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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평점 :
제니퍼 프레이저의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라는 표제를 보면서 적어도 아직은 내가 내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는 아니라고 자신하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가정 밖에서의 괴롭힘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해야 할 지 등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컸었다. 또, 만약에라도 아이가 성인이 되기전 도벽이나 다양한 폭력과 관련된 사건에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었을 때는 ‘사랑의 매‘를 들어야 한다고도 생각했었다. 천만다행인 것은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를 읽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혹은 엄숙해야 할 자리에서 아이가 지나치게 투정을 부릴 때 ‘요즘 애들은 너무 안맞고 자랐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훈육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랑의 매‘가 결코 ‘사랑‘이 아닌 ‘매‘, 즉 ‘폭력‘이며, 그 폭력이 결과적으로는 아이의 정서적 문제 뿐 아니라 학습적인 능력마저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렇게 망가진 뇌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자녀가 있든 없든, 교육자이든 아니든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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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두 가지 혁명의 선봉에 서는 것이다. 혁명 한 가지는 뇌에 관해 배우는 것이고, 다른 혁명은 괴롭힘의 패러다임의 신화를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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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직간접적으로 ‘뇌‘에 관해 공부했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를 예로 들자면 대학에서 심리학과 교육설계와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기본적으로 뇌의 역할과 기능 등을 공부했었다. 또 뇌를 잘 이해만한다면 자기개발에 핵심인 ‘실천‘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그렇다면 우선 뇌에 관해 더 알게 된 것은 무엇이며, 괴롭힘의 패러다임을 극복해야하는 이유와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개발서를 읽고서 동기를 가지고 마음의 무언가 불이 켜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기개발서를 싫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그 지점, 마음 속 불은 켜졌지만 결국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지 못하는 한계성이었다. 오래전 기자수업을 받을 때 교육생들이 취재해온 기사를 무기명으로 제출 한 후 서로 평가하며 피드백을 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내가 제출한 기사는 분명 문제점이 있었을 것이다. 없다면 굳이 수업을 받으려고 그 자리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때 한 교육생이 교수와 다른 교육생들이 표정이 바뀔만큼 비평이 아닌 비난, 이런 기사는 ‘쓰레기‘라고까지 표현을 했다. 그때는 단순히 상처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하게 깨달았다. 나는 폭력을 당했고, 그때 그 폭력은 나의 뇌를 계속 갉아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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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과 학대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우리가 가진 다양한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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갉아먹힌 나의 뇌는 한동안 글쓰는 것을 멀리했다. 교육수료생들이 실무에 나가 인턴생활을 할 때 나는 인턴에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비평이 아닌 비난을 받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쓰지 않고 읽기만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도서리뷰를 적기 시작하게 된 것도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업무상 간단하게 소개글을 적어야했기 때문인데 그것이 시작이 되었다. 처음에는 상사로부터 웹진을 맡아보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고, 읽었던 책 중 주변에게 추천하기 위해 리뷰를 한 편 두 편 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뇌를 다시 회복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고 치유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뇌는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시간 간격을 두고 연습을 반복하면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정말 놀라운 발견을 했다. 신경가소성이 내포하는 뇌의 변화 능력은 흥미롭고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간단히 말해 우리에게는 신경항적 상처를 치유하고 전반적인 건강을 회복하여 마음-뇌-몸의 삼위일체를 이룰 능력이 있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내 경우는 운이 좋았던 셈이다. 발췌문에서 언급한 신경가소성으로 인해 인지능력이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발췌독이나 일부분만 읽어서는 안되고 순서가 바뀌더라도 끝까지 다 읽고 싶어졌다. 또 이 책의 집필 자체가 저자의 아이가 당한 학대로 부터 ‘괴롭힘‘의 악영향과 망가진 뇌의 회복이 중점이기에 상처받은 나의 뇌 뿐 아니라 성인이자 부모로서, 또 교육자로서 내 아이와 학생들이 당하거나 그럴 수 있는 괴롭힘의 악순환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했다. 저자의 지적대로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증명할 수 없어도 괴롭힘이 장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괴로움을 호소하고 고발했을 때의 사회의 반응과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2차적인 가해, 회복을 돕기보다는 망각하는 것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던 기존의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저자는 치유하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될 수록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괴로움보다 분명 치유법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진 않았다. 괴롭힘을 당하는 방식이나 대상은 다양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사례도 있을 수 밖에 없다. 여전히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는 사람들도 변함없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 주변인으로서 혹은 당사자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무작정 걷거나 달리기‘도 뇌를 회복하는 방법 중에 포함되어 있다. 이 방법은 이 책이 원하는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가 가진 상처를 회복하는데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괴롭힘의 패러다임으로 인해 고통받았다면 선택이 대단히 중요하다. 레이티와 매닝은 어떤 운동을 할지 선택하느라 고심하지 말고 메르체니치의 조언처럼 자연 속을 걸으라고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저자가 제시한 전문가들의 단계별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과거에 알게 모르게 있었던 괴롭힘과 치유의 경험을 떠올리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괴롭힌 적도, 괴롭힘을 본인은 물론 가족 구성원이 괴롭힘을 당한 적조차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전혀 생각지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떠올라 읽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 책을 읽은 사람들 모두에게는 괴롭힘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그런 아픔을 공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은 출발이 저자의 말처럼 내게 생긴 구멍을 메꾸는 그 벽돌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어둠을 걷게 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깨뜨리는 ‘벽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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