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과 함께 찾아오는 그대

칠흙같은 어둠 빛으로 조용히 물들이는 그대

깊은 잠 속 내가 없는 곳을 침묵으로 응시하는 그대

그대있음을 느끼는 순간 나를 느끼게 되는 그대

내가 있음의 느낌으로 온 우주를 가득메우는 그대

빛과 함께 나타나는 세상 그대

어제와 같은 세상으로 인도해준 그대

하지만 어제와는 전혀 다른 세상 펼쳐내는 그대

매순간 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그대

햇살속에서도 바람속에서도 그대를 찾는 나를 알게 해주는 그대

입으로 밥숟갈을 가져가며 오늘 하루도 나의 삶을 위해 온우주가 함께 함을 알게 하는 그대

대하는 사람마다 오고가는 대화마다 내 마음이 펼쳐낸 세상임을 알게 하는 그대

내마음 기쁠 때 세상 모든 것 기쁘고 내마음 슬플 때 세상 모든 것 슬퍼보이게 만드는 그대

강너머로 해지는 노을 아름답다고 가슴떨리는 마음 갖게 하는 그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 속에 나의 별을 찾게 만드는 그대

하루의 끝을 조용히 맞이하며 그대를 찾는 나

그대 있음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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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5-3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안에 나 있고, 그대 있음에 내가 있음을 잊지 않도록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달팽이 2005-06-0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마음 속에서 찾는 "내 안의 나, 그대 있음에 내가 있음"을 찾으세요.
아마 선생님의 능력이라면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의 수학여행과 처의 공무원교육이 동시에 끝나고 맞는 주말에 그동안 미뤄만 왔던 부모노릇 좀 하기로 했다.

우선 병원에 있는 동생을 방문하고 시윤이의 재롱을 긴긴 투병생활의 위로삼아 펼쳐놓은 뒤,

늘 처가 노래처럼 입에 붙이고 다니던 대게를 먹으로 용원으로 갔다.

가덕도로 가는 선착장뒤로 대게 직판매장이라는 푯말이 보였고,

우리는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처의 의견을 따라 수족관에서 킹크랩을 고르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사실 난 생전 처음 킹크랩을 먹어보는 것이었다. 50000원짜리 킹크랩 하나가 무지 양이 많았다.

둘이서 배부르게 먹고 나서 두껑에다 밥까지 비벼먹은 후 오후가 한참 넘은 2시쯤에야 비로소 수목원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진주가는 길 끝자락에 반성과 진성으로 가는 이정표가 나왔고, 나는 인터체인지를 지나 반성쪽으로 약 15분간 차를 몰았다. 국도를 따라 달리고 있으니 길가에 핀 온갖 꽃들이 수학여행의 꿈속으로 다시 나를 인도하는 듯했다.

드디어 수목원에 도착하고 차에서 유모차를 꺼내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우리는 시윤이의 비명소리와 함께 시작된 주말의 늦은 오후가 그동안의 부모노릇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게끔 했다.

녀석은 한 번도 안기려고 하지 않고 유모차에 오르지도 않은 채 두 시간 동안에 이곳 저곳을 기쁜 듯이 둘러보며 마구 뛰어다녔던 것이다.

이런 녀석을 집안에만 가두어 놓았으니, 그동안 어린 것이 말도 못하고 참 지루했겠구나 하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든 우리는 오늘만큼은 시윤이가 좋아하는 대로 놔두기로 했고, 수목원 문을 닫을 때까지 이곳 저곳을 보며 돌아다녔다. 염소와 타조,칠면조와 양, 솔개와 매, 독수리, 오리, 꽃사슴, 붉은 여우(아 여우는 정말 날렵하고 긴 다리를 가졌다)와 삵괭이, 오소리와 수달 부엉이를 차례차례 둘러본 후 나무와 꽃을 구경하였다.

어찌나 신나게 걸어다니던지 몇 번을 넘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재롱까지 피워가며 걸었던 오후가 버찌를 따서 먹고 내려오던 길을 마지막으로 끝나갈 무렵엔 시윤이의 눈꺼풀이 이미 무거워지고 있었다.

