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기획하는 일 - 기획자는 어떻게 사람을 새롭게 읽는가
편은지 지음 / 투래빗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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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기획한다'는 말은 어딘가 불편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사람을 어떤 틀에 넣어 계획하고 도식화하는 행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람 기획이란, 누군가를 틀에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고유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발견하고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194쪽

위의 내용은 본문을 지나 '별첨' 부분에 등장하는 첫 문장으로, '사람 기획의 A to Z'를 소개하기 위한 글이기도 하다. 책을 다 읽은 뒤 마주한 '그 사람 고유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발견하고 설계하는 과정'이란 문장은 어쩌면 이 책을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사는 동안 배우고, 만나고 나누며 살아가는 모든 것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 편은지PD는 잘 알려진 예능<살림남>을 기획한 사람이다. 덕분에 잘 알려진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연예인들의 이야기, 특히 진솔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현재 사는 집에는 TV가 없다보니 오히려 아주 가끔 명절에 보는 예능은 낯선 만큼 재미있긴 했다. 어느샌가 생활밀착형 예능이 전부인데다 나보다 다 잘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굳이 봐야하나 싶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보통 '열악함'이라는 단어에서 긍정적 요소를 발견하긴 어렵습니다. 열악함은 곧 곤궁한 현실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열악하다는 것은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낼 여력이 없다는 의미로, '유일함'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145쪽

<살림남>이 기존 예능에 비해 제작비가 열약하다는 것을 자주 본 게 아니라서 잘 몰랐다. 어쩌면 자주 안봐서가 아니라 열악함을 유일함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기획할 줄 아는 저자의 능력이었는지 모른다. 책을 읽는 내내 참 좋았던 것은 대책없이 희망적인 것이 아니라 '오래 보아 제대로 볼 줄 아는 힘'을 키워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는 거였다. 그런 시선으로 나 자신을 봐주면 어떻게 될까. 누구의 말도 아닌 나의 말로 나의 삶을 '살아내는 것'의 가치를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인정할 때 다른 사람들도 응원하게 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수줍은 약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능력을 발휘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87쪽

위 발췌문은 저자의 브런치 소개글에 적힌 문장이다. 예능을 보면서 당연히 웃으며 옆을 돌아볼 때도 있지만 함께 공감하고 훈훈해지다 결국 눈물이 흐를 때도 있는 건 결국 저런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출연자들을 이끌어내는 기획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담아낸 <사람을 기획하는 일>을 읽고 나면 적어도 내 자신만큼은 그렇게 바라봐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 해를 또 웃으며 시작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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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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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을 고르라면 아마도 여름일 것이다. 해당 소설을 영화로 만난 독자라면 두 사람이 함께 수영하던 장면이나 거의 모든 장면에서 상의 탈의를 보여준 엘리오 역의 티모시를 먼저 떠올릴 수도 있다. 그만큼 여름 별장에서 누릴 수 있는 지적인 향연을 담아낸 소설을 휴양지나 적당히 시원한 방 침대 위에서 읽고 있는 것 자체가 휴가였다. 헌데 이 책을 연말 이벤트 선물로 받았고, 실제 다시금 푹 빠져 읽었던 지금의 계절은 겨울이다. 그런데도 좋았다. 엘리오에게 올리버와의 만남이 마음 속 혹한의 겨울을 여름으로 바꾸었듯 말이다.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았어요.(…)

우리 사이에 이런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 눈보라 속에서 찬란한 여름을 되찾아오는 쉬운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절대로 잊지 못할 거예요. 23쪽


다시 읽어도 이 두 사람의 초반 밀당은 정말 같이 설레고 좋았다. 책으로는 오랜만에 다시 읽는거라 이토록 빠르게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빠져들었는지도 새삼 놀랐고, 어쩌면 그렇게 빠르게 상대에게 전부를 주고 싶다고 고백할 수 있는 모습을 보며 엘리오의 아버지의 반응도 조금 납득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좀 아쉽게 등장하는 두 사람의 문화예술 경쟁도 책에서는 정말 원없이 마주할 수 있는데다 시선을 엘리오가 아닌 주변인에게 두면 또 그 나름의 재미도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 집에 머문 지 벌써 3주째인데도 아타나시우스 키르허와 주세페 벨리, 파울 첼란을 아는지 물었다.

“들어 봤어요.”

“난 너보다 열 살 가까이 많은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 사람 모두 전혀 알지 못했어. 이해가 안 되는군.”

