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병원에 가기 위해 연차를 썼다. 소화기내과와 내분비내과가 예약되어 있었고 건강검진도 연차를 사용한 김에 하기로 했다. 먼저 소화기내과에 들러 지난번 씨티촬영한 결과에 대해 얘기를 듣노라니, '너 그런데 난소에 혹있는 거 알고 있었어?' 라고 닥터가 말하는 게 아닌가. 아니, 나 처음 듣는데? 했더니, 이리와보라며 씨티촬영물을 보여준다. 너, 이거 산부인과 가봐. 내가 편지 써놓을게, 라고 해서 나는 갑자기 예정에도 없는 산부인과로 향했다. 산부인과에 가서 소화기내과의 닥터가 보냈어, 라고 하니 응 그런데 너 초음파 찍어야겠네 대기해, 라는게 아닌가. 그래서 대기하다보니 내분비내과 예약시간이 다 되었다. 저기, 나 내분비내과 좀 다녀올게, 9시 예약이야 했더니 응 그래 거기 먼저 다녀와라, 해서 내분비내과로 향했다.
내분비내과는 사람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다. 애초에 접수대에 번호표를 뽑으라고 되어있더라. 나는 간호사쌤께 '저는 아홉시 예약입니다' 말했더니, 그 말을 하기 위해서도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라는 거다. 헐. 나는 다시 번호표를 뽑았고, 내 번호가 되었을 때 예약에 대해 얘기하고 앞에 가서 몸무게와 혈압을 재고 또 대기하다 드디어 닥터를 만났다. 닥터를 만나 얘기하고 피검사를 하기로 한 뒤에 다시 산부인과로 향했다. 산부인과에 가서 대기하다 초음파를 하고 끝난 뒤에 닥터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건강검진센터에서 '너 왜 안오니' 하는 전화였다. 내가 지금 갑자기 진료가 잡혀서 대기중이거든, 이거 마치고 얼른 갈게, 했는데 '다른건 괜찮은데 자궁경부암 검사가 11시에 끝나' 라는게 아닌가. 내가 최선을 다해보마, 얘기한 뒤, 접수대로 가, 오늘 닥터가 저녁까지 있는지 물었다. 간호사쌤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 내가 좀 이따 올게, 건강검진센터에서 11시에 자궁경부암 검사가 끝난다고 해서 내가 지금 그걸 하고 와야할 것 같아, 했더니 시계를 보던 간호사 쌤은 '어, 너 그 전에 진료 볼 것 같아' 하길래 기다렸다 진료를 보고, 늙은 남자 닥터의 꼰댓말을 듣고-너 왜 결혼 안해? 아이는 낳아야지? 난자 냉동할래?- 건강검진센터로 향했다.
10시 57분에 무사히 자궁경부암 검사를 마치고, 건강검진을 이제 순차적으로-그리고 형식적으로-하다가, 유방암 검사도 하고(윽) 내시경실로 향했다. 나는 항상 비수면 내시경을 선택하는데, 약먹고 잠에 취한 채 내 몸에서 뭐가 일어나는지 모르는게 싫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수면내시경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괴롭다. 꾸웩- 꾸웩 하며 침과 눈물을 흘리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어제도 그렇게 반복하면서 '내가 다시는 이 짓 안한다, 다음부턴 진짜 수면 내시경이다!' 다짐하였다. 그러나 그 다짐에 이어 '그 다짐은 그런데 지난번에도 했지' 생각했다. 쩝. 나란 인간 …
도중에 산부인과가 끼어드는 바람에 구강 검진을 못했다. 구강 검진은 오후 13:30 부터 다시 할 수 있단다. 나는 내시경까지 마친 뒤에 산부인과와 내분비내과에서 말한 피검사를 하기 위해 채혈실로 향했다. 건강검진 때는 왼팔을 내밀었는데 혈관이 얇다고 바늘 찌른 뒤에 요기죠기 쑤셔가며 가까스로 피를 뽑아 이미 기진맥진한 터다. 모든 걸 마치고 집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가방도 바꿔서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구강검진을 마치고 친구와의 약속장소로 향했다.
내가 연차를 사용하니까 오랜만에 이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내가 갈게, 했더니 친구는 '연차인데 여길 왜 와' 하며 내가 너 있는데로 갈게, 해서 어제는 우리 동네로 와주었다. 약속을 정할 때에도 고마웠지만, 어제 약속 장소로 향할 때는 더 고마웠다. 종합병원에서의 반나절은 사람을 완전 녹초가 되게 만들었던 거다. 대기하는 동안 읽으려고 책도 가져갔었는데,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기하던 다른 사람들을 보니 뭔가 맥 빠진 채로 멍때리길래, 나는 책 읽어야지 하고 펼쳤건만, 나 역시도 그들과 다름없는 표정으로 앉아있게 되었다. 그런 참에 먼 약속장소로 가는건 힘든 일이 될 것 같았는데, 가까운 데라니. 친구의 제안은 정말 신의 한 수 였다. 친구에게 네가 와주어서 오늘 정말 고마웠다, 라고 말했다. 고마운 마음에 내가 밥을 샀는데, 친구는 '너 맛있는 거 사주려고 온거란 말야!' 했다. 어제 친구를 만나 우리는 인간은 모두 외롭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외로울 때 나쁜 판단을 한다, 우리가 그동안 나쁜 관계가 있었을 때, 그 전에는 외로움을 느꼈다는 상황이 있다 등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인간이 모두 외로운 존재라고 해도 이렇게 가끔 맛잇는 거 사준다고 기꺼이 만나러 오는 친구가 있다면, 사는 거 다 괜찮지 않나 싶다.
책을 샀다.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어제는 너무 기운이 딸렸다.
너무 기운이 딸려서 집에서 치킨에 맥주를 먹는 바람에 글 쓸 시간이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치킨 먹을 기운만 잇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 책 링크하기도 귀찮네 ㅋㅋㅋㅋ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비타 색빌웨스트의 책이다. 몰랐던 책인데, 투비를 통해 알게 됐다. 투비에 책 읽고 글 쓰는 분이 있는데 그 분 글이 참 좋고, 게다가 그 분 너무 대단한게, 가끔 읽었던 책의 요리도 직접 만들어 글을 올리신다. 모르는 분인데 읽을 때마다 진심으로 100원씩 응원중이다. 그 분 덕분에 산 책이 여러권 된다. 오, 신이시여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문지혁의 다른 소설이다. 데뷔를 SF 로 했다고 알고 있어서 그 장르의 책에는 딱히 관심 없었는데, 아니 알고보니 아닌 것도 있었네요? 부랴부랴 샀지롱~
나머지도 다 살만해서 샀을거다.
너무 귀찮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나도 왔다. 여전히 미쳐있는!!
비와서 캐나다뷰를 위한 바깥 촬영을 할 수 없었던 바, 실내 촬영을 했다.
아, 그리고 내가 사둔 책이 너무 많고 읽지는 않고 있었던 바, 다음주부터 책탑 사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을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다.
여러분 이제 월요일 책탑 없어. 진짜루. 증맬루 없다!! 기다리면 안돼요!! 이제 사둔 책만 읽을 것이다!! 다 읽고 살 것이다!!
진짜다!!
아참, 내가 일요일에 밥먹다가 아빠가 틀어둔 티비에서 아주 좋은 노래를 들어가지고 검색해 알아두었다. 여러분, 같이 듣자.
그리고 요가 사바아사나 시간에 선생님이 틀어줘서 내가 찾고 싶었던 노래, please stay, 했던 노래는 이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