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말고 계속 얘기해주세요.

『피터 히스토리아 2』에서는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이 다루어진다. 특히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세상의 어린 노동자들'이란 주제로 이야기되어 졌는데,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말았다. '어린 노동자들'에 대한 얘기는 영국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라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으니까.

 

어린이들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산업혁명 초기의 영국 공장들은 점점 사라졌어. 만약 지금도 유럽에 그런 공장이 남아 있다면 아마 발칵 뒤집힐 거야. 그렇다면 어린이들을 혹사시키는 악마 같은 공장들은 다 사라진 걸까? 그렇지 않아. 서구 선진국에서 그런 공장들이 사라지면서 그 모습 그대로의 공장들이 다른 나라에서 생겨났지. 우리나라에도 70년대까지 어린 소년 소녀들이 학교에도 못 가고 공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어.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어린이들의 노동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잔인한 공장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방글라데시의 의류공장에서는 지금도 어린이들이 19세기 영국의 어린이들처럼 오랜 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 그곳에 방적기는 없지만 하루 12시간이 넘게 재봉기 아래서 쓰레기를 치우고 실을 자르고 단추를 꿰매는 어린이들이 있어.

그 어린이들이 만든 물건이 서구 사회의 제품인 경우도 많아. 그게 뭘 의미히난즈 알겠어? 자신들의 나라에서 벌어진다면 너무나 끔찍한 일로 여겨질 그런 노동을 슬그머니 못사는 나라로 떠넘긴다는 거야. 내 눈앞에서 일어나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걸까?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세계화'라는 말에는 어쩌면 서양에서의 모든 잔인한 일들이 세계 모든 곳에서 또다시 반복돼야 한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쯤 세상에는 이런 일들이 끝나게 될까? (p.105)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된건 내가 알고 있던 인물들에 대한 재해석 혹은 새로운 정보였는데, 나는 콜럼버스가 한 것이 단지 '발견'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게되었고, '이솝 우화'의 그 '이솝'이 그리스의 '노예'였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이솝에 대해서 알라딘의 저자파일을 살펴보니 이렇게 되어있다.

 

이솝(Aesop)

아이소포스(Aisopos)의 영어식 이름이다. 고대 그리스의 우화작가로, 생애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여 실존 인물인지조차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단편적이고 불확실한 자료들 가운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os)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6세기 중엽에 살았던 인물로 이아드몬(Iadmon)이라는 사모스 사람의 노예였다고 한다. 뛰어난 학식과 지혜로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삶을 살지만, 결국 델포이에서 누명을 쓰고 비극적으로 살해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책, 『이솝 우화집』을 몇년전에 사두고 3분의 1쯤을 읽다가 말았는데, 다시 꺼내어 읽어봐야겠다. 

 

 

 

 

 

무엇보다 궁금해진 건 브레히트 였는데, 이 책 『피터 히스토리아2』의 끝에는 이 시가 소개되어져 있다.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질문

 

베르톨트 브레히트

 

성문이 일곱 개인 테베를 누가 지었을까?

책 속에는 왕들의 이름만 나와 있네.

왕들이 손수 돌덩이를 운방해 왔을까?

그리고 몇번이나 파괴되었던 바빌론을,

그때마다 누가 다시 세웠을까? 황금빛 찬란한

리마에서 건축노동자들은 어떤 집에서 살았을까?

만리장성이 준공된 날 밤에 미장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위대한 로마제국이

개선문으로 가득 찼을 때 로마의 황제들은 과연

누구를 정복하고 개선한 것일까? 수없이 노래되는 비잔틴에는

주민들을 위한 궁전만이 있었을까? 전설의 아틀란티스에서조차

바다가 땅을 삼켜버리던 밤에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은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고 하지.

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지.

그가 혼자서 해냈을까?

시저는 갈리아를 무찔렀지.

그때도 요리사 하나쯤은 있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필립페 왕은 그의 함대가 침몰당하자

울었다지. 그 말고는 아무도 울지 않았을까?

프리드리히 2세는 7년전쟁에서 승리했지. 그 말고

승리한 사람은 없었을까?

역사의 페이지마다 승리가 등장하지.

누가 승리의 향연을 차렸을까?

10년마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나지.

누가 그 비용을 치렀을까?

 

그렇게 많은 기록들,

그렇게 많은 질문들. (p.267)

 

 

몇년전에 본 영화 『타인의 삶』에서도 브레히트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언제고 읽어봐야지 생각하다가 잊고 지냈는데, 이 책을 보니 또다시 브레히트가 궁금해져서 그가 쓴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일까?

 

 

 

 다른책들은 좀 어려울 것 같아서 『좋지 않은 시대의 사랑 노래』를 우선 읽어보고 싶었는데, 검색해보니 품절이다. ㅜㅜ 서운해라. ㅜㅜ

 

 

 

 

 

 

'로맹 가리'의 『유럽의 교육』에서 모티브를 얻어 「산사람들이 남긴 약속」이란 에피소드를 써냈다고 되어있길래, 이 책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 제길, 이 책도 품절이야. 젠장. 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은 죄다 품절인거야?

 

 

 

 

상실의 시대를 읽으면 위대한 개츠비가 읽고 싶어지듯이, 밀레니엄을 읽다가 인어의 노래를 읽게 되었던 것처럼, 어떤 책들은 읽다 보면 자꾸만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연결되는 독서라고 해야할까. 아, 유럽의 교육이 너무 읽고 싶다. 아, 읽고싶어.. ㅠㅠ 중고샵에 회원이 파는걸로 등록되어 있긴 하던데...

 

 

 

 

-오늘 오후에 회사 동료 E 대리가 스테이크 사진과 함께 메세지를 보내왔다. 친구랑 뷔페식 레스토랑을 갔는데 케익 종류도 많고 음식도 맛있고 스테이크조차 무제한이라며 내 생각이 났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당신은 왜 자나깨나 내생각 뿐이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내게 맛있는걸 보면 과장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라고 답했다. 그래서 나는 맛있는 거 먹을때 생각나는 거, 그게 사랑이라고 대답했다.

 

하하하하하 그런건가요?

그걸 몰랐구나. 쯧쯧.

 

다 큰 여자가 어떻게 그것도 몰랐담. 쯧쯧.

 

 

 

-일전에는 타부서 L과장과 Y씨와 셋이 술을 마시다가 L 과장은 Y 씨가 그만두면 자기는 정말 힘들어질거라고 말했더랬다. 아마 업무는 마비될거라고. 그래서 나는 L과장과 Y씨에게 말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누군가 그만둬도 회사는 돌아가긴 돌아간다고 말했다. 남은 사람들이 미치듯 힘들어서 그렇지 안돌아가지는 않는다고. 새로운 직원을 뽑아서 또 가르치는 게 시간이 걸리고 힘들겠지만 회사는 어떻게든 굴러가더라고, 내가 십이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눈으로 본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Y 씨가 L 과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보셨어요? 다락방 과장님 신입직원 뽑는다고 말하면서 기대감으로 눈 반짝인거?

 

그러자 L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너도 느꼈냐? 나만 느낀줄 알았어.

 

그러자 Y 씨는 내게 말했다.

 

과장님 제가 잘생기지 않아서 죄송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아니라고 양손을 다 들어 변명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과 이미 들통난 눈빛은 다시 돌이킬 수가 없었다. 난...잘생긴 남자가 자꾸자꾸 들어오기를 바라니까.....Y 씨, 그렇다고 당신이 그만두기를 원한다는게 아니야.

