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딱히 어디서 어떻게 봤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알라딘 돌아다니다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을 보고는 냉큼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전체 4권으로 우리나라 고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총망라해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이제야 눈길주기에 등장하게 된 것은 전체가 4권짜리기도 하고, 좀 더 유심히 살펴보고 어떤 책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약간 묵혀두다가 괜시리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이상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직 제대로 확인을 하지는 못한 상태라 뭐라 딱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 내가 이상하다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이 책이 이상하게도 알라딘에서는 조용하다는 것이다. 제법 언론을 통해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알라딘의 서재지기들이 이 책에 관심을 보이거나, 그런 소식을 전하고 있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이 책에 링크된 리뷰나 페이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이런 이상하다 싶은 생각에서 좀 더 나아가서, 알라딘에서는 우리 고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분들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많은 분들이 전문가 혹은 준전문가 수준으로 동서양을 막론한 고전들을 소개하고 다루지만, 우리 고전(특히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을 그렇게 흔히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런 것은 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야심차게 출간되고 있는 보리출판사의 우리나라 고전문학 작품 선집들이 알라딘에서도 주목을 받으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크다. 아무튼 많은 분들이 우리 고전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오늘 눈길주기에서는 이 책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고전/문학]
서대석 외,『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휴머니스트, 2008.03.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들이, 우리 고전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장장 4권에 걸쳐 소개되는 캐릭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캐릭터,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캐릭터 등등, 각양각색의 자유분방한 고전 작품 속의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구비문학, 고전소설, 한문학 등 다양한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편저자 서대석 선생은 고전 특히 구비문학의 대가이자 권위자로 유명한 분이다. 그 외에 서영숙, 정길수, 손태도, 신동흔 등 고전 문학의 대가들에서부터 소장파 연구자들까지 전천후로 참여한 대작업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이 책 전체에서 다루고 있는 캐릭터들과 집필자들이다. 꽤 길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1- 고전 캐릭터, 그 수천수만의 얼굴
1. 채봉
너는 내 운명! 채봉과 장필성 - 서인석(영남대 국문과 교수)
2. 석숭
거부가 들려주는 돈의 철학 - 박명숙(중국 쑤저우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3. 강남홍
조선의 로망, 21세기의 로망 - 서대석(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4. 유리
신화적 영웅의 아버지 찾기 - 임재해(안동대 민속학전공 교수)
5. 최치원
출세하고 싶다는, 그 헛된 욕망의 신기루 - 류준필(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6. 범천총
범천총이 호랑이 눈동자를 가린 뜻은 - 정진희(서울대 국문과 강사)
7. 관음보살
여인이 된 관음보살, 사랑과 성불을 돕다 - 이강옥(영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8. 여우 누이
우리 곁에 있는 달콤한 공포 - 김성룡(호서대 한국어문화학부 교수)
9. 경문대왕
엽기적인 개혁 군주의 슬픈 초상 - 심민호(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 물문화관 학예사)
10. 광대 달문
광막한 천지에 부는 바람 같은 사내 - 사진실(중앙대 연희예술학부 교수)
11. 방학중
기막힌 꾀로 무장한 진정한 트릭스터 - 나수호(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12. 중며느리 먹맹이
굴레를 벗어던진 겁 없는 여자 - 서영숙(청주대 국문과 교수)
13. 초옥
한 상민 여성의 슬픈 착각 - 김대숙(평택대 국문과 교수)
14. 유씨 부인
조선 명문가 여인의 자살, 비밀과 희망의 문 - 김동준(동덕여대 국문과 교수)
15. 양소유
다정다감한 꽃미남 - 정길수(조선대 한문학과 교수)
16. 하옥주
조선 여성이 꿈꾼 커리어 우먼 - 임치균(한국학중앙연구원 학국학대학원 교수)
17. 옥소선
사랑과 성공, 그 모두를 이룬 여인 - 김준형(순천향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18. 허홍
꿈을 이루기 위한 불굴의 의지 - 안순태(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조교)
19. 비형
도깨비 왕이 된, 건축가 화랑 - 신재홍(경원대 국문과 교수)
20. 오늘이
친절하고 따뜻한 그녀 - 정숙영(서울대 국문과 석사)
21. 홍대권
이쯤 되어야 대장부라 할 만하지 - 김종군(건국대 BK21 연구교수)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2 - 우리가 몰랐던 고전 캐릭터의 참모습
1. 옹녀
어느 하층 여성의 기구한 인생 역정 - 정출헌(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2. 바리공주
소외된 민중의 희망 - 황루시(관동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3. 강감찬
천 년 여우에게서 난 문곡성 - 조태영(한신대 국문과 교수)
4. 웅녀
‘사람’이 된다는 일 - 정운채(건국대 국문과 교수)
5. 유화
드넓은 생명력의 동국 성모 - 이종주(전북대 국문과 교수)
6. 손병사 어머니
나는 소신파다, 귀신도 물렀거라 - 강진옥(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7. 최랑
A형 남자를 향한 O형 여자의 당찬 사랑 - 이인경(인제대 한국학부 교수)
8. 박문수
아이들의 친구, 백성의 벗 - 김경섭(서강대 국문과 대우교수)
9. 한음의 처
오성 대감은 나의 밥 - 강성숙(인제대 기초대학 교수)
10. 장시중 형제
희대의 재담꾼 - 한길연(서울대 기초교육원 전임대우강사)
11. 나교란과 여섬요
기생첩의 육체적 탐직과 정실차지 욕망 - 조광국(아주대 국문과 교수)
12. 홍계월
남자가 되고팠던 알파걸 - 장시광(경상대 국문과 교수)
13. 강임
이승 차사인가, 저승 차사인가 - 최원오(서울시립대 국문과 강사)
14. 호랑이
잔인함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얼굴 - 김미영(호서대 국문과 박사과정)
15. 달래강 오라비
슬픈 오라비의 초상 - 심우장(충북대 국어교육과 박사후연구원)
16. 윤여옥
함께 있으면 즐거운, 쾌활하고 솔직한 다정남 - 이지영(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17. 이몽룡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 - 이유진(서울대 박사과정 수료)
18. 도깨비
병 주고 약 주는 존재 - 김종대(중앙대 민속학과 교수)
19. 마고할미
여성 거인의 서글픈 창조의 몸짓 - 권태효(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20. 탈춤의 노장
노장 스님, 인간 세상에 왜 내려오셨던고 - 손태도(문화재청 무속분야 문화재 전문위원)
21. 정욱
재치 있거나 건방지거나 - 류수열(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
22 장끼
참 대책 없는 이 친구, 하지만…… - 정충권(충북대 국어교육과 교수)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3 - 고전 캐릭터가 펼쳐 보이는 사랑과 인생
1. 민옹
탁월한 이야기 심리 치료사 - 이민희(아주대 교양학부 강의교수)
2. 양이목사
외부의 부당한 억압이 만들어 낸 비극적 남성 영웅 - 조현설(서울대 국문과 교수)
3. 김방경
오만한 기상을 지닌 거인의 초상 - 박성지(이화여대 국문과 강사)
4. 수명장자
인간 내면의 다중성 - 박종성(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교수)
5. 사정옥
치밀한 여성 가문 경영자 - 김종철(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6. <내 복에 산다>의 막내딸
아버지의 집을 벗어나 홀로 세상에 나선 막내딸 - 김영희(연세대 학부대학 강사)
7. 미얄할미
톡톡 튀는 화법에 섹시한 배꼽저고리 - 박경신(울산대 국문과 교수)
8. 해산모
출산을 축제의 마당으로 끌어낸 여인 - 허용호(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9. 궤내깃또
아버지도 무서워한 영웅 - 이종석(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10. 호랑이 처녀
사람이 아니지만, 가장 사람다운 호랑이 - 류준경(성신여대 한문교육과 교수)
11. 욱면비
빛나는 초월 속에 깃든 민중의 소망 - 김헌선(경기대 국문학전공 교수)
12. 연희
유배 죄인을 사랑한 기생 - 강혜선(성신여대 국문과 교수)
13. 두향
기생이기를 거부한 이황의 그녀 - 홍태한(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 대우교수)
14. 백정 박씨
어사 박문수도 막지 못한 인간 해방의 몸짓 - 신동흔(건국대 국문과 교수)
15. 이현영
여성의 자아 찾기, 그 험난한 여정의 주인공 - 이지하(경북대 국문과 교수)
16. 이생원네 맏딸애기
도도한 여인의 사생 결연 - 최현재(군산대 국문과 교수)
17. 김영감
양반 자제를 보쌈한 중인 역관 - 조성진(서울대 국문과 강사)
18. 양씨 부인
여성 학습권을 실현한 조선 여성 - 서정민(서울대?서원대 국문과 강사)
19. <이언>의 여성
이제는 변해야 할 착한 여자 - 김경희(경원대 국문과 강사)
20. 오유란
남자를 잘 아는 요부 - 김준범(아주대 인문학부 강사)
21. 노일제대귀의 딸
팜므 파탈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 장유정(단국대 국문과 교수)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4 - 대중문화와 눈부시게 만난 고전 캐릭터
1. 황진이
그리움과 자존심 - 조세형(서울시립대 국문과 교수)
2. 장화와 홍련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함정 - 이승복(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
3. 목화 따는 노과부
그녀만의 작업의 정석 - 박상란(동국대 국문과 강사)
4. 선덕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준비된 왕 - 신선희(장안대 디지털문예창작과 교수)
5. 평강공주
순수남을 영웅으로 만든 자주녀 - 이동근(대구대 국문과 교수)
6. 당금애기
온실의 꽃에서 사막의 숲으로 - 이경하(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 연구원)
7. 수로부인
신물이 탐하는 매력적인 여사제 - 이창식(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8. 옥영
어질고 지혜로운 이 땅의 아내, 그리고 어머니 - 이상구(순천대 국어교육과 교수)
9. 춘풍 처 김씨
억척 아줌마의 남편 길들이기 - 최혜진(목원대 국문과 교수)
10. 선녀
지상의 남자보다 천상의 고향을 사랑한 여인 - 이지영(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연구교수)
11. 두두리 도깨비
변화를 꿈꾸는 한국인의 연금술사 - 강은해(계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12. 삼족구
구미호에게는 내가 천적 - 이홍우(경인여대?평택대 강사)
13. 홍동지
발가벗고 설치는 천하장사 - 박진태(대구대 국어교육과 교수)
14. 전우치
나는야 조선의 뤼팽! - 김탁환(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15. 최생
여기가 용궁? 나 최생이야 최생 - 황재문(서울대 BK21 계약교수)
16. 이여송
기분 나쁘면 힘세져라 - 정재민(육군사관학교 국어과 교수)
17. 오누이 장사
되살아오는 누이 장사의 혼 - 김승필(정광고등학교 국어 교사)
18. 갖은 병신 노처녀
그녀의 우습고도 희한한 혼인담 - 김현식(서울시립대 국문과 강사)
19. 독수공방의 여인
주고받지 못하는 사랑에 대하여 - 박이정(서울대 국문과 강사)
20. 덴동어미
불행하지만 누구보다 삶을 사랑한 억척 여인 - 임주탁(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21. 방귀쟁이 며느리
내숭 따윈 필요 없어 - 조선영(서울대 국문과 석사)

