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병원에 가기 위해 연차를 썼다. 소화기내과와 내분비내과가 예약되어 있었고 건강검진도 연차를 사용한 김에 하기로 했다. 먼저 소화기내과에 들러 지난번 씨티촬영한 결과에 대해 얘기를 듣노라니, '너 그런데 난소에 혹있는 거 알고 있었어?' 라고 닥터가 말하는 게 아닌가. 아니, 나 처음 듣는데? 했더니, 이리와보라며 씨티촬영물을 보여준다. 너, 이거 산부인과 가봐. 내가 편지 써놓을게, 라고 해서 나는 갑자기 예정에도 없는 산부인과로 향했다. 산부인과에 가서 소화기내과의 닥터가 보냈어, 라고 하니 응 그런데 너 초음파 찍어야겠네 대기해, 라는게 아닌가. 그래서 대기하다보니 내분비내과 예약시간이 다 되었다. 저기, 나 내분비내과 좀 다녀올게, 9시 예약이야 했더니 응 그래 거기 먼저 다녀와라, 해서 내분비내과로 향했다. 


내분비내과는 사람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다. 애초에 접수대에 번호표를 뽑으라고 되어있더라. 나는 간호사쌤께 '저는 아홉시 예약입니다' 말했더니, 그 말을 하기 위해서도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라는 거다. 헐. 나는 다시 번호표를 뽑았고, 내 번호가 되었을 때 예약에 대해 얘기하고 앞에 가서 몸무게와 혈압을 재고 또 대기하다 드디어 닥터를 만났다. 닥터를 만나 얘기하고 피검사를 하기로 한 뒤에 다시 산부인과로 향했다. 산부인과에 가서 대기하다 초음파를 하고 끝난 뒤에 닥터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건강검진센터에서 '너 왜 안오니' 하는 전화였다. 내가 지금 갑자기 진료가 잡혀서 대기중이거든, 이거 마치고 얼른 갈게, 했는데 '다른건 괜찮은데 자궁경부암 검사가 11시에 끝나' 라는게 아닌가. 내가 최선을 다해보마, 얘기한 뒤, 접수대로 가, 오늘 닥터가 저녁까지 있는지 물었다. 간호사쌤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 내가 좀 이따 올게, 건강검진센터에서 11시에 자궁경부암 검사가 끝난다고 해서 내가 지금 그걸 하고 와야할 것 같아, 했더니 시계를 보던 간호사 쌤은 '어, 너 그 전에 진료 볼 것 같아' 하길래 기다렸다 진료를 보고, 늙은 남자 닥터의 꼰댓말을 듣고-너 왜 결혼 안해? 아이는 낳아야지? 난자 냉동할래?- 건강검진센터로 향했다. 


10시 57분에 무사히 자궁경부암 검사를 마치고, 건강검진을 이제 순차적으로-그리고 형식적으로-하다가, 유방암 검사도 하고(윽) 내시경실로 향했다. 나는 항상 비수면 내시경을 선택하는데, 약먹고 잠에 취한 채 내 몸에서 뭐가 일어나는지 모르는게 싫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수면내시경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괴롭다. 꾸웩- 꾸웩 하며 침과 눈물을 흘리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어제도 그렇게 반복하면서 '내가 다시는 이 짓 안한다, 다음부턴 진짜 수면 내시경이다!' 다짐하였다. 그러나 그 다짐에 이어 '그 다짐은 그런데 지난번에도 했지' 생각했다. 쩝. 나란 인간 …


도중에 산부인과가 끼어드는 바람에 구강 검진을 못했다. 구강 검진은 오후 13:30 부터 다시 할 수 있단다. 나는 내시경까지 마친 뒤에 산부인과와 내분비내과에서 말한 피검사를 하기 위해 채혈실로 향했다. 건강검진 때는 왼팔을 내밀었는데 혈관이 얇다고 바늘 찌른 뒤에 요기죠기 쑤셔가며 가까스로 피를 뽑아 이미 기진맥진한 터다. 모든 걸 마치고 집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가방도 바꿔서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구강검진을 마치고 친구와의 약속장소로 향했다.


내가 연차를 사용하니까 오랜만에 이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내가 갈게, 했더니 친구는 '연차인데 여길 왜 와' 하며 내가 너 있는데로 갈게, 해서 어제는 우리 동네로 와주었다. 약속을 정할 때에도 고마웠지만, 어제 약속 장소로 향할 때는 더 고마웠다. 종합병원에서의 반나절은 사람을 완전 녹초가 되게 만들었던 거다. 대기하는 동안 읽으려고 책도 가져갔었는데,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기하던 다른 사람들을 보니 뭔가 맥 빠진 채로 멍때리길래, 나는 책 읽어야지 하고 펼쳤건만, 나 역시도 그들과 다름없는 표정으로 앉아있게 되었다. 그런 참에 먼 약속장소로 가는건 힘든 일이 될 것 같았는데, 가까운 데라니. 친구의 제안은 정말 신의 한 수 였다. 친구에게 네가 와주어서 오늘 정말 고마웠다, 라고 말했다. 고마운 마음에 내가 밥을 샀는데, 친구는 '너 맛있는 거 사주려고 온거란 말야!' 했다. 어제 친구를 만나 우리는 인간은 모두 외롭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외로울 때 나쁜 판단을 한다, 우리가 그동안 나쁜 관계가 있었을 때, 그 전에는 외로움을 느꼈다는 상황이 있다 등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인간이 모두 외로운 존재라고 해도 이렇게 가끔 맛잇는 거 사준다고 기꺼이 만나러 오는 친구가 있다면, 사는 거 다 괜찮지 않나 싶다.



책을 샀다.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어제는 너무 기운이 딸렸다. 

너무 기운이 딸려서 집에서 치킨에 맥주를 먹는 바람에 글 쓸 시간이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치킨 먹을 기운만 잇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 책 링크하기도 귀찮네 ㅋㅋㅋㅋ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비타 색빌웨스트의 책이다. 몰랐던 책인데, 투비를 통해 알게 됐다. 투비에 책 읽고 글 쓰는 분이 있는데 그 분 글이 참 좋고, 게다가 그 분 너무 대단한게, 가끔 읽었던 책의 요리도 직접 만들어 글을 올리신다. 모르는 분인데 읽을 때마다 진심으로 100원씩 응원중이다. 그 분 덕분에 산 책이 여러권 된다. 오, 신이시여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문지혁의 다른 소설이다. 데뷔를 SF 로 했다고 알고 있어서 그 장르의 책에는 딱히 관심 없었는데, 아니 알고보니 아닌 것도 있었네요? 부랴부랴 샀지롱~



나머지도 다 살만해서 샀을거다.

너무 귀찮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나도 왔다. 여전히 미쳐있는!!

















비와서 캐나다뷰를 위한 바깥 촬영을 할 수 없었던 바, 실내 촬영을 했다.




아, 그리고 내가 사둔 책이 너무 많고 읽지는 않고 있었던 바, 다음주부터 책탑 사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을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다. 


여러분 이제 월요일 책탑 없어. 진짜루. 증맬루 없다!! 기다리면 안돼요!! 이제 사둔 책만 읽을 것이다!! 다 읽고 살 것이다!!

진짜다!!




아참, 내가 일요일에 밥먹다가 아빠가 틀어둔 티비에서 아주 좋은 노래를 들어가지고 검색해 알아두었다. 여러분, 같이 듣자.







그리고 요가 사바아사나 시간에 선생님이 틀어줘서 내가 찾고 싶었던 노래, please stay, 했던 노래는 이것이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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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7-18 0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한다 말이나 말지 추억이랑 만들지 말지 날 왜 울려~~ ♪♬

잠자냥 2023-07-18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다락방 2023-07-18 08:44   좋아요 1 | URL
응? ( ˝)

독서괭 2023-07-18 11:04   좋아요 2 | URL
진짜임을 여러번 강조하는 데서 이미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다락방 2023-07-18 11:38   좋아요 1 | URL
네? ( ˝)

자목련 2023-07-18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건강 검진 정말 힘들죠.
그래도 치킨 먹을 기운이 남았으니 다행이에요.
책탑에 제가 읽은 책이 무려 3권이나 보이네요.
비 오는화요일, 혹시 순대국 드실까요? ㅎ

다락방 2023-07-18 11:40   좋아요 1 | URL
오늘 아침엔 두 눈이 부어가지고 어제 늦은 밤에 치킨 먹은걸 후회했습니다. 먹고 책 좀 읽다 자려고 했는데 너무 졸려서 바로 자버렸거든요. 새벽에 깼는데 제가 엎드려 자고 있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퉁퉁 ㅋㅋ
와, 책탑에 자목련 님 읽은 책이 무려 세 권이라니, 추측 들어갑니다. <소설보다 여름>, <비올레트 묘지지기>, 그리고 다른 한 권은..음.. 문지혁?

