려고 노력하고 그래서 책을 읽으렴. 설사 네 신분이 변하지 않는다해도, 그렇게 모르는게 많은 상태로 모든게 당연한거라는 상태로 살다가 죽지는 마.. 라고 말해주고 싶다. 과거의 어느 때에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나도 글은 알려고 했으면 좋겠다. 글을 알려는 생각과 의지가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기꺼이 글을 가르쳐주려는 어른도 길상이에게 구천이 있었던것처럼,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혜관스님이, 그리고 나중에는 구천이가 '안 하면 잊어버린다'며 글공부를 시켜줬던게 나는 진짜 너무너무 좋다, 너무 좋다.



사실, 내가 별당아씨였어도 최치수랑 사느니 구천이랑 도망갔을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 서희는 어쩌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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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치수 무척 공감합니다ㅋㅋㅋ 너무 싫어요. 가면 갈수록 싫습니다ㅠㅠ 저 못된 심보와 기고만장함. 에효~ 누구든 깔보는 그 위선적이고 고압적인 태도!

˝안 하면 잊어버린다˝ 저 문장 기억납니다! 공부는 반복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어차피 까먹는데 왜 해?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공부야말로 재미있고 그래서 하는 거라 답합니다! 잊어버리지만 반복하면 덜 잊어버리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씩 쌓이는 것 같아요^^

근데 토지 책 저 와중에 꺼내신게!ㅎㅎㅎ 어디 있는지 알고 계셔서 다행이네요~

다락방 2022-08-16 09:50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 님, 혹시 최명희 의 <혼불> 읽어보셨나요? 제가 그거 읽다가 너무 빡쳐서 이게 대체 뭐야,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이 빡침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될까? 이래서 페미니즘 공부 시작했거든요. 거기 나오는 남주가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싫어요. 세상 미친 민폐놈이에요. 나는 종갓집의 장손이다~ 이런 나도 힘들어~ 하면서 온갖 행패를 부리는 유약한 남자인데요, 와 진짜 너무 싫어요. 거리의화가 님이 최치수 가면갈수록 싫어진다 하시는데 갑자기 혼불 생각나면서 ‘아무도 그보다 더 싫어질 순 없다‘ 싶어져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어휴.. 빡쳐.. 이름이 뭐더라, 준모 였나...

그게 공부든 운동이든 뭐가 됐든, 자기가 깨달아야 시작하고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 알기 전에는 다른 사람의 조언은 조언이 아닌 그저 잔소리가 될 뿐이죠. 그래서 공부의 재미와 중요성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제 스스로가 야속합니다. 공부하라고 엄마가 그렇게 일렀는데 흑흑 ㅠㅠ

거리의화가 2022-08-16 09:58   좋아요 0 | URL
앗 페미니즘 공부의 계기가 된 작품이 <혼불>이었군요.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어요. 저도 읽으면 분명 빡치겠네요ㅋㅋㅋ 언젠간 읽지 않을까요? 한국문학 작품은 시간이 걸려도 역사 공부하면서 함께 읽어나가게 되니까요.

깨달음의 시간이 언제가 되든 본인 스스로가 절박해질 때 오는 경우일 때인것 같아요. 저도 그걸 많이 늦게 깨달아서 아쉽지만 그럼에도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생각합니다ㅎㅎㅎ

다락방 2022-08-16 10:56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 님, 혼불에는 진짜 최치수보다 더한 놈이 나옵니다. 심지어 유약하고 부드러우나 이기적인 정말 혼합 잡종말종의 자식이... 그가 주인공이고 그는 여러 여자를 괴롭힙니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저는 역사공부를 하면서 읽는게 아니라 역사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읽기 때문에 아마도 깊이 있는 읽기가 안되고 또 기억도 잘 나지 않는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왜 역사에는 딱히 흥미가 없는건지. 학창시절에도 국사 세계사 되게 못했어요. 저에게 그건 다 암기과목이었고 암기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고 그래서 못하는 것... 국사, 세계사를 알면 역사 소설은 더 재미잇을텐데 말입니다. ㅠㅠ

맞아요, 거리의화가 님. 저도 진작 깨달았다면 더 좋았겠다 싶지만 이제라도 깨달은게 어딘가 싶어요. 그러니 우리 열심히 해봅시다. 훗.

PersonaSchatten 2022-08-16 15:48   좋아요 0 | URL
어릴 때 혼불이 대작이긴 한데 다 읽기 전에 지치거나 미쳐버릴 수도 있으니 수능 보기전엔 읽기를 조심하라는, 당시 페미니스트 조직에 가입하셨던 남자 국어선생님이 귀띔해주셔서 아직도 못 읽겠어요. 😅

그레이스 2022-08-16 22:08   좋아요 1 | URL
혼불 재밌게 읽었어요.
넘 디테일해서 토할것같은 느낌도 받았었구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엉성하니 큰 버선!

아! 토지는 사람들의 그 기질이 바뀌지도 않고 질기디 질기다는 생각때문에 진저리가 났구요
암튼 둘 다 정말 대작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락방 2022-08-17 08:20   좋아요 2 | URL
혼불에는 살아있는 한국 토종 남성 바로 그 자체가 나오죠. 장손이라는 것은 나에게 너무 스트레스야~ 라면서 온갖 패악질에 집안 돈 뜯어먹고 주변 여자들 신세 다 조져버리는 ... 휴..... 자기 힘들다고 다른 사람들 죄다 더 힘들게 만드는.. 저는 진짜 인간 말종 보는 것 같았어요. 제 친구였으면 쌍욕하다가 주먹 날아갔을 것 같아요. 너무 싫음요.

맞아요, 저는 사실 혼불 읽기 전까지 페미니스트에 대해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페미니스트는 저랑은 다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혼불 읽다가 시방 이게 뭐하는 짓이여? 하고 ‘이 미친 부조리함을 페미니즘 공부하면 알 수 있을까?‘ 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너무나 고맙고 대단한 작품이죠. 왜 하필 그 때 너는 내게 왔니..

그레이스 2022-08-17 08:45   좋아요 0 | URL
ㅎㅎ
다락방님;;
저는 그런시대에도 세상을 거스르며 살아가는 여인들을 더 주목해 보았던것 같아요. 물론 시대적 한계가 있겠지만요. 제가 큰 버선을 기억하는 것은 그 여인이 사는 방식때문이었을 것 같아요. 시어머니도 포기하게 하는 마이웨이! 여인의 발은 작고 예뻐야하는데 답답하게 조이는 버선대신 크고 헐렁하게 만들어 신고 아무렇지도 않게 빨랫줄에 걸어놓던 며느리...! 여기에 상징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희와 같은 여인도 있고 혼불에서 이 며느리처럼 허허실실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여인도 있구요.
남자들은 알아서 살라고 하세요...ㅋㅋ

blanca 2022-08-1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방법 좋네요. 토지를 오디오북으로...따라해야겠네요. ^^ 저 어제 영화 <사도> 봤는데 거기에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조선은 공부가 국시다.˝라고 해서 우리나라 공부 집착은 진짜 역사가 길구나 했는데 마침 딱 다락방님 서재에서 공부 얘기를 읽으니 신기해요. 저 그리고 요새 왜 이리 작가들의 여성 묘사, 이야기 등이 거슬리는지...시대상을 반영했다치더라도 그래요. 제가 유일하게 여자를 위한, 진짜 여성을 제대로 그린 작가는 개인적으로 톨스토이와 윌리엄 트레버라고 생각해요.

