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내용에 앞서,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팡팡 터질 것임을 미리 밝히는 바입니다.)



어쩌면 신은 누군가를 '특별히' 사랑하기도 하는데, 아델라인에 대해서 더 그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건 아델라인의 시간이 29살에 멈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계속 살 수 있게 해서가 아니다. 결국 아델라인에게 그토록 오랜 시간을 노화하지 않고 살게 해준 건, 아델라인이 믿고 의지하고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람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였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 너는 진실한 사랑을 만나는 데 다른 사람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구나, 그러니 보통사람의 수명으로는 곤란해, 너에게 더 긴 시간을 줄게' 라고 신이 총애한 사람이 아델라인이 아닐까 싶었던거다. 그래서 내가 그런 아델라인을 보며 질투와 시기를 가졌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정말 잘되었다고, 아델라인이 더이상 도망치지 않도록 용기를 내게 해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당신의 시간이 그토록이나 길고 힘들었던건가, 싶으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델라인의 시간은 아주 오랫동안 29살에 멈춰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늙어갔다면 현재 100살이 넘었을텐데, 아직도 여전히 계속 스물아홉살이다. 그런 그녀가 사랑에 빠졌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고야 말았다. 자신의 특이한 상황-늙지 않음- 때문에 자신이 연구대상이 되고 관심이 대상이 될까 두려워 도망치는 삶을 반복해 살았고,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늙어갈 때 자신은 계속 젊은 상태로 있어 상실감을 느끼는 것들 때문에도 그녀는 도망쳤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상실을 경험해야 했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역시 오래 함께 같이있어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 대해 그녀는 자신의 딸 말고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딸은 이제 백발이 가득한 할머니가 되었고, 자신의 엄마인 젊은 아델라인에게 더이상 도망치지 말라고, 사랑을 하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아델라인에게 그건 너무도 먼,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앨리스'를 만나고 바뀐다. 앨리스라는 한 사람 때문이라기 보다는, 앨리스의 아버지인 '윌리엄'의 조언도 컸다. 자, 여기서 인상적인 장면이 나오는데, 


그러니까 '아델라인'은 '앨리스'의 집에 방문하게 된다. 앨리스 부모님의 결혼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가 열리는데 거길 같이 가자고 앨리스가 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집에서 며칠 머물기로 했는데, 가서 보니 앨리스의 아버지 '윌리엄'이, 아주 오래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자신과 사랑을 나눴던 바로 그 남자가 아닌가! 아델라인도 윌리엄을 알아보지만, 윌리엄 역시 놀란다. '너 내가 오래전에 알던 그 여자를 닮았구나!' 그러나 아델라인은, 자신은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의 딸이라고 한다.


결혼생활이 오래되어 자신의 결혼생활에 푹 빠져 젊은 시절 연애했던 아델라인을 잊고 지냈던 윌리엄은, 덕분에 회상에 잠긴다. 아 그때, 아델라인 덕에 내가 좋아하는 일로 전공을 바꿀 수 있었지, 하는 것도 깨닫고, 그들의 즐거운 시간에 대해서도 회상한다. 그리고 우연히, 지금 아들의 연인으로 찾아온 그녀가, 과거의 그녀임을 알게 된다. 이건 믿을 수 없는 일인데, 그는 믿는다. 숲길에서 이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나는 혹여라도 윌리엄이 아델라인에게 '내가 너를 오랫동안 못잊었는데!' 하면서 기쁨과 감동에 겨워 키스를 하진 않을까, 끌어안진 않을까, 좀 신경이 곤두섰다. 이제 그에겐 아내가 있고, 또 아델라인은 자신의 아들의 연인인데, 뭔가 좀 거시기하고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해 막장으로 흐를까봐 좀 날카로워져 있었는데, 오, 그런데 윌리엄은 그러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그녀의 처지를 이해해준다. 너 정말 힘들었겠구나,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겠구나, 이제 도망치지 말아, 라고.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불쾌한 구석이 없는 영화이다. 빻은 남자들이 나오지를 않아. 물론 영화를 보면서 '어디, 빻은 남자 나오는가 두고보자' 하고 보는 건 아니다. 다만, 책이든 영화든 읽다보면 탁탁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잖은가. 그런데 이 영화엔 그런 게 전혀 없는 거다. 방금 위에서 언급한 장면처럼, 여자의 말을 '듣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장면이 나오는 거다. 이 장면은 내게 꽤 상징적으로 느껴졌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 《트랜스포머》에 그런 장면이 있었다. 그러니까, 여자 과학자가 남자 과학자들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장면. '혹시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자신의 짐작을 말하는 장면이었다. 오래전이고 또 내가 과학에 무지하다보니 그게 어떤 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 여자 과학자의 추측에 대해 남자 과학자들은 듣고 바로 무시해버렸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라고.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는 게 나오는 거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남자새끼들 진짜 여자 말 안듣네...'라고 생각했던 그 때의 나를 기억하는데, 이 영화 《아델라인》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남자는 오히려 여자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쓰는 거다. 이 장면이 굉장히 잘못될 확률이 많은 장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막장으로 가기 쉬운 장면. 자신이 사랑했던 옛여자가 내 앞에 여전히 젊고 아름답게 있을 때, 그것을 대부분의 영화에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생각하면 답답한데,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들 틈틈이 '윌리엄'의 지금의 결혼생활을 아주 잘 해내가고 있다는 점, 지금의 아내를 오랫동안 깊이 사랑했다는 것도 보여준다. 와- 진짜 너무 좋은 장면들이 가득해.



아델라인이 젊게 오래 사는만큼 공부도 많이 한다. 책도 많이 읽지만 할 줄 아는 외국어도 많은데,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다가 앨리스가 포르투갈어로 업무 얘기를 해야 해서 우아아아아 스트레스를 받자, 그 전화기를 확 가져와서는 포르투갈어로 막 다다다다다다다다닥 얘기를 해주는 거다. 개멋짐!! 이 영화속의 사소한 장면들은 아주 잘 짜여져 있는데, 또 이런 장면이 있었다. 아델라인이 앨리스의 집에 놀러가 앨리스 식구들과 다같이 게임을 한다. 일반적인 상식문제들을 풀어내어 겨루는 건데, 여기에서 아델라인이 제일 잘 맞히는 거다!! 연습문제는 권투에 관한 거였는데, 권투 선수에 대한 상식을 아델라인이 얘기하자, 앨리스가 '여자와 권투라니 귀엽군' 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는 거다. 중요한 건, 이 장면에서 앨리스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몰라서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거나 무시한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 거다' 라는 걸 알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까지도 다 생각해서 가벼운 농담으로 한 것. 아니나다를까, 앨리스가 이 말을 하자마자 아델라인도 그에게 지금 뭐라는 거냐며 야유를 보내고, 앨리스의 엄마도 그에게 게임하던 작은 도구를 집어 던진다. 그리고 모두 함께 웃는다.







아, 너무 좋은 장면이다. 모두에게 장착되어 있는 거다, 성평등의식이. 멋져 ㅠㅠ 꿈에 그리는 이상적인 가족이다 ㅠㅠ 




아델라인은 다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자신이 그동안 도망쳐왔던 일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이제는 더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사고를 당한다. 그녀의 숨이 끊어졌다고 생각한 그때, 그러나 그녀가 다시 생을 붙잡은 그 때, 눈을 떴더니 자신의 눈 앞에 자신을 사랑하는,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아, 너무 좋지 않은가!


그녀는 병원에 실려가고, 그리고 병원에서 자신에 대한 얘기를, 자신이 왜 도망치려 했고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를, 앨리스에게 말한다. 아델라인의 딸은 엄마 문병을 왔다가 앨리스를 만나게 되고, 여느때처럼 자신을 '아델라인의 할머니예요' 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나 아델라인이 딸을 바라보며,


'이 사람은 알아' 


하고 말한다. 아 또 쓰다가 눈물날 것 같은데, 나는 이 장면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아델라인의 딸도 '이 사람은 안다고?' 하면서, 그것이 뭘 뜻하는 지 알기에 같이 기뻐하며 눈물 흘린다. 그러니까 자신의 감춰온 비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 계속 감추기만 해야했던 과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는 거, 털어놓을 누군가가 있고 또 그걸 기꺼이 듣고 받아들여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거,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거, 이 모든 게 너무 좋아서 나는 그 장면에서 울어버리고 말았어 ㅠㅠ



내가 '블레이크 라이블리'를 검색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텐데, 아니, 이 좋은 영화가 왜 묻힌거지? 나만 묻혔다고 생각했지 다른 사람들은 다 본건가? 아, 여러분 이 영화 참 좋다. 여러가지로 생각할 것도 많고 걸리적 거리는 장면 없이 모두가 소중하며 참 좋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찾았다는 거, 진짜 너무 좋지 않나.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결코 쉽지 않고, 또한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아아, 신은 아델라인을 특별히 더 사랑하여 긴 시간을 그녀에게 주었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너에게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니까,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만나게 해줄게, 하고 말이다.