“뭐가 이해 안 돼요? 아버지는 대학 교수이고 어릴 때부터 집에 TV가 없었어요. 이제 이해돼요?”

“그냥 다시 기타나 뚱땅거려!” 42쪽


마지막 문장이 아주 와닿는다. 우리집에도 TV는 없지만 우리 집에 사는 아이는 물론 또 다른 성인도 저 세사람을 모두 모르니까. 그런가하면 엘리오가 기타를 뚱땅거리면 올리버가 정말 잘 때도 있었겠지만 자는 척 듣고 있다가 관심을 보이면 집 안으로 들어가 바로 피아노로 들려주는 엘리오의 음악성은 봐도 봐도 멋지기만 하다. 올리버 또한 그 곳에 머물게 된 계기가 부모님의 원고를 손보기 위한 젊은 학자 중 하나다 보니 두 사람의 대화 자체가 남다르다. 하지만 이런 유희보다 엘리오가 올리버의 마음을 알지 못해 애태우고 괴로워하는 장면과 함께 소년이었던 엘리오가 나중을 떠올리며 현재 자신이 느끼는 초라함과 비참함을 견뎌내는 모습도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조금의 후회도 없다. 위험천만한 모험, 수치심,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무지, 그 무엇도 후회되지 않는다. (…)

내가 나중에 이 시간을 그리워할 수도 있고 훨씬 더 잘 살 수도 있지만, 그 시절 내 방에서 보낸 오후마다 내가 순간을 붙잡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항상 기억할 것이다. 207쪽


여름이면 SNS에 등장하는 짧은 작문 중 ‘…..여름이었다.’로 끝나는 문장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이 주제를 가장 잘 살린 소설이 <콜 미 유어 바이 네임>이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연애소설로, 혹은 금기로 다가오겠지만 성인이 되기 전 우리가 상상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 금기에 해당하지 않는가. 그런 맥락에서 이토록 예술적인 방법으로, 문학적인 표현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그나마 행복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읽었을 때도, 이번에 다시 재독할 때도 공통적으로 자문하게 되는 것은 부모로서 엘리오의 아버지처럼 ‘너희 두 사람의 우정이 얼마나 드물고 특별한’ 것이라며 위로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지만 엘리오처럼 그 파도를 잘 넘어 무사히 곁에 있어준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덧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읽었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역시나 두 사람과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다시금 그리워지니 후속으로 출간한 <FIND ME>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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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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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오사무 #문장이의기억 #필사책 #고전필사 #명언 #박예진 #SENTENCE #필사추천 #필사노트 #추천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라고 눈물이 날 만큼 생각했다.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으면, 점점 하늘이 변해간다. 점점 푸르스름해진다. (...)

지금처럼 나뭇잎이나 풀이 투명하게, 아름답게 보인 적이 없었다. 살짝 풀잎에 손을 대보았다. 아름답게 살고 싶다. sentence 060, 90쪽


위의 문장은 다자이 오사무의 <여학생>에 나오는 문장으로 살고자하는 의지와 동시에 스스로 삶을 끝내고야 만 작가의 마음이 잘담긴 문장 중 하나이다. 엮은이는 해당 문장을 '삶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것'이라 요약했다. <문장의 기억 필사>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고전을 접하려는 이들에게 추천하고싶은 책이기도 하다. 필사를 위해 멋있어 보이는 문장을 발췌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작품을 해설해주는 문학 도슨트와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두에 밝힌 <여학생>편 이전에 대표작이기도 한 <인간실격>이 먼저 등장하는 데 사실 오래 전에 읽고 최근에 다시 읽으면서도 저자와 요조를 별개로 생각할 수 없어 괴롭기만 했다. 희망이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어떻게든 사랑으로 안아주던 여인에게서 도망친 요조에게 어떤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음의 정리글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요조는 자신의 고독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파멸로 치닫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은 완전하지 않으며, 완전하지 않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이 질문과 함께 요조를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마침내 실패, 낙오, 상실과 맞닿은 삶 또한 인간 존재의 한 방식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이처럼 <인간실격>은 단순히 절망의 기록이 아닌, 실패 속에 서도 인간으로 남으려는 몸부림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52쪽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작품을 대하면 편협한 시선으로 읽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실격>은 물론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 혹은 종교는 없어도 예수의 선함을 부정하지 않는 이에게 <직소>와 같은 작품은 그저 못나보이기만 했던 유다의 상황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가하면 자식 때문에 혹은 가정을 위해 고단한 세월을 지나온 부모라면 '아이보다 부모가 더 소중하다고, 아이보다 부모가 더 약한 존재라고' 말하는 <앵두> 작품을 그저 울거나 못난 아버지를 탓하는 일차원적인 입장만을 고수하진 못할 것이다. 연약하기 때문에 사랑하면서도 죄를 짓고, 연약하기 때문에 지켜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 한 송이를 보고도 다시 살고자 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마음이 작품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이런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잘 담아 문장으로 적어볼 수 있도록 구성된 '문장의 기억'. 역시나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이제 막 시작하거나 읽었으나 정리가 되지 않았던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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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 - 요가, 세계여행, 그리고 제주에서 요가원 창업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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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 서평

