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를 다 읽은 나의 마음은 참으로 복잡하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었는데, 중간중간 턱턱 걸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 시대가 그랬으니 뭐 이런다고 내가 뭘 어쩌겠나, 하는 심정으로 재미있는 부분에 더 집중을 해서 읽었다. 그렇지만 결말까지 읽고나자 좀..... 슬퍼졌다. 기운이 빠졌다고 해야할까. 처음에 맞닥뜨린 결말은 헉! 뭐지? 이런거였는데, 그래, 어떤 취지인지 잘 알겠다, 아무리 힘들고 고단한 상황에 맞닥뜨려도 인간은 다른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는 말을 하려고 한 것 같은데, 하아- 이 웅장하고 따뜻한 결말 앞에 나는 '대체 왜 이래야 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이거 싫어.... '하게 되었다.
결말은 그 성격상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내가 여기에 밝히진 않겠다. 다만, '한 여자가 어떤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기회가 이쪽 과 저쪽에 대해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책에서 쓴 결말이 아닌, 다른 결말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 여기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최애캐, 수키를 생각했다.
주인공 '수키'에게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수키를 너무나 피곤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으면 좋을 것 같지만, 듣고 싶지 않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수키에게 참 힘든 일이다. 모르고 싶고, 알고 싶지 않은데 알아야 하니까. 그런 수키가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그렇게 뱀파이어 빌과 사랑을 나누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뱀파이어인 에릭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물론 중간에 호랑이로 변신하는 종과도 사랑에 빠지게 되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만 수키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수키의 솔직함에 있다. 수키는 착한사람 컴플렉스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한다. 혹여라도 자기가 나쁘게 보일까봐, 혹여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봐 자신에게 상처주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서 그녀는 항상 입밖으로 할 말을 다 해낸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그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한다.
시리즈 몇 권에서 나온건지 모르겠는데(그래서 그냥 죄다 링크해버렸다), 그녀의 능력을 알게된 도시의 경찰이 그녀에게 자신들과 함께 일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수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면 범죄자를 잡아내는 데 엄청 유리하게 이용될테니까. 그러나 수키는 거기에 '아니오'를 말한다. 아니, 나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이렇게 결정하는 수키가 너무나 놀라웠고 그리고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수키는 자신의 능력을 경찰과 함께 범죄자를 잡는 데 사용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키 개인을 위해서라면 수키는 힘들게 사는 것을 거부한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그 힘든 길을 가고 싶지 않다. 여기에 경찰도 수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수키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지만, 책 속에서 그 누구도 수키에게 나쁜년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앞으로 범죄가 일어난다면 니 탓이야'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게 아주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분노의 포도》로 돌아와 '로저샨'을 생각한다.
로저샨은 어머니의 무언의 부탁, 눈으로 하는 부탁을 수락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죽어가는 한 생명을 살리게 된다. 이렇게 끝을 맺으면서 분노의 포도는, 이렇게 역경이 닥쳐오고 닥쳐오고 또 닥쳐와도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니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이 결말은 대단하다고 생각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로저샨이 되는 순간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일단 내가 로저샨이라면, 나는 로저샨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선택은 내가 하기 '싫다'. 나는 어머니의 무언의 부탁이 내게 닥쳐와도, '나 그거 싫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할 것이다. 그 선택은 강제되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반드시 해야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싫다'고 당연히 말할 수 있다. 그 선택은 법으로 결정된 것도 아니고 내 의지에 관한 것이니까.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한 사람의 삶이 달려있다는 거다. 그러니 울며겨자먹기로 어쩔 수없이 '싫지만'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버리게 되는거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에 나에게 가해질 비난이 나는 두려울테니까.
일단 나는 '싫다'고 할거다. 왜냐하면 내게는 싫다고 말할 자유도, 권리도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싫다고 했을 때 그 다음에 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닥칠까? 그 시대적 배경상 많은 사람들이 내게
'네가 다른 선택만 했어도 그 사람이 살았을텐데...' 라고 할 것이다. 나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졸지에 누군가를 죽음에 몰아넣은, 죽음을 방치한 사람이 된다. 문제는, 그렇다면 그것이 왜 '내게만' 선택해야 하는 일이 되느냐인데, 거기엔 그녀가 '여성'이라는 게 아주 큰 요소가 된다. 남자는 할 수 없었다. 남자에겐 애초에 선택의 기회, 혹은 선택의 의무 자체가 주어질 수 없는 결말이었다. 또한 '나이든 여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일은, 로저샨 이기에 가능했다. 그러니 '네 선택이니 네 마음대로 해'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무도 '네가 꼭 해야만 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하지 않았을 경우에, '쟤가 그렇게 선택만 해줬어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걸 알면서, '나는 싫으니까 선택하지 않겠어'가 되기가 너무나 힘들다. 진짜 싫지만 나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며 그 싫은 걸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선택했고 한 사람을 살렸으므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옳은' 선택을 한, '숭고한' 여자가 될 것이다. 아, 너무 싫다. 나는 숭고한 사람도 뭣도 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왜 내가 그래야 하는가...
