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 책의 3권을 읽고있는 중인데, 이 책의 2권까지 읽었을 때, 나는 오래전에 본 영화 <메디엄>이 떠올랐다. 영화 <메디엄>에서는 암에 걸린 소년이 나오고, 그 소년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사를 간 가족이 나온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 집에는 귀신이 살고 있었고 소년은 그들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소년이 그 집을 이상하다고 해도 식구들은 몸이 약한 소년이 하는 말이라 믿어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소년에게는 부모님도 계셨고 누나(여동생??)도 있었고 어린 동생들도 있었는데, 영화의 마지막, 다른 형제들과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맞서 싸워야 할 때, 소년은 그 싸움이 자기 혼자 끝내야 하는 싸움임을 알게 되고 식구들을 모두 집밖으로 내보낸다. 그리고 자기 혼자 그들과 싸운다.
















그 때.


영화를 보면서 계속 울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는 공포영화였는데, 나는 귀신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소년이 거기에서 혼자 맞서 싸우기 때문에 울었다. 무서운 건 모두에게 무섭지 혼자만 안 무서웠던 건 아니다. 무서운데, 그것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걸 깨닫고 혼자 싸우기로 결심하는, 그 고독의 순간, 그 고독의 순간에 발휘한 용기가, 무섭고 안타까워서 울었다. 대체 왜 귀신 영화를 보고 울어야 하는지, 나도 내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자꾸 눈물이 나서 어쩔 수가 없었다. 누나는 자신도 들여보내달라고 동생의 이름을 부르고 문을 두드리지만, 소년은 아랑곳않고 그들과 맞선다. 그 때의 그 무섭고 슬픈 기억이, 그래서 내가 줄줄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이 <솔로몬의 위증>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이 책도 다르지 않아서.



<솔로몬의 위증>에서는 자살한 중학생이 나온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 열두 시부터 두 시 사이에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소년. 그 소년의 시체 위로 눈이 내려 쌓였다. 그리고 그 시체를 발견한 같은 반 학생부터 시작해 다른 학생들의 생활도 보여지는데, 고독하고 쓸쓸한 사람이 너무 많은거다. 그 어린 학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이겨내려고 나름의 방법을 찾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운거다. 밤 열두시에 사람도 별로 없는 학교 운동장,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는 소년은 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리석은 아빠와 늘 아프다고 골골거리는 엄마와 함께 사는 소년은 대체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에 난 여드름이 부끄러운 소녀에게 그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는 부모들은 너무나 야속하기만 하고. 누군가와 친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전에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무조건 일단 잡고 봐야만 하는 그 마음이 부서질 것만 같고. 그런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그래서 그 결과가 엄청나게 파괴적으로 나왔다고해서, 그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인내하지 그랬느냐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연쇄살인범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잔인하게 죽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너무 무서웠다. 혼자인 그 밤이, 그 밤에 그들의 머릿속을 채웠을 생각들이, 부서질 것 같은 그 영혼들이, 지탱하고 버티자고 생각해낸 그 방법들이, 그 방법들 사이로 스며드는 혹은 표현되는 악이, 무서웠다. 1권을 다 읽은 새벽에는 베개를 가지고 안방에 가 엄마 옆에 누워 잤다. 도저히 혼자 잘 수가 없었다. 2권을 읽은 월요일 새벽도 마찬가지. 두시 넘어서 책을 다 읽고 불을 껐는데, 모든 소리에 다 민감해지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는거다. 또다시 안방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 전날처럼 아빠가 근무인 게 아니라 아빠 엄마가 안방에서 같이 주무신다. 차마 그 옆으로 갈 수는 없지. 남동생 방으로 가서 같이 자자고 할까..생각하다가 가뜩이나 잠귀밝은 예민한 남동생 다음날 출근에 지장있을 까봐 그러지도 못하고...어떻게 이 무서운 마음을 진정시킬까 싶어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마침 깨어있더라. 그래서 통화를 했는데, 통화를 하면서도 좀처럼 무서운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거다. 아. 안되겠다. 어쩔 수 없다. 할 수 없다. 나는 베개를 가지고 안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새벽 세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는데, 아빠 엄마가 누워있는 이불에 한 사람이 누울 틈이 보이질 않는거다. 아..다시 내 방에 가야겠다 싶은데 인기척을 느끼고 아빠 엄마가 다 깨셨다. 엄마는 너 여기 왜 왔냐고 물으셨고, 나는 아니야, 라고 얼버무리며 나가려는데, 여기서 자고 싶은거냐고 엄마가 물었다. 나는 그러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네 그냥 갈게, 하고 가려니 엄마가 아빠 쪽으로 바싹 더 붙고 아빠도 좀 더 옆으로 가시며 한 사람 누울 자리는 마련해주셨다. 와서 자. 나는 아빠 엄마 불편하잖아, 했더니 아빠도 엄마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어서 누워 자라고 하셨다. 응. 하고 누웠더니 엄마가 꿈꿨냐고 물으셨고, 나는 책 읽었는데 그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 옆에 누워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니, 내일모레 나이 마흔인데 이게 뭔 짓이야... ㅠㅠ 이래가지고 나에게 독립은 먼 일이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 읽고 무서워서 잠도 못자고(어떤 소음엔 꺅 소리도 질렀다 ㅠㅠ), 벌벌 떨면서 이래가지고 어떻게 독립을 해. 아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방으로 가기 전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뒤척이면서 생각했다. 씨양, 이럴 땐 결혼이 답인건가...................Orz