요가와 관련된 에세이 혹은 소설을 많이 접했지만 곽새미 저자의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처럼 읽는 중간 중간 요가 매트라도 할 번 펼쳐보고 그 위에서 읽을까를 고민하게 했던 책은 처음 인 것 같다.

이 책은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평범한 회사원이 회사 밖에서 망하지 않고 살아가게 된 이야기이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요가 매트 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충분하다. 샨티. 6-7쪽

덮고 나서가 아니라 초반 부터 요가 매트위에 서고 싶었으니 작가의 바람은 충족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했던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건 동기부여와 위로였던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요가는 굳이 어딘가를 향해 가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참을 필요가 없다. 텐트에서도 요가매트를 펼쳤다던 저자에 비하면 작지만 내 집 거실은 얼마나 가깝고 넓은가. 동기부여에 관한 부분은 초반부터 이처럼 쉽게 충족되었다. 그렇다면 위로는?

이렇게 요가로 회사 밖에서의 시간을 채우다 보니 좋아하는 것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됐다. 나는 요가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퇴사하고 요가로 채운 세계여행이 끝나고 나는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제주로 이주했다. 그리고 요가원을 열어 5년째 하게 되었다. 40쪽

서두에 저자가 밝힌 것처럼 저자에게 있어 ’요가‘가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책방, 커피, 그림 등 그 무엇으로도 바꾸어도 무방하다. 내게는 아마 독서와 서평, 그리고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직업적인 위로와 함께 또 하나 위로가 되었던 것이 엄청난 불안도 정말 꾸준히 무언가에 마음을 더 옮기게 되면 해소된다는 희망이었다. 저자가 무려 28곳을 여행하며 늘 요가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엄청난 수업료 때문에 다른 방법을 택하기도 하고, 그 수업료를 납득시킬 만한 멋진 경험도 하지만 자신이 여행을 떠난 목적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쉬기 위한 여행인 만큼 무리하게 귀국 후 해야 할 일을 염려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다소 무계획적인 방법이 누구에게나 통용된다는 허세와 교만도 없었다. 하지만 저자에게 가장 부러웠던 것은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 여행, 귀국 후 제주에서 살아갈 결심이 모두 혼자가 아닌 남편과 함께 였다는 것이다. 남편을 잘 만나서가 아니라 그런 저자의 선택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신뢰를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는 것을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낯선 여행지에서 그녀에게 일자리를 제안했던 일은 우연이라 하더라도 이후 제주로 와 저자에게 요가를 배운 사람들의 후기라든가 요가원을 운영하기 위해 함께 근무할 선생님을 채용하는 과정에서의 일들이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라 느꼈다. 그런점에서 저자가 말한 요가가 유연하거나 체중감량이 아닌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주는 거라면 저자와 요가가 독자인 내게도 정말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아마 이런 좋은 관계를 읽다보니 요가매트를 자꾸만 펼쳐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세계여행을 하며 좋아하는 것으로만 시간을 채우다 보니 요가가 남았다. 여행지에서 요가를 하다 보면 여행이 일상같이 편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요가로 여행했던 도시나 공간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 마찬가지로 제주에서 요가베르데를 찾아준 여행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194쪽