아..정말 좋은 영화였다. 외국어 잘 하는 아델라인 넘나 멋지고, 자극적이지 않게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도 넘나 멋지고, 당연하게도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 나오는 것도 너무 멋지고... 좋은 영화다. 네이버 굿다운로드 1천원이고, 옥수수에서는 심지어 무료라네. 나는 이 영화를 핸드폰에 다운 받아 놓았는데, 그녀가 책을 읽던 장면 같은 것들을 돌려보고 싶어질 것 같다. 그런 장면들, 너무 좋잖아? 짧게 나왔지만 말이다.


아, 데이지 밀러도 사야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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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ine day 2017-10-25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영화 한장면 한장면 다 좋았어요. 그동안 한 세번쯤 본 듯..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들이 좋아졌어요.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나른하면서 무심한 표정도 좋았구요. <카페소사이어티>는 크리스틴스튜어트 때문에 보게됬는데 여기 나온 블레이크 라이블리도 매력적이더라구요.

다락방 2017-10-25 14:20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한 장면들은 아닌데 보고 있자니 참 좋더라고요. 저는 앨리스가 도서관 직원에게 물어 아델라인의 집을 찾아왔을 때, 그걸 무례하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델라인이 그 점을 지적하더라고요. 그 장면도 좋았어요.

카페 소사이어티는 볼까 하고 아직 못 본 작품인데, 거기서도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매력적이군요. 저도 볼까 생각했던 게 크리스틴 스튜어트 때문이었는데, 아아, 그것도 봐야겠어요.

Forgettable. 2017-10-2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남주 와일드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남자로 나오는데 영화보다가 아 이남자 누구지 하며 엄청 고민하다가 결국 기억해내곤 엄청 기뻤던 ㅋㅋㅋ 뭔가 외국어 잘 하고 교양있는 여자라 가족들도 좋아하네 나는 애인 가족에게 어떤 사람일까 문득 궁금해지는 영화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ㅎㅎ
난 뭐 원래 뭔가 로맨스 영화나 스토리에는 딱히 감흥이 없는 사람이라 그저 그랬어요. 근데 역시 다락방님은 다정한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책이나 영화나 좋아하는 코드가 확실한 것 같음 ㅎㅎ

다락방 2017-10-25 16:33   좋아요 1 | URL
응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다정하고 따뜻하고 그런 거에 잘 꽂히는 것 같아요. 여기서도 할아버지가 아델라인한테 도망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너 그동안 제대로 살아본 적 없잖냐고 하는데, 그거 알아주는 게 막 너무 좋아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장면 장면이 다 너무 좋았어요. 꽃이름이 제목에 들어가는 책 선물해준 거랑. 다 좋았음. 책 선물 해주는 남자라니. 멋져... 히히.

그런데 뽀는 이미 본 영화군요!! 나는 며칠전에 처음 알게된 영화인데!! 역시 발빠른 사람들이 있구먼!! ㅎㅎ

저 남자 멋져요. 샤워하고 타올만 걸치고 나오는 장면에서 완전 반했음.
나는 어쩌면 가슴 털을 좋아하고 있는걸지도... (혼란)

Forgettable. 2017-10-25 17:43   좋아요 0 | URL
내가 예전부터 그랬잖아요. 다락방님은 가슴털을 싫어하는 게 아님 ㅋㅋㅋ 오히려 좋아하는 거 같아 보면. 뭐 덕분에 난 가슴털난 남자 보면 다락방 생각을 먼저합니다 하하
이 영화는 동생추천으로 예전에 봤는데 여자 뭔가 케이트 블랑쉐 느낌 나고 교양이 막 뚝뚝 묻어나옴.. 외국어 잘하는 여자라 그런거 같아요. 나도 프랑스어만 여기서 더 하면.. (???) 남주도 매력적이고 ㅋㅋ 뭔가 느끼한 머리 떡진 매력이 있죠 ㅋㅋ 찐하게 생김

다락방 2017-10-26 09:48   좋아요 0 | URL
가슴털에 대한 판단은 좀 보류하겠어요. 난...뭐랄까...가슴털 좋아하는 나를 어쩐지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내가..내가....내가 그럴 리가 없어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우리가 가슴털 얘기를 좀 많이 해서리 ㅋㅋㅋ 이제 남자 가슴털 보면 내 생각이 나는군. 어쩐지 나쁘지 않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뽀 말처럼 남주가 ‘찐하게‘ 생긴 것 같아요. 표현 딱이다! 찐하게 생겼는데 부드럽잖아요. 그래서 너무 좋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남자 진짜 현실에선 볼 수 없을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one fine day 2017-10-2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다정하고 따뜻하고 그런 영화에 꽂히신다니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화는, 이미 보셨을 수도 있으나, 미셀파이퍼와 알파치노의 <프랭키와 자니>입니다. 제 인생영화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 영화를 본 다락방님의 소감도 궁금해요 ^^

다락방 2017-10-25 17:35   좋아요 0 | URL
그 영화 제목 알고 있고 이왕 말나온 김에 보자 싶어 지금 이 댓글 읽고 검색해봤더니 굿다운로드에 없네요. ㅠㅠ 굿 다운로드가 없으면 어떻게 볼 수 있나요. 엉엉 ㅠㅠ 왜 없는 거야 ㅠㅠ 원 파인 데이 님이 좋다 하시니 꼭 보고 싶은데 말이지요. 어떤 영화일지 너무 궁금해요 ㅠㅠㅠ

one fine day 2017-10-25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랭키와 쟈니> 올레TV vod에는 있던데 굿다운로더에 없다니 아쉽네요. 이 영화는 중년의 사랑으로 주로 읽히지만 페미니즘으로 읽을수도 있고, 성장영화로도 읽히고, 가족영화로도 볼수있고, 가을의 뉴욕을 느씰수 있는 영화이기도합니다. 저는 볼때마다 많이 우는 영화입니다. 암튼 다락방님은 저의 낚시에 걸려드셔도 후회없으실겁니다. ^^

다락방 2017-10-26 09:50   좋아요 0 | URL
흐음. 올레티비에 있다면 sk b tv 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집에 가서 한 번 검색해봐야 겠어요. 저 보고 싶어요! 세상에, 제가 좋아하는 요소를 다 가졌네요. 저는 페미니즘도, 성장 영화도 너무 좋거든요! 전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진짜 너무 즐겁고 기뻐요! 저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집에 가서 비티븨에 있는지 확인해볼게요. 불끈!

2017-10-26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6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6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6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7-10-2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아직 안 봤는데, 락방님 글 보면서 아직도 안 본 이 영활르 볼 생각을 하니 너무 두근거려요!
이따 가서 야구 일단 보고, 바로 네이버 굿다운로더에 들어가도록 하겠어요.. 주말에 봐야지. 룰루.

다락방 2017-10-26 16:19   좋아요 0 | URL
저기 위에 뽀게터블님 댓글 보면 뽀님은 이 영화를 딱히 재미있게 보지 않으셨다고 하니, 비연님께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저는 막판에 눈물까지.. ㅠㅠ

비연님께도 좋은 영화라면 좋을텐데요! 히죽히죽 ^__________^

clavis 2017-10-2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방금 락방님 이 글 보고 눈물바람ㅠ앞에 쓰신 조카들과 이대로 10분만..보고 이어서..다 컸고 늙었다는 아빠님과의 농담ㅠ저는 모두가 너무 아름답게 느껴져서 슬프기까지한 것 같아요ㅠ아!가을인가..♥

다락방 2017-10-27 09:23   좋아요 1 | URL
아, 가을인가...
가을이라 감성 폭발하는 걸까요...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진짜 많이 충족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랑을 하고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클래비스님, 우리 사랑하며 삽시다. 열심히 사랑하며 살도록 해요! :)
 

뜬금없이, 갑자기,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보고싶었다. 으앗, 블레이크 라이블리 보고싶다! 하는 마음이 되었는데, 그냥 인터넷 검색창에 그녀의 이름을 넣고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는 씅에 안차서, 아아, 영화를 보자, 영화를!! 하고는 필모그라피를 보는데 마땅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는 거다. 그러다 누군가 그녀가 주연한 영화 《아델라인》이 좋다고 말하길래 그 영화의 줄거리를 보게 되었는데. 오,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주인공인 여주가 어떤 사고로 인해 시간이 가도 늙지 않는 병(?)에 걸리게 되고, 그에 대한 여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거였다. 나는 지금 상태 그대로 백년 이상을 살고 있는데, 내 주변의 사람들은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걸 본다는 것은 할 말이 되게 많지 않을까... 싶었던 것. 아아, 영화배우란 참 감사한 존재구나. 이미 헤어진 옛연인은 보고싶다고 볼 수 없고, 짝사랑하는 상대도 보고싶다고 볼 수 없는데, 영화배우는 볼 수 있다! 굿다운로더(네이버에서 천 원입니다, 여러분!!)로 영화만 다운 받으면 내가 보고싶은 배우를 볼 수가 있어! 그렇게 나는 아델라인을 보게 되었는데!!