<솔로몬의 위증> 3권은 재판과정이다. 무척 재미있게 읽고있긴한데, 솔직히 좀 말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짜증나는 부분도 있긴하다. 무슨 중딩들이 이렇게나 재판을 잘한단 말인가!! 이게 말이 돼? 나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나는 매일 하교하면 애들하고 몰려다니면서 쫄면이나 떡볶이 먹으러 다녔는데. 피둥피둥 살이 쪘는데. 신해철한테 팬레터를 써보고, 또 뭘했더라....여튼 설사 내가 재판을 할 수 있는 아이라 해도 그렇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저런 재판이 중학생들 사이에서 가능하단 말인가? 이건...뭐랄까...재미있게 읽고있긴하지만.....그래도 좀 너무 심한 것 같다. 킁. 진실을 알리는 좋은 방법이라는 데엔 동의하지만, 그래도 너무 잘해.....쩝...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무실엔 히터를 틀기 시작했다. 히터를 틀면서부터 공기가 건조해져 눈이 꽤 아팠다. 수시로 끄고 창문을 여는등 건조한 공기를 빼내려고 해봐도, 퇴근무렵이면 어김없이 눈이 피로해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는 대신 눈을 감고 있곤 한다. 눈이 피로하면 온 몸이 다 피로해지는 것 같아 이 겨울을 대체 어떻게 보내야 한단 말인가, 하고 고민하던 중, 작년 겨울에도 내가 이랬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 작년 겨울에도 건조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했지? 그 때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으니 '화분에 물을 주자'는 거였다. 작년 겨울에도 건조했고 퇴근무렵이면 녹초가 되었는데, 나는 그무렵 사무실에 여러개 놓여진 난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난에 물을 주는거야 여름에도 해왔던거지만, 사실 나는 식물을 키우는데 영 소질이 없어 몇 번이나 죽이곤 했던거다. 잘하지 못하는 것이니 더 관심이 시들해질 밖에. 그렇지만 나는 그 겨울, 가습기로도 해결되지 않는 건조한 공기에 맞서고자 열심히 난에 물을 주었다. 그랬는데, 놀랍게도 겨울이 끝날 무렵, 난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몇 년을 사무실에서 난을 키워왔지만 꽃이 핀 건 처음이었다. 라식수술 후에 겨울히터나 여름 에어컨에 눈이 더 건조해져 피로해짐을 느꼈고, 그게 고통스러워 내가 살자고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한건데, 늘 죽어나가기만 하던 난이 맙소사, 꽃을 피워낸거다. 내가 화분에 정성스레 물을 주고 돌본건 맞지만, 그건 화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였다. 나 살자고 물을 줬더니 화분이 살았고, 그 일이 내게 기쁨을 줬고, 지독한 건조함으로부터도 나를 탈출시켜줬다. 꽃 향은 사무실에 잔잔하게 퍼졌고, 아름다웠다. 볼 때마다 나에게 행운이 깃들것만 같아 마음속으로 조용히 축복을 빌며 물끄러미, 꽃을 바라보곤 했다. 



계절이 바뀌고 나는 꽃을 피웠던 난을 잊었고, 그 때의 그 감동을 잊었다. 그러나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다시 이 계절로 돌아왔고, 나는 내가 지난 겨울을 어떻게 살았는가 돌아보다가 다시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화분에 물을 주지 않아도  살 수는 있겠지만, 화분에 물을 준다면 화분이 살고, 화분이 살면 내가 전보다 더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아는 까닭이다. 


상사가 난에 알러지가 있다고 난 화분을 모두 치운 터라 사무실에 더이상 난은 남아있질 않다. 그저 나무가 심어진 커다란 화분 두 개뿐. 그래서 열심히 물을 주었다. 건조함과 싸우자! 그랬는데 며칠전에, 다 죽어가던 나무였는데, 그래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건만, 새로운 잎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줄기가 위로 뻗고 작고 여린 잎들이 쑥쑥. 악. 이게뭐야!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거야!



오래전, 첫직장에 다닐 때, 그 때도 사장실에 있는 난 화분에 물을 주었어야 했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나 싫었다. 그래도 막내였고, 시키는 일을 잘해야지 싶어 꼬박꼬박 잊지 않고 물을 줬더랬다. 그러나 사실 나는 그런 일, 생명을 키우고 돌봐주는 일엔 관심도 없고 잘해내지도 못한다는 걸 아는터라, 그 화분들을 잘 키울 자신은 없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난 화분들의 잎은 썩어나가기 시작했고 사장님은 내게 영양제좀 사다 꽂아보라고 하셨다. 영양제를 사다 꽂았더니 사이다랑 섞어 보라고도 하셨고. 니뮈. 니가 해라. 니 방에 있는거. 그런 생각이 몇 번이고 찾아들었고 그 말이 행여 입밖으로 나올까 번번이 참아댔다. 자기가 좋아서 자기 방에 둔 거면 자기가 좀 알아서 키워야 되는거 아닌가. 여튼 나는 사장실의 화분을 잘 키운다거나 살리는 데는 통 재주가 없는 사람이었고, 집에서도 화분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건만, 내가 급해지자 화분을 쓰다듬기 시작한거다. 아. 역시 나란 인간은 이기적이기 짝이 없구나. 이래서 내가 혹여라도 혼자 살게 된다면 식물도 못 키우고 동물도 못 키우겠단 생각이 들었다. 만약 동물을 키우게된다면 미필적고의에의한 학대..를 하지 않을까. 때리거나 하는 학대가 아니라 관심없음 혹은 방치..의 학대. 같이 살자고 데리고 왔으면 돌봐줘야 하는데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내 몸뚱아리 하나 지키는거에만 이기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아무튼 자기가 키울 화분엔 자기가 알아서 물주자. 영양제도 줄라면 자기가 주고.



