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데 '산드라 브라운'의 로맨스 소설 중에 약혼자인 줄 알고 같이 잤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하는 내용이 있었다. 사연인즉슨, 여자는 남자와 약혼을 했고 곧 결혼하기로 했는데 약혼자가 참전을 선언한 것이다. 약혼자의 집에서 약혼자의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던 여자는 몹시 슬퍼했는데, 잠자리에 들기전 그녀 방의 문을 열고 빼꼼 약혼자가 들어와 그녀의 침대로 다가오고 그녀는 가기전에 나랑 자려는거구나 싶어 그와 잠자리를 갖게 되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약혼자의 형이 고백한다. 그 밤 너랑 잤던 건 동생이 아니라 나였다, 니가 슬퍼하는 것 같아 위로를 하러 들어갔었는데 그러다보니 블라블라...여튼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뭐 그런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써보니 되게 허접한 것 같지만 책으로 읽으면 나름 재미있다. 산드라 브라운이니까! 


갑자기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이 생각난 이유는 얼마전에 읽은 이 책, 『완전연애』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소년은 이웃집 소녀를 연모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 정도로 그녀에게 푹 빠져있었는데, 어느밤, 자신의 방안으로 소녀가 들어왔다. 형체만 알아볼 수 있었고, 만질수만 있었던 소년은 당연히 그녀가 자신이 연모하는 그녀일거라고 생각하고 격하게 그 밤을 보낸다. 섹스를 한단 말이다. 




어떤 일을 맞닥뜨렸을 때 그 일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확인'의 과정없이 '연모의 대상' 일거란 '확신'을 가지고 섹스를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이것이 좀 어리석게 느껴졌다. 콘돔 없이 갑작스러운 밤은 임신을 불러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나랑 옷을 벗고 포개져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 하는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당연히 '이 사람은 그사람이야' 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의심이 많은걸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걸 확인을 해줘야 되는거 아닐까. 무릇 연인 사이에 두 눈 부릅뜨고 확인하고 하는 섹스라도 머릿속엔 어떤 생각을 할 지 모르는 것이 자명할진데, 어떻게 '이사람일거야' 라는 추측을 확신하며 뒹굴수 있을까. 나는 간혹 애정하는 이성과 대화를 할 때 '네가 지금 대화를 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 라고 묻기도 한다. 두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고, 안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 너, 내가 누군지 알어? 라고. 나는 그들이 대화하는 상대가, 안고 있는 상대가 나라는 걸 상기시키고 싶다. 나는 연인에게 '나를 얼마나 많이 좋아하느냐' 라고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지만 '내가 누군지 알어?' 라고는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내가 하는 말들을, 내가 하는 행동들을, 내가 만난 상대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싶다. 그 모두가 '내'가 하는 것들이고 '나의' 선택이니까. 





'브리짓 폰다' 주연의 『위험한 독신녀』라는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의 장면이 나온다. 여자와 함께 사는 룸메이트는 여자처럼 머리를 자르고 여자의 향수를 뿌리고 여자의 남자가 묵는 호텔로 찾아가 밤을 보낸다. 남자는 헤어스타일도, 향기도 그녀의 것이었으므로 의심없이 그녀와 섹스를 하고, 마친뒤에 상대를 확인하고 기겁을 한다. 같은 헤어스타일, 같은 향기여도 다른 사람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그 캄캄한 밤에, 그들은, '그 사람이다' 라는 확신으로 그 밤을 보낸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 싶으면서도 나로서는 하지 않을 행동이란 생각이 든다. 









뭐, 그건그렇고, 그 밤이 너무나 뻔하게 남자가 생각하는 그런 밤이 아닐 거란 게 보이고, 뭐가 완전연애냐, 싶기도 하고, 마지막에 그 트릭이란 것이 엄청나게 허탈해서 이게 뭥믜..싶다. 겨우 이거 보자고 끝까지 읽었나...뭐 그런 생각이 든달까. 삼십대 남자가 십대 소녀를 사귀면서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하는 설정도, 아니 무엇보다 그걸 되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좀 짜증이났다. 나는 꼬꼬마 일때부터 좋아했던 사람과 결혼해서 사는게 왜이렇게 마음에 안들까. 뭐, 그렇다는거다.






우와- 이 영화에서의 케이트 블란쳇은 그동안 내가 봐왔던 케이트 블란쳇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것만 같다. 초절정 아름다움과 귀티가 촬촬- 게다가 진짜 연기가 대박이다. 내가 케이트 블란쳇 같은 대배우에게 연기가 대박이라고 말하는 거 자체가 우습긴 하지만 진짜 .. 아우 장난아니야.


나는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볼 때마다, 이 감독과 나는 코드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우디 앨런의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의 '잔인한 유머'는 내게는 아주 잘 통한달까.



영화속에서 재스민은 '우월한 유전자'의 영향(이라고 그녀의 동생은 말한다)으로 엄청나게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 아주아주 부유한 집에서 교양을 쌓아가며 살아간다. 그러나 남편이 바람둥이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시에 사기꾼이기도 해서 그녀의 삶은 한순간에 몰락한다. 여기저기 빚더미에 쌓여있어 동생의 집에 얹혀 살러 가면서도 그녀는 비행기에서는 1등석을 타고, 여행가방 세 개는 모두 루이뷔통 이다. 직업을 구해야 하는 판국에 '하찮은 일' 따위는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대학에 다시 들어가겠다고 하니, 철딱서니도 이런 철딱서니가 없다.


그러나 그녀에겐 무엇보다도 부잣집에서 살아왔던 환경이 있다. 그 환경속에서 쌓았던 교양과 우아함. 치과에도 잠깐 취직해보고 앞으로의 장래를 위해 컴퓨터도 배워보지만, 그녀가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건 '교양있는 부잣집 남자'의 여자가 되는것이었다. 자, 여기서 바로 잔인한 유머가 등장한다. 재스민의 동생은 마트의 계산원이고 노동자인 남자친구를 두고 있다. 재스민은 그런 동생에게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결국 그녀에게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재스민은 동생을 데리고 파티에 가는데, 동생이 그곳에서 만난 '최고의 로맨틱 가이'는 결국 유부남이었고 재스민이 만난 남자는 몇 년후 정치인이 될 야망을 가지고 있는 초절정 부자남자였다. 



