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신히 대학에 갔지만 넉넉한 형편은 아니어서 언제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과외 아니면 논술 첨삭 같은 비교적 편한 일이었지만, 거의 쉬지 않았으므로 몸이 고된 날이 많았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이 한달에 30만원 남짓. IMF 때라 그나마 일거리가 있는 데 감사해야 했는데, 부잣집 딸들이 많은 학교에서 같은 과 애들이 "야 너 옷 예쁘다 어디서 샀어?" "학교 앞에서 30만원 주고 맞췄어." "와, 너 돈이 어디 있어서?" "엄마 카드 슬쩍 했지, 깔깔" 하는 소리를 들으면 주눅이 들었다. (대학 때 친구중에 아직도 만나는 애들은 한 명도 없다.) 아직도 나한테는 "큰돈"의 첫 단위가 30만원이다.

 

늦은 밤까지 종로 3가에서 두 탕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버스가 광화문 앞에서 유턴해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날 때, 이제 막 공연을 보고 나온 사람들이 환희에 찬 얼굴로 쏟아져 나오는 걸 보기도 했다. 그리고 버스 맨뒷자리에 앉아서 나는 왠지 서러워 찔끔찔끔 울었다. 취직하면 나 공연은 실컷 볼 거야. 그때 그런 결심을 했다. 비록 취직한 다음에도 한동안 넉넉하지 못해 원을 다 풀진 못했지만, 지금도 비싼 공연을 볼 때면 그때의 내가 떠올라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

 

 

 

 

 

 

지난 금요일엔 기돈 크레머 할아버지와 그의 젊은 친구들의 연주회에 갔다. 음반으로 만나면서 꽤 오래 팬심을 키워왔던 터라, 크으은맘 먹고 두번째로 비싼 자리를 골랐다. 60년동안 바이올린과 한몸이 되어 산 거장의 연주는 꽉 막힌 내 귀에도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연주를 쉬는 동안에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순간에도 청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긴장된 적막을 찢으며 예민한 음을 짚어내는 결단력. 얼굴이 벌게지도록 온몸을 사용해 연주하는 집중력.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립박수를 했다. (아, 이럴 때 기립박수를 하는 거구나!) 그런데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얼핏 들으니, 서구 어딘가에서는 수입이 얼만지가 아니라 "스스로 즐기는 운동이 있는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는지, 나만의 요리가 있는지, 공적인 집회에 의연히 참가하는지" 등으로 스스로 중산층인지 여부를 따진다고 한다. 나는 악기를 다룰 줄 모르지만, 이만하면 중산층인 것 같다. 기돈 크레머 할아버지의 연주를 찾아가고, 기립박수를 했다. 늦은밤 53번 버스 맨뒷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훌쩍이는 스무살이던 내가.

 

*

 

 

 

(▲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라고, 어린이들이 먼저 와서 인사했다지. 너네 이 할아버지가 누군지는 아는 거냐!)

 

오늘은 문재인 펀드가 개시된 날이다. 나는 추천인 란에 노무현이라 썼다 지우고 문재인이라고 적었다. 그를 보고 하는 투자니까. 금액을 고민하다가 나의 대학시절 한달 수입을 써 냈다. 중산층임을 자처하면서 지금 한달 월급을 내지는 못하는 내가 부끄럽지만, 한때는 지금의 한달 월급보다 더더 절실했던 "큰돈"을 그에게 보냈다. 앞으로도 내가 계속 중산층으로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쨌든 우리는 당신을 잃지 않을 거예요, 속으로 그렇게 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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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10-2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눈물이 핑 -. ..

매달 월급에서 얼마씩 여행자금을 모으고 있어요. 그리고 매년 여행을 다녀요. 가까운 곳도 가고 먼 곳도 가고.. 지금 만큼만 행복하면 좋겠어요. 이것도 욕심일까요?

네꼬 2012-10-22 13: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레와님, 우리가 뭐 큰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ㅠㅠ 욕심 아니에요. 우리, 계속 그렇게 살 수 있도록 같이 힘을 모아 보아요.

웽스북스 2012-10-2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뭉클하네요.
국민에게만 빚을 지겠다는 말이 좋았어요. 공지 뜬 것은 봤는데 오늘 시작했군요. 나도 할래요. 저는 네꼬님만큼도 못하겠지만. 추천인에는 네꼬님 이름 써야겠어요.

웽스북스 2012-10-22 13:28   좋아요 0 | URL
아. 접속이 안되네요. 이거 좋은 일인거겠죠? 설마 누군가의 방해? 아니겠지. 아닐거야~ ㅠㅠ

네꼬 2012-10-22 13:30   좋아요 0 | URL
웬디님. ㅠㅠ 응 난 아침에 컴퓨터 켜자마자 했는데도 접속이 쫌 오래 걸리더라고요. (하지만 이거 방해 아닐까 의심하는 그 맘 알겠음 ㅎㅎ)

예전에 노무현이 "빚을 진 게 국민뿐이므로 무서운 것도 국민뿐이다"라고 했었죠. 나는 오늘부로 채권자! 웬디님도! 으하하.

다락방 2012-10-22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여자사람이에요!

네꼬 2012-10-23 13:05   좋아요 0 | URL
고양이가 아니고? =_= 한 가지만 딱 골라 얘기하자면, 어린 다락님은 내가 아는 가장 요염한 어린이. ㅎㅎㅎ

hnine 2012-10-22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광화문 지나 유턴 해서 세종문화회관 지나는 53번 버스 많이 타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그거 타고 새벽에 학원도 다니고...

