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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단 한 사람
•엄마. 꿈에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죽었어.
엄마. 왜 아무 말이 없어.
엄마. 나 너무 무서운 꿈을 꿨다니까.
단 한 사람.
제목이 왜 단 한 사람일까. 생각해봤다. 단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일까. 제목을 보자마자 그냥 샀던 책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첫 페이지 조차 읽지를 못하고 시간이 흘러만 갔다. 그리고 지난 밤과 새벽 사이, 단 한 사람을 구하기위해 수없이 많은 죽음을 목격해야 했던 그녀들의 이야기, 단 한 사람을 읽었다.
•금화가 보기에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 확실히 다른 면이 있었다. 자식들에게 잔소리하지 않고, 사소한 일로 화를 내거나 기뻐하지 않고, 책을 많이 읽고, 자기만의 고민에 잠겨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금화는 그런 엄마가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하다는 건 어쨌거나 극단적으로 선택하자면 긍정어에 속했다. 유별난게 아니라 특별하다는 건 누군가에게 소중하단 의미가 되기도 했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했다. 금화에게 엄마 미수가 그랬다. 엄마인 내가 그런 미수를 보았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아이들을 기르는 동안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사소한 거에 화를 내거나 기뻐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어 처음에는 특별하게 보다가 결국 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연을 만들고 무너뜨렸을 것이다.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녀가 치르는 희생따윈 전혀 짐작도 못하고서.
•언제나 어디에서나 어른들은 “너무 멀리 가지마”라고 했다. 그럴수록 금화는 더 멀리 가고 싶었다. 아주 멀리까지 가서 사람들이 마침내 자기를 그리워하게끔, 자기를 먼저 찾게끔 만들고 싶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이 부분만큼 나를 섬뜩하게 한 부분은 없었다. 겁이 많은 내가 아이에게 늘 그랬었다. 멀리가지 말라고. 엄마 시야에서 사라지지 말라고. 아이는 요즘 거실에 앉아 놀면서도 무섭다고 말했다. 엄마가 보이지 않아 혼자 있는 것 같다고. 혼자라서 너무 무섭다고. 그런 찰나에 저 문장을 읽고보니 모든 것이 내 탓인것 같았다. 나는 엄마니까. 목화의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신에게 구걸할 일이 늘어난다는 것’이니까.
•목수야. 다 보고 있었어. 여기 모든 존재가. 그런데 아무도 돕지 않았어.
인간들이 어느 날 다 큰 나무를 거침없이 베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었다. 아니 나무들이 베어지는 사이사이 인간들이 죽었다. 아무도 돕지 않은 건 나무일까. 아니면 여전한 사람들의 무관심일까. 그 안에 나는 해당되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중개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알아?
목수는 짐작하여 대답했다.
글쎄, 살려달라는 말?
목화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사랑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때때로 그 말을 듣지 못해 마지막 순간에 더 크게 후회할까 불필요한 걱정을 하곤 했다. 사랑한다는 말. 그 말을 하지 않았어도 정말 상대가 모를 수 있었을까. 미수가 언젠가 자신의 사랑을 깨닫게 될 거라고 믿었던 임천자처럼 우린 다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내가 그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그들도 내가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디선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먹먹해진다. 그들이 구한 단 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 구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안에 속하지 않은 나 때문에, 나의 하루가 자꾸 되감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먹먹했다. 마음은 더 잘 해내고 싶은데 일순간 내가 왜? 혹은 나만 왜? 라는 질문이 갑자기 차오른다. 그렇다고 해도 <단 한 사람>을 읽은 나와 그 이전의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제가 될 것 만 같다. 이 먹먹함을 목화처럼 부담으로 생각하지 말아야지. 이 먹먹함을 짐으로 여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