 

 

-어제는 이러저러한 일로  인해 피곤에 쩔어서 집에 오자마자 자려고 했다. 안방에 들어가서 엄마 옆에 누워 이제 막 자려고 했는데 텔레비젼에서는 [무한도전]이 방송되고 있었다. 아, 잠을 못자겠어. 정형돈이 윷을 하나씩 뒤집으며 노래를 하는데 난 너무 웃겨가지고 나중엔 눈물까지 났다. 엄마는 옆에 계시다가 저게 뭐가 웃기냐고, 니가 웃는게 더 웃기다고 하셨다. 아, 근데 난 웃음을 참을 수가 없는거다. 하나를 디비면 도, 두개를 디비면 개, 라고 노래하는데 아, 너무 웃겨 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오전에는 리모콘을 돌리다가 케이블에서 재방송해주는 무한도전을 봤다. 기계체조에 도전하는 에피소드였는데, 아 난 또 너무 웃겨가지고 소파에서 완전 눈물 흘리면서 웃었는데, 음주후 새벽귀가로 자고있던 남동생은 자기방에서 거실에 있는 내게 메세지를 보냈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무한도전은 진짜 짱이야.

 

 

- 지금 텔레비젼에서는 개그콘서트를 보여주고 있다. 아...두려워....이젠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일요일이고, 끝나고 있고, 이제 월요일이 온다는 사실 때문에. 후아- 열나 졸린데 잠을 못자겠어.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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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1-15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품절된 책은 헌책방에서~
어렵게 찾아야지요... ㅠ.ㅜ

다락방 2012-01-16 14:47   좋아요 0 | URL
아, 댓글로 도움을 받았어요. 오래된 책이지만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훗.

2012-01-15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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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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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1-15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0여 년 전에 번역된 <유럽의 교육>을 가지고 있는데 이참에 새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약만 올린 것 같아서 소식 하나 전해드리자면, 로쟈님이 올려주신 페이퍼에서 봤는데 문학동네에서 이번에 <호프만의 허기>를 다시 번역해 냈다는군요. 뭐 이미 알고 계실 테니 이것도 헛방이겠군요ㅎㅎ^^

다락방 2012-01-16 14:45   좋아요 0 | URL
몰랐어요, 후와님. 몰랐다구요. 왜 말씀해주신 거에요. 후와님 덕분에 오늘 장바구니에 넣고 결재했잖아요, 흑흑. 헛방 아니었습니다, 후와님.
[유럽의 교육]은 위에 어떤분께서 비밀댓글로 구할 수 있는 곳을 말씀해주셔서 아마도 거기를 통해 구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로맹 가리의 단편집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를 엄청 좋아했는데, [유럽의 교육]은 어떨지 기대가 커요. 아, 기대됩니다 정말.

2012-01-16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6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6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6 15: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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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0: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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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01-1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알고 싶은게 많아져요.

다락방.

다락방 2012-01-16 14:40   좋아요 0 | URL
모르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지요.

네꼬 2012-01-1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 재방송 보다가 울면서 웃었어요. 무한도전을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ㅠㅠ (그나저나 수십 개 채널 중에 하필 그 채널을 바로 그 시간에 봤단 말이에요, 우리가 같이?)

다락방 2012-01-16 14:40   좋아요 0 | URL
우잉, 설마 네꼬님도 그시간에 세수도 안하고 부시시한 얼굴로 보고 있었던 거에요? 그래요?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요. 샤워까지 다 하고 봤다고 말하지 말아요. 난 세수도 안하고 식탁에 굴러다니던 만두 전자렌지에 데워서 우적우적 먹으며 봤단 말이에요!

2012-01-16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6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2-01-1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에 계신 동생분이 거실에 계신 누님께 문자로 말을 거셨어요. ㅋㅋㅋㅋ
무한도전을 애들 덕분에 거의 매 주 보는 상황이지만 지지난주 '나름 가수다'는 정말 대박이었어요!

다락방 2012-01-16 14:39   좋아요 0 | URL
네 무스탕님 ㅋㅋㅋㅋㅋ 우린 서로 문자로 대화를 하곤 해요. 함께 집에 있으면서도 말이죠. 말은 해야겠고 문 열고 나가긴 귀찮고 ㅋㅋㅋㅋㅋ
저 어제였나 재방송으로 나름가수다 도 봤어요. 아, 정형돈 보고 완전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
전 그동안 토요일 그 시간에 집에있었던 적이 거의 없어서 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이번주에는 운 좋게 보게 되었는데 아, 진짜 빵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

버벌 2012-01-1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 좋아하시나요? "일리어드" 좋은데. ^^ 전 거기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는데. 이솝이 노예였다는 것을요 ㅎㅎ 전 어제 근무가 끝나고 저녁 12시에. 움. 새벽 0시에. 갈매기살을 먹으러 갔어요... 쏘맥.. 갈매기살. 저 때문에 강제로 끌려나온 남동생 앞에두고 폭풍 흡입을 했습니다. ㅡㅡ:

다락방 2012-01-16 14:38   좋아요 0 | URL
우앗. 버벌님이 페이퍼에서 말한 일리어드가 만화책이었어요? 몰랐어요. 전 만화책을 어릴때 즐겨보긴 했는데 요즘엔 잘 못보겠더라구요. 그림은 제가 잘 못보는 것 같아요. 물론 그래도 보는 만화책들이 있긴 하지만 말예요. 일리어드 좋다고 하시니 검색 들어가봐야 겠어요. 히히.
저는 금요일 밤 열시 넘어서 갈비를 먹었구요, 어제는 진흙구이 토종오리를 먹었어요. -_-
금요일 밤에는 소주랑 와인을 마셨구요 어제는 맥주를 마셨어요. 아, 세상에 고기와 술과 남자만 남고 다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회사라든가 출근이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에요..orz

2012-01-16 14: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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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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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5: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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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5: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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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2-01-1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난 나름가수다 보는데 ㅋㅋㅋ 정형돈이 영계백숙을 부르며 웃긴 안무를 너무 비장하고 대담하게 하는게 웃겨서 ㅋㅋ 진짜 두번세번 봤어요 ㅋㅋ 난 원래 팬이지만... 무한도전은 너무 웃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을 안달고 갈 수 없는 무한도전 팬이 아닌 사람의 무한도전 칭찬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2-01-16 16:15   좋아요 0 | URL
나도 영계백숙 부르는거 보면서 완전 기절했어요. 닭싸움 춤.. 비장한 뮤지컬이었죠. ㅋㅋㅋㅋㅋ 아 완전 뿜어가지고 ㅎㅎㅎㅎㅎ 무한도전 이번주 무한상사에서 유재석 집에 찾아가는 것도 완전 웃겼어요. 찾아가기전에 점심 메뉴 고르는 것도 완전 웃기고. 뽀는 무한도전 팬이니까 기계체조 편도 봤겠지. 노홍철이 완전 자신만만하게 올라갔다가 올라가고 나서 상체 뒤집고 나서는 어쩌지를 못하고 정신이 나가서 발 내리라는데 손 내리고 이런거 보면서 울었어요 너무 웃겨가지고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댓글 쓰면서 또 웃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2-01-16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6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피터 히스토리아 1 -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 피터 히스토리아
교육공동체 나다 지음, 송동근 그림 / 북인더갭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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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학창시절에 윤리과목의 교과서가 이랬다면 혹은 윤리교사들이 이렇게 가르쳐줬다면 나는 그 과목에 더 재미를 붙이고 열심히 하고 또 더 잘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 책, 『피터 히스토리아』를 읽으면서는 그때보다 더한 원망이 생겨났다. 왜 내가 배웠던 역사는 그토록 지루하기만 했던가. 왜이렇게 재미있지 않았지?