기돈 크레머, 서울에선 이미 공연했군요. 여기 대전에서도 한다고 광고하는것 어제 봤어요.

네꼬 2012-10-23 13:13   좋아요 0 | URL
나인님, 53번 버스를 아시는군요! 저도 그랬어요.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가고... 저는 고양시 공연을 봤어요. 대전에서도 한다고 하던데.. 나인님 대전이시구나!

라로 2012-10-2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눈물이 핑 도네요. 요즘 제 사는 모습을 돌아보게도 하고!!
멋진 분!!

네꼬 2012-10-23 13:14   좋아요 0 | URL
나비님이 멋진 분. 댓글 보니까 저도 제 사는 모습 되돌아보게... 되어서 슬프군요! ㅠㅠ

LAYLA 2012-10-2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을 번다는 게 감동적인 일이란 걸 다시 생각하게 하는 페이퍼네요.

네꼬 2012-10-23 13:15   좋아요 0 | URL
LAYLA님 돈을 본다는 게 참 어렵고 좋고 감사한 일이에요. 일하고 돈 받고 그걸로 하고 싶은 걸 하는 단순한 삶이 오래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봤어요.

M의서재 2012-10-2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감동받았어요.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좋은 페이퍼 감사해요~

네꼬 2012-10-23 13:16   좋아요 0 | URL
불량주부님 반갑습니다. 가끔 서재 훔쳐 보고 있어요. (^^) 저야말로 감사해요. (전혀 안 불량해 보이시던데...)

소영 2012-10-2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네꼬님(이라고 불러야지ㅋㅋ) 저도 중산층 인증하며 펀드 출자 했어요! 으하하
근데 글이 막 감동이야 므앙

네꼬 2012-10-23 13:16   좋아요 0 | URL
깜짝이야 소영님. ㅎ 가서 봤어요, 저도. 예쁜 순남이랑 귀요미 남편님이랑 다 너무 좋아요, 나는.

세실 2012-10-2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네꼬님^*^
네꼬님의 글에는 향기가 나요....

네꼬 2012-10-23 13:17   좋아요 0 | URL
세실님, 요새 바쁘시던데. ㅎㅎ (훔쳐보는 네꼬. 제 냄새가 거기까지...?)

프레이야 2012-10-22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냥한 네꼬님 찡긋~
돈도 있을 땐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게되는 것 같아요.
없어봐야 소중한 걸 알게되고요.^^
네꼬님이 잃지 않겠다는 그분, 저도 잃고 싶지 않네요.

네꼬 2012-10-23 13:18   좋아요 0 | URL
돈도 사람도, 있을 때 잘해야 되는 것 같아요. (뭐래니.)
우리 같이 서로를 지켜주어요. 모두모두 서로서로의 울타리.

저.. 저도 찡긋! (꺅.)

마노아 2012-10-2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눈물이 찔끔, 감동 주르륵이에요. 이 멋진 사람을 내가 알고 있어 더불어 행복해지네요.

네꼬 2012-10-23 13:19   좋아요 0 | URL
아유 참 눈물 많은 마노아님, 이리 오세요. 흥! 코 풀고.

2012-10-22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멋지십니다. ㅠ.ㅜ

네꼬 2012-10-23 13:19   좋아요 0 | URL
횽님(?) 감사합니다만 네, 오해십니다;;;

휘모리 2012-10-23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성인이 되고나서 늘 한분에게만 투표해왔던지라 이번엔 어째야할지 모르겠는 상태예요..
네꼬님 저는 종로에서 차비구걸도 해봤어요 ㅎㅎㅎ
네일케어 받고 왔다던 동기녀석한테 얼마나 졸리던지.. 학생 식당에 공사하는 아저씨들이 같이 식사하는 동기들에게 말한마디 못뱉고 속으로만 삭히던 그때가 저도 문뜩 생각나네요.

네꼬 2012-10-23 13:22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반가워요. 그래요, 휘모리님은 한분이었겠죠! 차비.. 므앙. 미녀에게 너무 안 어울리잖아요. ㅜㅜ 맞아요, 똑같이 과외를 해도 저처럼 절박하지 않은 애들 앞에선 엄청 주눅 들고 그랬어요. 차 가지고 다니는 애들도 그렇고. 그런 애들은 피부도 하얗더라. -_- 우린 우리끼리 친하게 지냅시다. (엉?)

휘모리 2012-10-23 13: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흑흑 말도 안되게 써놔서 수정 ㅋㄷㅋㄷ
우리는 친하다고 믿고 있어요 암!

치니 2012-10-2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님은 참, 이러면서 왜 책을 안 내시는지! 빨랑 동화를 써 봐요 ~
대학 시절 친구들 중, 저도 만나는 친구가 없어요. 친구란 결국, 관심사가 같아야 오래 가나 봐요.
돈을 귀중하게 벌고 귀중하게 쓰고 싶은데, 잘 못하고 있네요. 반성 반성.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꼬 2012-10-24 23:11   좋아요 0 | URL
엉터리 치니님, 내가 옛날 생각하는 거랑 책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것도 동화라니. ㅎㅎ 하여간.

친구 사이에 추억보다 중요한 게 사실은 관심사인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오래 사귄 친구가 장떙이게? 저는 요즘 "내 월급의 대가는 내 일이 아니라 내 스트레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니까 반성하지 마세요. ㅠㅠ

2012-10-23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4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2-10-2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다 싫을까요. 특히 빨간정당후보님이 도드라지게 싫긴하지만...