목차만 봐도 흥미진진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까진 전4권 세트 상품이 있었는데, 금방 절판이다. 왜 세트로 팔지 않는거지? 휴머니스트에서 좀더 영업전략을 세워 판매촉진을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런 책은 많이 팔려도 좋을 성 싶다.

아울러, 이 책의 출간소식을 다룬 기사들을 옮겨온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서대석 엮음 (서울신문)

고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참면모를 우리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변강쇠가’의 옹녀는 천하의 음녀(淫女)일까. 암행어사 박문수는 예리하고도 강직한 해결사일까. 단군신화 속 웅녀는?

선한 인물과 악한 인물의 전복
우리 고전 속 주요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한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전4권, 서대석 엮음, 휴머니스트 펴냄)에 새로운 해답이 들어있다. 성정 급한 독자들을 위해 먼저 책 속에서 끄집어낸 해답. 옹녀는 섹스에 굶주린 탕녀가 아니라 열악한 환경과 편견 속에서 살길을 찾아보려 발버둥친 서민 여성, 박문수는 능력이 빛났다기보다는 민중 속에서 기꺼이 ‘바보’가 될 수 있는 인간미를 지닌 인간 유형이었다. 환웅에게 선택받아 단군을 낳은 모성적 존재로만 인식돼온 웅녀 또한 편견에 진면목이 가려져온 캐릭터. 한때 삶의 동반자였던 호랑이와의 인연을 냉정히 정리하며 새 삶의 지평을 연 웅녀는 절연과 결별을 통한 비약의 캐릭터로 재해석된다.

책은 한국고전문학회 및 한국구비문학회 회장을 지낸 서대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출간됐다. 임재해 박경신 박진태 황루시 강진옥 김종철 정출헌 등 중견학자들과 김헌선 조현설 신동흔 박종성 김탁환 등 소장 연구자들, 박사급 신진연구자들이 1편씩 맡아 모두 85명의 고전 속 캐릭터들을 불러냈다.

책의 가장 큰 묘미는 ‘전복’에 있다. 예컨대 선한 인물의 교본으로 고정된 흥부의 이미지도 충분히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 이본(異本)에 따르면, 흥부도 극한상황에 맞닥뜨려서는 폭력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는 새로운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광대 달문, 바리공주, 이몽룡, 유화, 마고할미, 관음보살 등 고전을 주름잡은 인물들이 줄이어 등장한다. 저마다의 욕망과 콤플렉스를 안은 이들이 평면적 성향만을 띠고 있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다.

단순히 수백년이 넘은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을 불러내 캐릭터를 재조명하는 작업에서 그치지 않았다.‘대중문화와 눈부시게 만난 고전 캐릭터’란 부제가 붙은 4권에서 책은 현재적 가치를 빛낸다. 이야기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계의 귀가 솔깃해질 내용들로 푸짐하다.

19세기 한문소설 ‘포의교집’에 등장하는 인물 초옥.1864∼1866년 한양이 주무대인 작품에서 초옥은 절세미모를 자랑하는 궁녀 출신 하층민 유부녀이다. 어느날 수작을 걸어온 남자 이생과 눈이 맞아 밤마다 외도를 하는 초옥은 그러나 고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당찬 유부녀 캐릭터이다. 자신을 의심하는 시아버지에게도, 동네 사람들에게도 스스로 선택한 사랑에 뻔뻔할 만큼 당당하다.

