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 황대권의 유럽 인권기행
황대권 지음 / 두레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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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편지의 저자 황대권씨가 옥중 자신의 사면을 위해 노력한 유럽의 인권단체와 그 사람들을 방문하며 경험한 일들을 적어놓은 글이다. 인권기행이라는 말을 사용하긴 했지만 자신의 옥중생활을 의미있게 보내게 해주었고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만들어주었던 고마운 사람들과의 만남의 여행기라고 하는 것이 더욱 가까울 것이다.

그러고보면 자신의 옥중생활의 인연은 끝없이 저자의 삶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이어지는가보다. 이번 기행으로 만난 많은 사람들과 얻은 많은 경험들이 자신의 옥중생활을 원인으로 이루어져왔고 앞으로 저자의 삶을 이어갈 반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엠네스티 회원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우리가 오늘 너무나도 풍족하고 자유로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누군가가 그 자유를 얻기 위해 값진 희생을 치뤘기 때문이고 아직 세계 도처에는 그 자유를 얻지 못해 핍박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대가로 그들을 돕는 것이 우리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이다라고... 한국의 민주화과정에서 별다른 몫도 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서 힘겹게 쟁취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아무런 의식도 없이 누리며 사는 우리의 하루하루를 한번쯤 반성해 볼 일이다.

그들의 자유롭고 개성을 존중하고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적 환경과 개인생활과 가정생활이 물론 우리의 인권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유럽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일회용 노예노동의 존재라든가, 인권의 문제점을 균형있게 다루지 못한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기행이 인권기행이라고 하기엔 그 의미를 다하지 못함이 있다.

하지만 이 기행을 계기로 저자가 '야생초 편지'에서 보여준 깊은 삶의 성찰과 정신적 성숙을 다시 한번 우리들에게 보여줄 것을 간절히 바래본다. 그런 면에서 다소 감동은 덜하지만 그의 길었던 옥중생활의 여로를 달래는 의미에서 애정으로 읽어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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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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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상영된 영화 매트릭스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영화애호자들에게 하나의 문화적 코드를 제공하였다. 사람들은 매트릭스를 통해 자신의 삶을 둘러보게 되었고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질문들, 진정한 자유와 선택, 행복이란 무엇인가? 가상공간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실재의 세계를 우리는 어떻게 인식하는가? 마음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하였다.

이 책은 슬로베니아의 유명한 석학인 슬라보예 지젝외 17명의 철학자들이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들이 쉽게 삶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문을 제공해준다. 매트릭스는 제작자인 워쇼스키 형제들이 어느 정도 의도한 종교적 다원주의와 동양적 세계관이라고 하는 창을 통해 매트릭스가 가진 삶의 의미추구에 대해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인간행동의 근원적인 동기는 무엇일까? 무엇이 네오를 여기로 오게 하였을까? 그것은 바로 질문들이다. 그 질문들은 우리 삶의 참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질문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실재인가? 우리가 보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맡고 듣는 오감의 활동이라면 과연 그것은 뇌가 보내는 신호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것이 실재임과 아님을 아는가? 그것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에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는 또 다른 지각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바로 '마음 속의 가시'가 필요하다. 그것은 지젝의 표현을 빌면 '어딘가에 있는 현실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왜곡하는 장애물로서의 보호막 그 자체'에 대한 지각이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의 두 갈림길로 가보자. 네오앞에는 빨간약과 파란약이 있다. 당신이라면 과연 어느 약을 손에 쥘 것인가?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실의 사막' 때문이다. 왜 진실된 현실은 황폐하고 지하수 구멍을 따라 피해다니고, 맛도 하나도 없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이 기계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는 세상인가? 그렇다면 진정한 삶의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 고통스러워도 진실된 참세상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거짓이라도 마음의 행복을 선택할 것인가? 사이퍼의 고민은 바로 우리 앞에도 놓여져 있다.

이쯤에서 매트릭스라고 하는 공간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매트릭스는 프로그램이다. 가상의 공간이면서 비현실의 세계이다. 하지만 영화속에서의 중요한 교훈과 의미, 그리고 결정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공간 역시 매트릭스다. 이 공간을 뺀다면 영화자체가 안된다. 그것은 가상공간이지만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실제로 자의식을 갖고 살아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그것은 현실세계이다. 비현실세계와 현실세계는 단절된 곳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통하는 문을 가지고 있다. 전화선처럼. 그리고 매트릭스의 세상을 구원시키고 현실세계와 회통시키는 존재가 바로 그(one)가 된다.

자신의 마음의 비밀을 아는자. 그래서 매트릭스의 공간 아닌 다른 세계를 인식한자. 그는 매트릭스속에서도 실제 현실에서도 자유롭고 경계가 없게 된다. 그러면 과연 깨달음 후 그가 가야되는 길은 무엇인가? 매트릭스를 파괴하고 인간을 구원하는 것인가? 그 매트릭스가 바로 우리 세상이라면 어쩔 것인가? 그는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야 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예전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세상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그곳에서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막을 내려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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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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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그림을 가려 12편의 작품을 모았다. 더불어 그 그림을 그렸던 화가의 생애와 삶, 그 시대를 아우르는 시대정신까지 곁들여가며 그림에 대한 재미있고도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놓아서 더욱 재미있었다. 다만 서두에서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그 마음을 쫓아 나름대로 즐기려고 여유를 가지고 그림을 대하고 읽어나가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림에 대한 안목을 별로 가지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었다. 주위에 그림그리는 벗 하나 있어 그래도 가끔 시화전이라도 할때면 들러서 그림을 열심히 둘러보곤 하였지만 즐기는 것도 최소한의 이해는 필요한 터, 늘 친구가 그린 그림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적지 않은 바이었다. 다행이 이 한국의 대표적인 명화들을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읽어내리고 나니 안목아닌 안목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

