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패티 스미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아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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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펀딩했던 것 중 제본이 젤 예뻐요:) 맘에 듭니다. 리커버 저스트키즈랑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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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와 디자인 - 디자인 역사와 조형의 원리
엘런 럽튼.애벗 밀러 지음, 현호영 옮김 / 유엑스리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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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와 디자인: 디자인 역사와 조형의 원리



엘런 럽튼과 애벗 밀러의 <바우하우스와 디자인>은 바우하우스에서 가르쳤던 교육과정과 방향 그리고 교수자들이 추구했던 방향성이 어떤 이론을 기반으로 시작되고 확대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바우하우스의 기본적인 출발은 프뢰벨, 유아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꽤 진지하게 마주했을 그의 교육철학에서 출발한다. 덕분에 초반에는 바우하우스 신입생이 된 것처럼 사물을 도형화하는 부분부터 흥미롭게 읽었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 설립되었으며 초대 교장은 건축가였던 발터 그로피우스였다. 이후 화가 요하네스 이텐이 기초과정을 개설하였는데 몇년 뒤 그로피우스에 의해 이텐이 사임하게 된다. 책에도 나오는 것처럼 이텐은 바우하우스 이전, 1916년 비엔나에서 예술 학교를 세웠(44쪽 참조)었다. 그의 교수 방법이 '예술가로서의 어린이'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그가 기초과정을 맡았을 당시에 신입생들이 정말 부러워질 지경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을 누린 학생들이 많지는 않다. 바우하우스의 역사가 30년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놀라운 건 칸딘스키, 파울 클레, 요제프 알베르스 등 우리에게 낯익은 예술가들이 바로 바우하우스 그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사실이다. 프뢰벨의 <교구와 공작>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이 아니라 '시각 언어'로서 기능하며 바우하우스에서 교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프뢰벨식 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는 '르 코르뷔지에'도 있었다. 특히 지금도 전공자들 외에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점.선.면>은 칸딘스키가 바우하우스 교재로 사용하였다.


칸딘스키는 궁극적으로 모든 표현 양식이 이런 시각적 스크립트를 통해 전환되고, 요소들이 광범위한 '종합 목록'이나 '기본 사전' 도표로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57


개인적으로는 아동학을 전공하다보니 프뢰벨에 이어 '게슈탈트 심리학'과 관련된 부분이 언급된 부분에서는 복습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미술교육 이전에 아동학을 먼저 했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점점 더 흥미롭게 읽혔다. '바우하우스 스타일'이라 불리었던 철학이 유럽의 각국에서 다른 영향력을 미치는 예술사조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었다. 애초에 바우하우스의 초대 교장이었던 발터 그로피우스의 설립 배경만 봐도 예술학교를 위한 선언문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다.


"이제 장인과 예술가 사이에 오만한 장벽을 쌓던 계급 차별이 없는 새로운 장인 길드를 세우자! 건축. 회화,. 조각을 통합하여 백만 노동자의 손으로 미래에 언젠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새로운 신앙의 결정체를 창조하자. 80


이 책은<▲ ■ ●의 ABC: 바우하우스와 디자인 이론, 유치원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전시와 함께 출간된 책으로 목적이 분명한 책이었다. 본문 뒤에 부록을 포함해도 150페이지가 안되지만 그리드와 점. 선. 면을 통한 삽화와 언급된 선언문들 하나하나가 그냥 휘리릭 넘겨볼 수 없었다. 덕분에 바우하우스를 중심으로 변화되는 디자인운동과 이론의 흐름을 익히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미술, 교육 그리고 디자인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아래 발췌문을 토대로 일독을 권한다.


시각의 언어는 자명하지도 독립적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넓은 사회적.언어학적 가치의 속에서 작동했다. 디자이너들이 넓은 장을 주도하려면, 시각적 형태와 언어, 역사, 문화 사이의 관계를 읽고 쓰기 시작해야 한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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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을 모으는 내 아이의 첫 ETF -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절세 효과 만점의 ETF 투자법
미즈쑤(김수연)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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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을모으는내아이의첫ETF #ETF #경제교육 #미즈쑤 #협찬


ETF는 나에게 돈의 철학을 다시 가르쳐줬다. 매일 시장이 오르내리더라도 그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내가 쌓는 건 단기적인 돈이 아니라, 장기적인 선택의 자유였으니까. 63쪽

미즈쑤(김수연) 저자의 '1억을 모으는 내 아이의 첫 ETF'는 아이를 위한 투자 교육이자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으로 무작정 모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투자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었다. 저자 역시 투자를 전혀 알지 못했던 시절이 있어서인지 나처럼 여전한 투알못 독자들에게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일타 강사가 수능 만점을 받을 순 있지만, 수능 만점자가 일타 강사가 반드시 되는 건 아니라는 이치와 같다고나 할까. 특히 아이들에게 금수저를 물려 줄 수 있으면 좋지만 그럴 수 없으면 최소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보다, 돈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64쪽)이 되길 바란다는 부분에서 거의 모든 엄마들이 격하게 공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ETF' 여야 하는가.