아직 중간까지 보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나 혼자 젊음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내 딸까지도 이제 나이들어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나 혼자 쌩쌩하다. 이렇게 혼자 젊음을 유지하고 있노라니, 계속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봐야하는 일에 맞닥뜨린다. 최근엔 함께 살던 개도 사망했고... 그런 그녀가 사랑 혹은 연애를 시작하지 않으려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지금 그녀에게 반해 엄청 대시하고 있는 남자가 있는데, 아아 이들은 어떻게 될것인가.


그녀는 연말 파티에 참석한다. 오랜만의 파티 참석이었는데, 친구와 얘기하던 도중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이 느낌은 너무 강렬해서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뚫어져라 바라보게 되는데, 아아, 이게 바로 첫눈에 반한다는 거구나!! 싶었다. 아아, 살면서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은 아닐텐데, 얼마나 좋은가! 물론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이 반드시 뜨거운 사랑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게 반했는데 몇 번 만나보니 영 상태가 메롱인 사람일 수도 있지...


나는 사소한 몸짓이나 동작에 반하는데 익숙한 사람이고, 그래서 첫눈에 반해본 적도 물론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첫 눈에 상대에게 반했을 때 상대도 나에게 첫눈에 반했는가...하는 것. 사실, 그런 일은 좀처럼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건 기적인 것처럼, 내가 첫눈에 반했는데 상대도 나에게 첫눈에 반하는 건 진짜 어마어마한 기적이지.


그렇지만 처음 만나서는 아주 좋은 느낌, 서로 굉장히 강한 인상을 받고 끌렸던 경험은 있는데, 후훗, 그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나에게 어찌나 대시를 하던지.... 너무 적극적이여서 내가 거부하는 게 너무 힘들었지. 아, 너무 처음부터 훅 들어오는 남자였어.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나 예쁘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면서 왜그렇게 들이댔냐고 물었더랬다. 그러자 그는 몇 개의 이유를 얘기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거였다. 책을 많이 읽는 여자에 대한 일종의 로망 같은 게 그에게 있었던 것 같다. (칠봉아, 누나한테 홀딱 반했었니?)



나 역시 그렇다. 책을 읽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오래전 남자친구와는 함께 걷다가 까페 안의 책읽는 남자를 보고 내가 멈춰서 본 적이 있다. '멋지다, 책읽는 모습' 하고는. 옆의 남친 따위 안중에 없는..... ( ")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보는 것도 좋고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을 보는 것도 좋다. 여자 남자 할 것없이 그냥 좋다. 책 읽는 모습은 이상하게 사랑스러워...



이 영화 아델라인에서, 여자는 남자와 파티에서 처음 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자는 그를 도서관에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아델라인은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마침 업무차 도서관에 들렀던 남자가 계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여자를 보았던 것. 아아, 내 마음은 어쩐지 너무 좋아!!







아아, 이 장면 보는데 그냥 막 너무 좋은 거다. 좋다..좋으다... 책읽는 여자도 너무 좋고, 그거 보고 반한 남자도 너무 좋아.....위의 장면은 그들의 두번째 데이트인데, 남자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한다. 여자가 알려준 주소지로 찾아가보니 남자는 요리를 하고 있었어... 그것도 너무 좋아...그래서 그가 한 요리를 가지고 와인을 마시는데, 아아, 나는 그 장면에서 이미 홀딱 반했는데, 그러니까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내가 바라는 게 진짜 딱 그거다. 멋진 남자, 맛있는 음식, 그리고 술.... 더 바랄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식사를 끝낸 후에 창가에 앉아 전망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전망으로는 나이든 사람들의 댄스연습실이 보이고, 그는 그녀에게 '처음 봤을 때 책 읽고 있더라' 고 말을 하는 거다. 아 이거 진짜 너무 좋지 않나. 나는 이 영화 끝까지 보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냥 이런 장면들 때문에 아무때고 우울할 때 돌려봐도 좋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책 읽는 모습이 좋다고 말한 이 남자와 여자는, 그 밤을 함께 보내고 함께 아침을 맞는다.





나는 그냥 이렇게 이불 뒤집어쓰고 발가락 빼꼼 나와있는 이 장면도 사랑해. 내가 책 읽는 여자라는 걸 알고, 그 모습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함께 하고.... 그리고 함께 아침을 맞는다.... 이야, 원더풀이다 진짜. 따봉이야...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 날 여자는 출근을 하고 남자가 자신에게 선물했던 책 중에 한 권을 꺼내어 혼자 식사를 하며 읽는다. 그 책은 '헨리 제임스'의 《데이지 밀러》였는데, 꽃을 준다면서 꽃 이름이 들어간 책을 세 권인가 선물해준거다. 초반에 등장하는 씬인데 저 제목들 다 외워야지, 했지만 기억나는 건 데이지 밀러 뿐이네..나중에 돌려봐야겠다. 어쨌든, 그녀가 혼자 책 읽는 장면이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 좋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진짜 짱이야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물론 그녀가 블레이크 라이블리라는 게 함정이다. 그녀는 책을 읽고 있지 않았어도 어쨌든 너무 아름다울테니까. 그렇지만 저렇게 책 읽는 모습 너무 좋지 않나? 나는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데이지 밀러를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데이지 밀러를 읽으면 마치 내가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될 것처럼!!!




















마침 저 장면을 <서브웨이>에서 혼자 저녁을 먹으면서 보고 있었다. 아아 좋아 좋아 너무 좋아...했는데, 얼라리여, 어제 집에서 책을 읽는데는 또 책 읽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세상은 모두 한통속이야!!!


















늘 일이 잘 풀리리란 보장도 없으니 아마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책을 읽는 그녀를 바라보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정신없이 책을 읽는 그녀의 얼굴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p.330)



이 책에서는 책에 얽힌 모든 이야기, 책의 출판에 관련된 거라든가 작가에 관련된 것 그리고 책의 줄거리까지 시오리코 씨가 다이스케 군에게 얘기해준다. 다이스케 군이 책을 읽지 못하기 때문인데, 다이스케 군은 책을 읽지 못하지만, 시오리코 씨가 들려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걸 너무 좋아한다. 한 명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또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하는데, 다른 한 명은 그 이야기를 듣는 게 좋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너무 완벽한 한 쌍이다!! 



아, 정말이지, 책 읽는 거 너무 짱인것 같다!!!



책 읽는 여자 진짜 너무 짱이고, 그러니까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책을 그냥 다 결제해야겠다. 데이지 밀러를 한 권 추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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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10-20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자 책읽는 모습 좋아해서요. 책읽고 같이 책 이야기하던 남자랑 결혼했는데요. 결혼하더니 책을 거들떠도 안본다는.... 암만해도 나를 꼬시려고 쓴 작전에 넘어간듯

다락방 2017-10-20 10:3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운동하는 곳에서 만나 운동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보니 남편은 운동을 안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된 얘기를 들었었는데, 프시케님 얘기랑 비슷하네요. 저도 책 읽고 같이 책 이야기하는 거 참 좋아요. 근데 책 이야기라는 게, 같이 책을 읽어서 하는 것도 좋지만 한 쪽만 읽어도 책 이야기가 가능하기도 하더라고요. 그건 또 그것대로 좋은 것 같아요. 후훗.

psyche 2017-10-20 10:39   좋아요 0 | URL
락방님 이야기 들어보니 우리도 아직 책이야기를 하긴 하는군요. 내가 읽은 책 이야기하고 남편은 듣고. 근데 그 반대의 경우는 절대 없네요. ㅎ

다락방 2017-10-20 11:13   좋아요 0 | URL
흐흐흐흐흐. 이야기를 하는 사람만 존재해서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잖아요. 들어주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한 거고, 그런 면에서 볼 때 이야기하는 프시케님과 들어주는 남편은 아름다운 커플이라고 생각합니다!!

psyche 2017-10-20 11:55   좋아요 0 | URL
전혀 아름답지는 않지마는... 책 안읽는 남편 구박은 그만 해야겠네요. ㅎㅎ

one fine day 2017-10-20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델라인:멈춰진 시간˝은 책이 등장한 영화 중 베스트에 들어갈 영화였습니다. 남주인공이 데이트 신청을 하면서 꽃 대신 가져온 꽃이름이 들어간 책 3권은 헨리제임스의 데이지밀러, 레이브래드버리의 민들레와인. Janet Fitch의 White Oleander입니다. 저도 영화에 반해서 그 책들을 찾아보니 White Oleander는 번역본이 없더라구요.