뭐든 외우는 건 잘하지 못하는 내가-암기과목은 다들 형편없는 점수였다- 국사나 세계사란 과목에서 멍청한 점수를 받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과목들은 외워야 하는 것들에 불과했다. 단순한 사실들의 연대순 나열과 혹은 지리적 위치 따위는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런데 이십대 후반, 역사를 전공했던 친구가 김유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버스안에서 들려주었을 때는 그토록 지루하고 재미없게만 생각했던 국사가 엄청 재미있는거다. 왜 선생님들은 내 친구처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지 못했을까? 아니면 그때 선생님들도 재미있게 가르쳐줬지만 내가 그것을 단순히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견을 덧씌운걸까?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버스안에서 내 친구가 들려주었던 역사처럼, '사람이 사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다, 라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그때 거기서 그들에게 그런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건, 어떤 원인들 때문이고, 그것들은 이러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등의 '사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 나는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의 귀를 기울이다가 역사속에서 그들이 당한 핍박을 알게 되고 그것들이 어떤식의 증거로 기록되어 있는지도 알게 됐다.

이 책 속에서 역사에 대해 들려주는 주인공은 '페테루'인데, 이 소년은 그 역사들의 곳곳에 숨쉬면서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들려준다. 처음, 자신의 평화로운 마을을 침략하고 노예로 생활하게 되면서 아버지를 잃은 페테루에게 친구는 도망치라고 말한다. 여기가 아닌 분명 더 넓은 세상, 살기 좋은 곳이 있을것이고 늘 더 큰 세상을 기대해왔던만큼 그곳으로 가보라고, 여기에 갇혀있지 말라고.

 

 

 

 

사람이 사람을 노예로 부리고 사람이 사람을 때리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페테루는 눈앞에서 본다. 그의 눈에 이것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는채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답을 그는 얻고 싶다. 그가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함무라비 법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말이야, 조그 더 복잡한 법의 체계가 필요했던 이유는 사회가 복잡해져서만은 아닌 것 같아. 어쩌면 법으로 만들어서라도 지키게 해야 했던 뭔가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런 규칙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일테면 국가니 법이니 학교니 이런 것들이 필요 없던 시절에는 너무나 단순하고 그래서 너무나 당연해 보였던 공평성을 굳이 무너뜨려야 했다든가 …… (p.54)

 

 

 

 

페테루는 그렇게 현인들로 가득찬 그리스로 간다. 거기에서 페테루는 '철학을 말하는 삶'을 사는 자들이 얼마나 부조리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한다.

 

누군가 그리스의 철학자들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면 그 대단하다는 그리스 철학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위대한 고대 문명을 쌓아올린 그리스인들이라고들 하지만 신전 한귀퉁이의 돌 하나도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옮긴 적이 없었어. (p.106)

 

 

유월절이란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대체 뭘 뜻하는건지는 알지 못했었는데, 이 책에선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유월절에 대해 나는 처음으로 알게됐는데, 여기서 잠깐 이 책과는 상관없는 다른 얘기를 하자면, 위의 부분을 읽다가 나는 '버트런트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떠올리고 말았다.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을 믿는 이들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그들을 벌을 준다는게, 그 벌이 그들의 첫째 아들을 죽인다는 게, 그게 과연 '신'이 할만한 일일까? 나를 괴롭히는 자에게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복수하다니, 인간과 다른게 뭐지?  버트런트 러셀을 읽었으니 'C.S. 루이스'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싶어서 『순전한 기독교』도 사두었는데, 아, 나는 어쩐지 러셀쪽으로 마음이 기울고야 만다.

 

 

'김진명'의 『황태자비 납치사건』에서는 '역사는 힘있는 자의 기술' 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동안의 역사가 힘 있는 자의 기술임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역사를 가르치려는 사람들 역시도 힘 있는 자들쪽에 서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역사에 대해 어느 한쪽면만을 봤던게 아닐까. 모두에게 영웅인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소수에게 영웅은 다수에게 적일수도 있었을 것이고 다수의 영웅은 소수에게 악마일 수도 있었을 것인데, 영웅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가 가르쳐야 하는게 아닐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던 바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하나씩 처음부터 배워나가고 있다. 요즘에는 책을 읽으면 웬만해선 바로 중고샵에 팔아버리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러려고 했는데, 아, 그러면 안되겠다. 책장 한켠에 꽂아두고 가끔씩 들추어봐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됐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는 언젠가는 기억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때 다시 펼쳐 보아야지. 조카가 좀 더 크면 이 책을 읽히고 싶은데 그때 이 책이 절판될까 두려워서 나는 이 책을 역사에 관심이 많은 제부에게 선물로 보냈다. 역사를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서도 한 권 더 사두었다.

 

나는 역사에 대해서라면 아는 것이 전무한 상황이라 이 책에 설사 어떤 오류가 있다한들 잡아낼 수 없겠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처음부터 말해주는 것들을 아주 재미있게 흡수할 수 있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하면 회사에서 그래, 그럼 그 책 다 읽을 때까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 읽고 싶어서 업무에 집중이 안되잖아.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은 의미있고 유용한 책이다. 나에게는 '쉽게' 말하여 주는 역사책이 절실했다. 한국사에 대해서도 이 시리즈로 또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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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품절과 일요일 밤
    from 마지막 키스 2012-01-15 22:10 
    『피터 히스토리아 2』에서는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이 다루어진다. 특히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세상의 어린 노동자들'이란 주제로 이야기되어 졌는데,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말았다. '어린 노동자들'에 대한 얘기는 영국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라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으니까.  어린이들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산업혁명 초기의 영국 공장들은 점점 사라졌어. 만약 지금도 유럽에 그런 공장이 남아
 
 
마늘빵 2012-01-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다 내 탓이야, 그런 거야. 엉엉.

다락방 2012-01-13 08:38   좋아요 0 | URL
아프님은 빵꾸똥꾸! 똑바로 해욧!! ㅎㅎㅎㅎㅎ

마노아 2012-01-1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사는 박시백이 있어요! 조선사뿐이지만, 조선사라도 얼마나 자세히, 재밌게, 의미있게 말해주는지요. 어제 만난 두 언니는 중국어 관광 가이드를 준비하는데 한국사 준비를 해야 해서 역시나 박시백을 추천해 주었어요. 공부로도 재미로도 박시백 최고! 나도 곧 이 책을 읽게 될 거예요. 아, 기대되어라.(>_<)

다락방 2012-01-13 09:09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읽고 방금 박시백 검색해봤는데 일전에 마노아님 서재에서 봤던 [조선왕조실록]의 저자로군요. 오, 근데 이건 엄청 기네요. 흐음.
제가 읽은 이 책, [피터 히스토리아]는 청소년용이고 또 만화라서 아주 쉽게 읽히거든요. 저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딱이더라구요. 산업혁명(이건 2권에 나와요) 읽다가는 갑자기 전태일도 생각나면서 뭉클. 아, 정말 좋았어요.

마노아님, 그런데 꼬꼬면 택배는 도착했나요? 안그래도 문자 넣을 참이었는데.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뭐하는겁니까!

