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기로 했다 - 상처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 근력 수업
이현재 지음 / 부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기로 했다 / 이현재 / 부키 / 2026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현재의 <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기로 했다>는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위로만 건네는 책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힘을 회복하도록 돕는 책이다.
우선 자기자비와 자기연민을 구분해야 하는데 상처 입은 나를 따뜻하게 돌보는 자기자비는 회복을 위한 힘이 되지만, 스스로를 불쌍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 감정 속에 머무는 자기연민은 결국 삶을 멈추게 만든다는 설명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피해자가 되는 순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경험이 평생의 정체성이 되어 버리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게 된다. 책에서 말하듯 ’내가 피해자였던 시간‘과 ’계속 피해자로 머물려는 마음‘을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현타는 실망스러운 현실에 대한 한탄이 아니라 지금 이 지점을 점검해보라는 ‘알람’에 가깝다. 86쪽

✅ ”조금만 더 생각해볼게요“라는 말은 때때로 ”상처받기 싫어서 아무것도 안 할래요“라는 말의 다른 이름이다. 생각은 나를 멈추게 하는 핑계가 아니라 다시 움직이기 위한 짧은 점검이어야 한다. 140쪽

또 하나 공감했던 부분은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저자는 ’이번 생은 망했다‘가 아니라 ’이번 면접에서 떨어졌다‘, ’이번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처럼 사실만 적어 보라고 말한다. 우리는 하나의 실패를 인생 전체의 실패로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현재의 상황만 바라보면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다음 선택을 준비할 수 있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때도 매우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한 번의 실수나 실패를 아이 자체에 대한 평가로 연결하지 않는 것처럼, 부모인 나 역시 나의 실패를 인생 전체로 일반화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특히 운동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읽다 보니 독서가 필요한 이유와 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는 생각의 방향을 바로잡고 마음의 근육을 키워 준다면, 운동은 몸을 움직이며 감정을 견딜 수 있는 신체적 기반을 만들어 준다. 둘 다 인생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더 깊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 주는 힘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었다. 결국 건강한 사고도, 건강한 감정도 몸이라는 토대 위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저자가 강조한 기본의 힘이다. 제시간에 먹고, 자고, 움직이는 일은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소홀히 여기기 쉽다. 하지만 삶이 흔들릴수록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도 이러한 기본이다. 회복은 거창한 결심이나 특별한 방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식사를 챙기고 잠을 자고 몸을 움직이는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말이 특히 와닿았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충분히 흔들릴 수 있고, 지칠 수 있으며, 넘어질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대신 중요한 것은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회복탄력성은 강철 같은 멘탈이 아니라 계속해서 자신을 조정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능력이라는 저자의 말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부모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나 역시 회복탄력성을 매일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잘 살아가는 사람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고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사람이라는 이 책의 메시지는 앞으로도 오래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넘어진만큼만아파하기로했다 #이현재 #심리학 #마음치유 #북스타그램 @bookie_pub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원 이야기 이야기의 낮과 밤 1
알베르 카뮈 외 지음, 이재경 외 옮김 / 유선사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원이야기 / 유선사

정원을 거닐며 만발한 꽃을 보며 상념을 덜거나 더할수도 있고, 태양아래 땀을 흘리며 가드닝을 통해 지속되는 생명에 대해, 순환의 관한 연구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혼자 혹은 함께 공유하며 지금에 안도할 수도 있고 눈물흘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인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떠올렸을까, 어떤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냈을지 앉아서 하는 독서를 통해 식물의 종류만큼 풍성한 정원을 거닐어 볼 수 있는 <정원이야기>. 단행본으로 먼저 읽었던 몇 편을 제외하고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문장들을 중심으로 서평을 적어본다.

몇 걸음 내딛자 쑥 향기가 목을 가득 채운다. 폐허는 눈 닿는 곳 어디에나 쑥의 잿빛 솜털로 뒤덮였다. 열기에 진액이 발효되고 태양 아래 세상의 대지에서는 알코올 기운이 풍성하게 솟아올라 하늘을 뒤흔든다. 우리는 사랑과 욕망을 향해 걸어간다. 교훈을 찾지 않고, 사람들이 위대함을 갈구하는 씁쓸한 철학도 좇지 않는다. / 알베르 카뮈의 티파사에서의 결혼 중에서.

