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모험
이진경 지음 / 푸른숲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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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이라는 사람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대학 다닐 때 보았던 '사회 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이라는 책이었다. 어떻게 대학 재학생이라는 어린 나이로 이렇게 논리 정연하고 깊은 사고를 전개할 수 있었는지....그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 책은 우리 나라 학계에서 사회 구성체 논쟁을 발단시킨 책이기도 하였다.

그는 철학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철학사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을 시간과 공간을 넘은 대화와 토론의 장으로 초대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장자와 서양의 근대철학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그들에게 철학이 연구해야할 주요한 주제들에 대한 문답과 토론, 그리고 논쟁을 통하여 한 철학 사상이 가지는 의미와 장점, 문제점과 한계들을 선명하고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사유에서 주체와 객체로 분리함으로써 철학의 문제를 신에서 인간에게로 돌렸던 데카르트와 실존주의자 샤르트르의 이야기로부터 이성주의와 경험주의를 거쳐 회의주의와 현상학을 거쳐 관념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칸트로부터 헤겔과 헤겔의 절대정신을 뒤엎은 포이에르바하와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사회구조로부터 인간의 의식으로 눈을 돌린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니체에 이르기까지 그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 철학의 담론을 하나의 통사처럼 잘 엮어서 마치 잘 짜여진 하나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만들었다.

그는 한 사유체계나 사상이 가진 독단과 절대주의를 비판하고 경계하라고 하면서도 회의주의나 방향이 결여된 상대주의도 비판을 가한다. 이 모든 이론과 사상에 대해 그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하고 다시 생각하고 그리하여 한 이론과 사상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상황과 맥락에 맞는 이론들을 적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색깔로 빚어낸 이 철학의 이야기 또한 의심과 비판의 대상으로 기꺼이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그는 한가지 뼈있는 말과 함께 자신의 이 책도 발전을 위한 제물로 바친다. 그 뼈있는 말이란 단지 비판과 의심만을 위한 비판과 의심이 아닌 방향이 있는 의심, 의미있는 의심과 비판, 즉 새로운 사유와 실천을 위한 의심과 비판을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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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3
마르퀴 드 콩도르세 지음, 장세룡 옮김 / 책세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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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도르세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인간이 가진 정신적인 면의 진보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정신의 진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인간 정신의 진보는 어떤 단계에서 이루어지는가? 그는 계몽에 의한 지식의 진보를 인간 정신의 진보로 보고 있으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공교육제도와 민주주의라고 하는 정치체제를 든다.

한 사회내의 인간 대다수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을때 정신의 진보는 이루어지므로 대다수 민중의 의식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교육에 의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또한 대다수 민중들의 스스로의 인권에 대한 자각과 그들이 스스로 국가의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라고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만인의 평등과 여성의 남성과의 평등 조건도 역시 강조하고 있다.

그의 사상은 봉건제사회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혁명적인 성격과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민혁명과 시대적 배경이 갖고 있는 역사적 한계 또한 그의 사상의 한계점으로 가진다. 그것은 그가 서구에 의한 근대자본주의화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제 3세계나 후진국들이 근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인간정신의 진보라는 관점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구화와 근대화가 가지는 문제점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간 정신의 진보에 대해 내리는 교육적 측면과 민주주의적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측면은 부정할 수 없다. 그가 오늘날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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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삶과 전설 1
부사령관 마르코스 지음, 주제 사라마구 서문, 후아나 폰세 데 레온 엮음, 윤길순 옮김 / 해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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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까마득하게 채워 하늘을 뒤덮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 끊임없이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달리는 자동차들, 허위와 거짓으로 치장한 상품 광고들, 세상을 뒤흔드는 돈의 힘....그러나 과연 우리는 행복한가? 과연 나는 하루 하루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일본의 전자제품과 헐리우드의 영화와 동남아시아의 외국노동자들이 거리를 기웃거리며 기업을 중심으로 노동력과 상품과 자본이 국적의 경계를 넘어 마구 휘젓고 있는 세계화의 세상, 그 세상은 과연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해 나는 물음을 던지게 되었다. 멕시코의 역사적 사실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조직적인 반란을 접하면서.

멕시코의 남동부 산악지대에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며 자본의 횡포에 조직적인 반란을 시작한 그들의 말과 언어는 그들의 유린된 인간의 존엄과 평화와 정의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비록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 있는 나의 삶의 단면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존엄과 평화와 정의를 다시금 되묻게 되었다. 어쩌면 역사는 흐르고 흘러도 권력층에 대항하여 피지배층이 누리려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 정의라는 가치는 이다지도 얻기가 힘든 것인가? 어쩌면 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히 누려야할 정당한 민주주의는 참된 민주주의는 이리도 막막한가?