레와 2012-01-13 11:3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박시백님 정보도 감사해요.^^

마노아 2012-01-14 13:56   좋아요 0 | URL
아앗, 도착했다는 말을 제가 한 줄 알았어요. 이런, 화요일에 도착했어요. 엄청 빨리 왔죠!
다락방님 주소까지 직접 출력해서 붙여가지고, 아 역시 꼼꼼해, 섬세해~ 막 이러면서 박스 열었어요.^^ㅎㅎ
요새 새벽 예배를 가려다가, 너무 추워서 우리집 교회에서 일찌감치 성경책 좀 보고 기도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요새 쪼끔 일찍 일어난답니다. 신기한게, 전 보다 일찍 자고 더 일찍 일어나는 거라서 수면 시간은 줄었는데 몸이 더 개운해요. 역시 일찍 자는 게 미인이 되는 길!(응?)

다락방 2012-01-15 22: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노아님. 저 어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열 네시간을 잤거든요. 물론 전날밤에 잠을 못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열 네시간을 잤더니 오늘 아침에 피부가 뽀쇼쇼숑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이 보약입니다. 잠이 미인을 만들어줘요. 사실입니다. 으하하하

꽃핑키 2012-01-1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앗!!!! 이 책 완전 멋있는데요!!!! ~_~♡
저도 역사가 부족한 인간이라 ㅠㅠ
예전에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한국사도 샀는데 막상 읽으려니. 어렵더라구요.
눈에 안 들어와서 몇 페이지 읽고 처박아두었는데;;
이 책이라면 저도 잘 읽을 수 있을것 같아요!! ㅋㅋ불끈!! ㅋㅋ

다락방 2012-01-13 13:11   좋아요 0 | URL
저는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전무한 상태에요. 그런데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니까 재미도 있고 흥미도 생기더라구요. 핑키님, 이 책 읽으셔도 좋을것 같아요. 전 어제 2권 읽다가(아마도 2권이 완결인것 같아요) 지하철안에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어휴..

불끈!

레와 2012-01-1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미키님이 그리워지는 페이퍼에요.

그리고 이책도 읽어볼게요 다락방♡

다락방 2012-01-13 13:12   좋아요 0 | URL
레와님, 저는 이 책이 무척 좋았어요. 막연하게 알았던 걸 조금 더 알게되거나 몰랐던걸 알게되거나 하는것도 있지만 한쪽으로만 알았던걸 다른쪽도 알게됐구요. 그것들이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레와님도 좋아할것 같아요. :)

버벌 2012-01-14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우리 제부에게도 보낼까봐요. 동생부부는 아직 임신도 안했지만.... ㅡㅡ;;;;

다락방 2012-01-15 22: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이건 제부가 읽어도 좋은 책이니까요, 버벌님. 괜춘해요. ㅋㅋㅋㅋㅋ

가넷 2012-01-1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는 책의 리뷰를 봐서, 나중에 한번 봐야지 했는데, 어제 대출실 근무하면서 대출반납업무 보다가 마침 들어 왔길래 책 대출했네요.ㅋㅋ

다락방 2012-01-16 15:41   좋아요 0 | URL
그런데 가넷님의 경우 역사서적을 많이 보시고 이미 알고 있는게 많으셔서 저처럼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가넷님이 보시기엔 지나치게 쉽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하핫.
보시고 말씀해주세요, 가넷님!

은방울 2012-07-1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피터 히스토리아를 출판한 교육공동체 나다는 인문학으로 청소년들을 만나오던 단체랍니다. 이번 7월 30일 부터 단행본이 나오고 처음으로 피터 히스토리아를 교재로 하는 10강의 서양사 강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피터를 재밌게 읽고나서 더 이야기를 해나가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으셨거나, 청소년을 위한 역사수업이 늘 연도를 외우고 옛날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신다면, 이번 교육공동체 나다 여름특강에 오셔서 피터히스토리아와 함께 서양사를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주변에 홍보도 살짝 부탁드려볼께요 :)
자세한 설명은 http://nada.jinbo.net 나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주세요~

lorine 2012-12-2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로운 문서를 사용할 수있게 혹은 변경이 귀하의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경우, 더 많은 읽기 및 방법을 논의 이러한 접근 방식의 좋은 사용을 만드는 방법을 찾는에 관심이 될 경우. - automatic litter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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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히스토리아 1 -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 피터 히스토리아
교육공동체 나다 지음, 송동근 그림 / 북인더갭 / 201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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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이런 교재로 이렇게 역사를 배웠다면 나도 역사에 흥미를 가졌을지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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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2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2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3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1-1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돼요.. 이 책까지 주문하면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 주문.. 왜 이젠 애들 책까지 보고 그러세요. ㅜㅜ

다락방 2012-01-12 18:03   좋아요 0 | URL
아 뭔가 죄송하다고 해야하는건지 아니면 헤헤하고 웃어야 하는건지...아 제가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원. 하핫;;
 

고등학생때 읽었던 할리퀸 로맨스소설 중에 『개구리 연가』라는 작품이 있었다. 도시에서 아버지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는 여자가 친구의 집을 봐주기 위해 며칠간 시골에 머무르러 가는데, 그 옆집에 사는, 무슨일을 하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어마어마한 부자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내용이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이 시골 부자남자는 도시 여자를 믿을수가 없다. 도시 여자가 시골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은 후 아이를 버려둔 채 도시로 도망가버렸던 일을 목격했던 바, 도시 여자들은 다들 그럴거란 편견 때문에 쉽게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 게다가 남자네 집에서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 중 한명은 둘 사이를 이간질한다. 여자는 남자와 사이가 좋아질만 하면 다시 다투게 되거나 서먹해지는 상황이 몹시 싫고 속이 상한다. 둘 사이가 다시 틀어져있던 어느날 밤, 남자는 그녀의 집에 찾아온다. 오해를 풀기 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여자는 남자에게 "우리 사이에 있는 먹구름이 걷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그때 (아마도)벽난로 앞에 서있던 남자는 여자의 그말을 듣고 "당신도 우리 사이에 떠도는 먹구름을 느끼고 있었냐"고 묻는다.


비단 남자와 여자 사이뿐만은 아니겠지만 나와 타인이 맺는 어떤 관계에 먹구름이 끼어 떠돌고 있다면, 그것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면, 그리고 그걸 내가 느끼고 있다면, 그 먹구름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도 느끼고 있을것이다. 우리는 그 먹구름을 느끼며 상대에게 쉬이 말을 걸지 못하고 있을수도 있고 혹은 그 먹구름을 내내 거기에 둔 채로 서로가 이제 몰랐던 사이인것 처럼 등을 돌릴수도 있다. 그리고 물론 어떤 관계에서는 그 먹구름을 치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서로 간직한 채, 그러나 차마 용기를 내지는 못하고 있을수도 있다. 이 먹구름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그걸 니가 좀 치워줘.


치울 수 없다고 생각했던, 치우지 않을거라 결심했던 그 먹구름을, 혹여 상대도 내내 거기에 둔 채로 살고싶은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애써 무시하고 지냈다. 그런데 내가 견딜 수 없어서 그 먹구름을 걷어냈다. 그 먹구름을 걷어내면 그곳에 태풍이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걷어냈다. 지금 당장은 서서히 햇빛이 그리고 햇볕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얼마나 갈까. 또다시 먹구름이 떠돌게되진 않을까. 이번엔 더 강한 허리케인이 오지 않을까. 알 수 없다. 