그리고 또 한 가지. 우연처럼 자격증 과정을 공부하고 요가가 정말 좋아서 시작했더라도 현실적으로 만나게 되는 어려움이나 미리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다루는 부분이 요가를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자격증 시험을 보려고 해도 요가의 경우 국가공인은 아직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 후 지도경험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알아봐야 한다든가, 요가를 하려는 사람보다 가르치려는 지도자가 더 많을 수도 있는 현실을 숨기지 않고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파트4에서는 요가원 창업의 실질적인 조언을 담았다. 책을 읽고 저자처럼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덕분에 요가하려는 마음, 저자가 요가를 좋아하는 만큼 내겐 독서가 그렇다는 것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곽새미 #행복은살수없지만요가는할수있어요 #제주요가 #푸른향기 #협찬
@yoga__verde @mangssam @pr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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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환상곡 - 하태임 화가 첫 번째 에세이집
하태임 지음 / 프로방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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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임 화가 첫 에세이. 색채 환상곡🎨

기호와 문자로 소통되는 언어의 영역과 시각과 감성을 통해 전달되는 감동의 파장에 관해 고려해 볼 때, 본인에게 색채란 전통의 틀에 고정된 구조의 극복이자 나아가 억압으로부터의 구원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색을 고르는 일이란 즐거움인 동시에 억제되었던 욕구의 해방이다. 72쪽하태임 화가의 『색채 환상곡』은 작가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시각적 아름다움 너머에서 오랜 시간 컬러 밴드를 반복해 그려온 이유와 그 반복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차이를 그녀의 작업노트와 여러 인터뷰와 전시관련 글을 통해 들을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저자의 작품을 이전부터 좋아했으면서도 그녀의 작업을 ‘하나의 색 위에 또 다른 색을 덧입히는 참으로 고단한 작업’으로만 오해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착각과 무지를 하나씩 짚어내며, 색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의 말처럼, 하나의 색이 지니는 의미는 각자가 살아온 기억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 흔히 블루를 우울의 색이라 부르지만, 저자에게 블루는 오히려 따뜻한 색이다. 핑크 또한 소녀적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화해와 관용의 색으로 확장된다. 그 대목을 읽으며 자연스레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내게 블루는 어떤 기억의 색이었는지, 핑크는 어떤 시절을 통과해 왔는지, 그리고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지.

색을 더하는 그 사이사이의 틈새 시간에 책을 읽고 사유를 이어간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나 역시 그녀의 문장과 문장 사이에 나의 생각을 끼워 넣는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딸로서 살아가며 겹겹이 쌓아온 감정들이 색처럼 겹쳐진다.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를 읽는 것도 좋았지만, 첫 스승이자 멘토였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마음에 오래 남았다. 어머니와의 관계보다 아버지와의 기억이 더 선명한 딸이기에, 유년 시절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저자처럼 그 관계가 변함없이 이어지지 못했기에, 오히려 더 애틋하게 호출되는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Green to green.
색을 지칭하는 단어는 너무도 한정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린과 당신이 생각하는 그린은 수많은 경험과 기억의 차이들이 중첩되어 있다.
젤 좋아하는 색
누가 내게 물으면 난 아직도 연두색이라고 말한다. 99쪽

문장을 읽으며 색이란 결국 삶의 요약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의 작업방식이 이미 칠해진 색을 다른 색으로 ‘지우는 것’처럼 느꼈던 시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 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 있어 살아온 시간 속에서 생긴 얼룩과 고통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또 다른 색을 얹으며 조금씩 다른 화면으로 나아가는 일. 지운다는 말이 은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모든 것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색 위에 색이 놓이며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실존적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책 속 여러 장면 중 언급하고픈 또 다른 이야기는 오로라 여행에 관한 것이다.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독자라면 반색할 만한 내용일텐데 내가 그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 이유는 기대했던 장엄한 오로라를 마주하지 못했을 때의 저자의 태도였다.

까칠한 그녀는 오늘도 내게 등을 돌렸다. 구름 너머 어딘가엔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그녀. 나는 오늘도 그 존재를 믿는다. 눈에 담지 못한 장면은 마음에 새긴다. 그렇게 나는, 오로라의 흔적을 가슴에 품고 이곳을 떠난다. 147쪽

보지 못했음에도 믿고, 소유하지 못했음에도 품고 가는 방식. 책을 읽으며 느낀 저자의 담대함은 단순히 ‘쿨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간, 완전히 방전되었을 때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방식, 그리고 끝내 자신이 정한 방향을 품고 가는 태도까지. 그 모든 장면이 나를 오래 흔들었다. 특히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끝내 해내는 단단함까지! 덕분에 내가 가진 색과 방식으로 때로는 지우고 쌓아가면서 조금씩 완성되는 중이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주서평단 #색채환상곡 #하태임 #프로방스 @hataeim

★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프로방스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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