늘 위대한 화가는 한 폭의 그림 안에 자신의 사상과 삶을 담아낸다는 진리를 가지고 그림을 대하게 되면 그림을 그린 작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 우리 옛그림을 대하면서 말없이 속으로 타올랐던 감동들을 이젠 조금 선명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우리 옛 조상들은 시와 서, 삶에 늘 자연을 받아들이는 특별한 안목이 있었고, 그것은 단순히 경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기술을 뛰어넘어 깊은 인생관과 세계관을 담아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추사의 세한도에 드러난 외롭고도 추운 세월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그 추위와 풍파에도 꺽이지 않고 꿋꿋하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자신과 어려운 세월에도 불구하고 늘 자신의 모습을 변함없이 지켜주는 제자에 대한 고마움이 어떠했을까? 이인상의 설송도 또한 세상이 알아주건 말건 스스로에 대한 삶의 성실함을 강직하게 지켜내는 금강석과도 같은 곧은 마음이 살을 에이는 설한에도 아랑곳없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한없이 강직한 모습으로 추위를 버티어내는 소나무에 자신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되었을 것이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윤두서의 진산타려도에는 인생의 희노애락의 모든 경험을 관통하여 삶을 달관한 자들의 삶에서 베어나올 법한 달관과 즐김의 자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가 제일 마음에 든다.

옛 그림을 읽어낸다고 했다. 단순히 그림을 본다는 것이 아니다. 그림을 그린 자의 마음과 삶과 사상까지 읽어내어야 비로소 그 그림이 보인다는 뜻일 것이다. 그림 이면에 그들이 지향했던 삶과 애절한 마음들이 내 삶의 지향점들을 물어온다. 과연 너는 네 인생의 화선지에 어떤 삶을 화폭을 담아낼 것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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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직업들 - 세상에서 가장 별난 직업들
낸시 리카 쉬프 지음, 김정미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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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의 경우 현재 약 2만여 직종이 있다고 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산업은 분화되고 직종도 늘어나니까 후진국으로 갈수록 직장의 종류는 보다 단조로워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제대국인 미국에서는 기이하고도 별난 직업이 참 많다. 이 책은 세상에 이런 직업도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워싱턴에 있는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서 조심스럽게 공룡뼈를 털고 있는 사람 프랑크 브레이스테드는 30년이 넘게 이 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닦는 초식공룡 스테로사우루스는 1억4천5백만년 전의 동물이다. 그는 과연 1억5천만년이 지난 어느날 누군가가 자신의 뼈를 조심스럽게 청소해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책에는 여러가지 직업이 등장한다. 인형의 성형수술을 담당하는 인형 성형 닥터, 맞으면서 돈을 버는 스파링 파트너, 생산된 콘돔이 불량한지의 여부를 조사하는 콘돔테스터, 곡예사가 아무렇게나 던지는 칼을 덤덤하게 자신의 신체옆에 꽂히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칼던지기 곡예사 보조, 물이나 호수에 빠진 골프 공을 건져내는 골프공 다이버와 블랙힐즈 산허리에 있는 조지 워싱턴, 링컨, 토머스 제퍼슨,루스벨트으 거대한 두상이 풍화로 균열과 마모가 생기면 보수작업을 하는 크랙 필더에 이르기까지 65종의 별난 직종들이 있다.

그들은 과연 별난 자신의 직업에 대해 삶의 어떤 의미부여를 하며 살까? 직업에는 천직과 직업과 생업의 세가지 개념이 있는데 그들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이 일들을 해내는 것일까? 이들 직업 중 앞으로 몇십년 후에 우리 나라에도 생겨날 직업은 무엇일까? 아뭏튼 재미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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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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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명의 만화가들이 서로 다른 그림으로 우리 나라의 인권 현실에 대한 고발과 그 희망을 그려내고 있다. 논리적이고도 세세한 인권현실에 대한 글이 다 보여주지 못하는 날카로운 상징과 감동이 만화속에는 있다.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엔 빽빽이 들어찬 논리적인 책이 주는 답답함과 지루함이 아닌 그림과 짧은 글 속에 담겨진 재미가 있다.

우리 사회의 인권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주의의 과정 속에서 늘 유린되고 짓밟혀 온 성장과정을 거친다. 고질적으로 뿌리박힌 가부장제와 가정폭력 여성폭력과 가사노동의 여성부담, 빈부 격차,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사회보장제도, 노인문제와 외국인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과 그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꿈과 희망의 이야기는 과연 인간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 나라의 인권이 실현되기 위해 우리는 '십시일반'의 자세로 갈 것을 그들은 제안한다. 한 숟갈 한 숟갈이 모여 밥 한 그릇을 이루듯...내가 실천하고 네가 실천하고 또 우리가 실천하면 인권이라고 하는 따뜻한 밥 한 그릇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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