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은 자유를 동반할 수 없는 것일까? 한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우선을 그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어느 순간의 마음속의 작용을 거치게 되면 그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되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 그의 옷차림과 외모마저도 자신의 색깔로 꾸미려고 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의사도 묻지 않고 이상한 색깔의 옷을 사와서는 꼭 앞에서 입혀보고 혼자서 만족스러워 한다. 상대방은 싫어하든 말든...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사랑의 왜곡된 생각들이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할 때에 생긴다. 어느 순간 나의 취향이 그때문에 침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어느듯 자유에 대한 깊은 갈구가 생기기 시작하며 그 때부터 처음에는 나를 묶어주었던 상대방과의 관계가 행복에서 불행의 깊은 늪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2.

물론 때로는 인생의 시련과 사랑의 실패를 겪고난 막다른 골목길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던 때를 생각하며 참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가면 바뀔 것이라 위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사랑에 대한 욕구를 더욱 소유하려하는 방향으로의 색깔이 짙어지면 어느듯 자유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세수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던지 나의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지 또는 아이를 사랑하는 나의 노력이 부족하다든지에 대한 일장 연설을 듣고 있을 때면 나는 왜 이런 불행한 곳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3.

사랑이라는 빛깔 속에 숨어 있는 구속의 사슬을 구별해낸다는 것이 늘 쉬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당연히 이런 것 정도는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닥달을 받을 때면 대답이 곤궁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때로는 앞에서 대꾸하지 못한 불만이 속으로 누적되어 눈덩이처럼 불어갈 때가 있다. 사랑함에 대한 개념이 달라서 생기는 이런 오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서로에게 이해시키지 못할 사랑의 비뚤어진 욕망은 서로를 더욱 옭아매는 사슬일 뿐인데....

 

4.

하지만 인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오랜 대안을 모색해왔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이런 모든 애착들을 버려야만 하듯이 사랑도 버려야 한다. 그럴 때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랑이 있다면 그것은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아주는 그런 사랑일 것이다. 때로는 동성 간에 참된 우정을 나누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이성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이성으로서의 관계를 넘어서서 영혼의 동반자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한다.

 

5.

인생을 살아가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어떨까? 혹, 삶의 어떤 조건이나 나이, 연령, 성, 국적에도 관계없이 아주 오랜 시간들을 함께 공유했을 것 같은 사람, 그리고 그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어떤 자신의 욕구나 욕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떨림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그 인생의 충격으로 달라진 내 모습이 나의 과거를 충분히 흔들만한 그런 만남이라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사랑과 자유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랑, 인류의 오랜 숙명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주는 그런 만남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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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한 녀석이 옆 반에 가서 눈병을 옮아 왔는데

잠시 방치했더니...

글쎄 네 명으로 늘었다.

그래서 오늘 네 명의 학생을 일찍 주의를 준 뒤 병원으로 보내자

한 시간도 안돼서 다섯 명이 다시 눈을 비비어 벌겋게 만들어 왔다.

이놈들이 장난이냐 하고 호통치고

엉덩이 두어차례 때린 다음

어쨌거나 격리는 해야겠고

일찍 가는 것을 알고 눈병 걸릴 줄 알면서 일부러 눈을 비빈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므로

책을 들고 격리시켜 읽히기로 했다.

책 한 권씩을 들고 보건실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일과 끝날 때까지 제출해야만 하교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걸었다.

눈을 어찌나 세게 비볐던지

세 녀석은 두어 시간 지나니까 다시 원래의 눈으로 돌아왔는데

두 녀석은 아무래도 눈병에 걸린 것 같다.

기말고사가 마친 학교에 아무런 공부에 대한 의욕없는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학교,

그나마 수업이라도 좀 재미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으니...

아이들의 마음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먼 훗날 물론 이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이를 방관하자니 교실이 텅빌 것이 물보듯 뻔한 일이니...

쯧쯧, 이럴 때 그들의 마음과 등돌리어야 하는 내 마음이 조금은 아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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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0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병보다 더 무서운 마음병이 들까봐 염려하시는 울 달팽이님^^
 

구름 뒤에 숨어서 긴 휴식을 취한 햇살이

슬며시 기지개를 켠다.

아침창을 넘어서 내 낯을 간지르는 새벽공기 속에

일찍 깨어난 햇살의 마실을 느꼈다.