정원을 거닐면서 완벽하게 자연과 동화되거나 경외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별다른 코멘트없이 잘 가꾸어진 정원 화보집을 펼쳐보고 때로는 선물하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위에 언급된 작품에서는 정원의 그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혹은 알지못하는게 ‘어리석은’것이라고도 말한다. 어쩌면 침묵과 자연의 힘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격하게 공감하고 힘을 싣고 싶은 부분인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는 짧은 소설에서 엄중함과 동시에 ‘빛’이 잠시 머무는 순간들을 맛보게 되었다. 태어나보니 누군가는 ‘아가씨’로 불리고 또 다른이는 그렇게 불러야하는 시대가 있었다. 호칭은 계급에서, 그 계급이라는 것은 가장 신성해야 할 죽음앞에서도 너무나 견고하게 버티고 서있다.

“어머니, 사람이 죽었대요.” 로라가 입을 뗐다.
“우리 정원에선 아니겠지?” 어머니가 말을 가로막았다. 51쪽

‘아니겠지?’부분이 볼드체로 강조되어 있었다. 내 정원만 아니면 안타깝게 사람이 죽어도 ‘파티’는 이어진다. 그 파티는 ‘평생 한 번쯤 칸나백합을 실컷 가져보고’싶은 열망을 이룬 파티이기도 했다. 파티 준비를 위해 악단이 오고, 15가지 종류의 샌드위치가 만들어지는 설레임에 한껏 부풀다가 저 대화를 전후로 그 빛이 사그라들었다. ‘인생이란 건…(65쪽)’ 정말 무엇일까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정원에서도 꽃을 향해 뻗었던 손을 순식간에 다시 오므리게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처럼 이번에는 나무들의 대화를 그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새잎이 돋는 정원>의 일부를 가져왔다.

잣밤나무 나도 슬슬 싹을 틔어보실까요. 싹에 살짝 잿빛이 도는데.
대나무 난 아직 황달이에요…..
파초 이런, 이 초록색 등갓이 바람에 꺾일 뻔했네. (…)

선인장 마음대로들 해. 내 알 바 아니야. (…)

이끼 아직 안 일어났어?
돌 응, 조금만 더.

나무들과 선인장 그리고 이끼와 돌의 대화가 인간의 시선에는 너무나 찰떡이라 피식 웃음이 났다. 전반적인 내용을 떠나서 또 한 번 웃음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키의 <때때로 정원>의 다음 내용이었다.

평범한 고양이들이면 제가 그렇게까지 반대하지 않겠는데, 우리 정원에서 채식주의 고양이 회합이 열리는 건 정말이지 짜증나요. 채식주의자들이 틀림없다니까요. 스위트피 묘목에는 온갖 분탕질을 치면서 참새는 털끝도 안 건드리는 것 같거든요. 138쪽

정원에 드나드는 채식주의자 고양이들 덕분에 튤립 화단에는 튤립은 피지 않는다. 화자의 말처럼 차라리 ‘사슴이나 기린’을 기를 수 있을 만큼 정원이 넓었다면 핑계를 댈 수 있었을거란 부분도 납득이되었다. 정원에서 무엇을 기대하든 아니면 전혀 기대없이 그저 거닐고픈 그 마음하나로 펼쳐보든 <정원이야기>에서 만나지 못할 감성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곧 올리게 될 <고독이야기>까지 어쩜 이렇게 맘에 드는 내용들을 골라골라 엮었는지 #유선사 출판사와 역자 #이재경 #박경리 두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정원이야기 #고독이야기 @yuseon_s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의 왈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르네르 베르베르 / 영혼의 왈츠 2 / 열린책들

이 시대 사람들은 사냥을 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전쟁에 나가 싸우는 데 대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거나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일깨우려고 애쓰지는 않죠. 92쪽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백성들을 무지와 미신과 공포 속에 가둬놨죠 .이 세 가지는 유약한 정신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에요. 93쪽

영혼의 왈츠 1권에서 외제니가 내면 여행을 통해 전생으로 가게 된 배경과 현실과 전생을 오가며 겪는 내용에 흥미를 느꼈다면 2권에는 좀 더 진지한 내용과 상념으로 가득차 읽었다. 그래서인지 다 읽고나서 다시금 되돌아와서 ‘이 시대의 사람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1권에서 언급한 ‘유전 25퍼센트, 카르마 25퍼세트, 자유 의지 50퍼센트(1권 및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참조)’를 가지고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끌려다니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외제니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전생에서도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삶을 살아가기 보다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다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싯다르타’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가보는 것일세.
방법을 가르쳐 주겠나?
정신의 여행이 그 방법인데, 나는 명상을 이용하네.
그 명상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193쪽

