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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의 즐거움 - 한국고전산책
정약용.박지원.강희맹 지음, 신승운.박소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우리는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한국 사람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외국에서 들어온 여러 가지 상품을 소비하고 여러 문화를 받아들이고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옷과 머리모양을 하고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마음만은 나름의 정체성을 만들어내지 않는가 하고 생각하려 하면 역시 그렇지 않다. 외국의 유명 소설이나 책들은 우리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반면 우리 조상들이 남긴 글들을 읽는 기회는 드물다. 또한 우리의 현대 작가들 역시 우리 조상의 정신들이나 삶의 모습을 글에서 되살리고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나는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외국인에게 소개할 수 있는 우리 조상들의 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스스로 알지 못하였고 그 글이 가진 깊은 삶에 대한 통찰을 떳떳하게 내보일 수 없었던 까닭에 이 책은 나름대로의 첨가된 애정을 갖게 하였다. 물론 담겨진 글의 문체가 간결하고 직설적인 현대적 글쓰기와 다른 점이 많아 처음에 쉽게 읽히지 않았다. 그런데다가 잘 모르는 한자어의 사용이 너무 많아 때로는 사전을 옆에 끼고서 읽어가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번거로움들은 이 책의 내용이 주는 삶의 깊고도 값진 교훈을 읽어나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대나무 피리나 사물을 통해서도 인생의 깊은 진리를 끌어내는가 하면 한낮 미물인 개나 말 등의 축생을 통해서도 사람의 인성을 닦는 교훈을 이끌어내었다. 사람들의 관습과 속세의 습속에서도 취해야 할 바와 버려야 할 악습을 구분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토록 했으며 깊은 역사를 아우르며 넘나드는 옛 선현의 지혜의 말씀에서 현실적이고 올바른 처세를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도리를 곧고 맑게 하였다.
비록 짧은 역사적 식견과 삶의 통찰 탓에 미처 그 깊은 의미를 헤아리지 못한 것들도, 현대적 국어의 문체와 많이 다른 그 낯설음으로 인한 언어적 방황도 있으나 서양의 고전 못지 않은 깊은 지혜의 글들을 접하며 우리 문화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각별한 애정이 요구되는 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