자목련 2023-07-19 08:34   좋아요 0 | URL
나머지 한 권은<모든 열정이 다하고>입니다.
문지혁은 리스트에 있는데 언제 만날지는 모르겠어요 ㅎ
수요일, 즐겁게 시작하세요💕

다락방 2023-07-19 11:50   좋아요 0 | URL
모든 열정이 다하고 혹은 문지혁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문지혁으로 찍었는데 틀렸네요 후훗.

아, 그리고 어제 점심에 순대국밥 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1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진 받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의사는 잠깐 만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엄청나죠 ㅠㅠㅠ

그리고 월요일 책탑 앞으로 없다는 그런 슬픈 다짐에는 잠자냥님의 멘트가 딱이네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8 11:40   좋아요 1 | URL
네, 종합병원 가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깜짝 놀라게 돼요. 그리고 다들 침울해요 ㅠㅠ 저도 덩달아 같이 침울해요 ㅠㅠ

월요일 책탑, 앞으로 없습니다, 없어요, 없다구욧!! 없다니깐욧!!!!!!!!!!!!!!!!!!!!!!!!!!!!!!!

잠자냥 2023-07-18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근데 플리즈 스테이 저게 저기서 나왔다고요?
아니 다부장님 콜플 목소리 몰라!?
나참 세상 허무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8 10:21   좋아요 0 | URL
근데 난 처음에 저 위에 있는 동영상의 아저씨가 ˝please stay˝했다는 줄 알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신박한데? 했었어요.

다락방 2023-07-18 11:42   좋아요 0 | URL
제가 요가 송장자세에서 콜드플레이를 들을 거라고 어떻게 생각했겠습니까? 그리고 되게 조용하게 나왔다고요. ㅋㅋㅋ 상상도 못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요가 송장자세에서 선생님들 콜드 플레이 자주 틀어주시더라고요.
송장자세 아니라 본자세에서도 에버글로우도 틀어주시고 픽스유도 틀어주시고 그래요. 콜드 플레이 알고 보면 요기니들의 가수. ㅋㅋㅋㅋㅋ

저 영상 노래 들어보셨어요? 아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한다 말이나 말지 날 왜울려~~ ㅋ ㅑ ~ 제가 작사한 줄 알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1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강검진 글로만 읽어도 고단합니다. 진짜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다락방님!!!! 근데 난소 혹은 괜찮은건가요? 그냥 혹인건가.. 검사 결과 나와봐야 아나.......... 걱정모드on.......... 항상 잘챙겨드시고(이건 걱정 안해도 될거같지만) 건강하셔야합니다 다락방님은 다락방님만의것이 아니라 알라디너들의것이기에....

다락방 2023-07-18 11:43   좋아요 2 | URL
난소 혹도 그렇고 그 뭐냐, 그 뭐죠? 아 요즘 왜케 단어 생각이 안나. 물혹 말고 뭐 있는데 아, 근종! 근종도 여러개 있는데 다 걱정 안해도 되는 거라고 합니다. 만세!! 늙으니까 몸 여기저기에서 신호를 보내나봐요. 그렇지만 전 건강합니다. 만세!!

은오 님 럽 ♡

은오 2023-07-19 07:30   좋아요 0 | URL
💕💕💕💕💕

독서괭 2023-07-1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다락방님 글로만 읽어도 너무 힘들어요 ㅠㅠㅠㅠ 진짜 고생많으셨어요. 검사결과 잘 나오면 좋겠네요!!
비타 색빌웨스트 책 휴머니스트에서 새로 나왔던데요! 어제 알림 뜸!

다락방 2023-07-18 11:43   좋아요 2 | URL
혈액검사는 혹시나 싶어 해보자고 한거지 닥터들은 다 제게 ‘뭐 나쁜건 없다‘ 라고 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으하하하.
비타 색빌웨스트는 일단, 저 책을 먼저 읽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아니지, 뭘 결정해? 책 앞으로 안살건데? 흥!!

책읽는나무 2023-07-18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좀 걱정스럽습니다. 물혹은 괜찮다지만 근종은 없애기 힘들던데....저는 자궁 근종 위치가 안 좋았고 자꾸 커져서 수술을 했었거든요. 아...힘들었어요.ㅜㅜ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진짜루요.
순대국밥 사진이랑 음주 사진 한 번씩 볼 때 처음엔 웃으면서 보다가 나중엔 괜찮으시려나? 조금 걱정이 되곤 하더라구요.
이제부터 순대국밥이랑 술을 일주일에 한 번만 드세요. 넘 많나? 아니 넘 적나? 아유..모르겠다.ㅋㅋㅋ
수치 책 관심 가지고 있는데 책이 좀 두껍네요?
음..... 앞으로 월요일 책탑 사진이 없다????!!!!!!
음.....🤔🤔
그래서 전철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건가요?
ㅋㅋㅋ

다락방 2023-07-19 11:51   좋아요 1 | URL
제 주변에도 자궁 근종 수술한 친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물론 젊었을 때 한 친구들도 있고요. 물혹의 정확한 원인 같은 것은 모르지만 여하튼 잘 생긴다고들 하더라고요. 닥터가 산부인과 검진 잘 받으면서 지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보면 경부암 말고는 딱히 검진 받은 일이 없으니 …
순대국밥과 술은 저를 즐겁게 해주므로 제 몸에 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ㅋㅋ 웬만한 사람보다 낫습니다!! ㅋㅋㅋㅋ
아 어제 지하철 안에서 전철의 노래 들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07-18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강검진 하시느라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ㅠㅠ 검사결과 잘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잘 챙겨드시고 잘 주무시길!!
그리고 전 믿어요~~~!! (배신도 괜찮아요~~!) 다락방님의 책읽기를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3-07-19 11:52   좋아요 1 | URL
우끼님, 저는 그러니까 책탑을 또 올리지 않을까 싶어요. 제발, 제발 그만해, 그만!! ㅋㅋㅋㅋㅋ
다음주 월요일에 봅시다. ㅋㅋ

달자 2023-07-1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다락방님 수고하셨습니다. 병원 한번 가는 거 자체가 그 장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든 짧든 참 지치고 진이 빠지는 경험이잖아요.. 그 특유의 분위기, 냄새, 공기, 소리가 전 많이 힘들더라구요. 한번 다녀오면 그 날은 정말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할 정도로 진이 빠지는... 그렇지만 건강이 최고입니다 꼰대 산부인과 의사 말은 무시하시구요 (저런 말 하는 의사들 진짜 플라잉체어같은 데 앉혀두고 헛소리할 때 마다 버튼 눌러서 날려버려야해..)

다락방 2023-07-19 11:53   좋아요 0 | URL
네 특히나 종합병원은 더 그런것 같아요. 앉아서 기다리는 것인데도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버려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 그러나 나이들수록 경험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급적 덜 가도록 몸 관리 해가면서 살아야겠어요.
달자 님, 우리 건강 챙기면서 지내도록 합시다. 건강해야 좋아하는 책도 읽고 좋아하는 음식도 먹고 좋아하는 글도 쓰고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지요. 달자 님, 우리 꼭 건강하게 지내요!!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를 잘 모르겠다. 왜 고단한 삶을 기어코 살아가려고 하는 것인지. 

얼마전에 우연히 체리파이 만들었다는 이웃 블로거의 글을 보고 어? 파이를 너무 뚝딱 만드는데? 싶어 검색해보니, 이 파이 만들기가 별로 어려워보이질 않는 거다. 오, 구래? 그러면 나도 한 번?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게 목요일이었나 금요일이엇나, 당장 주말에 만들고 싶었지만 내겐 파이팬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주에 올테니, 그렇다면 다음주로 미루자, 하였었는데,

토요일인 어제 여동생네 집에 가서 얘기 했더니 언니, 파이팬 내가 줄게, 저울도 줄게, 해가지고 내가 파이팬과 저울을 가지고 오늘 아침 집에 온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면 가만 있으면 되는데, 왜 기어코 오늘 만들고 싶어지는지. 그건 냉장고에 먹다 남은 체리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좋았어, 이거 먹지 말고 파이로 만들자! 하다가, 레서피 찾아보니 이정도의 체리로는 어림도 없는거라. 그래서 저녁 먹고 시장에 가서 체리를 한 바구니 사왔다. 아, 나여.. 왜.. 