위의 대화는 피타고라스가 아카샤도서관에 대해 싯다르타에게 묻는 장면으로 외제니처럼 내면 체험을 통해 직접 가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나는 상황으로 직접 가본다고 해도 얼만큼 이해를 하고 올 수 있을까 싶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특히 2권에서는 1권과 달리 ‘시간 건너띄기’를 통해 한 장면을 집중적으로 그리기 보다는 인류가 문명을 어떻게 일으키고 무엇에 의해 멸망하는지를 속도감있게 보여준다. 나의 무지보다 더 위험한 것은 지나친 탐욕과 호기심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었다. 동시에 권력에 의해 쓰여진 지금의 역사와 실제와 얼마나 다를까 생각하니 더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졌다. 이야기의 끝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1권을 읽고 바로 2권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외제니를 통해 우리는 기원전 네안데르탈인의 삶을 생상하게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자와 언어가 과연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영혼의 무게를 잴 때 과연 나는 어디즘에 해당될지를 떠올리다보면 소설을 통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아마도 <영혼의 왈츠>에서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적극 추천한다. 특히 집사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천사가 되면 세 명의 인간을 맡아 다섯 가지 수단을 매개로 그들의 진화를 도와주게 돼요. 다섯 가지 수단이라 함은 직관, 징표, 영매, 꿈 그리고 고양이를 말하죠. 24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의 왈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르네르 베르베르 / 영혼의 왈츠 1 / 열린책들

1. 몽매주의 세력의 공격을 저지하라.
2. 내면 여행 체험을 배워라.
3. 영혼의 형제를 찾아라.

위의 내용은 게임도 아니고 꿈도 아니다. 생명이 위독한 멜리사가 딸 외제니에게 가까스로 전한 메세지로 내면 여행 체험이라 부르고 실제는 전생 체험을 뜻한다. 단순한 과거가 아닌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한 전생체험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몰입도 최강 필력을 맘껏 느낄 수 있는데 체면이긴 하지만 마치 가상의 세계를 접속하는 과정 때문인지 유명 여자 아이돌이 주연했던 가상연애프로그램을 주제로한 드라마도 떠올랐고 그 이전에는 외계인의 침입을 막기 위한 소설기반 드라마가 떠오르기도 했다. <영혼의 왈츠>는 여기서 한 발 더나아가 외제니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라고 공부했던 선사시대 이야기를 비롯해서 공부는 아니지만 묘하게 읽으면서 재미도 있는데 뿌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먼저 2권 중 첫 번째 1권의 내용은 외제니의 ‘내면 여행’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가상 세계도 잠못자고 접속할 정돈데 내가 살아온 세계이자 내게 종말을 막을 힘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잠이 올 수 있을까. 첫날 부터 하루 2회 이상은 조심해야 한다는 아빠의 경고에도 외제니는 다시금 자신의 첫 번째 전생이자 기원전 시대로 내려가는데 여기서 또 외제니의 그림실력이 큰 역할을 한다. 생성형 AI 덕분에 명령어만 잘 넣으면 기대한 것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시대지만 <영혼의 왈츠>에서는 AI를 활용할 수 없는 기원전에서는 AI는 무의미하다. 이런 부분만 보더라도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이 가지는 무한한 능력보다 더 귀한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하면 외제니를 통해 인간에게 언어가 필요한 이유라기 보다는 생성되는 배경, 장례문화에 이어 이름을 가지게 되고 또 다른 부족과 협력하기 위해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결속을 위해 혼인이라는 제도를 활용하는 모습은 기원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기록’이라는 것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읽으면서 손가락의 피를 내는 아픔마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
왼손 검지도 궁금증을 참지 못한다. (…)
우리가 정말로 환생하게 되면 서로를 알아볼 방법이 있을까요? 육신의 가족으로 환생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 보이는데…
진심으로 바라면 그렇게 될 거야. 170-171쪽

예전에는 노래가사에서 들렸던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라는 내용이 단순히 사랑하는 연인과의 만남이 아니라 ‘동맹’과의 만남에도 간절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멜리사가 처음 외제니에게 ‘영혼의 형제’를 운운했을 때만 하더라도 시큰둥했던 그녀가 어느새 진지하게 자신의 소명을 깨닫는 과정은 어린시절 부모님 몰래 이불속에서 읽었던 모험소설의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전생을 오가고 인류를 구하는 다섯 명의 전사가 등장해서 적을 쓰러뜨리는 단순한 스토리만 가진 것은 아니었다.