‘포의교집’을 분석한 김대숙 평택대 국문과 교수는 초옥의 캐릭터를 최인호 ‘별들의 고향’의 ‘경아’, 조해일 ‘겨울여자’의 ‘이화’, 은희경 ‘그녀의 세번째 남자’의 ‘그녀’ 등에 연결시켰다. 현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력만 키운다면, 고전의 글밭에서 서사(敍事)의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캐올릴 수 있다는 역설인 셈이다.

대중문화 콘텐츠로 활용 가능성 점쳐
대중문화 콘텐츠로 고전을 활용하는 방법론에서 좀더 구체적 제언을 하기도 한다. 여성 수난사의 전형으로 꼽히는 대표적 서사무가 ‘당금애기’의 주인공 당금애기. 순진한 처녀였으나 혼전 임신을 하는 바람에 집에서 쫓겨나 ‘아비없는 자식’을 키우는 시련을 겪는다. 시쳇말로 ‘미혼모’인 당금애기의 캐릭터가 현대사회에서는 어떻게 변모하고 수용되는지를 TV드라마에서 찾아보기도 한다.‘비단향꽃무’‘노란 손수건’‘온리 유’‘원더풀 라이프’ 등 일련의 드라마들을 제시하며 현대판 당금애기들의 선택이 시대변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해지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옹녀=탕녀’의 등식과 ‘장화홍련’의 착한 아이 신화를 어떤 논거로 깨부수는지,‘양이목사’를 되짚으며 어떻게 기존 영웅론의 틀을 해체하는지 새로운 고전독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전작품들을 대면하며 읽는 맛 자체를 챙길 수 있는 묘미는 ‘덤’이다. 책을 엮은 서대석 교수는 “서사문학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캐릭터’인데, 근래 문학에서 그것에 대한 논의를 소홀히 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에서 책이 출발했다.”고 말했다. 각권 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한국 고전속 인물들 생명을 얻다 (문화일보)
연구자 85명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분석 /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조선시대 광대로 오늘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은 영화 ‘왕의 남자’로 유명해진 공길과 장생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더 광대다운 삶을 살다간 인물이 있다. 광문(廣文)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실존 인물 달문(達文·1707∼?)이다. 그야말로 자유로운 광대의 혼을 가진 달문은 당대 및 후대 문인들의 관심을 끌어 여러 편의 문학작품으로 형상화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휴머니스트·전4권)에선 이 같은 달문의 행적을 소상히 전하고 있다. 책은 우리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되살려내고 있다.

◆고전 인물들은 어떤 사람들 = 우리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 85명을 소개하고 있는 책은 작가나 작품 위주가 아니라 주인공의 캐릭터에 집중해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흥부나 심청처럼 선하디 선한 인물만이 아니다. 광대 달문을 비롯, 옹녀 바리공주 박문수 최치원 이몽룡 관음보살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욕망과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이들은 평면적인 성향만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책에 소개돼 있는 최치원이라는 캐릭터는 실존했던 인물인 최치원이 아니다.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에 창작된 것으로 보이는 한문소설 ‘최치원’의 주인공을 다루고 있다. 류준필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수록문 ‘출세하고 싶다는, 그 헛된 욕망의 신기루’에서 소설 속 최치원을 소재로 진실한 사랑 앞에선 출세에 대한 욕망이 부질없음을 보여준다.

책의 엮은이인 서대석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 고전 속 등장인물들은 언뜻 평면적 인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심각하게 고뇌하고 결단하여 행동하는 인물들이 많다”며 “세심하게 살펴보면 고전문학의 수많은 주인공들에게서 입체적 인물로서의 인간적 체취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캐릭터로서의 고전 인물 = 최근 세계의 문화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캐릭터의 발굴이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각종 게임과 축제에서도 원형적인 캐릭터를 찾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우리 고전속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되살려내는 작업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다양한 캐릭터의 소개는 고전 문학의 새로운 면을 부각시킨다. 책에서 소개하는 캐릭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물, 나아가 작품의 주변부에 있던 인물에 대한 조망은 익숙한 고전 읽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독법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옹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신재효가 만들어 놓은 ‘탕녀론’적 해석을 뒤집으며,‘장화홍련’이 만들어낸 ‘착한 아이’ 신화를 꼬집기도 한다.

서 교수에 따르면,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박문서관·1913)’의 채봉은 고전 캐릭터의 성격과 가치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채봉은 아버지를 위해 몸을 팔아 기생이 된 인물로, 이광수의 소설 ‘무정’에 등장하는 영채와 그 성격이 흡사하다. 서 교수는 “두 사람을 비교하면 근대소설의 인물인 영채가 더 진취적이리라 예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 반대”라며 “영채가 소극적으로 타인에게 운명을 맡기는 데 비해 채봉은 적극적으로 제 삶의 길을 찾아 나서 사랑을 이뤄낸다”고 밝혔다.

◆집필진은 누구 = 서 교수를 비롯, 모두 85명의 한국고전문학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임재해(안동대) 박경신(울산대) 박진태(대구대) 황루시(관동대) 강진옥(이화여대) 김종철(서울대) 정출헌(부산대) 교수 등 한국구비문학과 고전소설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중진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소장 연구자 그룹도 집필진으로 한몫을 맡았는데, 김헌선(경기대) 조현설(서울대) 신동흔(건국대) 박종성(방송대) 김탁환(카이스트)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최근 학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박사급 신진 연구자들도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책과 삶]고전 속 인간 군상 현대적 재해석 (경향신문)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서대석 엮음 | 휴머니스트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으로 남자 주인공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악녀이자 요부. ‘팜므 파탈’(femme fatale)의 모습이다. 영화팬이라면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우리 고전문학에도 그런 인물이 있다. ‘장화 홍련전’에서 장화와 홍련을 학대하는 계모 허씨나 ‘이춘풍전’에서 이춘풍을 꾀어 재산을 죄다 빼앗는 기생 추월이 등이다. 그러나 팜므 파탈의 전형이랄 수 있는 인물은 따로 있다. 제주도 무속신화 ‘문전본풀이’에 등장하는 노일제대귀일의 딸이다.

그녀는 남선비를 꾀어 가산을 탕진시키고 두 눈을 멀게 한다. 그 부인을 물에 떠밀어서 죽이기까지 한다. 남선비의 일곱 아들마저 죽이려다가 악행이 발각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농염한 몸짓과 애교로 남자들을 유혹하면서도 잔혹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선 전형적인 팜므 파탈이다.

우리 고전문학에는 흥부나 심청, 홍길동만 있는 게 아니다. 한없이 착하거나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인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욕망과 콤플렉스, 심지어 다중성을 지닌 인물들이 즐비하다. 여성이 욕망의 대상이었던 시대에 무모하게 제 사랑의 길을 펼치고자 했던 초옥(‘포의교집’)과 옥소선(‘옥소선 이야기’), 출세에 대한 지식인의 고뇌를 보여주는 최치원(‘최치원’), 악인이면서도 복잡한 내면을 가진 수명장자(‘천지왕본풀이’) 등 스펙트럼이 넓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은 이처럼 다양한 얼굴과 성격을 지닌 우리 고전 속 캐릭터 85명을 발굴, 소개하고 있다. 집필에 참여한 고전문학 연구자 85명은 한문학 작품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화, 전설, 민담 등 구비문학 작품을 대거 수록하고,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이나 악인까지 새롭게 조명했다. 선덕여왕, 이여송 등 역사적 실존 인물은 물론 두두리 도깨비, 선녀 등 상상 속 캐릭터와 장끼 같은 동물까지 나온다.

