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예쁜 골목들을 걸으면서, 그리고 런던의 분주한 거리를 걸으면서, 수시로 여행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여행이란 뭘까. 그간 다녀본 여행에서 얻게된 명백한 사실은, '예정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였다. 프라하에서는 친구와 프라하성에 마지막 날 들렀다가 런던으로 넘어가자, 라고 했지만 우리는 프라하성에 가는 대신 한국식당을 가는 걸로 마음을 바꿨다. 한국 식당은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 찾아갔는데, 걸어서 30분 이상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때가 때이니만큼 번화가에는 관광객들(특히 한국인들..)이 가득했는데, 우리가 찾아가려는 곳은 좀 외지고 조용한 곳에 있었던 지라, 걷는 길이 즐거웠고 아름다웠다. 리스본의 마지막 날에도 관광객이 찾지 않는 뒷골목을 걸으며 우리는 신나했었는데, 이번에도 관광객이 없는 조용한 골목을 걸으며 우리는 프라하성대신 여기를 오기를 잘했다고 계속해서 얘기했다. 여기 너무 좋아, 여기 살고 싶네, 하면서. 조용하고 아름다운 거리였고, 우리는 그렇게 지도에서 나타난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려서 아주 작은 한국 식당에 도착했다. 친구와 나는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며칠만에 먹게된 김치찌개는 너무 좋아서, 둘다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먹었다. 날씨는 추웠고, 나는 그 추운 날씨에 대비한 옷을 가져가지 않아 옷가게에서 비싼 자켓도 사입었는데, 식당안에서 김치찌개를 먹으면서는 자켓을 벗고 땀을 흘린 거다. 오호라!


여행을 시작하면서 먹게된 음식들이 별로 좋지 않았던 내 몸 컨디션과 만나, 딱히 좋은 효과를 주질 못했다. 나는 밥이 너무 간절했고, 친구에게 여러차례 '아, 죽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야' 말하다가 김치찌개를 만난터였다. 그렇게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런던으로 넘어갔고, 런던에서 우리가 머물 호텔의 레스토랑에 내려가 그 날 밤에는 피시앤칩스를 먹었다. 함께 시킨 맥주도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호텔의 외관의 으리으리함과 달리 방은 매우 오래되고 낡아서 히터에서는 먼지 냄새가 났다. 창문은 열리지 않아 환기가 되지 않았고, 방 안은 건조하고 지저분한 것 같아서 피부가 낡아지는 것 같았다. 친구와 나는 아이패드를 켜두고 한 시간동안 이것저것 따져가며 이 호텔로 정한거였는데, 룸 상태는 딱히 좋지 않았던 거다. 게다가 화장실 변기의 수압은 나를 좀 불안하게 했어...


친구는 호텔 침대에 누워서 호텔 후기를 검색해보았는데, 영국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블로거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 대해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가격대비 제일 괜찮은 곳이 그래도 이 곳' 이라고 해두었더라. 아아, 물가 비싼 영국이여...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밝았고 우리는 레스토랑에 가 조식을 먹으려는데, 아아, 맙소사, 신이 나를 사랑해, 아니 무슨 세상에, 런던에서 호텔 조식을 먹는데, 메뉴 중에 죽이 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죽을 먹고 싶다고 노래노래 불렀는데, 런던에 오니 마법처럼 죽이 똭- 신이시여, 제 기도에 언제나 응답하시는 겁니까?





나는 런던에 머무는 내내 아침 조식으로 죽을 두그릇씩 먹었다. 세상에, 그렇게나 속이 편할 수가 없더라. 죽을 한 사발 퍼서 그 위에 파랑 짠지를 올려서는 먹는데, 세상 맛있어. 아 진짜 너무 좋았어. 이 호텔 룸이 메롱인데 조식에 죽이 나와서 진짜 만세다!! 했다.



호텔은 조금 더 큰 방과 조식을 먹기 위해 클럽룸으로 예약했는데, 클럽룸을 예약한 사람들은 클럽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커피나 음료는 하루종일 가능하고 18:30부터 20:00 까지는 맥주와 와인을 비롯해 간단한 안주까지 이용이 가능했다. 우린 항상 외출해서 라운지 이용을 못하다가, 피곤했던 마지막 밤에는 일찍 들어와 라운지에서 좀 쉬자, 하고는 처음으로 들어가봤다. 한 쪽에 카나페와 저걸 뭐라 부르나..여튼 고로케 같은 간식들이 안주겸으로 준비되어 있었고, 커피와 와인과 맥주를 비롯한 음료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친구와 나는 우선 카푸치노와 간식을 가져다 먹었다.




간식들도 맛있어서 이 접시를 후딱 비우고 커피도 다 마시고는, 이내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클럽라운지에서 일하는 아주 나이 많은 할아버지 직원은 너네 혹시 부족한 건 없니, 더 마셔라 더 먹어라, 하면서 테이블마다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덟시가 다 되어갈 때는 간식이 든 커다란 그릇을 새로 가져나오시면서는 라운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거 지금 막 나와서 따뜻하다, 더들 먹어라, 맛있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Saturday night generous night!"



사람들은 모두들 작게 웃었고, 그 분은 다시 저 쪽에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말했다.



"Saturday night generous night!"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룸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혼자 되뇌이고 있었다. 새러데이 나잇, 제너러스 나잇.



친구와 나는 이제 우리의 룸으로 올라갔다. 둘다 씻고서는 짐을 좀 싸두고, 내일 떠나는 날이니까 우리 술을 한 잔 할까, 하고서는 프라하의 와이너리에서 사온 와인과 맥주를 꺼냈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 밤이 깊어가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여행도 우리 예정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리고 너무 고되었지, 그렇지만 좋았어, 라고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다. 서로 고생했다고 다독이고, 또 덕분에 고마웠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했던 과거의 여행과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여행을 함께 한다는 건, 자주 만나서 밥이나 차를 마시는 것과는 또 다른 거라, 자주 만났던 친구 또 좋아하는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여행이 좋으리란 법은 없다. 좋았던 친구 혹은 친한 친구와 함께 했었지만 여행 자체를 함께 즐길 수 없었던 서로의 경험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우리가 서로에게 맞춰져 가고 있음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친구와 나는 예정대로 되지 않음에 불쾌해하거나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그러면서 생기는 다른 일들에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점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여행을 함께 한다는 것은, 하루종일 붙어 있는 걸 의미하고, 그건 '친하'거나 '애정하는' 마음 만으로는 다 커버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두가지가 함께 있어야 했고 또 하고자 하는 바, 취향이란 것도 너무 달라서는 안되었다. 친구와 나는 유명하다는 관광지에 가는 것에 둘다 취미가 없었고, 그냥 머무는 동네의 골목을 구석구석 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예정대로 되지 않았을 때 빡치기 보다는 즐거워 했다. 몸이 고되었을 때는 돌아다니지 말고 쉬자고 생각하는 것도 같았다. 우리는 서로 두려워하는 게 달랐지만, 서로가 뭘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게 달랐지만, 그 점에 대해서 서로를 보완해줬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페딩턴 역에서 고속열차를 타야했는데, 우리는 페딩턴 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으면 30분 이상 걸린다고 했지만, 우리는 무거운 가방을 끌고 또 낯선 길을 걸을테니, 분명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친구는 하이드파크를 가로질러 가자고 했다. 우리가 런던에 머무는 동안 숙소에서 가까운 하이드파크도 아직 가보지 못했던 터라, 나 역시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가방을 끌고 걸으면서 아아, 이래서 언제 페딩턴역까지 가나 조금씩 걱정이 되었다. 진짜 무거웠거든. 그런데 하이드파크에 들어서 걸으며, 멈춰서서 정말 좋다고 입밖으로 몇 번이나 말하면서, 친구에게 여기로 가자고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 오기를 잘했다고 계속 얘기했다. 나는 고맙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고, 친구는 '니가 좋아해줘서 좋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이드파크의 낮게 뜬 구름을 보며 한참을 감탄하고 서있었다.






