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는 회사는 제조업이고 몇 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다. 그 공장에서는 인명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입사하고 첫 근로자 사망을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무서웠다. 나와 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일을 하다 죽을 수도 있다니! 회사의 대처는 내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고, 그러나 회사는 늘 그랬듯이 잘 흘러갔다. 

그때가 근로자 사망의 처음도 아니었고 마지막도 아니었다. 부상은 그보다 더 자주 일어났다. 하반신을, 손가락을 다치는 근로자들은 계속 생겼다. 당연히, 임원이 그런식의 부상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


가난하게 살았던 페인트공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는, 돈을 잘 번다는 친구의 말에 철강 노동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제철소에 들어가 신입 직원 교육을 받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공정에서 어느 노동자들이 어떤식으로 죽어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된다. 그러니 당연히 안전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거다. 어쩌면 내가 어딘가에 깔려서 혹은 떨어져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데 그 일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가 없다. 돈을 벌어야 해. 급여 명세서를 보게 된다면 기쁘거든. 내 위로 뭐가 지나가는지 수시로 살피면서 근로해야 하는 삶이 이 드넓은 제철소에 있다. 



삶과 죽음은 운명일 수 있다. 그리고 공장에 다닌다고 반드시 죽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연재해로 죽고 어떤 사람들은 교통사고로 죽는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건강하게 살려고 해도 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들은 잘 걸어가다가도, 잘 자고 있다가도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제철소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임원진들은 그리고 경영자는, 이 제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보다 위험에 덜 노출된다. 깔리거나 떨어져서 죽거나 다치는 위험은 노동자들에겐 언제나 있지만, 그러나 임원진에게는 없다. 사장에게도 그런 위험은 없고 회장에게도 그런 위험은 없다. 대통령에게도 그런 위험은 없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환경은 언제나, 돈 없는 자들에게 주어진다. 오늘 밤에 집에 가 잠드는 것이 다행이고 감사한 삶은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에게만 있다. 누군가에겐 더 많은 죽음의 위험이 있고 누군가에겐 더 많은 안전함이 보장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이거 너무 부조리하잖아?



신입교육을 마치고 엘리스는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한다. 특별할 것도 없이, 여성인 그녀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늙은 남성 노동자가 그 안에 있다. 



"너희 여자들은 돌봐주기를 바라잖아." 그가 내게 말했다. "너희 여자들은 머릿속에 돈 생각밖에 없지." -p.105



에휴 … 정말 답답스럽다. 너희 여자들은 머릿속에 돈 생각밖에 없지. 그러면 너희 남자들 머릿속엔 뭐 특별한 거 있냐? 너도 돈 벌라고 여기 와있는 거 아녀? 니 머릿속엔 뭐 세계평화가 있냐? 환경 보호 있어? 니 머릿속엔 아동성학대 근절 있냐? 뭐 지 머릿속엔 대단한것 있는것마냥 돈 생각을 욕하냐. 지들도 어차피 돈 벌라고 직장 다니고 더 많은 돈을 가지려고 권력 옆에 빌붙어 살고 사기도 치고 징징대면서 뭐 졸라 고귀한척 하고 지랄이야. 



엘리스는 어린 시절 학교 남자아이가 자신을 성추행 했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때 보았던 눈빛을 얘기한다. 엘리스의 성기를 만지던 어린 '남자'아이의 눈빛. 



눈이 내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남자아이의 시선에는 나를 두렵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텅 빈 눈동자는 걸신들린 듯 거칠어 보였다. 당시에는 그 눈빛의 의미를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게 어떤 눈빛인지 알게 되었다. 후일에 나는 남자들의 눈에서 그 표정을 읽었다. 술집의 남자들. 거리 모퉁이의 남자들. 일터의 남자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해소해줄 빈 공간으로 나를 판단하는 남자의 눈빛이었다. -p.109



나는 엘리스의 이 비유가 아주 적확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욕망을 해소해줄 빈 공간'. 여자를 공간으로 보는 것. 그것은 침략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아직 어린 남자아이에게도 그 눈빛은 있다. 당연하다. 그 남자아이가 자라는동안 도처에 그런 눈빛들이었을테니. 



노동자와, 여성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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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5-17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맛보기로 1장만 읽었는데(서문이 없더라고요?)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포스코도 생각나고.

다락방 2023-05-17 12:17   좋아요 1 | URL
네. 이게 이론서가 아니라 에세이라서 그간 읽었던 책들에 비하면 잘 읽힐 것 같아요. 뒤에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흥미진진합니다!!

잠자냥 2023-05-17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 밖에 없지? 어휴 지들은 뭐..... ˝뭐 졸라 고귀한척 하고 지랄이에요.˝ 증말...ㅋㅋㅋㅋㅋㅋㅋㅋ
아래 책도 그렇지만 이것도 읽으면 분통 터질 일이 많겠습니다....

다락방 2023-05-17 12:17   좋아요 2 | URL
돈 생각 하니까 지들도 일하러 나오는거 아녜요. 진짜 어이가 없어가지고,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세상은 너무 똥같아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05-1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1장밖에 안 읽었는데 흥미진진 하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간만에 에세이류 여성주의 책인 것 같구요.
작년에 읽었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책을 읽는 기분이랑 비슷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문장 와 닿네요^^

다락방 2023-05-17 14:39   좋아요 1 | URL
네, 읽으면서 노동자라는 정체성과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겹치는 바람에 아마도 아주 많이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책나무 님, 화이팅!!
 
참지 않는 여자들
자일리 아마두 아말 지음, 장한라 옮김 / 율리시즈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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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란 것이 나에게는 결코 주어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 권력의 옆에 어떻게든 가까이 서고 싶어진다.


아프리카에 사는 여성들이 지독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면서도 그 고통을 자꾸만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게 되는 건, 권력이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다처제가 징그럽고 나 외에 다른 아내의 존재가 영 신경쓰이지만, 그러나 자기 딸에게 또다시 '인내하라, 무조건 참아라'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 여자에겐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에 원치 않는 남자랑 결혼하게 됏을때도 '인내하라'는 말을 듣고, 사랑하는 남자랑 헤어져도 '인내하라'는 말을 듣는다. '너에게 좋은 건 네가 아니라 우리가 더 잘알아!'

남편이 강간을 해도 폭력을 휘둘러도 그래서 울거나 상처입거나 다쳐도 '인내하라'는 말을 듣게 되고, 어차피 말해봤자 참으라고만 하니까 이곳에서 도망쳐도 다시 잡혀와서는 '도망가서 망신시켰다'고 또 욕을 들어 먹는다. 이래가지고서야 정신이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잖나.


소설속에서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고 여자가 여자의 잘못됨을 바란다. 왜냐하면 내가 잘 살기 위해서 저 여자가 없어야 하니까. 내 남편의 사랑이 저 여자에게 더 가면 안되니까, 내 남편의 재산이 저 여자에게 더 가면 안되니까. 그러면 내 몫이 줄어드니까. 애초에 힘도 재산도 그리고 내 몸에 대한 권리도 내 것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시기, 질투, 경쟁이 피할 수 없이 일어난다. 징글징글하다. 남자들에게만 힘이 있다보니 여자들이 서로를 미워합니다. 그러면 남자들은 더 살기 좋아지겠죠?


소설 속 등장하는 세 명의 여자들은 '참지 않는 여자들' 이라기보다는 '참기 싫은 여자들'이라는 게 맞다. 왜냐하면 결국 그들도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니까. 그래서 이 소설은 고발 소설인데, 그저 고발만 하는 것이 답답하다가도,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드러나야 하는 법. 아프리카의 일부다처제와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일이, 여성도 인간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각인시키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일일 것이다.


참지 않는 여자들은 책속 여자들보다는 작가를 지칭하는 것일테다. 이 거지같은 세상, 참지 않겠어! 내가 다 까발리겠다!!

우리 여자들은 참지 않긔!!



열일곱살에 오십살 남자의 두번째 아내로 강제로 시집보내졌는데 그의 삼십오세 첫아내에게 미움 당하는 삶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 근데 다들 시집 잘갔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좆까라 그래.



책 처음부터 끝까지 속시원한 장면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노파심에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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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5-17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2023년 2월에 출간되었는데 어째서 리뷰도 내꺼 하나 딸랑 페이퍼도 내꺼 하나 딸랑 … 왜죠?

