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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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상영된 영화 매트릭스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영화애호자들에게 하나의 문화적 코드를 제공하였다. 사람들은 매트릭스를 통해 자신의 삶을 둘러보게 되었고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질문들, 진정한 자유와 선택, 행복이란 무엇인가? 가상공간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실재의 세계를 우리는 어떻게 인식하는가? 마음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하였다.

이 책은 슬로베니아의 유명한 석학인 슬라보예 지젝외 17명의 철학자들이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들이 쉽게 삶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문을 제공해준다. 매트릭스는 제작자인 워쇼스키 형제들이 어느 정도 의도한 종교적 다원주의와 동양적 세계관이라고 하는 창을 통해 매트릭스가 가진 삶의 의미추구에 대해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인간행동의 근원적인 동기는 무엇일까? 무엇이 네오를 여기로 오게 하였을까? 그것은 바로 질문들이다. 그 질문들은 우리 삶의 참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질문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실재인가? 우리가 보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맡고 듣는 오감의 활동이라면 과연 그것은 뇌가 보내는 신호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것이 실재임과 아님을 아는가? 그것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에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는 또 다른 지각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바로 '마음 속의 가시'가 필요하다. 그것은 지젝의 표현을 빌면 '어딘가에 있는 현실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왜곡하는 장애물로서의 보호막 그 자체'에 대한 지각이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의 두 갈림길로 가보자. 네오앞에는 빨간약과 파란약이 있다. 당신이라면 과연 어느 약을 손에 쥘 것인가?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실의 사막' 때문이다. 왜 진실된 현실은 황폐하고 지하수 구멍을 따라 피해다니고, 맛도 하나도 없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이 기계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는 세상인가? 그렇다면 진정한 삶의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 고통스러워도 진실된 참세상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거짓이라도 마음의 행복을 선택할 것인가? 사이퍼의 고민은 바로 우리 앞에도 놓여져 있다.

이쯤에서 매트릭스라고 하는 공간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매트릭스는 프로그램이다. 가상의 공간이면서 비현실의 세계이다. 하지만 영화속에서의 중요한 교훈과 의미, 그리고 결정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공간 역시 매트릭스다. 이 공간을 뺀다면 영화자체가 안된다. 그것은 가상공간이지만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실제로 자의식을 갖고 살아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그것은 현실세계이다. 비현실세계와 현실세계는 단절된 곳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통하는 문을 가지고 있다. 전화선처럼. 그리고 매트릭스의 세상을 구원시키고 현실세계와 회통시키는 존재가 바로 그(one)가 된다.

자신의 마음의 비밀을 아는자. 그래서 매트릭스의 공간 아닌 다른 세계를 인식한자. 그는 매트릭스속에서도 실제 현실에서도 자유롭고 경계가 없게 된다. 그러면 과연 깨달음 후 그가 가야되는 길은 무엇인가? 매트릭스를 파괴하고 인간을 구원하는 것인가? 그 매트릭스가 바로 우리 세상이라면 어쩔 것인가? 그는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야 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예전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세상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그곳에서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막을 내려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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