다락방 2022-08-16 10:58   좋아요 0 | URL
블랑카 님, 사실 저는 좀 고지식한 편이라 종이책 말고는 다른 수단으로 딱히 흥미를 가지거나 지속하게 되지 않는데, 토지 오디오북 들으니 신세계더라고요. 각자 다른 성우가 맡은바 역할을 해주니 라디오드라마 같고 재미있어요. 특히나 토지는 그렇게 듣기에 최상의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훗.

저도 고전 읽으면서도 여성에 대한 부분에서 냅다 까게 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자꾸 한심한 백인 남자 작가들 같으니라구... 이렇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8-16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공감합니다~ 최치수 진짜 오만하고 성질 더러운 양반님네죠.. 최치수에게 당하는 저 장면이랑 엄마가 구천이랑 도망간 아픔 때문에, 서희가 성질 나쁘게 자랐어도 미워할 수 없는 것 같아요.ㅜㅜ 근데.. 나중에 나오는 최치수를 삼켜 버리는 놈은 더 싫다는 거 ㅎㅎㅎㅎ 이놈에 대한 다락방님 페이퍼도 기대됩니다 ㅎㅎ

독서괭 2022-08-16 10:35   좋아요 0 | URL
근데 사진 첨에 숨은그림찾기인 줄 알고 열심히 들여다봤잖아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08-16 10:59   좋아요 1 | URL
어린 서희가 엄마 데려오라고 막 떼쓰는데 너무 안스럽더라고요. 아니 엄마, 가려면 서희를 데려가지.. ㅠㅠ 물론 서희 엄마가 서희 데려갔으면 서희에겐 고생길이 열리는 것이겠지만, 부잣집 애기씨로 엄마 없이 외롭고 슬퍼하는거, 그게 더 나은 삶인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서희 아직 너무 어린데 할머니랑 아버지는 너무 엄하고 ㅠㅠㅠ 어린 서희 보니까 막 구천이랑 밤에 만나고 낮에는 그냥 서희 엄마로 살아주지, 이런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어휴 ㅠㅠㅠㅠ

저니까 알 수 있는 숨겨진 토지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2-08-1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싫어하는 거에요. 불러놓고 말 똑바로 안 하는 거. ㅋㅋㅋ 저희 아빠가 그래요… ㅋㅋㅋㅋㅋ 맨날 제가 승질 내는 게 사람 불러놓고 세워두지 말고 지시할 거 지시하시라고 막 뭐라고 해요. 상사가 이러면 30초 정도 기다리다가도 계속 세워두는 거 같다 싶으면 지금은 바쁘신 거 같으니 정리되시면 부르세요.^^ 아니면 메신저로 지시하세요. 하고 제 자리 가 버립니다. 너무 싫어요.저는 상대가 기다릴까봐서라도 전화 오면 나중에 내가 자리로 가겠다고 하게 되고, 하던 일 중단하고 지시사항 간단하게 결론부터 말하게 되던데 말이죵. 왜 세워두는 걸까요.

다락방 2022-08-16 11:00   좋아요 1 | URL
자기가 머릿속에 정리도 안됐는데 부르는거 진짜 너무 싫죠! 저도 업무중에 그런 일 발생하면 ‘정리되면 부르세요‘, ‘생각나면 부르세요‘ 이러고 와버려요. 왜 불러놓고 생각하고 불러놓고 정리하죠? 너무 싫어요. 바보들. 너무 싫어요. 그렇게 살아왔을 걸 생각하면 더 싫고요. 징그럽고요. 쳇.

단발머리 2022-08-16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있다,에 제가 얼마나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지요 ㅋㅋㅋㅋㅋㅋ 막 찾으려고 했다니까요. 근데 그 속에서 나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ㅋㅋㅋㅋ저는 20년 전에 읽었잖아요, 토지를... 다시 한 번 읽어야되는데 하면서도 마음 준비하는데 너무 오래 걸리네요. 오디오북도 좋은 선택이기는 한데 오히려 더 훅!! 빠져들것 같고요. 자신은 없는데 자꾸 여러 이웃분들이 토지 이야기 하셔서... 어쩔까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나올 때마다 책탑 헤치고 책 꺼내서 그 이야기 꼭 써주세요, 다락방님!! 최치수 같은 사람, 우리 같이 욕해요!!!

다락방 2022-08-16 13:55   좋아요 0 | URL
토지1 권만 꺼낸 후 저 자리에 다시 책 그대로 갖다 쌓아놔서 ㅋㅋㅋ 앞으로도 제가 꺼낼 의지가 생길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 귀찮음을 물리치고 저는 토지를 꺼낼 수 있을까요? 이번에 1권 꺼내기가지도 정말 오래 걸렸거든요. 처음 최치수 답답할 때 꺼내야지 하고 책장 앞에 섰다가 안꺼내야지 하고 돌아섰고 두번째 최치수 빡칠때 다시 갔다가 아니야 뭐하러 써 이러고 돌아섰는데 이번에 구천이가 길상이 글공부를 가르치는 바람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저는 왜 토지를 저기다 박아놔가지고 세상 귀찮아지는 걸까요 ㅠㅠ 단발머리 님, 저 넓은 집 좀 사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2-08-16 14:23   좋아요 1 | URL
쫌만 기다려봐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16 14:28   좋아요 0 | URL
쫌만 기다리면 되는거죠? 쫌만요?

단발머리 2022-08-16 15:25   좋아요 1 | URL
뒤에 ㅋㅋ 안 붙이시면 내가 좀 부담되는데… 그래도 그건 그대로 사실입니다. 쫌만 기다려봐요!!

Forgettable. 2022-08-1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북으로 10년 대여 해놨는데 10년 안에는 읽겠지? 했으나 ㅋㅋㅋㅋㅋ 1권 보고 5년 지났네요. 대여 기간 끝나기 전에 빨리 읽어야지..

다락방 2022-08-16 13:56   좋아요 0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권 보고 5년 지났다니. 시간은 정말 빠르네요. 10년 엄청 길것 같지만 벌써 반이 지나가버렸다니... 뽀님, 얼른 읽어요, 얼른! 이거 21권이나 된다구욧!!!