이런 나를 보고 엄마와 아빠는 계속 말리셨다. 제발 하지마, 쉬어, 왜 그러는거야.. 그렇지만 나는 '해볼거야, 해보고 싶어!' 이렇게 되어버렸고, 나는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하기 전까지 좀 사로잡히는 사람이라, 그렇게 체리파이 만들기에 도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체리의 씨를 빼야 한다. 칼로 반 갈라서 씨를 빼는게 아니라, 체리의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씨를 빼줘야 한다. 내가 참고한 유튭 영상에서는 젓가락으로 체리 뒤를 쏙 밀어주니 앞으로 쏙 씨가 깔끔하게 나오더라. 그래서 좋아쒀! 하고 따라하는데 왜때문에 나는 빨간 체릿물이 뚝뚞 떨어져서 피를 흘리는지.. 피흘리는 체리를 씨 빼고 또 씨 빼고.. 엄마가 부엌을 도대체 왜 그렇게 난장판으로 만드는 거냐고.. 엄마, 다 하고 내가 치울게, 하였는데, 씽크대도 난리 난리 



내 팔도 난리 난리



신이시여, 저에게 베이킹은 허락되지 않은거예염? 왜염?


자, 어쨌든 체리의 씨를 빼놓고 쉐킷쉐킷 반죽을 한다.



저울도 있으니 제법 그람수를 잘 맞출 수 있었는데, 앗, 물이 초큼 더 들어갔네? 뭐 별 상관없겠지, 하다가 반죽하다보니 질어서 다시 밀가루를 더 넣고, 더 넣고.. 저울 왜땜시 필요한 부분?


이제 반죽을 휴지 시켜놓고 그동안 체리 필링을 만들기 위해 체리를 볶볶 설탕 넣고 볶볶



레서피에서 필링에 레몬즙을 넣으라고 했지만, 다른 레서피 보니 레몬즙 혹은 계피가루 라고 되어있어서 나는 계피가루를 넣었다. 그런데 계피 가루는 얼만큼을 넣어야 할까? 걍 때려넣었다.


휴지된 반죽을 꺼내 파이팬에 깔고 필링을 넣는다.



오오 제법 그럴싸하쥬?

이 위에 반죽으로 뚜껑을 덮고 구멍을 뚫어주고 계란 노른자를 촵촵 발라준다.



이렇게 오븐안에 넣어두고 180도씨, 35분간 구워준다. 쨔잔~



자, 그럴듯해 보이지만 일단 실패의 결과물로 진행됐다. 사이드 마무리를 잘 해줘야 되는거구나, 영상 속에서 꾹꾹 눌러가며 했던 일들이 다 이유가 있는 거였어. 나는 사이드가 잘 마무리되어 있질 못해 필링이 겉으로 다 새어나오더라. 그래서 오븐의 유리판이 필링으로 끈적해졌다.


파이를 어느 정도 식히고난 후 먹으라고 했지만, 그 어느정도는 어느 정도 일까? 나는 엄마랑 잘라서 맛을 보기로 한다.



빵부분은 너무 적고 필링은 엄청나게 많은 너무나 고퀄의 체리파이 되시겠다.



이게 처음 잘라 먹으면 이렇게 필링이 쥬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걸쭉해지는가 보더라.

캐나다의 한 유튜버는 블루베리 파이를 만들어서는 '내일 먹으면 더 맛있다'고 했다. 나도 내일 먹으면 더 맛있으려나. 남은 건 그릇에 담아두기로 한다.


엄마의 총평은 '치아바타가 더 맛있다' 이고 아빠는 '너무 달다'고 했다.

나는 일단 이것을 딱히 성공이라고 보지 않는게,


사이드 마무리가 안돼 필링이 다 샜고

시나몬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그래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만들어봤기에 후회는 없는데, 엄마가 '만족하니?' 이래서 '응, 꼭 해보고 싶었어' 라고 할만큼 한 게 좋긴 했지만, 너무나 피곤하고 ㅋㅋ 아니, 오븐의 유리 쟁반..에 필링이 다 넘쳤으니까 씻으려고 뜨거울 때 물에 넣으면 필링 굳지 않고 잘 씻기겠지, 하고 싱크대로 가져와 찬물 틀어두는 순간, 유리 쟁반 쩍- 하고 여러갈래로 갈라져버렸...


네?


하아.

깨졌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만족스럽지 못한 맛의 체리파이로도 살짝 고단했는데, 오븐 안 유리 쟁반(이거 이름 있을 것 같은데) 깨져버렷.. 나는 이걸 다시 구입하기 전까지 이제 아무것도 못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제 그만 하라고 깨진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게 쩍- 하는 소리 내며 깨지는 순간 갑자기 나에게 고단함이 쓰나미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입밖으로


아 고단하다

아 고단해


하고 연달아 내뱉자 엄마도 '너 고단할까봐 하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다'고 했고, 아빠도 '고단하겠다 끝에 그렇게 돼서' 라고 하셨다. 나는 갑자기 피로가 넘나 몰려와버려... 하 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내가 반골기질이 있어서 운명에 자꾸 맞서는 사람인 것 같다.

내 운명은 베이킹 하지 않을 운명, 요리 하지 않을 운명인데, 자꾸만 싫은데? 해볼건데? 너랑 싸울건데? 이러면서 베이킹 도전하니까,

아니 진짜 다락방 이 건방진 게 말을 안들어! 하고 나의 운명이 오븐의 유리 쟁반을 깨버린 게 아닌가.

흑흑. 내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깨진 쟁반 앞에 두고 망연자실 서있자 엄마가 '들어가, 엄마가 치울게. 들어가서 누워' 라고 하셨다. 나는 엄마, 나 눕고 싶어 이러고 들어와버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하아-

아 중간 중간 설거지는 다 해뒀다. 남은 건 깨진 유리 쟁반 뿐.. 하아-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흥, 내가 포기할 줄 아냐?

다음엔 블루베리 파이에 도전하게쒀!!

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반항아닷!!!!



아 고단하다.

나에게 고단함을 안겨주는 건 바로 누구?

나다.

나, 바로 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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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3-07-16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인간미가 넘치는 다락방님!! 😆
평안한 밤 보내세요~ 😊

다락방 2023-07-17 08:29   좋아요 2 | URL
우힛 라파엘님 오셨네요. 그러면 다 되었다. 잘 마무리한 하루입니다!! ㅎㅎ

잠자냥 2023-07-16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리 쟁반의 반란 ㅋㅋㅋㅋ

자니?


제발 걍 자…..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7 08:30   좋아요 0 | URL
어휴 뻗어버렸네요. 주변에서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 하는데 제가 말을 안들어요 ㅜㅜ
아무튼 굿 모닝!

우끼 2023-07-17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뜨거운데 차가운 물 닿아서 온도차때문인가봐요 고생하셨어요..

다락방 2023-07-17 08:30   좋아요 1 | URL
그게 쩍 하고 깨지는 순간 뽝 하고 깨달음 오더라고요. 미리 온도차 생각했어야 하는데.. 바부팅이 ㅜㅜ

hnine 2023-07-17 0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것이 성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파이지까지 직접 다 만드시고. 완전 고퀄 체리파이 맞지요.
저 지금 오렌지 베이커리 라는 책 구입해놓고 읽으려고 하던 중인데 책 뒤에 레시피가 잔뜩이네요.

다락방 2023-07-17 08:31   좋아요 1 | URL
파이가 생각보다 간단하고 빠르고 쉬워보였는데 왜 완성하고나니 고단하고 늦은 밤이 되었을까요?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저 블루베리 파이 한 번만 더 도전해 보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17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밤에 기다리다가 잠들었 ㅋㅋㅋㅋㅋ 아침에 일어나니 진짜 체리파이 페이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심으로 저 체리파이는 정말 맛있겠네요. (단 거 완전 잘 먹는 사람) 하지만 다락방님의 피곤도가 너무 상승해서 저로서는 저 체리파이를 좋아해야할지 원망해야할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을 원망할 수는 없잖아요.