DYDADDY 2023-05-17 08:57   좋아요 0 | URL
보통 책을 고를 때 분노의 감정은 배제되기에 그런 것 같아요. 읽을수록 분노하는 소설을 선정할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하지만 현실고발 소설은 르포나 기사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에 저도 읽고 싶은 책에 담아갑니다.

다락방 2023-05-17 09:18   좋아요 1 | URL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인것 같아요. ‘2020 고등학생 공쿠르상‘ 수상 작이라고 합니다. 그런게 있는줄은 처음 알았네요. 하핫 ;;

건수하 2023-05-17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지 않는데... 속시원한 장면은 없는건가요 ㅠㅠ

다락방 2023-05-17 09:17   좋아요 0 | URL
참지 않는 건 작가였지 책 속 주인공들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내내 답답하기만 합니다. 속시원한 장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건수하 2023-05-17 09:18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그만큼 현실이 참담하다는 뜻일까요 …

다락방 2023-05-17 09:19   좋아요 1 | URL
참지 않으려고 소리지르고 울고 애원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 다 참으라고만 해요. 아빠도 엄마도 큰아빠도 시누이도 … 답답 터지는 소설입니다 ㅠㅠ

독서괭 2023-05-1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정말 읽으면서 너무 화나셨겠네요 ㅠㅠ 참으라 할 수밖에 없는 건 별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걸 알아서겠죠..? 대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ㅠ

다락방 2023-05-17 12:19   좋아요 1 | URL
뭔가 속시원한 일들이 펼쳐질 줄 알았건만 그런건 전혀 나오지 않고요, 다만 이런 남자들과 더불어 이런 현실속에 놓여있다는 걸 밝힌 건 의미있다 생각합니다. 그게 고발소설이 하는 일이겠죠. 이 책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82년생 김지영 취급받지 않을까 싶어요. 남자들이 ‘이거 읽는 여자들은 걸러라!‘ 할듯합니다. ㅎㅎ
 

계기는 아마도 SNS 에서 우연히 보게된 짧은 영상이었을 거다. 오래전 <무한도전>의 한 영상이었는데, 정형돈이 게스트인 조인성에게 '너 많이 안먹네' 라고 얘기 했고 조인성은 '요즘 살 찌는 것 같아서' 라고 답하자, 정형돈이 '연예인이라면 몸 관리 해야지, 식단 조절도 좀 하고' 이러는 거였는데, 너무 웃긴 거다. 무한도전 조정 편에 나온거라는데, 나는 무한도정이 아주 인기리에 방영될 당시에도 매번 본 것도 아니었고 종국엔 무한도전이 싫어지기도 했을 뿐더러, 게다가 조정 이라니, 완전 무관심이어서 볼 생각도 안했었는데, 조인성이 나온다는 조정편을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점심 시간에 검색해 조인성이 나오는 조정 편을 재생시켰다. 조인성 나오기 전에도 이미 조정편은 시작했었고, 조정이 재미있을 리 없다는 나의 편견은 '딱 조인성 나오는 부분만 봐야지' 로 마음 먹게 했는데, 아니, 조정 …무슨일이야. 너무 근사한 스포츠가 아닌가!


나는 조정을 제대로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데, 알지 못하면 좋아하게 될 수도 없다.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은 사실 더 솔직히 말하면 '잘 몰라'가 맞는 것 같다. 원래 보고자 했던 조인성과 정형돈의 대화는 재미 있었다. 정형돈은 조인성에게 관리하라고, 연예인이 카메라 앞에서 비대하게 나오는것만큼 꼴보기 싫은게 없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형돈은 연신 먹고 있어서 빵터져서 웃었다. 물론 그 회차에서도 불쾌한 지점은 있었다. 조인성 좋다고 하하가 자꾸 뽀뽀해대는데, 아무리 동성이라도 그런 짓은 좀 안했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데 정말이지 조정, 너무 근사해!


나는 조정에 빠져서 다음회차와 그 다음회차 까지도 연속해 보게 됐다. 이게, 내가 몰라서 그랬는데, 와, 진짜 엄청 내가 반할만한 스포츠인거다. 나는 딱히 스포츠에 반하지 않고 운동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서 지금의 이런 비루한 육체가 되었다 해도 틀리지 않다. 야구도 축구도 딱히 관심 없고 올림픽에도 심드렁하다. 남들이 같이 보자하면 앉아서 즐길수는 있지만 내가 뭔가 원해서 팬이 되지는 않는단 말이다. 그러다 관심 있는게 요가였는데, 요가가 쓰는 몸의 근육들이 드러나는게 너무 좋아서 인스타그램에도 요기와 요기니들을 몇 팔로우해 두었다. 


얼마전에 언급한 것처럼 등반도 제임스 설터의 책을 읽고 아주 근사하게 느껴졌다. 등반이야말로 빠른 운동이 아니라서 한 팔 한 팔 그리고 한 발 한 발 너무 몸의 근육이 느껴질 것 같아서 짜릿해졌는데, 아니 이 조정이 말이죠, 또 내가 좋아할만한 그 근육의 움직임이 바로 선명히 드러나는 바로 그 운동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힘을 주어 노를 젓는데 그걸 에이트-여덟명이 한 배를 타는 것-에서는 여덟명이 호흡도 일치 시켜야 하는 거다. 물에서 노를 젓는 일은 힘들고 또 무한도전 멤버들은 서툴러서 노를 놓치기도 하는데, 놓쳤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고 호흡을 따라가는 일은 신경쓰이고 더딘 일이었다. 손에 굳은살이 박이는 건 당연한 거였는데, 무엇보다 조정이 전신을 쓰는 운동이었다. 다리도 허리도 움직여야 했고 팔의 움직임이야 말해 뭐해, 와 이거 진짜 내가 너무나 반할만한 스포츠인거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조정이 너무 힘들고 매력적이라고 말하면서 조정을 더 알려야겠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나 역시도 알지 못했기에 그 매력을 몰랐다. 어제 본 회차에서는 정형돈과 노홍철 그리고 조정 코치 셋이서 조정의 나라 영국엘 간다. 조정 경기가 열리는 걸 직접 보러 갔는데, 하버드랑 또 어디더라, 대학 경기도 열리고 아주 진짜 근사해서 미치겠는거다. 조정경기 편 무한도전 보면서 와, 진짜 너무 좋네, 영화로 보고 싶다!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조정 선수가 나오는 영화. 그러면 너무 멋질 것 같은 거다. 아니, 내가 그간 상업영화도 그렇고 비주류 영화까지 본 영화가 수두룩한데 어쩜 이렇게 조정 경기가 나온건 없지? 돌이켜보니 조정 선수가 남주였던 영화가 있긴 했는데, 하이틴 무비였고, 그 때는 관심도 없었더랬다. 그게 무슨 영화였는지 기억도 안나네. 아니, 왜 죄다 럭비 선수들이고 조정 선수는 아닌거지?


그간 미국영화의 경우 죄다 럭비나 미식축구 선수들이 남주의 최고멋짐의 상징으로 나왔던 거다. 학교 주장이라느니 하면서 육체적 매력과 권력의 최고봉인듯 나왔는데, 나는 럭비나 미식축구 선수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그들의 그 운동으로 그들에게 반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무리 영화에 나와서 운동하는 거 보여줘도 딱히. 그러니까 운동 자체로 미식축구나 럭비, 축구, 야구, 레슬링 등등은 내가 반하게 되지 않았단 말이야. 그런데 아마 다른 사람들은 많이 반하는가 보지? 그러니 우리 학교 미식축구 주장이랑 사귀는 애가 퀸가 … 뭐 이런 거 아니겠나. 여튼 나는 아닌데, 어쩜 그렇게 죄다 럭비만 나와, 조정은 왜 안나와? 나는 조정 선수를 보고 싶다!! 그래서 검색해봤더니, 이런 영화가 나오더라.





<더 노비스> 라는데 조정 선수가 나오는 영화긴 하지만 장르가 '스릴러' 란다. 조정판 위플래쉬 라고 … 

안끌린다. 전혀 안끌려. 내가 보고 싶은 건 조정의 매력과 조정의 근육과 조정이 땀과 조정의 햇살이다!!!


조정 선수 나오는 영화

조정 영화

조정 경기 영화


이렇게 넣고 검색해봤자 저 노비스란 영화랑 조지 클루니가 감독하며 촬영중이라는 <The boys in the boat>만 나온다.





