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미래
스코트 A. 헌트 지음, 김문호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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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볍지 않은 이 책을 든 내 손이 가볍다. 아니다. 내 마음이 가벼운 것이다. '평화의 미래'라는 그 벅찬 이름만으로도 적지 않은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 20세기 최고조로 발달된 인류 문명과 과학기술이 저지른 대량학살과 인종청소 자연과 생명의 파괴를 생각할 때마다 이 책은 더욱 그 가치의 빛을 발한다.

책의 내용도 그 이름에 걸맞는 가치를 가졌다. 저자의 위험을 무릅쓴 용기있는 행동과 이 책 저술에 대한 특별한 애정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인류가 나아갈 원대한 방향을 제시함에 부족함이 없다. 현존하는 인간 정신의 고결함과 위대함을 갖춘 우리 시대의 현자들과의 만남을 위한 체계적이고도 세심한 준비와 그들이 쏟아내는 지혜의 말들이 이 책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왜 우리에게 평화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이었다. 그것은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역사가 인류에게 진정한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였으며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인간을 파괴시켰기 때문이다. 인간 삶의 진정한 행복은 선현들이 가진 위대한 지혜와 자비를 통해 정신문화의 꽃을 피워내는 것이며 그것은 폭력적인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평화란 무엇인가? 단순한 비폭력을 말함이 아니다. 그것은 내적으로는 고요함과 두려움이 없는 상태이며 전제조건으로 자비와 지혜를 필요로 한다. 외적으로는 사회적 제도적 폭력이 없으며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실현하는데 걸림이 없는 사회적 환경을 말함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평화를 우리는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는가? 그것은 우선 우리가 평화를 선택하여야 함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면적으로는 자신의 마음에 자비와 지혜를 길러내는 일일 것이고, 외면적으로는 내적 노력들이 빈부격차, 사회적 불평등의 제거, 군대 해체 등의 제도적 조건과 시스템을 만들어냄일 것이다.

평화의 미래는 가능한가? 이 책을 쥔 나의 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 손에 쥔 그 책의 제목이 다시 내 눈에 들어온다. 평화의 미래는 바로 내 손에 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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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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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의 탄생과 성장과정인 개인사를 통해 보여주는 한국사회의 가족에서의 가부장제의 성격과 그것이 사회구조로까지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너무나도 명쾌하게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느끼고 스스로 형성된 그의 실패한 삶의 모습은 바로 그를 통해 비추어본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한 그것은 우리 사회 남성들의 보편적 모습이기도 하다.

가족내에서 아버지가 보여주는 인간관계는 수직적 관계로 표출되고 그것은 가족구성원 간의 권위주의적 지배복종관계를 낳고 결국엔 가족들간의 의사소통을 단절시킨다. 물론 어머니로 표상되는 수평적 관계라고 해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의사소통관계는 다면적 얼굴을 가진 다중적 인간관계이고 이것 또한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렇게 형성된 인간관계망 속에서 나는 점점 권위주의적 정체성을 가진 아이로 성장해가고 나 역시 그렇게 단절된 의사소통의 구조 속에서 단절된 성격의 소유자로 다면적이고 가면적 인간관계의 소유자로 자라게 된다. 이러한 가족관계는 한국사회의 권력의 정점에 위치한 개발독재의 논리를 정당화시키게 된다.

그래 좋다. 이렇게 자란 내가 실패한 남자의 전형이자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 속에 자란 386세대이전의 보수세대라고 하자. 그럼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내 속에 깊이 자리잡은 동굴 속 황제를 그대로 내버려 둘것인가? 내가 아버지의 모습을 부정하면 할수록 나는 사실 더욱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왔다. 어느듯 훌쩍 자라버려 이젠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지금 나에게는 아버지에게서 보여졌던 그 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아연실색한다.

비록 한 가족사의 내부에 자리잡은 동굴 속 황제라는 괴물이 우리 사회의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하게 해명하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그런 결과에 대해 이미 자신의 견해를 다 보였다. 따라서 아직 우리 사회에 깨끗이 근절되지 못한 사회의 부조리 속엔 어쩌면 나의 정체성 과정 속에 만들어진 그래서 나의 모습 내부에서 발견되어지는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러한 의사소통구조의 단절과 권위주의를 뛰어넘기 위해서 우선 우리 내부에 존재한 동굴 속 황제 죽이기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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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답을 알고 있다 2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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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과 같은 내용을 파동에 대한 이론으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찍은 결정 사진 중 자신의 의지로 고른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여 놓았다. 즉 물의 결정을 찍는 사람의 의식에도 물의 결정은 반응할 것이라는 점과 그 결정들 중 자신이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측면이 이 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오감각과 의식을 통한 세계에 대한 인식은 아주 제한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발세포 하나에서 추출한 유전정보는 인간의 심장과 두뇌를 비롯한 신체 전체에 대한 정보를 간직하고 있듯이 우리 인간의 아주 제한적인 우주에 대한 정보 속에는 우주의 진실에 대한 정보 역시 모두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의식의 힘에 대하여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의 기도가 가지는 힘은 실로 현실세계를 바꾸어나가는 힘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자신의 물에 대한 연구욕이 물이 가진 우주의 정보를 드러내게 만들었듯이 우리가 간절한 의식으로 기도하면 그 바라는 바는 반드시 이루어짐을 알게 한다.

