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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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대회]

수잔 스캔런의 <의미들>의 부제는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이다. 먼저 읽은 독자의 친절함을 걸치고 저자가 직접 쓴 예상 독자는 다음과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쓸 때, 책을 읽으며 내가 이 사람일 수도 있어, 하고 생각할 사람들을 위해 쓰고 있다. 내가 패트릭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건 나야, 하고 생각했던 것처럼 420-421쪽

‘이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우울감을 가지고 있고, 외로움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끼며 관계에 어려움을 가질 뿐 아니라 소중한 누군가를 잃거나 잃어가는 중이며 무엇보다 자신을 더이상 살아가도록 놔둘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사는 것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경험했거나 그런 충동이 일어날 것 같은 슬픔을 느꼈던 사람들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차마 병리적으로 정신의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꽤 긴 시간 입원하거나 내원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저자는 자신이 겪었던 일, 가령 열 살 이전에 엄마를 사별한 일,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 말을 하고 걸어다니 던 시절부터 이미 엄마는 ‘암환자’였고,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상태였다. 그렇게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의 자리를 채운 사람이 안타깝게도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딸에게 달려간 아빠에게 ‘나를 그곳에 버리고 갔다’라며 피해자의 위치마저 질투하는 새엄마라는 사실이 너무 마음 아팠다. 어떤 경우에라도 엄마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며, 때때로 혹은 그보다 자주 언성을 높이며 싸우더라도 곁에 머물며 화를 낸 후에는 반드시 안아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의 자리가 비워진 후 그녀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그다지 희망적이거나 긍정적일 수 없다고 짐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저자가 직접 표현한 것처럼 그런 상실과, 정신병동에서 스스로 체결한 수동적인 상황에서 결국 ‘자살하지 않기로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록산이 말했다. 치료의 80퍼센트는, 그 이상은 아닐지 몰라도 바로 너야. 환자라고.(...)
네가 너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그들이 네 이야기를 하게 될 거라고. 의사들뿐 아니라. 네 가족들도. (...)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지 않았다. 366쪽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결심한 것은 퇴원 후 시간이 꽤 지난 후였다. 그러나 ‘미쳤다는 소리‘를 듣거나 정반대로 결코 ’아프지 않다‘라고 강제하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신의 소리를 낸 여자들을 알았다. 그녀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서 혹은 에세이를 통해서 끊임없이 들을 수 있었다. 약물로 인해 정신이 정말로 흐릿해져 기억이 소멸되는 순간이 늘어날 때에도 병원에서 그녀는 계속 읽고, 계속 썼다. 그리고 학교에 다녔던 그녀의 상황이 그녀를 ’누구나 다 죽는 그 삶‘에서 순위를 지나치게 앞다투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읽기에 대해, 쓰기에 대해 그리고 작가들, 특히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를 저자를 통해 마주하는 기분은 사실 슬프고 또 슬펐다. 아이를 낳은 후 결코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될 일은 없을거라 확신했던 저자처럼 출산과 양육은 그 어려움과 고통에 비례할 정도로 삶의 의지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끌어올렸다. 하지만 동시에 적어도 지금까지는 여자들만이 가능한 그 경험들의 숭고함보다 여자이기 때문에 인식하지도 못한 채 받았던 상처들을 체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감히, 저자의 표현대로 상투적이라 느껴질지 모르지만 내게 이 책은 인생책, 단 한 권의 책만 남아, 남아 있는 생에 그 책만 읽어야 한다면 신앙과 관련된 책을 제외하고는 이 책을 서슴없이 고를 것 같다. 아프고 아픈 사람들, 너무 아파서 오히려 정신병원으로 도망쳐야했던 그들에게 위로(달리 무슨 말로 대체할 수 있을까)와, 자신의 소리를 내주었던 그녀들에게 무한히 감사한다.

#의미들 #인생책 #엘리 #수잰스캔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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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10 영한대역 단편소설 - 토플·편입영어·공무원 영어단어 빨리 외우는 법
Mike Hwang 옮김 / 마이클리시(Miklish)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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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 #단편소설 #영한단편 #추천 #영어단편소설추천





도슨트 활동을 시작한지 어느 덧 10년이 되었다. 10년 동안 미술관련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 편입도 하고, 문화예술사 교육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또 한 곳에서만 활동하는 것 보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작품과 작가들을 만나기 위해 추가적으로 도슨트 보수 교육 등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늘 희망했던 것이 한국어는 물론 외국어로 해설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 관련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영어공부를 좀 더 구체적인 활동과 계획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학원 졸업을 위해 영어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과제도 있기는 했다. 이런 직접적인 이유를 떠나서라도 AI의 통번역 기술이 아무리 좋아진다 하더라도 바로 들리고 내가 뜻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외국어 실력이 필요한데 특히 영어의 경우는 내가 잘 하는 것, 소설을 읽으면서 영어공부도 함께 하는 방식이 잘 맞다고 생각하던차에 TOP10 영한대역 단편소설 도서를 만나게 되었다. 