대부분 낯선 캐릭터들이지만 우리 고전이 서양의 고전만큼 다채롭지 못하다는 편견을 교정시켜주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전국 팔도를 누비며 수많은 팬들을 몰고다녔던 광대 달문(‘광문자전’ 등)은 18세기의 대중스타라 할 만하다. 그는 차별과 억압의 시대에 바람처럼 거침없는 삶을 살았다. 방학중(‘상전을 골려 준 방학중’ 등)은 문화인류학에서 도덕적 관습을 무시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인물을 이르는 ‘트릭스터’(trickster)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 경상북도 영덕군 강구면 하저동 출신의 하인으로 남녀 귀천 상관없이 남을 골려주고 자기 이익을 챙기는 희극적이면서도 이기적인 인물이다.

책은 특히 고전작품 캐릭터들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하면서 오늘날 대중문화 속 캐릭터들과의 접점을 찾고자 했다. 범상치 않은 힘을 발휘하는 호랑이 눈동자를 지닌 범천총(제주도 한동리 전설)은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을 그린 영화 ‘엑스맨’의 사이클롭스와 비교된다. 갖은 장애로 인해 나이 마흔이 넘도록 시집을 못간 노처녀인 갖은 병신 노처녀(‘노처녀가’)의 모습에선 드라마 주인공 김삼순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읽는다. 목화 따는 노과부(‘목화 따는 노과부와 엿장수’)는 솔직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성욕을 실현하고 행복을 쟁취한다는 점에서 영화 ‘마파도’의 다섯 할머니와 비교된다.

어느 한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 힘든 캐릭터들의 인간적 체취와 매력은 오늘날에도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우리가 몰랐던 고전 속 인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 4권. 각권 1만5000원

〈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

당금애기…덴동어미…묻혀있던 고전의 부활 (한겨레)

신화·민담 속 역동적 캐릭터 85명
백정·기생 등 ‘소수자’들의 주체적 삶
봉건적 사슬에 맞선 당찬 여성상도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전 4권)〉
서대석 엮음. 신동흔 외 85명 지음/휴머니스트, 각 권 1만5천원.


문) 우리 고전에서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 10명을 나열하시오.

답) 효녀 심청, 성춘향과 이몽룡, 흥부와 놀부,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 옹녀와 변강쇠, 홍길동과 허이녹?…???


그리 까다롭지 않은 문제 같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곧 막히고 만다. 아마도 이 분야 연구자나 입시생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비슷하지 싶다. 문제를 바꿔서, 청소년들에게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어떨까? 아마도 게임과 판타지 소설과 만화영화 속 인물들로 가득 찬 답안지를 자신 있게 내놓을 듯싶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의 인물들을 모르면 외계인 취급을 받을 것이 분명한 세대에게 우리 고전 인물들을 묻는 질문 자체가 난센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모르는 만큼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역발상을 시도한 사람들이 있다. 당대 한국 고전문학계의 대표적인 연구자 85명이 그들이다. 스승인 서대석(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후학들이 뜻을 모은 것이다. 임재해ㆍ박경신ㆍ박진태ㆍ황루시ㆍ강진옥ㆍ김종철ㆍ정출헌 교수를 비롯해 소장 연구자들, 박사급 신진 연구자들까지 망라했다.

서 교수를 비롯한 지은이들이 저마다 한 명씩, 우리 고전 속에 묻혀 있던 무려 85명의 인물을 새롭게 발굴하거나 재해석해 놓았다. 권선징악, 개과천선, 인과응보, 고진감래 등으로 상징되는 교과서식 상투적인 해석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역력하다. 그 덕분에 우리 주변이나 현대문학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 다양한 욕망과 콤플렉스와 다중성까지 지닌 복합적이고 역동적이며 입체적인 인물들이 즐비하다.

유리, 최치원, 옹녀, 박문수, 이몽룡, 황진이, 춘풍의 처, 장화와 홍련 같은 익숙한 인물들은 몇 안 된다. 석숭, 방학중, 비형, 민옹, 수명장자, 당금애기, 삼족구, 덴동어미 같은 이름들은 난생처음 듣는 듯 생경하다.

하지만 한 장만 읽어보면 이내 친숙해진다. 양이목사나 궤내깃또 같은 신화 속 인물부터 강임, 바리공주, 강감찬, 오늘이 등 무속의 신들, 얼마 전까지 탑골공원에서 구연자 김한유(금자탑)씨가 들려줘 인기를 끌었다는 ‘천하장사 대장부’ 홍대권(아래 그림) 같은 민담 주인공까지 민중들의 삶 속에서 구전으로 만들어진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고아, 장애인, 백정, 기생 같은 소수자들이 시대적 억압이나 운명의 굴레를 뚫고 주체적으로 삶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들은, 고전이 왜 끊임없이 새롭게 읽혀야 하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동적이고 용기 있게 사랑, 자유, 독립을 추구한 여성들이 수십명이나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준다. 벼슬을 사려고 재상의 첩으로 딸을 팔려는 비정한 아버지에 맞서 기생을 택하고 끝내는 사랑까지 이뤄내는 채봉, 미모ㆍ지조ㆍ문무의 능력까지 갖춰 사랑은 물론 전장에서 신출귀몰 활약해 제후에 오른 강남홍, 남장을 하고 전쟁에 나가 나라를 구한 여성 영웅 하옥주(오른쪽 그림), 관기의 숙명을 탈출해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이룬 옥소선 …, 한마디로 대장금의 원형들이 차고 넘친다.

우리 고전을 고리타분하게만 느끼는 게임세대들은 물론이고, 상상력과 콘텐츠 고갈로 목말라 하는 대중문화 창작자들에게 ‘강추’할 만한 ‘이야기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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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6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만만찮은 책이겠군요. 들어보거나 아는 이름이 절반이나 될까 싶지만 관심은 갑니다.
알라딘에서는 멜기님이 우리 고전을 소개하는 선봉 아닌가요? ^.^
수고하셨고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심술 2008-04-1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는데요. 언제 한국 들어가면 사 와야지.

마노아 2008-04-1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를 보니 확실히 흥미가 갑니다. 예전엔 산타님이 고전 소개를 꽤 해주셨는데 요샌 바빠지셔서 못하나봐요. 좀 더 들여다보러 책정보로 가봐야겠어요.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玩月長醉) 하려뇨.

- 이정보(李鼎輔, 1693~1766)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 덧 시름없을 일을 의논코저 하노라.

- 김성최(金盛最, 1645~1713)

 
   

비는 나려 꽃 적시고 술 한 잔에 울적한 마음

달 없어도 님 생각나고 벗 없으니 서러웁구나

어쩌랴 봄 타는 것에 남녀유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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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0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타는 것 남녀유별, 미혼기혼도 유별없어요!ㅎㅎ
 

다들 투표는 하셨어요? 저는 이 페이퍼 쓰고 투표하러 갈랍니다. 올해는 휴일도 별로 없는데, 투표나 자주 했으면 좋겠네. 이 페이퍼 쓰고 투표하고 나서, 밀린 책이나 실컨 읽어야겠어요.

벚꽃이 교정에 흐드러지게 잘도 폈더군요.

[문학/소설]
우영창,『하늘다리』, 문학의문학, 2008.4.