네꼬 2012-10-24 23:18   좋아요 0 | URL
메피님 오래간만이에요. 저는 박근혜만 싫어요. 저로선 나란히 놓을 수가 당연히 없음. 저는 기쁘게 힘차게 마음을 잡았지요.

도우너 2012-10-2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세상에, 아까 문펀드에 갔는데 경기 서울 지역은 3시 이후에 접속했으면 좋겠다잖아요? 그래서 기다리는 김에 소영님 블로그에 들어갔는데 지난글 중에 문펀드 얘기가 있지뭐양. 근데 또 네꼬님 얘길 하기에 요기 서재에 들어왔더니 요기도 문펀드 얘기. 그러니까 소영님의 네꼬님 글도 문펀드 글이었구나.. 으아 난 문펀드 들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의 소용돌이인가봐요.

네꼬 2012-10-24 23:20   좋아요 0 | URL
도우너님 도우너님 도우너님아. 당신은 벗어날 수 없다... 여기는 펀드의 늪이다... 당신은 어디를 가도 펀드로 오게 되어 있다... 있다... 있다.... 여기는 펀드다... 도우너는 돈을 낸다... 낸다... 낸다....

(와락!) 그래서 접속했어요? 나는 월요일 아침 일찌감치 성공했지롱!

도우너 2012-10-2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시 그분을 방문했을 땐 이미 200억 마감 ㅠㅠ 문님에게 서운했다는... 3시에 오라며~ 말 잘듣고 3시 넘어서 왔는데 왜 마감이야 왜 나만 빼놓고 왜왜왜! 얌전히 2차분을 기다리겠어요. (누굴 탓해...역시 사람은 부지런해야... ㅜㅠ총총)

네꼬 2012-10-25 17:5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도우너씨 고생했네! 그래요 2차를 기다립시다. 우와, 우리 돈 많다!

모모 2012-10-2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네꼬님~나쓰메 소세키 팬이신가 하고 들렀다가 글 읽고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힘있는 중산층이십니다~

네꼬 2012-10-29 09:31   좋아요 0 | URL
모모님 안녕하세요? 나쓰메 소세키도 네 조금은 좋아하지요. (조금 좋아하는 이유는 조금만 읽었기 때문이에요.) 힘이 있거나 제대로 중산층이거나 둘 중 하나만 돼도 좋겠네요! ㅠㅠ 감사합니다. (왜 눈물이..)

에세르 2012-10-2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읽어보는 아주 가슴 뭉클한 글입니다.
짧은 이 글만으로 즐겨찾는 서재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고생하던 기억과 현재의 네꼬님이 연결되어 감동 받았네요.추천!

p.s. 저는 (아래의) 하리보 젤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눠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색깔(맛)이 다르더라구요. 곰의 얼굴부분부터 먹으면 조금 잔인한 느낌이 들지요..ㅋㅋ

네꼬 2012-11-02 11:06   좋아요 0 | URL
에세르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빨간 발 너무 예쁘시네요!!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쑥스럽...)

저 하리보는 아주 조그만 하리보라 먹을 땐 한 마리를 한번에.. (엉?) 네 그런 것입니다. ㅎㅎㅎ 고 조그만 곰이 사과맛 딸기맛 나는 것이 참 신기하지요. (저는 딸기맛.)
 

우리 형부는 산본시장의 채소가게 사장님. 여고시절부터 '아놀드 슈워제네거'(터미네이터)를 이상형으로 꼽았던 언니는 처음 형부를 내게 소개할 때 "정확히 내 이상형"이라 했다. 그럴 만하게 형부는 몸이 커서 내 친구들 사이엔 "네꼬 형부는 덩치가 산만해"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결혼식 때 우리 형부를 처음 본 친구들은 입을 모아 "강호동 같다"라고 했다. "형부"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어떤 전형적인 인상이라는 평도 있었다.) 요즘 배가 나와서 딸들의 엄청난 구박을 받고 있지만, 딸들을 거의 집어삼킬 듯 예뻐하는 형부는 웃기만 한다.

 

매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가락동에 가서 물건을 떼 오고, 온종일 가게에서 일하다 9시가 넘어야 집에 오는 형부. 우리가 놀러가면 엄청 좋아하면서 남편에게 자꾸만 고기를 먹이고 자꾸만 술을 먹이다가 11시만 되면 못 견디고 잠들어 버리는 형부. 그런 형부가 '전국노래자랑' 본선에 진출했을 때, 산본시장의 이모 삼촌 들은 일을 작파하고 쫓아가 플래카드를 흔들며 형부 이름을 외쳤다 했다. 결과는 땡. 송해 아저씨가 자꾸만 배치기를 시켜서 숨이 차서 노래를 잘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었고, 일 때문에 직접 가지 못하고 TV로 그 장면을 본 나도 격렬히 동의했더랬다. 그 뒤로도 나는 종종, 배춧단이나 감자망을 옮기다 말고 "전국노래자랑" 참가자 모집 포스터를 보면서 '저기 나가야지' 하고 결심하는 형부 모습을 떠올리면서 웃곤 했다. 기분이 정말 좋아지는 장면이다.