단어를 외워도 해석이 안 되는 이유는 '단어만' 외우기 때문입니다.

머리말 중에서


나처럼 소설의 원문을 읽으면서 영어공부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영어교재 아닐까. 물론 AI를 활용해서 좀 더 용이하게 공부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책에 기재된 QR 코드를 통해 저자의 카페에 가입하여 관련 정보를 더 얻으면 좋다. 무조건 책을 구입해 시작하기 보다는 목차 이전에 등장하는 책 활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참 좋은데 다음의 사항은 개인적으로 꼭 영한단편소설을 통해 공부하기 전 참고하였으면 좋겠다.


  1. 가능한 한 오른쪽 페이지(한글)은 읽지 말고 해석이 잘 안되거나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확인하기

  2. 모르는 단어를 적어두고 이 책 자체를 단어장처럼 활용하기

  3. 소설을 완독하기 전 원어민이 읽어주는 것을 먼저 듣기(쉐도잉)


위의 세 가지 항목을 꼭 기억해두고 책을 읽으면 우선 좀 당황할 수 있다. 평소에 마주하던 영한대역은 직역이 아닌 역자가 읽기 쉽도록 의역한 상태로 소설 자체를 읽기에는 좋지만 사용된 단어를 공부하거나 할 때는 또다시 원문을 확인해가며 찾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그런데 해당 책에는 문장 마다 해석이 따라오기 때문에 듣거나 읽으면서 바로바로 기존에 몰랐던 단어와 이미 알고 있지만 해당 작품에서는 그 의미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다고 영어공부만을 위한 책으로만 이 책을 활용하기에는 아쉬울 것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평이 담겨 있긴 하지만 소설을 읽기 전 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내용이 한 페이지에 담겨 있어 영한 대역이나 영어로 된 단편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태블릿을 활용하며 책 저자가 제시한 한 달 스케쥴에 가깝게 공부하였는데 이전보다 갑자기 영어실력이 확 늘었다기 보다는 단어 자체를 전보다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비단 외국어 뿐 아니라 한국어를 잘 하기 위해서도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저자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독해보다 영어회화를 먼저 배우는 것'이 더 쉽고 유익하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회화가 쉽지 않다면 자신이 평소에 잘하는 것, 나처럼 소설 읽는 것이 좋고 편하다면 영어 단편소설을 활용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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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결말을 바꾼다 - 삶의 무의미를 견디는 연습 철학은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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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 교수의 <철학은 결말을 바꾼다>의 부제는 '삶의 무의미를 건너는 연습'이다.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보거나 특정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 다 허무하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저자의 전작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를 읽으며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다면, 이번에는 그렇게 던져진 질문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으리란 기대감에 읽기 시작했다. 

요컨데 우리는 존재 유지에 골몰하기에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며, 혀가 즐겁기 때문에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식사는 존재 유지를 위한 노역의 일부가 아니라, 이 노역으로부터 잠시 풀려나 얻는 휴식과 쾌락이 된다. 16쪽

60분, 즉 한 시간 정도였던 점심시간이 복지가 잘 되어 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그보다 30분가량 더 주어지거나, 아예 근무시간 내에 자유롭게 카페테리아를 드나들 수 있는 경우도 있다. 20여 년 전, 내가 처음 마케팅 부서 신입으로 일하던 시절에는 그런 회사에서 근무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런 회사를 운영하고자 했던 대표님의 지원으로, 몇 차례 마케팅 세미나에 참가할 기회를 얻은 적이 있었다.

그 세미나에서 본 사무실은 책상이 한곳에 모여 있지 않았다. 마치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작은 사무실을 가진 듯한 구조였고, 넓은 창을 통해 들여다본 공간은 외화 드라마 속 청소년들의 아지트처럼 꾸며져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창의적인 공간’을 재현해 둔 것 같았다. 그때 함께 세미나에 참가했던 동료와 나눈 첫 소감이 이랬다.