왠지 오늘은 내가 잠이 든 시윤이를 안고 싶었다.

그래서 처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약 3시간동안 녀석의 잠든 모습을 지켜보며 아픈 팔을 참아가며 될 수 있으면 편한 자세로 잠들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쳤다.

녀석은 자면서 때때로 "반딱 반딱"하는 잠꼬대를 했다.

불빛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잠꼬대까지 해댈 줄이야.....

황혼이 깔리는 고속도로 위엔 달리는 차 안에서 한 아이가 행복한 주말오후를 보내고 곤히 잠들어 있었고,

운전을 하는 처나 아이를 받치고 있는 나나 모처럼 행복한 주말 오후의 끝을 만끽하고 있었다.

"시윤아, 부디 행복하거라" "그리고 아빠는 공부 게을리 하지만, 너는 좀 더 부지런히 하여라."

"그래서 아빠보다 성숙한 삶을 네가 살 수 있다면 좋겠구나."

오늘의 꿈은 이렇게 또 흩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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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2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딱반딱하는 시윤이의 잠꼬대....뺨에 뽀뽀하고 싶어요^^
아, 이런 뻬빠보면 어디서 얼라 한 명 공짜로(??)델꾸와 살고 싶어진다니까요.
하늘은 무심하시지...흐흑..
그리고 여우라고 다 날렵하고 긴 다리를 가진건 아니랍니다.
제 다리하고 왜 그렇게 비교가 되는건지요...세상, 불공해요!!!^^*

글샘 2005-05-2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성에 수목원이 있었군요. 좋은 아빠 되시길... ^^
좋은 곳을 알아두고 갑니다.

달팽이 2005-05-29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님의 글과 생각은 늘 빼어난 미모를 뿜어내며 그 미모에 늘 마음뺏기며 사는 저는 세상은 역시 불공평하지만은 않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답니다.
글샘님 아직 자녀들이 초등학생정도인 것으로 짐작되는데, 한 번 시간내서 들려보시기를 권합니다.
 

신의 입김이 온도시에 뿌려졌나?

대지가 급변하는 기온에 열이 났나?

산 골짜기마다 걸린 짙은 안개가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어놓았구나.

하늘의 구름도 안개되어 강물 위로 내려앉았나?

조용한 학교로 들어서는 마음 절로 차분해지구나.

짙게 깔린 안개는 떠난 님 그리는 소쩍새의 연정인가?

고요속에 잠긴 학교는 시간마저도 멈춰버렸는데

일순간 멈춰진 시간을 깨는 소리는 무엇인가?

그 적요를 깨뜨리며 들리는 낭랑하고 또랑한 목소리를 쫓아

아이들의 교실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창가에 기대서서 먼 곳을 응시하며 노래하는 한 학생이 시야에 들어온다.

멎어버린 비를 향해 부르는 노래인가?

아직도 잠을 깨지 못한 풀잎을 깨우는 노래인가?

1학년 4반의 조정래라고 했던가?

신화창조의 "떠나는 사람을 위하여"라는 노래라지

그 아이가 내지르는 맑고 푸른 구슬 구르는 소리가

대지 위에 잠든 뭇생명의 아침을 깨우네....

이 빈 공간에 맑은 소리 깃드니

맑고 한가한 이것 외에 또 무엇을 구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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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매점을 돌아 나오는 길에서 너는 나에게 다가왔지

쭈뼛쭈뼛한 태도로 "선생님, 나 이상한 꿈 하나 꾸었는데 해몽해줄래요?"하고는

역시나 우물쭈물하고 있었지...

그때였어

네 얼굴 위로 12년전의 내 모습이 비친것이...

꽃잎이 바람에 뒹굴고 화단에 핀 지푸라기 흐느끼기 시작하던 무렵이었지.

나는 너무도 생생한 꿈을 꾸고서

꿈 이야기를 내 벗이자 선배인 그에게 얘기하고 있었지

그 때 벗의 어깨너머로 저녁의 노을이 깔리기 시작하고 한결 무거워진 공기가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지.