어쩌면 정말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리게 되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스민은 부자남자가 하는 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다. 그 남자가 재스민의 백이며 벨트의 브랜드를 알아보았듯이, 재스민은 그가 말하는 용어들에 대해 재차 묻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남녀사이의 아주 큰 장점이고, 그 과정을 거치며 사랑을 속삭이게 되는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재스민의 동생은 그 백(물론 그녀도 재스민이 사준 명품백을 들고 있었지만)과 벨트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남자의 눈에 띄지 않고, 설사 눈에 띄었다한들 그 남자가 하는 말들에 주고받는 대화를 하기보다는 수많은 질문들로 대신했을 것이다. 결국 다시 남자친구에게로 돌아오는 동생을 보고 재스민은 '니가 노력하지 않고 니 자신이 그런 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남자를 만나는 거' 라고 말한다. 그러나 재스민이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남자를 만나는 데 있어서 사실 노력을 한 건 아니다. 그녀가 옷을 고르는 안목이라든가 교양을 착착 쌓아나갈 수 있었던것은, 그런 환경에서 살 수 있었기 때문이고, 그런 환경은 그녀가 조성한 게 아니라 그녀의 남편이 벌어들인 돈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일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나는 그렇게 안살아봐서'라는 말을 등장인물이 내뱉은 적이 있었는데, 이 말은 가장 무책임한 말인 동시에 또한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가게 된다.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내 소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의 내 선택들이 나를 만든것이다. 지금의 이 상황으로 오게 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바라는 삶에 가장 근접한 형태로 살고있는 것일테다. 부자 여자가 부자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큰 집에 사는 것은,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이 '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재스민의 동생이 재스민에게는 형편없게 보이는 남자를 만나 행복해하는 것은, 그녀가 원했던 것이 돈이 아니라 로맨틱하고 소박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잠시잠깐 재스민의 말을 따라 다른 남자를 찾아보려고 해봤지만, 그녀가 정말 원했던 것이 그녀의 언니가 정말 원했던 것과는 달랐기 때문에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는 데 실패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속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너져버린, 벤치에 앉아 혼자 중얼거리는 재스민이 끝이 아니라, 그 후의 재스민을 보고싶다.




토요일에 친구를 마중하러 서울역에 나갔다가 친구가 도착하기 전, 서울역에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상호가 정확하게 생각이 안나는데, 온갖 물품들을 다 팔고 있었다. 우산, 머리띠, 바디로션 등등. 그러다가 나는 이런 걸 봤다.



으응? '정수리 냄새를 없애는?' 이게 뭐야? 나는 한참이나 이 앞에 서있었다. 정수리냄새를 없앤다니, 정수리가 내가 아는 정수리가 아닌가, 내가 정수리가 어디인지 잘못알고 있나 싶어서 그 자리에서 스맛폰으로 정수리를 검색했다. 내가 아는대로 검색결과는 '머리 위의 숫구멍이 있는 자리. '였다. 그런데 이렇게 냄새를 없애는 제품이 나올만큼 정수리에서..냄새가 나는건가? 사람들 원래 정수리에서 냄새나나? 마침 50대 정도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이 앞으로 오셔서는 이것저것 손등에 뿌리고 향을 맡아보신다. 나는 참고 참고 참다가 그 아주머니께 여쭤보았다.



저기요, 사람들이 원래 정수리에서 냄새가 나나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나죠" 라고 대답하셨다. "머리에서 냄새나고 다 나죠" 라고. 머리 안감으면 나는 냄새..가 정수리 냄새라고 표현되는걸까. 아니면 사람들이 겨드랑이에서 냄새나듯 그렇게 정수리에서도 냄새 나는걸까? 내 정수리도..냄새나나? 사람들마다 고유의 정수리냄새가 있는걸까. 어떤 이들은 유독 정수리 냄새가 심한걸까. 누군가에게는 그게 고민인걸까?  사람들에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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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3-10-0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험한 독신녀]에 제가 좋아하는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가 나오죠.
한때 그에게 푹 빠져 지냈던 때가 있었어요.
주연과 제작을 맡았던 [조지아]란 영화도 참 좋아했구요.

그런데 정수리에서 냄새가 나나요?
그냥 머리냄새 아닌가요?
원래 머리칼이 냄새를 잘 흡수해서 담배냄새, 고기냄새 등이 잘 배이잖아요.

다락방 2013-10-08 16:06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도 그 영화를 보셨군요. 아주 흥미진진하게 봤던 기억이 나요.

그러니까 머리냄새 말고 정수리 냄새가 따로 나는가봐요. 머리냄새는 저도 알고 있는데 저렇게 딱 꼬집어 '정수리냄새' 라고 한 걸 보면 말이죠. 어떤이들에게는 더 심하게 나기 때문에 저런 탈취제가 필요한게 아닐까 싶어요. 흐음.

그렇게혜윰 2013-10-0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할 때 정수리에 코를 대는 장면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입을 맞춘 걸까요?? 킁킁^^ 왠지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정수리에 코나 혹은 입을 아님 그 사이를 닿게 할 때 왠지 로맨틱해 보여요^^

다락방 2013-10-08 16: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냄새나는 부위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책만먹어도살쪄요님의 댓글을 읽으니 저도 어렴풋이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머리통을 끌어안고 정수리에 입을 맞췄던 장면같은 것이 아른거리네요. 흐음. 그 냄새가 이성에게는 호감으로 작용할수도 있는걸까...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하핫

단발머리 2013-10-07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 미드 맞나요? <프렌즈>에서요, 피비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여자 머리 정수리 쪽에서 무슨 무슨 호르몬이 나온다고. 남자들이 그 냄새를 맡으면 사랑에 빠진다고.
그래서, 대부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키가 작은 거라고.

키 큰 여자는 어쩌라고... 쩝...

다락방 2013-10-08 16:23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좋구나 ㅋㅋㅋㅋㅋ 제 정수리 냄새 한 번 망타보고 싶어요. 어떤 냄새가 나는지.. ㅎㅎ

소나기 2013-10-07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고3이었을 때 4교시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우르르 뛰어가면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엔 학생들로 바글바글했어요. 물론 계단 칸칸엔 학생들이 서 있었지요. 그렇게 서 있다보면 제 얼굴은 앞사람의 머리보다 살짝 위에 있게 되는데 그때 맡아지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어요. 뭔가, 다른 말로는 잘 표현이 안돼는 기름 냄새..? 그걸 저희는 정수리 냄새라고 했었어요.지금 생각해보니 상황이 꽤 웃기네요ㅋㅋ

다락방 2013-10-08 16:23   좋아요 0 | URL
홀릭제이님, 그 냄새가 좋았어요 싫었어요? 뭔가 상황을 놓고 상상해봤을 때 좋은 냄새일리가 없다는 생각이............ㅋㅋㅋ

소나기 2013-10-08 19:42   좋아요 0 | URL
당연히 좋을리가 없....ㅎㅎㅎㅎㅎㅎㅎㅎㅎ

dreamout 2013-10-0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몰입도가 대단했었죠!!

다락방 2013-10-08 16:2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대단했어요. 진짜 연기 대박이더라고요. 아..전 진짜 우디 앨런 감독 너무 좋아요!! >.<

프레이야 2013-10-0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스민ㅎㅎ 거짓말과 허영 들통 나고 곤죽이 돼 동생네로 갈 때 겨땀 흠뻑 젖은 베이지색 원피스! 아, 진짜 우디는 넘 잔인하게 웃겼어요.