23일까지 비온다더니...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심심했나보다.

구름 뒤에 숨어서 무엇을 했을까?

자신의 지나온 삶들을 둘러보았을까?

기나긴 일상에 지쳐 여행을 다녀왔을까?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였을까?

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

저 햇살 한 줌 속에

하루를 담아보았으면...

내 인생을 담아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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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0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개인 마당가 풀섶에
엄지손톱만한 달팽이 한 마리
느릿느릿 걸어가고
그의 그림자 따라
햇살 한 줄기 금빛가루로 부서져 내린다.

달팽이 2005-07-0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이 오는 시간
서편에 지는 빠알간 해
북쪽의 산등성이를 물들일 때
그보다 먼저
나의 가슴 붉게 물들진저...
 

2년만에 고등학교에 갔다.

물론 작년에도 갔지만 일을 보느라 늦어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였고

뒤에 남은 몇몇의 사람들만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시간에 맞춰 갔다.

그동안 변한 사람들의 얼굴이 궁금하기도 했다.

내 본격적인 교단 생활을 시작한 그 곳,

그곳에서 처음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졌던 좋은 추억들이 아직

그 곳에서 날 기다려주고 있었다.

그 추억 속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가슴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을까?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을 대하는 순간 알게 되었다.

아, 당신들의 가슴 속 어느 모퉁이에서도 그 기억들이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고등학교 생활하면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방송부일 것이다.

아이들과의 첫 호흡,

우여곡절도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내 순수한 마음을 아이들이 이해해주길 바랬다.

그 마음의 오고감만 있다면 나머지는 그리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또 '윤혜경'학생과의 만남

요즈음은 소식이 뜸해졌지만

그래도 묵은 안부를 주고 받으며 사제간의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언제봐도 소녀같은 얼굴과 미소를 하고 날 찾을 때

난 떨렸다. 솔직히 떨렸었다.

지금은 보다 편안한 떨림으로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지만

그저 순수하고도 깨끗한 그 마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떨렸으며 행복했다.

교직에 서서 이런 보람과 행복정도는 가져도 되지 않는가?

그리고 이 두 가지 추억에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 있다.

소녀같이 맑고 깨끗한 선생님 한 분,

이 선생님과의 인연이 참 많고도 깊다.

내 첫 교단 생활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눌 수 있었고,

내 어리석은 욕심과 그릇된 판단도 늘 옆에서 지켜봐주었으니...

살다보면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는 시간들이 참으로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또 나는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지나고 나면 이렇듯 기억 한 줌으로 변하고 마는 그 날들이

그래도 가슴 속 한 모퉁이에 남아

때로는 이렇게 얼굴을 대할 수 있게 되는 날

다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그 좋은 기억들이 되살아나니

마음이란 참 신기한 마법의 샘이로구나

그렇게 좋은 기억들을 간직한 채 바라본 얼굴이

행복하지 않을 때

또는 무표정할 때

찬 바람 일어

댓잎을 스치듯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는 쓸쓸함

몸이 나이드는 것보다 마음이 먼저 나이들어 무기력해지는 것이 더욱 쓸쓸하고

서로 만나 가슴 속의 좋은 떨림을 가질 수 없는 몸의 장벽이 쓸쓸하다.

오륜대 연못 위를 바라보며 넘기는 술 잔 위로 한 줄기 바람 시원하고

연못 위에 나뭇잎 띄워 그리움의 편지를 적어 보낸다.

그 쓸쓸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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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2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혜경씨만 떨리나요?
저도 떨리시죠?^^

달팽이 2005-06-26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백하건대 떨립니다...^^

달팽이 2005-06-2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륜대젖은물가에
한마리새로날아든
가슴촉촉한이야기
가라갈테면날아서
져라질테면어둡게

- 어둔이님 -

달팽이 2005-06-2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이오는옅은소리
그위타고온그리움
내가슴속묻고지낸
너를생각케하는밤
저짙은구름뚫는맘
 

95년 3월 13일 오후 2시

그 때부터 나는 민간인 용욱에서

공군 사관후보생 94기로 예비군인이 되었던 날이다.

날 기다려주던 여자라곤 오직 어머니밖에 없이 나는

바리깡 아래로 내 서글픈 머리칼을 떨어뜨려야만 했다.

