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의 과학 - 건강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는
크리스티네 기터 지음, 유영미 옮김 / 초사흘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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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터 부모님까지 영양제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은 남편 빼고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양제의 과학>의 저자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말하듯 잘 먹고, 잘 자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할 수도 있고, 이미 질병을 가지고 있다면 약의 효율을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되는 영양제(미량영양소)가 필요한 것도 맞다. 그런데 영양제의 종류도 너무 많고, 광고를 보고 있자니 어느 것 하나 부족해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시력부터 말초신경까지 문제가 발생할 것만 같다. 그럴 때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을 하면 개개인 마다 필요한 영양제 및 용량이 다르다는 것을 잊고 나와 비슷한 사람의 말에 맹신하기 마련이다. 영양제에 가장 솔직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건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약사일 것이다. 영양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비타민C는 과연 감기예방에 효과적인가? 또 감기에 걸렸을 때 복용해도 효과가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전혀 약을 먹지 않고 견디는 것 보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운동‘이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간단하게 효과적인 예방법도 있다. 손씻기. 팬데믹 시대 이후 전세계인이 이전보다는 당연히 손씻기를 잘 실천하고 있겠지만 ’약 20초, 생일 축하 노래를 두 번 부르는 정도의 시간(66쪽)‘을 지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감기에 이어 ’항산화‘와 관련된 영양제, 그리고 한 알에서 두 알이면 대부분의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멀티비타민‘의 유혹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복용중인 사람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중단했냐고 물어보면 그렇진 않다. 

그렇다면 항산화 영양제를 먹지 않는 편이 좋을까요? 이 물음의 답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
질병을 예방한답시고 필요하지도 않은 항산화제를 굳이 먹으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성 질환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93쪽

이 책의 특징이자 신뢰가 가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 중 하나인데 영양제를 두고 먹어라 말아라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먹고 있는 영양제가 체내에서 어떤 영향을 주며, 효과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실험 결과를 알려준다.

엽산은 음식을 통해 충분히 섭취하기가 어려운 영양소여서 가임기 여성의 95%는 이미 혈중 엽산 수치가 낮습니다. 게다가 장기간 피임약을 복용했다면 더 부족하지요. 그러므로 임신을 고려하고 있는 여성은 영양제로 엽산을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168-169쪽

사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 최소한 무엇을 ’자주‘ 먹지 말아야 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187쪽

다만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꼭 말하고 싶은 지점이 있다면 특정 부분만 읽고 모든 영양제를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복용중인 약이 있거나 특수한 상황이라며 현재 복용중인 영양제를 결코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저자도 그리고 서평을 적는 나 역시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처럼 ’약은 약사에게‘ 꼭 상담을 받아야 하고, 특히 질병에 의해 처방약을 복용중이라면 해당 의사와도 반드시 상담을 해야한다.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영양제 역시 모두에게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부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4부 5장, ’믿을 수 있는 건강 정보를 찾는 법‘을 우선 읽기를 권한다. 그중에서 ’코크란 라이브러리‘에 대한 글이라도 우선 읽기를 권한다. 제약회사의 휘둘리지 않고 정직한 결과를 소개해주는 곳으로 이 책에서 저자도 자주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날 코크란 연합에는 전 세계 130개국 이상에서 3만7,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의학 연구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체계적인 메타 연구, 무작위 대조 임상 시험, 근거 중심 의학에 대해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335쪽

@woojoos_story 진행으로 단체 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영양제의과학 #크리스티네기터 #초사흘달 #우주서평단 #건강
@woojoos_story @3rdmoo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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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의 탄생 - 신의 목소리와 인간의 응답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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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암스트롱의 《경전의 탄생》은 종교사를 다룬 책이라기보다 인간이 어떻게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전승해왔는가를 탐구하는 거대한 정신사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경전을 단지 종교적 교리를 기록한 텍스트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경전=책’이라는 인식이 매우 근대적인 산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오랜 세월 동안 경전은 읽는 대상이 아니라 노래하고 암송하며 몸으로 익히는 수행의 일부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금 우리에게 경전이라는 말은 기록된 텍스트를 의미한다(47쪽)‘는 지적이다. 우리는 경전을 문자의 집합으로 이해하지만, 고대 사회에서 경전은 공동체의 기억과 경험, 의례와 신화를 담아내는 살아 있는 문화였다. 인도의 베다와 만트라는 소리와 리듬을 통해 전승되었고, 중국의 유교 전통은 예(禮)를 실천하며 몸으로 가르침을 익히는 것을 중시했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형성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또한 저자는 신화를 사실 여부로 판단하려는 현대인의 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신화에 단일 판본이란 없다(144쪽)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고대인들은 하나의 사건을 여러 방식으로 이야기하며 그 안에 담긴 통찰을 전하려 했다. 따라서 경전은 역사 교과서나 과학 교재처럼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상징적 성찰로 접근해야 한다. 사실과 허구를 가르는 데 집중할수록 오히려 경전이 지닌 본래의 의미는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3부에서 다루는 종교개혁과 계몽주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오직 경전(Sola Scriptura)’과 ‘오직 이성(Sola Ratio)’이라는 흐름은 경전을 공동체의 의례와 실천에서 떼어내어 개인이 해석하는 텍스트로 변화시켰다. 이는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를 확장시켰지만, 동시에 경전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거나 사실 여부만 따지는 풍조를 낳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보지 못하면서 느린 변화를 일관성 없고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경험한다.˝ 일부는 서방 기독교를 천 년 이상 지탱해 온 신앙과 의례가이 새로운 세계와 더불어 고장 나버렸다고 느꼈다. 533쪽

암스트롱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신화와 상징, 의례가 담당하던 역할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경전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이다.