이게 딱 내가 원하는 분위기인데 아직 촬영중이고 개봉은 안했는가보다. 아니 그런데 왜이렇게 징그럽게 백남백남하냐. 어떻게 하나같이 이렇게 다 백남 선수들이지? 조정은 유색인종을 안받아주나요? 신기하네. 여하튼 조지 클루니가 감독하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원작도 있다고 한다.

















여러분, 내게 조정 경기나 조정 선수가 나오는 영화를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스릴러나 공포는 사양합니다. 무서워 …

이왕이면 로맨스와 액션으로 …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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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5-16 0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해져서 검색하니 <안톤의 여름>이란 책이 있네요. 청소년의 성장을 다룬 청소년 소설이래요.

다락방 2023-05-16 08:54   좋아요 3 | URL
저는 조정 나오는 영화가 보고 싶은데 조정 나오는 영화는 너무 드문 것 같아요. 조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ㅠㅠ

건수하 2023-05-16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슨 인 케미스트리>에 조정하는 여성이 나옵니다. 조정을 예찬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하게 되는데… 그 남자 백남이긴 합니다 ㅎㅎ

조정이 백인들이 하던 스포츠고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인거 같더라고요. 의외로 그 배가 매우 비싸다고. 아는 교수님이 조정부였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부자구나- 하더라는…

애플티비에서 드라마로 제작한다고 했는데, 아직 안 나온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3-05-16 09:45   좋아요 1 | URL
그 책 읽었는데 … 조정 얘긴 까먹었어요;;;

햇살과함께 2023-05-16 10:28   좋아요 0 | URL
저도 조정 얘기하니 딱 이 소설 생각 났어요^^

다락방 2023-05-16 12:01   좋아요 1 | URL
오,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그걸 봐야겠네요. 그렇다면 영상으로 조정을 확인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애플티비를 제가 안보니까 … 일단 아쉬운대로 레슨 인 케미스트리나 봐야겠지만, 제가 원하는 지점의 묘사가 있을지… 어쨌든 제가 책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마 수하 님 리뷰보고 샀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껄껄.

책읽는나무 2023-05-16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무한도전 완전 좋아했었는데 저 조정 편은 못봤네요?
스포츠를 워낙 좋아하지 않고, 조인성을 많이 안 좋아해서 그냥 넘겼던가? 싶네요.
조인성 보다도 전 자꾸 조정 조정 하시니까 조정석이 생각납니다. 조정석은 좋아해요ㅋㅋㅋ
근데 사진을 보니까 다락방 님 조정을 왜 좋아하시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아요.
와...근육맨들!!!ㅋㅋㅋ
조정을 하면 진짜루 팔 근육이 저렇게 되는 걸까요?
잭 리처가 조정을 했더라면???
근육이 더 붙었겠구나! 혼자 딴 생각 하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3-05-16 10:47   좋아요 1 | URL
잭리처 조정하면 잘했겠는데요 ㅋㅋㅋ

다락방 2023-05-16 12:02   좋아요 2 | URL
저는 조정 이라고 해서 그냥 딱 관심 끊고 있었다가 이번에 뒤늦게 홀랑 반해버렸네요. 이게 전신의 근육을 다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가만 앉아있는 걸로 보이지만 그게 그게 아닌. 게다가 팔은 또 얼마나 힘차게 움직여야 하는지! 조정 선수들의 팔은 근사할겁니다. 정말로요! 물론 등도요. 날개뼈까지 완벽할 것 같아요!! >.<

잭 리처 조정하면 잘했을 것 같아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3-05-16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정은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대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상류층 백남들이 종종 이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썸머스톰>(2004)이라는 독일 영화가 있는데, 여기서 로맨스는 게이로맨스라... 어떨지
하여간 왓챠에서 볼 수는 있습니다.

아쉬운대로 이거라도... 점심 드시면서 ㅋㅋ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VjSOWSQI6kE

다락방 2023-05-16 12:05   좋아요 0 | URL
썸머스톰 검색하면 왓챠에서 볼 수 있다고 나오지만 막상 왓챠에서 검색하면 비슷한 영화라며 이투마마 추천해주는 … 그런데 저는 이투마마 오만년전에 봤고 너무 싫었어요. 성인 여성과의 쓰리썸 장면 ㅠㅠ 너무 싫었는데, 정희진 선생님이 어딘가에서 이투마마 극찬하시더라고요? 잠자냥 님도 이투마마 좋아해요? 아 저는 증맬루 쓰리썸 나오면 확 밀어내게 되어버려가지고 … 네, 섹스 꼰대 다락방입니다. 어린노므시키들이 ㅠㅠ 그러고나서 그들이 서로 어색해졌지요 …

링크 얼른 봤네요. 이게 트레일러 영상이네요. 껄껄. 아무튼 정보 감사하고요, 제가 일단 무한도전 조정편을 마저 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게이 로맨스는… 책으로도 별로고 영상으로도 별로고 … 레즈비언 로맨스는 영상으로도 좋던데 게이 로맨스는 왜 안좋을까요? 저는 게이로맨스 김봉곤 때문에 더 싫어진 것 같아요 ㅋ

잠자냥 2023-05-16 12:16   좋아요 0 | URL
이투마마 제가 제 왓챠 찾아보니 3.5점 줬었네요.
그냥 쏘쏘...했던 기억. ㅎㅎㅎ
갑뿐사 김봉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장님은 게이로맨스에서 보통 이성애 여자를 도구로 소비해서 싫은 것도 있는 거 아닌가요? 자신들의 정체성 탐구를 위해 이성애 여성을 사귀어보거나 아니면 이성애자인척 하려고 이성애 여자를 여자친구로 두던가 이런 지점이요. 하긴 이건 레즈비언 영화에서도 종종 나오는 설정이긴 하네요...)

다락방 2023-05-16 15: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잠자냥 님. 그런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들도 있고 김봉곤 읽으면서 싫었던게 사랑=섹스 여서 싫었어요. 성애에 집착하는 것 같달까요.

저 레즈비언 영화 <빌로우 허> 주인공 너무 잘생기고 또 예고편이 에로틱 쩔어서 봤는데 영화 자체는 엄청 재미없더라고요? 깜짝 놀랄만큼 재미없었어요. 그렇지만 주인공의 외모는 눈부셨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3-05-1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면 갈수록 무한도전을 잘 보지 않았던 것 같지만 조정 편은 보았어요. 근데 그런 에피소드는 기억이 안나네요~ㅎㅎㅎ
암튼 각설하고 제가 조정, 댄스스포츠 등 도전하는 장르를 특히 좋아했던 이유를 생각했는데 역시 불굴의 의지로 멤버들이 도전하고 끝까지 해내는 모습이 멋있어서였던 듯 합니다. 그때 보면서도 느꼈지만 조정 무척 힘든 스포츠로 보였어요!

다락방 2023-05-16 12:06   좋아요 0 | URL
저는 무한도전을 적극 챙겨보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조정편은 ‘안봐도 된다‘고 밀어두었던 것 같아요. 크- 아무것도 모르던 저였습니다. 이렇게나 멋진 스포츠인데요! 조정선수들 진짜 얼마나 강한 사람들일지 생각만해도 너무나 짜릿합니다! 아직 조정편 다 보지 못했는데 오늘 점심에도 열심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정 좋아요 ㅠㅠ 전완근이 불끈불끈 살아움직이는 조정인 것입니다!! ㅠㅠ

hnine 2023-05-16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조정” 저 봤어요.

다락방 2023-05-16 15:05   좋아요 0 | URL
<조정>이란 영화도 있나요? 저는 나인님의 이 댓글 읽고 검색하는데 왜 <노비스> 밖에 안나오죠? ㅜㅜ

hnine 2023-05-1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노비스>요^^
영화 좋았어요.

