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덮은 짙은 구름 걷히니

산빛도 가지가지이며

새들도 경쾌하게 웃는다.

강가에 비쳐드는 따사로운 햇살은

물결 위에 반짝이는 금빛모래 뿌린 듯 흘러가고

기러기 몇 마리 파란 하늘을 가르고 날아간다.

학교로 올라오는 길가에는

어디에서 오는지도 모를 시원한 바람에

목련은 춤추고 벚나무도 몸을 흔드는데....

꽃은 떨어져도 봄의 정취는 남아 있음이라.

보다 투명해진 공기가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고 어머니의 사랑을 풀잎 위에 뿌려댈 때,

풀잎은 저리도 행복한 푸른 빛깔을 띠고 있을 줄이야...

비 개인 아침...

마음 따라 개인 아침...

해금 소리 투명한 가슴에 잦아들고

마음에서 번져가는 선율따라

세상도 춤을 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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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09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해금소리 투명한 선율같은 햇살이 온 천지에 오래 남아 있기를...

달팽이 2005-05-09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가 보는 하늘을 그대도 보는가? 내가 숨쉬는 공기, 먼 곳에서 그대도 숨쉬는가? 내 마음에 번져가는 선율이 그대 가슴에도 아스라히 번지는가?
 

인생은 깨어진 꿈의 조각을 끼워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퍼즐게임이다.

결코 끼워 맞추어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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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둘째 날,

어제 우리가 진우도와 가덕도를 갔으니

오늘 오륙도 등대섬을 밟음으로써

3도 답사가 되는 것이다.

부족한 수면과 차가운 맥주로 엉망이 되어 일어난 오늘 아침 내 몸의 상태는

말 그대로 종합병원이었다.

시험이 끝난 뒤 병원들러 일찍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미리 잡혀진 약속을 어길 수도 없었다.

등대섬에 발을 내린 후 계단을 따라 돌아간 바다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가마우지섬이 우릴 맞이하였다.

자릴 잡고 53도의 고량주를 두 잔 넘기고나서

경치좋은 곳에 자릴 잡고 누웠다.

아, 그런데

나는 처음 보았다.

물결이 살아서

숨쉬며 출렁거리는 것을...

바다는 지구의 온 대양을 뒤덮고 있는

하나의 생명이었던 것이다.

파도 위에 일렁이는 작은 거품 하나도

그 바다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 바다가 누워있는 등대섬을

자꾸만 밀어내고 있다.

나에게 말한다.

나는 여기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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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다시 찾은 진우도...

아직 띠풀은 다자라지 않았지만

선착장에서부터 우리를 반기는 두 마리의 큼지막한 개와

산책길 입구에 피어난 파란색 갯완두꽃의 인사...

이어진 소나무길 사이로 펼쳐진 풍경위로 3년전의 풍경이 오버랩된다...

더욱 넓어진 산책로와 비온 뒤의 질퍽할거라 예상했던 기대와는 반대로 잘 말라있었던 바닥의 감촉은 우주가 우리에게 베푼 선물이었다.

선두에 서서 걷고 싶었던 이유는 아무도 발길닿지 않은 무인도에 첫 발걸음을 내린 그 기분을 한껏 느끼고 싶었던 것 때문이다. 강쌤이 진우도에서 첫 자리를 시종일관 놓치지 않은 이유도 그것이었지 싶다.(흥, 혼자만 다가지게 놔둘 순 없지....)

시야 가득히 채운 갯풀과 갈대들이 햇살받고 몸을 풀고 바람맞아 몸을 흔들때...

아! 그 때 난 그 속으로 드러누워 파란 하늘을 쳐다보고 싶었다.

그 속에 누워 눈을 감고 나는 떠다니는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하늘이 되고 싶었다.

황량하고 쓸쓸한 그 곳에서 가덕도의 연대봉으로 넘어가는 장엄한 태양을 맞이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답사는 우리가 가이드의 입장에서 온 것이니...어쩔 수 없었다.

길이 끝난 곳에 펼쳐진 은빛 모래, 금빛 물결을 따라 신발을 벗었다.

발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모래의 부드럽고 미세한 감촉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제부터 세속의 나이는 필요없다.

아니, 진우도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잊어버렸다.