<문학의 문학>에서 제정한 제1회 문학의 문학상 수상작이다. <문학의 문학>이란 잡지는 첨 들어보는 것 같은데, 이 상의 심사위원들이 장난이 아니다. 박완서, 김병익, 황석영이 그들이다. 책 소개를 보면, 심사위원 외에도 작가가 증권사 지점장이고, 소설이 "한국문학사상 최초의 본격 증권소설"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증권소설'의 분류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1회라는 의미도 있고, 내로라하는 심사위원들이 뽑아놓은 거니까, 어느 정도 신뢰가 간다. 요즘 문학을 잘 못 읽는데, 이런 문학상 수상작들만이라도 챙겨둬야겠다. 덤으로 심사위원의 말을 옮겨 놓는다.

"<하늘다리>는 이른바 '골드 미스'의 다채로운 성 편력이 줄기를 이루지만 이 편력에는 증권회사 엘리트 직원으로서의 분방한 일상과 연결되며 겹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성과 돈이란 두 줄기 욕망이 오늘의 세태 속에서 어떻게 힘차게 요동치고 있는지 그 현장의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 묘사는 스피드하며 문체는 박력 있고 어투는 함축적이면서 그 풍경에 대한 소감은 오히려 냉철해서 '쿨'하다. 아마도 재테크의 실제 경험을 가졌음직한 작가의 눈으로 묘사된 <하늘다리>는 천박한 세계를 생생하게 드러내면서도 값싼 인문주의적 센티멘틀리즘으로 비난하지 않고, 그것의 싱싱한 힘을 보여주면서도 그 "어두운 욕망"의 세계가 지닌 비인간적인 속성을 도외시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이의 없이 합의했다." - 박완서, 김병익, 황석영

[종교/기독교]
조엘 박,『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교회 비판』, 박스북스, 2008.4.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이다. 알라딘 신간안내나 마이리스트에는 보이지 않아서 몰랐다. 조엘 박은 현직 목사다. 대신 소속이 호주쪽인듯 하다. 그래서 이 책으로 "맞아죽"지는 않을 것 같다. 알라딘의 책소개는 이렇다. "2007년 12월 출간된 『한국교회를 향해 통곡하시는 예수』의 개정판으로 한국교회에 대해 개신교 목사가 직접 비판했다. 개교회주의 및 교단우월주의, 교파. 헌금 및 술.담배의 문제, 성전건축이라는 미명으로 진행되는 교회건축문제, 잘못된 설교와 기도, 목회자와 교인의 감투의식, 기복화 된 한국교회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4달만에 개정판이 나오다니? 아마도 제목에서 그다지 주목을 이끌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이제 기도교 비판은 식상해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의 제목도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 아무튼 내용은 그간 기독교 비판에서 주로 거론되던 것들인 듯한데, 주의를 끄는 것은 저자가 "술, 마셔도 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문학/작가론]
강영주 외,『그들의 문학과 생애』(전14권), 한길사, 2008.1.

납월북 작가들의 문학과 생애를 조명한 작가론 총서다. 이런 책이 2008년 1월에 나왔는데, 나는 엊그제 봤다. 총 14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다루는 납월북 문인으로는 김기림, 김남천, 박세영, 박태원, 백석, 이기영, 이용악, 이태준, 임화, 정지용, 조명희, 최명익, 한설야, 홍명희, 모두 14명이다. 사실 해금 이후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일정부분 그들의 문학과 생애가 조명된 바 있으나, 그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깊을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평전' 형식이라는 것인데, 자칫 따분해질 수 있는 작가 연구서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에게도 친절히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성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보여진다.

[사회/정치]
주종환,『뉴라이트의 실체 그리고 한나라당』, 일빛, 2008.3.

주종환 교수의 저작 선집 1권이다. 부제가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구성'이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뉴라이트나 한나라당이 주창하는 그런 논리들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이 책이 보다 시의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은 뉴라이트계열의 교과서 포럼에서 최근 출간해 논란을 빚고 있는 대안교과서 때문이기도 하다. 그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런 근대화론이 얼마나 허구인지는 주종환의 이 책을 안 봐도 비디오이긴 하다. 주종환 교수에 대해서는 거의 잘 모르지만, 목차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대목들이 많이 눈에 띈다. 재밌겠다.

[문학/일본문학]
바쇼, 『바쇼의 하이쿠 기행』, 바다출판사, 2008.3.

1권 오타쿠로 가는 길
2권 산도화 흩날리는 삿갓은 누구인가
3권 보이는 것 모두가 꽃이요

바쇼는 일본 에도시대를 살았던 문인이다. 오늘날에는 하이쿠의 대가로 잘 알려졌다. 이 책은 바쇼의 하이쿠 기행문이다. 바쇼의 글과 그림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이쿠는 얼마전 유시화가 펴낸 하이쿠 선집을 통해 몇 번 맛을 보았다. 감흥이 남달랐기에, 이번 바쇼의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하이쿠가 주는 그 고요한 감흥을 가지고 바쇼의 하이쿠 기행에 동참해 보고 싶다. 오타쿠로 가야겠다.

[문학/소설]
김종광,『처음 연애』, 사계절출판사, 2008.2.

소설가 김종광이 "6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십대들의 첫사랑에 얽힌 시대별 이야기를 옴니버스 소설로 묶어낸 책"이다. 언제나 첫사랑은 야릇하다. 청소년들의 첫사랑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첫사랑 한 번 못 해 본 나로서는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시대별 1318 사랑의 변천사를 해학적으로 다루었다는 것이 큰 특징인데, 사회가 변하면서 아이들의 애정관이 바뀌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재미다."

[역사]
김기협,『밖에서 본 한국사』, 2008.3.

밖에서 보면 다를까?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 안에서 우리를 보아왔다. 그래서 우리 역사는 무조건 국사다. 일본역사도 국사고, 중국역사도 국사일텐데, 우리에게 우리역사만 국사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우리의 역사는 편협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밖에서, 주류 밖에서, 역사를 볼 때 시각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고저장단이 있겠지만,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숲을 보는, 세계사 속에서 한국사를 보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동아시아 연대가 이런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박노자, 한홍구, 임지현 등의 추천은 그러한 의미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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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8-04-0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첫사랑 짝사랑으로 장식하셨잖아요? 뒷날 첫사랑 남편 된 이에게 죽도록 맞기도 하고. 히히히.

순오기 2008-04-10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끌리는 책들이 많아요~ 요즘 지름신을 지그시 누르고 있는 중입니다.
사들이고 못 본 책이 너무 많아서리~~ㅎㅎ 그래도 추천은 필수!^^
 

▲ 왼쪽이 조국 교수, 오른쪽이 김상하 변호사

“밝고 명랑한 진보정당 만들겠다”
[대담 연재②] 진보신당 비례대표 김상하 변호사 vs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

진보신당 비례대표 김상하 변호사와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의 대담은 주로 ‘어떤 당이어야 하는가?’로 모아졌다. 준비된 주제는 ‘법률’에 관계된 것이었지만, 80년대 학생운동의 '동문'이자, 삶의 가장 치열했던 시기를 사회주의 노동운동가로 산 '동지'였던 두 사람은 당 운동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대담을 일관했다.

김상하 후보는 2004년 민주노동당의 국가보안법 ‘올인’을 “균형 감각을 잃은 몰입”이라 비판했고, 조국 교수는 “남쪽의 진보 사상이 김일성주의일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단언했다.