다시 『개구리 연가』로 돌아가자면, 여자는 그 관계에 아프기도 했고 또 그곳을 떠나야 할 때가 되어서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그녀가 돌아가고난 후 남자는 내내 그녀를 그리워했다. 오해가 풀렸던 것도 같다. 어쨌든 그래서 남자는 도시로 그여자를 찾아간다. 여자가 일하는 병원에 가서 여자를 발견하고 그가 내뱉는 말은 


"대체 왜그렇게 빨랫줄처럼 빼빼 마른거요?"


였다. 여자도 남자를 그리워하느라 힘들어서 빼빼마르게 된 것인데, 나는 먹구름을 걷어내는 여자는 될수 있을지언정 빨랫줄처럼 빼빼 마른 여자는 될 수 없다. 나는 내 주변에서도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혹은 남자와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가 너무 아파서 혹은 남자와 헤어지고 난 후에 절망해서 홀쭉해지거나 빼빼 마르게 된 여자들을 본 적이 있다.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런 그녀들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내가 남자 때문에 홀쭉해지거나 빼빼 마르게 되거나 하지는 않을것이다. 내가 죽기전에 해보고 싶은 몇가지 일들 중에 '빼빼 마르고 싶은'건 있지도 않다. 역시 여자는 육덕진게 짱인듯.



책을 읽고 있다. 수첩에 포스트잇이 준비되어있고, 그 수첩은 가방안에 준비되어 있어서 꺼내기가 번거로워 그냥 책의 한쪽 귀퉁이를 접어버렸는데, 그 페이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자일즈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빗어 내렸다. 그녀를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멜린다의 기분에만 유독 신경을 썼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그녀를 위한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원칙에 저항하고 본성을 어길 수는 없었다. "아니." 그는 침울해지고 거의 비탄에 잠긴 채, 절망적인 기분이 되어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안 갈래." (p.64)


아무리 상대를 좋아한다고 할지라도 내 자신의 원칙에 저항할 수 없는 자일즈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상대를 좋아해도 내 모든것들을 포기할 수는 없다. 포기하지 못할 몇가지의 것들을 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것이 내가 계속 나일 수 있는 방법이다. 사실 나는 사랑에 빠진다해도 포기하는 것이 거의 없긴하지만, 나를 바꾸려고 하거나 나의 어떤것들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사람과는 사랑에 빠지지도 않지만, 어쨌든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차선책을 선택하지 않을것이다. 존 쿳시가 『슬로우맨』에서 그랬던것 처럼. 나는 최선책이 아니라면 갖지 않을것이다.















사실, 이 책속에서 가장 먼저 책의 귀퉁이가 접힌 부분은 이 문장이있는 페이지였다.


커버데일 가족은 참견꾼들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는 선의를 품고 다른 사람 일에 끼어들었다.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일이 그렇게까지 나쁜 것이 아니라면, 자일즈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의 말을 인용하여 '그들의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기적인 인간이 되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그들은 자일즈가 본능적으로 아는 사실, 이기심이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임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p.62)


나 역시 그동안  '선하다'는 의도아래 상대에게 오히려 더 불쾌함을 주었던 기억들이 있다. 그러나 선한 의도를 품고 있는 행동들이 불쾌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이제는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잘 되고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선한 의도라는 것이 모든것의 가장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한 의도여도 타인에게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고 타인에게 분노를 일으킬 수도 있다. 선한 의도라는 기준은 철저하게 '내가 살아온 입장'에서의 의도였기 때문에. 이 책속에서처럼 함부로 '그녀는 외로울거야' 라는 짐작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일즈가 그런 말에 '혼자 있는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대응한 것처럼, 상대는 내가 선택한 삶에 만족하고 있는것일지도 모르니까.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의 것인데, 내가 세워둔 행복의 기준대로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나의 행복은 당신의 행복과 다르다, 는 것을 잊지말자.




나의 가방속에는 포스트잇이 준비된 수첩만 들어있는 건 아니다. 초콜렛도 들어있다. 언제 어디서든 굶어죽을 수는 없다는 신념아래(읭?), 내 가방 속에는 간혹 초콜렛이 들어있곤 한다. 


으응? 방금 문자메세지가 왔다. 애인이 보낸 택배가 오늘 도착한단다. 뭐지? 육포인가? 전에 준 육포는 다 먹었냐고 묻길래 장난하냐고, 다음날 바로 다 없어졌다고 대답했더니 또 보내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부끄럽지만, 애인은 이미 나와 애인이 되기 이전에 육포를 한박스 보내 나를 꼬신(?) 전력이 있다. 육포 한박스에 내가 정신이 나가버린 것은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물론 그날 정신이 '다' 나갔던 것은 아니다. 애인이 되고 나서도 육포 한박스를 싣고 와서 내게 또 주고 간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날 돌아가는 그에게 그중에 두 봉지를 꺼내 주기도 했었다. 아마도 그는 나를 육포로 붙잡아둘 작정인가보다. 


아아, 육포로 붙잡히는 나라니, 나란 인간은 얼마나 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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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2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01-1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 쫙쫙쫙쫙!!!

"나의 행복은 당신의 행복과 다르다, 는 것을 잊지말자."

다락방 2012-01-11 13:22   좋아요 0 | URL
글을 읽지 못하는 여자가 가정부로 일하게 되면서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인데(이미 이걸 전제로 소설을 시작하고 있음)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진진해요.
나의 기준대로 행복을 정해놓고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적용해버리는 건 폭력이잖아요. 그런데 우린 이미 아주 많이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이렇게 살잖아,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살아. 삶이 쉽지는 않아요, 레와님. orz

2012-01-11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수철 2012-01-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밀댓글이 오늘따라 왜 이리 많아요!?

아 괜히 궁금해.

다락방 2012-01-11 13:4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제 서재는 비밀댓글이 별로 없는 서재인데 오늘따라 비밀댓글들이 왜이리.. ㅎㅎ
궁금하죠? 말 안해줄거에요. 용용죽겠죠? ㅋㅋㅋㅋㅋ

무스탕 2012-01-11 14:54   좋아요 0 | URL
혹시 저 비밀댓글들은 육포가 어디 상표냐, 얼마나, 몇 그램이냐, 이런거?
=3=3=3=3

다락방 2012-01-11 14:5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한테도 말 안할거지요~ 용용죽겠죠? =3=3=3=3=3

무스탕 2012-01-1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아직 잡힌 물고기가 아닌가봐요. 계속 먹이를 공급하고 계신걸 보면...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2-01-11 14:56   좋아요 0 | URL
아 그게 그렇게 되나요? 좋네 ㅋㅋㅋㅋㅋ 계속 잡히지 말아야겠어요. 육포는 끊기면 안되니까. ㅎㅎㅎ

비로그인 2012-01-1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보낸 육포이니까요.

다락방 2012-01-11 15:13   좋아요 0 | URL
방금 받았어요. 그가 보낸 육포 한 박스! 므흐흣

moonnight 2012-01-1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다락방님. 육포로 꼬시는 애인이라니. (육포가 부러운 것이냐. 애인이 부러운 것이냐. @_@;;)

다락방 2012-01-11 17:37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문나잇님은 육포를 부러워하시는 듯. ㅎㅎ 육포는 정말 짱이죠! 맥주 안주로 대박이에요. 육포 만세!
만약 애인이 바나나말린것 따위로 꼬셨다면 저는 넘어가지 않았을겁니다.