아, 그리고 폴딩백! 폴딩백은 뭐지? 폴딩백은 뭘까?

나는 폴딩백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없으면 안쓰게 되지만 있으면 쓰게 되는 것.

그러니까 나는 이번 여행에 캐리어를 끌고 가면서 구석에 폴딩백을 넣어뒀더랬다. 그래도 그걸 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보통 가져간 캐리어 그대로를 가져오지 짐을 더 많이 늘리는 쪽은 아니니까. 짐 늘려서 가지고 다니는 거 너무 싫어하니까. 그런데 마트나 샵을 가서는 막 사고싶은게 보이면 참는 대신, 흐음..캐리어가 모자라면....폴딩백에 넣으면 되니까....라고 생각하면서 물건을 사게 되는 거다. 나는 그렇게 탐폰을 샀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슈퍼사이즈, 레귤러 사이즈를 두 개씩 샀지, 그것만 해도 공간이 상당해. 게다가 나는 프라하에서 옷을 샀지.... 폴딩백이며, 땡큐! 니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지만 니가 없었다면 나는 사지 않았을지도 몰라. 다 너때문이야. 너 덕분인데 너 때문이기도 해!

그렇게 친구와 나는 알라딘에서 받은 굿즈, 폴딩백을 아주 요긴하게 쓴 것이다.

하이드파크에서의 기념 촬영!! 오른 쪽이 내 캐리어, 내 폴딩백!






그렇게 아름다운 하이드 파크를 지나고,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또 지도를 봐가면서 패딩턴 역에 도착했다. 우리가 런던에서 머물면서 가장 날이 좋았고, 그래서 패딩턴역 입구는 아름다웠다.






사진 찍고 나서는, 흐음, 프라하랑 런던에서 찍은 사진으로 이번에도 엽서셋트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지난번 포르투갈 엽서 엄청 많이 팔았지만, 결국 몇 만원 이익 남긴 걸로 끝이었던 걸 생각해서... 안 파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장사를 생각해봐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왕복 30시간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동안 나는 가져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고, 다운 받은 영화중에는 하나만 보았으며, 구몬은 다섯 장 푼게 고작이었다. 인생...............구몬 언제 다하지.................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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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하골목, 런던 하이드 파크 다 넘 좋죠^^; 아주 자박자박 걷는 듯이 재밌게 따라 읽었네요.
근데 뭔가 더 찐한 술얘기가 빠진듯한 이 허전함은 뭐죠? ㅎ
전 뭘 기대한걸까요?ㅎㅎ

다락방 2017-10-12 14: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와이너리에서 완전 취해가지고 그 다음날 부터는 술을 많이 못마셨어요. 많이는 못마셨지만 끼니때마다 마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여행 너무 좋아요. 끼니때마다 술마실 수 있어서 진짜 완전 좋아요!! >.<

syo 2017-10-1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냐, 이런 온건하고 따뜻한 여행기를 기대한 것이 아니었어요... 막 불온하고!! 막막 뜨겁고!! ㅎㅎ

다락방 2017-10-12 14:02   좋아요 0 | URL
네? 온건하고 따뜻한 게 바로 접니다. 저야말로 온건하고 따뜻함의 상징이죠! 불온하고 뜨겁다니, 에이, 그런 걸 제가 어떻게 써요..... =3=3=3=3=3

치니 2017-10-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서정적인 글 마지막에 구몬이 ㅋㅋㅋ 역시 다락방님이다 생각하게 되네요.
급 궁금해져서 질문! 저는 프라하에 안 가봤는데, 런던과 프라하 두 도시 가운데 다락방 님은 다음에 또 가라면 어딜 가고 싶으셔요? 어디가 조금이라도 더 좋으셨을지, 이유는 뭔지, 이런저런 궁금증이 이네요.

다락방 2017-10-12 14:06   좋아요 0 | URL
구몬 때문에 스트레스 받네요 진짜 ㅋㅋㅋㅋㅋㅋ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건 왜 한다고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낭비 하며서 스트레스인지...이게 영어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여행 내내 영어 때문에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움이 안된 구몬..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구몬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프라하는 골목이 예뻐서 다시 가고 싶고 런던은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 친절해서 다시 가고 싶은데요, 만약 지금 둘 중에 단 한곳만 더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런던을 선택할 거예요. 못하고 온 게 많아서 아쉽거든요. 갔다가 허탕친 레스토랑에 다시 들르고 싶어요. 더 많이 맥주랑 와인을 즐기고 싶어요. 공원도 못간 데가 너무 많아요. 하이드파크도 우리가 간 데 말고 반대편에도 가보고 싶고...

영국에서 공부한 남동생 친구가 재학시절 인종차별에 시달려서 되게 힘들어 했었거든요. 그런데 며칠동안만 짧게 머물렀던 여행객인 제게는 참 친절한 곳이었어요. 남자도 여자도 모두 친절했는데, 특히 남자들 너무 멋있어서.... 진짜 돌아오기 싫었어요. 세상 젠틀하고 스윗하고..... 저는 아직도 지하철 역에서 윙크했던 남자를 잊을 수가 없어요....... 하아-


지금 단 한 곳만 다시 갈수 있다면 저는 런던을 택하겠지만, 두 곳 다 안가본 누군가가 한 군데만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저는 그 사람에게는 프라하를 추천하고 싶어요. 아, 그나저나 런던은 다시 가야겠어요. 음...

비연 2017-10-1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여행지 런던과 스코틀랜드로 정해볼래요!

다락방 2017-10-12 16:54   좋아요 1 | URL
제가 먹지 못했던 것과 제가 가지 못했던 곳을 충분히 즐기고 오세요, 비연님. 영국 사람들 진짜 엄청 친절해요!! 남자들 어찌나 스윗한지 한국 돌아오기 싫었어요. ♡

비연 2017-10-12 17:23   좋아요 0 | URL
갈때 락방님께 물어볼게요^^ 언제 가게 될 지... 내년 봄?