북깨비 2017-10-20 15:18   좋아요 0 | URL
저는 아델라인은 못봤는데요. white oleander 영화를 재밌게 봐서 그 책 원서로 사서 읽었어요. 영화도 좋고 책도 진짜 좋아요. 원서로 읽을 만 합니다. 고전같은 경우에는 옛날식 표현도 많고 해서 원서로 읽기가 힘이 드는데 (너무 속도가 안나가서 중도 포기하고 책장에 그냥 꽂혀 있는 책 수두룩) 최근 몇십년간 나온 미국 소설들은 원서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오히려 번역하면서 막 어려운 한자어들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영화 보시고 꽂혔다고 하니 꼭 읽어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

다락방 2017-10-20 17:39   좋아요 1 | URL
우어어엇 어느 멋진 날 님, 이 영화 보셨군요. 반가워요! 그리고 제가 다시 돌려봐서 찾으려 했던 책 세 권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네요. 제 수고를 덜었어요. 집에 레이브래드버리 책이 한 권 있었던 것 같은데...가서 뭘 가지고 있나 봐야겠습니다. 반한 영화라 하시니, 저도 끝까지 보는 것이 기대되네요. 아무런 정보 없이 본 영화인데 마음에 드는 장면이 많아요. 특히 데이지 밀러 너무 읽고 싶어지고, 영화 보면서 책 읽고 싶어지는 거 진짜 좋아요!!


북깨비님, 말씀하신 영화는 제가 영화로도 책으로도 몰랐던 작품이에요. 저는 원서로 읽을 수는 없겠지만 ㅋㅋㅋㅋ 나중에 번역본 나오면 읽는 걸로.... 영화도 한 번 검색해봐야겠어요. 좋으네요. 영화에서 책이 나오고, 그 책을 읽은 누군가가 이렇게 정보를 주어 연결되고... 아 좋아요!! ♡

one fine day 2017-10-2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지않는 아델라인이 세월을 보내는 방법으로 언어들을 공부하고 포루투갈어로 남주를 놀래키는 장면도 전 참 좋아합니다. ^^

다락방 2017-10-20 17:40   좋아요 0 | URL
저 진짜 포르투갈어 할 때 쑝갔잖아요!! 아 너무 멋지다, 짱 멋져!! 했어요. 언어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보는 내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아, 이 영화 저는 알지도 못했는데 이미 보신 분을 만나니 너무 반가워요. 흙흙 ㅠㅠ

외국어 잘하는 거 정말 근사하죠!! >.<

블랙겟타 2017-10-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읽는 사람의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ㅎㅎ 응? 다락방님. 마무린 장바구니 결제네요? ㅋㅋㅋㅋㅋ 저도 다락방님 받아서 저도 장바구니 결제하러 가요~

다락방 2017-10-20 17:41   좋아요 1 | URL
그쵸그쵸 책 읽는 사람의 모습 참 좋죠! 제가 영화 [제인 오스틴 북클럽]도 참 좋아했는데요, 거기에서는 북클럽 이란 이름에 걸맞게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자주 나오거든요. 너무 좋았어요. 영화 속에서도 책 읽는 모습 보는 거 정말 너무 좋아요!
저는 아직 장바구니 결제 못했는데(오늘 일이 많아서 바빠요 ㅠㅠ 이러면서 또 알라딘에...), 블랙겟타님, 결제 하셨습니까?!

비연 2017-10-2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여자 진짜 너무 짱이고, 그러니까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책을 그냥 다 결제해야겠다....
이게 주제인거죠? 락방님? ^^;;;;;

다락방 2017-10-20 17:42   좋아요 1 | URL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책들을 결제하기 위한, 그러니까 지난주에 결제했지만 이번주에 또 결제하기 위한, 아주 근사한 핑계...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물선 2017-10-2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솔직함, 귀여우셩^^

다락방 2017-10-20 17:42   좋아요 1 | URL
어느 지점에서 귀엽게 느끼신건진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좀 귀엽긴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7-10-20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 댓글까지 읽은 당신은...
데이지밀러, 민들레와인 그리고 White Oleander를 검색하게 됩니다^^

one fine day 2017-10-20 21:58   좋아요 0 | URL
지금 팬텀싱어2 보면서 댓글읽고 있는 저는 아델라인클랑을 응원합니다 ㅎㅎ

psyche 2017-10-20 23:57   좋아요 0 | URL
ㅎㅎ 바로 저네요. 바로 검색하던 사람. @one fine day 저말고 팬텀싱어2를 보는 분이 계시다니! 반가워서 저도 모르게.... 저는 세팀 모두 응원인데 라인클랑에서 김동현과 조형균이 좋아요. ㅎㅎ

단발머리 2017-10-21 06:45   좋아요 1 | URL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팬텀싱어 2 명장면 다시 보기를 검색하게 됩니다. 누구팬이 되었는가는 다음 시간에^^

다락방 2017-10-23 08:36   좋아요 0 | URL
[팬텀싱어]가 뭔지 1도 모르는 저는, 지금 막 검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넣어보니 이렇게 나오는군요.

<성악, 뮤지컬, 국악, K-pop 보컬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천상의 목소리를 갖고도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진정한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을 총망라하는 국내 최초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이런 프로그램이 다 있었군요! ㅎㅎㅎㅎ

비로그인 2017-10-20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를 보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캡처한 사진...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이렇게나 이뻤나요...!!

다락방 2017-10-23 08:37   좋아요 0 | URL
너무 예쁘죠!! 특히 책 읽는 모습 진짜 압권인 것 같아요... 제가 책 읽어도......저런 모습일까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시오리코 씨와 끝없는 무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7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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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힘이 세고 어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주기도 하며 한 사람의 자존감을 바닥에서 끌어올려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또 그렇게 믿는다. 휘청거리는 약한 마음을 지탱해주는 것 역시 사랑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고서점에서 고서를 다루는 일을 하는 여자가, 책을 읽지 못하는 남자와 사랑을 하게 되면서, 어쩌면 스르륵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는 사랑을 단단하게 붙잡는 것이, 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의 핵심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난 시리즈를 다 읽어왔다면 알겠지만, 고서점 주인인 '시오리코' 씨는 엄마인 '지에코' 씨와 사이가 안좋다. 지에코가 시오리코의 어린 시절에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갔고, 그 일로 인해 시오리코는 엄마를 원망하는데, 엄마가 고서적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듯이, 어쩌면 자신도 언젠가는 그렇게 다 내버려두고 훌쩍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그녀에게는 있다. 그래서 혹여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 어쩌나, 하는 것이 그녀의 두려움인데, 시오리코의 애인인 '다이스케'는 이에 '니가 떠나고 싶다면 나 역시 같이 가면 되지 않느냐'고 이 시리즈의 5권에서 얘기한 바 있다. 이미 그 때 나는 한차례 이 사랑의 용감함에 대해서 감탄한 바 있다. 혼자 두려워하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함께 고민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는 길이라는 것을, 그 때 배웠던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고서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셰익스피어의 전집에 관한 것인데, 아주 오래전에 발행된 책에 대해 추적하고 또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짐작하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시오리코 씨는 예의 책에 대한 지식을 뽐낸다. 아니, 아무리 소설이라도 그렇지, 책의 발행 년도와 역사, 작가의 출생과 사망까지,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대사까지 모두 달달달 외우는 건 좀..무리한 설정이 아닌가. 아무리 고서를 좋아해도 그럴 수가 있나... 천재라면 가능한 것인가... 내가 못하니까 남도 못한다고 생각하는건가.... 이래서 사람이 남의 입장이 되어봐야 해. 자, 천재의 집장이 되어보자. 세상에 존재하는 책들의 출판년도와, 작가의 출생과 사망 시기와, 작품목록과, 각 작품속에서의 대사를 나는 외울 수 있는가? 두구두구둥- 있다! 나는 천재니까!


음..천재가 잠깐 되어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각설하고,

이번 셰익스피어의 전작품이 실린 고서는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경매에 나오게 되고 이에 시오리코씨는 자신과 별로 사이가 좋지는 않은 엄마 '지에코'와 경쟁하게 생겼다. 서점을 담보로 삼아 대출을 받아서까지 이 책의 경매에 나서게 되는데, 이 굵직한 축을 놓고 틈틈이 셰익스피의 작품 속의 대사가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등장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서점에 대한 이야기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소소한 기쁨이 아닐까. 

이 과정에서 지에코는 시오리코에게 고서에 대한 사연과 이야기들을 짐작하고 알아볼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고서를 감정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과 함께 고서를 찾아 전세계를 다니는 것이 어떤가를 생각하게되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착한것 같긴 하지만 아무런 능력도 없는 다이스케 가 별로 마음에 들질 않는다. 지에코는 시오리코도 모르게 다이스케를 찾아가서는 '너란 남자는 능력있는 나의 딸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돼, 니가 아무리 내 딸을 사랑한다지만 너가 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지?'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이에 다이스케 는 휘청인다. 지에코의 말이 틀린 게 없으니까. 시오리코는 고서에 대해 전문가이고 앞으로 그 능력을 더 키울 수도 있고 그렇게 쭉 뻗어가면서 살아갈 수 있을텐데, 책도 읽지 못하는 스스로가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그녀의 옆에 있는 게 그녀에게 도움이 될것인가.... 다이스케는 조만간 시오리코에게 청혼할 생각이었지만, 고민하게 된다. 