오늘 화분의 잎들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대면서, 이러다가 팔 얇아지는 거 아닐까, 므흣, 하는 베리베리 긍정적인 상상을 했다. 화분도 살고 건조함도 사라지고 팔도 얇아지고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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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2014-01-1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살자고 화분이 살고 살아나는 화분이 기쁨을 선물했듯이 다락방님 좋자고 쓴 글이 또한 누군가에게 삶의 기운과 힘을 불어넣는 생명의 온기일 거라 믿어요

다락방 2014-01-15 17:1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가 좋아서 쓴 글인데 누군가가 재미있게 읽고 공감한다면 그야말로 좋겠지요. 므흣.

아무개 2014-01-1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저도 너무 건조해서 사무실 창문 열었다 닫았다 무한반복.
그래도 건조해서 수건을 적셔서 옷걸이에 걸어 놨어요. 별 도움은 못되는듯 하지만....

2.식물이든 동물이든 어떤 존재의 생사를 쥐고 있는 사람은
참 ..귀찮아지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하고 싶지 않은 때에 해야만 하는 일들이 늘어나니까요.

3.<따귀맞은 영혼> 있는 줄 알고 찾아보니...알라딘에 팔아버렸네요. 다락님 드릴라고 했드만 ㅜ..ㅜ

4.5번째 새끼 고양이가 엊그제 입양을 갔답니다.
지난주 내내 울고불고 했더니 얼굴이 부은상태로 그냥 굳어버려서 꼴이 말이 아니지만
좋은분께 입양되어 마음은 좀 편안하네요.

5.지금 군주론 읽고 있는데 졸려 죽겠어요 후암~

6.전 내일 월차내고 쉽니다.(배아프죠?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다락방 2014-01-15 17:20   좋아요 0 | URL
1. 저도 가습기도 틀어놓고 걸레도 적셔놓고 화분에도 물도 주고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조하면 더 졸린가요? 아주 미친듯이 졸고 있네요, 요즘 ㅠㅠ

3. <따귀맞은 영혼>은 안타깝네요.. ㅠㅠ 그치만 중고알림등록 신청해두었으니 나오는대로 즉시 주문할 예정입니다. ㅋㅋ

5. 저는 군주론은 청소년용으로 읽었던 것 같네요. 그걸 다 읽고나면 아무개님이 어떤 느낌을 받으실 지 궁금해요!

6. 치..월차라니... 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레와 2014-01-1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따뜻한 공기 나간다고 창문을 못 열게해요. ㅡ.ㅡㅋ
가끔 콧구멍에서 시커먼게 나와요.
아.. 욕나와. -.-

다락방 2014-01-15 17:20   좋아요 0 | URL
겨울일수록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감기도 안걸리고 건강에도 좋다고요. 환기를 못시키게 하다니..너무해...점심먹고 3분만이라도 환기 시켜봐요. 아놔 ㅠㅠ

자작나무 2014-01-1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습기 드릴까요?

다락방 2014-01-15 17:21   좋아요 0 | URL
가습기 있어요. 그런데 저 가습기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요. 책상에다 놓는 미니 가습기를 또 사다 놓을까..하다가 그건 또 귀찮겠지..싶어서....하하 역시 화분에 물 주는게 장땡인듯요.
그나저나 오랜만이네요?

mira 2014-01-1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분에 물을 줘도 식물을 죽이는 사람인데요. 저도 꽃피우고 싶네요 ㅎㅎ

다락방 2014-01-15 17:21   좋아요 0 | URL
저도 물 줘도 식물들이 죽기만 했었는데 작년부터는 살리는 손이 되어버렸네요. 하하하하. 샤라라랑~

세실 2014-01-14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 화분에 물을 주는 일이 즐거울까요?ㅎ
난 아직도 깜깜한 밤에 혼자 집에 있음 무서워요.ㅜ

다락방 2014-01-15 17:22   좋아요 0 | URL
전 화분에 물 주는게 '일'처럼 느껴져서 싫은것 같아요. 도무지 즐겁지가 않아요. 애초에 동식물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저는 식구들 있어도 제 방에서 무서워하는걸요. 이래가지고 어떻게 독립합니까 세실님 ㅠㅠ 제가 제 걱정이 됩니다. ㅠㅠㅠ