로저샨의 선택은 로져산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말 그대로 '빼도박도'못한 상황 에서의 선택이었다. 넌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지, 가 가능하다지만, 이래도가 아니라 저래도를 선택했을 때 내가 살아갈 그 다음 생은 과연 어떤 걸까.... 두 눈 딱 감고 이걸 하자, 이렇게 싫지만 한 생명을 살리자, 를 선택했다해서 내가 기쁠까? 나는 그 남자가 꼴도 보기 싫을 것 같고 세상을 우울하게 살 것 같다. 이걸 선택해도 저걸 선택해도 내가 마냥 기쁘고 행복할 순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이 소위 옳다고 말하는 걸 위해서 정말 싫은 걸 해야했으니까. 그런데 만약 싫어서 선택 안했다면 죽음을 방치한 사람이 될테니까. 왜 로저샨에게 이런 상황이 닥쳐야하지? 왜 이렇게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상황속에 몰아넣고야 마는거지? 아 싫어... 정말 싫다...... 처음엔 충격적이었지만, 곱씹어볼수록 뭔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만든 결말이라, 너무나 짜증난다. 이것이야말로 성녀프레임 아닌가.
《식스 센스》는 내가 대학시절 우리 삼남매가 함께 극장에서 본 영화였다. 그 당시에 반전 때문에 엄청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고 있고, 반전을 알고 난 후에 다시 보는 영화는 어떨까 다시 보고 싶다, 생각은 했지만 아직까지 다시 보지는 못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며칠 전에 텔레비젼에서 이걸 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오오, 이거 보자, 하고는 와인을 앞에 두고 홀짝이며 나는 남동생과 함께 이 영화를 중간즈음부터 보기 시작했다.
주인공인 소년은 고작 초등학생인데 유령을 본다. 유령을 보는 게 너무 무섭고, 그래서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자신이 유령을 본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도 못하고(어차피 믿지도 않을테니까), 그래서 '어딘가 이상한 애'가 되어있다. 이 아이에겐 그래서 상담사인 브루스 윌리스가 찾아온다.
아이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엄마도 아직 자신의 아들이 유령을 본다는 것을 몰랐을 때, 자신의 머리삔이 왜 항상 네 책상에 있는거냐며, 왜 가져갔느냐고 묻는다. 아이는 자신이 가져간 것이 아니라 말한다. 아이의 엄마는 일하고 온 뒤라 지치고 피곤한데 아이가 자신의 앞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아이와 단 둘이 사는 곳인데 자신의 머리삔이 항상 아이 책상에 가있다. 자기가 자기 자리로 돌려놔도 또 가있고..그런데 아이는 자신이 가져간 게 아니라고 말하니, 이 얼마나 당황스럽단 말인가. 그러니 엄마는 아이가 내가 가져갔다, 잘못했다, 고 말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아이는 계속되는 물음에도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는 거다. 이에 엄마는 화가나서 아직 밥을 먹고 있는 아이에게,
밥 다 먹었으면 일어나.
라고 말하고, 아이는 밥을 먹다 말고,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거짓말쟁이가 되어 자신의 방으로 우울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나는 이 영화에서 소년이 유령을 본다는 것, 엄마랑 둘이 산다는 것, 브루스 윌리스는 아이들을 상담해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등을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이런 상세한 내용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던 바, 이 장면들을 보는데 너무 막 마음이 아픈 거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가 눈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한다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런데 아이는... 아닌데 자꾸 자기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이 상황이 얼마나 속상했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외롭고 고독하겠다 싶은 거다. 아이는 외롭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데 마침 그때 또 유령이 나타나고, 아이는 너무나 무서워서 자기의 베개를 가지고는 다시 엄마에게 온다. 그리고 기 죽은 목소리로,
엄마. 혹시 많이 화나신 게 아니라면 저 오늘 엄마랑 같이 자도 돼요?