“이런 곳에서 일하면 없던 창의력도 생겨나겠네.”

그곳에는 함께 어울려 가볍게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나는 저자가 말하는 ‘먹방에 심취하는 것’과 동시에 ‘홀로 식사하는 것’이 초래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근무할 때는 철저히 자신의 방 안에서 ‘고독’한 상태에 있다가, 그 문을 여는 순간 ‘더불어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 — 이는 ‘고독’과 ‘더불어 있음’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양자를 오가는 무한한 순환 궤도가 인간의 운명이며, 이 궤도를 혹시 선순환의 고리로 만들 수 있을지 인간은 골똘히 궁리해볼 뿐(62쪽).”

그런가 하면, 당시 마케팅 업무를 배우던 나의 현재 직업은 그와 크게 관련이 없다. 물론 “마케팅과 무관한 직종은 없다”는 말이 있으니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 한 기업이나 단체의 마케팅 담당자는 아니다. 문득 생각해 본다.

만약 내가 그 길을 계속 걸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때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면 또 어땠을까?

아니면, 애초에 내가 마케팅을 그만둔 이유가 악덕 거래사 대표 때문이었다면?

숲속의 길 가운데 하나로 들어서듯, 한 사람을 만나거나 지나치거나 하는 작은 차이가, 여러 가능 세계 가운데 하나를 우리 미래의 현실로 만든다. 29쪽

우리가 선택하는 것만 우리의 결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사소하게는 먹었던 음식이나 입었던 옷 마저도, 그런 작은 차이가 우리의 현실과 결말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될 때도 있다. '한마디로 인간의 삶은 개개인의 독자적인 경험,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경험으로 이루어진다.'(139쪽)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자주 인용되는 작품과 철학가 그리고 사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빠르게 정독하고 싶고 좀 더 깊이 마주하고 싶은 책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책의 시작부터 그리고 어느정도 나의 삶 속에 철학적 지점과 연결된 부분이 확인되어가는 지점에서 다시금 인용되어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언가 앎이나 예언으로는 깨닫지 못하고 '경험'을 통해 나아가게 되는 방향이 헤겔의 <<정신현상학>>과도 이어진다. 또 그 경험을 통해 우리가 특정 경험으로부터 도망치거나 회피하는 것에 대해 사르트르의 글을 인용하는 다음의 부분은 책의 초반, '악'조차 다양성에 속해있다는 것이 결국 좋은 성공의 경험만으로 인생을 채울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장도리로 못을 박는 경험을 실제로 해보지 않고는 내가 장도리를 잘 다루는지, 못을 잘 박는 재주가 있는지 결코 알 수 없다. 경험만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경험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즉 우리가 어떤 '유한한 존재'인지 깨닫게 해준다. 143쪽

책의 도입부가 '음식'과 관련한 내용이라 아주 용이하게 철학책에 빠져들었을 뿐 아니라 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삶을 잘 살기 위한'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데 역시나 좋았다. 철학자 한 사람에서 출발하는 방법도 나름의 이점이 있는 것처럼 이렇게 잘 버무려서 최고의 맛을 내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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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NIGHT 50일 영어 필사 - 더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퍼포먼스 코치 제이.퍼포먼스 코치 리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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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앤나잇50일영어필사 #daynnight50일영어필사 #영어필사 #동기부여 #돌봄 #위로 #엄마영어

내년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진행중인 학업과 졸업준비로 마음만 복닥거렸다. ​그런 나를 위로하는 ‘포기하고 싶은 날에 기억해야 할 한 가지’ 필사를 시작으로 차분히 밤 필사를 연달아 적었다. 자고 일어나서 차례로 매일 아침 필사를 순서대로 적는 방식으로 해봤는데 이게 기대보다 더 효과가 있었다. 이곳에 적을 수 없는 좌절 상태에서 비교적 빠르게 회복이 되었다. 영어필사 외에도 불필요한 감정을 덜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독서와 명상을 하긴 했지만 첫 날 적었던 위의 문장 필사가 큰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고단해질 일이 더 늘어난 것 같다면 저녁 파트를 먼저 필사하면서 내면부터 돌봐주길 권한다.