운명에 맞서는 당신을.... 정말 좋아합니다! 😍😍😍😍😍

다락방 2023-07-18 08:10   좋아요 1 | URL
저는 앞으로 블루베리 파이와 미트파이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호두파이는 호두의 쓴맛을 없애기 위한 과정 때문에 좀 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복잡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게다가 집에 없는 메이플시럽 … 이런거 필요해서, 안하는 걸로 …라고 쓰는 순간 왜이렇게 한 번 해볼까 싶어지죠. 사실 제일 맛있는 건 호두파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 좀 진짜 말려주세요! 하고 싶은데, 저란 인간이 누가 말린다고 듣지를 않아가지고 고생을 사서 합니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7-17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주얼은 너무나 완벽한데요? 파이는 역시 달아야죠!!ㅋㅋㅋㅋ
저도 반골기질이 있는지 갓 구운 파이도 한번 먹어보고 싶어집니다.^^

다락방 2023-07-18 08:11   좋아요 1 | URL
언젠가 제가 미미 님께 제가 만든 파이를 맛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전에 좀 맛있게 만드는 기술을 연마할 필요는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23-07-17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제가 하던 짓이랑 참 비슷해서 몇 번 크게 웃었고요.
근데 저 유리 쟁반 없어도 오븐 사용 가능합니다!
예전에 사각 틀 좀 큰 거 쓸려면 저 유리쟁반 빙빙 돌아갈 때 옆구리가 자꾸 걸리는 게 불만이라고 집에 온 지인에게 말하다가 유레카! 지인이 그냥 유리 쟁반 빼고 다리 달린 받침대만 놓고 쓰면 되지 않겠냐고 제안해주더라고요. 실제 그렇게 해보니 다만 돌아가지 않을 뿐, 아무 지장 없었어요. 물론 당장 써야 할 일은 없으시겠지만 유리쟁반 사기 전에 뭔가 굽고 싶으시면 이렇게 해보셔요. :)

다락방 2023-07-18 08:12   좋아요 0 | URL
치니 님도 이렇게 한 번 베이킹 하고 나면 완전 기진맥진 하나요? 제가 지난주에 야근을 비롯하여 과중한 업무가 있었기 때문인지 아주 그냥 녹초가 되었네요. 어휴. 게다가 쟁반도 깨져버리는 바람에 …
일단 급하면 전자렌지 쟁반으로 대용해도 될 것 같아요. 그래도 하나 새로 사두긴 해야겠어요. 어휴.. 저는 바보, 바보입니다! ㅠㅠ

저 근데 오븐 좀 더 큰 거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마음 어떡해요, 치니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17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들다”도 아니고 “고단하다 고단해”가 입밖으로 나올 정도라면 ㅋㅋㅋㅋㅋ 진짜 고단하셨나봐욬ㅋㅋㅋㅋ 유리 깨진거 글로만 읽어도 고단함이 확 밀려오긴 합니다........
근데 맛있을 거 같아요 엉엉ㅇ 체리파이는 안먹어봤는데 침나온다 체리도 좋고 파이도 좋은데 체리 파이라면 너무 달아도 맛있을듯.. 사진도 맛있어보여..

다락방 2023-07-18 08:17   좋아요 2 | URL
사실 제가 보통의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확 고단해진 것 같아요. 최근에 회사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주말에 그냥 쉬어야 되는데, 그래서 가족들이 뜯어말린 거였는데, 기어코 … 전 왜 이럴까요? 어휴.. 너무나 피곤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체리 파이를 좀 더 맛있게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할게요. 아무튼 파이를 맛있게 만들어보자.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여 결국 은오 님께 맛있는 수제파이를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새파랑 2023-07-17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작가님은 요리하기 보다는 순대국밥 사드시는걸로 ㅋ
그리고 작가님은 글을 쓰실때가 제일 어울리는거 같습니다~!!

잠자냥 2023-07-17 12:07   좋아요 2 | URL
아뇨 먹을 때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8 08:1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순대국밥!! 오늘 같은 날이면~ 순대국을 나의 품에 가득안고서~~ 멈춰진 시간 속에~~ 나 순대국과 영원토록 머물고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17 14: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악 ㅋㅋㅋㅋㅋ 다락방님, 정말 신기해요. 저는 피로하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애초에 요리는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저는 하고싶은 걸 꼭 해내고야 마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퀄 파이도 넘 맛있어보여요!
그런데.. 그렇다면 다락방님은 책을 살 수 없는 운명으로 태어나 운명에 반항하고 계신겁니까? 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7 14:22   좋아요 4 | URL
그 인간, 너무 반항적이다....

다락방 2023-07-18 08:19   좋아요 3 | URL
저는 이제 운명에 순응하는 인간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저 오늘부터 책 안살겁니다. 책 안사고 사둔 책만 읽을 것입니다. 지켜봐주십시오!! 책 안삽니다! 월요일 책탑도 이젠 안녕, 우리는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사요나라, 굿바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8 08:40   좋아요 3 | URL
오늘 바로 반항할 거 같은데….

다락방 2023-07-18 08:49   좋아요 3 | URL
아니, 좀 지켜보라고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18 09:01   좋아요 2 | URL
아무도 믿지않고 응원하지 않는 다락방의 외로운 결심….

다락방 2023-07-18 09:03   좋아요 1 | URL
아니, 얘들아? 그게 그러니까, 좀 믿어바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18 10:41   좋아요 2 | URL
요즘 괭님 드립력 미쳣따 강강강에 이어 다락방님의 책지름을 운명에의 반항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18 11:01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이 저의 드립력을 올려주고 계십니다 ㅋㅋ

다락방 2023-07-18 11:45   좋아요 3 | URL
다락방은 독서괭의 드립력을 올려준다. 역시 좋은 사람입니다. 네, 저 말입니다, 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17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고급 체리파이를 누가 집에서 만들 수 있을까요? 아무도 엄두를 못 내지만 바로 에너자이저이신 다락방 님이 하실 수 있으셨어요.
대부분 고단하면 드러누워 바닥이나 쇼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있기 마련인데...^^;;;
체리파이는 처음이라 그렇지 조금만 더 보완하신다면 카페에서 파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단 걸 잘 못먹는데도 한 입 베어물어 보고프네요. 그리고 만드시는 과정을 보니 카페에서 왜 그렇게 디저트를 비싸게 파는지 알 것 같아요.
오븐 렌지 내부 유리 쟁반도 깨지는군요?
상당히 두꺼운데도 뜨거울 때 찬물을 부으니 바로 깨지군요...ㅜㅜ 좀 놀랐습니다.
저는 다락방 님이 몇 번의 실수를 딛고 이제 곧 베이커리 여왕으로 거듭나실 것이라 믿습니다.
촉이 또 왔거든요.ㅋㅋㅋ

다락방 2023-07-18 08:2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저 퇴사하면 물류센터 들어가 일해야지, 그건 아마도 내년이 되겠지, 나름대로 생각하고 잇었는데, 어쩌면 제 갈길은 빵집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치아바타랑 스콘은 맛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거기에 바질페스토와 파이를 더해서 까페 하나 차리면 …

피곤하겠죠. 안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3-07-17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뭐니뭐니 해도 ‘할까‘와 ‘말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일단 하자‘ 쪽으로 가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하고‘보는 사람들!

다락방 2023-07-18 08:21   좋아요 1 | URL
저는 일단 머릿속에 뭘 해야겠다 생각하면 그대로 바로 행동으로 옮겨버리는 사람이라서요, 친구들이 제가 뭔가 생각하는 것 같으면 ‘하지마, 생각하지마‘ 이러기도 한답니다. 문제는, 그래서 육체가 너무나 고단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뭔가 해서 딱히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아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히 이것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과중한 업무로 지쳤으니껭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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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13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4 09:12   좋아요 0 | URL
어제는 모듬순대수육 먹었어요. 껄껄. 술안주~

잠자냥 2023-07-13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투비 좀 보렴 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4 09:12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투비는 다 나 보라고 쓰는 글 같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4 09:43   좋아요 0 | URL
원래 글은 딱 한 사람의 독자를 상상하고 써야 좋은 글이 나오는 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4 10:0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현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 책에서 그걸 ‘내포독자‘ 라고 하더군요. 후훗.
나는 잠자냥 님의 내포독자~ 샤라라랑 ~ ♡

독서괭 2023-07-13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악 완전 맛있어 보여요!! 저도 과중한 업무로 이제 밥 먹으려 합니다 ㅎ

다락방 2023-07-14 09:13   좋아요 1 | URL
아니, 저녁이 너무 늦으셨네요, 독서괭 님. 맛있게 드셨습니까?
저는 부대찌개에 아침밥 먹고 왔는데 어제 소주 마신 후유증으로 컵라면 또 한사발 했습니다. ㅋㅋㅋ

독서괭 2023-07-14 09:39   좋아요 0 | URL
네? 아침에 부대찌개요? 저도 아침밥 잘 챙겨먹는 편이지만 역시 다락방님을 따라가기엔 멀었네요…(반성)

잠자냥 2023-07-14 09:43   좋아요 0 | URL
아침에 부대찌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땡겨요?? 그 새벽에???