 

*

그 "땡!"의 설움(배치기만 아니었으면!) 때문인지 형부가 이번엔 "군포시민가요제"에 도전했다. 예선을 통과했다는 언니의 연락을 받고 이번엔 나와 남편도 응원을 갔다. 지난 일요일 일이다. 아직 한참 더운 여름날 밤, 철쭉동산에서 형부는 "그대 떠난 빈 들에 서서"를 불렀다. 긴장한 빛이 역력한 채로 형부가 등장하자, 무대 맨 앞에 조르륵 앉아 있던 가게 이모들과 옆 가게 이모들, 우리 언니와 조카들, 나와 남편이 마구 환호를 했고, 3학년 조카가 준비해온 플래카드를 가게 이모가 낚아채서는 형부가 노래 부르는 내내 관객을 향해 흔들어 보였다. 사회자 뽀식이 아저씨가 "어디서들 오셨냐"라고 묻자 이모 삼촌들이 입을 모아 "산본시장 충남상회"를 외쳤다. 노래보다는 사실 응원 덕이 아닌가 하고 나와 남편은 약간 의심하긴 했지만, 형부는 금상을 받았다. 형부 이름이 불리는 순간, 비교적 평정을 유지하던 우리 언니는 그만 무대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함께 출전한 형부네 가게 옆 정육점 사장님이 참가상에 준하는 '특별상'을 받고 누가 봐도 낙담한 표정을 지은 일, 칠십 다섯이라시지만 완전 정정한 할머니가 양장을 차려입고 나오셔서 가사를 한번도 안 틀리고 완창하신 일, 참가자 12명은 시간이 없다고 1절까지만 부르게 하면서 처음 보는 초대가수 네 명은 노래를 세 곡씩 부른 일, 그러나 군포시민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좋아하던 일, 심지어 "뽀식이도 한 곡 해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뽀식이 아저씨조차 노래를 두 곡이나 부른 일,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상을 챙겨 집에 온 형부가 형광등 불빛 아래서 상장을 정독한 일 들에 대해 얘기하며 나와 남편은 늦은 밤 차를 몰아 집에 왔다. 잠이 들 때까지, 우리는 내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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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8-28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최근에 읽은 여러권의 책보다 네꼬님의 이 페이퍼가 훨씬 더 재미있고 좋으네요. 대체 왜 다른 작가들은 이런 글을 쓰지 못한답니까!!

노래자랑에 나가야지, 하고 결심하는 형부를 나도 잠깐 상상하고 웃었어요. 절로 웃게되는걸요. 나는 참 좋다, 네꼬님. 네꼬님 형부가 노래자랑에 나가서, 그런데 금상을 타서. 무엇보다 네꼬님이 형부를 응원가서, 그리고 자랑스러워해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서로 잘 지내고 있어서. 그게 참 좋아요, 참.

네꼬 2012-08-28 21:58   좋아요 0 | URL
흐하하하하. 그건 다락님이 내 친구이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재밌겠지 ㅋㅋㅋ 형부 귀엽죠? 그리고 형부네 가게 이모 삼촌 들도 다 귀여웠어요. 심지어 사회 본 뽀식이 아저씨조차 귀엽게 느껴지더라고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일이었어요.

퇴근길 괜찮았어요? 나는 조그만 차를 타고 벌벌벌 떨면서 아주 천천히 왔어요. 집에 오니까 바람도 더 불고... 지금 창이 다 왕왕거려요. 그런데 태풍이 북한으로 넘어갔다면서, 우리같이 북한 근처(?) 사는 사람들의 두려움에 대해선 뉴스에서 다뤄주지 않아서 괘씸.. ㅠㅠ

굿바이 2012-08-28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보면 형부 포스가 거의 송창식 수준인데요~!
저도 계속 웃었어요. 그나저나 군포시민가요제,는 한 편의 단편소설인데요.
네꼬님 글 참 좋아요^^

네꼬 2012-08-28 22:03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저희 형부로 말할 것 같으면 그날 나온 초대가수를 두고 "잘 부르긴 하는데 휠이 부족하다"고 논평하셨을 정도예요. ㅋㅋ 그날 참가자 중에 가죽 조끼를 입고 나온 청년도 인상적이었어요. 아마도 예선 때 찍었을 팸플릿 사진과는 완전 다른 모습으로--파마를 하고-- 썬글라스를 끼고--밤인데-- 나와 '하늘을 달리다'를 불렀는데, 역시 특별상. (남편은 그를 제일 안타까워했지요.) 굿바이님과 같이 웃으니까 좋아요!

프레이야 2012-08-2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유쾌한 소식이에요. 축하합니당 윤영춘 형부 충남상회 사장님! 이런 건 전국적으로 널리 전해야되는데 말이에요, 네꼬님.

네꼬 2012-08-29 22:13   좋아요 0 | URL
조카가 쓴 "고고 충남상회"가 저는 너무 좋아요. 엄마 아빠도 모르게 저걸 만들었다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요! 조카를 꼭 안아주었어요. (^^) 충남상회 파이팅!

비로그인 2012-08-2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뭐라 표현하기가 어려운데요...한없이 행복해지는 느낌이에요 너무 귀엽구요!!사랑스러워요^^

네꼬 2012-08-29 22:14   좋아요 0 | URL
아른님 반갑습니다! 아이코, 함께 좋아해주시니 감사해요. 저도 우연히 아른님을 알게 되어 기쁘네요! 댓글에 묻어있는 아른님 마음, 저도 잘 간수하겠습니다. : )

웽스북스 2012-08-2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저는 범계에서 학교를 나와서 옆옆동네였던 산본에 자주가서 그런지 경기도 산본의 '충남'상회 사장님인 형부가 막 정감이 가고 그래요. 아까 일하다가 네꼬님 글 보면서 어찌나 즐겁던지, 잘쉬었음. 으헤헷.