솔라 라티오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어 보인다. 우리는인권을 순수하게 이성적으로만 정당화할 방법을 발견한 적이 없기때문이다. 20세기는 특별한 사회적·문화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제1차 세계대전 때 아르메니아 대학살부터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보스니아 살육에 이르기까지 연거푸 대량 학살을 보여주었다. 723쪽

저자는 경전을 특정 종교의 권위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비움, 연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배우기 위한 인간의 문화적 유산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난 뒤에는 특정 종교에 대한 관심보다도 인간이 왜 오랫동안 성스러움을 추구해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
《경전의 탄생》은 결코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방대한 역사와 수많은 전통이 등장해 여러 번 되돌아가며 읽어야 할 만큼 밀도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경전을 둘러싼 편견을 걷어내고, 인간 정신의 깊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경전을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 그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습니다

#카렌암스트롱 #경전의탄생 #교양인 #우주서평단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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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지음 / 일레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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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제목이 강력해서 호기심을 자극시키지만 동시에 제목이 너무도 강력해서 차마 누군가 곁에 있을 때는 읽을 수가 없는 책, 모동섹. 모동숲은 알아도 모동섹은 몰랐던 내가 이제는 모동까지만 읖어도 모동숲이 아니라 모동섹을 떠올리게 될 것 같은 공감이란걸 했던 것 같다. 저자와 나이도 환경도 무엇보다 보다 더 찬란한 순간(이런 표현이 맞을라나)도 없었음에도 그냥 공감이 되었다. 기운없을 때 먹는 것으로 해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서 그 음식이 같은 게 아닌거랑 같은 맥락이라면 좀 이해가 되려나.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고, 얼굴을 내보이는 직업을 가진 내게 모처럼 ‘말을 걸어주는 책’이라서 좋았다. 두서없이 그냥 적자면 내게도 동묘와 관련된 추억이 있다. 저자가 그랬듯 외삼촌을 따라 동묘를 처음 가봤고, 그곳에서 낡은 LP 부터 도무지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모르겠는 여러 부속품들을 질리지도 않고 구경했던 시절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 혼자 갔던 동묘에는 호빵맥이라고 불리는 오래된 맥을 15000원에 팔고 있었던 충격적인 현장도 보았었다. 지금은 아예 자취를 감춘 그 모델이 10여년 전에 온라인 카페에서 동묘보다 정확히 10배 비싼 가격의 거래되고 있었다. 그래서 동묘는 내게 ‘찾기만 하면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씁쓸하게 가만가만 저자를 쓸어주고 싶었던 이야기도 물론 있었다. 가족이야기나 유학시절 이야기보다 이상하게 더 맘이 쓰였던 이야기들.

현관문이 열리기만 해도 신경이 곤두서던 꼬맹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나는 대상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함부로 사랑해대는, 사랑할 자격도 없는 인간임이 상기되었다. 75쪽

본가에서 키우던 개 말고 아파트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있었다. 함께 웃고 뛰놀았던 녀석들보다 홧김에 방문을 쾅하고 닫다가 하마터면 크게 다치게 만들 뻔한 그 강아지를 떠올리게 했던 글이었는데, 읽다보니 다시 또 미안해지고 마음이 아팠다. 꼬맹이도 나의 강아지도 이제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 우리보다 높은 곳에 있을테니 부디 그곳에서는 산책도 많이 시켜주고, 승질내는 인간도 없었으면 좋겠다. 분위기를 이어서 또 씁쓸한 이야기들을 꺼내보자.

나는 연애만 하면 살이 쪘다. 만나면 하는 일이라곤 먹고 마시는 것뿐이었다. 지루했다. 물론 영화도 보고 전시도 갔다. 그래도 종국엔 우리 그래서 이따 뭐 먹지? 였다. 166쪽

하루도 같이 있어주지 않는 사람과 하루라도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 전자를 택하자니 외로워져 후자를 만나는데, 그러다 보면 그 사람과 함께 죄책감과 자괴감이 삼종세트로 찾아오더라는 말씀. 184쪽


연애하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빛이나는 순간이 있다. 세상에 모든 연인들이 그런 사랑을, 연애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흔이 넘어서야 했다. 이전까진 나만 아니면 슬프고 절절한 사랑에 더 마음이 깊어지곤 했었다. 그게 얼마나 아픈줄도 모르면서. 모동섹을 읽으면서 그랬던 마음들이 참 미안해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갑자기 서른살이 되고 싶어졌다. 단순히 나이가 좀 어렸으면, 덜 늙었으면 싶은 바람이야 있었지만 ‘서른’ 그 괴로운 나이가 그리워진 까닭은 오직 이 책 덕분이었다. 경험은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 없는 나이, 무언가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그나이에 이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 싶은 아쉬움은 어쩔수가 없다. 그러니 서른이거나 서른인 적이 있거나 서른이 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모든동물은섹스후우울해진다 #김나연 #일레븐 #에세이 #추천
@elleve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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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위의 만찬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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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위의 만찬.