24시간을 죄어오던 그 악몽같은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내 안에서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위기에 직면하던 나의 뜻밖의 강함이었다.

그러나 그 강함의 껍데기를 벗기고 나면

나에게 주어진 110여일간의 기본군사훈련을 버티어야 한다는 운명에 대한 순응이었다.

가입교기간이 끝나고 '개새끼'에서부터 시작된 밑바닥인생에서

내가 기다리던 것은 저 앙상한 플라타너스 잎새가 우리들 머리통만 해지기만 하면

'백만광촉' 다이아몬드를 달고서 자유의 몸, 해방의 몸이 되리라던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개새끼의 인생은,

사회생활을 박사로 지내던 동기나 정부종합청사에서 전도유망한 사무관을 하던 친구나

나처럼 별볼일없이 교단이 적성에 맞지 않은 것 같아 대학원에서 유예된 인생을 즐기는 한량에게도

평등한 것이었다.

훈련이 힘든 날이면 황동인간(황토빛 진흙에 온몸을 비벼서 구릿빛 얼굴과 몸을 한 우리들을 그렇게 불렀다)의 모습을 하고서 병동에 들어오면 세면세치도 못하고 취침의 방송이 나올 때, 그것도 서럽도록 밝은 달빛이 창가에 들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시던 밤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때 소리없이 동기 하나가 주전자에 물을 받아 플라타너스 나무 앞에 서면 우리 모두 물을 받는 그 플라타너스 잎새가 빨리 빨리 자라도록 얼마나 빌었던가?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를 좋아했던 것은 순전히 사회와 가로 막힌 그곳에서의 기본군사훈련과정에서 유일하게 접할 수 있었던 사제 배급품 음악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모기들의 저녁식사', '가스 체험', '권총 사격' ,'100킬로 행군','야간지속훈련', '마지막 기지구보', '임관식'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임관식 날 사령부 본관을 지나며 받은 준위 아저씨의 우렁찬 경례소리와 함께 나는 군대생활 속으로 빨려 들어갔지....

공군대학에서의 특기교육, 훈련단에서의 교관생활, 생전 처음 내 삶에서 얻은 자유와 더불어 나는 참 많은 여행과 참 많은 삶의 고민과 참 많은 사랑의 고민을 했었지....

그리고 나의 친한 벗의 죽음도 이때였군..

그의 죽음의 소식을 듣기도 전에 장교숙소에서 자면서 그가 찾아왔던 꿈...

나를 껴안고 "보고 싶었어, 정말..."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군..."

"같이 갈래?"

난 물론 그를 뿌리치고 문을 힘차게 열었고

그런 내 몸 위로 무수한 빛이 쏟아졌지....

잠은 깨었고,

이른 새벽 나는 온 몸이 젖어 있었지...

숙소엔 룸메이트는 없었고

여명의 옅은 빛이 창을 뚫고 스며들고 있었지...

아픔은 아픔대로 나를 지나가고 기쁨은 기쁨대로 나를 지나갔지

그러는 동안 나는 성숙했지.

그 모든 일들이 나를 더욱 성숙시켰어..

물론 지금은 그 시절을 또 이렇게 추억도 하지만,

전방에서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나니 마음이 않좋아.

그래도 나에겐 이젠 아름다운 기억으로밖에 남지 않은 군대생활인데...

그들에겐 삶의 씻을 수 없는 비극이 되어버린 것이...

그 삶을 그들이 어떻게 수용해내어야 할 것인지가 남은 그들의 몫이겠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아픈 마음은 변하지 않을거야.

잊혀지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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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2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인 자나, 죽은 자나 모두 안타깝습니다.
가슴이 콱콱 막혀와요

달팽이 2005-06-2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에 돌고 도는 '화'가 때로는 제 인연을 찾아서 눈을 번뜩입니다.
우리 마음 속에 묻어둔 '화'는 없는지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때로는 그 화 아래에 있는 삶의 상처, 영혼의 상처까지 보아내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슈타이너는 그래서 아이의 영혼을 치유하는 교육이야말로 참다운 교육이라고 했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데
마음 공부는 그것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선은 자신을 바로 보기 위한 것이지만 말입니다.

달팽이 2005-06-2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내가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또 하나가 이 때에 형성된 것이군...^^ 플라타너스 잎새가 무럭무럭 자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