하지만 불의와 압제가 있는 곳에선 그에 대항하는 저항과 반란이 있다. 자본의 횡포와 그를 보호하는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폭력에는 그에 대항하는 원주민의 삶과 자연의 보호라는 가치와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민주주의가 있다. 더욱이 혁명군 부사령관 '마르코스'라는 인물은 토착적이고 원시적인 원주민의 투쟁형태를 최첨단의 인터넷 네트워크의 통로를 이용해 그들의 정당한 권리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인 대자연이 자본의 침투로부터 보전되어 후세에 전달될 수 있도록 헌신한다. 원주민의 정당한 권리와 마르코스의 말의 만남은 그들의 무기가 되어 거세어지는 자본과 신자유주의의 횡포에 맞서는 거대한 장벽이 되었다.

사실에 근거하고 대다수 사람들의 정당한 권리에 기초한 말은 거짓과 사기와 폭력이 대변하는 말과는 달리 내면적이고 의식적인 거대한 힘을 형성한다. 비록 그것은 물리적인 형태의 가시적인 힘은 아닐지라도 그러한 폭력적인 힘을 물리칠 거대한 잠재력이 되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내면에서 우리를 변화시키는 진정한 힘. 이미 그 힘은 멕시코의 전역으로 퍼져나가 시민들을 움직이면서 아메리카로 유럽의 여러 나라로 그리고 아시아를 거쳐 전세계로 퍼져 가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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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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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내게 한 수학도의 인생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고 내심 의문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역시 배움과 깨우침의 길은 인생 그 어느 영역에서도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3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책읽기가 보다 편안해지고 폭넓어진 한 만학도의 배움의 길에 좋은 지침이 되어주었다.

저자는 자신의 수학에 대한 능력을 평범한 사람의 것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는 학문의 길에서 만난 많은 천재들을 접하면서도 '그들은 천재이고 난 평범한 사람이니까'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는 천재들이 노력한 두배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마음의 준비를 항상 갖고 있으며, 그 의지와 끈기는 결국 여느 천재들이 받아보지 못한 수학의 노벨상인 필드상의 수상 영예를 그에게 안겨 준다. 무한 급수의 유한 급수로의 해소에 관한 연구로 2년간 매달리다 프랑스의 한 젊은 학자에 의해 좌절한 사실과 그 좌절 속에서의 자기 편견의 극복과 소박한 마음으로의 회귀, 그것은 더욱 큰 도약을 위한 반석으로 자리매김 된다.

그의 일생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내가 가장 크게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바로 소심심고(素心深考)의 미덕이다. 비록 그 자신이 인정하듯 그는 천재는 아니었지만 천재들의 천복을 능가하는 끈기와 노력과 소심심고의 미덕이 바로 우리에게 더욱 큰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그런 자세는 일상의 모든 사람과 모든 일에서(비록 그것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교훈을 가질수 있는 그의 특별한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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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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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다...쉽다...그리고 빨리 읽힌다...'이런 말이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쉽고 재미있고 빨리 읽히는 이 책이 던져주는 그 무언가는 두껍고 빽빽하게 글씨가 들어찬 책보다 결코 적지 않다. 일상적인 삶에 권태와 무료함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고 난 후의 성취감과 즐거움이 늘어지는 게으름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치즈는 우리들이 원하는 이상과 가치일 수 있으며 삶의 현실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목표이자 목적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삶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이 치즈는 여러가지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의 경험에 따라서 그리고 자신이 아는 것의 폭과 깊이에 따라 각자가 가진 고유의 치즈의 모양과 맛과 빛깔은 달라질 수 있다. 나에게서 이 치즈는 참존재이다. 현실과 물질적인 모습 이면에 존재하는 영속하며 본질적인 그 무엇...그리고 그것을 인식하고 알 수 있는 나의 마음.

따라서 이 치즈라는 삶의 목표를 찾기 위해 설정되는 미로는 그야말로 신화속에 나오는 미궁인 것이고 이는 나에게 있어 인생의 참다운 의미와 참다운 앎을 찾기 위해 떠돌아다니고 있는 내 삶인 것이다. 치즈를 찾기 위해 우선 자신의 기존 생각을 뒤엎고 비웃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듯 나에게는 나의 물질적이고 현상적인 이 세상의 절망을 희망으로 뒤집어 엎을 이면에 존재한 참 존재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허와 헴이 미로를 거쳐 치즈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변화가 필요하듯...신화속 미로를 빠져나가는데에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필요하듯.

변화는 세상의 존재법칙이듯 나의 생존법칙이다. 그것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는 의식의 변화에서부터 비롯된다. 행동으로 나아가기 전의 인식의 변화, 그것이 우리에게 요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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