다락방 2013-10-08 16:25   좋아요 0 | URL
오옷, 프레이야님도 그 장면이 되게 인상이 강하셨군요. 저도 그랬어요. 아 어떡해 겨에 땀 잔뜩 차가지고 돌아왔네...막 이러면서 웃기고 슬프고 절망스럽다가 또다시웃겼던... 그러고 벤치에 앉아 중얼거리는데, 참,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재스민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n 2013-10-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님 지난주 저는 남자친구와 함께 태안으로 여행다녀왔어요. 저희의 첫 여행이였죠. 저는 늘 영화에서나 소설을 보고 여행에서 마시는 와인에 대한 환상을 가득 가지고 있었기에 와인한병을 가져가는걸 잊지 않았어요. 제 남친은 술을 못하지만, 그래도 늘 제가 술마시는걸 즐거이 바라봐주는 사람이기에 괜찮겠다 싶었거든요.
여행이라는것이 그렇듯이 저희둘은 너무 고단했어요 하지만. 저는 여행에 와서 와인에 대한 내 환상을 이뤄보고 싶었기에 피곤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와인을 꺼냈어요. 근데 그때 남친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고 좀 자야겠다 하는거예요. 저는 자라고 그남자를 내비두고 뒷모습을 보인채 와인을 홀짝였어요.
아 이겠아녔어요!내 환상은 이게아녔어요. 그남자가 술을 한잔을 못할지라도 비록 입술만 축이고 말더라도.우린 스탠드 아래에서 와인잔을 짠하고 부딪치여 와인을 마시는것이 제 여행의 작은 목표였는데....

저는 그 환상이 무너지는 밤 혼자 훌쩍였고 당황한 남친이 와서 제 등을 토닥였죠.아마 남친은 제 환상을 몰랐기에 이해할수 없는 행동였을지도 몰라요. 무튼, 그날 처음으로 술먹지 못하는 남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고. 남친도 잠이 깨었는지. 우리는 그점에 대해 곰곰히 이야기 했어요.

아 그때 전 다락방님이 언젠가 쓰신 그 페이퍼 감자탕 페이퍼가 생각나 얼른 검색해서 남친에게 읽어줬어요
[영화속에서 하정우는 채식주의자다. 최근에 헤어진 그의 前여자친구는 그에게 "니가 감자탕만 먹을줄 알았어도!"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게 그렇다. 별 거 아닌것 같은 이유다. 돈 때문에, 식성 때문에, 종교 때문에 헤어졌어, 라는 말은 제삼자가 듣기에 그게 헤어질 이유가 되니?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테지만, 당사자에게 그것은 단지 그 표면적인 이유보다 더 내밀한 무엇이다. 감자탕을 못먹기 때문에 헤어질 수 있냐고? 있다, 물론. 나는 그녀가 그에게 감자탕만 먹을 줄 알았어도, 라고 말하고 돌아서는게 이해됐다.




물론 감자탕은 애인이 아닌 친구1과 먹어도 되고 직장동료 2와 먹어도 되며 식구들과 먹어도 된다. 그렇지만 매번 매순간을 그렇게 하다가도 불쑥,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것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나눌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것이다. 보글보글 끓는 감자탕 냄비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감자와 미나리를 듬뿍 그릇에 퍼주고 싶은 그런 마음, 가장 큰 뼈다귀를 골라 나의 그릇에 떴을때의 그의 표정을 보고 싶은 마음, 소주를 곁들여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을 함께 하고 싶은 그런 마음, 나의 외투에서 뿐만이 아니라 그의 외투에서도 감자탕 냄새가 나는것을 느끼고 싶은 그런 마음. 내가 감자탕을 먹고 싶을때마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그의 식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물론 감자탕 뿐만이 아닌 다른 자잘한 이유들이 그 뒤에 줄을 서 있었겠지만 '감자탕만 먹을 줄 알았어도!' 라는 표면적인 그녀의 이유를 나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남친은 내게 몹시 미안해했고. 저는 비록 그날 그남자와 와인잔을 부딪치지는 못했지만 미안해하는 남친을 보니 마음이 스르륵 풀렸어요.

그날 우리의 화해에 다락방님의글이 매우 컸답니다.
. 저에겐 미처 제가 말로 할수없는 속마음을 다락방님 글이 대신 전해주고 서로를 이해하게 했으니까요.
때론 다락방님의 글은 제게 하루의 곤단함을 풀러주는 해독제 같기도 하고. 또 이처럼 우리사이의 속마음을 전해주기도 해요
다락방님.
언제나 이곳에 지금처럼 따뜻함이 가득한 오래된 페이퍼들을 열어둔채로 그냥 그렇게 계셨으면 좋겠어요
문득 이곳의 많은 유명한 분들이 페이퍼들을 닫고 책도 내시고 하시니. 그냥 너무나 좋은 페이퍼들인데 언젠가 다락방님이 이곳에서 사라지실까봐 괜한 걱정이 드는거 있죠.


제마음속의 감사의 인사와 조그마한 부탁을 남기고 갑니다.
다락방님 비오는 화요일이네요.
오늘 점심식사는 무엇으로 하실지 궁금합니다.
소주와 칼국수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만.....^^


다락방 2013-10-08 16:53   좋아요 0 | URL
아! n 님은 누구시기에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제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나요. 안그래도 최근 며칠간 제가 쓰는 글들에 대해 절망과 과절의 쓰나미를 맞고 기절중이었거든요. 그런데 n 님께서 이렇게 길게 조곤조곤 말씀해주시니 막 자신감이 생겨요. 인용해주신 제가 썼다는 저 글들도 다시 읽어보니 너무 잘썼..............( ") 앗, 내가 이런 글을 썼었단 말인가, 하고 제가 놀랐네요.

저는 제 글이 간혹 사람들을 웃게 한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누군가의 속마음을 대신 전해주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n 님은 제 글이 그런 역할을 했다고 말씀하시네요. 그런 역할을 했다고 말씀해주셔서 제가 감사해요.

저는 아직까지는 이곳을 떠날 생각을 하진 않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있을 예정입니다. n 님의 부탁을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 들어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점심식사는 짬뽕으로 했어요. 오늘은 낮술이 곤란한 날이라(사실 휴일 빼놓고는 모든 날들이 곤란하죠. 전 직딩이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짬뽕만 먹었는데, 이 댓글을 읽고난 후에 먹어서 그런지 엄청 맛있게 먹었어요. 진짜 끝내주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헤헷.


고맙습니다, n 님!!
:)

마노아 2013-10-0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보고나서 다락방님 떠올랐어요. 다락방님이 좋아할 영화다! 이러면서요~
프레이야님 지적처럼 겨땀에 젖은 원피스 보며, 아 우디 앨런은 정말 천재야! 뭐 이런 생각 했습니다.^^ㅎㅎ

다락방 2013-10-08 16:56   좋아요 0 | URL
케이트 블란쳇도 너무 예쁘고 우디 앨런의 잔인한 유머가 제 가슴에 쏙쏙 파고들고. 전 정말 좋았어요.

2013-10-08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9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자평] 이모부의 서재
















감상적인 글은 산만하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내 글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고. 중구난방 어지러운건 자신의 감상을 제대로 컨트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내가 감상적인 글을 쓰면서도 감상적인 글을 읽는것이 싫었다. 감상적인 글들은 글을 읽다 멈추게 만들었고 좀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런 글들이 내 글(이라고 해봤자 알라딘 서재에 올리는 페이퍼...뿐이지만)을 닮은 것 같아 더 싫었다. 그런 글들을 접할 때마다 내 글도 이런 느낌인걸까, 아 싫어...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런데 임호부의 『이모부의 서재』를 읽으면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임호부의 서평들은 충분히 감상적인데 산만하지 않았다. 잘 정돈되고 정리되어 있었다. 체계적이며 하나로 나아갔다. 감상적이면서도 차분한 글을 쓸 수 있다니, 이런게 가능한거구나, 싶으면서 내 글을 돌아보게 됐다. 정말이지 내가 그동안 써온 글들이 부끄러워졌다. 형편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 속에서 이런 구절을 만났다.