다락방 2023-07-14 09:59   좋아요 0 | URL
도대체 아침에 부대찌개가 왜 물음표인지 모르겠네요? 어리둥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14 10:11   좋아요 0 | URL
두 분은 해장을 뭘로 하셨을까? 싶었는데..부대찌개랑 컵라면ㅋㅋㅋ
잘 맞는 메뉴같기도 하고?
저는 부대찌개까지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남편은 해장으로 햄버거도 먹더군요.😳

다락방 2023-07-14 10:57   좋아요 0 | URL
저희 회사 해외영업부 직원 중 한 명은 해장을 햄버거나 피자로 하더라고요. 짜장면으로 하는 직원도 있어요!!
저는 라면이 제일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4 11:34   좋아요 0 | URL
책나무 님 저는 회사에서 삶은 계란 하나랑 제가 내려온 커피요~

독서괭 2023-07-14 11:35   좋아요 0 | URL
역시 프랑스고냥이 입도 짧아…

잠자냥 2023-07-14 11:38   좋아요 0 | URL
그 그건 아니고 제 입은 점심 저녁으로 갈 수록 길어집니다........
(음 이것도 프랑스식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14 11:45   좋아요 3 | URL
식사량이 약-중-강 이시군요.
저는 강/중-강/중-약
다락방님은 강-강-강 ㅋㅋㅋ

다락방 2023-07-14 11:49   좋아요 0 | URL
강 강 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14 12:0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1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먹었는데도 사진 보니까 배고프네요.ㅋㅋ
열심히 일 했으니께 많이 드이소!!^^

다락방 2023-07-14 09:13   좋아요 1 | URL
여기 순대도 그렇지만 고기도 너무 맛있어서 좋아해요. 술안주로 최곱니다!!

단발머리 2023-07-1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침 떨어지는 소리) …..

다락방 2023-07-14 09:13   좋아요 1 | URL
침 닦으세욧!! 단발머리 님은 제가 조만간 더 맛있는 걸로 대접하겠습니다. 뭐가 좋을까~

새파랑 2023-07-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순대하믄 이작가님~!!!

다락방 2023-07-14 10: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책식동물 2023-07-1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피곤해서 홀랑 넘어가버렸는데ㅋㅋㅋㅋ 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면...

고라니: (다락방님 페이퍼의 사진 봄) 오 고기...
엄마: 너 곱창 먹어봤니? 엄마 친구가 먹고 있대 (사진 보여줌)
고라니: (이상하다 저 사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ㅇㅇ나 곱창 먹었음

곱창 토크를 짧게 하고 다시 누워있다가

고라니: (다락방님 페이퍼의 고기랑 엄마가 보여준 곱창 사진... 같은 가게인가?)


이랬다네요... 그래서 말인데 거기 혹시 체인점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뉴 구성은 달랐는데 위에 부추? 올라가 있고 고기 가지런히 정리된 거나 주변 사물, 색감 등이 똑같아서ㅠㅠ 깜짝 놀랐습니다.

2023-07-14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4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7-14 16:27   좋아요 0 | URL
엥 아니 뭐에요? 고라니 님 어머니가 다락방 님 친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 지금 회사에서 웃음 참느라 죽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4 16:28   좋아요 0 | URL
첫사랑과 결혼했으면 고라니만한 딸 있을 다락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식동물 2023-07-14 16:37   좋아요 0 | URL
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같은 가게가 아니엇다고 합니다...☆

다락방 2023-07-14 17:19   좋아요 2 | URL
저도 대충격이었어요. 그렇지, 내가 고라니 님 만한 딸이 있을 나이긴 하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7-28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제목도 표지도 본 적 있지만 나랑 아무 상관없는 책일듯 해서, 그러니까 내 관심 영역 밖의 일이라서 그냥 넘겼던 책인데, 오늘 알라딘 서재에서 누군가의 책소개를 통해 보고나자 어엇? 하고 관심이 생긴 책이 있다. 그거슨 바로 이것.
















제목 좀 봐라. 완전 내 타입 아니다.

나는 이런 제목이 너무 별로다.

이를테면 내가 젊은 시절 유행한 노래 중에 '나는 문제 없어' , '포기하지마' 이런 제목을 가진 노래들이 있었는데, 그런거 그냥 제목부터 싫은 거다. 저 제목도 딱 내가 안좋아하는 류의 제목이라 그냥 넘겼던 책인데, 오 신이시여. 이 책의 소개 문구를 오늘 알라딘의 누군가가 올려둔 것이었던 것이었다!!



무슨 엄청 훈련 같은거 다 통과한 어메이징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턱걸이, 나는 턱걸이에서 까무라친다. 턱걸이, 이거 하기 힘든건데 뭐라고요?17시간을 턱걸이 한다고요? 너무 … 너무잖아요? 4천개를 한다고요? 


마이


대단한데? 아무튼 그래서 이 사람 멘탈 강의도 다니고 그러는가보다. 그렇지만, 멘탈 강의는 흠흠. 나는 좀 회의적이긴 해서. 이 사람 넘나 대단하고 글쎄, 책을 내가 읽을지 안읽을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내가 오늘 이 책의 소개를 보았다는 것이다. 책 살까? 도서관에 신청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여해오면 보려나? 잘 모르겠다. 아무튼 신청은 해봐야지. 



작가에 대한 소개 중에 '네이비 실'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ㅋ ㅑ ~


이제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ㅋㅋ 흠흠. 네이비 실한테 어쩌면 초큼 미안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여러분, 로맨스 소설 시리즈 중에 네이비 실 TDD 시리즈가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오늘 이 책의 소개에서 네이비 실이란 단어를 보고 그 로맨스 소설 시리즈가 벼락같이 떠올라버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좋아했다, 그 시리즈. 그 시리즈를 죄다 읽은 건 아닐 것 같고, 여러권 읽었는데, 짜릿한 19금의 향연이 펼쳐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이북으로만 나와있는 전설의 네이비실 TDD 시리즈. 이 로맨스 소설 시리즈의 저자는 '수잔 브럭맨'. 아마 로맨스 소설 좀 읽어본 사람들은 다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이게 다 네이비 실  TDD 시리즈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다면 이쯤에서 다들 궁금할 것이다 TDD 란 무엇인가. 네이비 실 뒤에 붙은 것이니 뭐랄까, 어떤 폭탄 이름인가, 작전명 이름인가, 직급 이름인가 싶지만, 놀랍게도, TDD 는


Tall Dark & Dangerous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것이 바로 로맨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크고, 어둡고, 위험한 …  근데 저 제목 봐라. 들고 다니기 넘나 부끄럽다. ㅋㅋ 나는 바비를 유혹하라를 이북으로 갖고 있는데, 여기에 여러분 전화로 섹스하는 거 나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밤에 잘 때 읽지 마시오. 그나저나, 죄다 새롭고 죄다 이북으로만 있으니, 어때, 이북으로 좀 사볼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이북 앱에 들어가면 백래시도 있고 오바마 자서전도 있고 한겨레21도 있고 바비를 유혹하라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은 원래 복잡한 존재입니다.


비오니까 끈적한 로맨스나 한 권 봐야겠다. 볼 시간은 없지마는 …



사실 나 지금 멘탈 너무 털렸다 ㅠㅠ 출근해서부터 지금까지 진짜 미친듯이 바쁘게 일하고 불려다니고 ㅠㅠㅠ 개바빠써 ㅠㅠㅠ 멘탈이 찢어질 것 같아서 이렇게 페이퍼라도 쓰지 않으면 비오는 날 뛰쳐 나가서 춤출 것 같아서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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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13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오늘 이 페이퍼에서는 제가 다락방님한테 땡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100%확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이퍼 안 쓰고 밖에서 춤추는 것도 괜찮아 보이는데...?

다락방 2023-07-13 11:38   좋아요 0 | URL
왜요, 잠자냥 님. 새로운 일에 도전해봐요. 이를테면 <사랑의 멜로디> 읽어보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13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거 표지들 저렇게 촌스러울 일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0년대 드라마 포스터같다.....

다락방 2023-07-13 11:39   좋아요 0 | URL
지금 들어가보니 2011년 책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왜 내가 부끄럽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깐 제대로 볼 가치도 못 느껴서 안 봤는데 ㅋㅋㅋㅋㅋㅋ진짜 표지들 어질어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3 12:09   좋아요 0 | URL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구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3 13:06   좋아요 0 | URL
겉모습이 더 나은 거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3 16:36   좋아요 1 | URL
저 아까 밥먹다 읽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7-1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진짜 2010년대가 아니라 20세기 표지인데요?! ㅋㅋㅋ
그리고 제목이 다 왜 저래요. 제목 보다 다시 오글거림.
은오님이 산 시인의 시 제목이 다시 생각나려 해요 ㅋㅋㅋ

잠자냥 2023-07-13 13:0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병률 재소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3 16:3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야하다고요!! 뼈가 녹을 것 같은 키스를 한단 말입니다!!

근데 무슨 키스가 뼈가 녹을 지경으로 느껴질까? 나는 뼈가 녹을 것 같았던 적은 없는데.. 인생 헛살았나??

하이드 2023-07-1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땡기네요. 20세기 로맨스. 오글오글 좋아요.

