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봄을 무심히 보내지 못할 것을 안다.
그 해 봄 이후로 늘 이맘 때면 우울증과 함께 나를 방문하는 감기는
올해도 어김없이 내 몸에 들러붙어 있다.
온 우주가 생동하는 생명의 기운으로 넘쳐나는 이 때,
그 기운에 공명하며 떨리는 기분의 상승을 갑자기 추락시키는
삶의 우울과 적요....
길을 걷다 보면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비단 나뿐이 아님을 알게 된다.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우주의 생명성이 온 천지에 진동하는 이 때
살며시 고개를 들며 나만을 봄의 우수에 젖게 하는
내 봄의 정원에 시들고 있는 한 송이 꽃....
그 꽃은 내 젊은 시절 이미 피어버린 열망의 꽃...
그 져버린 꽃이 이제는
세상에 날리는 무수한 벚꽃이 되어 진다.
그와 함께 무심치 못한 이 봄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