서평집은 대개 세 종류로 나뉜다. 독자를 향해 쓴 것, 다른 저자들을 향해 쓴 것 그리고 저자 자신을 향해 쓴 것. 첫 번째 경우는 대개 독자를 통쾌하게 해주거나 최소한 독자에게 유용하다. 반면 거론된 저자들은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다(장정일의 『독서일기』와 로쟈의 번역비평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 경우는 독자는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거론된 책의 저자는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든다(이른바 주례비평으로 채워진 비평집들이 이 경우다). 세 번째 경우는 저자의 만족으로 그친다(서평 형식으로 쓰인 에세이집들이 대개 그렇다). 책은 소통의 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저자와 독자와 평자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셈이다. (p.67)



내가 그동안 책을 읽고 알라딘 서재에 올린 감상들은 순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고 내가 좋아서 한 일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저자의 만족으로 그치'는 글이 될 수밖에 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저자의 만족으로 그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가뜩이나 감상적이면서도 차분한 글에 이미 기가 죽어있는 마당에... 아, 이 책은 정말이지 사람 기죽이는 책이다. 내가 그동안 써온 글들을 죄다 뜯어고치고 싶어지는거다. 몇 개 다시 읽어보니 주제도 없고 일목요연하지도 않고 중구난방 산만하고..하아- 애초에 지적이고 차분한 글과 내 글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오버스러운 짓이었지만, 똑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쓴' 것인데, 전혀 다른 종류의 글이, 더군다가 한 쪽이 형편없게 느껴지는 글이 나온다는 게 속상한거다.  자꾸만 기가 죽어, 끝까지 읽지말고 여기서 멈출까,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종이로 나오는 글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지, 이런 생각도 들고.



멈추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보람이 바로 나타났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합정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플랫폼에 들어서면 벽 한쪽에 시 한 편이 걸려 있다. 대개는 교정지가 하나 가득 든 가방을 둘러메고 그곳을 지나게 되는데 어서 집에 가서 어머니 저녁을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해질 때라도, 나는 시 앞에 멈춰서서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여러 번 그 시를 읽곤 한다. 이런 시다.




마음의 그림자

           -최하림



가을이 와서 오래된 램프에 불을 붙인다

작은 할머니가 가만 가만 복도를 지나가고

개들이 컹컹컹 짖고

구부러진 언덕으로 바람이 빠르게 스쳐간다

이파리들이 날린다

모든 것이 지난해와 다름없이 진행되었으나

다른 것이 없지는 않았다

헛간에는 물이 새고

울타리 싸리들이 더 붉어 보였다



가을이 소담하게 담긴 시라서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멈춰 서는 건 아니다. 어서 가을이 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추고 가방 까지 내려놓는 것도 아니다.

내가 늘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시구, "모든 것이 지난해와 다름없이 진행되었으나/ 다른 것이 없지는 않았다"를 마치 오래된 램프에 불을 붙이듯 마음 한 켠에 다시 밝혀놓기 위해서다. 내게 위안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시구. (pp.129-130)




조카가 병원에 입원해있고, 다음주가 출산예정일인 여동생은 조카의 옆에서 조카를 돌보고 있다. 지금 조카도 또 여동생도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를 생각하던 중에 위와 같은 글을 만난거다. 마음이 급하고 몸이 힘들어도 시 앞에 멈춰서는 잠시동안의 시간을 가졌다는 그 순간. 그 순간을 여동생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책장을 잠시 덮고 어떤 시를 여동생에게 주어야할까, 어떤 시를 들려줘야 여동생이 잠시동안이나마 지금의 힘든 시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포기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시 앞에 멈춰서, 그 시를 읽는 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여동생은 다른 곳에서 위로를 찾을 수 있는데 내가 외려 여기서 위로 받으라고 강요하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임호부와 나는 시와 소설로 잠시나마 위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이지만, 제 딸의 고통앞에 한참을 우는 여동생에게 시를 들려줄 생각을 하니,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것만 같다. 나는 동생에게 시를 들려주는 순간을 조금 미루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조금만 미루자. 지금은 그저 동생의 말을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는 것만 하자. 비록 나는 여동생에게 시를 들려줄 수는 없었지만, 이 책에서 이 부분을 읽는데, 아 읽기를 잘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시 한편으로 고단한 일상을 위로 받는다는 게 무척 좋아서. 지하철 역에서 시 한편에 임호부는 위로를 받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순간을 즐겼다.





오늘 아침엔 5월에 한동안 열심히 들었던 심규선의 노래들이 떠올라 다시 들었다. 






담담하게 너의 앞에서 웃어보이려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지
그댄 모를거에요 정말 모를거에요
생각보다 더 나 많이 노력해요
그대 맘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대가 말한 온갖 작품을
가슴 속에 새기고 듣고 보고 외워도
우리의 거린 좀처럼 좁혀지질 않네요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대는 내게
너무나 자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아, 나로 하여금 노래 부르게 만드는 사람이 그대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요
알아요
그대 맘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대가 말한 온갖 작품을
가슴 속에 새기고 듣고 보고 외워도
우리의 거린 좀처럼 좁혀지질 않네요
얽매이는 기분이 들면 안되니까요
나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요
보여주고 싶지만 드러낼 순 없기에
그대의 옷자락 끝만 붙잡고 있는 걸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대는 내게
너무나 자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아, 나로 하여금 노래 부르게 만드는 사람이 그대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요
사랑 앞에 뭐 그리 두려움이 많나요
나는 몰라요 그대 말처럼 잘 모르겠어요
아, 나로 하여금 이토록 가슴이 뛰고
벅차오르게 만드는 사람 그대라는 것만 알아요




나는 특히 이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얽매이는 기분이 들면 안되니까요/ 나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요. 캬- 좋구나. 좋다. 


지금보다 시를 더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아주 근사한 시를, 따뜻하고 위로가 될만한 시를 찾아 딩동- 여동생에게 전송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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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3-10-0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귀여운 아가가 어디가 아픈가요?
어서 나아야할텐데... 금방 낫고나면 또 한뼘 훌쩍 클거예요...

다락방 2013-10-02 17:17   좋아요 0 | URL
아 휘모리님. 가와사키 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며칠째 고열에 시달려서 소아과를 몇번이나 가보다가 종합병원 간건데 이런 일이.. 오늘 새벽까지 앓다가 지금은 좋아졌대요. 내일 조카 보러 다녀오려고요. 동생이 나올 때가 되니 흠씬 앓나 싶기도 해요.

무해한모리군 2013-10-02 17:18   좋아요 0 | URL
아 가와사키 엄청 아프다던데.
자그마한 아기가 너무 힘들겠어요...
어서 털고 일어나야할텐데요.

