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주인공의 확신 때문에 불편하다. 도대체 왜 이토록 자신의 느낌에 강한 확신을 갖는것일까. 그 확신이 잘못된것이라면, 그 땐 어떡하려고 이러는걸까. 이 확신이 결국 비극을 불러일으킬 것 같아 불안했다. 불편하고 불안한. 그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낀 감정이었다. 그리고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이건 내 예감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깔아놓은 의도라고 해야할것이다. 작가는 처음부터 주인공의 죄책감을 드러낸다. 점점 크게. 



'베른하트르 슐링크'의 『더 리더 책읽어주는 남자』에서는 주인공이 아버지와 한나에 대해 의논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나에겐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주인공은 그 비밀을 알고 있다. 만약 그 비밀이 세상에 공개되면 한나는 감옥에 갇히는 삶을 좀 더 짧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는 그 비밀을 결코 입밖에 내지 않고 차라리 감옥에 갇히는 삶을 선택한다. 이 사실이 안타까운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자신이 한나의 비밀을 재판장에게 얘기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다. 아버지는 그 때말한다. 그녀 뒤에서 그 얘기를 하지 말라고, 반드시 그녀와 의논하라고. 그것은 그녀의 일이니까. 


지금 내게 책이 없어 정확한 인용을 할 수 없는게 안타깝지만, 그 장면이 나는 그 책을 통틀어서 가장 좋았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특히나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었다면 한나의 감형을 핑계로 분명 한나의 비밀을 세상에 떠벌렸을 것이다. 그리고서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뿌듯해했겠지. 내 덕에 한나는 감옥에서의 삶을 좀 짧게 줄일 수 있었지, 나는 정의롭고 동정심이 넘치는 사람이야, 하고. 그러나 한나에게 그것이 죽기보다 더 밝히기 싫은 비밀이었다면? 그랬다면 그 사람이 한 일이 과연 선행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선행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선행은 타인을 위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보이기 위한 것. 그런게 꼴도 보기 싫어 나는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다.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야, 나는 용감한 사람이야, 나는 선량한 사람이야,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야, 등등.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지랖이 넓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은 자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그런 성격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이다. (p.129)



선한 의도라고 말하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그 '선하다'는게 누구를 위한것인지. 정말 타인을 위한 것인지, 타인을 위하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것인지. 



다시 『채텀 스쿨 어페어』얘기로 돌아가자면, '헨리'는 '자유롭고 싶지만 자유롭지 못한' 커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삶에 끼어들고 만다. 그리고 그가 끼어들었던 순간이 채텀 스쿨에서 일어난 비극의 불씨가 된다. 그 비극은 살인과 자살을 불러왔다. 그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설사 일어난다한들 그 규모가 이렇게 크지도 않았을텐데. 이 일은 그의 삶에 영원한 비밀이 된다. 헨리는 자기 자신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허락할 수 없다. 그가 순간순간 받았던 느낌들이, 그로 인해 가졌던 강한 확신들이 결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나의 확신은 그저 나의 확신일 뿐 사실이나 진실이 될 수 없다. 이 소설은 불편하고 불안해서 자꾸 생각난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았는데 쉽게 정리가 되지도 않는다. '토머스 쿡'의 『붉은 낙엽』을 읽을 때도 불안했다.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스스로의 생각에 확신을 갖는지. 『채텀 스쿨 어페어』에서는 더하다. 







검색해보니 토머스 쿡의 작품이 하나 더 있네. 불편하고 불안하니 읽지말까, 했다가 4,400원 이라는 가격을 보고 아니다 사자, 하고 마음을 굳힌다. 장바구니에 넣어둬야겠다.













토요일에는 예식장에 갔다가 조카를 만나러 안산에 갔다. 추석때도 보지 못했던터라 그리움이 폭발할 것 같았었는데, 나를 본 조카는 말했다.


"이모 백설공주 같다."



뭐라고? 백설공주? 꺅>.< 

조카야, 너 밖에 없구나. 니가 짱이야. 나한테 여태 백설공주 같다고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조카야 사랑한다. 내 사랑은 너 뿐이야. 흑흑 ㅜㅜ 내 머릿속엔 온통 니 생각 뿐이란다.


계획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조카네 식구들과 대부도에 가 바다를 보고 대하구이와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음식점은 야외에 있었고 주차장은 자갈밭이었다. 조카는 돌맹이 하나를 집어 들고는 좋아했다. 식당에 들어가서도 돌맹이를 옆에 놓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면서는 돌맹이 버리지마~라고 말을 한다. 돌아갈 때도 돌맹이를 집어 들고는 만지막만지작한다. 아, 너무 예뻐서 미치겠다 진짜. 대하구이를 한 번도 안먹어 봤다는 내 말에 여동생은 깜짝 놀라며 데이트 할 때 대하구이 먹으러 안가봤냐고 묻는다. 응, 나는 소랑 돼지를 먹으러 갔어... 그러나 대하구이는 내 기대와 달리 맛이 별로였다.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꼬챙이에 끼워 구워주는 새우는 엄청 맛있었는데,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새우구이도 엄청 맛잇었는데, 소금을 깔고 구운 대하는 뭐 그렇게까지 맛있지 않네?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던데, 역시 데이트 할 때는 소나 돼지가 더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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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9-3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소랑 돼지만 드시고 닭은?

2.요밑에 광고에 뜨는 이승우의 <그곳이 어디든> 읽으셨어요?
지난 주에 이거 읽느라 에휴... ㅠ..ㅠ
다른 책들 같지 않게 뭐랄까 좀 지겹더군요.

3.나를 백설공주같다고 해주는 조카가 어찌 이쁘지 않을수 있을까요.