다락방 2017-10-12 17:40   좋아요 0 | URL
런던 아쉬운 게 많아서 저도 다시 가고 싶은데 으윽- 만약 제가 다시 가는 시기와 비연님이 방문하는 시기가 맞는다면, 하루저녁쯤은 만나서 와인을 마셔도 좋을텐데요! 언젠가는 그럴 때가 있겠지요. 네네, 가시기 전에 얘기해주세요, 비연님! >.<

단발머리 2017-10-1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다락방님~~ 웰컴투 코리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프라하 골목이랑 호텔 조식 죽이랑 새러데이 나잇, 제너러스 나잇이랑 폴딩백이랑 모두 멋져요.
하지만 최고로 근사한 건....
지하철역에서 한국미녀 다락방님 알아보고 윙크한 남자랑
맘이 잘 맞는 좋은 여행친구네요.
참~~~~다락방님은 다 가졌네요. 우후훗, 욕심쟁이^^

다락방 2017-10-12 17:52   좋아요 0 | URL
게다가 저는 단발머리님이라는 좋은 친구도 가졌지요. 내 사랑 단발머리님 ♡
영국 남자들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오기 너무 싫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행기를 놓치고 영국에 눌러사는 건 어떨까, 여러번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오늘도 또 여기에.....(시무룩)

새러데이 나잇 제너러스 나잇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밤의 느낌이랄까요. 후훗.

책은 전혀 안읽는 요즘이지만, 곧 읽을 겁니다. 곧 구몬도 할거구요. 불끈!!

psyche 2017-10-13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락방님 부러워요~~~ 맘 맞는 여행친구와 함께 다니는 여행이라니!! 그것도 프라하와 런던을

다락방 2017-10-13 08:34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고되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저는 익숙한 사람 익숙한 장소가 좋은데 이상하게도 여행 다니면서 낯선 곳 다니는 건 참 좋더라고요. 게다가 마음 맞는 친구가 있어 의지할 수 있으니 더 좋고요. 프라하 너무 예뻤고 런던 사람들은 여행객에게 친절했어요. 즐거운 연휴였답니다. 이제 다음 연휴의 계획을 짜야겠지요. 후훗.

뵈뵈 2017-10-1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0월 초에 며칠간 프라하에 있었는데요 ᆢㅎㅎㅎ 반갑네요~~ ^^

다락방 2017-10-13 10:55   좋아요 1 | URL
오오 어쩌면 우리는 우연히 스쳐지나갔을 수도 있겠어요!!!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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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7-10-07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럽 순방 북콘서트 하시는 건가요??!!!
제인 오스틴 그려진 10파운드 짜리 지폐 갖고오세요~~~~

비연 2017-10-07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프라하 갔다가 런던으로! 이런 일정.. 너무 부러운 거 아닙니까.
게다가 와인을 넘어 에일 맥주까지... 아. 아. 락방님. 지금 일하고 있는데 넘 하십니다...ㅜㅜㅜㅜㅜ

moonnight 2017-10-0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으시겠어요 잔뜩 즐기시길~^^

clavis 2017-10-0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ㄲ ㅑ ㅇ ㅏ ㅇ ㅏ ㅇ ㅏ ㄱ

clavis 2017-10-0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런던에서 유명한,제일 유명한 홍차 사갖고 오세요 티룸 사진도요ㅋ♡♡

transient-guest 2017-10-12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멋지다..ㅎ 음식이 나오는데 술이 없길래 잠시 의아해했으나 바로 밑에 맥주를 보고 다락방님의 서재가 맞구나 안심..ㅎㅎ
 

프라하 그리고 와이너리!
화이트 와인 5종, 로제 와인 1종, 레드 와인 2종을 마셨더니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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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5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군요!
맘껏 즐기고 오시길^^

세실 2017-10-0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를 만끽하시는 다락방님! 부럽도다~~~

clavis 2017-10-06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는 그대는...♡♡♡

transient-guest 2017-10-12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하 하고도 와이너리라니.. 정말 좋습니다. 여긴 얼마전에 큰 불이 나서 나파밸리 일대가 다 타버리고 있네요..-_-:
 















이소라는 자신의 노래 '바람이 분다' 에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라고 했더랬다. 맞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어디 추억만 다를까. 나와 너 사이에 있었던 아주 많은 일들은 우리 서로에게 완전히 다른 식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뭐니뭐니해도 섹스가 그렇지 않을까. 숱한 남자들이 섹스 후에 '좋았어?'라고 묻는건 사실 대체적으로 '네가 만족했는지 알고싶어'의 물음이 아니라, 이미 답이 정해진 물음일 것이다. '응 좋았어.' 이 말을 듣기 위해 묻고, 그 말을 기어코 들어낸 후에는 '나는 섹스머신이지 우후훗' 하려는 게 아닐까. 여자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과 섹스를 한 남자들이 자신이 섹스를 아주 잘하는 줄 알고 있다는 데에 깜짝 놀란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럴때마다 당황스럽다고. 그러나 어릴 때부터 남자의 자신감을 죽여서는 안된다고 배운 우리는 응 좋았어, 라고 말해버리고 만다.



나나는 육체적 매력이 어마어마한 여자다. 비너스 역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는데, 세상에, 많은 남자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거다. 첫 공연 후에만도 집에 찾아온 남자가 여럿이다. 스무살도 안된 어린 남자부터 유부남까지, 나나와 잠자리를 가진 남자는 많은데, 나나는 그중에서도 뮈파 백작과 꼭 연애를 하고 싶었다. 뮈파 백작이 우아해보이고 돈도 많아 보여서 어떻게든 꼬셔보고 싶었다. 그게 잘 안되어서 마침 자기에게 구애를 하던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심지가 굳은 뮈파백작은 흔들리지 않으려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나의 관능미에 굴복하게 되고, 그렇게 허구헌날 괴로워하다가 드디어 뮈파백작은 나나랑 자게 된다. 



그날 밤 그녀는 뮈파 백작과 잤다. 그러나 재미는 없었다. (p.254)



아.... 재미가 없었다니........ 쓰읍....... 그랬구나.... 하고 다음장을 넘기는데, 석 달 뒤가 나온다. 석 달 뒤의 뮈파 백작을 보자.




게다가 그는 석 달 전부터 관능의 도취 속에 살았기 때문에 그녀를 소유하겠다는 욕망 외에는 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뒤늦게 눈을 떠서 허영심도 질투심도 자리잡을 곳이 없는, 마치 어린아이 같은 탐욕이었다. 오직 구체적인 느낌만이 그를 자극했다. (p.257)




재미는 없었다고 나나가 생각한 그 시점부터 뮈파 백작은 관능의 도취 속에 살았단다. 나나는 재미없는데 뮈파 백작은 어린아이 같은 탐욕에 시달려 살았단다. 뮈파 백작은 나나를 잃을까 두렵고 나나가 거짓말 하는 게 괴롭고 나나가 자기를 버릴까 걱정된다. 아,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뮈파 백작은 어린아이 같은 탐욕에 시달리는데, 나나는 재미없었어...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제르베즈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나나》에 대한 기대가 몹시 컸는데, 중간까지 읽은 지금 나나는 재미없다. 그만읽을까 생각할 정도로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 그리고 나나에 대해서도 또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딱히 공감이 되질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공감되지 않으면 멀찌감치 떨어져서라도 뭔가 재미가 있어야 되는데 재미가 없고 지루해. 화려한 연극 무대와 자기 육체에 흠뻑 빠진 나나 라는 여주인공이 나오는데도 아아, 재미없어.... ㅠㅠ 이 책 두꺼운데 아직 절반 밖에 못읽었고, 그만 읽을까 싶지만, 아니야, 그래도 에밀 졸라니까 끝까지 읽어보겠어! 한다. 먼저 읽은 친구가 《제르미날》은 정말 재미있다고 하는데, 아아, 나나가 재미 없으니까 제르미날에 대한 욕망이 1도 안생긴다. 목로주점이 짱인 것이야. 나는 얼른 나나 읽고 남동생에게 권하려고 했는데, 남동생한테 굳이 읽으라고 하지 않아도 되겠다. 쩝...