다락방 2013-10-02 17:23   좋아요 0 | URL
아기 엄마도 한참이나 울었다지만 저도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혼났어요. 그 작은 아기가 앓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제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른 기운차려 주길 바라고 있답니다. 세상의 모든 아가들이 아프지 말고 자랐으면 좋겠어요. ㅠㅠ

2013-10-02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2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2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0-04 22:05   좋아요 0 | URL
이메일 확인 하셨습니까? ㅎㅎ 보냈습니다.

2013-10-06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밀을품어요 2013-10-0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호부의 글도 늘 챙겨읽으면서 좋아하지만
다락방님 글을 더 좋아하고 즐겨읽는다는
비밀스런 고백을 살포시 하고 갑니다.
공감하기만 매번 누르지만
댓글까지 달게 만드는 힘을 가진 건 다락방님 뿐! ㅠㅠ

다락방 2013-10-02 17:21   좋아요 0 | URL
워낙에 글을 잘 쓰시는 분이셔서 경탄의 눈길로 보곤 했지만 책으로 읽노라니 막 비교가 되더라고요. 절 기죽이려고 쓰신 글은 아니지만 저는 괜한 자격지심에 기가 죽어가지고. 흙흙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셔서 제가 기억상실님을 알게 되고 기억상실님의 생각도 알게되니 참 좋아요. 매번 고맙습니다, 기억상실님.
:)

비로그인 2013-10-0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내고 나서 제가 그동안 썼던 글들을 차분히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부분들도 체크할 겸 보게 된 거죠. 이런저런 오탈자는 보시는 분들껜 죄송하지만 뭐 그닥 문제삼지 않습니다. 그게 제 현재 모습인 걸요. 문제는요,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였어요. 이건 기만이 아닐까? 내가 정말 이 책들을 읽는 순간에 이렇게 정리된 감정과 생각을 했단 말인가? 이건 말하자면 내 감정에 솔직한 글이라기보다 그걸 어떻게든 잘 전달하려고 애쓴 흔적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은요(아니 읽고 싶은 글은요) 각각의 문장이 크고 작은 골목이 되어 서로 연결된 그런 글입니다. 큰길로 이어지지 않고 저희들끼리만 연결된 채 서로 보듬고 있는 그런 글 말이죠. 현재 다락방님의 글이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그런 글을 쓸 가능성은 저보다 많을 겁니다. 그나저나 조카가 얼른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아, 정말이지 아이들은 아프지도 말고 상처도 받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3-10-04 22:08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큰길로 이어지지 않고 저희들끼리만 연결된 채 서로 보듬고 있는' 글은 책 말미의 '방' 에 대한 글과 같은 의미인 것 같은데, 맞나요, 후와님?

차분한 글을 쓰고 싶은데 저는 차분한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인가봐요. 후와님의 책을 읽고 제 글들을 한번 고쳐보고자 들여다봤는데 차분하게 고치려니 글 자체가 지금보다 더 엉망이 되는것 같더라고요. 차분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건가보다, 그렇게 체념하고 있습니다. 어휴..


조카는 오늘 퇴원했어요. 어제는 조카의 병실에 가서 밤을 보냈는데 밤새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듣는건 진짜 마음 아프더라고요. 조카보다 덜 아픈 아이들도 있었지만 조카보다 더 아픈 아이들이 훨씬 많았어요. 수술을 마치고 입원해있는 아이들도 있고요. 피 뽑거나 주사를 맞을 때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들을 보는데, 어휴, 아이들은 정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어요..


네꼬 2013-10-02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웽. 우리 귀요미가 아플 데가 어디 있다고. ㅠㅠ 얼렁 나아라. 타미 엄마도 화이팅.

다락님, 최하림 시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거예요.

http://blog.aladin.co.kr/chat/1097897

(마침 내 서재에 있어서 부끄럽게도 막 주소 적음.)

다락방 2013-10-04 22:09   좋아요 0 | URL
우앙 그 시도 좋으다.
최하림 시집 한 권 사야겠어요. 불끈!

타미는 오늘 퇴원했어요. 네꼬님, 아이들이 아픈건 정말 너무나 가슴이 아파요. 내 조카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이들 말예요. ㅠㅠ

가연 2013-10-03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다락방님 글도 좋은데ㅎㅎㅎ

다락방 2013-10-04 22:09   좋아요 0 | URL
므흐흐흐흣 고맙습니다. 그치만 부끄러워요 제 글은 ㅠㅠ

소나기 2013-10-0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담하게,를 처음 들었던 게 이곳에서였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 지금 다시 들어도 여전히 좋네요.
다락방님 글은 저는 참 좋아하지요. 뭔가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그 느낌이 좋아요.
기분이 우울할 때도 웃음이 나게하는 그런 글이지요.ㅎㅎㅎ

다락방 2013-10-04 22:10   좋아요 0 | URL
담담하게, 참 좋지요? 헤헷.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느낌만 갖고 차분하고 지적인 글은 저는 포기해야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닌것 같아요. 흑흑 ㅠㅠ 웃음만 가지고 가야겠습니다. 하하하하하.


잘 지내요, 홀릭제이님?
 
이모부의 서재 - 어느 외주 교정자의 독서일기
임호부 지음 / 산과글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 책을 다 읽고 내가 쓴 글들을 읽자니 흙흙 내 글이 온통 쓰레기처럼 생각됐다. 무슨 글이 주제도 없고 중구난방이야. 이 책이 내 기를 팍 죽여놓고야 말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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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얽매이는 기분이 들면 안되니까요
    from 마지막 키스 2013-10-02 11:53 
    감상적인 글은 산만하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내 글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고. 중구난방 어지러운건 자신의 감상을 제대로 컨트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내가 감상적인 글을 쓰면서도 감상적인 글을 읽는것이 싫었다. 감상적인 글들은 글을 읽다 멈추게 만들었고 좀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런 글들이 내 글(이라고 해봤자 알라딘 서재에 올리는 페이퍼...뿐이지만)을 닮은 것 같아 더 싫었다. 그런 글들을 접할 때마다 내 글도 이런 느낌인걸까, 아 싫어...라고 늘
 
 
다락방 2013-10-0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3-10-02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4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2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4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작은 좋았다. 칼퇴를 했으니까.  오늘 나는 밤 늦게까지 집에 혼자 있을 예정이었다. 퇴근길에 백화점에 들러 식품코너로 향했다. 백화점 식품코네어세만 쓸 수 있는 만 원짜리 상품권이 있었다. 나는 파프리카를 샀고 그동안 먹고 싶어했던 청경채도 샀다. 아, 팽이버섯! 팽이버섯도 눈에 띄어 샀다. 근사한 요리가 만들어질 것 같았다. 내 계획은 이랬다. 지난주말에 예식장에 들러서 가방에 몰래 넣어온 버터, 그 버터를 프라이팬에 두르고 파프리카와 청경채와 팽이버섯을 볶는거다. 볶다가 후추를 약간 뿌리고 접시에 담아내면, 아우, 칼로리도 낮고 근사한 와인 안주가 될 것이 아닌가. 가볍고 우아한 저녁 식사. 마음이 급했다. 어서 상을 차려내고 싶었다.