- 2022-08-16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굴 처럼 책을 파고 파내면 토지가 나와요^.^토지로 향하는 광맥 ㅋㅋㅋ
그런데 토지 2005년이요? 너무 아련한데요?
최치수 개 짜증나네요. 와 그런데 세상에 저런 인간이 있다니까요? 있어요 ㅋㅋㅋㅋ 있다??? 다 한방에 넣어놓고 이날 씨에 온돌 때주면서(?) 방문 숟가락으로 잠가버리고 놀러가고 싶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08-17 08:21   좋아요 0 | URL
저 안에 있는걸 알지만 파헤치기 너무 귀찮아서 미루고 미룬.. 그래서 책정리는 이렇게 하면 안되는거에요. 아니, 책을 이렇게 정리 안하면 안되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제가 주인이니까 거기에 있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지 뭐에요. 토지는 21권이나 되니까 저기에 있다는 걸 제가 알지만, 그러나 단행본 이라면... 저는 있는지 없는지 기억을 못합니다. 인생... 이것이 독서 라이프!!

감은빛 2022-08-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이 집중이 잘 되나요? 저는 바로 제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아니면 집중이 안 되더라구요. 몇번인가 시도해봤는데 얼마 못 가서 다 포기했어요.

다락방님 스스로 인정하시는 다락방님의 귀여움은 정말 치명적이군요. ㅎㅎㅎㅎ

다락방 2022-08-17 11:57   좋아요 0 | URL
저도 관심없다가 최근에 점심 먹거나 걸으면서 들었는데 성우들이 연기해줘서 그런지 드라마처럼 재미있게 듣고 있어요. 특히 토지는 정말 라디오드라마 느낌이에요. 아주 재미있게 듣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짧게 끊어 읽어서 언제 완독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ㅎㅎ
 

토요일인 엊그제는 동생네 가족들이 모두 오기로 했었다. 내 생일 과 올케 생일이 즈음이라 다같이 점심을 먹기로 한 것. 바로 이때다 싶어 나는 토마토스프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네덜란드 여행에서 너무 맛있게 먹어서 한 번 해봐야지 하고 검색해봤는데, 굳이 토마토를 사지 않아도 토마토 퓨레로 해도 되더라. 게다가 특별한 재료들이 필요한 것도 아니야. 야채는 원하는 걸 넣으면 될 것 같았다. 오레가노 가루가 문제인데, 이것도 마켓컬리를 통해 샀다. 내가 찾아본 레서피는 닭가슴살을 잘라서 넣었던데, 나는 고기가 꼭 필요한 곳이 아니면 굳이 넣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러니까 삼겹살이나 스테이크는 고기가 꼭 필요하지만 토마토 스프에 고기가 필요하진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기는 고민없이 패스 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네덜란드에서 토마토스프를 먹을 때 스프 만으로도 맛있었지만, 식당에서 내어주는 빵에 버터를 발라 그 위에 토마토 스프를 얹어 먹으니 꿀맛이었지. 나는 내친 김에 치아바타도 준비하기로 한다. 치아바타는 재료도 별로 필요치 않고 반죽도 크게 필요치 않다. 다만 발효시간이 길 뿐. 나는 일어나서 일단 치아바타 반죽을 해서 전자렌지에 발효시키고 토마토스프에 넣을 야채들을 썰었다. 내가 선택한 야채는 양파, 양송이버섯, 당근이었다. 야채들을 작게 깍둑썰기 한 후 예열된 냄비에 버터와 야채를 넣고 달달 볶다가 토마토 퓨레, 녹여둔 치킨 스톡, 물, 오레가노 를 넣고 한참 끓인다. 끓이면서 종종 저어주고 그러고나서 다 끓인 뒤 맛을 보는데, 오 좋은데?





다 완성해두고 치아바타 반죽을 꺼내  폴딩하면서 블랙올리브를 넣어준다. 다시 발효, 다시 폴딩, 다시 발효. 그리고 모양을 잡아 오븐에 넣어 굽기 시작했다. 크지 않은 사이즈의 치아바타 네 개 정도가 내가 하는 반죽 한 번에 나오는데, 한 번에 오븐에 들어가는 건 두 개. 처음 구 워진 두 개를 꺼내두고 다음 반죽을 넣어 굽고 있는데 남동생네가 먼저 도착했다. 


엄마는 오늘 식사를 위해 닭볶음탕이며 오이 도라지 무침, 미역국, 양배추 물김치, 가지 볶음, 콩나물, 고추조림 등을 해두셨는데, 남동생네가 도착한 시간은 아직 점심 식사를 하기 전. 나는 치아바타가 막 구워졌는데 토마스트스와 맛보겠니? 물었더니 남동생도 올케도 좋다고 한다. 특히 올케의 눈이 반짝거린다. 내가 음식 설명을 시작한 후부터 기대감에 반짝이는 것 같다. 평소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올케다. 빵에 버터 발라서 토마토 스프를 얹어 먹으렴, 안내한 뒤 이렇게 한 상 차려주었다.




ㅋ ㅑ -

내가 만든 치아바타, 내가 만든 토마토 스프!!

남동생은 치아바타 먹다가, 아니 갓 만들어진 치아바타는 이렇게 맛있는 거냐며, 누나 치아바타 늘 맛있었는데 막 만들어진 건 완전 더 맛있다고 흥분한다. 올케는 빵을 먹어보고 버터를 발라 토마토 스프를 먹으면서 자기는 이걸로 배불러서 밥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ㅋㅋ 나는 조금 덜어서 후후 불어 식힌 뒤 두 살 아가 조카에게 토마토 스프를 먹여주었다. 평소 신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던데, 그렇다면 토마토 스프.. 안먹으려나? 아가조카는 입술 주변을 붉게 만들며 토마토스프를 아주 잘 먹었다. 저만큼 콩콩 뛰어갔다가도 다시 돌아와 입을 벌려서 토마토 스프를 넣어주었다. 엄마는 치아바타도 조금 잘라 조카에게 주었는데, 조카는 그걸 들고 다니면서 알아서 잘도 뜯어 먹더라. 아 너무 뿌듯한게 아닌가. 남동생은 이 한 상 차림이 너무 맛있고 좋다고, 누나 매일 주말에 우리 집에 와서 이렇게 해주면 안되냐 물었고, 나는 너가 아가 데리고 주말마다 오렴, 그러면 내가 해주마.. 했다. ㅋㅋ


그리고 잠시후에 남동생과 올케는 엄마가 준비한 밥도 맛있게 먹었다.