다락방 2023-05-16 17:30   좋아요 0 | URL
오 그렇습니까? 저는 스릴러라고 해서 피하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난티나무 2023-05-16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정에 환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동생 남편이 조정을 하는데… 음… 근육? 그게 뭔가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5-17 08:21   좋아요 0 | URL
네? 뭐라고요? 조정을 해도… 그렇지 않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오, 마이, 갓 …
저 어제 무한도전 이어서 보는데 조정 국가대표 선수들 나왔거든요. 허벅지가 사람 몸통 만하던데요.
그게 그러니까, 특별한… 경우란 말입니까? 오!! 흑 ㅠㅠ

단발머리 2023-05-1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투브 <바브라 스트라샌드 - The way we were> 뮤직 비디오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조정하는 장면이 1초 나옵니다. 영화에는 조금 더 길게 나왔던 듯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급스러운 백인 남성미는 조정에서 비롯되 ㅋㅋㅋㅋㅋㅋ 굿나잇^^

다락방 2023-05-17 08:23   좋아요 1 | URL
영화는 안봤지만 기억납니다, 그 뮤직비디오의 조정장면. 아주 잠깐 나왔던. ㅋㅋㅋ
넷플이나 왓챠에 그 영화 있나 봐야겠어요.

제가 조정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조정은 귀족들이 즐기는 스포츠였나 봅니다. 아니 정확히는 돈 있는 백남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관찰자 2023-05-22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가 다락방 님의 글을 보고 한자 남기지 않을 수 없어 잠시 적습니다.

그 옛날,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가 나오는 청춘 풋풋한 드라마 <느낌>에서
이정재는 조정을 하는 남자였더랬죠.
청춘 청춘한 강을 배경으로 조정하는 한남(한국남자)들이 엄청 나옵니다.
하핫.

다락방 2023-05-23 08: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관찰자 님! 이 페이퍼 다음 페이퍼에 제가 그 얘기 썼습니다. 친구 만났는데 친구가 느낌!! 거기서 이정재가 조정 선수였어!! 얘기해주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우희진의 미모가 찬란한 그런 드라마였죠. ㅋ ㅑ ~
 

주말은 정말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너무 바빴다. 토요일 오전 요가를 하고 백화점에 가 맛있는 도넛을 사서 남동생네 집으로 향했다. 아가 조카를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쑥쑥 자라난 내 텃밭의 식물들을 좀 뽑아내어 겉절이를 만들어 보았다. 상추를 솎아주라는 여러분들과 또 엄마의 얘기에 아픈 가슴 부여잡고 좀 솎아내고 그렇게 치커리도 좀 쳐냈다. 아주 연한 이 식물들로 만들어낸 겉절이.



맛있게 먹었지만 어쩐지 가슴 아픈건 왜죠? 먹으려고 키웠는데 먹자니 가슴 아파. 흑. 인간의 모순 ㅠㅠ


금요일 저녁엔 고수 따서 똠양꿍도 끓여 먹었다. 고수 물로 헹구는데 향 어쩔 …



아무튼 지난 주에 책을 샀다. 많이 샀다. 아니 글쎄, 투비 이벤트로 적립금이 엄청 들어온거다. 꺄울. 너무 좋잖아요? 그러면 그 적립금으로만 책을 사면 되는데, 그 적립금에 이 적립금 저 적립금 막 다 합쳐서 다 털어내고 거기에 내 돈을 심지어 많이 보태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샀다. 적립금을 주면 내 돈을 덜 쓰는게 아니라, 내 돈만큼 그대로 쓰고 거기에 적립금이 플러스되어 책을 산다. 그래서 지난주에 도착한 책탑.




왜. 뭐. 왜. 뭐. 하아-

저거 한 번에 정원으로 못가져가서 두 번에 걸쳐 가져갔다. 제기랄. 이제 집에 가져가는 게 문제임. 하아-
















《트립풀 암스테르담》은 개정판이 나왔길래 다시 샀다. 여름에 재방문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번엔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갈 참이라, 지난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영어부터 시작해서 길찾는 것까지, 죄다 나에게 달려있어 어깨가 무겁다. 직장 상사가 왜 네덜란드를 선택했냐 묻길래, 완전히 이국적이라서, 라고 대답했다. 엄마 해외여행 경험 별로 없으시고 가신것도 완전히 색다르진 않은 아시아권이었어서, 문을 열자마자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장소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암스테르담》도 같은 의미로 산건데, 음 … 이건 딱히 내가 안샀어도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샀으니 할 수 없다.


《나에게 거짓을 말하지 마라》이거 어디서 보고 왜 담아놨는지 모르겠네? 여하튼 샀다. 


《캐스터브리지의 사랑》은 친애하는 서재 지인 ㅈㅈㄴ 님이 막장 드라마처럼 재미있다고 하셔서 어 …? 사봤다. ㅋㅋ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는 아마 트윗에서 보고 담아둔 것 같고, 《이름 없는 여자》도 기억 잘 안난다. 《언더커버 브로맨스》는 브로맨스 시리즈라 읽어보려고 샀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로맨스 최고의 클리셰! '나처럼 잘생긴 남자한테 그렇게 대하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가 나올 것 같다. 아 기대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도 역시 ㅈㅈㄴ 님의 리뷰로 알게된 책인데, 그때 리뷰읽다가 이긍 … 세상은 다 똥이여!! 했던 것 같다. 오래 담겨있다가 이번에 중고 나와서 질렀다. 

















《출입통제구역》은 잭 리처라 샀다. 나의 이상형, 잭 리처! 근육도 있으면서 정의로워! 약자의 편인 잭 리처 만세!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는 책 표지가 초큼 부끄럽지만, 읽고나면 타미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휘의 발견》!! 나 이런 책 사는 사람이다. 이런 책 사는 중년 여성 어떤데? 뽀대가 작렬하여 오늘 점시도 1인 2메뉴!!


《우체국 아가씨》라니. 나는 우체국에 다녔던 남자랑 연애를 했던 적이 있다. 우체국 아가씨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오호~ 읽어보고 나는 우체국 총각에 대한 소설을 써보는 걸로 … (아님)


《포스트모던의 조건》은 정희진 쌤 매거진 듣고 샀는데, 나는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인가. 나란 인간, '포스트'도 '모더니즘'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 포스트 모더니즘 같은 거 누가 하는거죠? 에휴 …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서 벅차다 진짜. 양꼬치를 먹고 힘을 내야 돼 …

















《수레바퀴 아래서》는 알라딘의 ㅅㅇ 님이 이 책을 읽고 중학교때 우셨다고 해서 오오, 하고 샀는데, 다소 유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걸 십대에 읽었다면, 그리고 공부를 잘하고 또 성적에 대한 압박을 느꼈다면 정말 다르게 다가왔을 책일 것 같다. 그런점에서 그런 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지만 같은 마음으로 그런 학생들이 읽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나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사랑으로 만신창이가 된 사람이 읽으면 안될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베르테르의 고뇌와 절망에 휘둘리다가 따라 죽을까봐 너무 무서웠거든. 


아무튼 너무 재미있어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재미있게 읽은-그러나 내가 알기로 아직 완독은 하지 않은- 조카에게 읽어보라 주어야지 생각했다. 내가 없을 때 우리집에 올 예정이었던 타미에게 주어야지. 타미는 울집에 오면 가장 먼저 내 방으로 들어오기 땜시롱, 반드시 발견할 거라고 생각해 책상위에 놓아두었다.




아니나다를까, 남동생집에 있는 내게 자정이 가까운 시각, 영통해도 돼? 라며 타미가 문자를 보내왔고 그래서 영통을 시작했다. 자기 가져가서 읽겠다고. ㅋㅋ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둘째 조카가 바꾸라고 하더니, 이모 나도 이거 앞에 쪼끔 읽었어,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어, 라고 하더라. 귀요미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요일에 집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발걸음도 가벼웁게 도서관에 갔다. 대체 왜 … 거긴 왜 가, 사둔 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하여간 … 

희망도서 신청해둔 게 도착했다 해서 그거 두 권 찾으러 갔었는데, 간김에 둘러보다가 책 다섯권 대출해버린 나여 












《참지 않는 여자들》과 《완벽한 피해자》가 내가 신청한 희망도서였다. 《버너 자매》는 이 책에 실린 다른 단편들은 내가 이미 읽고 또 가지고 있는 단편들과 겹쳐 도서관에서 빌렸다.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는 조지아에 뭐가 있나 궁금해서 빌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드디어,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을 시작했다!!