 

프라이팬을 달구고 버터를 꺼내 휘리리릭 녹여댔다. 근사한 향이 났다. 그리고 씻어둔 야채들을 넣었다. 설레었다. 아, 이건 얼마나 멋진 안주가 될까. 그런데 아뿔싸. 내가 잊은게 있었다. 바로 팽이버섯. 팽이버섯에서 물이 나온다는 사실. 나는 야채를 '볶고' 싶었는데, 숫제 '버터물에 삶은' 꼴이 되고야 만것이다. 요리가 망쳐지는 것 같아 초조했다. 그래서 나는 안되겠다, 일회용 버터를 하나 더 꺼내(예식장에서 세개를 숨겨왔다) 프라이팬에 던져 넣었다. 헐. 더 많은 버터물에 야채들이 삶아지고 있었다. 에라이, 그래도 괜찮겠지 싶어 마지막으로 후추를 뿌렸다. 그리고 접시에 담았다.

 

 

 

하아- 너무 맛이 없었다. 파프리카는 먹을만했지만 청경채와 팽이버섯은 진짜 못먹을 맛이었다. 이대로 버릴 순 없지, 소스. 소스를 찾아보자. 나는 냉장고를 뒤졌다. 샐러드 소스 따윈 없었다. 있는거라곤 케첩과 마요네즈가 전부. 마요네즈를 사용할까, 마요네즈와 케첩을 섞어볼까, 케첩을 사용할까, 하다가 케첩이 그중 가장 무난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케첩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야채들을 찍어먹어 보았다. 케첩을 찍는다고 맛있어지지는 않았다. 정말이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맛이었다. 접시에 담은 야채볶음(?) 에서는 자꾸 물이 생겼다. 아놔...

 

 

미칠것 같았다. 아무리 와인을 마셔도 꾹 참고 먹어줄만한 안주가 아니었다. 저 청경채는 자그만치 3,200원 어치다. 유기농으로 샀단 말이다. 도무지 못먹겠는데 그렇다고 버리자니 너무 아까웠다. 그런데 이 야채들을 살릴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 저녁이 이렇게 망쳐지다니. 흑흑. 나는 친구에게 이런 사실을 말했다. 친구는 그 안주를 먹지말고, 대신, 된장찌개를 끓일 때 넣으라고 했다. 된장찌개? 오, 그럴듯한 아이디어였다. 그치만 야채를 버터에 볶았는데 괜찮아? 친구는 씻어서 헹구라고 했다. 어차피 찌개에 들어갈 것이니 씻어도 상관 없겠구나, 적셔도 되겠어, 란 생각이 들어 그래, 된장찌개에 도전해보자 싶었다. 물론 걱정이 됐다. 청경채와 버섯만 버리는 게 아니라, 이러다가 된장도 버리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 그래, 나는 된장찌개를 끓여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것이다.

 

 

나는 냉장고를 뒤져 된장을 찾아냈다. 그리고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된장찌개 끓이는 법을 물어봤다. 멸치를 넣어 육수를 만들라길래 냉동실을 뒤적여 멸치를 찾아냈다. 혹시라도 망칠 경우 버리게 될텐데 많이 만들수는 없지, 가장 작은 냄비를 꺼냈다. 친구가 시키는대로 멸치와 다시다를 넣어 팔팔 끓이다가 멸치를 건져내고 된장을 풀었다. 그런데 된장찌개가 색이..좀..거시기하네? 친구는 간장을 넣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그나마 색을 좀 살려보고자 간장을 약간 넣었다. 색깔도 맛도 영 마음에 들질 않는다. 그러다 생각났다. 아, 마늘!! 그래 마늘을 넣자. 나는 갈아둔 마늘을 한 덩어리 푹- 넣고 청량고추도 하나 썰어 넣는다. 흐음. 그래도 별로네? 다시 된장을 조금 넣고 물에 씻어서 짜둔 청경채와 버섯을 넣었다. 양파도 썰어 넣었다. 뒤적뒤적 고춧가루를 찾아서 또 넣었다. 팔팔 끓였다.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 맛이 나질 않는다. 뭘 더 넣어야 할까..생각하다가 그만 두기로 한다. 괜히 더 넣었다가 여기에서 더 망치면 어떡해. 나는 불을 끄고 그릇에 담아내 다시 술상으로 가져왔다.

 

 


하아- 물에 씻었지만 된장찌에서는 버터 향이 났다. 버터 맛이 났다. 버터맛이 나는 된장찌, 그게 오늘 요리의 이름이었다. 그래도 청량고추와 고춧가루 덕인지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뜨겁고 매콤했다. 으음, 버터맛 된장찌. 좋아. 그래, 야채볶음 대신 된장찌를 안주로 하자.

 

했는데,

하아- 몇 번 퍼먹다 보니 밥..을 먹고 싶어지는거다. 하아- 오늘의 컨셉은 가벼운 야채와 와인, 가볍고 우아한 저녁식사였는데. 어쩌지. 결국 된장찌를 다시 한 그릇 퍼 밥을 말았다. 된장찌는 야채볶음과 달리 허겁지겁 먹게 되었다. 결국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된장찌에 말은 밥을 퍼먹고 있었고, 칼퇴를 했는데 내가 된장찌에 밥을 말아 먹은 시간은 밤 열 시................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저 밥을 먹었을 뿐인데...   뭐이래. ㅜㅜ

 

 

밤이 깊었다.




덧: 비밀댓글님의 조언에 따라 된장찌게 → 된장찌개 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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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2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2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2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3-10-0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ㅋㅋ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리 얘기 보면서 이렇게 웃은 적 처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요리하는 남자랑 만나야겠다. 안되겠다. ㅋㅋㅋㅋ 아 참고로 허브 소금 청양고추 참기름이 제가 자주 쓰는 조미법이에여. 앞으로는 야채 볶을 때 버터 넣지 말고 그냥 올리브유 사용하세요 ㅠㅠ 훨 맛있음. 일단 버터에 야채볶음 해본 적이 없어서;

다락방 2013-10-02 17:32   좋아요 0 | URL
아 저 원래 포도씨유라든가 카놀라유라든가 하는걸로 볶는데 버터를 훔쳐와가지고(응?) 꼭 볶아보고 싶더라고요. 버터는 정말 완전 맛있으니까 뭘 볶아도 맛있겠지..하는 생각에. 소 있었으면 소에도 버터 쳐바르고 구울라 했거든요. 다음부턴 야채를 버터에 볶지 말아야겠어요. 흙흙

2013-10-02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0-02 17:32   좋아요 0 | URL
수정 완료! 찌게로 할까 찌개로 할까 2초간 고민하다 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3-10-0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야채볶음은 올리브유 ㅋㅋㅋ 버터된장이라니 뭔가 아방가르드해요. ㅋㅋㅋ

다락방 2013-10-02 17:32   좋아요 0 | URL
먹어는 봤습니까, 버터된장? ㅋㅋㅋㅋㅋ 요리 하나에도 참신함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야책방 2013-10-02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의 '난역시요리로는안되는가봐요'에 빵 터지고 갑니다. 저도 요리로는 안 돼요. ㅠㅠ

다락방 2013-10-02 17:33   좋아요 0 | URL
전 그저 누가 만들어주는 걸 먹는것만 잘하는 사람인가봅니다. 어휴..