그나저나 형부가 강호동 닮았다고요? 아아, 우리 이모부는 싸이닮았어요..... 아아아....

네꼬 2012-08-29 22:16   좋아요 0 | URL
오오 범계범계. 가요제 가기 전에 조카들 데리고 햄버거 먹으러 갔어요. 검색을 해봤더니 글쎄 버거킹은 지하철로 한 정거장 더 가 안양에나 있더라고요. 군포는 작은 동네구나 생각했어요. (범계랑 무슨 상관? 근데 왜 상관 있는 것 같냐...) 야근쟁이 웬디님 ㅠㅠ 몸 축날라. ㅠㅠ

싸이닮았어요, 보다 아아아.... 가 더 아....

LAYLA 2012-08-2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가족 같은 분들이 실재한다니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이고 저도 새로 만날 가족들에 대한 기대를 잃으면 안되는 것이군요 ㅠㅠ

네꼬 2012-08-29 22:18   좋아요 0 | URL
LAYLA님 울지 마세요. ㅠㅠ 이런 가족이 되기까지 얼마나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다고요. 가족은 서로 갖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생기는 관계인 것 같아요. 저랑 언니도, 저랑 형부도요. : )

paviana 2012-08-2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레의 그 노래가 바로 음성지원되네요. 많이 좋아하던 노래였는데. 직딩 십년만에 태풍와서 쉬었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네꼬 2012-08-29 22:19   좋아요 0 | URL
으왓 파비님. 어디 갔었어요? 나 막 파비님 서재 가서 혼자 놀다 오고 그랬잖아요! 태풍은 밉지만 파비님 쉬셨다니 그건 다행이에요. (전 그런 날씨에도 종일 일해서 불만 폭발했어요.)

세실 2012-08-2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글을 어쩜 이리도 사랑스럽게, 맛깔스럽게 쓰실까요^*^
가족, 이웃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나네요.
형부 금상 받으신거 하늘 땅만큼 축하드려요!

네꼬 2012-08-29 22:21   좋아요 0 | URL
크하하하...... (쥐구멍)
거기 오신 분들이 모두 보기 좋았어요. 보는 것만도 아주 즐거웠습니다.
형부한테 그 축하 꼭 전해 드릴게요! 히히.

레와 2012-08-2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네꼬님 짱!

네꼬 2012-08-29 22:21   좋아요 0 | URL
레와님이 짱이지. 호호. 레와님 좋다, 난.

mira 2012-08-29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함이 한가득 묻어나오네요. 노래잘부르는 분이 제일 부러워요

네꼬 2012-08-29 22:22   좋아요 0 | URL
mira-da님 안녕하세요? 형부 덕분에 이렇게 새 이웃도 알게 되네요! 가요제 만세! (응?)

moonnight 2012-08-2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야기예요. 막 웃으면서 읽었는데 왜 이렇게 찡한지 모르겠어요. ㅠ_ㅠ 네꼬님과 가족분들, 그리고 이웃분들 모두 너무 다정하고 따뜻하셔서 감동이에요. 정말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로군요!!! 산본시장 충남상회에 사장님이랑 이모님 구경가고 싶어욧!!! (막 사인받고;;;)

네꼬 2012-08-29 22:25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문나잇님. 저도 형부가 노래자랑 참가를 마음먹었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너무너무 웃음이 나고 너무너무 찡해요. 덩치 큰 채소 가게 사장님의 그 어떤 순간. 그런 아저씨를 위한 시장 친구들의 응원. 들어보면 좋을 떄도 있고 나쁠 떄도 있는 사이라지만, 그럴 때 한마음이 되는 게 진짜 식구 아니겠어요? 같이 갑시다, 충남상회! 크크.

순오기 2012-08-30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남상회라면 형부 고향이 충남인가요?
난 충남사람~~~ 이러면서 괜히 친한 척하고 싶어요.ㅋㅋ
네꼬님 형부는 마치 우리모두의 형부 같아요~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네요.
오랜만의 심야 방문에 행복한 밤이 됐어요. 냐용~~~~ ^^

네꼬 2012-09-06 10:19   좋아요 0 | URL
ㅎㅎ 여기서 핵심은 형부는 충남 사람이 아니라는 거. ㅋㅋㅋ (가게이름이 원래 그랬대요.) 우리 모두의 형부라니 순오기님 그거 참 즐거운 이야기네요!

무스탕 2012-09-0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결국 로긴했어..)
이것바요. 네꼬님!!!
이거 있잖아 월권이야요, 월권!
내가 산본 사는거 알아요, 몰라요?
것도 철쭉동산에서 10분 거리에 사는거 알아요, 몰라요?
우와~~~ 도대체 나도 모른 우리동네 노래자랑을 여기 알라딘 페이퍼에서 알다니..;;;
내가요, 반드시 산본시장에 가서 충남상회를 찾아서 '저 사장님 처제님 친구님(?)이에요. 그러니 당근 하나 더 주세요' 라고 말할거에요.
정말 울 동네에 오셨는데 네꼬님 냄새도 맞지 못한 난 뭐야.. 막 화나려하네..