후딱 읽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고 싶지만 과연 …



점심 먹으러 가자.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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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5-15 12: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잠깐만요 부장님! <우체국 아가씨>는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그 책일 텐데.........
어디선가 부장님이 <크리스티네> 사서 갖고 있다고 한 거 본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5-15 12:50   좋아요 2 | URL
네? 뭐라고요? 저 크리스티네 있는데요?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른거죠? 😱😱😱😱😱😱😱😱😱😱

햇살과함께 2023-05-15 12:58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은 진정한 집사님. 다락방님의 책 집사님 ㅋㅋㅋ

잠자냥 2023-05-15 13:11   좋아요 3 | URL
다부장 책사기에 도취하다..............

건수하 2023-05-15 13:20   좋아요 2 | URL
와 진짜 잠자냥님 대단하시다..... 인정합니다.

<우체국 아가씨> 표지가 .. 관능적이네요. 그 책은 이제 어디로 어떻게....

잠자냥 2023-05-15 13:25   좋아요 1 | URL
반납할 수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5-15 13:27   좋아요 1 | URL
하 이것참.. 하아 이것참.. 😩

꼬마요정 2023-05-15 16:05   좋아요 1 | URL
아하!! 잠자냥 님 아니었으면 저도 이 페이퍼에 홀려서 <우체국 아가씨> 샀을지도 몰라요 ㅋㅋㅋ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저도 갖고 있는데 ㅋㅋㅋ

blanca 2023-05-15 20:47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런 거였어요? 난 난생 처음 번역한 건줄...

잠자냥 2023-05-15 21:10   좋아요 0 | URL
<우체국>하고 <크리스티네> 역자 이름도 같아요.

다락방 2023-05-16 08:37   좋아요 0 | URL
그런데 왜 제목 바꿔서 내는겁니까. ㅠㅠ 너무해 ㅠㅠ

잠자냥 2023-05-15 1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휘의 발견>을 사셨군요. 제가 지난 주말에 감기 기운에도 산 책이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완전함을 찾아서>인데.. 거참, 우리 왜케 멋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5-16 08:24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은 원래 관심있어하던 분야에 좀 더 지식과 교양을 보태시는 거고 저는 맨땅에 헤딩하는 겁니다. ㅎㅎ
김혜리 기자님 팟빵의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 코너에서 정윤수 작가님이 자신이 하는 얘기들 대부분은 <지휘의 발견>에 나온 얘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오? 하고 사봤습니다. 후훗. 아무튼 멋집니다!!

햇살과함께 2023-05-15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최근의 최고 책탑 아닌가요?!
다락방님 사무실 자리가 사장님방 정도 되나요? 저 책들 다 어디 보관하세요?
집에 또 이고 매고 가시고요! 체력 짱! ㅎㅎ
저도 러스트벨트.. 시작해야 하는데,, 가부장제..가 제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네요;;;;
아~ 소설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23-05-16 08:26   좋아요 1 | URL
일단 사무실에 자리가 없어서요, 막 여기저기 어지러워요. 제가 워낙에 책상도 지저분하게 쓰고 정리정돈 안되는 사람이라 더 넣을 데가 없습니다. 수납장도 있는데 거기도 제가 뭔가 꽉 채워놨어요. 지금 거기에 쌀로별, 에이스, 콤부차 기타 등등 여하튼 잡물건으로 가득 차있어요. 저는 퇴사한다면 며칠간 책상 정리만 해야 합니다. ㅠㅠ
금요일에도 그리고 어제도 책 집으로 나르고 있어요. 어깨가 빠질 것 같습니다. 저는 왜 이러고 사는걸까요?

저도 소설 읽고 싶어서 어제 자기 전에 소설 펼쳤는데 잠이 쏟아져서 그만 … ㅎㅎ

독서괭 2023-05-15 1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아 저 책탑 저기서 무너지기라도 하면, 대형사고?? 역시 알라딘에서 적립금 쏘는 보람이 있는 다락방님이군요. 책이 너무 많아서 중간중간 설명 생략된 책도 있는 것 같네요 ㅋㅋㅋ 전 다락방님이 이건 왜 샀는지 모르겠다 하실 떄마다 왜이리 재밌는지 ㅋㅋㅋ 이젠 사기 전에 잠자냥님께 한번 확인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ㅋㅋ

다락방 2023-05-16 08:28   좋아요 1 | URL
책이 너무 많아서 설명을 다 못하겠어요. 귀찮… 기도 하고 정말 기억이 안나기도 해서. 사실 박스에서 꺼내면서 ‘아앗 이건 뭐야, 왜샀지?‘ 이런 경우가 허다하기 땜시롱. 그렇다면 안사도 되는 것일텐데, 저는 왜 사는 걸까요, 독서괭 님? 이것은 욕구불만의 표현일까요? 아하하하하.
예전에 단발머리 님이 확인해주곤 하셨는데 어느 순간 책이 너무 많아져서 이제 단발머리 님도 더이상 기억을 못하십니다. ㅋㅋㅋㅋㅋ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따라쟁이 2023-05-15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 재끼고 계신겁니까?
저는 독서 노트를 쓰겠다고 다꾸를 시작했다가, 책은 버려버리고.. 다꾸만.. ㅠㅠ

다락방 2023-05-16 08:28   좋아요 0 | URL
많이 산다고 많이 읽는게 아니라는 걸 꼭, 꼭!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읽는 속도는 사는 속도를 결코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덮어놓고 사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3-05-15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입틀막!!!!!
전 저 탑이 무너진다면 저기 아래로 책을 찾으러 뛰어내려가야 하시는 건가? 그런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ㅋㅋㅋ
와....나무보다 더 높아ㅋㅋㅋ
올리신 책들 중 제가 읽은 책은 <책 읽는 뇌> 딱 한 권!
아니 수레바퀴까지 포함하면 두 권은 되겠네요^^
즐거운 독서시간 되시길 바랍니다ㅋㅋㅋ
투비에선 다락방 님을 위해 적립금을 더 쏴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저만큼이나 샀는데...
또 개인 돈을 더 쓰시려나요?ㅜㅜ

네덜란드 세 여성의 여행기 벌써 기대가 됩니다^^

다락방 2023-05-16 08:32   좋아요 1 | URL
제가 예전에 사진 찍는다고 ㅋㅋ 저 밑으로 책을 떨어뜨렸거든요. 그런데 밑으로 바로 떨어진다면 제가 있는 곳이 4층이라 아래에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다칠 수도 있단 말이죠. 너무 놀라서 쳐다봤는데, 곧바로 떨어지지 않게 뭔가 튀어나와 있더라고요. 완전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그 책을 어떻게 하느냐!! 빗자루 가져오고 막 이케저케 해서 책을 건져내긴 했습니다만 그 뒤로 책을 세워서 찍는 건 그만하고 반드시 눕혀서만 찍고 있습니다. 어휴 정말 무서웠더랬어요.

오오 책 읽는 뇌 읽으셨군요! 저는 언제 읽게 될까요? 수레바퀴 아래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괜히 고전 작가가 아닌 것 같아요!!

꼬마요정 2023-05-15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미남 수사반장> 잼납니다. 아마 후루룩 읽으실테죠. 가끔 생각합니다. 멋진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괜찮지만 주인공이 멋지면 더 좋아지는 게 속물인건가..하구요ㅠㅠ
<캐스터브리지의 시장>은 사두고 깔짝이고만 있어요. 아무래도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이후 토마스 하디가 잘 안 읽히네요ㅠㅠ
<우체국 아가씨>가 <크리스티네...>였군요. 잠자냥 님은 모르는 게 없는 듯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님 어쩔...근데 표지가 너무 예쁜데요? 괜찮은 거 같아요. 저도 괜히 사고 싶네요 ㅋㅋㅋ
<책 읽는 뇌> 좋아요. 생각하고는 달랐지만 많은 것을 배웠어요.

책탑 엄청 높은데 아는 책이 이것 뿐이라니... ㅋㅋㅋ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아, <수레바퀴 아래서>는 저도 읽었어요 ㅋㅋㅋ 아는 거 하나 더 있으니 엄청 기쁜데요!!