한시쯤 여동생네가 도착했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일단 밥을 먹고 초등6 조카는 이제 토마토 스프를 달라고 했다. 나는 위와 마찬가지로 차려주었다. 여동생은 치아바타 반죽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거냐고 계속 놀라워했고 조카는 토마토스프+치아바타+ 버터조합에 황홀해 했다. 이 날 토마토스프를 제일 많이 먹은건 바로 이 초등조카였고 이 아이는 나랑 외출후 돌아와서 저녁에 또 토마토 스프를 달라고 했으며 남은 빵도 모조리 먹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이모 토마토 스프 남았어? 하더니 숫제 들고 마셔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뿌듯한 하루였다. 그렇지만, 너무 힘들었다. 개힘들었어. 도대체 이게 뭐라고, 내가 준비한 거라곤 치아바타와 토마토스프 밖에 없는데 부엌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ㅠㅠ




사람마다 예민한 지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민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때로는 꾹 참게 되는 지점들을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까. 내 경우에 신경적으로 예민한 것을 누군가와 음식을 함께 먹을 때 있다. 다른건 괜찮은데 한 냄비 안에 같이 숟가락 넣고 먹는 게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싫다. 가족이어도 애인이어도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네 입에 들어가서 네 침 묻은 숟가락을 다시 이 냄비 안에 넣고 그걸 내가 먹는다는 생각을 하면 진짜 참을 수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말하면 너무 예민하다고 할까봐 꾹 참고 먹을 때가 있고 아니면 아무말 없이 내 숟가락을 내려놓는 때도 생긴다. 가급적 자기 앞접시에 덜어먹는 쪽을 그래서 나는 선호한다. 한 번은 회사 동료랑 함께 밥을 먹는데 내가 메인 메뉴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따로 두었음에도, 내가 먼저 그걸로 떠 먹는 걸 보여줬음에도, 자기 숟가락으로 국물 가져다가 슥슥 밥 비벼먹고 다시 그 숟가락으로 또 국물이랑 건더기 가져가는 거 보고서 밥맛이 확 떨어졌더랬다. 진짜 못먹겠는거다. 다음에 다시 그 동료랑 둘이 밥을 먹을 일이 잇었을 때 나는 서둘러 다 반으로 나누어 각자 앞으로 가져갔다. 네 침은 네가 먹어라, 나는 싫다.  


이건 신경적으로 예민한 지점이라면, 하아- 나는 피부가 너무 예민해서 ㅠㅠ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이 얘기다.


사실 나는 알러지 반응을 꽤 여러개 가지고 있다. 고양이털과 개털에 심한 알러지가 있고 어패류에도 알러지가 있다. 닥터가 '이러면 고양이 키우는 곳 근처에만 가도 힘들텐데요' 라고 했었고 어패류에 대해서는 '평소에는 괜찮겠지만 컨디션이 나쁘면 확 일어날 수 있으니, 이럴거면 안먹는게 낫지않느냐' 라고 한 적이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친구네 집에서 하루 잤다가 호흡기에 온통 난리가 나서 다음날 꽤 힘들었었는데, 그 후에야 내가 알러지 검사를 하고 반응을 알게 됐었다. 새우를 먹고 온 몸이 모기물린 듯 일어나서 새벽에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그래서 나름 조심하느라고 하는데, 한두개 먹어보고 괜찮으면 조금 더 먹는 식이다. 해외에 나가면 수습이 힘들까봐 거의 입에도 대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고.


그러니까 토요일, 조카들과 동생네와 시간을 보내고 나는 부엌에서 내내 있었던터라 너무 피곤했는데, 아니 이게 뭐라고 이렇게 힘들어, 하고는 저녁무렵 조카들을 데리고 천호동에 있는 교보문고에 갔다. 갔다 돌아오는데 제부가 저녁에 술안주로 해물찜을 먹자고 하는게 아닌가. 해물찜 먹어본 지 오래라 오케바리, 하고서는 집에 돌아가 손을 씻고 자리에 앉아 제부랑 도라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해물찜을 먹기 시작했다. 해물찜의 압권은 콩나물 아닌가. 나는 콩나물을 먹고, 곤이를 먹고, 새우를 하나 먹고, 꽃게를 반마리 먹었다. 여기 어디쯤에서부터 재채기가 미친듯이 나기 시작했고 아무리 코를 풀어도 또 재채기가 또 재채기가 나는 거다. 여동생은 언니 알러지 같은데, 했고 나도 그런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네 하면서 계속 재채기에 콧물을 흘리고 그 후엔 목소리가 완전히 가버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 힘들었어 진짜. 그러고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에 목 오른쪽이 너무 간지러운거다. 좁쌀같은게 손바닥만하게 일어나있더라. 으악 ㅠㅠ 너무 가지럽고 화끈거리고 괴로워 ㅠㅠㅠㅠㅠ 이거 어제 해물 때문인가, 하다가 흑흑, 아직 약국 문도 안 연 시간이야, 하면서 나는 조카들과 함께 밥을 먹으려고 앞치마를 하는 순간! 원인을 알았다.



그러니까 내가 예민하게 신경쓰는 것 하나는 부엌에 들어갈 때는 앞치마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자라면서 본 엄마는 앞치마를 하는 분이 아니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엌에 들어가면 일단 앞치마를 한다. 간단한 설거지라도 하다못해 계란프라이라도 할라치면 나는 반드시 앞치마를 한다. 앞치마를 하지 않은 상태로 무언가 하는게 진짜 싫은거다. 그런데 집에 있는 앞치마는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던가 엄마가 저렴한 걸 사다준 거라서 언젠가 좋은 앞치마 사야지 벼르던 참이었다. 한 번은 무슨 전시회 갔다가 앞치마 팔길래 살까 했더니 오만원이나 하는게 아닌가. 어휴 앞치마 비싸네 하고는 돌아섰다. 그런참에 이번 네덜란드에서 주방용품 파는 가게 들어갔다가 앞치마를 보고 큰 맘 먹고 샀던거다. 무려 28 유로! 그래, 이걸로 이제 나는 좋은 앞치마, 그것도 네덜란드에서 사온 앞치마를 착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거야! 했는데, 아아, 조카들과 밥을 먹으려던 일요일 아침, 앞치마를 목에 걸자마자 엄마와 나는 눈이 마주친 것이다. 네 목에 그것은 앞치마로구나. 그러니까 내가 산 앞치마는 이런 것.