역시 그랬다.

가장 연로하신 두 선생님의 발걸음과 얼굴 표정엔 초등학생 아이보다도 천진난만한 웃음기가 흐르기 시작하였고, 되도록 해변에 가까이 붙어 호기심어린 눈으로 이것저것을 둘러보며 걷는 모습 속엔 어릴 적 하늘 높이 날려 보냈던 풍선의 꿈이 있었다.

늘 해변 끝에 다다르기 전부터 나를 괴롭히던 생리적인 문제가 오늘도 어김없이 아랫배에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막걸리를 좀 많이 마셨다) 음, 아까 강쌤과 함께 할 것을...어쩔 수 없이 나는 일행 뒤로 쳐져야만 했다.

노을이 서서히 지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가덕도의 눌차항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항구에 이어지는 예쁜 다리 너머로 소담하지만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은 가구가 닥지닥지 붙어있는 작은 항구마을에 드는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좋은 사람들과 어깨 끝이 살짝 스쳐가듯 마주치는 마음의 스쳐감이 또한 노을만큼의 아름다움이었으리라.

젊은 시절 이런 마을의 어느 작은 교정에서 살아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될 것 같다.

화려하진 않지만 작은 집 하나하나마다 정성들여 만든 분재가 집의 멋을 한차원 고양시키고 있었다.

이런 곳에 방 하나 빌려 방학 때 책보따리 싸들고 들어와 달빛 창에 드는 밤이면 책 덮어두고 벗과 함께 술 한잔 하며 안빈낙도의 삶을 살아봤으면....

눌차항을 떠나는 배위에서 고양된 마음을 한껏 담은 선생님들의 얼굴도 얼굴이지만,

석양속으로 자꾸만 멀어져만 가는 눌차항을 가슴에 깊이 담아두고 싶었다.

오늘 함께 한 이 모든 이의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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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로 향하는 길의 변화는 내 인생의 변화와 함께 했다.

초등학교 때 지팡이를 짚고 아직 세월의 때가 많이 끼지 않았던 아버지와 함께 동행할 때에는 솟아오른 논둑길을 따라 유채꽃이며 제비꽃, 쑥이며 고들빼기 등 온갖 야생초가 어우러진 동화같은 길이 아니었던가?

옆으로는 호수로 이어지는 물줄기가 갈수록 폭과 깊이를 더해가며 우리를 따라 오고 있었고,

냇가에는 바지를 걷어붙이고 고기를 잡는 아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곤 하였는데... 

이제 그 길은 사라지고 없다.

아래길에는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길을 넓혀 놓은 곳에 오늘은 또 아스팔트가 깔리고 있었다.

오른쪽에 호수와 왼쪽에는 넓게 펼쳐진 논을 두고 예쁘고 길다랗게 펼쳐진 길을 따라 걸으며 나는 고향에 대한 꿈을 얼마나 꾸었던가?

어릴 때 육촌 또래를 따라 소풀을 먹이러 왔다가 노을이 지는 둑길을 따라 흙투성이 모습을 하고서 집으로 향하던 풍경은 또 얼마나 또렷했던가?

할머니가 시내에서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빈집에 홀로 남아 산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옷장 속에서 나는 또 얼마나 두려움과 공포에 떨었던가?

내 어깨만큼 자라고 있던 소나무들이 어느덧 돌을 던져야만 다다를 수 있는 높이로 자랐고, 손을 뻗어 잎을 따곤 했던 그 나무는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성장을 멈추어버렸는데....

내 손을 이끌고 장에 다니시던 할머니는 여기에 누워 있고, 나를 닮은 아들녀석이 이제 갸우뚱 갸우뚱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데...

아 아! 인생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 눈앞에서 철봉에 매달리던 아버지는 냉면에 든 고기가 질기다고 꺼내어 놓으시고...

담 옆에 키크게 자란 감나무에 올라갔던 소년은 이제 쓸쓸한 눈길로 썩어가는 고목을 지켜보아야 하는데...

인생에서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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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0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없이 살고 싶습니다.
파란 하늘처럼, 구름처럼, 마당가 은행나무처럼.......

달팽이 2005-05-0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그리고 무엇이 삶의 참된 의미인지 알고도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