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아가 조카가 왔었다.

나는 아가 조카를 내 방으로 데려가 얼마전 친구가 보내준 책들을 보여주었다. 이거 고모 친구가 다 ** 주래, 했다. 그러자 아가는 그 다섯권의 책을 몽땅 끌어안고 거실로 나가려는게 아닌가. **아 무거워, 고모가 들어줄게, 하는데도 기어코 자신이 안고서는 거실로 나갔다. 거실로 나가서는 한 권씩 바닥에 깔아두었다. 그러더니, 


"뭘 먼저 읽을까?"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워. 아가조카는 책을 깔아두면서 수박수영장을 보고서는 반가워했다. 수박수영장이네, 해서 응 아가 집에도 있지? 그런데 표지가 새로운 걸로 다시 나왔어 했더니, 아가 조카가 "왜?" 이러는데...


고모도 몰라..



아가 조카랑 제일 먼저 [원숭이는 원숭이]를 읽었다. 차례차례 넘기다가 원숭이들이 털을 골라주는 장면에서 제일 앞에 있는 원숭이의 표정이 입으로 O 자 모양을 하고 있는 걸 조카가 발견했다. (나는 모르고 넘겼다). 그러자 조카는 얘 왜 오? 하고 있어? 물었고, 나는 조카의 질문에, 어 그러네? 얘만 뒤돌아서 오? 하고있네? 했다. 그러자 조카는 또 물었다.


"왜?"


상상력 빈약한 나여...


"고모도 모르겠어." 했다. 하아-


지금 그 장면 캡쳐해 넣으려고 했는데 알라딘에 검색되는 책에서는 그 장면이 컬러에다가 모두 뒤돌아 있는 장면이더라. 개정판 나오면서 뭔가 수정한건가... 어쨌든, 내가 못보는 거 보는 아가 조카 되시겠다. 아, 자기 네 살이라 이제 아가 아니라고 했지.. 아 너무 이뻐..... 




책을 샀다.

































[스톤 매트리스]는 어차피 살 거여서 지금 샀다.


[인싸를 죽여라]는 읽어보고 싶어서 샀다. 그렇지. 읽어보고 싶어서 사지 그려보고 싶어서 샀겠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단발머리 님의 페이퍼를 보고 사게 되었다. 정보라를 앞으로 더 읽겠다는 생각 같은건 하지 않았었는데, 단발머리 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읽지 않을 수가 없더라.


[늑대와 토끼의 게임]은 for my brother..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는 아마도 투비에서였나, 자목련 님 리뷰 보고 샀다. 


[러브 플랜트]는 사실 작가도 책도 모르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우리 회사 주거래 은행에 오랜만에 갔다가 우리 담당 직원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다보니 은행에 작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 그래요? 그 분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하고 검색해보니 단편집이 있더라. 잽싸게 주문했다.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그리고 은행에서 나가는 길에 슬쩍, 어떤 분인지 보기도 했다. 아마 그 분은 갑작스런 시선에 당황하셨을듯.


책 사고 책탑 페이퍼 쓸 생각 하면서 그냥 우리 '거래처'라고 쓰려고 했는데, 작가 소개를 보니 은행에서 일한다고 쓰여있더라. 으응, 은행 애기 해도 되는구나 싶어, 나의 주거래은행에서 일하시는 작가님임을 굳이 쓴다 ㅋㅋㅋ 그런데 나는 기업고객이고 그 분은 개인고객팀이어서 업무적으로 만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튼 책이 겁나 얇아서 어제 휘리릭 읽었고 백자평도 썼다. 














어제 병원에서 도수 치료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다가 병원 테이블에 놓인 잡지 <코스모폴리탄>을 보게 됐다. 링크한 표지는 아니고 내가 본 건 2월인데, 지난 호수라 검색이 안되나봐요? 괜히 이 표지 올렸다가 이 아이돌 팬들이 달려드는 건 아닐지..