버벌 2012-01-1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포. 둘째와 제가 좋아하는 육포. 얼마전에 결혼한 둘째는 육포로 프로포즈를 받았어요. ㅡㅡ;; 바구니에 담긴 육포는 절반은 제가 절반은 엄마가 쏘옥. ㅋㅋㅋㅋㅋ 저저저저 락방님처럼 참고 또 참다가 며칠전에 카드를 긁었어요. 평소 사고 싶었던 고가의 엣센스를 샀구요. 알라딘에서도 지르고 말았죠. (곧 나올 명절수당을 땡긴건데.. 말입니다. 아직 돈은 통장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마이너스가.... 뭐 새삼스런 일도 아님!) 전에 락방님이 왓섭으로 알려준 픽션이 반값으로 나왔길래 후다닥 결제했구요. 혼자 서울에 있어 우울증 걸릴 것 같은 여동생을 위해 한권 더 샀어요, 픽션을 ㅋ 꽃의나라도 락방님 서재에서 보고 바구니행. 정리하자면 좀 많은 책을 결제 했는데요. 그중에 여동생을 주기 위해 픽션과 꽃의나라를 한권씩 더 담았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활자 잔혹극 어떠세요? 제 책상위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데 슬슬 먼지를 털어내야 할것도 같아요. 지금은 여동생과 경쟁이 붙어서 무려 "역사" 를 읽고 있답니다. 욱 토할것 같아 ㅠㅠ. 올만에 글 남기니 막 길어. ㅋㅋㅋ

다락방 2012-01-12 09:41   좋아요 0 | URL
어머. 육포 프로포즈라니 ㅋㅋㅋㅋㅋ 바구니에 담긴 육포는 대체 얼마만큼 일까요? ㅎㅎ
전 아직 선물용으로밖에 알라딘 구입을 하지 않았어요. 움화화핫. 열흘을 넘긴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는. ㅎㅎ
[활자잔혹극]은 괜찮아요. 책장도 잘 넘어가구요. 읽으면서 생각할 것도 많아서 좋아요. 뭐 완전 좋아요 강추강추 이렇지는 않구요. [역사]가 뭔지 모르겠지만, 토할것 같은 작품이라면(아마도 무겁거나 딱딱하거나 지루하거나 방대하기 때문이겠죠?), 그 뒤에 고를 작품으로는 괜찮은것 같아요. 물론 한창훈의 책이 더 빨리 넘어가지만 말입니다.
퇴근해서 지금쯤이면 집에 도착해 씻었겠네요. 푹 자요. 푹 자고 일어나요, 버벌님.
:)

L.SHIN 2012-01-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서, '육포 이야기'에 뜬금없이..갑자기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싶다는 기분이 왈랑거리는 거지?
정정하자면, 나도 누군가에게 육포 한 박스를 보내보고 싶다는 것이죠.(잉?)

그런데, 당신은 햄버거와 치킨과 콜라를 들고 창문을 통해 방문하는 기다리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육포에 넘어가다니!
그래서 다락님은, 마요네즈와 함께 먹나요, 기름장에 함께 먹나요?

다락방 2012-01-12 18:01   좋아요 0 | URL
어머, 엘신님. 육포를 마요네즈나 기름장에 찍어먹다뇨. 전 아니에요.(고개를 강하게 젓는다) 육포는 육포만 먹어요. 다른 어떤것도 찍어먹지 않아요. 아 그런데 육포 얘기를 했더니 배가 몹시 고파요. 흑흑.

그리고요 엘신님, 저는 햄버거와 치킨과 콜라를 들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육포도 함께할 뿐이에요. 히히히히히

L.SHIN 2012-01-12 22:19   좋아요 0 | URL
아...고소한 육포와 부드러운 마요네즈의 환상궁합을 외면하시다니...ㅜ_ㅡ
그 얼마나 아름다운 궁합인데 말입니다.(아, 하지만 너무 짠 마요네즈는 사양이에요.;)
좋아요, 그럼 난 피클과 단무지, 그리고 맥주만 챙겨가면 되는 건가요? 응? 후후후훗!

다락방 2012-01-13 08:40   좋아요 0 | URL
엘신님, 맥주를 챙기실거라면 박스로다가......낱개로 한 두개 준비해놓고 준비해뒀다고 말씀하시면 반칙입니다. 히히히히히
아, 그리고 마요네즈에 간장 섞어서 마른오징어 찍어먹으면 진짜 완전 짱맛있어요. 계속 계속 먹게된답니다. 므흐흐흐흣

L.SHIN 2012-01-13 21:54   좋아요 0 | URL
당연히! 맥주는 박스로다가...주륵(아, 침 닦고, 스윽~)
요즘 자주 CF로 나오는 '풍미작렬~ 골든ㅇㅇ'를 준비하겠어요. ㅡ_ㅡ 훗
뭐, 특별히 다락님이 좋아하시는 브랜드를 골라주면 그 안에 한,두 개쯤은 보너스로 넣어가죠.
그러니까...오징어도 준비하란 이야기죠? 응? 그럼..간장은 어떻게 준비해갈..;;;

재는재로 2012-01-14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엔 역시 고기안주가 소주에는 탕종류가 겨울 별미죠 맛있겠네요 육포

다락방 2012-01-15 22:24   좋아요 0 | URL
으악. 고기안주에 맥주를 먹으면 고기를 많이 못먹잖아요, 배불러서 ㅎㅎㅎㅎ 전 고기에는 소주를 먹는데요 ㅋㅋㅋㅋㅋ

막시로드리게스 2012-01-2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었을 터인 제가, 기어코 바늘끝에 육포를 걸어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장면을 떠올리고야 말았습니다.

다락방 2012-01-30 12:1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육포는 훌륭한 미끼입니다!
 















이승우의 단편집, 『오래된 일기』를 읽고 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고 총 아홉 편의 단편중 다섯번째 단편인 「실종 사례」를 읽고있는데, 하아, 나는 이승우의 장편인 『생의 이면』과 『한낮의 시선』을 읽고 그의 장편은 물론, 「칼」을 읽고 그의 단편도 좋아했던 바, 이 소설집 역시 현재까지의 다섯 편의 단편 모두 버릴것이 하나도 없다며 감탄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그의 단편집을 읽고 내내 놀라는건, 그의 소설이 끊임없이 나의 불편함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승우는 『생의 이면』에서 손톱깎이로 그 불편함에 대해 이미 말했던 적이 있다. 박부길이 건넨 손톱깎이, 그 손톱깎이로 자살한 박부길의 아버지. 대체 그때의 그 감정을 박부길은 어떻게 잊고 살것인가. 물론 자살하라고 건넨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 손톱깎이로 살인을 저지른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박부길에게는 '이걸 내가 건네지 않았다면..' 하는 마음이 평생을 자리잡지 않았을까.


이번 단편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래된 일기」에서 남자의 사촌형은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늘 소설을 쓴다. 그러나 남자는 소설가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사촌형은 소설가가 되지 못하고 남자는 소설가가 된다.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남자가, 되고 싶어했던 사람보다 더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한 집에 살면서 사촌형은 대학에 가지 못했고 남자는 갔다.


