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모처럼 초저녁부터 자리에 누워서 마음을 마냥 놓고서 잠을 잤다.
잠은 잠시동안 내 몸을 들락날락하다가 어느샌가 내 영혼을 몸에서 빼내어버렸고,
영혼을 잃은 나의 몸은 송장처럼 내버려졌다.
얼마쯤 잤을까
누군가가 자꾸만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에 잠을 깼다.
꿈 속 어느 깊은 산 속에서 홀로 걸으며 온갖 풀과 꽃을 구경하던 나의 영혼은 바삐 나의 몸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아들녀석이 발을 내 옆구리 쪽으로 하고 누워
자꾸만 발길질을 해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자는 모습이 귀여워 몸을 조심스레 바꾸어 눕히고
다시 숲속길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오락가락하는 마음으로 숲을 찾아 헤맬무렵
다시 나의 옆구리는 방망이질로 인해 숨쉬기가 가빠졌고
그런 와중에도 나를 홀리는 잠은 현란했다.
아이의 발을 비몽사몽으로 밀쳐내며
침대에 오른 것을 후회했다.
그냥 여느 때와 같이 방구석에서 혼자 잤으면 아무일 없었을 텐데...쯧쯧..
꿈 속에선 자꾸만 날 쫓아다니던 새끼 소 한마리를 피하느라 분주했다.
새벽에 깬 잠에 목이 말라 물한컵 마시고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니 5시 20분에 밤늦게 모르는 부재중전화1통.
아들녀석 얼굴보니 쌔근쌔근 잘도 자는구나.
이에 한밤의 괴로움도 한바탕 웃음으로 바뀌고...
마음이야 꿈 속에서 쫓겼어도
몸은 개운했다.
비를 뿌릴 것 같은 주말 아침...
마음은 선명함을 쫓아 어디론가 가고 있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마음으로 글공부나 하며 주말을 보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