마지막 부분에 제시되어 있는 대체에너지원으로서의 대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현 지구의 경제가 바탕하고 있는 석유에너지를 비롯한 화석에너지의 문제점은 이미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인류의 생존마저도 위협할지도 모르는 화석에너지원이 또한 고갈되어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는 매한가지이므로 이산화탄소 발생률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줄이면서도 보다 효율적이고 고생산성의 에너지원인 대마의 미래사회의 사용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원한 답을 제시한다.

결국 인류가 당면한 여러 가지 생존의 위협과 미래의 도전으로부터 우리들을 보호하는 것 역시 그러한 인간의 기도와 간절한 의식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을 우리는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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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知의 도전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태선주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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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이미 펼쳐진 21세기의 앞날을 예측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뭔가 사회흐름에 도태되지 않고 그 흐름을 타고 살려는 사람들에게 있어 20세기가 가지는 의미는 지대하다. 지의 달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20세기의 최첨단의 지식 속에는 과거의 인류사에 있어서의 지의 축적이 총망라되어 있으며 21세기를 예측하는 열쇠가 된다고 한다. 현재는 그런 의미에서 과거와 미래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 된다.

인류역사를 하루 24시간으로 표현한다면 20세기를 하루 시간 속에 위치지운다면 23시 59분 59초 99가 된다고 한다. 정말 눈깜짝하는 것보다. 20배나 짧은 시간이 20세기의 역사이다. 하지만 그 20세기는 우리 인류의 삶의 방식과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으며 20세기적 생활방식에 의해 모든 인류의 삶이 영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의 변화속도는 너무도 빨라 우리는 앞날을 예측할 수가 없다. 좀 더 먼 미래를 볼수록 우리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불확실한 삶의 모습을 실루엣처럼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실루엣을 그릴 수 있다는 희망은 바로 20세기에 인류의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으며 현재 등장하는 최첨단의 과학연구의 성과물의 토대 위에 자리잡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21세기를 이끌어갈 선도적인 부문으로 컴퓨터산업과 바이오테크놀러지 산업을 든다. 더불어 20세기가 해결하지 못한 역사의 수수께끼를 들어 아직 과학기술이 다 해명하지 못한 세상이 거대하게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얘기한다. 이러한 변화에 의한 인간 삶의 방식의 변화속에는 여전히 인류가 고민해야할 여러 가지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을 내릴때 적어도 우리는 이러한 최첨단의 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갖추고 있어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지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비록 다카시는 일본의 지적 성장을 통한 21세기 일본의 희망을 꿈꾸고 있지만 그의 희망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의 희망일 것이다.

이 책은 두 가지의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첫째는 앞으로의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갈 최첨단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그 변화해가는 사회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전 국민적인 지식수준의 상승이 필요하며 이는 첨단분야에 대한 기초정보의 대중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21세기 과학기술이 안고 있는 윤리적 철학적 문제를 전국민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러한 과학기술과 해결되지 않은 수수께끼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현상적인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인식을 더욱 넓혀 나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자외선, 적외선으로 파악한 우주의 밑그림은 완전히 달라지고 DNA에 의한 인간의 유전정보는 인생의 각 시기에 어떻게 그 정보가 전사되고 해독되어 때에 맞는 세포분열을 이루어내는가를 보면 너무나도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것은 우리 삶이 가진 의미에 대해 또 다른 의문을 갖게 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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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의 즐거움 - 한국고전산책
정약용.박지원.강희맹 지음, 신승운.박소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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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한국 사람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외국에서 들어온 여러 가지 상품을 소비하고 여러 문화를 받아들이고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옷과 머리모양을 하고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마음만은 나름의 정체성을 만들어내지 않는가 하고 생각하려 하면 역시 그렇지 않다. 외국의 유명 소설이나 책들은 우리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반면 우리 조상들이 남긴 글들을 읽는 기회는 드물다. 또한 우리의 현대 작가들 역시 우리 조상의 정신들이나 삶의 모습을 글에서 되살리고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나는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외국인에게 소개할 수 있는 우리 조상들의 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스스로 알지 못하였고 그 글이 가진 깊은 삶에 대한 통찰을 떳떳하게 내보일 수 없었던 까닭에 이 책은 나름대로의 첨가된 애정을 갖게 하였다. 물론 담겨진 글의 문체가 간결하고 직설적인 현대적 글쓰기와 다른 점이 많아 처음에 쉽게 읽히지 않았다. 그런데다가 잘 모르는 한자어의 사용이 너무 많아 때로는 사전을 옆에 끼고서 읽어가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번거로움들은 이 책의 내용이 주는 삶의 깊고도 값진 교훈을 읽어나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대나무 피리나 사물을 통해서도 인생의 깊은 진리를 끌어내는가 하면 한낮 미물인 개나 말 등의 축생을 통해서도 사람의 인성을 닦는 교훈을 이끌어내었다. 사람들의 관습과 속세의 습속에서도 취해야 할 바와 버려야 할 악습을 구분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토록 했으며 깊은 역사를 아우르며 넘나드는 옛 선현의 지혜의 말씀에서 현실적이고 올바른 처세를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도리를 곧고 맑게 하였다.

비록 짧은 역사적 식견과 삶의 통찰 탓에 미처 그 깊은 의미를 헤아리지 못한 것들도, 현대적 국어의 문체와 많이 다른 그 낯설음으로 인한 언어적 방황도 있으나 서양의 고전 못지 않은 깊은 지혜의 글들을 접하며 우리 문화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각별한 애정이 요구되는 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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