휘청휘청.

흔들흔들.



나는 그 순간 다이스케가 되었다. 사랑은 나를 가득 채워주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만, 그러다가 이렇게 현실의 벽에 부딪쳤을 때,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는 그다지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상대에게 한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럴 때 누구나 휘청거리가 되지 않나. '이런 부족한 내가 그의 옆에서 괜찮을까' 라는 마음 같은 거, 생기게 되는 거 아닌가 말이다. 내가 가진 어떤 약점들로 인해 혹여라도 상대의 앞길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상대를 더 고생시키고 상대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이런 고민. 나는 다이스케가 되어서 같이 휘청였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야 하는가...그게 진정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길은 아닌가...



다이스케는 여기서 실수를 한다. 이 때, 혼자 고민하고 결론 내리기 보다는 시오리코와 상의를 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5권에서 시오리코의 고민을 듣고 다이스케가 '같이 가면 되죠!'라고 말했을 때처럼, 다이스케가 고민을 시오리코에게 얘기했다면 시오리코가 어떤 대답을 들려주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다이스케는 말하지 않았고, 시오리코는 다음날 엄마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 듣게 된다. 그녀는 다이스케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걱정돼 후다닥 다이스케에게 간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말한다.




"……날 봐요."

거친 숨소리 사이로, 시오리코 씨가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그저께 카페에서 내가 했던 행동이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어머니가 뭐라고 했죠?"

그래. 오늘 그녀는 어머니를 만나기로 했다. 우리 집에 불쑥 찾아왔던 이야기도 본인에게 직접 들었으리라.

"네. 어제……."

"잊어버려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서로의 입술이 가볍게 맞닿았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아니면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을 거예요. 다른 어떤 남자도 나에겐 아무 가치가 없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내가 나예요."

순간 안개가 걷히듯 머릿속이 맑아졌다. (p.268-269)



그렇다. 그런 것이다. 사랑은 나 혼자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상대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상대와 고민을 나누다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의외로 간단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면 내가 떠나야 할까'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 상대는 더 단단한 사랑으로 나를 지켜주고 있다. 이 사랑을 지켜내고 있다.



1권부터 7권 완결에 이르기까지 매 권마다 고서당 이란 제목에 걸맞게 고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시오리코 씨가 고서에 얽힌 사연을 얘기하는 것은 소소한 재미를 가져다 주었지만, 이렇듯 시오리코 씨와 다이스케 의 사랑이 점점 더 단단해지는 걸 지켜보는 건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결국 7권 완결에 이르렀을 때, 이거봐, 결국은 사랑 이야기네, 했다. 그리고 그게 무척 좋았다. 점점 더 단단해지는 연인을 본다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니까. 


시리즈는 7권으로 끝나지만 고서를 탐험하는 건 아마도 끝이 없을테고, 그렇다면 시오리코는 계속 고서당에서 고서를 매입하고 또 팔면서 일상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더 많은 더 오래된 고서를 찾아 나서게 될지도 모르고. 그것이 그녀 삶의 중요한 기둥일 것이다. (노동 is very important!) 그렇지만 사랑만으로 살 수 없듯이 노동만으로도 살 수 없다. 고서를 다루는 것이 그녀의 노동이기에 앞서 그녀가 사랑하는 일이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삶속에서 다이스케와 함께한다면 그 삶은 더욱 단단해지지 않을까. 



결국은 사랑이야기이다.






"우리 집……너무 엉망이죠?"
"네?"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인지 도통 가믄할 수가 없었다.
"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건 알지만……어머니는 그 모양이고, 외할아버지라는 사람도 멀쩡하다고는……. 다이스케 구능ㄴ 이런 복잡한 집안에서 자란 내가 싫어지지는 않았을까 해서……."
"그럴 일 없어요."
의도했던 것보다 어조가 강해졌다. 시오리코 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싫어질 일 없습니다. 어머니나 외할아버지 일은 시오리코 씨와 전혀 상관없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우리 집안도 멀쩡하지는 않고요."
내 외할머니는 불륜을 저질러 아이까지 낳았다. 사정은 다르지만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일인 건 마찬가지였다. 정도야 다르겠지만, 어느 집이나 나름대로 사정은 있을 거싱다.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것뿐이지.
"우리 집안 일 때문에 내가 싫어졌어요?"
시오리코 씨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됐어요. 모두 옛날 일이고, 현재 진행되는 일도 아니니까. 앞으로 우리가 잘하면 돼요." (p.61-62)

"다양한 요소가 뒤섞여 있지만, 일단 희극으로 분류되는 작품이에요.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목에는 법칙이 있어서, 비극이나 역사극 같은 내용이 심각한 작품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썼죠. 이 「베니스의 상인」도 그 법칙을 따랐지만 다른 희극은 해당되지 않아요." (p.72)

"자네는 평범한 사람이야. 살다 보면 언젠가 그 아가씨는 자네를 떠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뭐?"
부담을 주려는 것도, 조롱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시다는 편안하게 서서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 아가씨가 선택한 건 자네야. 그걸로 충분하잖아. 내가 보기에 자네는 번듯한 청년이고, 그 아가씨는 좀 많이 이상해. 자네라는 번듯한 청년이 그 괴짜 아가씨를 선택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거야. 자신을 가져. 중요한 건 마음의 준비야. 남은 인생이 어떻게 굴러 갈지는 아무도 몰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다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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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페미니즘과 민주주의] 강의는 서민 교수님께서 하셨다. 19:30 부터 시작하는 강의라 혹여 졸리진 않을까 싶었는데, 그간 강의를 많이 하셨기 때문인건지,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아주 재미나게 강의해주시는 바람에 졸릴 겨를이 없었다. 재미있게 남성이 본 남성에 대해 얘기를 들었는데, 아마도 이 강의 자리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개인적인 메세지도 있는 것 같았다. [까칠남녀]에 출연하며 '생계형 페미니스트'라고 불리고 있다는데, 그 점이 몹시 서운하다 하셨다. 본인의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게다가 본인은 홍대에 건물을 갖고 있는 건물주인지라 페미니즘을 안해도 먹고살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자신이 생계형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게 정말 서운하다 하셨다. 또한, 누군가는 학창시절 친구가 없을 때 여자애들이 잘해줘서 본인이 페미니스트가 됐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하셨다. 어릴때 자신을 외면할 때는 남녀가 없었다고, 남녀 모두 자신을 외면했다는 얘기였다.


처음 강의 시작이 외모비하, 외모평가에 대한 거여서 이 강의는 어디로 가려는가, 했는데, 결국 성형한 여자를 오히려 욕하는 사회에 대해 이어가시더라. 그러다보니 오히려 설득이 잘 되었다. 개인으로서도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직업을 갖기 위해서도 여자는 '얼굴을 고치라', '살을 빼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런 사회에서 성형을 하면 또 '성형미인'이라고 욕을 한다는 거였다. 내가 페미니즘을 알기 훨씬 전에 나 역시 성형한 사람에 대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식으로 생각해 그들을 폄하했었던 사람인지라, 교수님의 말씀이 뭔지 알겠더라.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점점 더 내 자신에 대해 반성할 일이 많아진다. 



사실 강의보다는 강의가 끝난 후에 사람들이 질문하는 게 더 좋았다. 질문이 아주 많이 쏟아졌는데, 대체적으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한남이 자신의 아버지란 얘기였다. 아버지 보기가 불편하고 아버지의 행동이 다 너무 거슬린다는 것. 나 역시 그랬다. 일전에도 페미니즘 강의 들으면서 사람들이 아버지와 안좋은 사이에 대해 말하곤 했는데,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맞닥뜨린 한남이 바로 내 아빠가 아닌가 싶다. 내 아빠는 다른 아빠에 비해 애정표현을 잘 하시고 가족을 끔찍이 위하시지만, 집안일에 많이 참여하시지만, 남녀의 성역할에 대해 고정관념이 확실한 분이시다. 지금은 엄마와 내가 계속 뜯어 고치려고 엄청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조금이나마 변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한 남자사람의 질문이 인상깊었다. 그는 자신이 이십대 후반이며 백수이고 페미니즘을 알고싶고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동성의 남자친구들 무리에서 자신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기가 두렵다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말하지를 못하겠고, 지금 막 공부를 시작한 페미니즘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서 답답하다는 거다. 아, 저 사람은 지금 저 자리에서,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고 그 길이 혼자여서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 교수님은 이에 대해 '쪽수를 늘려야 한다'고 답하셨는데, 나는 그 대답이 시원하지 않다 여겨졌다. 쪽수를 늘리는 거야 너무 당연한 답이고 쪽수를 늘리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줘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나는 그 청년에게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고 싶었다. 