*나를 깊도 넓게 알아가는 질문* 코너도 좋았다. 질문을 어렵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솔직하면서도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질문’에 맞는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또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안다는 건 그 답을 얻기 위한 과정을 스스로 구하는 과정이기에 일차적인 명언 필사 너머를 기대되었고, 하루의 시작 그리고 끝을 좋은 글로 채운다는 구성 자체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
지금까지 해낸 일들이 모두 ’운이 좋아서‘였다고 치부해버리지 마세요.
당신이 한 노력 중 ’누구나 하는 일‘ 같은 것은 없습니다. 스스로 해낸 일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건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연료입니다. -본문 발췌-

@woongjin_readers DAY&NIGHT 50 일 영어 필사 가제본 서평단으로 직접 읽고 필사 후 남기는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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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겨울이 온다 - 극한기후시대를 건너는 우리가 마주할 풍경
정수종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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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낫지 않는 독감에 걸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걸린 독감의 증상이 지구의 증상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물이 지독하게 마르고 고온에 시달리는 지구의 증상은 독감과 비슷하다. 57-58쪽

기후와 관련된 책을 최근 자주 찾아 읽게 되는데 가독성이나 내용의 우위를 논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연에서 보내는 신호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알아차리는 데에 있다고 본다. 정수종 기후과학자의 <붉은 겨울이 온다>를 읽으면서 마음이 더 아련해지는 까닭은 '가을 다운 가을'과 그토록 사랑하는 눈을 어쩌면 미래에는 제한적인 지역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푸른 잎과 단풍을 동시에 마주쳤던 날, 사진으로 담았다. 신기한 마음이 더 컸었는데 막상 그렇게 된 이유를 책에서 마주하니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나무가 인지하는 추위, 냉방도일은 기온이 하강하면 광합성을 멈추고 색을 변화할 수 있게 만드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그 시기가 이전과 달리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 나무의 생체시계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심각해지는 까닭도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있었다. 지구의 수분은 일정량을 유지하는 데 강물, 바다, 얼음 등으로 형태는 다르다. 다만 기온이 상승하면서 기체화되어 땅이 마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작은 불씨에도 엄청나게 번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나무가 타버리면 탄소가 다량으로 발생되고 자연이 흡수할 수 있는 양과 배출양의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라도 잘 보살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어쩔수가 없다>의 엔딩은 기계에 의해 마치 학살처럼 보이는 벌목 현장을 담겨 있었다. 실제 살인이 일어나는 장면보다 엔딩이 더 기억에 남았던 까닭은 아마도 <붉은 겨울이 온다>를 읽었기 때문이지 싶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되는 사실은 우리가 탄소를 줄이는 방식으로 나아간다고 해도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란 부분이었다. 저자는 이를 라면을 끓였던 냄비에 비유하였다. 냄비를 가열하던 열원이 정지된다고 바로 냄비가 차갑게 식지는 않는다. 그렇기때문에 지금 당장, 무엇부터 실천해야할까. 국가의 정책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문화를 바꾸는 일 부터가 그 시작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사회집단의 삶의 양식을 결정하는 모든 분야가 전환되어 궁극적으로 그 사회 고유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역사에는 세상을 바꾼 많은 혁명이 일어났다. 지금 지구의 모든 인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문화혁명이다. 193쪽

저자는 서울의 궁궐 내 도시숲이 어느 정도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지를 계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예상보다 그 양이 적지 않아 놀랐다고 했다. 당장 아이를 위한 나무 관련 서적을 찾아보더라도 '궁궐내의 나무 혹은 정원'과 관련된 도서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앞서 짧게 언급한 것처럼 탄소가 전적으로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립을 잘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기후변화에 있어서 핵심인 탄소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카본테크를 활성화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카본테크는 말 그대로 탄소를 직접 다루는 기술이다.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도록 막거나, 이미 배출된 탄소를 회수해서 없애거나 활용하는 기술에 기반한 산업기술이다. 225쪽

문화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궁궐의 나무 그리고 카본테크로 넘어오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궁궐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탄소 흡수원을 찾는 것이나 카본테크와 관련된 기업을 선호하는 일 등은 충분히 실천가능한 이야기다. 나아가 푸드테크와 관련하여 음식 포장용기를 덜 사용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 하는 것 역시 우리가 당장 할 수 있으며 해야하는 일이라고 느꼈다. 아이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인 이유는 눈이 내리고, 그 눈속에 파묻혀 눈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눈을 빼앗고 싶지 않다면 이외에도 AI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말고 사람에게, 자연에게 더 눈을 맞추라고 <붉은 겨울이 온다>는 말하고 있다.




#붉은겨울이온다 #정수종 #추수밭 #기후감수성 #탄소중립 #기후 #기후변동성 #지구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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