어제는 퇴근 무렵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별 거 아닌 일이었지만 어쨌든 보쓰 때문에 나는 확 짜증이났고, 그러자 어묵탕이 먹고 싶어졌다. (응?) 사실 인과관계가 그렇게 되는 건 아닌데...어쨌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어묵탕에 소주를 먹고 싶었고, 일전에 제부가 어묵탕을 맛있게 끓여줬던 게 인상깊었던지라 퇴근하면서 제부에게 전화를 걸어 어묵탕 끓일 때 뭐 넣었었어요? 물었고, 제부가 말해주는대로 아이폰 메모장에 적었다. 뭐 사실 적을 것도 없이 국간장, 다시다, 무우, 고춧가루 약간...같은 거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엄마에게 메세지를 보내 퇴근 후 바로 집에 갈거라 알렸고, 집에 가서 어묵탕 끓여먹을 거라 어묵 사갈거다 얘기했다. 엄마는 알겠다며 지금 아빠랑 시장에서 칼국수를 먹고 있다 하셨다. 나는 그참에 시장에서 어묵 좀 사다달라고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가 칼국수 먹고 들어가면서 어묵 사갈까?



나는 씐나서 응, 안그래도 부탁하고 싶었어, 엄마 집에 무우 없으면 무우도 사다줘, 했더니 엄마는 응, 엄마가 들어가면서 어묵이랑 무우 사갈게, 하시는 거다. 나는 이 사소한 일이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감사했다. 그리고 엄마는 집에 제육볶음 있는데 상추 사갈테니 싸먹을래? 하셔서 내가 응!! 했다. 집에 소주는 있으니 안사도 되고, 시장에 들리지 않아도 되니, 나는 시간을 절약한 셈이었다. 우후훗. 엄마는 한차례 다시 전화해서는 집에 김밥도 있는데 계란물 입혀 부쳐 먹으라는 거였다. 알겠어, 그건 집에 가서 생각해볼게, 하고는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서 집에 가는 길에 이 일에 대해 칠봉이에게 말하니, 칠봉이는 혹시 엄마가 어묵탕도 끓여두시는 거 아닐까, 했고, 나는 아니, 설마... 그리고 내가 그걸 부탁할 순 없지. 내 술안주인데, 엄마가 어묵을 사다주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끓여달라고까지 해...하고는 집에 갔는데, 엄마가 어묵탕을 끓이고 계셨다!!!!!!!!!!!!!!!!!!!!!!!!!!!!!! 엄마 사랑해 ♡




나는 정말 지쳤었고, 우울하고 짜증이 났었고, 스트레스 가득했었는데.... 왜 내게 이런 보쓰가 내려져서 나는 이토록 힘이든가, 하면서 또 스스로에 대한 원망도 했었다. 어째서 내 성격은 이모양이어서 그냥 넘기지를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가, 내가 지금보다 좀 더 무심한 사람이었다면 좋았을것을... 같은 거 생각하고 집에 왔는데, 엄마는 나를 위해 어묵탕을 끓이고 계셨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이 작은 일에 어쩐지 폭풍감동 하게 되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랑 마주보고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엄마 고맙다고 했다. 이러이러했는데 엄마가 이러이러해주니 너무 고마워. 그리고 덧붙였다. 엄마, 나는 부모복, 엄마복이 있는 것 같아. 엄마가 나를 사랑해주는 거 내가 너무 잘 알아서 이렇게 화가 나도 버티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 라고. 엄마는 어묵탕 가지고 뭘 그러냐고 하는데, 아니 엄마, 너무 화난 채로 집에 왔는데 엄마가 나 먹으라고 어묵탕 끓이고 있는 걸 보니까 아아, 나는 이 사랑으로 견딜 수 있는거구나 싶더라고. 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진짜 엄마복 아빠복 형제복 다 타고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엄마랑 얘기하다가 엄마 처녓적 얘기도 하고 신혼 무렵 얘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퍼뜩, 분노의 포도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로저샨의 선택에 대한 부분에서 내가 빡쳤다는 페이퍼를 얼마전에 썼는데, 그 때 나는 '내가 로저샨이라면 그 선택 하기 싫다'고 했더랬다. 댓글들로 여성분들이 그 부분 자신들도 찜찜했다고 하셨는데, 어느 분이 '어느 엄마가 딸한테 그런 선택을 하게 하겠냐' 하셨던 게 기억난거다. 그 댓글 읽고 나는 '어? 그러네? 나는 내가 로저샨일 경우만 생각했는데, 로저샨의 엄마라면? 하게 된거다. 내가 로저샨의 엄마였으면 나는 로저샨의 엄마같은 생각, 그 선택을 딸에게 무언으로 부탁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별 고민의 여지도 없이 '아니'인거다. 그래서 나보다 더 오래전에 태어난(이라고 해봤자 고작 이십년 정도긴 하지만), 그리고 더 어렵고 가난하게 살았던 엄마한테 물어보고 싶어진 거다. 일단 딸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는 나는 밝히지 않았었으나, 요즘 좋은 글을 한껏 써주고 계신 syo 님의 페이퍼에는 나와 있으므로, 궁금하신 분은 그 분의 최근 페이퍼를 읽어 보시면 되겠다.



나는 책의 줄거리를 말하고,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말하고 또 마지막에 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엄마에게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로저샨의 선택에 대해 말을 시작했는데, 내가 엄마한테 '엄마는 어떨 것 같아?' 묻기도 전에 화를 내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어떤 엄마가 그러냐!' 하시는 거다. '나라면 너한테 그러라고 하지 않아!' 하시면서, 음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나누어줄 수 있다, 죽어가는 사람을 그렇게 살릴 생각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내 딸한테 젖을 먹이라 한다고? 야, 안돼. 그걸 왜 하냐. 야..그걸 ... 하시면서 엄마는 엄청 분노하셨어. 아아... 엄마......... 


그러니까 딸이 되는 나와, 엄마가 되는 우리 엄마 모두가 '그러기 싫다' 하는 일, 그것을 스타인벡은 자신의 책에 결말로 떡하니 써놓은거다. 나는 엄마랑 얘기하다가 그랬다.



젖도 없는 놈이 왜 남의 젖가지고 함부로 그러는걸까, 엄마?






