나비종 2014-01-1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이 무서울 정도로 추운 건. . 혼.자. 넘어야하는 순간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우는 사람이 결국은 스스로 다리를 굴려야 그 자리에서 더 나아가는 것처럼, '고독'이라는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건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도 아니고,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도 아니겠지요. 옆에 누운 사람이 답은. . 음. . 아닐 때가 많습니다. ㅡㅡ; 오히려 나는 고독에 몸부림치고 있는데, 옆에서 코골고 자면 더 외롭습니다.(외롭다기보다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화가 나지요. 흠~ 열나서 무서움이 싸악 사라지기는 하네요^^;)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같다고나 할까요?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때로는 발 아래서 안 보이기도ㅎ. 그래도 글을 쓸 때는 필이 잘 꽂히지 않나요? ㅎㅎ

저도 선인장도 죽이는 마법의 손이었는데, 몇 년 전부턴가 슬금슬금 식물이 살아나더라구요. 아직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선인장 잎 쪼가리가 있습니다ㅎㅎ

다락방 2014-01-15 17:25   좋아요 0 | URL
혼자 용기를 내는 그 순간, 그 순간이 가장 무섭고 힘든 시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용기를 낸 사람들이 더 대단한 것 같고요.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옆에 누군가 누워있다고 그 사람이 내 무서움을 다 해소해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것이다, 라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나올테고, 번번이 나 무섭다고 안아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닐테니 말이지요. 역시 엄마..가 답인 듯요. -_-

외로움이 필이 잘 꽂히기보다는 제 경우엔, 결핍된 상태가 필이 더 잘 꽂히는 것 같아요. 외로움도 결핍의 일종이라 볼 수 있을텐데, 쉽게 말하자면 음, 연애중일 때보다는 짝사랑 중일 때 글이 더 잘 써지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역시 사랑중의 최고는 짝사랑인 듯 합니다.

단발머리 2014-01-15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했어도 무서운 꿈 꾸면 엄마가 생각납니다. 에잇, 휘리릭~

다락방 2014-01-15 17:25   좋아요 0 | URL
엄마는 진리입니다!

무스탕 2014-01-1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무기 두 개로 쌍분무기 만들어서 뿌리세요.
한쪽 팔만 가늘어지는 부작용이 있을수 있어요 =3=3=3

다락방 2014-01-15 17:2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한쪽 팔만 모델 팔 될까봐(응?) 양쪽으로 번갈아 가며 물 주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100자평]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B는 내게 이 책을 추천할 때 '두 번째 화살' 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 문장이 특히 가슴에 남아 새기기로 했다며. B가 말했을 당시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말이 정확히 어떻게 쓰여져 있는지 궁금해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아 친구가 말한 두 번째 화살에 대해 읽어볼 수 있었다.



불교에는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 준 상처에 죄책감과 분노를 얹어 더 큰 상처를 받지 말라는 뜻이다.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신을 깎아내리고 엉뚱한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며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 것은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pp.17-18)


역시, 책속에서 문장으로 만나니 더 좋았다. 두 번째 화살에 맞지 않을 것.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상처받기 쉬운 영혼들이 명심하면 좋을 말일테다. 역시 강해지는 게 진리인 듯.


이 책은 아쉽게도,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해주고 있고 게다가 나는 이 책이 '필요할만큼' 상처받기 쉬운 약한 영혼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게다가 내 자존감과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그렇다해서 내가 두 번째 화살을 번번이 피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마음 아픈 일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이미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아는 것' 과 '실천하는 것'에는 거리가 있다. 그러니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다시 한 번 책장을 넘기며 되새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 자신의 힘으로 자존감과 자존심을 굳건히 할 만큼 강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테고.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상처는 서로에게 거는 기대가 큰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크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상한 마음을 알아서 보살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떤 명의도 얼굴만 보고 병을 알아맞힐 수는 없는 것이다. (p.25)



사랑하는 것도, 상대를 위하는 것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이란 것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사랑은 대체적으로 대단한 감정이고 많은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텔레파시를 통하게 할 수는 없다. '날 사랑한다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과 내 감정과 심지어 내가 지금 갖고 싶은 게 무언지도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사랑을 맹신하는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표정으로 드러날 수 있다해도, 그 표정조차 거짓일 수 있는데, 왜 말하지 않고 상대가 알아주지 않았다며 서운해할까. '상처받았다'는 것들의 아주 많은 부분이 자신이 거는 헛된 기대 때문인 건 아닐까. 사람은 신이 아니고, 사랑은 물론 사람을 신으로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말하지 않아놓고 상대에게 '왜 몰라!' 라며 속상해한다면, 하아- 답이 없다, 진짜. 



사실 우리가 원하는 관계는 민낯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관계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반드시 아이라이너를 그려야 하고 양복과 구두를 갖춰 입어야 한다면 그 관계는 금세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관계는 잘 꾸민 모습도 헝클어진 모습도 똑같이 인정받을 수 있는 관계다. 그건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진심으로 받아들여질때 가능하다. 우월하거나 열등하거나, 둘 중 하나만 존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힘들게 경쟁만 하다 죽게 될 것이다. (pp.48-49)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관계는 그대로 소중하다. 결국 '최후의 선택'은 편한 상대가 될 것이다. 몇 년전의 내게는 늘 예쁘게 차려입고 만나고 싶은 상대가 있었다. 간혹 그 상대는 미리 약속을 정하지 않고 연락을 해와, 언제나 어디서나 예쁘게 있어야 했다. 빨간색 하이힐과 나풀거리는 원피스 따위를, 매일 차려 입고 모습을 점검하면서, 이정도 차림이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연히 만나도 자신있어! 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는 지쳐갔다. 이대로는 더이상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너랑 헤어지는 게 내 삶이 더 윤택해지는 길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생략하고.