다락방 2023-07-13 16:3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갑자기 이 시리즈 생각나서 점심 먹으면서 정신없이 읽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글 로맨스가 주는 어떤 맛이 있어요. 아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성인들을 보는데 재미지네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7-13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위에서... 아래로 어떻게. 이렇게. 급전환 되는 거죠.... 근데 무척 자연스럽다.... @_@

다락방 2023-07-13 16:38   좋아요 1 | URL
저에게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의식의 흐름은 이 모든걸 가능하게 만듭니다. 빠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7-1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하하!!!!! 다락방 님!!! 나 왜 사랑의 멜로디 책이 기억나는 거죠? 미드 NCIS: LA에 샘 한나가 네이비 씰 출신인데 능력자죠 ㅎㅎㅎ 근데 로맨스 소설 주인공 감은 아니고... 근데 다정한데... 아, 이게 아니죠. 이야기가 왜 이렇게 가죠?

근데 턱걸이 4천 개는... 진짜 존경 그 자체네요!!! 저는 어쩔 땐 한 개, 어쩔 땐 빵 개인데...ㅠㅠ

다락방 2023-07-13 16:39   좋아요 1 | URL
저 아까 점심 먹으면서 <행운을 잡아라> 좀 읽었는데요, 저 이거 예전에 읽은 것 같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재미있습니다. 오늘 세 권 샀지 뭡니까? 저렴한 책들이라서 세 권 사서 쟁이고 우울할 때 꺼내보는 … ㅋㅋㅋㅋㅋㅋㅋ그나저나 사랑의 멜로디 기억나신다니. 꼬마요정 님 , 제 과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턱걸이 엄두도 안나요. 하기도 전부터 일단 힘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13 18:34   좋아요 1 | URL
요정 님은 정말@.@
모르는 게 없으셔!!!!ㅋㅋㅋㅋ
요정 님.
존경합니다!

늘 바쁘다고 하시면서도 틈틈히 장르를 넘나들며 읽고 계시는 진정한 다독가! 다락방 님도 존경합니다.ㅋㅋㅋ

TDD...ㅋㅋㅋ
TED는 들어봤는데 말입니다.
<내안의 블루>는 <그대안의 블루>를 떠오르게 하고...ㅋㅋㅋ

다락방 2023-07-14 09:15   좋아요 2 | URL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블루‘는 등장인물 중 하나입니다. 네이비 씰 요원중 한명의 별명이지요. 후훗.
내 안의 블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7-14 15:30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저는 주드 데브루, 린다 하워드, 줄리아 퀸 좋아했어요. 한국 작가는 한수영, 비연, 정은궐 좋아하구요. 로맨스 소설은 애증이에요. ㅋㅋㅋ

꼬마요정 2023-07-14 15:31   좋아요 0 | URL
책나무 님 저 모르는 거 많아요 ㅎㅎㅎㅎㅎ 근데 남들이 잘 모르는 걸 아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아마 남들이 그닥 관심 없어 하는 걸 좋아해서일 거예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4 15:31   좋아요 1 | URL
저는 산드라 브라운 좋아했어요. 어른들의 뜨거운 사랑은 산드라 브라운이 제일 잘 쓰는 것 같아요. 사랑은 에, 그러니까, 자고로 뜨겁뜨겁뜨거워야 하는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 오브 러브>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주연이 심지어 '샘 클라플린'이다. 어머 이건 봐야해!

이 영화의 존재는 여동생으로부터 알게 됐다. 여동생이 출발 비디오여행을 보다가 이 영화에 대해 알게 됐는데,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초딩조카가 '엄마, 이모랑 저거 보면 좋겠다 그치?' 했다는 거다. 그 말을 듣고 뭔데뭔데 하고 검색했더니 똭-

사실 북 오브 러브 라는 제목 만 듣고 탕웨이 나오는 그 영화 말하는 줄 알았다. 같은 제목으로 탕웨이 나온 영화가 있고 그것도 내가 보았는데 별로 안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헨리(샘 클라플린)는 고지식한 남자 작가이며 사랑에 반드시 섹스가 따라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그런 생각은 그가 써낸 책에도 드러나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책은 그가 살고 있는 도시 런던에서 팔리는 책이 아니다. 6개월간 두 권 나갔어요, 그런데 한 권은 헨리 자신이 사갔죠. 이정도의 처참한 수준. 작가 낭독의 시간에도 찾아오는 독자가 없다. 한 권 사면 세 권은 무료로 준다는 광고까지 붙어있을 정도. 그런데 그런 헨리의 처참한 책이 멕시코에서는 베스트셀러라는 게 아닌가. 그는 작가와의 대화를 하기 위해 멕시코로 날아간다.


어라, 그런데 이상하다. 멕시코에 도착하니 자신의 책 표지가 에로틱한 것으로 바뀌어 있고, 편집자에 의해 강압적으로 가입하게 된 SNS 에는 은밀한 사진이나 영상이 담긴 메세지들이 도착한다. 이게 대체 무슨일인가, 하다가 그를 맞으러 나온 이 책의 번역가 '마리아 로드리게즈(베로니카 에체구이)'가 그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아예 작품을 새롭게 써버렸다는(rewrite) 것을 알게 된다. 헨리는 이에 분노한다. 자신의 책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섹스를 포함하여 레즈비언 게이 로맨스, 등장인물 모두와 섹스하는 남자까지. 자신이 만든 캐릭터과 완전 다른 캐릭터로 변한 완전 다른 작품이 탄생했던 것. 그런 책을 쓴 게 아니었던 헨리는 너무 당황하고 런던으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그러나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고 남은 방송도 있다. 하는수 없이 남은 일정을 진행한다.


나는 헨리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보인다. 나 역시도 그런 입장이었다면 분노했을 것이고 내 나라로 돌아가고자 했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쓴 책이 안팔려도 나는 '내가 쓴 안팔린 책'이 '내가 쓰지 않은 내 이름의 잘팔리는 책' 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번역가든 편집자든 누가 됐든 건드려놔서 내용이 바뀌어버린 내 책, 그것이 정말 내 책일까? 바탕은 내것이었으되 남들이 고쳐놓은 것, 그게 내 것일까? 그렇게 남들이 새로운 캐릭터로 바꾸어버려 잘 나가는 책, 그걸로 나는 괜찮을까? 나는 싫다. 나는 싫다. 다른 노동을 찾아 하면 되지, 돈이 잘 들어온다고 그런 상태의 책을 참고 넘어가 줄 수가 없다. 그건 내 책이 아니에요. 내 이력에 그런 걸 넣고 싶지 않다.


헨리도 싫었는데, 편집자는 말한다. "너 월세 내야 하지 않아?" 헨리는 어쩔 수 없이 마리아와 다음 작품을 함께 쓰기로 약속하기까지 한다. 


마리아는 마리아대로 마리아의 삶이 있었다. 남편과는 헤어진지 오래이고 이제 남편이 아이를 볼 차례인데도 남편은 아이에게 선물만 남기고 '약속 못지켜, 나 사정이 있어~' 하고 도망가 버린다. 늙어버린 아버지 어린 아들 그리고 그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고단한 삶이 마리아에게 있다. 마리아는 언제나 글을 쓰고 싶었다. 그렇지만 글을 쓸 시간이 없다. 왜? 남자들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남자들을 돌봐야 해서 글을 쓸 수가 없어요! 그것이 마리아의 삶이었다. 어쩌다 짬이 나면 자신이 쓸 소설에 대해 메모를 하는 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전부였는데, 그런 그녀에게 번역 일이 들어왔던 것. 그녀는 그렇게 헨리의 소설을 만나 번역하면서 지루한 부분을 다 고쳐버리는 거다. 이건 재미 없어, 이건 지루해, 이건 필요없어! 결국 그녀의 손에서 완전히 새로운 에로틱 로맨스가 탄생한 것.



음, 사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말이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저렇게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번역을 독자들이 허락한다고? 말도 안된다. 멕시코에는 잘 나가는 책을 원서로 읽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여기 알라딘만 해도 원서를 읽는 사람들도 많고, 또 원문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심지어 원문을 각 출판사마다 어떻게 번역했는지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나 바꾸어버린 내용과 캐릭터라면 금세 들통나서 공론화 될 터. 그런데 방송에도 불려갈 정도로 잘나간다고? 특히나 그렇게 베스트셀러라면 어디서든 누구나 들고 일어날 수 잇는 문제일텐데, 모두가 싸인을 받기 위해 줄 서있다는 것은 너무 과장이 심하다. 이건 멕시코 독자들을 좀 무시하는 것 같은데? 라고도 나는 생각했다. 