당신이 얼마나 힘들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 자리만 하더라도 젊은 남자들이 많이 와있지 않은가, 내가 페미니즘 강연 들으러 갔을 때 남자를 거의 보지 못했었는데 여기 이 자리엔 이렇게나 많이 와있다, 지금처럼 계속 쪽수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관심을 갖고 여기에 온 사람들이니 '내 쪽수'가 될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계속해서 내 쪽수가 되어줄 사람이 있는 쪽으로 향하다보면 내 쪽수가 많이 생기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대응하기가 한결 낫지 않겠는가, 이런 강의를 듣는 것도 한 방법이고, 스터디 모임을 찾아보아도 될 것이고, 인터넷서점 알라딘에만 가더라도 페미니즘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거기에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본인의 글을 써보면 이야기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그러나 연이은 질문에 밤이 점점 깊어갔고 사람들은 하나씩 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차마 말하지 못한 채로 강의를 끝내야 했다. 아, 저 말들을 꼭 해주고 싶었는데, 저 사람에게 외롭지 않게 갈 수 있다고 뭔가 격려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하고 있는데!!!


마침 강의 후 서민 교수님이 저자 싸인을 해주고 계셨고, 내 친구는 거기에 줄을 서 있었고, 그렇게 나는 싸인 받을 친구를 기다리다가 강의실에 있는 정수기 앞에서 그 남자사람을 똭- 맞닥뜨린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간절하면 하늘에 닿아 전 우주가 나를 도와주고...(응?)



나는 그 남자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까 질문하신 거 잘 들었어요, 하고.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혹시 인터넷서점 알라딘 아세요?"



그는 안다고 했다. 거기 들어가서 페미니즘 책 검색해보면 그 밑으로 아주 많은 글들이 달려있는데, 거기에 페미니즘 공부하시는 분들 많아요, 여자분들도 많고 기혼자들도 있고 젊은 남자분들도 많아요, 들어가보시면 아마도 쪽수 만들기에 좀 더 쉽지 않을까요? 라고 했더니, 그는 고맙다고 내게 말하면서, 안그래도 페미니즘 책도 읽고 글도 써보고 싶다고 했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속이 다 씨원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편으로는 또 '오지랖이다 오지랖 오지라퍼...' 하고 스스로에게 수천번 얘기했지만.


그렇게 그와의 짧은 대화가 끝나고 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가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1층 복도에 그 남자가 또! 보이는 거다. 그런데 이번에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강의는 혼자 들으러 왔던데, 어느새 여자사람 두 분이 그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들리는 대화로 추측해보자면, 공부하는 거 힘들지 우리도 공부하고 있어, 우리 함께 열심히 공부하자, 같이하자, 의 내용인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주고받는 것 같았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괜히 오지라퍼였어, 내버려둬도 저렇게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줄 것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의 오지랖은 정말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오지랖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그래도 오늘 칠봉이한테 이 얘기를 하는데 내 말을 듣기도 전에 '또 오지랖 부렸구먼' 하면서 큭큭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다, 내가 그랬다!!!



















강의에서 교수님은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페미니즘의 도전》에 엄청 밑줄을 긋고 읽었다고 하셨다. 너무 좋은 책이고 큰 깨달음과 가르침을 받았다고,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이라고. 그러면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 대해서는 '학을 떼게' 만들었다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도 어렵고 상,하권 각자 500페이지가 넘어서 아주 읽기 힘들었다는 거다. 나는 이 책을 사서 며칠 전에 받고 아무데나 펼쳐봤는데 글씨가 너무 촘촘해... 뭔가 전공교재의 느낌? 아아, 내가 이걸 읽을 수 있을 것인가....하고 약간 멀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는데, 어제 서민 교수님이 이 책이 힘들다, 학을 떼게 만들었다, 하시니까, 오호라, 어쩐지 더 읽어보고 싶어지는 급욕망이 생기는 거다. 나는 이 책을 같이 읽기로 한 청년에게 강의 중에 문자를 넣었다. 이 책 당장 내일부터 읽자!! 하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집의 방향이 달라 각자 헤어져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데, 강의를 같이 들었던 친구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아까 서민 교수님 강의중에 나온 저자 이름이 혹시 뭐였는지 기억하냐는 거였다. 서민 교수님이 얘기한 저자가 많아 리베카 솔닛? 하고 되물으니 아니, 남자였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아, 서민 교수님께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강준만!! 하고 답을 보냈더니, 맞다고 그 사람이라고 하더라. 친구는 아마도 강준만에게 관심이 생겨 강준만에 대한 책을 검색하고 읽어볼 생각을 할 것 같다. 나는 이게 강의 혹은 공부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다. 궁극적인 역할도 바로 이거라고 생각했고.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갖고 둘러보게 만드는 것. 공부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또 불러내고, 그 다른 하나가 저쪽 다른 하나를 또 불러내는 거다. 일전에 내가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언어학도 관심이 생기고 정치 경제학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는데(너무 늦게 깨달은건지도...) 공부가 그래서 이렇게나 좋은 거다!!! 



음..비블리아 고서당 7 에 대한 얘기를 하려 했는데, 다른 얘기를 너무 길게 해서 그 얘기는 다음에...패쓰.......




아, 그리고 마태우스님 새 책이 나왔더라. 이번엔 무려 '독서'에 대한 책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서민 교수님은 나와 친한데(엣헴-), 나랑 친한 분이 페미니즘과 독서에 관심이 있다는 게 나는 진짜 정말이지 너무 좋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친하게 지낼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아까 질문했던 남자사람에 대해 다시 얘기하자면,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혹은 관심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풀어내는 것이 살면서 아주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그런 과정이 필요하고 함께할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남자사람이 '같이 말할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던 게 어떤 건지 너무 잘 알겠고,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사람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그런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찾아 나설 필요까진 없겠지만, 내게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내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페미니즘이든 독서든 혹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뭐든, 정보를 공유하고 느낌을 얘기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건 너무 소중해서, 우리에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고단한 삶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많다면, 나는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쪽수 많은 게 반드시 답은 아니겠지만, 쪽수가 많은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알라딘은 그런 면에서 나에게 여러가지로 충족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다. 책을 읽는 것도 좋고 그 감상을 글로 써내는 것도 좋은데,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준다. 나 스스로 글을 쓰는 게 스스로의 감정 표현을 위한 수단인데, 그 수단이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가! 

아직 서민 교수님의 《서민 독서》책을 읽지 않아 어떤 이야기가 실려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독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거는 진짜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아무쪼록 페미니즘 강연에서 질문했던 저 젊은 남자사람도 알라딘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자신의 쪽수를 늘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쪽수를 늘려가며 살 수 있다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을텐데.




오지랖 떠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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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17-10-1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어제 거기 있었어요. 저도 그 남학생한테 뭔가 말해주고 싶었는데. ㅋㅋㅋ 용기와 시간이 없었네요. 다락방님이 그분께 말씀해주신거 완전 긍정적인 오지랖이었다고 생각해요. ㅎㅎ

다락방 2017-10-19 17:22   좋아요 0 | URL
꺅 >.<
거기 계셨어요? 앞으로도 계실 예정인가요? 저 전강의 수강 다 신청했거든요. 손아람 강의와 정희진 쌤의 마지막 강의 기대하고 있어요. 다음 강의도 들으실거라면 우리 아는척해요!! >.<

비공개 2017-10-1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는 서민 교수님 여혐책 다 읽고 (언젠가 사두었던) 서민의 글쓰기를 좀 봤는데 서문에 다락방님 이야기가 나와서 엄청 반가웠어요^^ 저도 항상 이런 강의 혼자 다니는데 쪽수 늘리는데 동참하고 싶으네요 ㅎㅎ

다락방 2017-10-19 17:23   좋아요 0 | URL
헤헤헤헤헤. 서민님 책에서 저도 저 보고 엄청 반가웠어요. ㅋㅋㅋ
어제 그 청년 보니까 뭔가 막 힘이 되어주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그런 한편 괜찮은 남자는 이런 곳에 와서 괜찮은 여자와 인맥을 만들 수 있다, 라는 생각도 했고요. 오늘 회사 여자동료에게 말했더니, 괜찮은 남자 만나려면 그런 강의를 들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안들을 거 같지만 ㅋㅋ)
이렇게 저렇게 이성과 동성 모두 쪽수를 늘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의 쪽수가 되어주고 그렇게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가면 더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쩐지 도덕적이고 선한 결론 ㅋㅋㅋㅋㅋ 윤리 교과서 같네요 ㅋㅋㅋㅋㅋ)

비공개 2017-10-19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전강 수강이예요 ㅎㅎ 담주에 가면 다락방님을 찾는 방법을 강구해 볼게요 ㅋㅋ