목에 두르는 부분에 저 메탈. 저것이 나를 건드린 거다 ㅠㅠ 아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괴로워 ㅠㅠㅠㅠㅠ 엄마가 너는 메탈 알러지 있는거 알면서 왜 이걸 샀냐고 하시더니 저 메탈 다 빼버리고 묶어버리겠다 하셨다. 나는 28유로나 주고 산 예쁜 앞치마를 그렇게 막 다루고 싶진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착용할 순 없다. 이렇게나 아프고 괴로운데. 나는 여동생에게 어제 하루 착용한 것이니 네가 가지렴, 하고는 줬다. 여동생은 덕분에 고맙다고 했고 엄마는 안타까워 하셨다. 그렇지만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온전하게 사랑받으렴 앞치마야 ㅠㅠ

나는 일전에도 청바지 입고 놀러갔다 온 후 후크 닿았던 부분부터 시작해서 가슴 밑까지 온통 일어나서 병원에 가 치료 받은 적이 있다.  샌들 신고 발등이 일어나 가려워서 도대체 겉에서 보면 메탈이 없는데, 하고 샌들 발등부분을 뒤집어 보았더니 안에 쇠로 뭔가 고정이 되어 있더라 ㅠㅠ 


여동생은 내가 처방받은 약들과 연고들을 다 가지고 와 검색한 뒤에 이걸 바르고 대신에 사흘 내내 발라야 하고 일주일 넘기면 안된다, 라고 해주고 이 알약고 이 알약을 함께 빼먹으라고 해주었다. 나는 여동생 말대로 했고 두드러기는 가라앉았다. ㅠㅠㅠ 아마도 몸이 고단해서 심하게 일어난 것 같았다. 전날 밤의 재채기는 해물이었던 것 같고(꽃게였을까 ㅠㅠ) 다음날 아침의 것은 메탈이었다. 아 쉬바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도 이런 예민한 내가 싫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떤 물건에 메탈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는 내 피부에 갖다대고 실험을 해도 좋을 정도다. 휴.....




자, 그리고 원래부터 하려고 했던 얘기. 바로 책이 온 얘기. 그러나 책을 '산' 얘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다 선물이니까. 껄껄껄껄. 다들, 부러워할 준비 되셨나요? 껄껄껄. 이제부터 잘난척 이천프로 나갑니다.




자 위의 책들은 생일 선물로 받은 책들이며 커피, 육포이다. 포스트잇 플래그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 구도가 잘 안나와서 치움. <링컨 하이웨이>는 사실 생일선물의 명목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여기에 넣어두면 선물한 분도 좋아하실 것 같고 또 뽀대가 난다. 에이모 토울스 신간 나오길 기다렸다가 나오자마자 잽싸게 선물을 해주셨던 거다. 안그러면 내가 사버리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책들을 골랐을 분들을 생각하면, 다들 내가 책을 많이, 자주, 잽싸게 산다는 걸 아는 분들이셔서 내심 이건 아직 안샀겠지, 하고 페이퍼를 살피셨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고 그렇다. 물론 어떤 분들은 갖고 싶은 책을 말해달라 말씀하기도 하셨다. 그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신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서도 한 권 선물받았는데 그건 아직 도착을 안했다. 아쉬워라.. 같이 찍으면 더 뽀대 날텐데...


자, 그리고 이건!!




생일이라고 받은 알라딘상품권으로 주문한 것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멋지다 진짜. 이 열 권의 책들이 다 상품권으로 산거다. 물론 커피도! 그런데 신이시여, 제게 아직도 십만원 이상의 상품권이 남은거 실화입니까? 껄껄.


자, 이 책들을 모아볼까?



아아 이 진정한 책탑이라니, 너무 아름답지 않습니까. 
















































































하아- 너무 좋다, 너무 좋다. 그렇지만,

8월 15일인 지금까지 내가 8월에 읽은 책은 딸랑 한 권, 저주 토끼 뿐이다... 

여행 다녀온 후부터 책을 안보고 있다. 

이렇게 책을 엄청나게 쌓아두고 읽지는 않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그리고 또 장바구니에 책을 담고 있다.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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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15 1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힘들었다 에서 빵 터졌어요 ㅎㅎ 메탈부분에 청테이프라도 감아서 사수하셨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 ㅋㅋ 예전 출장 간 남편이 사 온 캐시미어 입고 온 몸에 두드러기 나서 언니만 행복해하며 갖고 간 기억이 납니다. 벅벅 긁으면 나는 나일론에 최적화된 인간인것인가 분노하며 ㅎㅎ 책탑은 언제나 참 좋네요 *^^*

다락방 2022-08-16 10:35   좋아요 1 | URL
저도 살짝 메탈 제거하고 뒤에를 그냥 묶어서 써도 됐을텐데 그럴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 아쉬운 마음이 없는건 아닙니다. 프린트가 너무 예뻐서 흑흑 ㅠㅠ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안타까워하셨어요. 주긴 왜 줘, 너 쓰지!! 엄마가 메탈 빼준다고 했잖아!! 이러시면서 ㅋㅋㅋㅋㅋ

저는 엄청 가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화끈거리기도 해서 긁을 수가 없어요. 참다가 참다가 손바닥으로 탁탁 쳐요. 그나마 어제는 약을 발라서 가려움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어휴..

청아 2022-08-15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다락방님! 저도 전에 일본 편의점서 사온 토마토스프 유통기한 임박해서 해먹고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라 뭐였지? 이미 (포장지는 버린ㅠㅠ)인터넷검색이다뭐다...근데 다락방님은 맛을 보고 그냥 만드셨군요!! 역시 멋진 분>.<
그리고 앞치마를 온전하게 그 모습대로 보내주신 그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느낍니다.
선물로 받은 책들은 그런 다락방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마음들 ㅎㅎ 근사해요!!^^*

다락방 2022-08-16 10:32   좋아요 1 | URL
저 앞치마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ㅠㅠ 그런데 그걸 망가뜨린다고 생각하니.. 물론 망가뜨리는 개념보다는 내 몸에 맞추는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그래도 그러기 싫더라고요. 내가 사용할 것이니 내가 수선하여 쓰는게 최고다 싶으면서도 온전하게 존재하렴, 하고 싶은 마음. 다행히도 여동생은 메탈 알러지가 없으니 보낼 수 있었어요. 휴..

제가 네덜란드에서 데워먹는 인스턴트 토마토스프도 사먹었는데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검색했더니 한국에서도 폰타나? 에서 나온 토마토 스프 팔더라고요. 전 이것도 한 번 사먹어보려고 합니다. 후훗.