Mephistopheles 2013-10-02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혼자 버터를 볶고. 나 혼자 요릴 망치고. 나 혼자 재도전하고. 이렇게 나 먹고 먹고 후회해도 소용없어 오늘도 나혼자. 우우우우우우우우우.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10-02 17:33   좋아요 0 | URL
결혼해야겠어요, 메피스토님. 이래가지고 독립하면 혼자 살겠습니까, 어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괴물같은 음식만 만들거 아녜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리 잘하는 남자랑 결혼해야겠어요. 흙흙

* 2013-10-02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상당수의 채소가 버터로 볶으면 맛이 없죠, 시금치 같은 것 빼면. 게다가 선택하신 재료들은 기본적으로 조합도 영 아니고요. 먹는 것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은 말로만 못한다고 하지 대개는 상당 수준 이상으로 요리를 하던데, 극소수에 속하는 예외이신 것 같군요.

다락방 2013-10-02 17:34   좋아요 0 | URL
전 버터를 빵에 발라도 맛있으니 채소를 볶아도 그 맛이 끝내줄 것이다..라고 제멋대로 생각했지 뭡니까. 그러나 상당수의 야채가...맛이 없군요. 제가 할줄아는 요리라고는 라면과 계란프라이가 전부입니다. 후-

치니 2013-10-0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나도 왠지 다락방 님은 안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요리를 잘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 아닌가 봐용.

다락방 2013-10-02 17:34   좋아요 0 | URL
저는 못해서 안하는 겁니다 치니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3-10-0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부터 내가 요리를 한다 홍~홍~홍~ (정형돈 버전으로 읽어주삼ㅋ)



다락방 2013-10-02 17:36   좋아요 0 | URL
오늘은 친구가 선물해준(응?) 삼겹살을 구워 먹을 예정이에요. 이번엔 양파겉절이를 만들어볼까해....개떡같이 될지 모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3-10-02 17:4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다락님은 고!기!를 구워 드셔야 합니다.
버터에 야채라니요. 그무슨!!!!!!!!

네꼬 2013-10-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다락님. 와, 버터맛 나는 된장찌개라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퓨전이군요! 요리 못하는 다락님이 좋아요. 남한테 해달라고 해서 먹는 다락님이어서 근사해요. ㅋㅋㅋㅋ 근데 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

다락방 2013-10-07 17:56   좋아요 0 | URL
사람마다 못하는 게 한가지씩 있겠지만, 제 경우엔 못 하는 게 수두룩하네요. 도대체 먹는거 말고 잘하는 게 뭔지 원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3-10-0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맛있을 것 같은데 맛이 없던가요? +_+; 다락방님이 해주시는 거라면 채소버터볶음도 버터맛 나는 된장찌개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저는!!!! ^^

다락방 2013-10-07 17:57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그게 그게 아니에요. 버터된장찌개도 거시기하지만 채소버터볶음은 정말, 정말, 정말 먹지 못할 맛입니다. 이거 누구한테 해주면 맞기 쉬워요. ㅠㅠ
 















읽는 내내 주인공의 확신 때문에 불편하다. 도대체 왜 이토록 자신의 느낌에 강한 확신을 갖는것일까. 그 확신이 잘못된것이라면, 그 땐 어떡하려고 이러는걸까. 이 확신이 결국 비극을 불러일으킬 것 같아 불안했다. 불편하고 불안한. 그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낀 감정이었다. 그리고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이건 내 예감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깔아놓은 의도라고 해야할것이다. 작가는 처음부터 주인공의 죄책감을 드러낸다. 점점 크게. 



'베른하트르 슐링크'의 『더 리더 책읽어주는 남자』에서는 주인공이 아버지와 한나에 대해 의논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나에겐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주인공은 그 비밀을 알고 있다. 만약 그 비밀이 세상에 공개되면 한나는 감옥에 갇히는 삶을 좀 더 짧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는 그 비밀을 결코 입밖에 내지 않고 차라리 감옥에 갇히는 삶을 선택한다. 이 사실이 안타까운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자신이 한나의 비밀을 재판장에게 얘기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다. 아버지는 그 때말한다. 그녀 뒤에서 그 얘기를 하지 말라고, 반드시 그녀와 의논하라고. 그것은 그녀의 일이니까. 


지금 내게 책이 없어 정확한 인용을 할 수 없는게 안타깝지만, 그 장면이 나는 그 책을 통틀어서 가장 좋았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특히나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었다면 한나의 감형을 핑계로 분명 한나의 비밀을 세상에 떠벌렸을 것이다. 그리고서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뿌듯해했겠지. 내 덕에 한나는 감옥에서의 삶을 좀 짧게 줄일 수 있었지, 나는 정의롭고 동정심이 넘치는 사람이야, 하고. 그러나 한나에게 그것이 죽기보다 더 밝히기 싫은 비밀이었다면? 그랬다면 그 사람이 한 일이 과연 선행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선행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선행은 타인을 위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보이기 위한 것. 그런게 꼴도 보기 싫어 나는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다.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야, 나는 용감한 사람이야, 나는 선량한 사람이야,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야, 등등.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지랖이 넓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은 자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그런 성격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이다. (p.129)



선한 의도라고 말하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그 '선하다'는게 누구를 위한것인지. 정말 타인을 위한 것인지, 타인을 위하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것인지. 



다시 『채텀 스쿨 어페어』얘기로 돌아가자면, '헨리'는 '자유롭고 싶지만 자유롭지 못한' 커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삶에 끼어들고 만다. 그리고 그가 끼어들었던 순간이 채텀 스쿨에서 일어난 비극의 불씨가 된다. 그 비극은 살인과 자살을 불러왔다. 그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설사 일어난다한들 그 규모가 이렇게 크지도 않았을텐데. 이 일은 그의 삶에 영원한 비밀이 된다. 헨리는 자기 자신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허락할 수 없다. 그가 순간순간 받았던 느낌들이, 그로 인해 가졌던 강한 확신들이 결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나의 확신은 그저 나의 확신일 뿐 사실이나 진실이 될 수 없다. 이 소설은 불편하고 불안해서 자꾸 생각난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았는데 쉽게 정리가 되지도 않는다. '토머스 쿡'의 『붉은 낙엽』을 읽을 때도 불안했다.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스스로의 생각에 확신을 갖는지. 『채텀 스쿨 어페어』에서는 더하다. 







검색해보니 토머스 쿡의 작품이 하나 더 있네. 불편하고 불안하니 읽지말까, 했다가 4,400원 이라는 가격을 보고 아니다 사자, 하고 마음을 굳힌다. 장바구니에 넣어둬야겠다.













토요일에는 예식장에 갔다가 조카를 만나러 안산에 갔다. 추석때도 보지 못했던터라 그리움이 폭발할 것 같았었는데, 나를 본 조카는 말했다.


"이모 백설공주 같다."



뭐라고? 백설공주? 꺅>.< 

조카야, 너 밖에 없구나. 니가 짱이야. 나한테 여태 백설공주 같다고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조카야 사랑한다. 내 사랑은 너 뿐이야. 흑흑 ㅜㅜ 내 머릿속엔 온통 니 생각 뿐이란다.