아주 오래전의 나는 페이퍼나 리뷰에서 이런식의 말을 했던적이 있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열렬히 혼자 사랑하며 괴로워하고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그 상대에게는 내가 괴로워하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 전혀 잘못이 없는가. 그는 단지 존재할 뿐, 그를 좋아한 내가 고통의 원인이며 과정일뿐인건가. 그런데 이승우가 이 단편에서 이런 문장을 써줬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누군가 나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떳떳한 일일까. (p.34)


나는 이 문장을 읽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요며칠 내가 느낀 감정을 이 문장이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더 낫다'는 확신을 가지고 아닌것을 아니라고 말하고 싫은것은 싫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는 상처를 받을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바가 아니지만, 내가 그것을 꾹 참고 번번이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느니, 분명하게 의사표현을 함으로써 같은일을 겪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는 거절당하는 그 순간에는 상처를 받겠지만, 그러나 어떤걸 싫어하는 걸 알게되니 앞으로 일어날 불필요한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는 꽤 합당해보였고 이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가 상처받았다는 걸 내가 짐작은 하되 알지는 못했을때에만 이것이 당당했다. 상대가 상처받았음을 내가 알게되는 순간-내가 직접 듣거나 읽게 되는 순간-, 내가 무슨짓을 한건가 싶어지는거다. 내가 이러지 말았어야 했을까?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꾹 참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숨긴채로 내게는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계속 받아들여야 했을까? '결과적으로 더 낫다'는 것이 과연 최선인걸까? 나는 이 일로 속이 시끄러웠고 내내 마음이 쓰였는데 이승우의 저 문장을 맞닥뜨린것이다. 그래서 내내 고민했는데, 나는 그리 현명한 사람은 못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는것이 더 좋은지, 그러니까 더 좋은 다른 방법을 도무지 찾을수가 없었다.



이 단편집에 실린 단편중 「타인의 집」은 와- 엄청나게 무섭다. 일전의 '스티븐 킹'의 단편중 「옥수수밭 아이들」을 읽고 너무 무서워서 밤잠을 설친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옥수수밭의 살인이 곧 내게 닥쳐올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서 오는 두려움이 엄청나게 컸던 까닭이다. 무서움이란 것은 종류가 여러가지지만, 귀신이나 도깨비(응?)가 주는 두려움과는 차원이 다른, 그러니까 이 불행하고 끔찍한 일이 곧 내게 닥칠것이다, 하는 두려움이 스티븐 킹의 소설에 있었다면, 이승우의 이 단편에는 '내가 지금 누구와 함께 어떤 상태로 있는가' 혹은 '이 방문을 열면 거기엔 무엇이 있을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너무도 크게 박혀있어서, 최근에 읽은 소설중 가장 무서운 단편이 아니었나 싶다.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벌렁 거린다. 



지금 읽고 있는 단편인 「실종 사례」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남자는 친한 이웃에게 전세금을 빌려줬는데, 이웃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빚만 늘어난채로 자신을 원망하며 살고 있었던터에 지하철 사고소식을 뉴스에서 보게된다. 그리고 9년간 위치를 알수 없었던 이웃이 그 사고로 인해 실종됐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하게된다. 그는 그 이웃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하면서, 이웃이 돈을 갚지 못했을 당시 건네주었던 땅을 생각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전체의 가격이 5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땅이었는데 몇년 전, 그 땅에 주유소가 들어오면서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올라 1억5천만원의 돈이 수중에 들어온 것. 그래서 그는 빚도 갚고 집도 장만할 수 있었다. 이 돈에 대해서 이웃에게 밝혀야 할까? 그러나 그것은 그가 내게 갚지 못한 돈의 아주 적은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고, 그것의 가격이 오른것은 예상하지 못햇던 바가 아닌가. 또한 그 돈이 이웃이 그에게 갚지 못하고 도망간 그 돈에 대해 '갚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 않은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그때 당시의 가요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우편엽서로 순위를 집계했었는데, 같은반 친구였던 W 가 신해철을 응원한다며 본인의 이름으로도 엽서를 보내고, 내 이름으로도 엽서를 보냈더랬다. 나 역시 그 친구처럼 신해철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친구는 내게 말하지 않고 엽서를 보냈고, 보낸후에도 따로 말하지 않았었는데, 내가 덜컥 그 엽서추첨에 당첨이 된 것이다. 그 후로 우리집 전화는 엄청나게 울려댔다. 방송되었던 엽서가 화면에 잡혔을 때 우리집 전화번호까지 보였기 때문에, 그 전화번호를 순간포착한 전국의 내 또래 남녀아이들이 장난전화를 걸어왔던 것. 낮에도 밤에도 심지어는 새벽에도 우리집 전화벨소리는 멈출줄을 몰랐다. 전화코드를 빼놓기도 수차례. 한동안 우리는 장난전화며 폰팅제안등등의 전화에 시달렸는데, 그래서 아빠는 엽서추첨으로 받게 된 시계는 당연히 우리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그러나 내 친구는 생각이 달랐다. 자신이 보내지 않았으면 당첨될 일도 없었을테니 그 시계는 엽서를 보낸 자신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시계를 친구에게 줘 버리고 싶었다. 이런식으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싫었고, 어른인 아빠가 그 시계를 욕심내는 것도 싫었다. 엽서의 주소는 우리집으로 되어있어서 시계는 당연히 우리집으로 왔고, 아빠는 그걸 아빠의 손목에 채우셨다. 나는 친구에게 시계가 도착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도 더이상은 묻지 않았다. 이 일은 내내 찜찜하다.



그래서 이승우의 단편들을 읽는 내내 불편하다. 내가 불편해하는 걸 자꾸만 언급해서. 그가 언급하는 것들이 다 나의 일 같아서. 아버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돌아가시게 되어버린 아이는 자신이 교통사고를 낸 당사자가 아니라해도 어떻게 그 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것인가. 이런것들이 이승우의 단편들속에 들어가있다.


우리는 차마 남에게 말하지 못할 창피하고 부끄러운 그리고 속 시끄럽고 불편한 일들을 저마다 감추고 있다. 너무 찌질하고 너무 치사해서, 그리고 일종의 사악한 기운까지 느껴져서, 그래서 그것들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순간 타인이 나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까봐. 들키고 싶지 않고, 그렇지만 차라리 비난을 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일들. 그렇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상황, 비슷한 감정에 놓인 인물들에 대해 동정보다는 경멸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그래서 이승우의 소설이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나를 자꾸 몰아붙여도 그의 소설 읽기를 멈출수가 없다. 그런 상황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나는 이렇게 찌질한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고 싶은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계속 이승우를 읽을것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소설을 읽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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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1-0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위로도 받죠.


코맥 매카시의 '모두 다 예쁜말들'을 다 읽었어요. 다락방이 옳았어요. 저격 추천에서 날 제외한 ..^^;
그래도 코맥 매카시의 책은 더 읽어 볼 생각이에요.

다락방 2012-01-10 09:05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니까, 내가 저격 추천에서 제외했다고 서운해할게 아니라니깐요. 다, 생각하고 날린거임 ㅋㅋㅋㅋㅋ

레와님은 [로드] 읽어봐요, 코맥 매카시 책 중에서요. 다음 작품은 그걸 해봐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보다는 레와님한테는 [로드]가 나을것 같아요.

이진 2012-01-0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문장은 정말 좋은걸요.
너무 좋은걸...

그런데 손톱깎기로 자살을 했다니.. 충격적인 소재인걸요.