니콜라는 외제니와 사귀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녀에게 마르크스-레닉주의의 가치를 주입했다. 구녀는 인류의 진화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라는 역사 해석의 도구를 갖게 된게 좋았다.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벌어지는 계급 투쟁은 왕에 맞섰던 노예의 투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게 됐다. 248쪽

외제니는 20대의 대학생이자 부모가 모두 역사학자인 조금 특별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똑똑하고 아름다운데다 그림실력까지 출중했지만 학교에서 그녀는 안타깝게도 우상이 아닌 공공의 적이 되어 괴롭힘을 받았다. 혼자인 시간에 책을 읽었던 그녀였지만 그렇다고 새로이 배울 것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소, 아니 꽤나 거친 니콜라와의 만남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외제니가 학교를 통해 얻을 수 없었던 연대와 호기심 충족까지 채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젊고 매력적인 교수 또한 외제니의 시선을 자꾸만 끌어당기는데 과연 외제니의 진정한 영혼의 형제는 누구이며 몽매주의 세력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2권 서평에서 이어가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까? - 인공지능과 관계 맺는 인간에 관한 탐구
이모란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즉 질문하고, 생각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형태가 갖춰지게 된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답을 찾아 나서는지에 따라 기술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더욱 잘 이해하고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이다. 42~43쪽

이모란 교수의 <우리는 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까?>를 읽기 전엔 책 제목만 보고 신앙 혹은 무속인을 찾아가는 심리와 같은 것이 아닐까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은 기계(aI)에게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된 계기 혹은 그 시작점부터 출발한다. 앨런 튜링의 모방게임 부터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탄생시킨 매카시에 이어 SF문학에서 다루는 로봇을 향한 기대 혹은 이상향이 무엇인지도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동시에 내가 이전에 생각해왔던 생각들, 차페크가 부여했던 ‘노예 혹은 노동자’에 가까운지 아니면 다음 발췌문에 등장하는 ‘그녀’와 가까운가를 떠올리게 되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새로 산 소프트웨어, 운영 체제, 프로그램, ‘그것it’이었다. 그런데 음성으로 짧은 대화를 나누자 테오도르에게 이제 사만다는 ‘그것’이 아닌 ‘그녀her’가 되었다. 89쪽

내게 AI는 과거에는 애매하지만 현재에는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함께 생각하는 존재가 분명하다. 내가 번거롭게 해야 할 단순통계를 정리해주고,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어줄 뿐 아니라 간단한 대화부터 제법 긴 문서의 영작 혹은 번역을 처리해준다. 문제는 프롬프트가 아니었다. 저자의 말처럼 과거의 상상 혹은 구현과는 달리 지금의 AI는 몸이 없다. 몸이 없는 생성형AI는 마치 몸=형체=실질적인 책임과 같은 방식으로 꺼내놓은 결과물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없다면 사실상 활용도가 크지 않았다.

알고리즘을 이용하며 알고리즘의 예측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더욱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알고리즘이 내게 좋아할 만한 것을 권하고 결과적으로 내가 그것을 즐겼다면, 자연스레 “나를 잘 알아주네” 하는 만족감을 느낀다. 112쪽

인공지능이 마치 자신과 대화하고 있다는 착각을 느끼게 하는 이유를 책에서는 프로그래밍 방식을 통해 보여준다. 우리가 꺼낸 문장의 주어와 특정 단어를 다시 재조합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출발하기도 하고, 위의 발췌문처럼 내가 ‘즐기는’ 콘텐츠로 내게 익숙함을 던져주면서 친근함을 느끼게도 만든다. ‘맞춤’의 다른 말이 ‘필터링’이며 편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알고리즘과 함께 살아가기’위해서 파리저의 ‘익숙한 것들로만 구성된 세계는 배울 것이 없는 세계(117쪽)’라는 말을 인용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선택하고 함께 ‘생각’해야 하는가.

정리하면, 사람들은 이간의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추론 방식,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고자 하는 욕구, 사회적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에 사람이 아닌 대상을 사람처럼 전제하고 대하는 의인화 경향을 보인다. 185~186쪽

AI를 의인화 하는 동시에 제목을 통해 유추할 수 있었던 ‘자기 노출의 최소화’를 통해 AI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안정감을 느끼게 될 뿐 아니라 가능한 때에 연결가능한 기기만 있다면 언제라도 연결가능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AI에게 너무나 많은 정보를 자발적으로 던져주고 이전에 없었던 범죄와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시켜 버렸다. 이런 범죄에 악용된 사례외에도 기술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뇌가 할 수 있는 영향력은 오히려 떨어뜨리게 되었다. 검색을 통해 빠르고 정확한 답을 알고자 하는 욕망을 비우고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적당한 모호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AI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 적당한 활용범위 무엇보다 함께 ‘생각하는 존재’의 경계를 상기시키게 하는 유익한 책이었다. #우리는왜ai에게속마음을털어놓을까 #이모란 #아날로그 #ai #인공지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