두 사람은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진보신당의 창당 배경을 다수결로 모든 것을 독점하는 조직형식주의에서 찾고, “단일한 사상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버리고, 소수에 대한 배려를 통해 반대 경우의 가능성도 살려나가야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런 취지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나 젊은 세대의 문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데로 나갔고, 김 후보는 “밝고 명랑한 문화를 가진 당을 만들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 후보는 “적어도 일본 수준인 2:1까지는 비례의석을 늘려야 한다”며 추후 정치제도 개혁에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래는 지난 28일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 서울대 법대 교수연구실에서 이루어진 김상하, 조국 대담의 발언록이다. 

                                                             * * *


조국(이하 ‘조’) - 김상하 후보와 나는 법대 1년 선후배 사이로 Fides(신뢰라는 라틴어, 서울대 법대 학회지. 편집자 주)라는 써클에서 같이 학생운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 김 후보는 학생운동의 맹장이었고, ‘왕뚝심’으로 불렸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노동운동에 투신하였다. 근래 들어 하는 일이 달라진 이후에도 서로 마음의 교류는 있었다고 본다. 이번에 후보로 나섰다니 또 다시 놀랍다.

김상하(이하 ‘김’) - 당대표들이 비례대표를 예비내각 성격으로 구성하려 했기 때문에 20~30명의 변호사 당원 중 한 명은 나와야 했다. 여러분이 고사하시는 바람에 결국 저한테까지 ‘폭탄’이 돌아왔다. 법조계 지지 세력을 모으는 데 일조하고자 마지막 번호로 달라 그랬다. 어중간한 번호보다는 꼴찌가 더 눈에 띌 것 같기도 하고(웃음).

- 진보신당에 있는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바도 있겠지만, 자신의 정치활동을 총괄하는 의미도 있지 않나?

- 그렇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인천에서 출마했던 것의 연장일 수도 있고, 분당 과정에서 진보신당이 새로운 진보, 올바른 진보의 대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사양하는 것보다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법조계 조직화 위해, 새 진보 세우기 위해 출마

- 나 스스로 국가보안법 폐지론자지만, 민노당의 ‘국가보안법 올인론’이나 ‘2중대론’처럼 국가보안법 철폐가 진보운동의 최상의 슬로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민노당이 그것에 매몰되었을 때 그보다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그 활동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나 자신 국가보안법으로 두 차례나 수형 생활을 한 피해자다. 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지켜지고 비정규직 문제 등이 제기된 상황이라면 어느 한 쪽에 몰입하기보다는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하는데, 당시에는 너무 몰입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정권 초기가 아니라 중기였기 때문에 더 이상 몰아붙이지 못해 성과를 내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

냉전과 독재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은 청산해야 하지만, 그런 과제의 크기와 중요도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 옛날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민주노동당은 PD가 만들고 전국연합이 들어오면서 민노당 내부 세력 구도가 바뀌었다. 그리고 친주사적, 민족주의적 진보정당과 대중적 기반은 취약하지만 반주사적인 진보신당으로 갈라졌다.

주사파에 대한 진보신당의 문제제기는 정당하다. 남쪽의 진보 사상이 김일성주의일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또, 진보정당이란 것과 진보적 노동운동이 구별되지 않았던 것 아닌가? 민주노총과는 당연히 결합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결합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정치적 외피에 불과했던 것 아닌가? 노동조합운동과는 별개 논리, 별개 문법의 진보정당을 결집시키고 조직화하는 데 실패한 것 아닌가?

옛 민주노동당이 정당정치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가 생각해본다. 전민항쟁이나 연합전선론 같은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단병호 의원은 민노당을 탈당하면서도 진보신당에는 합류치 않았다. 진보신당이 단 의원의 그 눈물을 닦아줄 수 있나? 대중적 기반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단병호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나?

- 상당히 어렵다. 민주노동당이 창당되면서 진보정당운동의 기반이 잡혔는데, 자주파는 조금 뒤늦게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했다. 그분들이 들어오면서 당세가 확장되고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당비대납이라거나 위장전입 같이 부르주아 정치인과 차이 없는 조직전술을 구사하면서 다수파가 됐다. 40%의 소수 의견을 배려하거나 합리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배제했다. 당을 형식화한 것이다.

정치사상적으로도 옛 NLPDR론이 현재의 남한에 현실 적합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렇게 정치노선이 빈약하다 보니 통일운동에만 매몰되는 것이다. 당대회에 참석해, 일심회 제명에 반대하는 것을 보고 법률가로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었다.

- 저도 당대회를 봤는데, 자주파 분들은 국가보안법 피해자이면 노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은 옳지 않다. 국가보안법이 악법이라는 것과 당규를 위반했다는 것을 혼동하지 않았나 싶다.

- 당규를 위반하면서 당간부 뒷조사하고 보고했다는 것은 당을 오도한 것이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탈당했어야 했다. 스스로도 안 하고, 최고위원들도 조치 취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공안세력 아니냐는 반박을 가했다. 결국 분당까지 치닫게 한 연합파가 초가삼간 다 태운 꼴이다. 정확하게는 분당을 강제한 것이다.

- 일심회를 옹호하는 분들의 멘탈리티, 그러나 공개하지 않는 생각은 북의 공작원이면 통일 사업하는 것 아니냐는 것은 아닌지? 확실히 다른 사회구성체인 두 나라를 자신의 의지로 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지?

51%로 모든 것을 다 먹는 표결 만능주의로는 정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 51%를 가진 다수파가 소수파에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는 진보신당에서도 고민해야 한다.

- 브라질노동자당을 보면 다양한 사상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낳더라. 우선 단일한 사상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버려야 한다. 진리가 51%로 확보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소수에 대한 배려를 통해 반대 경우의 가능성도 살려나가는 것에서만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것 아니겠냐. 진보신당에서는 정파들이 상호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

진리는 51%가 아니다

- 민노당 쪽에서는 ‘진보적 인텔리 정당’이라는 비판을 하던데,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 진보신당은 인텔리 정당이 아니다. 장애인이 공동대표를 한다든지 하는 예도 있고, 노회찬과 심상정이 대학을 졸업했다 할지라도 20여 년을 노동자로 활동해왔고. 금속노조, 공공노조, 사무금융노조에서는 광범위한 지지세를 얻고 있고, 울산 인천 등의 주요 공단 지역에서도 큰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 민노당 모두를 주사파라 딱지 붙이기는 곤란하다. 주사파는 아니면서도 헌신적인 분들이 많이 있는데, 진보신당은 왜 그분들 마음을 얻지 못했느냐?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

- 맞다. 소박한 마음으로 통일과 노동해방을 바라는 평당원들이 많다. 이분들도 진보신당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잘 되길 바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 되는가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과는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 김 후보가 달고 있는 진보신당의 뱃지 색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민노당이 포괄하지 못한 진보세력이 많이 있다. 예전에 민노당 간부가 “동성애는 자본주의의 퇴폐적 산물”이라 말했던데, 진보신당은 성소수자, 생태 같은 세력의 포괄에 대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 예전에 기본계급만 강조하고 그 외 사회적 약자들을 소홀히 한 것을 인정한다. 진보정당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계급 이외의 각계각층 약자를 보듬는 운동이고, 그들에게 당활동 참여의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열린정당으로 활동하겠다.

당에 참여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걸맞는 역할을 배치하지 못했다. 이런 점도 고쳐나가야 한다. 당이 사회여론을 주도할 수 있게 지식인들을 포괄해야 한다.