4.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또 자주 하는말.
"내가 뒤끝이 없잖아!"

다락방 2013-10-01 08:14   좋아요 0 | URL
1. 당연히 닭도 먹지요. ㅎㅎㅎㅎㅎ 요 밑에밑에 한수철님과도 치맥 약속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아뇨, 아직 사지도 않았어요. 저 이승우 책 사 놓고 안읽고 있는것도 있거든요. 천천히..지금은 후와님 책 읽고 있는 중이에요. 이 분은 참 글 차분하게 잘 쓰시네요. 제 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달까.. ㅠㅠ 그런데, 그곳이 어디든..별로에요? ㅠㅠ

3. 백설공주라니 진짜 살다살다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그 예쁜 조카가 병원에 입원해있어요. 가슴이 찢어지고 있어요, 저는.

4. 저 그 말 진짜 싫어요. 아니 대체 '내가 뒤끝이 없잖아' 이런 말을 무슨 정신으로 내뱉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 마음에 스크래치 벅벅 내놓고 자기 뒤끝없다고 하면 그 스크래치가 없어집니까? 자기가 뒤끝 없으면 뭐합니까 내가 뒤끝있는데. 아 진짜 짱싫어요. 나 뒤끝 없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가 그러면서 되게 성격 좋고 화통한 사람인줄 안다는 거에요. 어처구니 없이 말이죠. -_-
이승우 말이 딱맞아요. 자기 성격 자랑스러워해;;

2013-10-0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1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3-10-01 15:00   좋아요 0 | URL
뒤끝 없는 인간들 제일 싫어! (인상 쓰고 있음)

2013-10-01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3-10-02 18:11   좋아요 0 | URL
내 댓글 아래 비밀 댓글, 설마 나 읽으라고 쓴 건 아니죠? 안 보인단 말이에요. 아니 그럼, 여기서 나 빼놓고 다락님하고 아무개님하고 속닥거리고 있는 거예요? 나 샘 나라고? 응? 나 샘 나라고오? 응?

다락방 2013-10-02 18:14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읽으라고 쓴 비밀댓글이지롱~~~~~~~~~~~~~~~~~~~~~~~~~~~~~~~~~~~~~~우하하핫

곰곰생각하는발 2013-09-3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끝 없다고 말하는 놈치고 뒤끝 없는 놈 못 봤습니다. 뒤끝 없는 사람은 자랑처럼 자기가 뒤끝 없다고 말하지는 않더군요....
대하구이 맛 없다,에 한 표 던집니다.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맛은 아니에요..

다락방 2013-10-01 08:10   좋아요 0 | URL
대하구이는 먹어봤으니 이제 그 돈 주고 사먹을 생각 안해도 될 것 같아요. 소금위에서 굽는 건 별로 맛이 없네요. 그 왜 숯불에 구웠다 해야하나, 그런데다 구운 건 되게 맛있던데 말예요.

전 '난 뒤끝 없어' 하는 사람들 진짜 재수없어요. 너만 없으면 다냐, 나는 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니깐요. -_-

책읽는여름 2013-10-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생겨야 백설공주 같은걸까요ㅎㅎ...파란줄 쫙쫙 뽕 소매 달린 백설공주 옷을 입으셨을라나^^

다락방 2013-10-01 08:51   좋아요 0 | URL
제가 남색 원피스를 입었었는데 레이스가 달려있었거든요. 아마도 그래서 그런것 같아요. 얼굴이 공주..는 아닙니다..Orz

네꼬 2013-10-0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회사 그만두는 날 한바퀴 돌면서 인사드리는데, 오지랖계의 거물이신 어떤 분이 왜 회사를 그만두냐고 꼬치꼬치 물으셨어요. 좀 놀려고 한다 했더니, 결혼했다고 일 그만두면 안 된다고 둘이 열심히 벌어야지 놀면 어떡하냐고 인사 마치고 돌아선 제 뒤에까지 대고 걱정걱정을 하시더라고요. 선의는 알겠지만, 이따금 그 생각이 떠오르고 그때마다 불쾌해져요;;


어린이들의 돌멩이 사랑에 대해 저 페이퍼를 써보고 싶어요. 타미 얘기도 거기 넣을게요. 이 귀요미들!

다락방 2013-10-01 17:59   좋아요 0 | URL
돌멩이인가 돌맹이인가 돌맹이라고 쓰면서 돌멩이가 맞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돌멩이가 맞았군요!!

아니, 저는 그들의 걱정걱정이 '선의' 라고 생각되어지질 않아요. 미친 오지랖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이 자신과 다르게 사는 꼴'을 못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이런 삶을 선택했으니까 너도 이렇게 살아, 다르게 살아서 부럽게 만들지마, 라고 말이지요. 열심히 벌든 놀든 무슨 상관입니까, 자기들이. 아 ..싫어..

프레이야 2013-10-0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ㅎㅎ 백설공주 다락방님의 사랑스러운 조카. 저 팔월에 거제 몽돌 세 개 주워와서 수족관 위에 올려놨어요. 매일 물고기밥 줄 때마다 한번씩 만져봐요. 좋아라 하면서ㅎㅎ. 근데 몽돌 가져가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 오지랖에다 성격 좋은 것으로 비치는 사람들 모순이 있지요.ㅠ

다락방 2013-10-01 18:00   좋아요 0 | URL
돌멩이를 주워 들고 손에 쥐어 가지고 노는 조카가 너무 예뻤어요, 프레이야님. 돌멩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니깐요. ㅎㅎ

섬사이님 페이퍼에서 댓글 읽었는데요, 프레이야님과 수채화, 무척 잘 어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