라고 묻는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이 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제발 거부하지 말아달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지금 그 아이 너무 무섭고 외롭고 고독하다고, 지금 내치면 아이가 너무 아플거라고, 그러니까 제발 안아주고 함께 자달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내 기대를 그대로 받아들인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끌어안고서는,
엄마 화나지 않았어.
라고 말한다. 같이 자자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는 진짜 눈물을 줄줄 흘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는 아이를 안고서는 너 그런데 왜이렇게 몸이 차갑고 떨고 있냐고 말하면서 아이를 꼭 안아주는데 너무 좋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이런 장면들이 있었구나. 한 이십여년쯤 전에 이 영화를 볼 때는 이런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 같은데, 아아, 이걸 지금 보니까 미쳐버릴 것 같네, 나는 사람이 고독하고 외로운 걸 보는 거 너무 힘들고 아픈데, 그게 아이라면 더 미칠 것 같아 ㅠㅠㅠ 저 아이 얼마나 자기 마음을 다 꺼내보이지도 못하고 사람들이 믿어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외롭고 고독하고 아플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서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되었는데,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아이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엄마에게 고백하기로 한다. 엄마, 저 유령이 보여요, 라고. 엄마는 트래픽 잼에 놓여있어서 짜증이 나있는데 대체 얘가 무슨 얘길 하는건가 싶어서 아이를 보고, 아이는 지금 저 앞에 교통 사고가 나서 우리가 이렇게 차가 막히는 거고, 그걸 다친 아줌마가 내 옆에 와서 말해주고 있다고 얘기한다. 엄마는 놀라서 아이를 보는데, 아이는 돌아가신 외할머니 얘기를 한다. 할머니가 항상 자신을 찾아온다고, 그리고 엄마에게 이런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면서 할머니가 전한 말을 엄마에게 들려준다. 그것은, 엄마와 할머니만 아는 사실이었으므로, 엄마는 아이의 말을 듣고 믿을 수밖에 없고, 엄마에 대한 원망과 오해가 풀려서 그리고 아이가 그런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엉엉 운다. 아이도 엉엉 울고, 나도 엉엉 울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식스 센스가 사람 울리는 영화였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토요일 안산에 가서 여동생네 가족과 저녁상겸 및 술상을 앞에 두고, 식스센스를 다시 본 것에 대해 얘기를 했다. 야, 그거 외롭고 고독한 영화더라, 하면서. 그러자 남동생이 여동생에게 말했다.
"큰누나 그거 보면서 대성통곡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부끄럽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아이가 힘든 거 너무 못보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성통곡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보고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보지 말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휴, 아이 힘든 걸 어떻게 또봐. 식스센스가 이런 영화였다니. 흑 ㅠㅠ 영화가 끝나고 자막 올라가는데 사말란 감독의 이름을 보고, 아이고 사말란 이사람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 이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든 그렇다.
책이든 영화든 그게 뭐든, 내가 어릴 때 봤던 거랑 지금 봤던 거랑 다르다. 내가 이만큼의 삶을 또 살아왔고 그만큼의 경험치가 늘었으며 또 생각과 시야도 달라졌다. 어릴 때 봤던 식스센스는 반전 있고 유령 나오는 영화였는데, 지금 다시 본 식스 센스는 아이의 외로움과 고독함이 너무도 사무치는 영화였다.
분노의 포도를 내가 한 이십년전쯤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로저샨의 선택이 숭고한 선택이었다고 추켜세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선택을 진짜 하기 싫다고 생각한다.
오늘 회사에 엄청 일 많아서 내가 이렇게 페이퍼 쓰고 있으면 안되는데, 그래도 어떤 사람들이 내 글 기다린다고 말하고 좋다고 말해줘서, 에에 일이 다 무어냐, 페이퍼를 쓰자~ 하고는 페이퍼를 쓰고야 말았다. 역시 칭찬은 다락방을 춤추게는 못하지만 글은 쓰게 하는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큰일이다. 퇴근까지 세시간 밖에 안남았는데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이걸 다 어떡하지.... 시간을 돌리면 내가 페이퍼를 안썼을까? 라고 물어보면, 나는 그래도 썼을 사람....
그럼 이만 여러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