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9
송윤경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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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트래블 이탈리아 / 송윤경 지음 / 상상출판

 

 

모든 나라가 그럴테지만 이탈리아는 유독 한 번만 다녀오기에는 정말 아쉬운 곳 중 하나다. 길지 않은 여행기간 동안 밀라노, 바티칸, 카프리, 나폴리에 베네치아까지 어느 한 곳 분위기가 유사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베네치아의 경우 예술을 전공한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송윤경 저자가 말하는 이탈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10가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얼핏 사진만 보더라도 중심이 되는 건축, 분위기, 그리고 색깔까지 다채롭기 그지 없다. 특히 소렌토나 카프리섬가 상징하는 레몬주와 맥주, 나폴리 피자를 먹어봐야 하고, 베스트셀러인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경이 된 두오모, 디자인의 도시 밀라노에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집까지! 그렇기에 가기전에 관련된 영화나 문학등을 보고가면 훨씬 풍성한 여행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추천하는 일정을 필히 참고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는 여행이 계획없이 즉흥적으로 떠나야 한다고들하는데 이탈리아 만큼은 반드시 가이드북을 읽고, 구체적으로 일정을 세우고 출발하는 것을 권한다.

 

 

 

 

 

핵심일정중에 포함된 트레비 분수는 여성 여행객들에게는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이자, 아이스크림 콘을 맛보고 싶은 장소다. 저자의 추천일정에는 분수에 동전을 넣은 뒤 소원을 빌고 점심먹기를 추천했는데 엄청난 인파속에서 차분히 자신의 소원이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나도 추천한다.

 

 

 

 

 

 

 

 

 

앞에 적은 것처럼 관련된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출발하면 훨씬 풍성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데 책을 읽는것이 부담스럽다면, 영화로 이탈리아를 먼저 만나보는 것도 좋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글래디 에이터, 로마의 휴일, 천사와 악마 등은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라 이미 보았을 확률이 높지만 기내에서 혹은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보게되면 그 느낌이 또 다르다.

 

 

 

 

 

셀프트래블의 다른 시리즈보다 이탈리아편은 준비하기 과정부터 꽤나 세심하게 되어있다. 이탈리아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 폼페이 지역처럼 특별히 옷차림이나 행동에 신경써야 할 장소들에 대한 주의사항, 이탈리아 자체가 문화예술의 나라인 만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품성 있는 도시, 건축물들에 대한 안내가 그러하다.

 

 

 

 

 


특히 이탈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로 사계절이 모두 여행하기에 좋은 날씨다. 저자가 특별히 더 추천하는 계절은 봄 4~6월, 그리고 가을인 9~10월로 웨딩시즌과 겹치기 때문에 신혼여행으로 떠나는 이탈리아에 맞는 일정도 소개되어 있다. 결혼준비를 한 두달 전에 하는 경우가 드문것처럼 이탈리아 행 비행기 티켓은 3~4개월 전에, 여행계획은 4~5개월 전에 해두면 좋다. 가을 예식과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준비중인 예비부부들은 다른 여행자보다 더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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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잡담 - 카페에서, 거리에서, 바닷가에서
장희창 지음 / 양철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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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잡담 / 장희창 지음 / 양철북



고전을 여러 권, 아니 수십권 사들였던 적이 있었다. 10여년 전, 인문학의 열기가 내 삶을 비켜가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리고 현재, 그 대부분을 선물로 주고 남은 책이 몇 권 안된다. 유학가는 후배에게, 대학 신입생이 된 사촌들에게 그리고 크리스마스나 생일 날 카드와 함께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그렇기에 더 부끄러운)책들을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다시 고전을 기웃거린다. 그렇게 만난 <고전잡담>. 미리 밝히지만 고전읽기를 제대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 <고전잡담>은 총 세 파트로 나뉜다. 카페 이디아, 촛불집회가 있었던 서면 거리 그리고 청산포 바닷가. 시작은 이솝우화로 가볍게 출발한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줄곧 계급사회는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부는 평등해야 할 인간의 계급을 나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귀족과 양반이라는 태생적인 계급도 빠질 수 없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애절한 연가가 아니라 '을'의 삶을 그렸다는 것도 알았고, 이솝우화를 쓴 이솝 역시 '을'의 삶을 풍자했다라는 것도 책을 통해 알았다. 저자가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태도였다. 책을 통해 김구 선생이 진정한 리더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단 한가지도 빼놓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의 일을 유쾌하게 바라볼 줄 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연암 박지원도 김수영 시인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리더의 덕목은 섬김다는 것,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해야하는지, 그렇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국민을 괴롭히는지를 알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완전한 섬김이 불가능하다면 누군가를 통치하고 정복하려는 위치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것도 방법이다. 마치 장자처럼. 그렇지 못한 보통의 인간이 갖는 욕망과 허영을 사탄은 제대로 간파하였고, <파우스트>에서는 그것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물론 여기서가 끝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갖는 희망,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같은 최소한의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개선문>을 보면 전쟁과 그 전쟁에 굴복하며 같은 인간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것처럼 인간이 같은 인간으로서 나눌 수 있는 우정과 사랑이 결코 그에 비해 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좀 더 확대하자면 동과서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동양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 사람들도 있지만 서로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했던 <서동 시집>, <오리엔탈리즘>을 읽고 싶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다문화, 글로벌화가 당연시 되는 지금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인종차별이 난무하는데 이보다 더 과거에, 서로의 다름을 제대로 바라보고 교류하고자 했던 이들의 글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그리고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우선시 되는 것은 '나'를 제대로 사유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 역시 고전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몰라도서 불행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의 움직임을 놓치는 자는 반드시 불행에 빠진다. 225쪽