오늘은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 나의 스트레스를 다스리자고 생각한다. 연휴가 끝나면 매주 수요일에 페미니즘 강의를 두달간 들으러 다니기로 했고, 연휴가 끝나면 한 청년과《제2의 성》을 함께 읽기로 했다. 아아 바뻐.... 바쁘구나..... 바쁘네? 나 너무 바빠서 막 쓰러지면 어떡하지? 보약 한 재 지어먹어야 하나 진짜? 제2의 성은 2017년 안에 완독이 목표인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어이쿠, 구몬이 또 밀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휴동안 여행이 계획에 있고 긴 비행이 당연히 따르는 바, 그래, 이렇게나 밀린 구몬, 추석연휴라고 2주치를 줘서 양이 엄청 많아져버린 구몬, 비행기 안에서 해버리겠어!! 했지만, 나의 친구들이 말렸다고 한다..... 심지어 한 명은 구몬을 끊어버리라고 했어... 아아.............아니야, 내가 해보이겠어, 기어코 해보이겠어, 영어의 신이 되겠다!!!!!!!!!!!!! 나는 이제 막 be going to 와 will 을 마친 참인데, 아아, 이제는 어떤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영어의 신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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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7-09-29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나나는 재미 없었대.

2.어묵탕

3.젖도 없는 놈이..

결국 젖에서 저는 미친 x처럼 웃었네요.ㅜㅜ
엉엉-사람들 다 나 이상하게 봐요.

다락방 2017-09-29 10:05   좋아요 2 | URL
1. 나나는 그렇지만 끝까지 읽어보려고 합니다. 불끈!
2. 어묵탕은 소주 안주로 끝내주죠!
3. 젖도 없는 놈이 왜 남의 젖 가지고 그러는가 몰라요. 흥!!

knulp 2017-09-29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남자의 역할, 남자의 말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글입니다. ㅎㅎ 저도 좋았어 질문하는데. 쩝...

다락방 2017-09-29 10:06   좋아요 0 | URL
좋았어 질문은 저도 하는걸요. 그 질문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서로 의견을 끊임없이 묻고 나누는 건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저 질문이 아주 많은 경우 답을 미리 정해놓고 한다는 데에 있죠. 저는 그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겁니다. 하핫.

2017-09-29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제르미날과인간짐승은재밌습니다. 2.나나는 읽다말았어요.
3.구몬은 끊지 마시고
4.여행 페이퍼는 기대하겠습니다^^^^

다락방 2017-09-29 10:07   좋아요 0 | URL
1. 제르미날과 인간짐승은 그렇다면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요 ㅠㅠ)
2. 나나는 저만 재미없는 게 아니군요. -0-
3. 구몬 계속 해보겠습니다. 영어의 신!!
4. 네네, 다녀와서 꼭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하하하핫.

단발머리 2017-09-2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제르미날과 인간짐승, 나나, 목로주점은 모두 다 아직이예요.
2. 구몬은 끊지 마시고
3. 여행 페이퍼는 당근 기대하고 있어요~~
4. 젖, 문제는 .... 요즘 좋은 글을 한껏 써주고 계시며 더 자주 써주셔야할 syo님의 페이퍼 보고 알게됐는데,
잠깐 눈을 의심했습니다. 제목으로만 알던 명작 <분노의 포도>의 결말이 그렇다는데 전 잠시...
분노의 포도, 혹은 분노의 복숭아 내지 분노의 수박이 되었습니다.
5. <제2의 성> 진심 응원합니다. 전 어제 304-338 읽다가 두 번 잠의 유혹과 포기의 속삭임과 마주쳤습니다.
청년과 함께라면 전진, 전진하시리라 믿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7-09-29 10:10   좋아요 0 | URL
1. 단발머리님이라면 목로주점 읽고 페이퍼를 연달아 몇 개나 쓰실 수 있을 거라 감히 확신합니다!
2. 영어의 신이 되겠습니다!!
3. 가자마자 아름다운 풍경 북플에 올릴 수 있도록 할게요. 최선을 다하겠어요. 불끈!
4.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다가 끝에 진짜 너무 놀랐습니다. 지금 시방 이것이 뭐라는겨???????????????? 하고 말이지요. 저는 너무 당황하고 놀라고 나중엔 화까지 났는데, 그 느낌을 알라딘에 기록하자 다른 분들도 그랬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분노의 포도 결말이 그럴 줄은 몰랐어서..진짜... 지난번 필립 로스 처럼,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 해놓으면 참... 하아 답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
5. 단발머리님을 보고 자극받아 청년과 저도 시작하려는 겁니다. 단발머리님 아직 많이 남으신거죠? 우리 청년과 단발머리님과 저와 이렇게 셋이서 이번 해 안에 완독합시다!!

독서괭 2017-09-2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의 어묵탕에 함께 감동받던 중 젖도 없는 놈이.. 에서 푸훗 터졌습니다. 어머니와 친구처럼 많은 얘기를 나누며 사시는군요. 복 받으셨습니다^^
우린 왜 남자의 자존심을 상처주면 안 된다고 교육받으며 자랐을까요. 우리 자존심은 어쩌고. 여자는 자존심 따위 없고, 모성 본능으로 모든 걸 극복해낼 수 있는 존재인 것처럼.

다락방 2017-09-29 11:02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저도 엄마의 사랑을 엄청 느낀 하루였어요. 진짜 엄마복 있구나, 생각했어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엄마랑 책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좋았고요. 엄마가 저랑 같은 지점에서 분노해서 되게 신나더라고요.

왜 어릴 때부터 남자 기죽이면 안된다고 학습되어졌는지, 왜 남자 기살리기 위해 우리는 솔직함을 감춰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많은 것들을 참아오며 살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그래서 지금 남자들이 성평등을 외치는 페미니스트가 못마땅한게 아닌가 싶어요. 계속 자존심 살려주고 우쭈쭈 해줘야 되는데 ‘싫어!‘라고 해버리니 말예요.


clavis 2017-09-30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저도 엄마 보고싶네요ㅠㅠㅠㅠ엄마아~~!!
2.저는 락방님이 저를 좋아하시는줄 알았는데ㅠㅠ
3.구몬은 끊지 마시구요
4.여성적 글쓰기,영어의 신,사유의 귀재 락방님 만세!
5.제가 그래서 늘 스트레받았던거네요.싫다고 말하면서 솔직하게 살거에요!젖도 없는 놈들이ㅋㅋㅋ아 정말 락방님이 스트레스 받았던 이야기 덕분에 스트레스 막 풀린다요♡♡♡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7-10-01 13:40   좋아요 1 | URL
클래비스님, 추석연휴에는 엄마 보러 가시나요? 보고 싶은 사람 보면서 삽시다, 우리. 엉엉 ㅠㅠ
당연히 클래비스님을 좋아하지요.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히히. 구몬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물론 아직 밀린 구몬 시작도 안했지만...) 여성적 글쓰기는 하고 있으니 곧 영어의 신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충성!!
언제나 제 글을 기쁘게 읽어주셔서 참 기쁘고 고맙습니다. 클래비스님, 연휴 잘 보내세요. 지금 여기는 비가 옵니다. 조금씩요. 내일도 늦잠잘 수 있다는 생각에 저는 너무 씐나요! >.<

2017-09-30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01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7-10-0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쭈쭈 해줘야하는데 싫어라고 했다가 완전 집으로 갈뻔했습니다ㅠ엄마대신 언니 볼거구♡사람의 한마디가 이렇게 크네요..그냥 뭐..남들의 즐건 명절처럼 보내려다 벌써 두어개나 실천했떠요
1.참새들의 합창,이라는 잼난 영활봤고요
2.계량컵에 맞춘 딱 맛난 라면을 밤 10시에 먹었습니다♥

아아 락방님♡♡싸랑스러우신분!!!