받은 상처와 준 상처를 분리하는 것은 어렵고 복잡하다. 세상에는 일방적으로 상처를 주기만 하는 사람도, 당하기만 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찾아온 사람들을 보면 작든 크든 상대방에게 먼저 상처를 준 경우가 많았다. 단지 자신의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 기억하지 않은 것뿐이다. (p.70)



나는 살면서 '상처 받았다' 고 말하는 피해자인 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나는 가해자가 될 생각이 없었고, 가해자가 될 거라고도 역시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상대가 '나는 상처받았어' 라고 피해자로 선언해버린 이상, 나는 자연스레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그 일이 내게는 어처구니없게 생각되어졌는데, 이미 나는 상대에게 '악인'으로 규정지어져버렸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그 상황을 그 쪽으로부터 먼저 듣게 된다면 나는 잔인한 가해자로만 보일 터였다. 그 때 찾아온 충격이란 대단한 것이었다. 맙소사,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가해자가 되다니. 물론 내가 살면서 상처를 준 사람들은 많이 있을테다. 내가 알게 모르게 그런 일은 많았을텐데, 누군가 그렇게 드러내놓고 피해자가 되어버린 일은 처음이라 한동안 멍했었다. 내가 이런 '지정된 쌍년'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이 일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내내 우울한 기분을 줬는데, 내가 그렇게 지내는 동안은 상대가 내게 '가해자' 였다. 다만 상대는, 자신이 상처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를 가해자로 만들어 버린 사실이 안중에 없었겠지. 언제나 먼저 상처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고 동시에 상대를 가해자로 만들어 버린다. 상처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면서도 그렇다면 '상처 받았다'고 말하기 전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그는, 자신이 그 전에 한 행동에 대해서는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복수는 쾌감을 줄 수는 있지만 고통을 줄여 주지는 않는다. (p.160)



복수란 걸 해보고 싶다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음이 종국엔 자랑스러웠다. 나란 인간이 좀 더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느껴졌다. 화나고 분한 일이 생길때마다 번번이 참을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참지 못하고 반응한 뒤 후회한 적도 더러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나는 감정이 최악의 수렁으로 빠졌을 때, 가급적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생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이 책에서도 그럴 때는 시간을 좀 두라고 했는데, 나는 그걸 이 책을 읽기 전에 미리 깨달은 터였다. 음..나 어쩌면 잘 늙어가고 있는지도..




이런 열등감의 표출을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인터넷 악성 댓글이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만나 보면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이 심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을 통해 분노와 열등감을 마치 '배설'하듯 쏟아낸다. 특히 유명한 사람이나 성공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우월해진 것 같은 쾌감을 주기 때문에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들은 자기가 간절히 꿈꾸는 삶을 별 노력 없이 얻은 것 같은 연예인들을 비난하고, 악성 루머를 퍼뜨려 모욕감을 줌으로써 열등감을 줄이려고 한다. 현실에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쾌감을 온라인 세상에서라도 느끼고 싶은 것이다. (p.196)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사실은, 유명 연예인의 지저분한 사생활이 폭로된다고 해서, 자신들의 삶이 더 고결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다른 사람이 뚱뚱해진다고 해서 자신이 더 날씬해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멍청해진다고 해서 자신이 더 똑똑해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아름답고 내가 우아해지기 위해서는 내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건 내가 스스로 만드는거지, 상대를 깔아뭉갠다고 되는 게 아닌것이다. '린제이 로한' 주연의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는 린제이 로한이 학교의 퀸카인 레이첼 맥아담스를 못생기게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 약이라고 속이고 살찌는 약을 준다. 그러나 린제이 로한은 시간이 지나 깨닫게 된다. 레이첼이 뚱뚱해진다고 해서 자신이 날씬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영화속에서 린제이 로한이 깨달았던 것을 하루 속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뭐, 깨닫는 게 누가 깨달으라고 해서 되는 건 아니지만.










상처 입은 상황을 곱씹으며 이랬다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어땠을까 고민하고, 분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아무 데나 분풀이를 하는 것은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악몽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통스런 기억을 되감기해서 후련하고 당당한 기억으로 덮어버리고 싶겠지만, 당신도 익히 알고 있듯이 현실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그저 고통스런 기억만 반복 재생할 수 있을 뿐이다. (p.217)



나도 아직 과거의 일에 대해 수치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자유롭지가 못하다. 여전히 뜬금없이 먼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가슴을 뜯어버리고 싶은 상황에 맞닥뜨리곤 한다. 그럴때마다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 그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라는 자기 최면이다. '나는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을 수 있어' 라고 자꾸 생각한다. 과거의 상처에 붙들려있다보면 현재까지 엉망이 되고, 나는 결코 현재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현재를 엉망으로 만든다면 미래의 과거가 또 상처투성이가 될 게 아닌가. 고통스런 과거의 기억 때문에 우울한 사람에게 반드시 말해주고 싶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일어난 이상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라고.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수는 있다. -카를 바르트 (p.215)