다락방 2023-05-16 08:36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 님, 주인공이 멋진 것이 저는 좋습니다. 저는 사실 꽃미남 타입은 아니긴 하고 그보다는 육체적 강인함에 끌리긴 하지만(잭 리처) 어쨌든 주인공이 멋져야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으하하하.
저도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읽고 하디는 좀 밀어두었었는데(그게 무슨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건지…), 캐스터브리지의 시장은 읽어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책장에 자리도 없는데 크리스티네…는 팔아버려야 겠어요. 우체국 아가씨를 대신 꽂아두겠습니다. 아니, 왜 제목 바꿔서 다시 내는 거랍니까? 산 사람 또 사라고 ㅠㅠ

blanca 2023-05-15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책탑. 그리고 올여름 이모와 엄마를 네덜란드에 모시고 가는 거예요? 와! 이런 근사한 딸이자 조카가 있나. 그리고 <수레바퀴 밑에서> 아, 나도 이 책 엄청 좋아해서 또 읽고 싶어졌고 책 좋아하는 조카들, 너무 귀엽고 이쁘고 부럽고...결론은 다락방님의 모든 것이 부럽다는 것. 저 거대한 책탑마저!

다락방 2023-05-16 08:37   좋아요 0 | URL
수레바퀴 아래서는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주인공이 십대 소년이라니 어른인 지금 읽으면 다소 유치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정말 재미있게 읽고 리뷰도 썼답니다. 여러가지로 느껴지는 게 많았어요.
타미는 특히 책욕심이 많은데, 욕심은 많지만 다 읽지는 않더라고요? 그것도 저를 닮은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moonnight 2023-05-23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네덜란드@_@;; 효녀 다락방님♡ 제게도 네덜란드는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행복한 여행이시길 미리 바래봅니다. (힘드시긴 할 듯..-_ㅠ;;)
조카들은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군요♡ <수레바퀴 아래서>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중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길고 긴 독후감ㅎㅎ;;;도 썼었지요. 지금은 어렴풋한 기억만@_@;; 다시 읽어야겠네요^^;;

다락방 2023-05-23 08:27   좋아요 1 | URL
저는 중학생 때 수레바퀴 아래서 안읽고 뭘 읽은 걸까요? 왜 저는 중학생 때 다락방의 꽃들을 읽고 고등학교때는 스타킹 훔쳐보기를 읽었을까요? 어휴..
네덜란드는 벌써부터 걱정이 큽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과 의지는 충만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각오하고 있어요. 계속 화이팅 해야겠지요. 고마워요, 문나잇 님!
 
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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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스로 중년이라 칭하는 지금의 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내 주변 가까운 어른들 중에는 딱히 배움이 깊다거나 넉넉한 재산을 가진 어른이 없었고, 막연하게 대학을 가야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나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친구들과 사이가 나쁘지 않아 학창시절이 괴로웠던 건 아니었지만 공부하기는 싫었던 여느 학생들과 같았고, 그 시절 가장 나를 재미있게 했던 건 영화를 보는 것과 책을 읽는 것, 팝송을 듣는 것이었다. 중학생 때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를 들여놓았는데 그 후로 엄청나게 비디오테입을 빌려다 영화를 봐서 하루에 여러편을 본 적도 있고 나중엔 로보캅 1을 빌리면 사장님이 2,3 편은 그냥 빌려주시곤 했더랬다. 시험기간에도 소설책을 읽어서 여동생은 그런 나를 답답해했다. 내게 가장 재미있는 건 영화 보기와 소설 읽기 그리고 팝송 듣고 가사 해석하기 등이 있었다.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 그래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지금에 와서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이고, 그런 한편 내 배경을 원망하기도 자주였다. 나에게도 나를 이끌어주는 어른이 있었으면, 내 재능을 발견해주고 내 진로를 함께 고민해주는 어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여자애가 배워 무얼 하냐는 아버지와 치열하게 싸워 가까스로 대학을 보낸 엄마에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그러다가도 불쑥 불쑥 막연하게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가져야지'가 아니라, '너에겐 이런 재능이 있으니 이런 학교에 가서 이런 과에 가 공부하면 어떻겠니' 라고 잡아줄 수 있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지는 거다. 그래서 최근에 본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3> 에서 네가 생각하는 그 대학 말고 이 대학에도 가능성을 열어봐, 라고 언니가 라라 진에게 얘기했을 때, 그게 그렇게나 부러웠다. 내게 주어진 환경은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걸 돕지 못했다는 생각을 간혹 하곤 한다.



학창 시절 딱히 흥미로운 공부는 없었다. 국어는 그냥 잘했지만 사실 국어를 못한다는 건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국어를 '못'할수가 있지? 그렇다고 맨날 국어 백점 받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국어는 내게 어려운 과목이 아니었다. 영어는 좋아해서 열심히 했다. 사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다기 보다는 팝송을 미친듯이 따라 부르고 해석해보고 외우고 그랬더니 영어 점수는 그냥 따라서 좋아졌다. 문제는 그 외의 다른 과목들이었다. 특히 암기를 해야 하는 과목들은 내게 쥐약이었다. 암기는, 모두가 알겠지만, 시간을 들여 외워야 했다. 시간을 들이는 만큼 외워지는데 나는 달달 외우는 것에는 영 흥미가 없다. 그 때나 지금이나.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암기 과목 만큼은 시험 보면 높은 점수를 받곤 했는데, 나는 암기 과목에선 완전 고꾸라졌다. 나는 암기력이 겁나 떨어진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그랫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전화번호 외우는 건 너무 식은죽 먹기라서, 내가 암기력이 떨어졌던 건 암기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했으므로 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 내가 어른이 되어, 그러니까 대략 2015-2016년부터 여성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몇 번 언급햇지만 '최명희' 의 《혼불》을 읽다가 아니 세상이 왜이렇게 똥같지? 왜이렇게 여자들 살기가 엿같았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이걸 알게 되나? 그렇게 페미니즘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읽을수록 더 알고 싶어져서 관련 강의도 찾아다녔다. 회사 업무가 끝나면 지하철을 타고 마포로, 대학로로 그 외 다른 곳으로 이동해가며 강연을 들으러 다녔다. 페미니즘 철학 강의를 들으러 주말에 창원에 가기도 했다. 내가 알고 싶고 재미를 느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는 내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게 된다는 것,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진다는 것에 공부의 재미가 있는 것 같았다. 단순히 지식이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었다. 지식이 부족하면 상처 주는 말도 더 하게 되는 거였어. 나는 점점 더 과거의 나보다 나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페미니즘 책 읽기를 계속했고, 알게될수록 여성학이 그저 여성학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언어학, 사회학, 인문학, 신학, 정신분석학, 심리학 철학등의 학문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뒤늦게 알고 깨닫게 되니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의욕만큼 잘 되지 않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과거에 대한 후회가 밀려들었다.



아, 내가 어릴 때 공부를 했다면. 암기과목을 열심히 암기했다면. 국사와 세계사 한국지리와 세계지리 정치경제와 사회문화 그리고 윤리까지, 내가 암기과목을 제대로 다 외우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다면, 이렇게 지금에 와서야 맨땅에 헤딩해가며 책을 읽지 않아도 됐을텐데. 책 읽다가 이게 무슨 말이야 찾아보는 일 없이 내 배경지식을 끌어오면 됐을텐데. 나는 과거에 내가 공부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지만 그러나 내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만, 지금의 젊은 학생들에게 지금 열심히 공부해두라고, 그것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해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걸 말하는 순간, 나의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내게 그러했던것처럼, 한낱 잔소리로 들리겠지. 아마 귀에 닿기도 전에 튕겨져 나가는 잔소리겠지.



나는 헤르만 헤세가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만들어낸 인물, 그러나 자기 자신을 반영한 인물 '한스'를 보는데 부러웠다. 작은 마을의 반짝거리는 학생, 집이 부유하지도 않고 대도시도 아니지만, 그러나 자기 스스로 빛이 나는 한스를, 마을 사람 모두가 알아보고 도우려고 하는 것이 부러웠다. 이 작은 마을에서 출세하는 길이라고는 좀 더 큰 곳으로 가 신학 기숙학교에 입학하고 그곳의 규율을 잘 따라 종교인이 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이 마을에서 최고 잘난 학생이긴 하지만 과연 그 시험에 합격을 할 지를 두고 마을 사람 모두가 긴장과 기대를 한다. 시험을 치르고 합격을 하고 입학을 앞둔 짧은 기간에는, 그런데 네가 학교에 입학해서 공부를 더 잘 따라가려면 그리스어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수학을 좀 더 예습해야 하지 않을까, 하며 교장선생님과 신부님이 앞다투어 개인 과외를 자처하는데 나는 그것도 부러웠다. 물론 여기에는 한스가 뛰어난 학생임이 전제되긴 했지만, 그래도 어른들이 알아봐주고 예습을 하게 해주다니, 앞으로 쭉쭉 나아가기 위한 조건이 잘 갖추어진 게 아닌가 싶은 거다.