다락방 2017-10-11 07:57   좋아요 1 | URL
저는 여행 내내 밤마다 컵라면을 먹었더니 피부가 아주 난리가 났어요. 몸무게도 늘어났고요. 여행이란 무엇인가..어째서 사람을 이렇게 망가뜨리는가.. ㅎㅎㅎ

그나저나 연휴가 끝났네요. 하늘도 연휴가 끝난 걸 같이 슬퍼하는 모양입니다. 비가 와요. 흙흙흙 ㅜㅜ

비연 2017-10-0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 읽을까 했는데... 급망설여지는 페이퍼네요.
한청년과 <제2의성>을 읽기로 했다는 말에, 급부러워지기도 하구요.

다락방 2017-10-11 07:57   좋아요 0 | URL
저 아직도 나나를 다 못읽었어요. 연휴동안 책을 한 권도 아니, 한 장도 못읽었네요. 긴 비행이라 책 몇 권은 금방 끝낼 줄 알았더니 오며가며 무겁게 들고다니기만 하고 읽지는 못했어요. 하핫. ㅠㅠ

비연 2017-10-11 08:51   좋아요 0 | URL
여행을 갈 때는 정말, 바리바리 들고 가는 게 책인데, 정작은 한 권도 제대로 못 읽는 게 현실..=.=;;
근데도 여행 갈 때마다 꼭 가져가게 되는. 저도 이번에 타이완 갈 때 책 두권 가져갔는데 오는 비행기에서
첫 책의 5장인가 보고 깨꼬닥... 했다가 영화... 쩝...

에디터D 2017-10-0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읽다보면 책 내용보다 페이퍼가 재미있어서 재미없다는데도 읽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오뎅탕 먹으면서 꼭 나나를 읽고 싶네요.ㅎㅎ 아닌가. 분노의 포도를 읽어야 할까요.^^

다락방 2017-10-11 07:58   좋아요 0 | URL
둘 중에 한 권을 선택하시겠다면 분노의 포도를 추천하겠습니다. 나나는 아직도 제가 완독을 못하고 있어요. 긴 비행에 동반자로 선택했는데도 못읽었네요. 비행기안에서는 어찌나 잠이 쏟아지는지.... 하하하하핫

헤헷.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읽고 더 열심히 써야겠어요. 불끈!
 


















분노의 포도를 다 읽은 나의 마음은 참으로 복잡하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었는데, 중간중간 턱턱 걸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 시대가 그랬으니 뭐 이런다고 내가 뭘 어쩌겠나, 하는 심정으로 재미있는 부분에 더 집중을 해서 읽었다. 그렇지만 결말까지 읽고나자 좀..... 슬퍼졌다. 기운이 빠졌다고 해야할까. 처음에 맞닥뜨린 결말은 헉! 뭐지? 이런거였는데, 그래, 어떤 취지인지 잘 알겠다, 아무리 힘들고 고단한 상황에 맞닥뜨려도 인간은 다른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는 말을 하려고 한 것 같은데, 하아- 이 웅장하고 따뜻한 결말 앞에 나는 '대체 왜 이래야 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이거 싫어.... '하게 되었다.


결말은 그 성격상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내가 여기에 밝히진 않겠다. 다만, '한 여자가 어떤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기회가 이쪽 과 저쪽에 대해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책에서 쓴 결말이 아닌, 다른 결말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 여기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최애캐, 수키를 생각했다.


























주인공 '수키'에게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수키를 너무나 피곤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으면 좋을 것 같지만, 듣고 싶지 않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수키에게 참 힘든 일이다. 모르고 싶고, 알고 싶지 않은데 알아야 하니까. 그런 수키가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그렇게 뱀파이어 빌과 사랑을 나누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뱀파이어인 에릭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물론 중간에 호랑이로 변신하는 종과도 사랑에 빠지게 되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만 수키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수키의 솔직함에 있다. 수키는 착한사람 컴플렉스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한다. 혹여라도 자기가 나쁘게 보일까봐, 혹여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봐 자신에게 상처주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서 그녀는 항상 입밖으로 할 말을 다 해낸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그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한다.


시리즈 몇 권에서 나온건지 모르겠는데(그래서 그냥 죄다 링크해버렸다), 그녀의 능력을 알게된 도시의 경찰이 그녀에게 자신들과 함께 일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수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면 범죄자를 잡아내는 데 엄청 유리하게 이용될테니까. 그러나 수키는 거기에 '아니오'를 말한다. 아니, 나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이렇게 결정하는 수키가 너무나 놀라웠고 그리고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수키는 자신의 능력을 경찰과 함께 범죄자를 잡는 데 사용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키 개인을 위해서라면 수키는 힘들게 사는 것을 거부한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그 힘든 길을 가고 싶지 않다. 여기에 경찰도 수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수키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지만, 책 속에서 그 누구도 수키에게 나쁜년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앞으로 범죄가 일어난다면 니 탓이야'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게 아주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분노의 포도》로 돌아와 '로저샨'을 생각한다. 



로저샨은 어머니의 무언의 부탁, 눈으로 하는 부탁을 수락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죽어가는 한 생명을 살리게 된다. 이렇게 끝을 맺으면서 분노의 포도는, 이렇게 역경이 닥쳐오고 닥쳐오고 또 닥쳐와도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니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이 결말은 대단하다고 생각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로저샨이 되는 순간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일단 내가 로저샨이라면, 나는 로저샨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선택은 내가 하기 '싫다'. 나는 어머니의 무언의 부탁이 내게 닥쳐와도, '나 그거 싫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할 것이다. 그 선택은 강제되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반드시 해야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싫다'고 당연히 말할 수 있다. 그 선택은 법으로 결정된 것도 아니고 내 의지에 관한 것이니까.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한 사람의 삶이 달려있다는 거다. 그러니 울며겨자먹기로 어쩔 수없이 '싫지만'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버리게 되는거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에 나에게 가해질 비난이 나는 두려울테니까. 


일단 나는 '싫다'고 할거다. 왜냐하면 내게는 싫다고 말할 자유도, 권리도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싫다고 했을 때 그 다음에 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닥칠까? 그 시대적 배경상 많은 사람들이 내게 


'네가 다른 선택만 했어도 그 사람이 살았을텐데...' 라고 할 것이다. 나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졸지에 누군가를 죽음에 몰아넣은, 죽음을 방치한 사람이 된다. 문제는, 그렇다면 그것이 왜 '내게만' 선택해야 하는 일이 되느냐인데, 거기엔 그녀가 '여성'이라는 게 아주 큰 요소가 된다. 남자는 할 수 없었다. 남자에겐 애초에 선택의 기회, 혹은 선택의 의무 자체가 주어질 수 없는 결말이었다. 또한 '나이든 여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일은, 로저샨 이기에 가능했다. 그러니 '네 선택이니 네 마음대로 해'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무도 '네가 꼭 해야만 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하지 않았을 경우에, '쟤가 그렇게 선택만 해줬어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걸 알면서, '나는 싫으니까 선택하지 않겠어'가 되기가 너무나 힘들다. 진짜 싫지만 나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며 그 싫은 걸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선택했고 한 사람을 살렸으므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옳은' 선택을 한, '숭고한' 여자가 될 것이다. 아, 너무 싫다. 나는 숭고한 사람도 뭣도 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왜 내가 그래야 하는가... 