재작년 김장철에 엄마는 작은고모로부터 김치를 얻어왔다. 고모가 먹으라고 정성스레 담가줬다는데, 그 김치엔 굴이 들어 있었고,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굴 들어간 김치를 먹지 않았다. 먹지도 않았는데 왜 받아왔냐고 했더니 주는걸 어떻게 안받느냐고 하며 엄마는 김치통을 바라보고 하염없이 난감해했다. 나는 그 김치 어쩔거냐고 했더니 엄마는 엄마가 먹겠다고 했다. 후아- 답답하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고모에게 우리는 굴 들어간 김치를 먹지 않는다고 반드시 말하라고. 엄마가 그 말을 하지 않으면 고모는 엄마가 좋아하는 줄 알고 매번 굴담은 김치를 정성스레 담가줄테고, 엄마는 번번이 이걸 어쩌나 고민하게 될 거라고. 엄마는 그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떻게 담아주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엄마가 이번 한 번 눈 딱감고 아니라고 말하면 고모도 수고를 덜고 엄마도 더이상 난감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엄마가 그 말을 못하면 이것은 악순환이 될 뿐이다, 라고 말했다. 엄마는 결국 말하지 못했지만, 고모는 자신의 의지로 굴 들어있는 김치를 주는 걸 중단했다. 그 때 한 번 담근건가보다. 킁.



'아니오'는 관계를 끊어 버리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떠안지 않아도 될 고민을 차단해 주는 말이다. (p.242)



나는 고민하며 살고 싶지 않고, 이런 내 생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잘 말해오는 태도로 드러난다. 내가 '아니'라는 부정의 말을 하는 순간, 상대는 잠깐 서운하거나 속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만 넘기면 우리는 다가올 악순환을 피할 수 있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아니오를 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계속 같은 고민을 번번이 하게 될 것이다. 상대는 좋아하지도 않는 대상을 위해 번번이 노력하게 되고.





이 책에는 좋은 인용문도 많이 나오는데, 그래서 책을 차곡차곡 보관함에 넣게 된다.




할머니는 언제나 가지를 소금에 절여 물기를 짜낸 다음 요리를 시작했다. 

"왜 가지에 소금을 뿌리시는 거예요?"

"그래야 가지가 울거든. 사람처럼 가지도 울어야 쓴맛이 없어진단다."

-라픽 샤미, 「1001개의 거짓말」(p.15)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의 책 『행복의 정복』에서 남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경쟁하려고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렇게 비유했다. "공작새들은 다른 공작새의 꼬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공작새들은 저마다 자기 꼬리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믿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공작새는 온순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새의 삶은 얼마나 불행할까?" (p.49)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엄청난 위험이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매우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 팔 하나, 다리 하나, 혹은 아내나 그 밖에 사소한 것들은 잃어버리면 그 즉시 알면서 말이다.

-키에르케고르, 「죽음에 이르는 병」(p.59)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 궁금해졌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할 지 모르겠다. 대체적으로 평들이 거의 안달려 있어서 이거야 원...이 책을 어느 출판사로 읽으면 좋을지 아시는 분, 추천 좀.. 죄다 읽기 싫게 생겨가지고...orz












R.J. 팔라시오가 쓴 『아름다운 아이』는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열 살 소년 어거스트가 처음 으로 학교에 들어가면서 1년 동안 겪게 되는 일들을 다룬 이야기다. 아이들은 어거스트가 얼마나 똑똑하고 재미있는 아이인지 알기도 전에 겉모습만 보고 무섭다며 피해 버린다. (p.98)





당신을 화나게 한 상대방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계속 그와 입씨름을 한다면, 그것은 마치 불이 붙은 집을 내버려두고 방화범을 잡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 행동이다. -틱낫한, 『화』 (p.153)






어제는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처음으로 미드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이건 뭐 인간승리. <홈즈>도 <트루 블러드>도 이십분인가 보다 그만둬버린 나였는데. 하하하하하. 



컨트리 음악을 오랫동안 한 전설적인 가수(레이나)와 신예 컨트리 가수(줄리엣)가 나오는 얘기인데, 노래도 많이 나오고, 그 노래들 중 어떤건 특히 더 좋아서 재미있게 봤다. 레이나의 아버지는 엄청나게 돈이 많은데 레이나는 그런 아버지가 (어떤 이유로) 싫고, 그래서 아버지로부터는 한 푼의 금전적인 도움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왔으며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와 싸우다가 아버지로부터 '넌 내 돈을 안 받은 줄 알고 자랑스레 생각하지만, 그 가난한 음반회사에서 너 음반 만들 돈을 누가 대줬다고 생각하냐' 라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으..그 때의 기분은 정말이지 어땠을까..


어제 본 1시즌의 1회의 마지막, 바에서 서빙을 하는 '스칼렛'이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노래가 무척 좋다.