계획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조카네 식구들과 대부도에 가 바다를 보고 대하구이와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음식점은 야외에 있었고 주차장은 자갈밭이었다. 조카는 돌맹이 하나를 집어 들고는 좋아했다. 식당에 들어가서도 돌맹이를 옆에 놓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면서는 돌맹이 버리지마~라고 말을 한다. 돌아갈 때도 돌맹이를 집어 들고는 만지막만지작한다. 아, 너무 예뻐서 미치겠다 진짜. 대하구이를 한 번도 안먹어 봤다는 내 말에 여동생은 깜짝 놀라며 데이트 할 때 대하구이 먹으러 안가봤냐고 묻는다. 응, 나는 소랑 돼지를 먹으러 갔어... 그러나 대하구이는 내 기대와 달리 맛이 별로였다.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꼬챙이에 끼워 구워주는 새우는 엄청 맛있었는데,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새우구이도 엄청 맛잇었는데, 소금을 깔고 구운 대하는 뭐 그렇게까지 맛있지 않네?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던데, 역시 데이트 할 때는 소나 돼지가 더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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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9-3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소랑 돼지만 드시고 닭은?

2.요밑에 광고에 뜨는 이승우의 <그곳이 어디든> 읽으셨어요?
지난 주에 이거 읽느라 에휴... ㅠ..ㅠ
다른 책들 같지 않게 뭐랄까 좀 지겹더군요.

3.나를 백설공주같다고 해주는 조카가 어찌 이쁘지 않을수 있을까요.

4.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또 자주 하는말.
"내가 뒤끝이 없잖아!"

다락방 2013-10-01 08:14   좋아요 0 | URL
1. 당연히 닭도 먹지요. ㅎㅎㅎㅎㅎ 요 밑에밑에 한수철님과도 치맥 약속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아뇨, 아직 사지도 않았어요. 저 이승우 책 사 놓고 안읽고 있는것도 있거든요. 천천히..지금은 후와님 책 읽고 있는 중이에요. 이 분은 참 글 차분하게 잘 쓰시네요. 제 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달까.. ㅠㅠ 그런데, 그곳이 어디든..별로에요? ㅠㅠ

3. 백설공주라니 진짜 살다살다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그 예쁜 조카가 병원에 입원해있어요. 가슴이 찢어지고 있어요, 저는.

4. 저 그 말 진짜 싫어요. 아니 대체 '내가 뒤끝이 없잖아' 이런 말을 무슨 정신으로 내뱉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 마음에 스크래치 벅벅 내놓고 자기 뒤끝없다고 하면 그 스크래치가 없어집니까? 자기가 뒤끝 없으면 뭐합니까 내가 뒤끝있는데. 아 진짜 짱싫어요. 나 뒤끝 없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가 그러면서 되게 성격 좋고 화통한 사람인줄 안다는 거에요. 어처구니 없이 말이죠. -_-
이승우 말이 딱맞아요. 자기 성격 자랑스러워해;;

2013-10-0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1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3-10-01 15:00   좋아요 0 | URL
뒤끝 없는 인간들 제일 싫어! (인상 쓰고 있음)

2013-10-01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3-10-02 18:11   좋아요 0 | URL
내 댓글 아래 비밀 댓글, 설마 나 읽으라고 쓴 건 아니죠? 안 보인단 말이에요. 아니 그럼, 여기서 나 빼놓고 다락님하고 아무개님하고 속닥거리고 있는 거예요? 나 샘 나라고? 응? 나 샘 나라고오? 응?

다락방 2013-10-02 18:14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읽으라고 쓴 비밀댓글이지롱~~~~~~~~~~~~~~~~~~~~~~~~~~~~~~~~~~~~~~우하하핫

곰곰생각하는발 2013-09-3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끝 없다고 말하는 놈치고 뒤끝 없는 놈 못 봤습니다. 뒤끝 없는 사람은 자랑처럼 자기가 뒤끝 없다고 말하지는 않더군요....
대하구이 맛 없다,에 한 표 던집니다.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맛은 아니에요..

다락방 2013-10-01 08:10   좋아요 0 | URL
대하구이는 먹어봤으니 이제 그 돈 주고 사먹을 생각 안해도 될 것 같아요. 소금위에서 굽는 건 별로 맛이 없네요. 그 왜 숯불에 구웠다 해야하나, 그런데다 구운 건 되게 맛있던데 말예요.

전 '난 뒤끝 없어' 하는 사람들 진짜 재수없어요. 너만 없으면 다냐, 나는 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니깐요. -_-

책읽는여름 2013-10-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생겨야 백설공주 같은걸까요ㅎㅎ...파란줄 쫙쫙 뽕 소매 달린 백설공주 옷을 입으셨을라나^^

다락방 2013-10-01 08:51   좋아요 0 | URL
제가 남색 원피스를 입었었는데 레이스가 달려있었거든요. 아마도 그래서 그런것 같아요. 얼굴이 공주..는 아닙니다..Orz

네꼬 2013-10-0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회사 그만두는 날 한바퀴 돌면서 인사드리는데, 오지랖계의 거물이신 어떤 분이 왜 회사를 그만두냐고 꼬치꼬치 물으셨어요. 좀 놀려고 한다 했더니, 결혼했다고 일 그만두면 안 된다고 둘이 열심히 벌어야지 놀면 어떡하냐고 인사 마치고 돌아선 제 뒤에까지 대고 걱정걱정을 하시더라고요. 선의는 알겠지만, 이따금 그 생각이 떠오르고 그때마다 불쾌해져요;;


어린이들의 돌멩이 사랑에 대해 저 페이퍼를 써보고 싶어요. 타미 얘기도 거기 넣을게요. 이 귀요미들!

다락방 2013-10-01 17:59   좋아요 0 | URL
돌멩이인가 돌맹이인가 돌맹이라고 쓰면서 돌멩이가 맞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돌멩이가 맞았군요!!

아니, 저는 그들의 걱정걱정이 '선의' 라고 생각되어지질 않아요. 미친 오지랖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이 자신과 다르게 사는 꼴'을 못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이런 삶을 선택했으니까 너도 이렇게 살아, 다르게 살아서 부럽게 만들지마, 라고 말이지요. 열심히 벌든 놀든 무슨 상관입니까, 자기들이. 아 ..싫어..

프레이야 2013-10-0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ㅎㅎ 백설공주 다락방님의 사랑스러운 조카. 저 팔월에 거제 몽돌 세 개 주워와서 수족관 위에 올려놨어요. 매일 물고기밥 줄 때마다 한번씩 만져봐요. 좋아라 하면서ㅎㅎ. 근데 몽돌 가져가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 오지랖에다 성격 좋은 것으로 비치는 사람들 모순이 있지요.ㅠ

다락방 2013-10-01 18:00   좋아요 0 | URL
돌멩이를 주워 들고 손에 쥐어 가지고 노는 조카가 너무 예뻤어요, 프레이야님. 돌멩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니깐요. ㅎㅎ

섬사이님 페이퍼에서 댓글 읽었는데요, 프레이야님과 수채화, 무척 잘 어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