프레이야 2022-08-15 12: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흐~ 아름다운 책탑에 네덜란드 앞치마요.
심한 알러지는 넘 괴롭겠어요.
전 알러지 일으키는 게 하나도 없었는데 햇빛알러지가 생겼어요. 갱년기 증상인 듯요. 나중에 락방님도 미리 피부 장벽관리 필요할지도요. 주변에 고양이 알러지 있는 분 보니 거의 죽음이더군요. 두 마리 고양이를 내보내진 못하고 그분이 방을 얻어 나가 살아요. 십년을 참고 살다가.. 근데 앞치마 무늬 진짜 이뻐요. 여행 후 조금 쉬는 시간이 필요하겠어요. 조금 비우고 나면 책이 또 술술 들어갈 겁니다 :)

다락방 2022-08-16 10:30   좋아요 1 | URL
나이 들면서 면역력이 좀 약해지는 것 같긴 해요. 알러지 반응이 더 심해지고 없다가 생기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거든요. 엄마가 지금도 저에게 썬크림 좀 바르라고 엄청 뭐라 하시는데, 그동안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어른들 말은 들어야 되더라고요. 안듣고 후회하는게 한두개가 아닙니다 ㅠㅠ 썬크림 좀 신경써서 발라야겠어요. 요즘 노메이크업으로 다니다보니 썬크림도 바르기 귀찮더라고요. 어휴.. ㅠㅠ

어제 자기 전에 얇은 소설책 한 권 읽었어요. 조금이라도 쌓인 책들을 줄이기 위해 이젠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빠샤!!

책읽는나무 2022-08-15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치아바타 빵을 직접 집에서 베이킹을 하실 수 있는 분??? 발효, 폴딩, 발효...색깔도 이뻐서 맛있었겠습니다. 다락방님의 베이킹 솜씨가 일취월장하여 파티쉐가 되셨군요? 식구들이 다락방님 갓 구운 빵은 더 맛있다고 하시니...토마토 수프도 맛있어 보여요. 얼마나 맛있었음 초딩조카가 들고 마셨을까??ㅋㅋㅋ
두 동생네에게 저렇게 똑같이 해주려면 시간 많이 걸렸을텐데?라고 생각했었는데 개힘들었다!!!!에 어떡해~ 그러면서 저도 빵 터졌습니다ㅋㅋㅋㅋ
고생한만큼 가족들은 행복했겠습니다. 갓 구운 따끈하고 고소한 치아바타의 풍미가 느껴집니다^^
근데 금속 알러지도 있었나요? 어째요?
여행 다녀와서 피곤이 쌓여 체력이 떨어지셨나 봅니다. 알러지 반응이 두 개나 다 올라와서 고생 많으셨겠어요.ㅜㅜ
나이 들수록 피부 반응이 더 예민하게 일어나는 것 같아요. 전 한여름이 죽음입니다. 땀을 조금만 흘리면 땀띠랑 습진이 생겨 가렵고, 따갑고ㅜㅜ...해물찜도 조심하셔야겠어요.
아귀찜은 좀 괜찮던데...저도 해물찜 먹을 때는 가려움 증상 있음 바로 콩나물만 먹는...ㅜㅜ
앞치마도 예쁘고 추억의 물건인데..그래도 동생이 더 예쁘게 사용해 주시겠군요^^
거대한 책탑도 멋지고...이제 휴식 취하고 나면 또 열심히 읽게 되실껍니다. 쉴 때 푹 쉬고 재충전 하시길~^^

다락방 2022-08-16 10:26   좋아요 1 | URL
치아바타 빵을 굽는 건 노력보다는 시간이 들어가는 일인데, 점심 전에 식탁 위에 차려두려면 좀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어야 하긴 해요. 그래도 아가조카까지 잘 먹는 걸 보니 정말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또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아가조카는 왜이리 귀여운건가요, 책나무 님? 초등 남조카 한테는 엄청 소리 질렀네요. ㅎㅎ 물론 교보문고 데려가서 책 사주고 돌아오는 길에는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었지만.. ㅋㅋㅋㅋㅋ

여행 후 피곤도 있지만 저것들 준비하고 다 먹은거 치우고 그러느라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새삼 ‘와 명절때 며느리들 어떻게 살았냐‘ 싶더라고요. 저는 동생네 가족들 와서 치아바타랑 토마토 스프 해준것 만으로도 피곤했는데 명절때 며느리들은 그 삶을 어떻게 이겨낸걸까요 ㅠㅠ 식세기도 없었을텐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알러지가 다 튀어나와서 괴로웠어요. 역시 면역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잘 먹고 잘 자야겠어요.
그런데 책나무 님도 해물찜 드시다가 가려움이 오기도 하시는군요? 히융 ㅠㅠ
우리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도록 해요, 책나무 님!

저는 오늘부터 임신중지 시작했습니다!!

라파엘 2022-08-15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물만으로 이만한 책탑을 만들고도 아직 상품권이 남아 있을 정도라니, 평소에 다락방님을 생각하고 다락방님과 공감하는 사람들이 다락방님의 곁에 이렇게나 많은 거네요!!! 진짜 인생 제대로 잘 사신 분!! 👍👍 여행 이후의 피로가 아직 있으신 듯 한데, 푹 쉬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다락방 2022-08-16 10:19   좋아요 1 | URL
여행후의 피로도 남아있지만 후유증이라 해야할지 제 안의 역마를 너무 깨워놓은 것 같아요. 어제는 갑자기 머릿속에서 ‘스웨덴!‘ 이래가지고 앗, 책장 앞에 가서 내가 뭔가 가진게 있을 것이다 하고 살펴보았거든요.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이라는 책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언제 사두었는지도 모를 책인데... 그걸 꺼내왔습니다. 제 안에 점점 더 골드문트가 자라는 것 같아요. 휴..

저도 아직 남아있는 상품권을 보면 무척 기쁩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레이스 2022-08-15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평소에 베푼 만큼 풍성하게 받으신것이겠죠.~ 행복한 책탑!~

다락방 2022-08-16 10:0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저는 책 선물하고 특히 책 상품권이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8-15 2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치아바타와 토마토 수프에 눈이 땡그랑 ^^ 아니 나는 왜 이렇게 해주는 언니나 동생이 없는것이냐 한탄하다가 집에서 뒹굴도 있는 딸래매를 쥐어짜볼까하다가 아니 내 주제에 나는 사먹어야지 현실적이 되다가.... ㅠㅠ 하여튼 아름답습니다. 부러울따름이고요. 이 와중에도ㅠ내가 해볼까라는 생각은 일도 없는....
알러지가 있단건 정말 불편한 일. 와인잔 새겨진 앞치마 취향저격인데 동생님이 황재하셨군요. 안타까움요.
하지만 모든 안타까움을 우리는 책탑으로 날릴수 있는 사람들이니 그 또한 즐겁습니다.

다락방 2022-08-16 10:00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 님, 저도 웬만해서는 요리를 하지 않고 제빵도 하지 않습니다.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너무.. ㅋㅋㅋ 화가 나서 말입니다. 그러나 치아바타 만큼은 제가 하는게 제일 맛있더라고요. 저는 제가 치아바타를 잘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치아바타를 사먹지 않습니다. 내것이 더 맛있다, 하는 자신감이 있달까요. 내가 더 맛있게 만드는데 돈주고 다른건 사먹을 수 없다! 이런 마음이 되어버려서 치아바타 만큼은 사먹지 않습니다. 후훗.
게다가 갓나온 치아바타는 진짜 천국입니다. 저희 엄마도 바로 하나 통째로 다 드세요. ㅎㅎ

저 앞치마 진짜 디자인도 제 취향이었고 나름대로 여행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었던 아이템인데 일이 이렇게 되어서 정말 제 피부가 야속해요 ㅠㅠ
그나저나 책 쌓아두는 것만 좋아해서 어쩌나요. 읽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ㅠㅠ

건수하 2022-08-16 02: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치아바타 손수 만드시는 분이었다...!!

