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는 아마도 SNS 에서 우연히 보게된 짧은 영상이었을 거다. 오래전 <무한도전>의 한 영상이었는데, 정형돈이 게스트인 조인성에게 '너 많이 안먹네' 라고 얘기 했고 조인성은 '요즘 살 찌는 것 같아서' 라고 답하자, 정형돈이 '연예인이라면 몸 관리 해야지, 식단 조절도 좀 하고' 이러는 거였는데, 너무 웃긴 거다. 무한도전 조정 편에 나온거라는데, 나는 무한도정이 아주 인기리에 방영될 당시에도 매번 본 것도 아니었고 종국엔 무한도전이 싫어지기도 했을 뿐더러, 게다가 조정 이라니, 완전 무관심이어서 볼 생각도 안했었는데, 조인성이 나온다는 조정편을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점심 시간에 검색해 조인성이 나오는 조정 편을 재생시켰다. 조인성 나오기 전에도 이미 조정편은 시작했었고, 조정이 재미있을 리 없다는 나의 편견은 '딱 조인성 나오는 부분만 봐야지' 로 마음 먹게 했는데, 아니, 조정 …무슨일이야. 너무 근사한 스포츠가 아닌가!
나는 조정을 제대로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데, 알지 못하면 좋아하게 될 수도 없다.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은 사실 더 솔직히 말하면 '잘 몰라'가 맞는 것 같다. 원래 보고자 했던 조인성과 정형돈의 대화는 재미 있었다. 정형돈은 조인성에게 관리하라고, 연예인이 카메라 앞에서 비대하게 나오는것만큼 꼴보기 싫은게 없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형돈은 연신 먹고 있어서 빵터져서 웃었다. 물론 그 회차에서도 불쾌한 지점은 있었다. 조인성 좋다고 하하가 자꾸 뽀뽀해대는데, 아무리 동성이라도 그런 짓은 좀 안했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데 정말이지 조정, 너무 근사해!
나는 조정에 빠져서 다음회차와 그 다음회차 까지도 연속해 보게 됐다. 이게, 내가 몰라서 그랬는데, 와, 진짜 엄청 내가 반할만한 스포츠인거다. 나는 딱히 스포츠에 반하지 않고 운동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서 지금의 이런 비루한 육체가 되었다 해도 틀리지 않다. 야구도 축구도 딱히 관심 없고 올림픽에도 심드렁하다. 남들이 같이 보자하면 앉아서 즐길수는 있지만 내가 뭔가 원해서 팬이 되지는 않는단 말이다. 그러다 관심 있는게 요가였는데, 요가가 쓰는 몸의 근육들이 드러나는게 너무 좋아서 인스타그램에도 요기와 요기니들을 몇 팔로우해 두었다.
얼마전에 언급한 것처럼 등반도 제임스 설터의 책을 읽고 아주 근사하게 느껴졌다. 등반이야말로 빠른 운동이 아니라서 한 팔 한 팔 그리고 한 발 한 발 너무 몸의 근육이 느껴질 것 같아서 짜릿해졌는데, 아니 이 조정이 말이죠, 또 내가 좋아할만한 그 근육의 움직임이 바로 선명히 드러나는 바로 그 운동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힘을 주어 노를 젓는데 그걸 에이트-여덟명이 한 배를 타는 것-에서는 여덟명이 호흡도 일치 시켜야 하는 거다. 물에서 노를 젓는 일은 힘들고 또 무한도전 멤버들은 서툴러서 노를 놓치기도 하는데, 놓쳤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고 호흡을 따라가는 일은 신경쓰이고 더딘 일이었다. 손에 굳은살이 박이는 건 당연한 거였는데, 무엇보다 조정이 전신을 쓰는 운동이었다. 다리도 허리도 움직여야 했고 팔의 움직임이야 말해 뭐해, 와 이거 진짜 내가 너무나 반할만한 스포츠인거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조정이 너무 힘들고 매력적이라고 말하면서 조정을 더 알려야겠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나 역시도 알지 못했기에 그 매력을 몰랐다. 어제 본 회차에서는 정형돈과 노홍철 그리고 조정 코치 셋이서 조정의 나라 영국엘 간다. 조정 경기가 열리는 걸 직접 보러 갔는데, 하버드랑 또 어디더라, 대학 경기도 열리고 아주 진짜 근사해서 미치겠는거다. 조정경기 편 무한도전 보면서 와, 진짜 너무 좋네, 영화로 보고 싶다!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조정 선수가 나오는 영화. 그러면 너무 멋질 것 같은 거다. 아니, 내가 그간 상업영화도 그렇고 비주류 영화까지 본 영화가 수두룩한데 어쩜 이렇게 조정 경기가 나온건 없지? 돌이켜보니 조정 선수가 남주였던 영화가 있긴 했는데, 하이틴 무비였고, 그 때는 관심도 없었더랬다. 그게 무슨 영화였는지 기억도 안나네. 아니, 왜 죄다 럭비 선수들이고 조정 선수는 아닌거지?
그간 미국영화의 경우 죄다 럭비나 미식축구 선수들이 남주의 최고멋짐의 상징으로 나왔던 거다. 학교 주장이라느니 하면서 육체적 매력과 권력의 최고봉인듯 나왔는데, 나는 럭비나 미식축구 선수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그들의 그 운동으로 그들에게 반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무리 영화에 나와서 운동하는 거 보여줘도 딱히. 그러니까 운동 자체로 미식축구나 럭비, 축구, 야구, 레슬링 등등은 내가 반하게 되지 않았단 말이야. 그런데 아마 다른 사람들은 많이 반하는가 보지? 그러니 우리 학교 미식축구 주장이랑 사귀는 애가 퀸가 … 뭐 이런 거 아니겠나. 여튼 나는 아닌데, 어쩜 그렇게 죄다 럭비만 나와, 조정은 왜 안나와? 나는 조정 선수를 보고 싶다!! 그래서 검색해봤더니, 이런 영화가 나오더라.
<더 노비스> 라는데 조정 선수가 나오는 영화긴 하지만 장르가 '스릴러' 란다. 조정판 위플래쉬 라고 …
안끌린다. 전혀 안끌려. 내가 보고 싶은 건 조정의 매력과 조정의 근육과 조정이 땀과 조정의 햇살이다!!!
조정 선수 나오는 영화
조정 영화
조정 경기 영화
이렇게 넣고 검색해봤자 저 노비스란 영화랑 조지 클루니가 감독하며 촬영중이라는 <The boys in the boat>만 나온다.
이게 딱 내가 원하는 분위기인데 아직 촬영중이고 개봉은 안했는가보다. 아니 그런데 왜이렇게 징그럽게 백남백남하냐. 어떻게 하나같이 이렇게 다 백남 선수들이지? 조정은 유색인종을 안받아주나요? 신기하네. 여하튼 조지 클루니가 감독하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원작도 있다고 한다.
여러분, 내게 조정 경기나 조정 선수가 나오는 영화를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스릴러나 공포는 사양합니다. 무서워 …
이왕이면 로맨스와 액션으로 …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