20대 시절의 어느 한 때, 나는 매달 코스모폴리탄을 사서 읽었더랬다. 그 당시엔 뭐랄까, 나름 그게 세련된건줄 알았던 것 같다. 바자나 엘르보다 코스모폴리탄이 낫다니까? 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이사를 하면서 모두 다 버렸던것 같은데, 오랜만에 병원에서 이 코스모폴리탄을 보게된 거다. 오오, 하고 나는 어차피 시간도 있으니 한장 한장 넘겼는데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읽을 거 왜케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죄다 화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가 입은 무슨 옷 얼마 누가 한 무슨 귀걸이 얼마. 그리고 이럴 때 화장은 어떻게 해라 등등... 내가 보면서 '야, 마리아 미즈 님이 보시면 기절초풍하시겠다' 생각했다. 코스모폴리탄 보는에 왜케 마리아 미즈 생각나고 그럼? 마리아 미즈와 혹은 마리아 미즈가 지향하는 바와 가장 거리가 먼 곳에 코스모폴리탄이 있겠구나 싶었다. 난 도대체 뭘 보겠다고 이십대의 한 시절에 이걸 매달 돈 주고 사서 봤을까.. 나여...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지독한 자본주의가 그 안에 있었고 그러나 그 안에 그 옷과 화장품을 만든 제삼세계 여성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 맞다.

어제 베란다에 크리넥스 새 통 꺼내러 갔다가 까먹고 가서 바질만 들여다보고 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크리넥스 사용하려다가 앗. 내가 베란다에 크리넥스 가지러 갔었는데 바질만 보고 그냥 왔네? 했더니 엄마랑 아빠가 깔깔 웃으시며 너 요즘 왜그러냐고 하셨어. 나도 어이가 없어서, 


"아 나 진짜 바보 멍충이 똥개다." 했는데, 엄마가 


"똥개는 아니지."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뭐야 그러면 바보 멍충이는 맞아?" 했더니,


"응 그건 맞지." 이러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오늘 글은 비교적 짧게 마치지만,


방울토마토를 이용한 요리에 대한 글은 여기 ☞ https://tobe.aladin.co.kr/n/205565


비정상체중 읽고 쓴 주옥 같은 글은 여기 ☞ https://blog.aladin.co.kr/fallen77/15620014


얘들아 보석같은 글 놓치지마... 어디가서도 이런 글 못본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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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6-17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남동생이 어머니 닮으셨군요? ㅋㅋㅋㅋㅋ

정수리도 귀여운 아가조카❤️❤️❤️

다락방 2024-06-17 17:08   좋아요 0 | URL
자책하는 딸에게 똥개는 아니라고 해주시니 감사해야할지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흑 ㅜㅜ

아가조카는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다 너무나 귀엽습니다. 넘 귀여워요. 사랑입니다 ㅠㅠㅠㅠㅠ

잠자냥 2024-06-17 1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래의 다락방 그려보고 싶어서 책 산다 밝혀...
이번주는 그래도 산 책 빨리빨리 많이 읽었네요?!
<러브플랜트>는 무슨 책인가 했더니 거래처 직원이 쓴 책! ㅋㅋ
엄마도 인정한 멍충이 다락방의 주옥같은 글을 저는 오늘 다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4-06-17 17:09   좋아요 0 | URL
저에게 당분간 달리기와 요가 금지령이 내렸으므로 책을 열심히 읽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과연.. 읽어야 할 책이 너무 쌓여있어서 여하튼 열심히 읽어볼 참입니다.

러브플랜트의 은행 직원은 그러나 저를 모릅니다. 저만 알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의 주옥 같은 글을 다 읽으신 잠자냥 님 앞날에 축복 있을 것입니다. 샤라라랑~

단발머리 2024-06-17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민하는 저 정수리.... 진짜 너무 귀엽네요. 왜! 일까요~~ 저도 원숭이 책 아직 있으면, 제가 이야기해 줄텐뎈ㅋㅋㅋㅋ
친구네 어린이집에 기증해서 말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24-06-17 17:10   좋아요 1 | URL
조카는 ‘왜?‘ 를 진짜 많이 하는데(한창 그 때인가봐요) 저는 대답해줄 수 있는게 거의 없어서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흑흑.
조카야, ‘왜‘는 너희 엄마 아빠에게 물어보렴 ㅠㅠ
왜 원숭이가 그런 표정인지 저는 정말 모르겠다고요. 엉엉 ㅠㅠ

2024-06-17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7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7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4-06-2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수리가 이렇게 귀엽긴가요? 그리고 그 작가분..윤치규 아닌가요? ^^‘‘‘‘

다락방 2024-06-21 10:47   좋아요 1 | URL
앗 어떻게 아셨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