그러나 기숙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와 함께 하는 일, 우정을 키워가는 일은 한스에게 바라는 일이었고, 그런데 자신이 사귄 친구와 우정을 이어나가려면 공부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공부를 덜하고 성적이 떨어지니 학교에서는 '너 그 친구랑 놀지마!' 라고 윽박지르고, 설상가상으로 기숙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혹은 사고로 친구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지자 한스는 우울함을 겪는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한스는 그렇게 방황하고 신경쇠약에 걸리고, 결국 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자신보다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아이들과 같은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보다 경력은 뒤쳐진 채로. 한스는 새로운 일을 배우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지만, 그러나 자신이 아주 아이었을 때 친구들과 노는 일은 얼마나 즐거웠는지, 자연은 또 얼마나 자신에게 주는게 많았었는지를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이 모든 괴로움을 끝내기 위해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할 정도로 그는 고통 속에 놓인다.



한스는 공부를 잘하는 뛰어난 학생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지 못했다.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고 그걸 충실히 따라가려다보니 어느 순간 에너지가 소진되어져버린 거다. 그러니까 내가 그토록이나 가지고 싶었던 과거가 한스에게 있었는데, 그런데 한스에게 그 현재는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거다. 지금의 중년인 내가 '너 그거 좋은 기회를 가진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현재를 사는 한스가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예전처럼 낚시도 하고 친구들하고 놀고 싶어' 라고 말하는데.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동네 아주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 행복한 어린 시절이 지나가버렸다. 내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지식을 채우던 어린 시절이 한스에게 있었는데 한스는 그것이 괴롭다. 지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면서 놓친 수많은 것들을 갈망한다. 그리고 한스는, 그 괴로움과 고통을 이겨내기가 벅차다.



아마 한스 또래의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한스의 괴로움과 고통에 더 무게를 둘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은 좋은 소설이 될 것이다. 중년의 나는 내 입장으로 보게 돼서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결코 무용한 독서는 아니었다. 어린 시절에 놓지 말아야 할 것, 어린 시절에 강요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다시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책은 한스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읽어야 하지만, 그러나 나처럼 한스 또래의 자식을 두었을법한 어른들도 이맘때쯤 읽어야 하지 않나 싶어진다. 중년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른의 눈으로 한스를 보았는데, 도대체 헤르만 헤세는 이 괴로운 어린 한스를 만들어냈을 때 몇 살이었을까. 검색해보니 1906년에 쓴 작품이더라. 헤르만 헤세는 1877년에 태어나 1962년에 죽었다. 그의 나이 서른에 한스를 통하여 자신의 어린 시절이 고통이었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나이 서른이 되어도 그 때의 괴로운 기억은 그에게 온전히 남아있었던 탓이리라.



일전에 유명한 북튜버가 자신의 뛰어난 영어 실력은 초등학교 때부터의 엄청난 교육과 훈련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따로 유학을 간게 아니어도 영어 실력이 뛰어난 거라고. 그러나,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걸 또 겪고 싶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 시절이 괴로웠다는 거였다. 한스를 읽는데 그 북튜버의 이야기가 겹쳐졌다. 뛰어난 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어 남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갖게 되는 것은, 이렇게나 '괴로웠던 때'를 함께 가져가야 하는 것일까. 좋은 대학을 가고 원하는 직업을 가지면 과거의 그 고통을 보상 받는 게 되는 건 아니라고, 헤르만 헤세가 말해주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그런 어른이 되기도 전에 이미 절망하고 무릎 꿇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 배경지식을 많이 다져두면 어른이 되어서도 지식을 쌓는 일이 더 유리해질텐데, 그런데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기쁨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하니, 이 나이가 되어도 역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스는 인생이란 수레 바퀴 밑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나는 인생이란 수레 바퀴를 가까스로 피해가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수레바퀴라는 건 변함없는 것이라면, 역시나,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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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5-1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지 못한 길은 후회가 남아도 가지 않은 길은 아쉬움이 남겠죠. 그 후회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그 길을 대신 가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팔구십년대의 암기 과목 중에 스키마로 남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시험이 끝나면 달려가던 슈퍼에서 과자를 집기 전에 공부한 내용이 망각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을 보면 다락방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셨다면 그 시간에 볼 수 있었던 영화나 책을 못봤다고 후회하시고 계실지도 모르죠. ㅋㅋㅋㅋㅋㅋ
잘 사는 것은 각자 생긴 것이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다르겠죠. 지금 충만하고 행복하다면 그 감정에 소비될 돈을 벌며 가급적 그 감정에 충실한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보기에는 다락방님은 지금 충분히 잘 살고 계세요. ^^

다락방 2023-05-16 08:3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더 좋은 대학을 가고 더 좋은 직장에 가고 더 높은 연봉을 받게 됐다면, 내가 놓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곤 하거든요. 그게 만약의 지금처럼 책 읽고 글 쓰는 삶이라면, 저는 지금의 이삶이 더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책 읽고 글 쓰는 삶에 큰 만족을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고 싶어요. 그러니 어쩌면 저는 이렇게 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핫.

은하수 2023-05-15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구해 읽었던 헤르만 헤세네요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네요. 저도 한스 보면서 사실 이해가 안됐거든요. 젊을 때 읽었으니까... 저렇게 지원해주는데 자꾸 어긋나고 힘들어해서... 저도 지원 없는 대학공부하느라 힘들때였거든요. 전 정신적 고뇌를 겪을 새도 없이 무조건 앞만 보고있을 때라 함... 배가 불렀네 배가 불렀어... 저런 고뇌의 시간도 보낼수 있고... 이랬었죠! 시간이 지나고서는 이해하게 됐지만요. 그래서 제목에 대해 곱씹어보게 되더라구요

다락방 2023-05-16 08:41   좋아요 0 | URL
저 어릴 때 데미안이며 싯다르타며 읽었었는데 기억이 안나서 데미안도 다시 읽어보려고 사뒀어요. 지금 읽으면 데미안도 완전히 또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수레바퀴 아래서는 읽다보니 제가 읽은 것 같지 않고요. 그렇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헤르만 헤세 잘 쓰네!! 막 이러면서 읽었어요. 후훗.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닌가 봐요.

한스의 타고난 능력과 주변 어른들의 도움은 부러웠는데, 그것은 또 오지랖과 강압이기도 할것이기에 한스 입장에서는 괴로웠던 거로구나 하면 역시 어른의 역할은 어려운 것 같아요. 놔둘 수도 없고 참견할 수도 없는 적정선은 어디일까요. 좋은 어른이 되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3-05-15 1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3개 눌렀습니다.
<수레바퀴 밑에서>를 읽고 이런 글을 쓰시는 다락방 님 사......는 아니고,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인생과 수레바퀴 문장 명문이네요.
십대 시절 <수레바퀴 밑에서>의 한스를 좋아했던 잠자냥이라서 더 이 글이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다락방 2023-05-16 08:43   좋아요 2 | URL
좋아요 세개 접수합니다. 보답으로 주기적으로, 자주 땡투 드리고 있습니다.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땡투 들어오면 아 다락방이로구나, 하시면 됩니다. ㅎㅎ

그리고 사.... 까지 하고 망설이시다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 리뷰나 페이퍼 읽다 보면 잠자냥 님은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냥 님은 공부 잘했지만 겸손한 분이시고 저는 공부 못했지만 자뻑 충만한 … 흠흠.

잠자냥 2023-05-16 09:01   좋아요 2 | URL
음… 저 수능 수학 6점 받았습니다만…. *먼산*

다락방 2023-05-16 09:03   좋아요 2 | URL
음… (같이 먼 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5-16 10:03   좋아요 0 | URL
거기 뭐 재미있는 거 있나요? (같이 먼 산)

새파랑 2023-05-15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이런 리뷰를 남기시는 다락방님은 천재가 맞습니다~!!
그런데 전화번호도 좋아하는(?) 사람것만 외우신거 아닌가요? ㅎㅎ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없는게 인생인거 같습니다~!!