위의 글은 <명상록>에 나오는 것으로 니체도, 차라투스트라도 이와 유사한 글을 남겼다. <명상록>의 저자는 로마제국의 황제 아우렐리우스다. 황제이기에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었고, 또 어떤면에서는 자기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운 위치였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는 더더욱 허세스러움, 공허적인 문체나 허울등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겸손한 태도, 자신을 바로 본다는 것은 바로 그 겸손함의 다른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가 고전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잡다한 지식이 아니라 '삶의 자세(238쪽)'라고 하였고, 그에게 있어 '인문학'은 '자기 생각을 자기 글로 쓰는 능력을 기르는 것(228쪽)'이라고도 말한다. 결국 이전에 수십권씩 사놓고도 고전의 흥미를 붙이지 못했던 것은 아우렐리우스와 달리 허세에 가득한 생각과 글을 쓰려했던 나의 오만이었다고 생각한다. <고전잡담>을 통해 지식이 아닌 '삶의 자세'를 배우기 위해 고전을 다시 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을 내 글로 쓸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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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
슛뚜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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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살기 전 까지, 나는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을 몰랐다. 프롤로그-


저자의 같은 나이에 독립을 했다. 다른게 있다면 즉흥적인것도 아니었고 등떠밀리듯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이사를 마치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던 첫 날, 울기보다는 케이크를 사서 자축을 했었다. 그리고 생활이 시작되었다. 저자가 느꼈다는 '집이 가지는 힘'이 내게는 엄청 고단했었다. 끊임없이 돈벌이를 해야했고, 심리적인 외로움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으니까.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고 술을 좋아하던 저자와 달리 나는 철저하게 나 혼자만의 공간으로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지금처럼 SNS가 활발하던 때가 아니어서 그당시 방을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갈수록 마치 나의 추억을 꺼내어보는 듯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이제 나는 아무도 나에게 무어라 할 수 없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얻었다.

덕분에 나만의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근사한가. p.20-21



독립하고 제일 처음 도전했던 건 '모닝페이지 쓰기'였다. 저자의 말처럼 나만의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내 맘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던 때라서 아침 일찍 이어나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바로 모닝페이지를 쓸 수 있었고 아침을 먹다가 그대로 놔두고 출근을 해도 잔소리할 사람도 없었다. 바꿔말하면 어느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이 주말이면 청소, 빨래와 밀린 설거지를 해야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바지런히 집을 꾸밀 때도 있었지만 졸전으로 바빠지는 저자가 청소를 하루이틀 미루기 시작하면서 집이 어지러워졌을 때 느꼈던 기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날 확실히 깨달은 바가 있다. 내 집은 내 마음 상태를 대변한다는 것.

에너지 넘치고 행복할 때의 나는 아늑하고 따뜻한 집에 살았고, 힘없고 우울할 때의 나는 외롭고 쓸쓸한 집에 살았다.