저도 고양이 알러지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지만), 햇볕 알러지, 금속 알러지 등등이 있어요. 금속 알러지 정말 여름에 ㅠㅠ 넘 괴롭죠.

기승전 책탑. 기승전 생일 축하드려요 ^^

다락방 2022-08-16 09:58   좋아요 1 | URL
제가 페미니즘 책 열심히 읽으면서 ‘내가 아무리 해도 정희진처럼 될 순 없겠구나‘ 깨달았고요, 제빵 해보면서 ‘아무리 해도 팔만한 빵을 만드는 사람은 못되겠구나‘ 하는데요, 또 밀키트로 식사 차리면서 ‘역시 나는 플레이팅은 어림도 없구나‘ 하고요. 그런데 치아바타 만큼은 제가 만든게 최고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요리며 제빵이며 훨씬 뛰어나게 잘하는 여동생조차 치아바타는 항상 제 것을 부러워합니다. 치아바타는 자신있어요! 후훗.

수하 님도 알러지가 많으시군요 ㅠㅠ 금속 알러지는 금속을 피하는게 답인데 가끔 저도 잊고 그냥 착용할 때가 있어요. 이번 앞치마 사건처럼.. 그러다 이렇게 고통에 시달립니다. ㅠㅠ

축하 감사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8-16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아바타와 토마토스프 와~~~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초대한 식구들, 특히 초등조카가 엄청 좋아하며 싹싹 긁어먹었다니 넘넘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요리하는 사람의 행복은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ㅎㅎㅎ 저는 요리를 하지도 않고 해도 못하는지라 정말 이런 요리 사진 볼 때마다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옆지기 하는 음식 가끔 맛없을 때가 있는데 언제나 맛있다고 엄지척 해주는 이유지요^^

그나저나 알러지!!!ㅠㅠ 와~ 저도 한 예민하는데 다락방님 앞에서 명함을 못 내밀겠네요. 저도 몇몇 알러지가 있습니다만...^^; 금속 알러지 생각만 해도 괴롭고 아플 것 같아요ㅠㅠ

책탑 넘넘 멋져요. 그 와중에 저는 선물받은 책 중에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넘 멋지네요. 생각보다 <도즈워스> 두꺼워서 놀랐고요ㅎㅎㅎ

다락방 2022-08-16 09:55   좋아요 1 | URL
제가 진짜 요리를 못하거든요. 뭘 해도 맛없게 하고 부엌 초토화 시키고 시간 오래 걸리고.. 토요일에도 제가 준비한 메뉴는 딸랑 저거 두 가지였는데 저는 녹초가 되었어요. 그나마 하는 요리들중에 유일하게 성공하고 모두에게 자신있는게 치아바타 입니다. 요리가 아니라 제빵이긴 하지만. 재료도 별로 필요하지 않고 반죽도 별로 필요하지 않은 가장 쉬운 메뉴에요. 다만 시간을 들일뿐... 맞습니다, 제가 고생스레 만들었는데 맛있게 먹어주니까 진짜 너무 좋더라고요. 너무 고생스러워서 코골고 뻗어버렸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다음에 온다면 또 해주고 싶어요!! >.<

제일 심했던게 청바지를 하루 종일 입었던 때였어요. 회사 야유회 갔다가 다들 술 먹고 뻗어버리는 바람에 이십대 중반에 청바지를 꼬박 하루 이상을 입었거든요. 그때 배에 온통 오소소 돋아나느데 얼마나 가렵고 화끈거리는지 ㅠㅠ 와 진짜 너무 괴로웠어요. 저는 귀는 특히 더 예민해서 메탈이 아닌 금을 해도 가려워지고 그러더라고요. 어떤 날은 반나절 정도 괜찮은데 어떤 날은 바로 증상 나타나고 그래요. 저는 피부도 예민하고 속도 예민하고..아주 피곤합니다. 흑흑 ㅠㅠ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빨랑 읽고 싶은데 저는 오늘부터 임신중지 시작입니다!! 임신중지 서문에서부터 ‘선택‘에 대해 말해주는 거 진짜 너무 좋아요. 할 말 많을 것 같아요!

독서괭 2022-08-16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전에도 다락방님 치아바타 만드신 거 보고 요리 잘하시는군! 이라고 머리에 딱 박혀있었거든요 ㅋㅋ 아니라고 하셔서 그런가 했지만 역시 잘하시는 거 아닌가 싶네요 토마토수프랑 치아바타 조화로운 모습 사랑스러워요~😍토마토수프의 자세한 아주 자세한 레시피를 알려달라! 고 외쳐봅니다.
그런데 알러지가 여러모로 심하시군요? ㅠㅠ 해산물 알러지는 많이들 있던데 금속알러지라니… 너무 불편하시겠어요.. 전 다른 건 몰라도 알러지만큼은 전혀 없어서 예민함이랑 거리가 멀어요. 귀 뚫고 나서도 아무거나 하고 좀 막혔나 싶을 때 소독도 안한 귀걸이로 푹 뚫어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 음식 먹을 때는.. 애 낳고 나서는 입에 들어갔던 것도 먹습니다 ㅋㅋㅋㅋㅋ 뭐 애기니까요. 혹시 나중에 베트남에서 다락방님 만나서 식사하게 되면 덜수저 덜그릇 꼬옥 쓸게요!
<링컨 하이웨이>를 책탑에 넣어주셔서 기쁩니다 ㅎㅎㅎ 아름다운 책탑이네요~~ 주말에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도 없으셨겠어요. 남은 8월에는 책탑 많이 해체하시길요^^

다락방 2022-08-16 10:47   좋아요 4 | URL
치아바타만 잘만듭니다. 아니, 저는 치아바타는 왜이렇게 잘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제 여동생도 조카도 제 치아바타를 좋아합니다. 여동생이 도대체 자기는 왜 이렇게 안되느냐 하는데 사실 저도 뭐 특별한 게 한 게 없어서.. 그냥 치아바타랑 저는 소울메이트인가(응?) 합니다 ㅋㅋㅋ 치아바타, 너는 내 손끝으로 와서 완성되었어... ㅋㅋㅋ

제가 참고한 요리법 링크 둘게요, 독서괭 님.
https://blog.naver.com/lalacucina/222609293545?isInf=true

위의 링크를 보고 재료 준비했는데요 닭가슴살은 뺐어요. 치킨스톡은 간 봐가면서 넣으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많이 안넣어도 괜찮더라고요. 오레가노는 걍 제가 알아서 뿌렸고요 버터는 처음에 야채 볶을 때만 넣었고 그 뒤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후훗.

