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허전하다.

무엇일까 하고 잠시 둘러본다.

서랍을 열며 나는 허전한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휴대폰...

분주하면서도 틈틈히 나는 허허로운 시간엔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서랍으로 간다.

'부재중전화'나 '문자메세지'를 기대하며 열어보곤 하던

휴대폰이 없다.

아, 어디에 두고 왔을까?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누가 내게 전화하진 않았을까?

누가 날 급히 찾진 않았을까?

이리저리 찾고 있다가 문득

마음을 바꾸어본다.

그동안 내 마음이 휴대폰에 많이 들러붙어 있었군...

늘 나도 모르게 가닿던 휴대폰에

오늘 두고 온 휴대폰에

들러붙었던 마음 이제 어디로 갔나?

원래 내게 없던 휴대폰이라 생각하니...

왠지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없던 마음 있는 물건 접하고 생기는 마음

있던 마음 사라진 물건 접하고 없어진 마음

오늘 휴대폰이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 된다.

뒷산 나무 잎에 실바람 동동

서편 하늘에 흰구름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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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4-2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도 집에다 두고 출근을 한 휴대폰에 대한 기억
깜빡잊고 사무실 책상 서랍속에 넣고 퇴근을 하는 기억.
전, 거의 일상사입니다.
흰구름 둥둥. 실바람 둥둥...좋은 봄날입니다.^^

달팽이 2005-04-29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여우님...좋은 봄날이군요...^^
 

나는 이 봄을 무심히 보내지 못할 것을 안다.

그 해 봄 이후로 늘 이맘 때면 우울증과 함께 나를 방문하는 감기는

올해도 어김없이 내 몸에 들러붙어 있다.

온 우주가 생동하는 생명의 기운으로 넘쳐나는 이 때,

그 기운에 공명하며 떨리는 기분의 상승을 갑자기 추락시키는

삶의 우울과 적요....

길을 걷다 보면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비단 나뿐이 아님을 알게 된다.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우주의 생명성이 온 천지에 진동하는 이 때

살며시 고개를 들며 나만을 봄의 우수에 젖게 하는

내 봄의 정원에 시들고 있는 한 송이 꽃....

그 꽃은 내 젊은 시절 이미 피어버린 열망의 꽃...

그 져버린 꽃이 이제는

세상에 날리는 무수한 벚꽃이 되어 진다.

그와 함께 무심치 못한 이 봄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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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전령사 벚꽃이 만발한 초장산에서

미동의 바람으로 흔들리는 무수한 꽃잎을 위에 두고

아래서 마시는 산머루주에 축복있기를....

적요를 가르고 내지르는 직박구리 울음소리가 처량한데

동무와 마주앉아 나누는 옛이야기 속에는

젊은 날의 가슴아리고 아린 사연들이 되살아난다

사랑을 잃은 슬픔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날들조차도

이 풍경아래선 아름다움으로 바뀌는데

이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 속 어느 점에 찍을고?

떨어지는 꽃잎이로다

넘어가는 술맛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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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4-13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가지에걸린초승
달내마음에걸린달
저녁어스름에걷는
홀로의길꽃내음달
내음너나사랑내음
 

생명이 그 축제를 시작한다.

비로소 봄은 온세상을 뒤덮고 숨어있던 겨울의 철새마저 이젠 모두 떠나야 한다.

생명의 비밀을 간직한 물이 나무줄기를 타고 꼭대기에서부터 잎을 피우고

이젠 그 절정의 꽃을 피워내기 시작한다.

개나리와 매화꽃이 거리에 그들의 빛깔과 향기를 드리우더니,

어느새 목련은 청초한 자태를 눈흘기듯 우리에게 뿌려대고 있다.

이젠 곧 벚꽃이 피리라,

숲에서 숲으로 전하는 나무들의 대화가 바람을 타고 벚나무에게 전달되리라.

우주와 지구의 온식물들의 소리와 마음을 담고 그 에너지를 모아서 벚꽃을 피워내리라.

벚꽃이 눈처럼 장렬하게 쏟아지는 날에

그 눈들을 맞으며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전하는 선율에 맞춰 춤을 추리라.

봄은 이렇게 설레임과 함께 점점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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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4-0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련이 피었나요? 아파트 목련 좀 확인해야겠네요^^
 

봄비 내리던 날

생명의 정령이 날개를 펴던 날

가지 위에 새싹들이 기지개를 켜는 소리

대지위로 속삭이는 빗방울의 환호성

마음의 정원에 떨어지는 빗방울 거울 속엔

기억의 보물창고에서 끄집어낸

아름다운 삶의 영상들이 비친다.

젊은 날의 가슴뜀 그 속에선

나도 떨리고 세상도 떨렸다.

나를 떨리게 했던 마음 속의 그것이

오늘 또 나를 떨리게 한다.

생명의 울림 그 우주적 공명으로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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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1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떨리게 했던 마음속의 그것......
오늘 봄비 내리는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님이 말씀하신 떨리는 그것에 마음이 떨립니다.

어둔이 2005-03-1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비란 산천에만 내리는 것이 아니고
봄비란 나무가지나 머금은 벌판에게만 내리는 비가 아니다
사람들의 머리위로 그 마음안으로
스며드는 영혼의 봄비도 있다
그것이 세월의 감동이든지 아니면
희망의 떨림이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애잔한 생명의 눈빛이든지
마음으로 보면 이 세상 사소하게 흘러보낼 것이 무엇있으랴
햇살의 빛을 머금고 따스하게
때론 눈물처럼 때론 범벅이 된 콧물처럼 웃고 내리는
봄비가 희망인 것은 또 다른 생명으로 향하는
조용한 함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봄비에 얼굴을 묻듯
봄밤의 별로 눈을 가득 채우는 사람의 그 떨림으로
여우의 울음소리이 이토록 봄에 가깝고
어둔이 길을 가는 밤길 이토록 환하게 손짓하고 있으니
아아 봄비란 단지 머리로 맞을 것이 아니고
가슴을 대면하고 맞을 일, 한겨울의 추위에 언 심장을 녹힐 일이다

낯선바람 2005-03-18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비에 이끌려 들어왔다가 발자국 남기고 갑니다. 어둔이 님이 쓰신 '이 세상 사소하게 흘려보낼 것이 무엇 있으랴'는 말이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