책을 펼치기 전, 영화 속 음식이나 관련 장면이 지나치게 많지 않기를 바랐다. 이미지가 활자보다 더 빠르게 눈에 들어올게 뻔하기 때문이다. 기우였다. 한 장면도 없었다. 이제 저자가 오랜기간 숙성시킨 쿰쿰할지라도 누가볼까 하나 더 집어올리고 싶은 텍스트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것도 밤새 읽고 다시 읽어도 저자의 의도대로 새로이 알게 되는 것, ‘난 이 작품 정말 좋았는데...’ 하면서도 즐겁기만한 내용, 아니 작품들로 가득했다.

우선 <기생충>의 소고기 짜장라면에 몰입했던 나와 달리 주류부터 놓치지 않고 점검해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설국열차> 와 옥자로 이어지는 봉준호 감독이 보여주는 음식의 디테일에 대한 분석도 좋았다. 하지만 바선생을 포함해 그렇게나 많은 벌레들이 어떻게 조리되어 섭취되는 것까진 알고 싶지 않았다(면서 다 읽고 또 상상도 함). 개인적으로 네 번이나 보았던 <디 아더스>는 남편을 위해 굽는 생일 케이크가 등장하리라 생각했던 예상을 깨고 ‘달걀 깨기’로 여성의 억압과 지금껏 잘못 알려진 모서리에 쳐서 깨기(소리내어 읽기는 민망함)가 아닌 제대로 달걀 깨는 법도 알려준다. 볶음밥(헤어질 결심 편 참조)에 이어 큰 깨달음까지 느끼게 해준 부분이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역시 저자와 내가 정확하게 호평만찬인 <라따뚜이> 그리고 <퍼펙트데이>. 전작은 정말이지 후속편 말고 다양한 굿즈를 내놓았음 좋겠다. 신혼 때 값비싼 식기나 조리기구 대신 남편에게 ‘라따뚜이 소품함’을 요구한 내게는 어설픈 래미 주니어는 상상도 하기 싫다. 후자는 입아플 만큼 영화와 관련된 책에서 앞으로도 계속 다룰테지만 그래도 이 서평의 마지막은 해당 편에 수록된 문장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

매일매일꼭 챙겨 마시는 이 세 음료만으로도 남자의 삶은 충분히 지탱되고 있으니, 그는 어느 출근길 니나 시몬의 ‘필링 굿‘을 들으며 환회를 비롯한 온갖 감정에 젖는다. 그리고 단지 표정만으로 ‘이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아니, 완벽하다‘고 말한다. 진짜 완벽한 나날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렇게 느낄 수 있는지 여부가진짜 중요하다고 남자의 다채로운 표정이 역설한다. 283쪽

#필름위의만찬 #이용재 #영화 #음식에세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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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라는 감각 꿈꾸는돌 46
김서나경 지음 / 돌베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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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나경 소설집, 우정이라는 감각 서평 @dolbegae79

고백컨데 청소년 소설을 읽는 이유는 두꺼운 고전보다 더 빠르고 재미있게 나의 두리뭉실한 고민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지금 적고 있는 <우정이라는 감각> 역시 그랬다. 특히 첫 번째 작품 ‘자꾸만 보이는 아이‘ 가 정말 좋았다. 내 삶의 주인공은 분명 내가 맞지만 사는 동안, 특히 청소년기에는 오히려 주변(?)인으로 머물면서 일부러 흐릿한 상태를 만들게 되는 때다 있다. 그렇게 흐릿해진 순간에 나와 정반대인 누군가와의 관계도 특별하지만 지호처럼 듣지 않은 줄 알았던 이야기를 쌓아주는 친구도 정말 소중하다. 모두가 우주에서 보면 아주 작은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는 말을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흩어지지 않도록 함께 떠들어주는 친구. 그런 지점에서 <십자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준다. 하지만 아이들이 견뎌야 할 여러 관문과도 같은 고통중에서 <궤도를 벗어나면> 의 영음과 정연과 같은 문제는 아마도 생애 어느 순간이 찾아오기 전까진 계속 반복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두 사람이 어떤 사고나 문제없이 정해져있다고 믿었던 길로 나아갔더라도 말이다. 아마도 그 고민을 긴 시간 해온 사람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7편의 소설 중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만한 이야기가 없어서 마음은 무거웠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생각과 현실을 간접적으로라도 느껴볼 수 있어 다행이기도 했다. 동시에 한 아이의 보호자가 된 이후 늘 하는 생각, 나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내게 던지는 작은 주파수를 잘 알아차리기 위해서라도 계속 읽어가야겠다.

#우정이라는감각 #김서나경 #소설 #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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