다락방 2017-10-20 08:2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찾는 방법이라뇨, 그냥 만나면 되죠. 그날 아침에 서로 무슨 옷 입었는지 얘기하기로 해요. 북플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저는 님을 찾으면, ‘제이에스신님이세요?‘ 이렇게 물어야 하나요. 히힛. 씐난다! >.<

2017-10-26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6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10-1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마음이 따뜻한거예요..
오지랖이 아니구 ㅋ

다락방 2017-10-20 08:24   좋아요 0 | URL
제가 남의 일에 참견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엄청 되뇌이는데도 이렇게 참지 못하고 오지랖을 부릴 때가 있어요. ㅠㅠ 그 순간에는 그냥 뭔가 막 아아 도움을 주고싶다 이런 마음이 되어가지고...Orz

2017-10-19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0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0-20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알라딘 서점 얘기 ˝혹시 도를 아세요?˝ 같아요ㅋㅋㅋ

다락방 2017-10-20 08:25   좋아요 0 | URL
아 맞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댓글 읽고 생각하니까 정말 그래요. 저는 페미니즘 공부에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실상은 알라딘을 전도해버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태우스 2017-10-2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강의를 한다면 앞으로의 계획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입니다. 알라딘 등에 페미니즘 하는 모임이 있으니 거기서 자신감을 찾으시라고요. 주위에서 찾으라는 건 너무 막연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감사드립니다.

다락방 2017-10-25 08:02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페미니즘 모임이 있는지까지는 모르겠고요, 마태우스님.
다만 이곳에 페미니즘을 더 알아가자 공부하자 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으니, 아무래도 알라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면 그렇게 자기 쪽수를 만드는 것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거예요. 게다가 그들중에는 젊은 남자사람들도 있어요!! 후훗.

강의 재미있게 잘 들었어요, 마태우스님.
게다가 질문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되게 활기찬 강의였던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2017-10-25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0-25 08:03   좋아요 0 | URL
네네, 정희진쌤 강연에서 봬요!! >.<

clavis 2017-10-2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지랖을 떠는 저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락방님의 환영할 만한 오지랖을 사랑합니다 오지랖은 친절입니다 오지랖은 사랑입니다ㅋ

다락방 2017-10-27 09:21   좋아요 0 | URL
클래비스님도 오지랖을 잘 떠시나요? 히히히히히.
우리 오지라퍼 멤버 1,2 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 해전에 그런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어떤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몇 장 읽다가 도저히 못읽겠어서 덮었다고. 물론 그런 책이 한 두권은 아니지만, 그 책을 덮은 이유가 요즘에 와서 또렷이 다시 생각난다. 그 작가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고른 거였는데, 그 다음 작품은 읽어내기가 정말 힘들더라. 형사시리즈였고 아동성범죄에 대해 다룬 거였는데, 초반에 범인이 희생자를 선택하고 탐색하는 과정이 나오는 거다. 성범죄를 저지를 대상을 찾는 그 범인의 심리가 진짜 너무 끔찍한거다. 힘들어서 더 넘기지를 못하겠어서 덮어버리고 팔아버렸는데, 요즘에야 그것이 '가해자의 시선'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글을 써버리는데 내가 도무지 그걸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것. 아직도 그 책을 몇 장 넘기면서 토할것처럼 역겹고 무서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끝까지 읽으면 내가 어떤 느낌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을지 알 수 없지만, 그 당시엔 너무 힘들었고, 지금 생각해도 힘드니, 그 책은 읽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요즘 신문에서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기사 타이틀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책이 생각나고, 여자 입장 잘 모르겠다는 한 영화감독의 강간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 책 생각이 났다. 누군가는 도저히 보아넘길 수 없는 것들을 잘도 쓰고 만드는구나 싶었달까.



이건 이것대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불쾌한 경험인데, 이와는 아주 별개로 내 안에 도덕이, 선이 뭉개지는 걸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사형제를 반대하면서 성범죄자가 죽어버리길 바라는 것 같은 마음, 이럴 때는 절대 선은 무엇인가, 내 안에 도덕은 무엇인가, 내 안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이것은 나의 내면의 상처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선의 기준 때문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런 경험을 나는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에서 또 해버리고 말았다.


















아직 이 책의 초반을 읽고 있고,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살아온 배경이라든가 '그것'에 의해 사고를 당하기 전의 일상 같은 것들이 보여지고 있다. 그중에 한 동성애 커플이 나오는데, 이 동성애 커플을 단지 동성애를 한다는 이유로, 동성애를 혐오하는 가해자가 마구 폭행하는 장면이 있는 거다. 그는 게임에서 받을 수 있는 모자를 자기는 받지 못했는데 이 커플 중에 한 명은 당당하게 쓰고 있다는 것에 심하게 열등감을 느끼다가 결국 그들을 지나는 길에 발견하고서는 모자를 빼앗아 짓이긴 후, 피해자를 칼로 찌르고 마구 폭행을 한다. 진짜 심하게 폭행을 하는데, 그 동성애 커플들은 가해자에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사랑을 한 게 전부였다. 눈 앞에 영상으로 폭력의 장면이 그려진 게 아닌데도 나는 제발 그만 때리라고 말하고 있었고, 누구든 나타나 저 사람들을 좀 말리라고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폭력을 행하던 가해자들은 결국 물 속으로 피해자를 던져버리고 마는데, 피해자는 이에 사망하고 만다.


책에서는 여기에 결정적 사망 원인이 그들은 아니라는 걸 암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 때 거기에 '그것'이 있었던 것. 그것이 나타나서 피해자를 잡고 물어뜯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인데, 그 목격장면은 하도 괴상해서 경찰들은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함께 있던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도 똑같은 증언을 하는 바람에 경찰중 한 명은 '어쩌면 그들이 본 게 사실은 아닐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추적해야 하지 않나, 하는 거다. 이에 다른 경찰은 말한다. 그러지 말라고, 그들은 잘못 본 거라고.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그 경찰의 더 깊은 속내, 결국 드러내고야 마는 속내에는,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그저 동성애를 한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무지막지하게 때린 가해자들에게 벌을 내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였다.




"자네 이 재판에서 지고 싶나, 헤럴드?"

"아닙니다. 물론 이기고……."

"그 양아치들이 다시 거리를 활보했으면 좋겠나?"

"아닙니다!"

"그럼 됐어. 기본적인 원칙엔 서로 동의한 셈이니, 내 생각을 정확히 알려 주지. 그날 밤 다리 밑에 남자가 있었을 수도 있어. 아마 광대 옷을 입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목격자들을 상대해 온 경험으로 볼 때, 어디서 광대 옷을 주워 입은 부랑아나 노숙자일 확률이 커. 그가 누구든 떨어진 동전이나 햄버거 부스러기 같은 음식 찌꺼기를 찾고 있었을 걸세. 그 나머지는 목격자들도 자신의 눈에 속은 거야, 헤럴드.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헤럴드는 그렇게 확신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진술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지금부터 결론을 말하지. 난 그게 곱슬머리든 광대든, 엉클 샘 옷을 입고 죽마를 탄 놈이든 행복한 호모 허버트든 상관없어. 만약 그 친구가 이 사건에 등장한다면 말이야, 자네가 '아무개'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양차치들 변호사가 작업에 들어갈 걸세. 변호사는 머리도 단정하고 옷도 깨끗하게 차려입은 그 두 마리 어린양들이 멜론이라는 호모를 장난삼아 다리 옆쪽으로 밀었을 뿐이라고 말하겠지. 멜론이 다리 밑으로 떨어진 후에도 살아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거란 말이야. 언윈뿐 아니라 죽은 호모의 애인인 해거티까지 그렇게 증언할 테니까. '제 의뢰인들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천부당만부당한 소리입니다! 광대 복장을 한 정신병자의 짓입니다.' 우리가 그 말을 끄집어냈다가는 일이 완전히 꼬이고 말아, 자네도 그 정도는 알고 있잖아.' (p.66-67)



"그 사내는 호모지만 누구한테 피해를 주진 않았어. 그런데도 정비화를 신고 다니는 세 양아치를 만나 목숨을 잃은 걸세. 난 그놈들을 집어넣어야겠네, 친구. 그리고 놈들이 토머스턴 교도소에서 항문이 찢기는 꼴을 당했다는 소식이라도 들려오면 누구든 에이즈에 걸리기 바란다는 카드를 보내 줄 걸세." (p.68)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목격한 그 광대인지 무엇인지 모를 그것을 지금 정체를 밝혀내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 거라는 것을, 나는 안다. 위에 '헤럴드'도 이걸 그냥 넘겨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라고 의심을 한다. 이것은 옳은, 정당한, 도덕을 따르는 의심일 것이다. 그러나 심정적으로는 '그놈들을 집어넣어야겠네' 라고 말하는 부틸리어에게 동의하게 되는 것이다. 응, 나도 그들을 집어 넣고 싶어. 단지 누군가의 존재 이유로, 그렇게 존재한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 끔찍하고, 그 혐오를 폭력으로 행사하는 것도 너무 끔찍해서,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감옥에 집어넣고 벌을 받게 하고 싶다. 설사 '살인'까지 이르게 한 게 그들이 '아닐지라도', 그들이 죽을만큼 피해자를 때려서 물에 던진 건 사실이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만약 그 '광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이 어쩌면 저지른 잘못보다 더 큰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과연 더 큰 벌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론상이라면, 그리고 절대 선, 도덕적 기준이라는 게 있다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봤다고 증언하는 그 존재에 대해 조사를 해야할 것이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게 누구인지 따져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만 벌을 주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놈들을 집어넣어야겠네' 라고 말하는 부틸리어가 자꾸만 되는 것이다. 아, 도덕이란 무엇인가. 내 안의 윤리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또, 세 양아치는 도대체 어째서 자신안의 열등감을 그런 식으로 풀어내는가.