단병호 의원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노동에 대의원을 할당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수많은 노동분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실제로는 대상화, 소외됐었다. 본격적인 창당은 총선 후에 현장노동자들과 함께 노력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쿨’하고 현대적인 문화 가져야

- 진보란 계급적 가치를 국민적 가치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2008년 한국 현대사회에 맞는 문화를 가져야 한다. 일제시대의 민족해방문화처럼 지금에 맞는 문화. 학번 따지고 서열 따지는 전근대적 운동권 문화로는 안 된다. 요즘 말로 ‘쿨’해야 한다.

- 운동가의 엄숙주의를 가지고는 사람들과 결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다운 청년정신과 패기가 있어야 한다. 원리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듯도 하다.

지금 진보정당은 40대의 지지는 받지만, 젊은 층 지지는 못 받는다. 이 세대에게 진솔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한다. 진보신당 창당대회 때 보니 락 공연도 하고 나름 노력하더라. 문화적 계기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 학교에서 19세~23세 사람들만 만나는데, 그들은 생각이 다르다. 학생이 아니라 노동자이더라도 젊은 세대 노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노동자와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두 진보정당은 여기에 접근 못하고 있다. 두 당에는 ‘빨간 머리띠 시위’ 그런 모습만 있다.

김 후보, 춤도 배워 보시라. 노래방에서 어떤 노래 부르나? 옛날 노래만 부르지 않나. 우리들도 나훈아, 남진 노래 부르는 윗세대를 ‘꼰대’라 놀리지 않았던가. 개인주의로만 비추어지는 젊은 세대들은 커다란 고민을 안고 있다. 예전에는 대학생이 엘리트였지만, 지금은 대학 나와봐야 취직도 안 된다.

- 독일에 여행갔을 때, 락페스티벌을 하는 것을 보니 축제 중에 모여 토론도 하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소주 먹는 것밖에 없지 않나. 독일처럼 지역에서 다양한 만남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밝고 명랑한 문화를 가진 당을 만들겠다.

- 노래든 꽃꽂이든 지역에서 소모임과 생활정치를 퍼뜨려야 한다. 진보정당은 중앙정치에는 강한데, 생활정치에는 약하다. 비주얼에 강한 젊은 세대들은 딱 보면 안다. “쟤는 재미 없어”, 그런다. 386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 만약 국회에 입성한다면 어떤 분야에 힘쓰려 하는가?

비례의석, 일본 수준은 돼야

- 지금 조망하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시대 최고의 화두는 고용불안이라 본다. 대학교 졸업해도 정규직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을 고치기 위해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에 최우선하려 한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를 더 구체화해야 하고. 최근 이야기되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와 등록금 문제에도 열심히 움직이겠다.

특히 정치제도 자체에 신경 쓰고 싶다. 국회의원이 지역의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도록 하고, 국회에 다양한 계층의 이해를 반영하려면 비례의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독일처럼 1:1이 바람직하지만, 적어도 일본 수준인 2:1까지는 비례의석을 늘려야 한다.

- 2007년에 보건의료노조는 임금인상분의 1/3을 비정규직에게 돌렸다. 비정규직보다는 강자인 정규직 노조들이 법 이전에라도 이런 모범을 따라야 한다. 진보신당에서도 이런 사례를 권해야 한다.

- 비슷한 사회연대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단위 기업 안에서 비정규직을 우선하거나, 사회적 기금을 만들거나 해야 한다. 진보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안에서 더 풍요로운 사람이 덜 풍요로운 사람을 도와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 <끝>

진보신당 홈페이지 http://www.newjinb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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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홈페이지에 갔다가, 진보신당(http://www.newjinbo.org/) 비례대표 후보를 나선 김상봉 교수의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기사가 있어 옮겨 온다. 이쯤되면, 이번 총선에서 아 某 군은 진보신당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앗 이런 기사가 있었어요?'하면서 가장 관심을 표할 사람 말이다.

'현실참여' 철학자, 총선에 나서다
[인터뷰] '학벌 없는 사회' 김상봉 운영위원

학벌없는 사회 운영위원이자 전남대 철학과에 재직 중인 김상봉 교수 ⓒ 공숙영

"지금까지 철학은 세계를 해석해 오기만 했다. 문제는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낯설지 않은 문장이다. 읽고서 주먹을 불끈 쥔 청년들이 많았다. 저 문장을 쓴 철학자는 쓰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겠지만. 지난 23일 내가 만난 이 사람 역시 저 문장을 읽고서 주먹을 불끈 쥔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 이 땅에서 철학자는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 이 사람을 만나면서 새삼 다시 묻는다. 김상봉, 3년 전부터 광주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이 사람. 
 
- 전남대에서 교편을 잡으신지 이제 3년째시죠?

"네,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독일에서 칸트 철학을 연구하고 돌아온 김상봉은 1999년 해직교수가 된 후 약 6년 동안 '광야'에서 지내다가 2005년 7월 전남대 철학과에 교수 전원일치 결정으로 특채되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아마도 한국 대학사회 '초유의 일'이자, 사람이 개를 문 것과 비슷한 '대사건'"이라며 "전남대 철학과 교수님들이 보여준 애틋한 마음이 진심으로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

전남대 철학과는 2007년 봄, 교수부터 학생까지 합심해 전남대가 정몽준 의원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려는 계획을 철회하게 만들기도 했다. 

- 광주에서 청소년철학교실을 운영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곳인지 알려 주십시오.

"2006년부터 시작했어요. 중학생반과 고등학생반이 있습니다. 철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인문학적 교육을 시도하고 있는데, 저는 도우미고요. 철학과 제자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최근에 여러 학자 분들과 함께 광주 5·18항쟁을 종합적인 시각에서 연구한 책을 내셨는데요. (김상봉은 이 책에 '그들의 나라에서 우리 모두의 나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고, 이 제목은 책의 부제가 되었다.) 그 전부터 광주항쟁에 대해 철학적인 고찰을 해 오셨고요. 5·18의 독보성은 공동체의 완성을 통해 개인이 완전해진다는 데 있고, 인류가 지향할 것은 개인적 완성이 아니라 공동체적 완성이라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공동체적 완성이란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 때 공동체란 '만남'을 의미합니다. 만남이 없으면 주체성도 없습니다. 일회적 만남이 아니라 규정된 형식과 외연을 얻을 때 만남은 비로소 공동체가 됩니다. 공동체적 완성이란 만남의 온전함을 뜻해요. 만남의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거지요. 사물화된 관념으로서의 공동체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광주 항쟁에서 그런 공동체의 이상적 전범을 보았습니다."

김상봉은 '전국 철학자 앙가주망 네트워크(PEN)'라는 철학자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 모임은 작년 가을 삼성 특검법 도입 촉구 성명을 발표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이라크 파병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송두율 교수 사건 등 주요한 시국 현안이 터질 때마다 계속 목소리를 내어 왔다. 철학자들이 연대하여 앙가주망 즉 사회참여를 하는 것이 놀라울 건 없지만 우리 풍토에서 신선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전국 철학자 앙가주망 네트워크(PEN)'의 삼성 특검법 도입 촉구 성명 발표 직후 이뤄진 언론 인터뷰에서 김상봉은 강한 어조로 삼성을 비판한 바 있다. 

"삼성 족벌체제가 무너진다고 해서 삼성이 망하겠습니까. 백번 양보해 삼성이 망한다고 해서 국가경제가 무너지겠습니까. 평소엔 세계 12위 경제대국을 자랑하다가도 매번 비리 척결 얘기만 나오면 유아기로 퇴행해버립니다. 언제까지 삼성의 협박에 끌려 다닐 건가요. 인간을 억압하고 노예화시키는 것은 국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도 할 수 있고 기업도 자본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이번 총선에서도 진보신당 비례대표 출마로써 '앙가주망'을 하고 계신데요.