로저샨의 선택은 로져산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말 그대로 '빼도박도'못한 상황 에서의 선택이었다. 넌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지, 가 가능하다지만, 이래도가 아니라 저래도를 선택했을 때 내가 살아갈 그 다음 생은 과연 어떤 걸까.... 두 눈 딱 감고 이걸 하자, 이렇게 싫지만 한 생명을 살리자, 를 선택했다해서 내가 기쁠까? 나는 그 남자가 꼴도 보기 싫을 것 같고 세상을 우울하게 살 것 같다. 이걸 선택해도 저걸 선택해도 내가 마냥 기쁘고 행복할 순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이 소위 옳다고 말하는 걸 위해서 정말 싫은 걸 해야했으니까. 그런데 만약 싫어서 선택 안했다면 죽음을 방치한 사람이 될테니까. 왜 로저샨에게 이런 상황이 닥쳐야하지? 왜 이렇게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상황속에 몰아넣고야 마는거지? 아 싫어... 정말 싫다...... 처음엔 충격적이었지만, 곱씹어볼수록 뭔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만든 결말이라, 너무나 짜증난다. 이것이야말로 성녀프레임 아닌가. 



















《식스 센스》는 내가 대학시절 우리 삼남매가 함께 극장에서 본 영화였다. 그 당시에 반전 때문에 엄청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고 있고, 반전을 알고 난 후에 다시 보는 영화는 어떨까 다시 보고 싶다, 생각은 했지만 아직까지 다시 보지는 못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며칠 전에 텔레비젼에서 이걸 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오오, 이거 보자, 하고는 와인을 앞에 두고 홀짝이며 나는 남동생과 함께 이 영화를 중간즈음부터 보기 시작했다.


주인공인 소년은 고작 초등학생인데 유령을 본다. 유령을 보는 게 너무 무섭고, 그래서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자신이 유령을 본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도 못하고(어차피 믿지도 않을테니까), 그래서 '어딘가 이상한 애'가 되어있다. 이 아이에겐 그래서 상담사인 브루스 윌리스가 찾아온다.


아이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엄마도 아직 자신의 아들이 유령을 본다는 것을 몰랐을 때, 자신의 머리삔이 왜 항상 네 책상에 있는거냐며, 왜 가져갔느냐고 묻는다. 아이는 자신이 가져간 것이 아니라 말한다. 아이의 엄마는 일하고 온 뒤라 지치고 피곤한데 아이가 자신의 앞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아이와 단 둘이 사는 곳인데 자신의 머리삔이 항상 아이 책상에 가있다. 자기가 자기 자리로 돌려놔도 또 가있고..그런데 아이는 자신이 가져간 게 아니라고 말하니, 이 얼마나 당황스럽단 말인가. 그러니 엄마는 아이가 내가 가져갔다, 잘못했다, 고 말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아이는 계속되는 물음에도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는 거다. 이에 엄마는 화가나서 아직 밥을 먹고 있는 아이에게, 


밥 다 먹었으면 일어나.


라고 말하고, 아이는 밥을 먹다 말고,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거짓말쟁이가 되어 자신의 방으로 우울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나는 이 영화에서 소년이 유령을 본다는 것, 엄마랑 둘이 산다는 것, 브루스 윌리스는 아이들을 상담해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등을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이런 상세한 내용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던 바, 이 장면들을 보는데 너무 막 마음이 아픈 거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가 눈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한다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런데 아이는... 아닌데 자꾸 자기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이 상황이 얼마나 속상했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외롭고 고독하겠다 싶은 거다. 아이는 외롭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데 마침 그때 또 유령이 나타나고, 아이는 너무나 무서워서 자기의 베개를 가지고는 다시 엄마에게 온다. 그리고 기 죽은 목소리로,



엄마. 혹시 많이 화나신 게 아니라면 저 오늘 엄마랑 같이 자도 돼요?



라고 묻는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이 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제발 거부하지 말아달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지금 그 아이 너무 무섭고 외롭고 고독하다고, 지금 내치면 아이가 너무 아플거라고, 그러니까 제발 안아주고 함께 자달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내 기대를 그대로 받아들인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끌어안고서는,



엄마 화나지 않았어.


라고 말한다. 같이 자자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는 진짜 눈물을 줄줄 흘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는 아이를 안고서는 너 그런데 왜이렇게 몸이 차갑고 떨고 있냐고 말하면서 아이를 꼭 안아주는데 너무 좋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이런 장면들이 있었구나. 한 이십여년쯤 전에 이 영화를 볼 때는 이런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 같은데, 아아, 이걸 지금 보니까 미쳐버릴 것 같네, 나는 사람이 고독하고 외로운 걸 보는 거 너무 힘들고 아픈데, 그게 아이라면 더 미칠 것 같아 ㅠㅠㅠ 저 아이 얼마나 자기 마음을 다 꺼내보이지도 못하고 사람들이 믿어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외롭고 고독하고 아플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서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되었는데,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아이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엄마에게 고백하기로 한다. 엄마, 저 유령이 보여요, 라고. 엄마는 트래픽 잼에 놓여있어서 짜증이 나있는데 대체 얘가 무슨 얘길 하는건가 싶어서 아이를 보고, 아이는 지금 저 앞에 교통 사고가 나서 우리가 이렇게 차가 막히는 거고, 그걸 다친 아줌마가 내 옆에 와서 말해주고 있다고 얘기한다. 엄마는 놀라서 아이를 보는데, 아이는 돌아가신 외할머니 얘기를 한다. 할머니가 항상 자신을 찾아온다고, 그리고 엄마에게 이런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면서 할머니가 전한 말을 엄마에게 들려준다. 그것은, 엄마와 할머니만 아는 사실이었으므로, 엄마는 아이의 말을 듣고 믿을 수밖에 없고, 엄마에 대한 원망과 오해가 풀려서 그리고 아이가 그런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엉엉 운다. 아이도 엉엉 울고, 나도 엉엉 울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식스 센스가 사람 울리는 영화였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토요일 안산에 가서 여동생네 가족과 저녁상겸 및 술상을 앞에 두고, 식스센스를 다시 본 것에 대해 얘기를 했다. 야, 그거 외롭고 고독한 영화더라, 하면서. 그러자 남동생이 여동생에게 말했다.



"큰누나 그거 보면서 대성통곡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부끄럽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아이가 힘든 거 너무 못보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성통곡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보고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보지 말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휴, 아이 힘든 걸 어떻게 또봐. 식스센스가 이런 영화였다니. 흑 ㅠㅠ 영화가 끝나고 자막 올라가는데 사말란 감독의 이름을 보고, 아이고 사말란 이사람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 이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든 그렇다.