자, 그런데 이건 로맨스 영화다. 욕정과 욕망 혹은 섹스를 몰랐던 남자가 사랑을 믿지 않던 여자와 만나 사랑하게 되는 것이 이 이야기의 결말이다. 모두 홀딱 벗고 욕정으로 으르렁댈 수 있다는 것을 남자는 알게 됐고, 욕망 뿐만 아니라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여자는 알게 됐다. 그들은 커플이 된다. 이것이 로맨스 영화의 결말. 로맨스 영화를 보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대체로 비슷한 이유가 있으면서 동시에 완전히 다른 작은 이유들이 있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 안에서 인간 관계를 보는게 정말 재미나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합을 이루고 그 합이 잘 맞아가는 걸 확인하는 것 혹은 합을 이루기 위해서 어긋나기도 하는 것, 그리고 잘못을 했을 때 그 후의 태도 같은 것들을 보는 것.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는 것이 나는 정말로 즐겁다. 내가 로맨스 영화를 남자들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잘'하기 위해서 로맨스 영화를 남자들이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이 로맨스를 결국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애인을 만들고 싶고 섹스도 하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뭐 기타등등. 로맨스 영화를 봐라. 다른 사람들이 어떤 지점에서 부딪히고 어떤 지점에서 좌절하고 어떤 지점에서 절망하고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행복하고 기쁨을 느끼는지 좀 보란 말이다.



각설하고,


자, 내가 이렇게 길게 썼지만,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제부터다.


이 영화에는 마리아의 전남편 '안토니오'가 등장한다. 어쩌다 자신이 어린 아들을 봐야할 순간이면 늦게 나타나서는 '나 급한 일이 있으니까 니가 알아서 좀 봐' 라고 말하고 다시 등돌려 떠나는 남자, 어린 아들에게 그래도 아빠랍시고 선물을 안기고 떠나는 남자. '다음 주는 네가 아이를 볼 차례야' 라는 말에도 '그건 그 때 가봐야 알아' 라며 돌봄노동으로부터는 도망가는 남자. 헨리가 마리아에게 '그 남자는 무서운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자 마리아는 헨리에게 말한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빼면요."


안토니오는 언제나 아이를 돌보는 마리아에게 아이를 더 잘보라고 윽박지르고 아이를 제대로 돌보는거냐고 추궁한다. 그러면 자기가 보면 될텐데, 자기는 돌봄노동을 수행하지 않는다. 나는 돌보지 않을 건데, 너는 더 잘 돌봐야 해. 우리 아이잖아. 그렇지만 돌봄 노노해. 네 것! 돌봄은 네 것, 나는 그러나 아버지! 정말 개같은 경우인데, 이 안토니오가 전혀 가족을 돌보지 않으면서 그러나 아내가 영국 남자의 책을 번역해서 티비에 나온 걸 보자 돌아버린다. '그녀는 내 여자야!' 마인드가 발동해서,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가 잠든 옆에서 몰래 사진을 찍고-마치 섹스한 것처럼- 그리고 그 사진을 그 영국 남자에게 보낸다. 니 옆에 있는 그 여자 내 여자지롱~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그런데 이 남자의 한심함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아내 마리아, 식당에서 그리고 호프집에서 일하면서 어찌됐든 남자들을 돌보고 살려야 하는 이 아내가, '번역'을 해서 '작가'와 같이 다닌다는 게 몹시 못마땅한거다. 안토니오는 마리아의 남편이었던 만큼, 그녀가 얼마나 작가가 되고 싶었는지를 안다. 그리고 결코 작가가 될 수 없었다는 것도. 그런데 작가랑 다녀? 번역을 해? 안될말이지. 그녀가 작가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작가가 되기 위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었던건데, 그는 마리아가 작가가 되지 '못할'인물이라 생각하는 거다.


"너 착각하지마, 지금 영국 놈이랑 붙어 다니면서 니가 작가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 넌 될 수 없어."


자, 여기에서 무엇이 잘못됐을까? 

물론 책을 쓰고 잘 안팔릴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아도 백지만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다음 문제고, 마리아에게는 돌봄 노동이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들어차있어서 차마 글을 쓸 시간이 없다. 돈을 버는 것도 그녀의 몫이고 늙은 남자와 어린 남자를 케어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그녀는 글을 쓰는 일을 할 수 없었는데, 남편은 그런 그녀가 할 수 없게끔 아이를 내맡겨놓고는, '너는 못해!'라고 하는 거다. 자, 여러분 뭐가 생각나나요? 보부아르의 《제2의 성》생각나지 않습니까?





세상은 여자를 부엌이나 규방 속에 가두어 두면서도 그녀의 시야가 좁은 것에 놀란다. 그리고 여자에게서 날개를 잘라놓고 그녀가 날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만일 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준다면 그녀는 결코 현재 속에 갇혀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2의 성, 2권], 시몬 드 보부아르, 동서문화사, p.776










마리아에게 모든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을 떠맡겨놓고, 그래서 글을 쓸 수 없게끔 만들어놓고, '너는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일. 오, 안토니오 여!! 당신은 멍청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아내를 비하하고 있으며 여성을 혐오하고 있다.



그래놓고 아내가 다른 책도 쓰는등 잘나가니까 이제 그 아내를 되찾고 싶어한다. 내 아내야, 내 아내! 내 가족이라고!



네?



안토니오와 다시 결합하면 안토니오는 이제 가족에 충실해질까? 안토니오는 이제 자신의 아내를 뒷바라지 해줄까? 아니, 내가 장담한다. 안토니오 옆에서라면 마리아는 다시 작가의 삶을 살 수 없는, 작품을 쓸 수 없는, 결코 작가가 될 수 없는 여자가 될것이다. 내 능력이 얼만큼인지 감히 짐작도 못하고 꺾여버릴 것이다. 주저앉혀질 것이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돌봄과 가사를 온 몸으로 끌어안은 채 자신의 능력이 어느 부분에서 어느 만큼 발휘될지 알지도 못하고 살고 있는걸까? 


넌 작가가 될 수 없어.

넌 수학을 못해.

넌 운동을 못해.


얼마나 많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얼마나 많이 자신이 못하는 사람인줄로 잘못 알고 살고 있을까. 가둬진 곳에 살면서 '너는 시야가 좁다'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으며 살고 있는걸까. 듣고 듣고 또 들어서 '나는 시야가 좁지' 하면서 살아갈 삶들을 생각하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뇨, 당신들이 시야가 좁은 이유는 갇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이 작가가 되지 '못한' 이유는 작가가 될만큼의 글 쓸 시간을 착취당했기 때문입니다. 


남자여, 당신 옆의 여자가 초라하고 부족해 보인다면, 그건 당신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신 옆의 여자가 초라하고 부족하다? 그건 당신이 못난 남자라는 것의 증거일 뿐이다. 

한심하기는.



어젯밤에 마구 책을 샀다. 왜죠 …

어젯밤에 그렇게 마구 책을 샀는데, 오늘 아침 듣는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에서 또 책 얘기를 하는 바람에 장바구니에 담는다.



















어제 로맨스 영화 한 편을 보고 안토니오에게 분개하면서, 그리고 오늘 아침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을 들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 이제 정말 소설을 써야 할 때인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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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12 08: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야동 볼 시간에 남자들은 로맨스 영화나 보는 게 훨씬 연애에 도움이 될텐데 그남들은 야동으로 섹스 배우고 여자 배우는게 문제.. 배나온 소추 남자배우 상대로도, 강제로 해도 좋은척 열연하는 여자배우 봐서 뭐하니 현실엔 그렇게 해주는 여자 없는데 현타나 오지....

잠자냥 2023-07-12 09:50   좋아요 2 | URL
은오님도 <맡겨진 소녀> 리뷰대회 참가해봐요. 방학인데 놀면 뭐하니 글 써서 책값 벌어~
<맡겨진 소녀> 책도 완전 얇아서 앉아서 1시간이면 다 읽는다.

은오 2023-07-12 11:03   좋아요 1 | URL
주문갑니다~! 리뷰는 다읽고 쓸게 생각난다면 쓸게요!! 저도 책값은 벌고싶지만.... 능력부족으로 리뷰를 자유자재로 쓸 수 없는 관계로....😩

다락방 2023-07-12 16:39   좋아요 0 | URL
포르노 보고 완전 그릇된 섹스 환상에 사로잡혀서 여자친구도 아내도 인간으로 보지 못하는 못난 남자들인 것입니다. 아 너무 싫어요. 그리고 그렇게 포르노 보다가 중독되면 범죄자가 될 확률도 높아지더라고요? 너무 당연한 수순.. 남자들아, 로맨스를 봐라. 로맨스 보는 여자를 무시하지 말고! 아 머저리들..

맡겨진 소녀는 은오 님이 리뷰 쓰세요. 저는 그거 쓸 말이 없더라고요? 흠흠.