그는 내게 "너에게도 이제 사랑이 시작되고 있구나" 하고 해석해 주었지.

순간 나는 그 사랑은 어떤 대상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스스로의 자양분으로 자라고 있음을 깨달았어.

왜냐하면 한번도 내 스스로에 대한 사랑의 경험이 없었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하기 이전에 이미 내 스스로에 대한 욕망과 애착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알기는 어렵지 않았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사랑은 그렇게 왔더랬어...

하지만 피어보기도 전에 그 사랑의 꽃은 시들어버렸고,

그 사랑의 예언을 했던 벗과는 앞으로 영영 꿈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어버렸는데..

한 번은  벗의 집에서 그가 한때 사랑했던 여자를 보았어

유난히도 슬픈 눈을 가진 그녀는 전해에 학교 숲속 어딘가에서 목을 매었다고 했지..

그녀의 사진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젖어있음을 느낀 것은 순전히 직감이었지...

어머니를 잃고 계모의 슬하에서 아주 어린 배다른 동생을 둔 그가

빈 호주머니에 꿈과 사회적 정의를 가득 채우고 다녔던 대학생활을 마치고

비로소 삶의 행복을 찾기 시작했을 무렵

그에게 닥친 사고는

그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된 나로 하여금

그와 함께 한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는 영원한 추억 속에 유폐시켜버렸지.

오늘, 나에게 꿈을 묻는 네 얼굴에도 사랑의 꿈을 가슴에 간직한

그날의 내 모습이 있었을 줄이야...

 내 짧은 사랑과

그와 함께 한

내 깊은 추억이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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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5-1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를 뿌릴 것 같은 하늘이 괜시리 형을 생각하게 만들었던 날, 형이 살았던 그 이층집이 보고 싶어졌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보자고 했지, 형과 함께 밤을 세워가며 사랑과 진리와 참삶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며 밝아오는 새벽을 맞았던 날들을 생각했지. 근데 이게 뭐야, 내 기억 속에 형은 20대 중반의 모습에서 세월이 멈춰버렸는데, 나는 30대 중반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야, 참 세월 짖궂지 않아?
 

때로는 이해한 듯 해도

그 마음이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그 사소한 어긋남으로

우울해지는 때가 있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어긋나 떨어져가는 것을 볼 때,

나는 좀 더 마음이 투명해서 상대방 마음을 반영하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아직 아상이 거울 위에 먼지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늘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젊은 날 칼로 잘라내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했던 날,

그때 내 마음 속에 뭔가가 들어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부유하듯 떠다니는 내 마음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삶도 정처없이 떠도는 것이기는 하지만,

생기고 흩어지는 인연들이 거품같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 사라지고 생기는 거품방울 사이를 끝없이 뛰어다닌다.

새로 날아오르는 거품위에 뛰어 올라 뒤를 보면 '펑'하고 사라지고 마는 인연의 아쉬움에, 덧없는 인생살이에 머무를 수만은 없지만....

그 속에서 경험한 가슴떨리는 기억마저 잊기엔 너무 아쉬워.....

때로는 부질없는 기억의 창고를 헤집기도 한다.

오늘, 아쉬움과 미안함이 나를 가라앉게 했던 오늘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엔

벚나무 잎새 위에 앉은 벌레가 소리없이 봄을 갉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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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4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5-05-1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파란 여우님 정말 감사해요...앞으로 세상에 베풀어야 할 복빚이 생겼군요...ㅎㅎ
그리고 절에는 어머님이 가시는데 저는 초팔일날 절에 간적은 없어요. 그냥 늘 몸과 마음을 사원처럼 만들려고 한다면 세상 어디건 절 아닌 곳 없고, 만물 어느 것이든 부처님 설법 아닌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ㅎㅎ 물론 무지하긴 하지만....

파란여우 2005-05-1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렴, 전 님에게 앞으로 제 채무자가 되시도록 할 예정입니다. 무서우시죠?^^

달팽이 2005-05-15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서재를 구성하는 또 한 사람의 색채가 더욱 짙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