건, 그렇고, 정말 좋아요. 네꼬님 :)


네꼬 2012-09-06 10:21   좋아요 0 | URL
헤헤헤 그랬구나 무스탕님, 산본이었구나! (^^) 제가 무스탕님 지역구에 허락 없이 다녀와서 죄송합니다아. (꾸벅) 알았으면 미리 얘기해서 번개라도 하고 올 걸 그랬어요! 제가 좋아하는 무스탕님! (그나저나 군포시민들 멋짐!)

바람난개구리 2013-01-03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쩜 좋아 ^^
은서가 찾아내서 큰소리로 다시 웃는 일... 참 좋다.
은서는 요새 날 놀라게해.

바람난개구리 2013-01-0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오시면 암호처럼 "무스탕~" 말하기. 당근 두개 드림.
 

얼마 전 열무 김치에 이어 배추 겉절이(일명 맛김치)를 시도했는데 결과가 괜찮았다. 물론 큰 배추는 엄두가 안 나서 알배기 배추 중에 제일 큰 걸로 골라 미리 잘라서 절여서 하는 아주 간단한 식이었다. 그래도 내 입엔 잘 맞아서 끼니마다 꺼내 먹었더니 금방 바닥이 났다. 그래서 이번엔 한번 포기 김치 시도해볼까 하고 요리책을 보다가 인터넷 블로그들을 뒤지는데....

 

읽기 쑥스러운 귀여운 말투나 "선호" "무방" 같은 불필요한 한자어(응?)는 참아볼 수 있다. 누군가 정성껏 올린 정보를 이용하는 처지니까 고마운 마음으로. 블로그에서까지 맞춤법에 까다롭게 굴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김치는 "담그는" 거라고요. "담구"거나 "담"는 게 아니고요!

 

오늘 김치를 담아 봤어요.

저는 담을 때마다 맛이 틀려서 이번엔 제대로 담궈 보려고요.

주말에 담구는 배추김치!

엄마가 담궈 주셨어요.

김치 담기 넘 어려워요.

 

세상에 어쩜 안 틀린 블로그가 하나도 없을까!  

돈 모아서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내고 싶다.

블로거 여러분, 김치는 담가서 나누어 담는 거라고요!

 

요리 고수님들 때문에 상심해서

당분간 포기 김치는 유보다.

 

 

 

 

* 아, 어디선가 "블로거를 위한 맞춤법 50" 이런 책 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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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8-1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귀여운 네꼬님. 저도 늘 거슬리는 것 중 하나가

여러분 퀴즈는 맞추는 게 아니라 맞히는 거에요!!
(트위터 하다 보면 은근 많이 거슬려요. 하지만 저도 맞춤법 약자라 걍 가만히 ㅋㅋ)

네꼬 2012-08-19 22:52   좋아요 0 | URL
어으 맞아요, 은근 많이 거슬려요. 나도 맞춤법 약자라(ㅠㅠ) 까다롭게 굴고 싶진 않지만 으아 이건 뭐 지뢰밭이야. ㅠ

다락방 2012-08-19 23:15   좋아요 0 | URL
전 어이없다를 어의없다고 쓰는게 돌겠어요 ㅜㅜ 번번이 고쳐주고 싶다능...

그리고 맞추는 과 맞히는 은 늘 헷갈리구요 웬일과 왠일도 헷갈려요 ㅜㅜ

웽스북스 2012-08-19 23:31   좋아요 0 | URL
해죠
이것도 싫음 ㅠㅠ

네꼬 2012-08-19 23:56   좋아요 0 | URL
"어의"에 나도 완전 공감.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난 "무난하다"를 "문안하다"라고 쓰는 거 사실 부글거려요. ㅠㅠ 웬디님이 해죠 싫듯이 나는 "갠츈하다" "애정하다" 못견딤. 으아 우리 모두 손 꼭 잡고 참읍시다.

* 다락님, 웬일은 무조건 "웬일"이에요. 헷갈리지 말고 그냥 무조건 "웬일"이라고 써요. (왜인지를 줄여서 왠지라고 쓸 뿐.)

* 내가 제일 헷갈리는 건 부딪치다와 부딪히다. 쓸 때마다 패닉. ㅠㅠ

... 2012-08-20 13:32   좋아요 0 | URL
네꼬님, 정말 진지하게 부탁드리는 데요, 블로거를 위한 맞춤법책 좀 내주세요. 50가지는 택도 없구요. 5000쯤은 되야, 하하핫. ^^;;

저는 맞춤법 오류계의 최강자 ㅋ

네꼬 2012-08-20 13:4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블로거들 진짜 공략하려면 딱 10개만 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아래 모아진 사례들 : 웃음짖다 어의없다 문안하다 낳다 담그다 같은 것만 딱 10개. 제가 바라는 게 무슨 엄정한 맞춤법도 아니고... ㅠㅠ

근데 말도 안돼, 브론테님. 브론테님의 맞춤법 오류계의 강자라니, 우리가 힘을 합쳐 혼내주고 싶구려!

라로 2012-08-1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이 내줘요~~~~~~.

네꼬 2012-08-19 23:52   좋아요 0 | URL
그게 실은 저도 자신이 없어서.. (네꼬 씨, 직업이....?)

나비님 오래간만이어요! 덥석!