다락방 2023-05-16 08:45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이야말로 천재십니다! 맞습니다, 전화번호도 좋아하는 사람만 외워요. 그래서 전화 걸어본 적 별로 없어도 외우는 번호가 있고 자주 걸어도 못외우는 번호가 있습니다. 구남친들 중 여러명은 외우지도 못했고 지금 기억 안나지만, 열렬히 짝사랑 했던 남자의 번호는 아직도 기억 한답니다. 심지어 구남친 이름도 기억을 못합니다. 얼마전에 이메일이었나 어떤 이름 보고, 이 사람이 누구지????????? 하다가 구남친이라는 걸 늦게 깨달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란 인간, 이렇게나 감정과 뇌과 분리되지 않는 인간인 것입니다. 이런 정확한 새파랑 님 같으니라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5-1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르치스와 수레바퀴의 내용이 비슷한 것 같고 잘 기억나지 않네요~
그나마 데미안은 워낙 다른 책에서 많이 언급되어서 대략 기억나지만^^
10대 키우는 중년으로 다시 읽기 좋네요!
그리고 학창시절 암기과목은 시험용 아닌가요? 시험 끝나면 바로 잊어버리는..

다락방 2023-05-16 08:46   좋아요 1 | URL
나르치스와 수레바퀴 비슷해요, 햇살과 함께 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도 재미있었는데 수레바퀴도 재미있네요. 크- 데미안 재독 들어가야겠어요. 헤르만 헤세 재미있네요, 햇살과 함께 님.
저는 너무 건방지고 저잘난맛에 살아서 시험을 위해 암기하지 않겠어! 이러면서 암기를 안하는 그런 아이였고 그래서 성적이 엉망진창 … 저는 왜 그러고 살았을까요? 대체 왜? (절레절레)

독서괭 2023-05-15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래전에 이 책 읽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요 ㅋㅋ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어떻게 살았든 안 가 본 길에 대한 미련은 남을 듯요.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 너무 소진되어서 나중에 어떻게 자랄지 걱정인데.. 정답 말고, 진짜 나에게 맞춤형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있다는 건 행운일 것 같습니다. 한스에게도 그런 어른은 없었던듯요.
학창시절에 공부 열심히 했던 1인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수능 끝나고 모든 걸 잊었기 때문에 역사 지식 세계지리 등등 하나도 남은 게 없습니다 ㅋㅋ 물론 서른 넘어서도 수능공부 하느라 외웠던 시시콜콜한 지식을 그대로 외우고 있는 분들도 있긴 하더라만요;; 제 경우엔 주입식 교육으로 남은 게 없어요.. 휘발....(욕아님..) 지금 자발적으로, 열정적으로 하시는 공부가 남는 공부입니다!

다락방 2023-05-16 08:49   좋아요 1 | URL
저는 데미안이 기억 안나서 이제 데미안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아니 사둔 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읽었던 책 다시 읽어야 하는 이 인생, 뭐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정말 방향치이기도 하면서 그림을 못외우는 사람이고 그래서 지리 과목이 전혀 흥미도 생기지 않고 기억나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훌쩍 어른이 되어 여행 다니기 시작하면서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지구본 사두고 여기에서 여기까지 가는거구나, 하면서 말이지요. 저란 인간은 관심이 생겨야만 비로소 머릿속에 넣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인가봐요. 그러니까 공부를 못하죠. 다 관심이 없어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그나마 주입식 교육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더 몰랐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나마 주입식이어서 했던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생각해보니 그런건 주입식 아니어도 했을 것 같고 … 어쨌든 다 지난 일이니 지금은 지금에 충실하겠습니다. 필승!!

책읽는나무 2023-05-1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란 수레바퀴를 가까스로 피해가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다락방 님이 살아오신 인생이 또 살아갈 인생이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다시 읽어 보고, 읽을 시기에 놓인 사랑하는 조카에게 ‘이 책 읽을래?‘라고 포스트 잇을 붙여 놓고 집을 비운 이모의 행동은 수레바퀴를 잘 피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단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중학시절 국어 선생님의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의 의무 때문에 중학교 들어가서 사춘기가 시작되어서였는지? 책 읽는 게 너무 싫었었어요. 첫 3월 첫 책이 <백범일지>였었는데 첫 달부터 안 읽었거든요ㅋㅋㅋ 책이 제게 좀 따분하고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백범일지는 제게 늘 양심의 가책으로 다가오는 책이어 읽어야지! 생각은 늘 하고 있는 책이긴 합니다. 그래도 많이 안 읽은 와중에 수레바퀴는 완독했었던 것 같네요. 수이 님처럼 엉엉 울진 않았고 마음이 좀 슬펐던 기억만 어렴풋하게 남았던....근데 제겐 책이 좀 어려웠어요. 그리고 헤세의 작품이 좋아 그 유명한 <데미안>을 읽었었는데 그 후로 제겐 수레바퀴의 주인공이 싱클레어가 될 정도로 혼동을 하고 있었더군요.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서 몇 년 전 수레바퀴를 다시 읽었었거든요. 그리고 데미안을 또 읽었더니 아직도 싱클레어로 혼동ㅋㅋㅋ
암튼 수레바퀴를 읽고서 헤세가 더 좋아졌고, 왜 학생들에게 권하는 건지 알 것 같았어요.
전 학창 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그닥 많이 없었던 건지? 한스에게 막 공감을 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슬펐던 느낌은 진하게 남았어서 그게 뭘까? 하고 재독하니까, 부모의 입장에서 읽혀졌어요. 제게도 누구처럼 육아서였어요ㅋㅋ
그래도 슬픔은 남더군요.
저도 이번에 투비 적립금으로 딸들을 위해 수레바퀴 책 사주기로 약속을 했어요.
땡투 미리 예약 걸어놓고 갑니다^^

다락방 2023-05-16 08:52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저는 책 읽는 걸 너무 좋아해서 한글을 알고부터 바로 책읽기및 신문 읽기를 시작했는데, 학교에서 읽으라고 한 책들은 읽기 싫더라고요? 대학에서는 ‘이 책에서 시험 문제 날거니 읽어보세요‘ 라고 소설 한 권을 선택해주었는데, 원래 읽으려던 소설이었지만 그 순간 똭 읽기 싫어져서 안읽고 시험보러 갔어요. 대체 이런 똥베짱은 왜 튀어나오는 걸까요? 절레절레.
저는 책나무 님이 백범일지 언급하시니 <옥중서신> 생각나네요. 오래전에 친구가 선물로 주었는데 오래 안읽혀두고 묵혀두다가 팔았 … 저에겐 그 책이 양심의 가책으로 남아 있어요.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안읽고 있습니다. 누구나 마음 속에 양심의 가책인 책 한 권쯤은 있는 건가 봅니다.

수레바퀴 아래서 참 좋고 재미있더라고요, 책나무 님. 저는 그래서 데미안 재독 들어갈 예정입니다. 데미안 다시읽어봐야지 기억 하나도 안나, 하고 진작에 사두었거든요. 헤르만 헤세 읽기 좋습니다, 책나무 님. 만세!!

물감 2023-05-1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공부랑은 거리가 멀고 먼 학생1이었고, 학교다닐때 공부좀 할걸 후회하는 성인1입니다만 그냥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시간을 돌리지도 못하는데 계속 후회하면 뭐하나 싶어 자족하는 법을 배우고 살아가고 있습죠. 한스나 북튜버처럼 살아도 후회하고, 저처럼 살아도 후회하는 게 인생이라면 누굴 부러워할 필요는 없겠다 싶고요ㅋㅋㅋ 헤세 작품의 특징이 그거 같아요. 너는 틀린게 아니야 라고 느끼게 해주는거.

다락방 2023-05-19 13:4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물감 님.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쨌든 지금의 내 선택과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답이겠지요. 헤르만 헤세 너무 재미있어요, 물감 님! 저는 지난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 읽으면서 헤세 꿀잼인데? 이러면서 다 뿌숴버리겠다 싶더라고요.

저 한 이십년전쯤에 데미안 읽었었는데 지금 기억이 안나거든요. 이제 다음 차례는 데미안으로 할까 합니다!!

물감 2023-05-19 13:51   좋아요 0 | URL
저는 나르치스 그거 안읽었는데 다음에는 그걸 읽어야겠습니다ㅎㅎㅎ

다락방 2023-05-19 14:01   좋아요 1 | URL
나르치스도 엄청 재미있어요, 물감 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