특히 장기투자에서는 종목 선택 능력보다 '어디에 오래 머무르느냐'가 더 중요한데, 미국ETF는 이 점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꾸준히 적립하면서 시장의 전체 성장을 함께 가져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89쪽

ETF는 '주식'이 아니다. 하지만 주식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히 ETF는 살 때는 세금이 붙지 않고 팔 때만 세금이 발생하며 무적일 것 같은 삼성 역시 무조건적인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종목이 아니라 여러 종목을 구매하는 방식이라 다른 쪽에서 손해가 발생해도 전체적으로 보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점도 ETF여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종잣돈을 모으는 습관이 없다면 결코 '돈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무리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봐도 딱히 효과가 없던 그때, 문득 생각난 게 있었다. 어찌 됐든 저금통 한 개를 채우는 경험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126쪽

아이가 영유아 시기에는 통장을 개설해서 그냥 이자만 쌓이게 놔두었었다. 이후 유치원 등에서 경제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저자처럼 저금통을 선물로 주었다. 초반에는 모으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열쇠로 열어야 하는 저금통을 사준 후로는 드디어 '모으는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이와 같은 내용이 책에도 등장한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저자의 아이들처럼 백만원 단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신이 받은 용돈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알게 되었다. 책에는 이후 엄마가 해주어야 할 진짜 중요한 ETF 포트폴리오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사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모르는 데 귀찮아서 그냥 방치하듯 저금통과 통장만 개설해두고 있었던 나를 엄청 반성했다.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돈을 투자한 목록이 아니라, 자산을 어떻게 조합하여 위험을 관리하고 수익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설계라고 할 수 있다. 157쪽

책에는 아이를 위한 1억 ETF 뿐 아니라 부모를 위한 10역 연금 부자를 위한 내용도 담겨져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아이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제대로 돈을 공부하고 싶고, 투자에 관심이 생긴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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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마인드셋의 기적 20 - ‘공부’에서 ‘무기’로 바꾸는
서보경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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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마인드셋의 기적 20

서보경 2026 세종서적




단기 어학도 다녀오지 못한 나의 영어실력은 아주 간단한 응대 수준으로 스몰토크 조차 불가능하다. 그런 나도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있었으니, 내년을 목표로 영어로 전시해설을 하는 것이었다. 한국어로 만 10년을 했으니 이제 외국인 관람객을 상대로 활동하고 싶은 바람이 무리는 아니었다. 스크립트는 어떻게든 외운다하더라도 질의응답은 어떻게 할 것이며 누가봐도 정통국내파 발음은 제대로된 영어 공부를 하기도 전에 나를 절망케 했다. 그런데 '영어 마인드셋의 기적 20'이란 책을 발견했다. '영어로 생각하라, 뭐 이런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영어마스터 비법서'랑은 무언가 달랐다.


당신의 귀가 막힌 게 아니다. 머릿속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다. 오늘부터 무작정 이어폰을 꽂는 대신, 먼저 텍스트를 읽어라. 그 작은 순서의 차이가 당신의 영어 인생을 추월차선에 올려놓을 것이다. 41쪽


방구석에서 이어폰을 꽂고 1시간 동안 토익 지문을 들었던 경험이 내게도 있었다. 물론 이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작정 듣기 전에 필요한 과정, '데이터 심기'가 선행되어야 했다. 직접적인 지문을 보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들으려는 지문의 주제와 핵심 단어를 먼저 접한 후 들어야 지루하지 않고 익숙해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가하면 이 책을 통해 '확' 와닿았던 부분, 영어를 명품백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택배' 이자 '도구'로 생각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유려한 발음으로 자랑하듯 하려면 24시간 영어만 해도 부족할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영어권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영어로 생각하려는 시도때문에 핵심을 말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해외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중요한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오히려 제2외국어를 사용하는 곳에서 근무한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영어 마인드는 대단한 국제회의나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엥서만 필요한 스킬이 아니다.(...) 영어를 진열장에 모셔두는 '트로피'처럼 대하지 마라. 영어는 억울할 때 소리치고, 기쁠 때 환호하기 위해 움켜쥐어야 하는, 현실적인 '생존 무기'다. 83쪽


책을 읽으면서 특히 마음이 놓였던 부분은 영어권에서 태어난 사람들 중 제2외국어를 할 수 있는 비율이 30%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반면 한국에서 태어나 영어로 대화를 하고 업무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렇다고는 해도 사업이나 연구 발표에서 이를 무기삼아 쉬운 단어로 짧게만 말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들어서 안되면 읽어서라도 준비하라고. 이를 '근육 기억' 5단계라고 표현였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뮬레이션, 두괄식 작성(결론부터 말하기), 낭독훈련(1~50회까지 소리 내어 읽기), 임계점 돌파(50회 이후부터 100번까지 말하기). 마지막으로 키워드 스피킹. 스크립트 없이도 핵심 단어만 보고도 문장 전체를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준비가 된 것이다. (113쪽 참조)


실제 외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전시해설 준비를 할 때나 독서지도를 위한 강의를 할 때 혼자 집에서 자료를 안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이 없을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줄곧 연습을 했었다. 그렇게 연습을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들, 특히 작품을 창작한 작가가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질문하는 경우에는 당황할 수 밖에 없다.그런 맥락에서 영어도 말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연히 원어민들이 사용하는 단어와 제2외국어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익히는 단어의 양은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니 그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약어나 농담들까지 능숙해지길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리였다.