어느 순간 집이 엉망이 된 채로 방치되고 있다면, 내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볼 것. p.91


 



살림을 제대로 배우고 나온것이 아닌건 나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오피스텔에 드럼세탁기가 옵션으로 다 마련되어 있지만 내가 독립하던 때에는 가전이 옵션으로 들어있는 경우가 일반적이진 않았다. 1년 뒤에는 반드시 세탁기가 옵션인 집으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던터라 세탁기를 사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주변에 빨래방도 없었을 때라 어쩔 수 없이 이불빨래를 제외하고는 모두 손빨래를 해야했다. 그래도 저자의 말처럼 빛의 힘덕분에 빨래는 빳빳하게 냄새없이 잘 말라주었다. 그 무렵 학창시절 경제적인 이유로 배우지 못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빛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내가 이렇게 내 집의 하루에 대해 줄줄이 꿰고 있는 건 애정이 있는 까닭이다.

빛이 들 땐 화분을 어디에다 놓고 일광욕을 시켜야 하는지, 언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지, 몇 시까지 형광등을 켜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지. p.201


자신의 집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집돌이 혹은 집순이라서가 아니다. 집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자신이 누리는 보금자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책<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을 읽다보면 행복해하는 저자의 모습이 정말 훤히 그려질 정도였다. 대단한 것에 바라고 추구하기 보다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 먹고 싶을 음식을 먹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 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무엇보다 반려인이라고 까지 표현한 베베와의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는 것에 감사하는 저자는 그야말로 아름답고 행복해보였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나는 그런 감사가 거의 없었다. 집을 옮겨다닐 때마다 불만사항만 가득했고, 보증금을 올리지 못하는 나의 경제적인 무능에 답답함을 느끼기만 했었다. 행복이란 것, 잘 산다는 것은 결국 오래살아서, 많은 것을 소유해서도 아니었다. 지금, 바로 내가 머무는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아닐까. 저자 슛뚜는 스물 셋, 신체적, 경제적 독립 뿐 아니라 불행해질지도 모르는 많은 것들로부터 독립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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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시 - 아픈 세상을 걷는 당신을 위해
로저 하우스덴 지음, 문형진 옮김 / 소담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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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본다.
상실의 아픔으로 괴로워했을 때 나는 시를 떠올렸던가. 혹은 시가 아닌 소설 혹은 영화라든가 음율을 떠올리긴 했는가. 아니었다. 그저 붙잡고 울었다. 그 괴로움의 끝이 어디에 있는지, 나를 향한 빛이 다시 비춰지긴 하는것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던 그때가 있었다. <힘들 때 시>라니. 실소가 터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극한의 고통이 끝나고 난 후 우연히 스친 한 구절의 문장 혹은 시를 통해 우리는 그제서야 완벽하게 고통에서,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기억은 분명이 존재한다. 마치,


단 한번이라도 나에게 쏟아 내렸다면,
그것이 실제였다는 것을 -


마리 하우의 [수태고지]의 일부처럼 말이다.

살면서 상실의 아픔은 여러방법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소개된 10명의 시인 그리고 추가로 소개되는 다른 문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를 읽어야 한다. 그것이 연인과의 결별일 수도 있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믿는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사건들의 주체가 아닐 수도 있다. 아니, 결코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가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분노와 좌절만이 가능한 것일까. 시는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는 말한다. 우리 모두가 그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이제 최악을 알게 되었으니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웬델 베리 [이제 최악을 알게 되었으니]를 통해 베리는 두가지 측면에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 미안함은 인간이 타인에게 저지를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력하고 속수무책인지를 자인하는 말이다.

베리의 ‘미안’함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책임감에 대한 고백이다. -중략-
그의 자손들이 자신들의 인류 역사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와 함께 느끼게 될 공포를 무려주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이다.  P.124-5

개인적인 아픔에 대해, 그 상실을 담은 작품을 일부러 제외시켰다. 지금 내가 상실의 눈 한가운데에 들어있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개인적인 상실보다 연대적인 상실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한 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대적 상실의 책임을 진다고 해서 개개인이 가지는 회복을 외면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빛이 “숨겨진 것”과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기꺼이 왔다는 표현 속에는 빛이 존재하지 못할 곳은 없으며, 아무리 어둡고 슬픔으로 가득하고 잊힌 존재의 구석일지라도 길을 찾아낼 것이라는 주장을 내포하고 있다. p.108