자목련 2023-07-12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혜진의 소설은 언제나 좋습니다.
다락방 님이 읽으실 김혜진의 소설집은 더 좋기를 바라요^^

다락방 2023-07-12 16:40   좋아요 0 | URL
저는 김혜진 한 권도 안읽었나 싶어서 검색해봤더니 <딸에 대하여>를 읽었더라고요? 그거랑 단편도 읽었는데, 딱히 제 머릿속에 기억되는 이름은 아니었네요. 이번에 <너라는 생활> 읽으면 기억될까요?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3-07-12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가든 편집자든 누가 됐든 건드려놔서 내용이 바뀌어버린 내 책, 그것이 정말 내 책일까?˝ <- 이 부분에서 진짜 움찔해서 의자가 움찔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부장은 적게 먹지 못해. 절대.......네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르렁! (한번 해보고 싶었다)

다락방 2023-07-13 07:48   좋아요 0 | URL
영화 속에서 번역가는 캐릭터를 완전히 재창조 하거든요. 섹스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남자의 소설 속에 섹스를 등장시키고요. 그렇다고 내가 쓴 책이 아닐 수 있을까. 그런데 내가 쓴 책인가. 저는 너무 찝찝할 것 같아요. 제 책이라고 인정 못할듯. 으.. 그런데 이 영화 보다보니 공동저자 소설들이 이해 되더라고요. 아, 그래서 공동저자를 하는 거구나, 한 쪽은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어서 한 쪽은 문장을 쓸 수 있어서, 둘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서! 이를테면 <낯선 살냄새>의 크리스티나 로런 처럼 말이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

잠자냥 2023-07-12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다부장님 <맡겨진 소녀> 리뷰대회 있더라고요. 지난번에 100자평만 썼죠? 써봐요.. 소설보다 일단 이것부터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3 07:49   좋아요 0 | URL
저 맡겨진 소녀에 대해 리뷰 쓸 게 진짜 전혀 없어요. ㅋㅋㅋㅋ 쓰려면 다시 읽어야 하는데 책 팔아버렸…
저 근데 쓸 말 진짜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13 08:53   좋아요 0 | URL
(다부장에게) 맡겨진 적립금

우끼 2023-07-12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소설 기대되어요🥹

다락방 2023-07-13 07:50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써야할 텐데 말입니다. 제가 써야할 텐데요. 재미있는 걸로다가 …

책식동물 2023-07-12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 덜 깨서 한쪽 눈만 뜨고 리뷰 읽었습니다. 우와. 영화도 너무 재미있는데... 안토니오가 너무.. 사람 혈압을 주체할 수 없게 하네요? 제가 혈압 정상이지만 높아질 가능성이 다분한 생활습관과 성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 말입니다. 정말 여자들 주저앉히는 거 남자들 너무 잘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영화의 안토니오도 영화엔... 주저앉히는 거 안 나왔을 것 같지만, 나왔더라면 잘 묘사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부아르 제2의성 인용도 절묘하네요ㅠㅠ 사실 제가 늘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왜 남자들이 힘 좀 쓸 수도 있다는 이유로 직원으로 뽑길 선호하는 거임??^^ 그러면 여자들도 정수기 물통 갈으셈ㅋㅋ 하겠지만 저 진짜 갈 수 있거든요?ㅋㅋ 그런데 직원들이 혼성으로 섞여 있는데, 나한테 물통 갈기 시키겠냐고!!! 기회라도 줘야지 기회를 안 주고 여자들은 못한다고 단정지으면 욕이라도 하지 말던가!!! 분노의 사자후를 내지르는 고라니입니다.

독서괭 2023-07-12 18:03   좋아요 1 | URL
사자후 지르는 고라니에 푸핫 웃었습니다. 아니 분노하는 앞에서 웃으면 안 되는데..^^;;

다락방 2023-07-13 07:54   좋아요 1 | URL
저희 사무실 남자 직원은 정수기 갈라고 했더니 하도 궁시렁거려서 그 뒤로는 여직원들이 갈고 있어요. 저는 임원에게 지금 시대에 통정수기 웬말이냐 통정수기로 바꾸자! 이러는데 급수식은 못믿겠대요. 역시 꼰대를 상사로 두면 여러가지로 불편합니다. 저는 이 회사에서 정수기 갈아본 숫자는 손에 꼽는 그 남직원이 어디 나가면 ‘여자들은 정수기도 안갈잖아!‘ 라고 말할거라는 데 이백오십원 겁니다. 으 너무 싫습니다. 어디가서 남성이라 차별당한 얘기 할라치면 정수기 갈거나 우유당번 했던 얘기밖에 할 수 없는 삶, 꿀빨았던 삶 …

안토니오를 비롯한 여자를 주저앉히는 남자들이 정말 꼴보기 싫은건, 지들이 주저앉혀놓고는 여자를 향해서 ‘주저앉은 여자‘라고 비방한다는 거예요. 성매매는 지들이 해놓고 성매매여성들을 창녀라고 욕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지들이 해놓고서 상대를 욕하는 비루한 놈들 으…

잠자냥 2023-07-13 08:56   좋아요 1 | URL
제가 그 꼬라지 보기 싫어서 정수기 번쩍….. 들려고 하다가 아 무겁구나… 하는 순간 다른 여직원이 도와줘서 둘이 들어올린 적 있어요. ㅋㅋㅋㅋㅋ 지금 회사는 급수식 정수기-

책식동물 2023-07-13 13: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수기 가는 거 군말없이 해줄 법한데 궁시렁거리는 거 보아하니 어디가서 ‘여자들은 정수기 물통 리필도 안하잖어!!!‘라고 한다...에 500원 걸겠습니다. 어디서 차별당한 경험 얘기하면 정수기 물통, 군대, 우유당번, 이런 얘기 꺼내는 사람들은 진짜 수치심도 안 드는 걸까요? 하기는 안 드니까 그딴 얘기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하고 있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저앉혀놓고 주저앉았다고 욕하고 손가락질하기. 진짜 진짜 화나고 공감되고 일하던 중 고라니 울음소리 낼 뻔했네요ㅠㅠ(들어보셨나요?ㅠㅠ) 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네가 안 그러면 되잖아!!‘라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니까...... 저는 그래서 우파 인간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구조적인 문제인데 개인의 탓만 해서요!! ㅋㅋㅋㅋ(갑작스러운이야기...)

잠자냥 2023-07-13 14:01   좋아요 0 | URL
어머 이 고라니 그새 안경 샀네…. 적립금 좀 모았나! ㅋㅋㅋ

책식동물 2023-07-13 17:27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악미치겟네 그렇습니다 이 고라니... 벌써 스탬프 20개 모아서 그걸로 안경 샀습니다^^ 한층 그윽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독서괭 2023-07-12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 안토니오 정말 싫네요. 하지만 이 세상엔 많은 안토니오가 있어… 하지만 결혼 전에는 그런 인간인 줄 몰랐겠죠?
영화 설정이 좀 황당하긴 하네요 ㅋㅋ 전 그래도 남자들도 로코 드라마는 꽤 많이들 본다는 게 신기하던데. 도깨비 이런 드라마도 많이 보던데.. 왜 연애는 그렇게 못하는 겁니까?
다락방님, 소설 씁시다요!!

다락방 2023-07-13 07:57   좋아요 0 | URL
ㅋㅋ 도깨비 이런거 보고 자기들도 젊고 어린 여자랑 사귀는 아저씨 될 줄 알고 희망 품고 그러잖아요. 머저리들. 으.. 너무 싫어요. 그런 드라마 봐도 그들이 희망 품는 건 류준열 같은 얼굴도 예쁜 여자 사귄다는 거랑 늙은 남자도 젊은 여자의 사랑을 받는다, 뭐 이런 정도인 것 같습니다. 입맛에 맞게 바꿔버리기. ㅋㅋ
저 어제 본 영화에서(아직 다 본 건 아니지만) 이십대 여성이 사십대 남자랑 연인이 되거든요. 이 남자의 친구들과 함께 모인 파티에 갔는데 여자가 불편해하는 그런 장면이 나와요. 이건 제가 영화를 다 보면 아마 쓸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으.

소설 … 제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은 소설이었는데 말입니다. 하아-

책읽는나무 2023-07-1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직도 소설을 안 쓰셨어요?
제가 소설 쓰라고 했잖아요.
빨리 쓰셔야 합니다.
소!!!...설!!!....
근데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궁금합니다.ㅋㅋㅋ

다락방 2023-07-14 09:17   좋아요 1 | URL
하아- 소설 쓰기는 증맬루 어렵습니다. 저처럼 난잡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소설 쓰기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소설, 잘 쓴 소설을 위해서는 머릿속에 지도도 그리고 캐릭터 각각에 대한 설정도 꼼꼼해야 하고 … 전, 소설과는 좀 거리가 먼 사람 같아요. 쓰고싶지만 머릿속이 정리가 안되어 있는 사람 …
그렇지만 책나무 님의 응원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