다락방 2012-01-10 09:04   좋아요 0 | URL
그치요, 좋지요? 저도 완전 뒤통수 맞은것 같았어요. 아, 내가 늘 생각했던 걸, 늘 말하고 싶었던 걸 이승우님이 해주셨군, 하면서 감탄 감탄 ㅠㅠ

손톱깎이는 [생의 이면]에 나오는데, 음, 소이진님은 좀 나중에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쓰고나니 뭔가 어른처럼 말하는 것 같아서 영 별로다. 그런데 제 생각은 그래요. 나이들고 나서야 좀 더 좋게 읽히는 글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2012-01-09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0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2-01-0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감정이 아주 잘 이해가 되어요. 그러니까 이 글을 통해서 무척 선명하게 다가왔어요. 다락방님이 더 잘 보여지는 느낌이에요. 어젯밤 꿈에서 보았더니 더 그리워요.^^

다락방 2012-01-10 09:03   좋아요 0 | URL
보고싶은 사람은 보고나면 더 그리운 것 같아요. (읭?)

꽤 사소한 감정이긴 한데 또 꽤 미묘해서 며칠간 생각이 내내 났었어요. 풀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결국 술을 마시면서 친구에게 말하긴 했는데, 그래서 한결 나아지긴 했는데,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시간을 돌려도 저는 같은 행동을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잘했다라는 확신은 들질 않으니, 이거야 원.

그래서 나를 알고, 나를 좋아하고, 그것이 오래 지속되고..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일인것 같아요.

moonnight 2012-01-0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계는 다락방님이 가지는 게 옳습니다. -_-;

늘 생각하지만, 그리고 다락방님께도 몇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다락방님의 글을 읽으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저는 같은 책을 읽어도 이런 느낌을 느끼지 못할 거 같고, 혹 느낀다 하더라도 이렇게 절절히 표현하지 못할 거 같거든요. 조, 존경합니다!!! (_ _);;;;;

다락방 2012-01-10 09:01   좋아요 0 | URL
이젠 이십년전의 일이 되어버렸네요. 그 친구도 저처럼 그 시계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딘가에 글을 써서 나는 그 친구로부터 시계를 받지 못했다, 라고 밝히고 있지는 않을지.

문나잇님의 존경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책을 읽다가 생각난 걸 그저 후다다닥 썼을 뿐인걸요. 커피는 드셨어요, 문나잇님? 저는 지금 커피를 마시고 있어요. 그런데 마시면서도 졸려요. -0-

치니 2012-01-0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친한 친구가 저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말하면서, 제가 그걸 전혀 생각조차 못하고 몰랐다고 하니까 모른다는 게 알고 그런 것보다 더 나쁘다고 했었어요.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도통 모르겠더니 이 페이퍼를 읽으니 약간 알 것 같아요. 진정한 배려가 뭔지, 아주 아주 깊이 생각해야 할 거 같아요, 특히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다락방 2012-01-10 08:59   좋아요 0 | URL
이게 말이죠 치니님, 막연히 '저사람은 상처받았을 것이다' 라고 짐작하는 것과, '나는 상처받았다'고 말하는게 좀 다르더라구요. 물론, 저는 사소한 일에는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강하게 키우는게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상처를 준 당사자라고 하면 일단 그걸 알게된 이상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은 쿨할 수 없으니까, 내내 신경이 쓰인다고 할까요. 상처를 준 사람이 자신이 상처를 줬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을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진정한 배려가 뭔지 아주 깊이 생각해야 하는건 맞는데, 깊이 생각하면 답이 나올지 모르겠어요.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우리 모두가 좋은, 그런 행위가 있기는 한걸까요?

심란해요 -_-

poptrash 2012-01-0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소설 같은 에피소드네요. 그 시계요. 저도 이 책,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읽었어요. 그리고 연말에는 (드디어) 달려라 토끼도 읽었어요. 달려라 토끼는 앞 부분 한 200페이지 정도가 없었으면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12-01-10 08:57   좋아요 0 | URL
한동안 어디갔다가 이제야 온거에요, 팝님? 그리고 이승우의 소설을 읽었으면 감상을 좀 써야할거 아녜요! 언급을 좀 해보란 말입니다. 팝님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달려라 토끼도 읽었군요. 전 달려라 토끼가 제 생각만큼 그렇게 좋지는 않더라구요.

팝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2-01-10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0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1-1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함'이라는 코드, 이승우 소설과 친해질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코드네요. 저도 <오래된 일기>와 <타인의 집>이 좋았습니다. 이승우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저 숨쉬는 것도 사건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이승우의 다른 작품집을 구해놓고 아직 읽지도 못하고 있네요. 하루 종일 빈둥거리면서 이승우 소설이나 읽으면 딱 좋겠는데 말이죠ㅎㅎ

다락방 2012-01-10 17:21   좋아요 0 | URL
[타인의 집]은 정말 놀랐어요, 후와님. 너무 무서웠어요. 그러니까 이 무서운 감정을 그리고 또 다른 여러가지의 불편한 감정들을 이승우는 너무 잘 써내고 있어요. [타인의 집]을 읽으면서는 남자가 안방의 문을 열지 않기를, 혹은 그 안방문이 열리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요. 그러면서 아니야, 그래도 열어서 확인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까지. 제가 느끼는 이 마음이 책에 쓰여진 문장들을 따라가다보니 생기게 된 마음인지, 이런 마음을 짐작하고 이승우가 잘 써낸건지 그조차도 헷갈려요.

저도 하루종일 빈둥거리면서 이승우를 읽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사실 하루종일 빈둥거린다면 이승우가 아니어도 전 좋기는 해요. ㅎㅎ

라로 2012-01-1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았어요,,,,이승우의 소설도 읽을게요..

다락방 2012-01-10 17:22   좋아요 0 | URL
나비님, 마음이 불편하고 신경쓰이고 그럴지도 몰라요. 그건 감수하셔야 해요. 이승우의 소설을 읽으실거라면 말이죠. 후...

당고 2012-01-12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래된 일기>는 정말 명작-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승우를 좋아하지 않을까요ㅠ 불만ㅠ

다락방 2012-01-12 09:44   좋아요 0 | URL
저는 명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아요. 저만해도 왜 이승우를 좋아하느냐, 의외다, 라는 물음을 두 분에게나 받았던 터라 ㅎㅎ
이승우를 모두가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기도 하고 또 널리 읽혔으면 좋겠기도 해요. 이런 마음. 흑흑.
제가 생각하기엔 말이죠 당고님, 이승우는 국내의 다른 모든 작가들보다 더 위에 있는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더 잘 쓰는 느낌이요. 국내의 다른 작가들-그들이 설사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들이라고 해도-이 이승우로부터 글쓰기를 좀 더 배울게 있지 않을까 싶을만큼요. 하하하하. 써놓고나니 뭔가 뻘쭘하네요.

당고 2012-01-13 00:4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네, 저도 다락방 님에게 동의합니다.
그냥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고민의 깊이가 다르다는 느낌이에요. 고민의 깊이가.

다락방 2012-01-13 08:42   좋아요 0 | URL
[타인의 방]완전 무서워요, 당고님. 소름이 쫙쫙. 정말 푹 빠져가지고 '방문 열지마', '아니야, 열어봐, 그게 당신한테 편해' 이러면서 읽었어요. 어휴.
이승우 다 읽어볼거에요. 빠쌰!

버벌 2012-01-12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 이미 책 결제 했는데............ 끊임없이 무언가가.. 바구니에 담기는......

다락방 2012-01-12 09:45   좋아요 0 | URL
저도 이미 장바구니엔 몇십만원어치의 책이 있어요. 늘 이중에 무엇을 결제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곤하죠. 뭐, 올해엔 아직 결제하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히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