스티븐 킹의 《그것》을 읽고싶다고 남동생이 말해서 샀고, 그래서 남동생이 먼저 읽어본다고 가져갔는데, 1권 읽기를 시도하다 포기했다. 재미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결국 다른 책을 읽겠다고 했는데, '어이쿠 이런. 세 권이나 되는 걸 다 사놨는데 재미없으면 어쩐담' 하고 내가 읽기 시작하자, 어라? 난 재미있는 거다. 공포가 내가 생각하는 그 공포랑 조금 다른것 같아서 그런 공포쪽으로 막 뭐가 아직까진 무섭고 그렇진 않은데, 그 공포속에 희생된 사람들과 주변인들의 일상, 삶, 성장 과정 같은 것들을 실감나게 풀어내서 나는 그걸 읽는 게 너무 좋다.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이야기를 이렇듯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스티븐 킹은 진짜 이야기꾼이다,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소설이란 사람 이야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면 사람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직 1권의 100쪽 가량밖에 못읽었지만, 나는 스티븐 킹이 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게 무척 흥미롭다. 사람 이야기이다 보니, 내가 꼴도 보기 싫어하는, 저렇게 약자를 혐오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현실에서도 그러니까.




그런데 소설, 진짜 좋은 것 같다. 100쪽까지밖에 안읽었는데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들고, 자꾸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고,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고, 가치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소설 진짜 너무 좋은 것 같아. 소설 만세다!


라고 쓰는 이유는, 내가 어제 지른 책에 대해 변명하고 싶기 때문이랄까.... 올해 말까지는 이제 책을 안사기로 결심한 다음에, 사흘도 안돼 무너진 것을 변명하기 위한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책 한 박스가 내게로 올 것이야. 여러권 넣고 아아, 금액 너무 커서 안돼..하고 빼느라, 결국 《내 이름은 루시 바턴》도 못샀고 ㅠㅠ 《스탠 바이 미》도 못샀지만.... 괜찮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에 사면 되지 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런데 삼겹살 너무 먹고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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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0-17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아동성범죄나 무차별살인, 이유없는 폭력... 이런 내용들이 많아서 불편할 때가 간혹 있더라구요. 너무 끔찍하다고나 할까. 책 읽다가 덮고 싶을 때가 있는..

그러나저러나 책을! ㅎㅎ 저도 며칠전 책박스를 받으며 이제 그만... 했는데 아 읽고 싶은 책은 매일 매일 나오고요 끊임없이 보관함에 담고 있구요..ㅠ 다음이 내년이 되어야 한다고 이악물고 있는데 말이죠ㅠㅠㅠ

다락방 2017-10-17 10:40   좋아요 2 | URL
그렇게 자극적으로 쓰는 이유가, 가해자의 시선으로 피해자를 찾아내는 게 꼭 필요한 일일까 싶어요. 저는 그런 소설들에는 역시나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겠더라고요. 덮는 게 상책입니다.

저도 다음은 내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 하자마자 또 질러버렸어요. 인생..지름은 뭘까요. 하아. 책은 뭘까요. 저 요즘 김생민 영수증 들으면서 약간 자극받아서 이렇게 살면 안된다!! 하고 있는데, 그냥 계속 이렇게 살고 있네요. 아하하하하.

블랙겟타 2017-10-17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오랜만에 들렀어요.
다락방님이 말하신 ‘가해자의 시선‘때문에 힘들었다는 부분을 읽고 저는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중에 (만든 의도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에서도 좋게 봐준 ‘귀향‘이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중에 성폭행 장면을 (왜! 때문에!!) 포르노틱한 앵글로 보여주고 일본군 시선에서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엄청 불편했어요. 위안부를 다룬 영화라 한번 봤었는데 소재나 의도가 좋다고 해서 그냥 막 만들어도 되는건 아니구나를 느꼈죠. ;;; 다른영화를 봐도 자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악용되고 있는 ‘가해자의 시선‘이 들어가있지 않아도 충분히 피해자의 아픔을 전달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죠.

다락방 2017-10-17 11:39   좋아요 1 | URL
네, 블랙겟타님. 귀향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를 저도 많이 들었어요. 그 장면이 거기에 필요했느냐고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전 보진 않았지만 어떤건지는 알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 장면을 그런 식으로 넣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넣는걸까요. 좀 더 자극적인 장면을 넣음으로써 가해자가 못된놈인걸 드러내려고 한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 장면으로 인해 더 많은 관객을 노리는 거겠죠. 일전에 성폭행을 다룬 영화에서 남자들이 강간씬만 오려서 돌려본다는 얘길 듣고 되게 놀랐었는데, 그 아픈 고통의 장면을 대체 왜 보려는걸까요?
그런 장면은 불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으니, 아마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건그렇고 블랙겟타님, 왜 항상 오랜만에 들르시는 겁니까!!! 네?!!!

블랙겟타 2017-10-17 13:02   좋아요 1 | URL
그그건... 제가 게으른 탓이라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네요. 하하하..;;;

잠자냥 2017-10-17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 또한 이 책을 최근에 읽으면서, 말씀하신 부분에서 불편하다가, 저런 방식의 처벌에 은근 통쾌해 하다가도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다가... 뭐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죽 읽어 나가다 보면 마지막 3권에서 굉장히.. 음엄... 스티븐 킹이 왜 이런 장면을 썼을까? 굳이 왜?? 의도가 뭘까? 이게 정말 필요한 걸까? 내가 그 의도를 잘 모르는걸까, 매우 ‘불편‘하면서도 그 의도가 꽤 헷갈리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이번에 개봉한 영화 <그것>에는 나오지 않았고요, 다음편에 나올지???(어쩌면 안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그 장면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리뷰 같은 곳에 썼다가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말도 못하고. 음... 주변에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없고.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ㅎㅎ 다락방님께서 이 책을 끝까지 읽으시고 그 장면을 꼭 ㅋㅋ 언급해주시길 고대해봅니다. 평소 페미니즘 관련 글을 많이 쓰시니 분명 ‘그 장면‘이 눈에 걸리시리라 믿습니다.

다락방 2017-10-17 13:36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잠자냥 님께서 이 책을 읽고 400페이지 정도는 덜어내는 게 좋았을 거라고 쓰신 평 보았습니다. 별을 네 개 주셨던데, 아마도 말씀하신 3권의 장면이 불편해서 그러신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 장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 어쩐지 알고 싶지 않네요. 제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도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 화가 나가지고... 어쩌면 스티븐 킹도 제 화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네요. 일전에 읽었던 [별도 없는 한밤에] 같은 경우, 저는 스티븐 킹이 페미닌한 감성이 있고 또 페미니스트라고 생각되어졌거든요. 그래서 좋았는데, 이 책은 아직 그렇게 되기 전에 쓰여진 걸까요... 지금까지는 참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말씀하신 장면이 어떤 것일지... 제가 끝까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그 장면을 언급할 수 없어 답답하셨다니, 아이고... 주변에 아예 책을 안읽을 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건 어떠세요? 제 경우엔 분노의 포도에 대해서 엄마랑 얘기를 나눴거든요. 엄마 이러이러한 장면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하고요. 책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거 너무 중요하잖아요! 사실 우리는 그래서 이렇게 알라딘에 들어와 글을 쓰는 것이긴 하지만요. 네, 읽어보고 제가 할 말이 생긴다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7-10-20 0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예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다는 말을 쓰고서...혹시 지금 Insomnia랑 It을 혼동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에 어디엔가 있을텐데 다음에 갈 때 찾아봐야겠습니다.

다락방 2017-10-20 08:25   좋아요 1 | URL
제가 지금 이것저것 짬뽕으로 손을 대는 바람에(원래 이런 일 잘 없는데) 이거 읽기를 멈췄네요. 흥미롭게 읽고 있었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킹 아저씨는 진짜 이야기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