하늘바람 2012-08-20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뭘해도 잘하시나봐요 결과가 괜찮았다니
전 늘 결과를 망쳐서 다신 담지 말라는
게다 김치 뿐 아니라 모든 반찬 맛없어 못 먹는다고 하는 흑흑

네꼬 2012-08-20 09:16   좋아요 0 | URL
뭘해도 자랑하기 때문이죠. ㅎㅎ
포기 김치 담그기는 어떤 로망으로 남겨두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중요한 건 뭐든지 잘 먹는 마음가짐! ㅎㅎ

레와 2012-08-2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맞춤법 때문에 댓글이나 페이퍼를 못 쓰겠어요!! ㅠ_ㅠ (과연?ㅋㅋㅋ)

네꼬 2012-08-20 13:19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그건 자신있게 당당하게 마구 쓰는 사람들 얘기고요. 레와님은 절대 그러지 마세요. 아시다시피 나도 막 그러잖아요. ㅋㅋ

프레이야 2012-08-2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어제 드라마 넝굴당 보셨어요? 그거 보다가 어제 데굴데굴 굴렀잖아요ㅎㅎ 맞춤법 장면인데요, 말로 못해요 넘 웃겨서요. 웃음짖는, 어의없는, 가리켜주세요, 더 낳은 사람 ᆢ이런 거였는데 그 이후 상황이 어찌나 웃기던지ㅋㅋ

네꼬 2012-08-20 13:20   좋아요 0 | URL
저 그 드라마는 안 보는데 지금 프레이야님 댓글만 보고도 막 웃었어요. 웃음짖는....더낳은사람.... 웃을까요 울까요. ㅋㅋㅋㅋㅋ 웃음짖는 어떡해.. (아이고 배야)

moonnight 2012-08-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저도 맞춤법약자 ㅠ_ㅠ
그렇긴 하지만-_- 인터넷에서 멋대로 쓰는 글들은 정말 못참겠어요. 맞춤법 틀리는 단어 만나면 그야말로 속이 부글부글. ;;;

요리마저 잘하시는 네꼬님. 너무 부러워요. ㅠ_ㅠ

네꼬 2012-08-20 13:2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담그다"는 한결같이 모두 틀리고 있어서 놀랐어요. 참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을 정도로.. ㅠㅠ

((( 성공한 얘기만 해서 그래요. 뻑뻑한 꽁치 찌개나 화장품 냄새 나는 피클 같은 얘긴 안 하잖아요. ㅎㅎㅎㅎㅎ 참다참다 버린 적도 있다고요. ㅋㅋㅋㅋ)))

세실 2012-08-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심해야지. 네꼬님 무서워~~~ ㅋㅋ (농담이어요^^)
그래서 전 카톡도 맞춤법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한답니다.

네꼬 2012-08-20 13:23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참, 세실님 아니랄까봐.. ㅎㅎㅎ 무서워, 해놓고 농담이라 하신 것도, 카톡도 신경 쓰시는 것도 다 세실님답고 좋아요. (응?) ^^

노이에자이트 2012-08-2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춤법이라는 게 자기 아는 것을 남이 틀리면 보이지만, 자기가 틀린지 모르면 남이 틀린지 맞는지 모릅니다.그래서 남의 맞춤법이 틀렸다고 열을 올려 쓴 글에도 틀린 맞춤법이 있어서 실소를 자아내지요.
맛이 틀려서...맛이 달라서. 다르다 틀리다 구별 못하는 사람 알라딘에도 꽤 있더군요.

네꼬 2012-08-20 18:00   좋아요 0 | URL
허엇 노자님. 저 이 댓글 보고 얼른 제 페이퍼 다시 봤어요. 열을 올려 썼는데 제가 틀린 꼴이 될까 봐... =_= (저한테 실소하신 건 아니죠? ㅠㅠ)

저는 김치 담그는 과정을 그렇게 꼼꼼하게 올린, 틀림없이 여러 번 담가 보셨을 분들이 그런 걸 틀리시니까 뭐랄까 서운하달까 실망이랄까 그런 기분이었어요. 저도 막 틀리니까 뭐 할 말은 없지만요. ㅠㅠ

2012-08-21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08-2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다락방님 서재에 댓글 쓰다가 달려왔습니다. 혹시 LED램프 주문하셨나해서요.

(소곤소곤;) 램프 별로였어요. ㅠ_ㅠ 방에 불 끄고 켜봤는데 책읽기 불편했어요. 램프 바로 아래에 책을 들이대야지 글자가 보이더라는. 아, 그렇지만 네꼬님이랑 남편분이랑 어두운데서 와인을 한 잔 한다든지 맥주를 한 잔 한다든지(꼭 술얘기;;) 할 때 켜놓는 용으로는 괜찮을 듯도 하네요. 헤헤 ^^

네꼬 2012-08-27 09:26   좋아요 0 | URL
응 나 이거 받아 버렸잖아요. ㅠㅠ 자기 전에 책 볼 때 쓰려고 했는데, 여기에만 기대서 읽긴 어렵겠고, 한쪽에선 원래 쓰던 전등, 한쪽에선 이 램프 이렇게 두 개 켜야 될 것 같아요. 이이잉 문나잇님 후기 기다렸다 살걸. 선착순이라고 해서 그만.. ㅠㅠ (동지!)

*와인엔 초죠 (악!)
 

아직 웃긴 글 쓸 형편은 아니고, 잠깐 딴 얘기할 게 생겼다.