베트남에서는 일단 1인1 쌀국수가 기본이고요, 메인메뉴가 있다면 앞접시를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걱정말고 오세요. (이미 마음은 베트남에 있는 사람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8-16 11:51   좋아요 1 | URL
요리법 링크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08-16 1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치아바타 장인 다부장님, 의외로 알러지가 여럿 있군요?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니 언젠가 저랑 만나면 막 재채기하고 난리나는 거 아닌가효? ㅋㅋㅋㅋㅋㅋㅋㅋ
토마토 수프 마셔버리는 조카 넘나 귀엽습니다. ㅋㅋㅋㅋ
그나저나 책탑 정말 아름답습니다. 선물 받은 것들로만 이루어진 책탑이라 더 아름다운 것 같고요.
다행이에요. 저 중에 제가 고민하다가 어쩐지 다른 분들이 선물할 거 같아서 포기한 책이 몇 권 보입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2-08-16 10:37   좋아요 3 | URL
저랑 늘 여행다니는 친구도 그리고 저랑 자주 만나는 친구도 다 냥집사님들 이십니다. 그 친구들 만날 때 딱히 알러지 있지는 않은데 그 친구들 집에 갔다가 하루 잔 다음날 코가 아주 난리 났었어요. 아주 고통스러운 오전을 보냈었답니다. 어휴...
여동생이랑 남동생, 올케가 맛있게 먹은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조카가 맛있게 먹는거 보는데 진짜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아주 이뻐죽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저 책탑들의 책을 열심히 읽는 일만 남았습니다. 어젯밤 잠이 안와서 저 중에 가장 얇은 한 권은 읽었습니다. 후훗. 백자평 쓰려는데 딱히 쓸말이 떠오르질 않네요. 흐음..

- 2022-08-16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부장님 의외의 알러지 부자시군요. 금속에 청바지라니…. 그리고 수저도… 잘 알겠습니다. 유념하도록 하겠사와요. (흠흠) 하지만 어패류 알러지 치고는 홍합찜 잘드시던데?!🥲??? 그날 컨디션이 좋으셨던 거죠?ㅋㅋ
저는 절반으로 딱 나눈다면 둔감하고 무던한 편에 속하는 데다 알러지나 가리는 음식 상황도 거의 없어요. 그래선지 관계에서도 아픈 것도 좀 늦게 알고 내가 금밟은 것도 잘 모를 때가 많고.

그런가하면 내가 가진 예민함도 있을까?? 좀 생각해보게 되는 데… 전 일처리 대충하는 거, 일 똑 바로 안하는 거, 일 머리 없는 거 싫어하네요… 일머리 없어서 일하는 방법까지도 알려줘야하는 거 아 나 정말… 싫다… 일… 일요.. 돈 걸린거랑 같이하는 동료들 시간 뺏어먹는 거 저 좀 많이 싫어요ㅋㅋㅋ (그래요, 나 팀플하면 거의 조장이었어 ㅋㅋㅋ)

다락방 2022-08-17 08:24   좋아요 0 | URL
일처리 대충 하는거, 똑바로 안하는 거, 일머리 없는 거 싫어하는 거는 사실 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거 아닐까요?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죠. 문제는, 자기가 일머리 없다는 거 자기가 모른다는 거,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쟝님은 금 밟은 걸 모를 때가 많다고 하는데, 저는 누가 금 밟는 걸 너무 싫어해서 저 역시 금을 밟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는 편이라, 그것 때문에 관계를 잃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선이 있다면 그 선을 넘겨도 관계는 잃게 되지만, 그 선을 안넘기려다가 너무 멀찌감치 떨어져 있게 되는거죠. 내가 선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을 덜했나, 그것이 이 관계의 종말을 가져왔나, 이런 생각을 해볼 때가 더러 있습니다. 그것이 나의 문제가 아닐까. 어쩌면 나는 때로는 선을 밟기도 하고 그랬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고 말이죠. 그렇지만 저라는 사람이 이렇게 생겨먹어서, 아무리 시간을 돌려도 선을 밟지는 못할 것 같아요. 휴..

사실 벨기에에서도 홍합 두 개만 먹고 저는 다른 요리 먹으려고 내심 벼르고 있었는데 정신없이 먹고 말았네요. 저도 어느 지점에서 저를 건드리는지 모르겠어요. 분명 다 익힌 새우인데도 저를 응급실 보내버리기도 해서. ㅠㅠ

감은빛 2022-08-1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탈 알러지는 처음 접했어요. 그러니까 금속이 닿으면 두드러기 같은 것이 나거나 뭔가 문제가 생기는 건가요?

저도 한때 알러지가 좀 심한 때가 있었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니 많이 나았어요. 한 7~8년 전에는 알러지 때문에 고양이랑 같이 있으면 계속 재채기를 하고 콧물이 흘렀는데, 몇 년이 지나니 그런 증상들이 없어졌어요. 요즘은 고양이랑 며칠동안 같이 지내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래서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인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알러지가 진짜 무섭다고 생각한 게, 10년쯤 전에 사과 알러지가 있는 어떤 사람이 사과 성분이 아주 조금 들어간 과자를 모르고 먹었다가 막 피부 여기저기서 뭔가가 부풀어오르고 숨도 잘 못 쉬고 결국 구급차에 실려가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봤을 때 였어요. 내 알러지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아주 가끔 콧물 정도의 반응만 있는 내 알러지 반응은8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다락방 2022-08-17 11:59   좋아요 0 | URL
메탈이 닿은 부분이 좁쌀같은 두드러기가 일어나고 간지럽고 화끈거려요. 긁지는 못하고 손바닥으로 탁탁 쳐주기만 해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긴 하지만 좀 심하게 일어나면 약 발라야만 진정돼요. 저는 새우 먹고 온 몸에 모기물린 것같이 일어나서(목부터 종아리까지) 응급실 간 적도 있어요. 익힌 새우였고 저만 먹은것도 아니었는데 저만 그랬어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에 해산물 드셨어요? 라고 응급실 닥터가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약 때문에 알러지 반응 일어난 적도 있는데 얼굴에 손바닥만한 혹처럼 일어나더라고요. 하여간 몸이 아주 그냥 예민 덩어리에요. 짜증나게 ㅠㅠ 괴롭습니다 ㅠㅠㅠ 제가 아는 알러지는 피해가면 되는데 제가 모르는 알러지가 또 튀어나올까봐 그게 걱정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