잔 리처드슨의 <빛이 오는 방법>의 시의 구절을 풀이한 것으로 빛은 특정 대상을 선별해서 비춰주는 것도 아니고 제한된 구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모든 것을 내 맡길 대, 비로소 빛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자세가 되었을 때 빛이 이미 존재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저마다의 슬픔으로, 좌절로 힘들 때 시의 역할이 어느정도 인지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수십년간 감옥에 갇히는 물리적인 족쇄에서도, 마음의 감옥에서도 시만 있다면, 시인의 마음으로 사물과 주변을 바라볼 수 있다면 분명 자신만의 보석, 다이아몬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쪽 길입니다.
붙잡혀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굴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나짐 히크메트 <이쪽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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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고양이의 비밀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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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건대 뮤즈는 몇백 마리에 한 마리 있을 귀중한 고양이였고, 그런 고양이를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p.146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중 <장수 고양이의 비밀>은 하루키와 오랜기간 함께 했던 고양이 뮤즈의 비밀을 포함 1995년 11월부터 일 년 한 달 동안 [주간 아사히]에 연재한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벌써 25년도 더 지난 글이지만 하루키의 소설이 그러하듯 그의 에세이도, 그리고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은 현재에도 때론 실소가 때론 뭉클함이 그리고 역시나 자신만의 페이스로 달리고, 쓰는 작가임을 느끼게 해준다.


잡지에 연재한 에세이인 만큼 소재도 다양하고 그가 타지에 머물면서 겪었던 일들도 중간중간 등장하기 때문에 이미 다른 작품에서 소개된 글일지라도 지루하진 않다. 재미난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공중부유는 매우 즐겁다'는 꿈에서 공중에 살짝 혹은 2m이상 떠 본적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가끔 이지만 꽤 정기적으로 공중부유하는 꿈을 꾼다는 에세이를 남기자 독자투고를 통해 의외로 그런 꿈을 정기적으로 꾸는 사람들이 많아 사연들을 담은 이야기가 한 번 더 등장한다. 이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재미있던 까닭은 나역시 하루키처럼 아주 높이는 아니고 지상에서 50cm정도로 뜨는 꿈을 1년에 두 차례정도 꾸기 때문이다. 나역시 저자처럼 가끔 그런 꿈을 꾼다며 조심스레 말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꿈을 꾼다는 걸 알게되니 하루키와 마찬가지로 뭔가 좀 위로가 되었다고나 할까. 그런가하면 '상처받지 않게 됨에 대해'편은 앞에 이야기와 다른 의미로 의로가 되었다. 새해가 되어 앞자리가 바뀌고 나니 진짜 나이를 먹는구나, 내가 정말 이 나이가 되었구나 싶어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꾸준히 업적 혹은 경력을 쌓아온것도 아닌데다 무엇하나 제대로 해놓은게 없어서 더 그랬는데 나이를 먹게 되어 좋은 점이 상처에 너무 민감해지지 않게 되었다는 하루키의 말에 '나는 아닌데'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던 거다. 예전같으면 분명 상처받았을 법한 일을 그냥 웃으며 넘어간 적도 많고 심지어 금새 잊고 만다.



이 글을 읽는 젊은이 중 누군가는 지금 그런 괴로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로 앞으로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괜찮다,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나이가 들면 그렇게 처참할 정도로는 상처받지 않게 된다. p.123



하루키의 소박하다못해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싶은 이야기와 함께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은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오는 부차적인 역할이 제대로다. 가령 동물병원에 가본적이 없다는 말과 함께 그려놓는다던가, 본인이 그려놓고도 도무지 무슨 그림인지 모르겠다고 적는 그려놓았다던가 하는 식이다. 글을 읽다가 그림을 보면 여지없이 피식하게 되버린다.


 

SNS가 활발해지면서 맛집 혹은 제품을 사용하다가 불만이 생기면 글을 올려 자신의 기분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키 역시 예외는 아닌데 시대가 95년도인만큼 그당시에 하루키는 정성스럽게 편지를 적었다고 한다. 물론 적는과정에서 화가 풀려 서랍에만 넣어두고 끝내 부치지 않은 편지가 더 많긴하지만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부분은 어쩌면 앞서 언급한 '상처받지 않게 됨에 대해'와 연결될수도 있겠는데 나이를 먹고, 또 내가 당한 일을 적으면서 더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가게 안가면 되지.' 또는 '안먹으면 그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크게 상처받지 않으니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건 타인에게 '당신도 그렇게 해보세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감하는 부분이랄까.


<장수 고양이의 비밀>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생각보다 뮤즈의 비밀이 그렇게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 뭐랄까. 짧고 굵게 라고 해야하나? 많진 않은데 그 비밀이란게 실로 놀라울정도긴 하다. 그 비밀이 무엇인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겠다. 궁금한분들은 책으로 직접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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