이제 머리와 입 사이에 있는 거대한 '검문소'를 철거하자.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그려서라도, 써서라도, 온몸을 써서라도 전달하라. 그 뻔뻔함이 당신을 다음 레벨로 이끌어줄 것이다. 190쪽


발음은 좋지만 사용하는 단어가 유아틱 하거나 저급하다면 결코 그에게 영어를 잘 한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발음이 좋지 않더라도 핵심 단어가 정확하게 들리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한다면 누구도 그의 발음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된 외국인들의 반응을 비교한 영상을 너튜부에서 찾기란 정말 쉽다. 그런데도 명품백처럼 영어를 대했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한다. 또 영어에 노출되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몇 번 몰입하다 그만두었던 잘못된 방식도 이젠 다 비워야겠다. 이 책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으니 이제 100회 반복과 같은 실천을 통해 영어로 전시해설을 해내고야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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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없어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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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없어



"네가 왜 유자야?"

(...)

"니는 같은 반인데 아직 내 이름도 모르나."

"아니, 알아. 너 유지안이잖아."

"그래. 성이 유씨니까 유자."

전학생이 아아, 학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너한테 유자 향이라도 나는 줄 알았어." 48쪽


성이 유씨이자, 유자빵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소설 속 화자인 '나' 유지안은 지안이라는 이름 대신에 '유자'라고 불린다. 또 같은 반 김해민은 중학생 때 전학왔지만 고1이 된 지금도 여전히 이름이 아닌 '전학생'으로 불리고 있다.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뿐인 그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이름이 아닌 '유자'와 '전학생'으로 불리는 두 사람과 유자의 절친이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학교를 점점 결석하고 있는 '수영'이 등장한다. 수영은 별명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두 사람과 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이름은 물론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학원폭력이나 청소년 대상 범죄와 같은 내용은 없지만 충분히 공감할 만한 고민들을 다뤘다.


거가대교를 통해 부산으로 가는 길에는 바다를 지나도록 만든 터널이 있었다. 남들은 바닷속이라고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만 오가는 터널인데, 나는 그곳을 지나는 상상만 해도 귀가 먹먹해졌다. 

게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도 전부터 선택지 하나를 박탈당하고 시작하는 느낌. 그게 무슨 느낌인지 알까?

61쪽


소설의 배경이 거제도인데 어쩌다보니 태어나서 한 번도 못가본 곳이라 너튜브로 거제도 풍경과 음악을 검색해서 파도소리를 들었다. 이런 내 모습을 소설 속 유자가 보았다면, '자신에게 익숙한 곳을 낯설게 볼 수 있는 것, 심지어 낭만적으로 바라볼 수 있음'에 부러워했을지도 모른다. 유자는 거제가 불편하다. 하지만 거제와 이웃한 부산으로 넘어가고픈 마음은 공황으로 인해 쉽사리 그녀를 먼곳으로 나갈 기회를 희망할 수 없게 한다. 그렇다고 해도 유자의 바람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 그것도 아주 먼 곳으로 달아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바람을 말로 꺼낼 수가 없었다. 자신도, 자신의 배경과 환경 모두를 부정하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중학교 시절 100명이 안되는 작은 학교에서 유자는 전교 1등이었다. 학교에서는 유자라는 별명과 동시에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이 줄곧 그녀의 '본질'을 가로막고 있었다. 처음 본 중간고사에서 19등을 했을 때, 석차 자체로는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왜 괴로울 수 밖에 없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 그것이 유자를 괴롭게 만들었다. 


나도 전교 1등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그 정체성이 없었다면 이번 석차는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받아들였을 거다. 내가 모래중 전교 1등 유지안이 아니었다면. 내가 아니었다면. 87쪽


자신을 부정하는 삶이란 겉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안으로는 점점 더 피폐해질 뿐이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사는 곳을 바꾼다고 부정하려고 했던 모든 것이 사라지진 않는다. 결국 방법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인지를 상실한 우매한 대중의 말들이 결코 사실도, 진실도,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는 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부터 인정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쓰다 보니 알겠떤데? 남들은 저 팀 망했다. 망했다. 그러는데 진짜 망한 건 아니더라고. 내가 대사 한 줄도 못 쓰게 된다면 그땐 정말 자포자기 망한 거겠지.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 148쪽


마흔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나는 유자와 전학생 그리고 수영처럼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현실에 맞지 않거나 이제는 나이가 너무 많아 불가능해진 꿈들을 정리하지 못해 방황하는 꼴이 그들보다 더 어리숙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세 사람과 혜현 언니의 상황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나를 지우고 싶은 간절함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당장 바꿀 수 있는 건 바꿔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유자는 없어'를 권하고 싶다. 우리에게 있는 것, 내가 나라서 좋은 이유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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