"국회의원 되고 싶은 마음으로 수락한 거 아닙니다. 홍세화 선생께서 권유하시기에 정 제가 필요하다면 말석의 한 자리 맡겠다고 나섰습니다. '학벌 없는 사회'의 공동대표 직을 맡아 달라고 청을 드렸을 때 홍 선생께서 흔쾌히 맡아 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랬는데 제가 홍 선생의 권유를 마다할 순 없었지요. 홍 선생께는 늘 인간적인 존경심이 있습니다. 홍 선생이 전선을 열어가는 척탄병이 되고 싶다고 언젠가 쓰신 걸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고요." 

저서 <학벌사회>를 통해 한국 사회의 학벌구조를 질타한 김상봉은 학벌구조 타파를 위한 모임 '학벌 없는 사회'를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지난 19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진보신당 비례대표 간담회에서 김상봉은 학벌차별 타파를 위해서 총선 후보들이 약력을 소개할 때 학력은 소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비례후보인 김상봉 학벌없는사회 정책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진보신당 비례후보 추천자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 진보신당 비례대표 간담회에서 함석헌 선생의 말씀을 인용해서 문둥이가 아이를 낳는 것처럼 어려운 여건에서 진보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출마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상인들은 문둥이가 뭐 하러 아이를 낳느냐고 하겠죠. 문둥이도 사람이니까 사람으로서 사랑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고 함석헌 선생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힘든 여건에 처한 진보 세력을 문둥이에 비유해 봤습니다.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을 거냐, 그럴 수는 없다는 겁니다. 다른 분들도 많이 나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무현 정권 출범 후 배달호 열사 분신 사건이 있었던 즈음(고 배달호 열사는 2003년 1월 9일 새벽 6시 30분 창원 소재 두산중공업 노동자광장에서 분신했다) 민주노동당에 가입했고 지금은 진보신당에 몸담게 되었는데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분당에 대해 제 의견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대립이 적대적 당파적 대립으로 이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피차간의 소통부재와 대안부재로 인해 빚어진 불가피한 객관적 결과라고 보입니다. 절대자본주의에 저항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아직 없습니다. 이 사회는 여전히 아래에서 통일을 과제로 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저는 종북주의자가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왜 그런 흐름이 생기는지 현상만 가지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종북주의적 흐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객관적 필연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지금은 궁극적으로 지양되어야 할 잠정적 분열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새로운 비전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피차간에 겸손이 필요하고,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식의 일방적 자기주장보다는 과연 우리가 이 시대의 어떤 비전, 어떤 자기확신을 가질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상상할 때입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이명박 정권 출범 후 크게 두 가지입장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하나는 '비관'이고, 나머지 하나는 당선되긴 했지만 그래 봤자 30% 정권에 불과하다는 '자위'입니다.(지난 대선 시 투표율은 62%, 득표율은 48.7%로서 환산해 보면 총 유권자 중 30% 가 이명박을  지지한 셈이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 근현대사를 길게 보면 30년 주기로 민중항쟁의 곡선을 그립니다. 1894년 동학, 3·1운동, 해방정국, 5·18광주민중항쟁, 거의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금은 새로운 항쟁의 시작을 위한 새로운 극복대상이 정립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새로운 국가체제와 억압기구가 정립되고 있는 겁니다. 

이명박을 보십시오. 현대건설 사장이었고 또 교회 장로입니다. 자본과 교회의 합일, 즉 신격화된 자본입니다. 자본의 마지막 단계가 이명박이라는 개인으로 생생히 구현되고 있습니다. 신격화된 자본과의 싸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5·18체제의 말기인 것입니다. 유신말기와 비슷한 때입니다." 

지난해 10월 7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문학평론가 이명원과의 인터뷰에서 김상봉은 이미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지금의 절대자본주의는 이것대로 새롭게 등장한 항쟁의 대상이다. 우리의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자기실현을 가로막는 새로운 지배자들이고, 새로운 항쟁의 대상이라고 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그런데 학자나 지식인들조차 아직도 민주화 또는 87년 체제의 망상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내가 전쟁상태 운운하면 '지금도 그 얘기하는 것이 너무 쌩뚱 맞은 얘기 아닌가. 아니면 너무 과격한 얘기 아닌가.' 이런 식으로 다들 섬뜩해하고 놀란다. 

이제는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 다소 기만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 6월 항쟁의 성과로서 우리가 누렸던 경제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그 자유로운 삶이라고 하는 것이 이대로는 오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자본의 노예다,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는 그 자본에 충실한 노예가 되도록 우리를 끊임없이 세뇌하는 학벌체제 속에서 경제적으로나 또는 정신적으로나 철저히 노예화 되어버렸다 라고 하는 걸 깨닫는 게 먼저다."

"국회의원 되고 싶은 마음으로 수락한 거 아닙니다. 홍세화 선생께서 권유하시기에 정 제가 필요하다면 말석의 한 자리 맡겠다고 나섰습니다." ⓒ 공숙영

- 국회의원 되고 싶은 마음으로 나온 거 아니라고 하셨지만 만약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시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웃음)

"현실화되기 전에 가정법으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만약 당선되면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상의해서 결정해야죠. 그들을 가르치는 책임이 저에게 있으니만큼 일차적으로 학생들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어른들을 보면 왜 자기들은 희생하지 않고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제 제가 기성세대가 되었고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 마당에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좋은 학자가 되고 싶은 한편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 하려고 합니다. 철학은 약한 자의 편에 서는 것입니다.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나서야 할 때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년학생시민노동자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이 시대의 주인이다, 나 같은 사람은 디딤돌 이상이 되기 어렵다, 그대들이 살아 나가야 할 세상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당신들의 역사를 만들기 바란다. 이렇게 말입니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분명한 어조와 논리로써 대화에 임하는 그의 진지하고 엄숙한 얼굴을 보며, 그의 어머니가 그의 얼굴을 보고 "쥐어짠 빨래, 다리지 않은 빨래"같다고 했다고 그가 어느 대담에서 말한 것이 기억났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비로소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린 다음 엷은 미소를 머금고 사진찍기에 임해 주었다.

-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질문할 게 있는데요. 철학자 김상봉 교수님 인터뷰할 거라고 했더니 며칠 전에 제가 인터뷰한 배우 김부선씨가 대마초 비범죄화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꼭 좀 질문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대마초 비범죄화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 정도는 교양입니다. 자유니 자율성이니 허울 좋은 이데올로기를 갖고서 국가가 자본의 폭력은 방임하면서 왜 개인의 취미생활에 개입하고 간섭하여 개인을 억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가가 진정 개입하여야 할 곳은 자본의 폭력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김부선이 들으면 분명 기뻐할 대답을 남기고 그는 바쁘게 거리 속으로 총총 사라졌다. 학자는 '우는 사람'이라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씨알들을 위해 대신 울 수 있는 사람이 시인이고 학자"라고, 김상봉은 자신이 그토록 존경하는 함석헌의 언어를 소개한 바 있다. 우는 사람으로 척탄병으로, 세계를 해석함과 동시에 변혁하기 위해, 여전히 주먹을 불끈 쥐고서 그는 자신이 가야 할 '철학의 길'을 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공숙영 기자는 인터뷰전문웹진 퍼슨웹(www.personweb.com)의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대학원에서 '국제법과 인권'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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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4-0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