크- 2회도 봐야되나...다운받고 인코딩해서 아이폰에 넣는...과정이 정말 드럽게 짜증나는데... ㅠㅠ 귀찮어 ㅠㅠ 안드로이드는 걍 슉슉 들어갔는데 ㅠㅠㅠ 스칼렛의 성장과 쥴리엣의 이야기가 궁금하긴한데...귀차니즘이...날 막고있네 ㅠㅠ


그래도 어쨌든 꺄울,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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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1-1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젠장 결국 보관함이 아닌 장바구니로 가게 만드는 이 가공할만한 위력의 페이퍼라니!!!!!!!!!!!

2.어제 소주랑 먹던 피자가 남아서 점심으로 먹으려고 싸왔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몰래 숨어서 먹고 있음 ㅡ..ㅡ

3.그렇습니다. 금요일 인것입니다!!! ^0^

다락방 2014-01-10 12:30   좋아요 0 | URL
1. 전 사람들이 모두 단단하고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요.

2. 저는 김치부침개 싸왔어요. 잠시후 먹을겁니다. 오늘 저녁엔 족발과 와인 약속이 있지롱요~ 사진찍어서 아무개님한테 보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저녁엔 뭘 드실겁니까!!

dreamout 2014-01-1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길사에서 나온 것을 가지고(만) 있어요. 일단 다른 출판사 보단 땟깔이 좋아요. ㅎㅎ

다락방 2014-01-10 12:29   좋아요 0 | URL
저도 한길사에서 나온 걸 지금 막 보관함에 넣어두었습니다. 저 역시 구매하게 되면 가지고만 있게 될 확률이 더 큰데, 그럼에도불구하고 사고싶네요. ㅠㅠ 읽고싶다가 아니라 사고싶다 라니 ㅠㅠ

페크pek0501 2014-01-1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이 책을 제가 구입해 본다면 그건 다락방 님 덕분...ㅋ 꼭 사 볼 거예요.
좋은 인용문이 많아 좋고... 저자가 심리학자, 심리상담가인 것도 맘에 들어요. 그러니 깊은 글도 많이 담고 있을 듯하니까요.

"그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라는 자기 최면이다."
- 다락방 님의 이 말이 가장 맘에 듭니다. 그 어떤 인용문보다도... ^^

다락방 2014-01-10 15:57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으로 저자를 처음만났는데<따귀맞은 영혼>이란 책으로 이미 상당히 유명한 저자더라고요. 저는 앞으로 <따귀맞은 영혼>을 읽어볼까 합니다.

전 방금 배고파서 김치부침개 한 장을 흡입했습니다. 집에서 가져왔거든요. 출출할 때 먹으려고. 으흐흐흐흣. 맛있어용~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1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두행숙 옮김 / 걷는나무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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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아직 모르는 사람에겐 좋은 지침이 될 수 있고,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다시 한 번 툭, 건드려 굳건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런데 이정도쯤은, 자기 자신이 이미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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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더 잘 알지 못했다면
    from 마지막 키스 2014-01-10 09:58 
    B는 내게 이 책을 추천할 때 '두 번째 화살' 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 문장이 특히 가슴에 남아 새기기로 했다며. B가 말했을 당시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말이 정확히 어떻게 쓰여져 있는지 궁금해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아 친구가 말한 두 번째 화살에 대해 읽어볼 수 있었다.불교에는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 준 상처에 죄책감과 분노를 얹어 더 큰 상처를 받지 말라는 뜻이다. 첫 번째 화
 
 
아무개 2014-01-1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따귀맞은 영혼>을 쓴 작가의 새책인가 보네요.
왠지 비슷한 내용일것 같긴하지만 그래도 보관함으로 쓩~

다락방 2014-01-10 12:30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도 따귀맞은 영혼을 읽어보셨군요! 그 책이 그렇게나 좋다면서요?!!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미국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어떤 주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기자의 첫 질문은 상당히 도발적이었다.


기자:    내가 당신에게 '니그로'(흑인을 비하하는 말)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프리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기자: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프리먼: 만약 내가 당신에게 '바보 독일 암소' 라고 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기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프리먼: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기자:    난 관심이 없으니까요.
프리먼: 나도 똑같습니다.
기자:    그건 일종의 눈속임 아닌가요?
프리먼: 당신이 나를 '니그로'라고 부르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관심을 끊어 버림으로써 문제를 갖고 있는 당신을 혼자 내버려 둘 겁니다. 물론 행동으로 나를 공격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그러면 단언컨대 나 자신을 방어할겁니다. (pp.27-28)

















밑줄 그은 문장들이 많고, 다 읽고 나서 페이퍼를 써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앞쪽에 나오는 저 모건 프리먼 인터뷰가 너무 좋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을 내게 추천해준 친구는 모건 프리먼 아저씨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고 했는데, 와, 정말 그렇다. 소름끼치게 좋다. 모건 프리먼 아저씨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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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01-0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배입니다. 오늘 아침 여러가지로 우울했는데 힘이 되네요^^

다락방 2014-01-09 11:55   좋아요 0 | URL
첫 책이 <실업자> 였다는 비연님의 페이퍼 읽었습니다 ㅠㅠ
기운내세요, 비연님!!

섬사이 2014-01-0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면,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행복해요.
가끔은 이렇게 다른 분이 읽고나서 쓴 페이퍼를 통해서
소개받는 것도 참 즐겁고 기뻐요.

