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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원숭이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0년 1월
평점 :
외눈박이 원숭이는 국내에 출가된 미치오 슈스케의 3번째 작품이다.이전에 출판된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아서 그의 작품 성향이 어떤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강렬한 표지 디지안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사족이지만 요즘 들녘에서 나오는 미스터리 야 시리즈는 그 표지 디자인이 참신하게 참 마음에 드는 편인데,이 시리즈는 어떻게 선별하는지 무척 궁금하다.들녘에서 나온 미치오 슈스케의 외눈박이 원숭이나 해바라기가 피지않은 여름,사라진 이틀(아 사라진 이틀을 2004년 출간작이군)들은 이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외눈박이 원숭이는 사육배판으로 사이즈가 아담하고 글자체가 커서 버스등에서 읽기가 수월하지만 반대로 작은면에 큰 활자를 사용했기에 국판에 일반 활자를 사용했으면 아마 책 페이지수가 훨 줄어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면서 책 값이 싸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육배판이라도 열린책들처럼 한 페이지에 촘촘히 글이 들어간 책을 넘 선호하는 편이다)
외눈박이 원숭이는 사회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신주쿠의 뒷골목에 숨어 있는 2층짜리 고물아파트 ‘로즈플랫’에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 미나시의 ‘팬텀’이 있다.도청 전문 탐정인 미나사는 경쟁업체인 구로이 악기사가 디자인을 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달라는 다니구치 악기사로부터 의뢰를 받는다. 구로이 악기사 남자 직원들의 대화를 도청하다가 후유에라는 묘령의 여인을 발견하고 팬텀의 새로운 멤버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구로이 악기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순간을 엿듣게 된다.그 와중에 휴유에의 이상한 행동을 의심한 그는 그녀가 거대 탐정회사 ‘쓰요비시 에이전시’에 몸을 담고 있으며 팬텀에 발을 들여놓은 것 또한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그녀가 구로이 악기사의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있으며 7년 전 비열한 수사방법으로 어느 젊은 여자의 자살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밝혀낸다는 내용이다.
주욱 읽어 받는데 솔직히 추리 소설로서의 감흥은 그닥 크게 와닫지 않는 작품이다.요즘 일본 본격 추리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기계처럼 정교한 살인 트릭도 없고 또 신 사회파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것처럼 일본의 사회적 현상을 관통하는 그 무언가도 없는 말 그대로 좀 심심하고 밋밋한 스케일이 작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살인 사건도 등장하지만 뭐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내용도 그냥 저냥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어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작가 랭킹 1위, 2009년 일본 오리콘 판매 1위의 작가가 만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찌보면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 아니라 오히려 추리라는 양념을 살짝 친 사회의 하층민들-이른바 루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추리 소설이라고 해놓고 추리 소설이 아니라니 좀 이상한 이야기인 듯 싶지만 책의 마지막까지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더더욱 든다.
주인공 미나시를 탐정으로 이끌고 강인한 생활력의 원동력이 된 원천인 불구의 귀와 로즈 플랫에 살고 있는 노하라 영감, 마키코 할머니, 도헤이, 쌍둥이 자매 도우미와 마이미, 그리고 팬텀에서 접수와 사무를 담당하는 호사카등등 무언가 하나씩 안좋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이들 모두는 나름대로의 아픔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기 떄문이다.
소설의 제목인 외눈박이 원숭이에 대해 책속에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외눈박이 원숭이.”
“유럽 민화야. 언젠가 ‘지하의 귀’ 마스터가 해줬어. 그 사람은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알거든.”
옛날에 원숭이 구백아흔아홉 마리가 사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원숭이들은 모두 외눈박이였다. 얼굴에 왼쪽 눈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나라에 딱 한 마리, 두 눈이 모두 달린 원숭이가 태어났다. 온 나라의 원숭이들이 그 원숭이를 놀리고 비웃었다. 고민 끝에 그 원숭이는 결국 자신의 오른쪽 눈을 빼버려서 다른 원숭이들과 똑같아졌다…….
“원숭이가 빼버린 오른쪽 눈이 뭐였을 거 같아?”
내 물음에 후유에는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원숭이가 빼버린 건 자존심이 아닐까 싶어.”
개인적으로 외눈박이 원숭이가 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보통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예를 들면 인종,성적 정체성,장애,빈부 격차등-을 차별하는 것은 결국 선입관과 편견이고 이런 이들에 대한 포용력이 없는 우리들의 이기심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 않는가 여겨진다.남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우리가 얼마나 이런 소수자를 알게 모르게 차별하는지는 우리 스스로는 알지 모르겠지만 실제 주변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이키에가 자살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외눈박이 원숭이는 추리 소설로는 그닥 흥미가 없지만 추리 소설에 인권이란 것을 접목해서 추리 소설의 지평을 한 걸음 넓혔다는 점에는 점수를 좀 더 줄 수 있을 듯 싶다.
Good: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Bad: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한 2%로 모자란 느낌!
Me:미치오 슈스께의 다음 작품을 읽어보고 판단을 다시 해볼 생각.
by caspi