책이든 영화든 그게 뭐든, 내가 어릴 때 봤던 거랑 지금 봤던 거랑 다르다. 내가 이만큼의 삶을 또 살아왔고 그만큼의 경험치가 늘었으며 또 생각과 시야도 달라졌다. 어릴 때 봤던 식스센스는 반전 있고 유령 나오는 영화였는데, 지금 다시 본 식스 센스는 아이의 외로움과 고독함이 너무도 사무치는 영화였다.

분노의 포도를 내가 한 이십년전쯤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로저샨의 선택이 숭고한 선택이었다고 추켜세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선택을 진짜 하기 싫다고 생각한다.




오늘 회사에 엄청 일 많아서 내가 이렇게 페이퍼 쓰고 있으면 안되는데, 그래도 어떤 사람들이 내 글 기다린다고 말하고 좋다고 말해줘서, 에에 일이 다 무어냐, 페이퍼를 쓰자~ 하고는 페이퍼를 쓰고야 말았다. 역시 칭찬은 다락방을 춤추게는 못하지만 글은 쓰게 하는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큰일이다. 퇴근까지 세시간 밖에 안남았는데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이걸 다 어떡하지.... 시간을 돌리면 내가 페이퍼를 안썼을까? 라고 물어보면, 나는 그래도 썼을 사람....


그럼 이만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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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9-25 15:38   좋아요 2 | URL
아, 님도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에 기분 안좋아지셨군요. 아 저 진짜 하루종일 찝찝하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계속 생각나면서 생각날 때마다 더 싫어지더라고요 ㅠㅠ 왜 이여자한테 이런 상황을 줘서 이런 선택을 하게 하지 .. 이게 남자 작가가 쓴 거라서 이렇게 된거라는 생각이 너무 지배적이에요. 너무 싫어요 진짜 ㅠㅠ

저는 소설 속 그 남자가 그렇게해서 살았다면, 그 다음에 그 여자가 제여자인줄 알고 어떤 식으로든 폭력을 쓰진 않을까 너무 걱정돼요. 결말 싫어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나와같다면 2017-09-2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에 깊게 배인 슬픔..
그때 그게 그런 의미였구나..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이렇게 인사를 해요

˝내일 만날 것처럼 인사해도 되죠?
그냥 척이라도..˝

다락방 2017-09-25 17:06   좋아요 0 | URL
아아... 나와같다면님은 영화를 자세히 기억하시는군요.
네, 마지막 장면이 그랬어요. 이제 헤어짐을 말하는 브루스 윌리스에게 아이는 ‘내일 만날 것처럼 인사해도 되죠? 그냥 척이라도..‘ 아아 ㅠㅠ 이건 진짜 폭풍눈물 흘리게 하는 영화예요 ㅠㅠㅠㅠㅠ
그리고 마지막에 브루스 윌리스가 나애가 잠든 틈에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도요. 흙흙 ㅜㅜ

망고 2017-09-25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분노의포도 참 좋아하고 대단한 소설이라 생각하는데 다락방님처럼 마지막부분에서 마음이 덜컥 했어요...그래서 전 이 마지막부분을 애써 잊으려 했고^^; 없는 부분 취급을 했었나 봅니당 그냥 휴머니즘을 상징하려는 강력한 한방 정도일 뿐이야 하면서요... 현실이라 생각해보면 소름이 돋아서요ㅜㅜ 근데 현실이라면 과연 딸의 엄마라는 사람이 그런 눈치를 줄 사람이 있을까...상상조차 하지 않을거 같은데 말이죠...ㅜㅜ 아무튼 분노의포도의 마지막부분에 대해 속으로만 생각했던걸 다락방님 글을 통해 다시금 떠올려본 시간이었네요 ㅎㅎ

다락방 2017-09-25 19:16   좋아요 1 | URL
망고님 댓글을 읽고나니 정말 그러네요. 어느 엄마가 딸에게 그런 걸 선택하게 할까 싶어요. 저는 제가 싫기 때문에 제 딸에게도 조카에게도 그걸 선택하라고 하지도 부탁하지도 않을텐데요. 어떻게 엄마가 딸에게 그걸.. 아 생각하니까 또 짜증나요 ㅜㅜ

비밀댓글님도 그렇고 망고님도 그렇고 저랑 같은 감상을 가지셨다니, 그걸 이 글에 댓글로 말씀해 주시다니.. 저는 제가 더 열심히 읽고 더 열심히 써야겠다고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어쩐지 응원이 되는 댓글이네요. 우리 계속 얘기합시다.

비연 2017-09-2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은 참... 뭐라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에요.
특히 여자들에겐 좀 찝찝함?으로 다가오는 듯.
문득 그 영화나 소설이 떠오르는 아침이네요.
그나저나 <식스센스>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왠지 뭉클했던 기억이.

다락방 2017-09-26 09:02   좋아요 1 | URL
비연님도 찝찝하셨군요. 이렇듯 읽었던 여성분들은 결말에 다 찝찝함을 느끼셨는데, 이 책은 어떻게 지금까지 아주 좋은 고전으로 남아오게 되었을까요.... 흐음......
그럴수록 더 많이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비연님.
이건 찝찝해, 기분 나빠, 이런 말들을 느끼는대로 해야겠어요. 세상에 더 많이 저의 의견을 그리고 여자들의 감상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쩐지 불끈!!

오만년만에 식스센스 다시 보고 엄청 울었네요 ㅠㅠ

버벌 2017-09-2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의 포도를 우선 순위에 올려둬야겟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언제 끝날지를 모르겠지만요. ㅠㅠ 락방님 글을 보고 더욱더 보고싶어졌어요. 분노의 포도가. 그런데 그걸 꺼내려면... 앞쪽의 책을 다 끄집어 내야.... ㅠㅠ

다락방 2017-09-27 16:14   좋아요 1 | URL
ㅎㅎ 버벌님, 앞쪽의 책 다 끄집어내고, 또 읽었던 책 내다 팔고...그렇게 분노의 포도 꺼내어 읽읍시다. 그리고 다 읽고 내다팝시다. 우리는 북테크, 책으로 재테크, 물론 돈 얼마 안되지만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요즘 읽는 족족 팔고 있어요. 읽는 족족 팔고 그 돈으로 또 책사고... 아하하하하하하하.

버벌 2017-09-27 16:27   좋아요 0 | URL
진짜 락방님... 처음 책을 팔러 갔을 때 그 기분이란... 적어도 한권에 천원은 받겠지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테크하렵니다. 저도 ㅋㅋㅋㅋㅋㅋㅋㅋ 첨엔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우울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또 희미해지더라는... ㅡㅡ;;;

다락방 2017-09-28 08:20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 팔 때는 아아 어떻게 팔지... 하는 마음이 되어서 팔 책 골라내는 것도 힘들었는데, 한 번 팔기 시작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안 읽을 책도 팔고, 읽은 책도 팔자.. 돈독이 올라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권이상 대량매입으로 팔기도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읽는 족족 팔고 매입불가 상품일 경우엔 회원에게 팔기로 올려놓고 그래서 최근에도 4,500원 벌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엔 눈에 불을 켜고 팔게 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