 

MB는 임기말까지 어찌나 알뜰히 동네 사람들을 챙기는지, 급기야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과 관련해 최초로 생기는 정부 기관) 원장으로 출판 경험이 전무하달 수 있는 사람을 발령했다. 고대-동아일보 라인. 참고로 '독서의 해'라는 올해 정부 예산은 5억으로, 국민 1인당 10원꼴이다. 어쨌든 이번 인사에 당연히 출판계는 반발하고 있다. 오늘 오전엔 낙하산 인사를 철회하라는 출판인 궐기대회를 했는데, 우리 회사도 사장님을 비롯한 수십 명이 거기 갔다 왔다. 뙤약볕 아래 다들 고생. ㅠㅠ 근데 이 사단을 알리는 회사 트윗에 딴지를 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출판사가 왜 '그딴'걸 하냐는 둥, 정치적인 회사라는 둥 하고 생트집을 잡으며 빈정거리는 트윗들이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분들 트위터를 방문해 보니, 안철수를 까거나 문재인을 까면서 틈틈이 박원순을 까고 박근혜의 사진을 올리는 분들이었다. 뭔가... 하여간 우리 회사가 잘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 같은 이 개인적인 기분은 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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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7-25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모다? 때문에 웃었어요. 웃긴 글 아니라고 해놓고도 웃겨주시는 우리의 네꼬님! 빨리 몸과 마음이 더욱 편해져서 더 많이 웃겨줄 날을 기다립니다 ~

네꼬 2012-07-25 21:50   좋아요 0 | URL
어엇, 그래요, 웃겨요? 저는 뭔가 좋은 건지 어떤 건지 알쏭달쏭하면서 적었어요. 욕 먹는데 좋은 기분? (잠깐은) 화가 났는데 잘난 척하고 싶은 기분? 얇은 이 기분은 모다? 치니님 안녕? 으왕 보고 싶어요!

비로그인 2012-07-2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웃긴 글 맞는 거 같은데... ( '')ㅎㅎ

네꼬 2012-07-26 09:25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을 웃겨 드렸다니 어쨌든 소득 있네요! '더럽게 더운 날' ㅎㅎ 잘 견뎌 보아요!

레와 2012-07-2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 깨알같은 ... -.-

우리 견뎌요, 네꼬님!

네꼬 2012-07-30 10:26   좋아요 0 | URL
견뎌요, 레와 님! (우리도 뭔가 깨알같이 해봅시다?)

moonnight 2012-08-0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이 있었군요. -_-; 힘내세요. 네꼬님. ㅠ_ㅠ

네꼬 2012-08-09 11:25   좋아요 0 | URL
힘은.. 다같이 내요. 이 정권 언제 끝나. ㅠㅠ
 

나는 웃긴 글이나 화가 나서 쓰는 감정적인 글을 써야 되는데

 

지금 진지하고 엄숙한 주제로

엄청 건조하고 '독창적이지 않은' 글을 쓰느라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입이 나온다.

내가 읽어도 너무 재미없다.  

쓰다 쓰다 지쳐서 창문을 열었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개구리들이 운다. 너네 다복하구나.

 

빨리 다 쓰고 얼른 웃긴 글 써야지.

아니면 막 징징 감정이 넘쳐 흐르는 글.

새삼 서재가 소중하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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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7-20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밤에 네꼬님의 글을 만난 반가움 가득 담아 '화이팅'

네꼬 2012-07-20 00:11   좋아요 0 | URL
흐잉 나도 바로 지금 웬디님이 인사해 주어서 미친듯이 반가워요. ㅠㅠ

마노아 2012-07-20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네꼬님 따라 입 뾰족하게 내밀다가 다시금 반가워서 급 방긋 웃어요! 네꼬님 얼른 글 마무리 짓고 재미난 글 써줘요.^^

네꼬 2012-07-20 09:0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ㅠㅠ 안녕? ㅠㅠ 으앙, 대신 좀 써 줘요!

paviana 2012-07-20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대충 쓰고 주무세요. 피부는 소중하니까요. 전 어디선가 모기 소리가 들리는 환청에 시달리고 있어요. 흑

네꼬 2012-07-20 09:04   좋아요 0 | URL
파비님 으와, 오래간만이에요! 게으른 네꼬 따위 애저녁에 잊으셨겠지 했는데.. 그 모기 그러면 참 신경 쓰이는데, 잡으셨죠? 나쁜놈. (약간 화풀이)

비로그인 2012-07-20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긴 글 쓰시면 얼른 달려와야겠네요 ㅎㅎ
잼 없는 글 얼른 해치워버리세요 얍얍!

네꼬 2012-07-20 09:06   좋아요 0 | URL
저 웃긴 글 쓰고 나면 댁에(응?) 가서 알려 드릴게요. 그러니까 지금 쓰는 거 다섯 줄만 좀 써주시면 안돼요? ㅠㅠ

하늘바람 2012-07-2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네꼬님 웃깃글 끝난 건가요?
그냥 재미나네요

네꼬 2012-07-23 11:08   좋아요 0 | URL
아직 마무리 못했어요. -_- 으악. 재미없어.

nada 2012-07-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보도자료 쓰시나 했는데, 먹고 살기 위한 게 아니면 그건 아닌가 보네요.
다복한 개구리 가족이 사는 그 동네 어딘가요.
저희 밭에는 개미 가족, 아니 개미 부족이 너무 다복해 죽을 지경입니다만.ㅠㅠㅠ



네꼬 2012-07-23 11:0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다복도 병인양.. (응?) 이 동네 개구리 소리 좀 유명해요. 개구리 따윈 한 마리도 없는 것처럼 조용하다가 누군가 "시작!" 외친 듯 일제히 울어요. 동네 개들이 따라서 짖고 어느 순간 정신 차려 보면 또 집단 이민 간 것처럼 조용. -_- 와. 나 웃긴 글 언제 쓰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