모건 프리먼, 영화에서도 내공이 느껴지더니
멋진 사람이었군요.

다락방 2014-01-09 13:04   좋아요 0 | URL
당신이 나를 '니그로'라고 부르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니, 정말 내공이 대단한 분인 것 같아요. 대체적으로 기분 나쁜 말을 들었을 경우 사람들은 발끈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렇게 부른 니가 문제가 있다, 라고 대응할 수 있다니!

저도 섬사이님처럼 이런 일화를, 이런 사람을 만나볼 수 있어서 책 읽는게 참 기쁘고 좋습니다. 헤헷

Mephistopheles 2014-01-0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넬슨 만델라와 친분이 돈독했다고 하던데...암튼 이 배우 아저씨도 범상치 않아요.

의붓 손녀와 45년 나이차이를 극복하고 3번째 결혼에 성공한것만 보더라도.....^^

다락방 2014-01-09 13:41   좋아요 0 | URL
의붓 손녀와 결혼설은 루머 아닌가요, 메피스토님? 결혼했나요? 모건 프리먼이 2012년에 조작된 루머라고 공식입장을 내놓은것 같던데, 그 뒤에 결혼을 정말 한건가요? 만약 루머라면 모건 프리먼은 상당히 억울할 것 같아요.

뭐 손녀와 결혼을 했든 안했든 그 소문이 사실이든 그저 루머이든간에, 저 인터뷰가 멋진 건 사실입니다!!

레와 2014-01-0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잊지 말아야지..!!

다락방 2014-01-09 13:41   좋아요 0 | URL
좋지요, 레와님? 나에게 니그로라 부르는건 내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너에게 문제가 있는거야, 라고 말할 수 있다니 말이지요.

잊지마요!

dreamout 2014-01-0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저자의 다른 책. 따귀맞은 영혼이 아주 괜찮았어요.
이 책도 담아야겠네요.

다락방 2014-01-09 13:46   좋아요 0 | URL
<따귀맞은 영혼> 좋다는 말을 저도 많이 들었어요. 저는 <따귀맞은 영혼>을 보관함에 넣어두어야 겠네요.
:)

2014-01-09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1-09 17:30   좋아요 0 | URL
문자 보냈습니다~

관찰자 2014-01-0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넬슨 만델라의 타계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자꾸 모건 프리먼의 트위터에 애도의 글을 남기니까,
넬슨 만델라 아저씨가
"나는 아직 살아있다 바보들아!. 제발 나와 넬슨 만델라를 헷갈리지 마라. 고맙다"
라고 남긴 일화가 생각나면서,
정말 다락방님 말대로,
이 아저씨 내공은 보통이 아니라고 느껴지네요.

아.
미리 생각하지 않고 닥쳐 오는 모든 상황에
이렇게 마치 오랜 시간 생각하고 준비한 것처럼 멋지게 대응할 수 있는것은 역시,
내공이랄 수 밖에....힝.

다락방 2014-01-10 12:32   좋아요 0 | URL
아, 그 트윗일화도 너무 멋지네요, 관찰자님!! ㅎㅎ
나이 먹는다고 반드시 내공이 쌓이는 건 아닐텐데, 그래서 더 대단하게 느껴져요. 저도 아주 잘 늙고 싶습니다. 차곡차곡 내공 쌓으면서 말이지요. 훗 :)

단발머리 2014-01-1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햐~~~~
"문제는 나한테 있는게 아니다." 모건 프리먼, 너무 멋져요.

모건 프리먼은 너무 멋지고요, 다 읽고 나서 페이퍼 써야지 했지만, 얼릉 달려와 이 페이퍼를 작성하는 다락방님의 모습이 눈앞에 선히 보인다면, 그건, 거짓말.....

이적이 부릅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다락방 2014-01-10 12:3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단발머리님이 아마도 절 싫어하게 되실것 같은데, 그럼에도불구하고 고백하자면, 저, 아직, 이적의 거짓말 노래 안들어 봤습니다아아아아~~~~~~~~~~~~~~~~~~~~~~~~~~~~~~~~

오늘 참지 못하고 페이퍼 썼네요. 밑줄긋기만 하려고 했는데 왜이렇게 수다수다 할 말이 많은지 ㅠㅠ

하이드 2014-01-1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넬슨 만델라 서거했을 때, 모건 프리먼이 퍼킹 멍충이들아, 난 살아있다. 라고 짜증폭발 트윗했던거 생각나네요. ㅎㅎ

다락방 2014-01-10 12:31   좋아요 0 | URL
저 위에 관찰자님도 그 일화를 적어주셨는데, 저는 몰랐네요. ㅎㅎ 그런데 지금 검색해보니 모건 프리먼 계정 정지됐네요. 짜증나서 닫았나...ㅎㅎ
 
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구판절판


엘리스, 이제부터 우리는 힘든 길을 걷게 될 거예요. 나는 상관없지만 당신이 겪게 될 힘든 날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져요.-462쪽

운명은 바꿀 수 있어요. 벨몽이 이런 말을 했을 거예요. 운명이란 뽑을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박힌 거대한 뿌리라고. 그 뿌리가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이 바뀌면 뿌리가 바뀌는 거예요.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바뀌면 돼요.-541-5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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